가족과 함께하는 열차성지순례

2010.10.31(일) 제천시 봉양읍 구학2리 소재 [ 배론 성지 ]

묵주기도 성월이며 전교의 달이기도 한 10월의 마지막 날에 치악산 동남 기슭에 자리한 배론성지를
개봉동 본당 가족들이 함께 순례했다. 박해를 피해 신앙을 키워 나간 이곳 교우촌은 한국 최초의 신학당과
황사영백서 토굴 그리고 최양업 신부 묘소 등이 있는 한국천주교회사에 길이 빛날 역사적 사건과
유적을 간직한 뜻 깊은 곳이기도 하다.
(배론성지내 연못 전경)

 
이날 ‘가족과 함께하는 성지순례’에 개봉동 본당 1,700여명의 신자 가족들이 열차와 도보로 순례하였다.
이른 새벽 지역별로 모여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영등포역에 도착한 후 임대한 단체관광열차 2편에
지역별로 배정한 차량에 탑승하여 시차를 두고 7시부터 각각 출발하였다. 예정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함에
따라 일부는 입석으로 가야 했다.

(국철 영등포역 탑승 출발준비)

제천 구학역까지 가는 차내에서는 지역별로 준비한 김밥 등으로 간단히 조식을 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
었다. 열차내 방송시설을 통해 배론성지 소개에 이어서 성가 ‘103위 순교성인’을 시작으로 103위 호칭기도,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 묵주기도 5단을 바쳤다. 주님이 지어내신 높고 푸른 하늘아래 펼쳐져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의 산천은 복잡했던 마음을 씻어내는 듯 시원하고 보기에 좋았다.

어느덧 도보 순례 출발지인 구학역에 도착하였는데 시차를 두고 출발한 2편의 열차는 큰 시간차가 없이
도착하였다. 도보순례 출발지에는 의료 구급차와 노약자, 사고자를 위한 대형버스 2대가 비상대기하고
있었다. 지역별로 일렬로 정렬하여 긴 끈을 서로 잡고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구학역에서 배론성지까지는
도보로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박해시절 교우들이 걸었을 길을 묵상하고 끝 가을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걸었다.
(도보 성지순례 : 구학역-배론성지)

배론성지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떨어진 노란색의 은행나무 잎이 도로 옆을 덮었고 인접한 산들은 울긋
불긋 단풍으로 아름다웠다. 미리 도착한 주임신부와 사목위원들 그리고 봉사자들이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오늘은 병영 성당 등 여러 본당에서 성지순례를 와서 그런지 대형, 소형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하다. 오늘은
수천명의 신자들이 성지를 순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론성지 도착)
 
성지에 도착하니 오전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많은 순례자들이 온 상태여서 성지에 주문했다는 점심식사를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개봉동 성당 신자들은 타 본당 신자들이 성지미사에 참례하는 동안 시차를 두고
먼저 식사를 하게 되었다. 성지에서 마련한 뷔페식 음식으로 순례자들의 집과 야외 식탁에서 신선한 채소류
반찬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식사 후 휴식과 성지내 순례시간이 주어졌다.

(야외 식당)
배론이란 지명답게 배모양의 형상을 한 최양업 기념 대성당 그리고 최양업 신부 조각공원을 둘러보았다.
조각공원은 납골공원을 겸하고 있었다. 네모로 구분화된 석화는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로 순교적 삶이 표현
되어 있었다. 성지내 계곡의 다리를 건너면 순교자의 집(피정의 집), 경당, 황사영 순교자 현양탑, 신학당,
황사영백서토굴이 있다. 수심이 깊다는 연못을 지나면 성모동산이 있고 그 윗길로 십자가의 길을 걷다보면
겟세마니 동산과, 성직자 묘소 그리고 끝자락에 최양업 신부의 묘소가 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최양업신부 묘소에 도착하여 참배한 후 성지안내인의 성지 설명을 들었다.

(십자가의 길)
동산에서 내려와 다시 계곡을 건너 로사리오의 길을 걸었다. 나무 한그루가 묵주 알이다. 묵주기도 15단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중간에 로사리오 동산이 있어 잠시 머물러 성모님께 함께 기도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빛의 신비’를 바치기 위해 이 길이 연장되어야 할 듯싶다. 개봉동 성당 신자들을 위한 특별미사가
오후 2시 반에 예정되어 있었다. 대성전앞 잔디밭에서 지역 신자들과 함께 단체사진 촬영과 휴식을
취하며 미사참례 준비를 했다.

(로사리오의 길)
대성전을 들어서니 천정은 배 밑 바닥 모양으로 조형화 되어 있고 개봉동 성당의 순례자 모두가 함께 참례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성가 ‘순교자의 믿음’으로 시작된 성지 파견미사는 배론성지 주임 여진천
신부와 본당의 강귀석 주임, 김승현 보좌신부 세분이 공동 주례하였다. 강론에서 여진천 신부는 순교자들
처럼 살 것을 강조하셨다. 오늘의 평화의 인사는 “복 받을겨”로 하여 웃음이 활짝 피었다. 영성체시에는 많은
신자로 인해 본당의 성체분배자 14명 전원이 봉사하였다. 성가대원과 전례봉사자들 수고를 많이 했다. 미사
후에는 성전 내에서 주례사제들만이 앞자리로 이동하여 전신자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성지순례 기간 중
사진 촬영은 3명씩 2개 팀으로 구성하여 총 6명이 봉사하였다.

(대성전 파견미사)

미사가 끝나니 오후 3시 반을 넘어서 4시로 가고 있었다. 열차는 관광버스처럼 임의로 출발시간 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학역에서 열차출발은 오후5시와 5시 반으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부지런히
서둘러야 했다. 한 가지 급보가 전해졌다. 1팀과 2팀의 열차 승차시간이 서로 바뀐다는 것이다. 열차 탑승시
혼동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별로 인원 파악이 되는대로 속속 도보로 출발하여 구학역까지 이동
하니 다행히 예정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보 순례 : 배론성지-구학역)
구학역에 도착하니 입구 측에서 지역 주민들이 막걸리와 어묵을 임시 판매하고 있었다. 탑승을 대기하는
동안 몇몇이 어울려 구학 특유의 맛이 있는 막걸리 한잔씩을 나누었다. 지역별로 주문한 간식용 김밥이
지급되고 첫차가 들어오면서 2팀의 순례자들이 먼저 탑승하여 출발하고 곧이어 1팀이 출발하면서 순례자
전원이 무사히 출발하였다.

(귀경 열차 탑승)
귀경 열차 내에서의 시간은 자유시간이고 지역별 친교의 시간이다. 귤, 삶은 계란, 홍어 무침, 족발, 삶은
돼지고기, 맥주, 소주 등 지역별로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간에 신부,
수녀, 사목위원으로 구성된 개봉동 홍익회의 가판이 등장하더니 캔 맥주와 소시지 등 안주를 판매하는 것
이었다. 가는 곳마다 웃음보따리가 터지고 잘도 팔린다. 어느 정도 친교의 시간이 지나자 일부 신자들은
피로가 오는 듯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청하고, 형제들은 삼삼오오 모여 뒤풀이를 하고 있다. 도착지에
가까워지면서 열차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정리하였다.

(개봉동 홍익회 판매)

(안성댁 소율리아나와 함께)

캄캄한 저녁 8시반경에 1, 2호 열차는 무사히 영등포역에 도착하였다. 개봉동으로 가는 인천행 전철을 타기
위해 일시에 많은 인원이 모이니 복잡하였다. 인천행 전철이 들어서자 일시에 탑승하니 전철 안이 꽉 차
출입문을 겨우 닫을 정도이다. 주임신부와 사목위원들이 만나 무사히 도착했음에 안도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영등포역에 도착한 후 봉사자들은 지역별로 신자들을 인솔하여 주거지역내까지 안내하고 해산
하였다. 일부 지역은 무사히 다녀오고 해산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영등포역 도착후 봉사자들의 만남)
본당 사목적 차원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열차성지를 계획한 후 추진위원단에서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차질 없이 시행하였다. 본당에서는 이번 성지순례를 위해 많은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50여 쪽에
이르는 순례책자(워크북)를 발간하고 개인별로 기념품(허리에 차는 쌕)과 봉사자용 모자 등과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열차비용을 분담하여 지원하였다. 오늘의 열차 성지순례에는 총괄한 최영석(하상바오로) 총지역
장 등 50여명이 팀별, 분야별로 봉사를 하였다. 본당의 전신자가 가족과 함께 열차로 성지순례 하는 것은
개봉동 본당 역사이래 처음이다.

열차내에서, 도보순례를 하면서, 로사리오의 길을 걸으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일련의 이동경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알리며 일부 쉬고 있던 교우들과 함께한 이번 열차성지순례는 주님이 지어내신 자연
속에서 주님을 느끼며 순교자의 얼을 되새기는 추억의 성지순례이었다.

2010.10.31(일)글 원세영 (베드로)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