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독서 메모 ] 66권~ 70권







금주의 독서 메모 066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요약)/ 2022.01.23.

[ 책 이름 : 뜻밖에 쏟아진 은총 ]

- 지은이 : 신태민, 펴낸데 : 생활성서사/ 219p
- 지은이 프로필 : 1926. 황해도 신천군 출생, 1971.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교육석사), 1986. 필라델피아 극무대 예술협회 창립 초대회장, 1995.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강사, 1987. 필라델피아 중앙방송국 운영자문위원, 1979. 필라델피아
한인천주교회 사목회 총회장, 1985. 한글문화연구원 원장(필라델피아 소재) 등.
저서로는 ‘에티켓 선생’, ‘사교전선’ 등 다수
- 내용 : 참 신앙생활의 길잡이 (隱泉 신태민의 신앙에세이)

[ 표지의 글에서 ]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길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칠십년의 생(生)에 애정을 가지며
여기, 그 인생의 글들을 모았다. 자신의 진솔한 삶을 기록한 글, 가난한 신앙의 현주소를
철학하는 마음으로 종교하는 마음으로 성찰한 글, 그리고 사랑하는 이웃들과 정겨웁게
나누고자 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책머리에 ]

-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경향신문사에 기자로 취직했던 1948년부터였으니, 어느덧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글 쓰는 일을 하며 살아 온 셈이다. 신문기사가 주종이었고,
때로는 기행문, 수필, 리포트, 방송대본, 연극대본을 쓰기도 했으며, 라디오 방송에서
‘에티켓 선생’이란 교양 프로를 맡았을 때는 매일 수신 교과서 같은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언론인이란 이름을 내걸고 살아오긴 했지만 글다운 글을 모은 책을 여태껏
한 권도 내놓지 못했다.

- 고희잔치의 마무리 감사 인사에서 “헤밍웨이가 노인이 항구에 끌고 들어온 허망된 잔해
보다는, 빛나는 두 눈동자를 굴리며 죽을힘을 다해 바다에서 싸워온 노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듯이, 나도 화려한 실적 하나 없음을 한탄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의 진솔한 삶에 더 애정을 가지려 합니다.”라고 하였다. 바로 이 같은
내용의 인생의 글들을 여기에 모았다. 이 책에는 <생활성서>에 연재되었던 글들이 대부분
이며, <한국일보> 뉴욕판에 연재되었던 글과 그 밖의 신문 잡지에 실렸던 글도 있다.
인생을 철학하는 마음, 종교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나의 신앙생활의 현주소를 조명해본
성찰의 글도 있다.


..................... 제1부


[ 1. 강론에 홀린 사람들 ]

- 마음에 오래 남는 강론, 그것은 분명히 명강론이다. 좋은 강론은 잠자던 영혼을 눈뜨게
하고 생기가 돌게 한다. 강론 잘하는 신부님을 만난다는 것은 확실한 은총이다. 아무리
말재주가 좋은 사람이라해도 이야기할 준비는 성실히 해야 한다고 한다.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에서 행한 아주 짤막한 불후의 명연설도 그렇다. “...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연설은 열 문장밖에 안 된다. 링컨은
단 몇 분밖에 안 걸린 이 연설을 위해 길을 걸으면서도, 백악관에서도 틈틈이 생각하고
다듬었다. 심지어 연설하러 떠나기 직전까지 연설 준비에 열중했다는 기록이 있다.

-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명강론이 아닌 그야말로 평범한 강론이어도 ‘들을 귀를 가진’
사람들이 따로 있어 감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울림을 주고, 즐거움을 주면서 홀리게 하는 강론은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어느 성당에서의 외국 신부님이 한국말로 강론을 한 내용의 일부이다. “구약에서 모세에게
십계명을 내렸고,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사랑의 계명을 내렸습니다. 헌데요. 십계명 잘 모르
겠으면 안 지켜도 돼요. 저 신부 이상한 소리를 한다 하시겠지만 정말이예요. 예수님이
내리신 사랑의 계명만 지키면 된다 그 말이예요. 사랑의 계명을 지키면 십계명은 저절로
지키게 되지 않겠어요?” 우리에게 강론을 하기 위해 이 외국신부님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연습을 했을까? 모든 신부님들이 하는 강론 뒤에는 나름대로의 숱한 노고가 숨어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겨야겠다.


[ 2. 대부 대모의 마지막 고민 ] p15

- 가톨릭에서는 세례성사나 견진성사를 받을 때 신앙생활을 돕는 후견인을 세우게 되어
있다. 그분이 남자인 경우는 대부(godfather)라고 하고 여성인 경우는 대모(godmother)
라고 한다. 대부 대모 관계란 반드시 대부나 대모되는 사람이 영적인 지도자가 되어 대자
대녀를 보살펴 주고 신앙생활을 다독거려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자 대녀로
부터 화끈한 신심의 열기를 전달받기도 하고, 신앙을 본받게 되는 신심의 역류현상도 일게
되어, 서로 주고받으며 신앙생활을 격려하는 영적인 협동관계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 대부 대모, 대자 대녀 관계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가 되는 영적인 인연으로 서로
걱정해 주고 서로 밀어주는 관계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바라지 말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영세를 준비하고 있는 분이나 지도하는 분에게 있어서, 대부 대모를 정할 때 유의
해야 할 점이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본당 안의 회장님이나 본당유지, 또는 사회적
지위나 권력층에 있는 유명인사 등을 덮어 놓고 선호하려 드는 일련의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교만에는 재난이 따르고 겸손에는 영광이 따른다. 결국 대부 대자가 서로 겸손된
자세로, 형제애로 잘 어울린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인연은 없을 것이다.


[ 3. 공동체의 낙제생들 ]

- 나는 협동정신에 관해 이야기 할 때마다 다음의 비유를 곧잘 인용하곤 한다. “하루는
눈과 손과 입이 대판 싸움을 한다. 눈이 손한테 대들었다. 원래 불고기 요리를 맨 먼저 본
건 난데 왜 네가 나서서 그걸 덥석 집어!” 손이 말을 받았다. “말도 말아. 네 말마따나 내가
집긴 했으나 글쎄 먹은 건 내가 아니라니까. 입이 먹어치웠다구.” 한참 씹고 있던 입이
입맛을 다시면서 대꾸했다. “나도 열심히 씹기만 했지, 실은 난 맛도 못 봤어, 맛은 혀란
놈이 혼자서 즐기더라구.” 그때 머리가 불쑥 나타나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었다. “ 이 어리
석은 것들아! 싸우긴 왜 싸워! 너희들이 이렇게 차례로 자기 몫을 다했기에 불고기가 우리
들의 영양분이 됐잖아? 어깨에 힘주고 제 주장들만 할 게 아냐.”

- 이웃은 보이지 않고 자신밖에 안 보이는 병든 시력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인생의 최고 목표인 양 생각하는 세대가 되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할 줄도 모르고
남을 도울 줄도 모른다. 반면 도움을 받고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할 줄 모르는
위인들이며, 실수를 범하고도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라는 말을 할 줄도 모른다. 그러니
남과 어울려 사는 협동정신이 있을 리 없다. 인간관계의 원활유 같은 예의나 매너, 에티켓
같은 건 숫제 염두에 두지도 않는, 이들은 한마디로 말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미달자이며
공동체 속의 낙제생들인 것이다.

- 교회에서까지 서로 잘났다고 경쟁을 하려 들면 불편한 관계가 생긴다. 자신의 잘난 점은
겸손되이 봉사의 연장으로 삼아 제단 앞에 바치고, 남의 잘난 점은 박수로 맞아줄 줄 아는,
서로 돕는 협조관계가 있어야만 교회 공동체는 평화롭고 활기를 띠게 된다. 어둡기만 한
세상살이에서 우리 다 같이 사랑의 스위치를 켜야 한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노력해도 모자라는 그 사랑을 죽는 날
까지 자꾸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야 한다. “눈이 손더러 나는 네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다. (1코린 12,21)


[ 4. 사랑하면 예뻐져요 ]

- 4년째 간암을 앓고 있는 이 모 화백을 만났다.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던 그는 간 수술을
두 번 받기는 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한 이도 하기 힘든 엄청난 작품을 하는 등
의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발병후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 어려운 간암을 고쳤느냐고 물을 때는 곤혹스럽다고 한다. 딱 잘라 말할 비결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6개월 시한부 인생이던 자신이 4년간이나 더 살고 있으니, 결국은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암 치료에
가장 좋은 약은 사랑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예수님을 믿으면서 예수님이 계명으로 주신
사랑이 사실은 모든 병에 가장 좋은 약이란 것을 체험한 거죠.” 그래서 그는 모든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심기로 작심하여 마침내 짐승이나 미물, 풀
한 포기 들풀에도 사랑을 느끼며 살았더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더란다.

- 사람이 사랑을 하면 피 속에 엔도르핀이 생겨 몸속의 온갖 독소를 제거시킨단다. 남에게
사랑을 베풀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암세포를 죽인다는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환자 중에
예측을 뒤엎고 연명하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그들은 남달리 자기 운명을 비관하지
않고 자연 속에 파묻혀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사람들이라 했다. 옛날 유행가에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라는 노래가 있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으로 판정되어 정신의학과
에서 권장하는 미용술이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한다. 아무리 우리가 천사의
말을 하고, 심오한 진리를 깨달았고, 완전한 믿음을 가졌고, 또 남을 위해 불 속에 뛰어든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성서말씀을 마음속 깊이 되새겨본다.


[ 5. 아이 안고 강론하신 신부님 ] p39

- 필라델피아 성당에서 본당 창설 10주년 기념으로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그때 특별히
초대된 분은 당시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자이셨던 정 신부님이셨다. 멀리서 오신 귀한 손님
신부님의 미사강론 때 난데없이 갓난애가 울어대는 바람에 강론분위기가 깨지고 말았으니
교우들은 민망했고 신경질이 났다. 그런데 잠시 멈칫했던 정 신부님은 강론 줄거리와는
관계없는 말씀을 한마디 하시었다. “여러분은 애가 성당에서 울어댈 때 어떤 생각을 하셨
습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그야 짜증스러웠죠, 뭐’하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 신부
님의 말씀은 의외였다. “여러분은 애들이 성당에서 울 때 너무 사납게 대하지 마세요. 말도
못하는 애가 하느님을 찬미하는 길이란 우는 길밖에 없단 말입니다. 찬미하는 노래로 들어
보세요.”

-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의 어느 본당에서 강론 중에 있었던 일이었다. 신부님이 강론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애가 강론하는 신부님 앞까지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신부님은 그 애를
상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강론을 하였다고 한다. “아가, 너 나한테 오겠니?” 이애는 겁도
없이 신부님 앞으로 갔다. 신부님은 아기를 번쩍 안아 올린 채 애와 이야기를 나무면서
강론을 했는데 애도 좋아했고 신자들도 모두 실감나는 강론을 들었다고 했다. “구하라,
주실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아? 그건 말이야, 엄마 아빠한테 조르는 거 있지. 바로 그거야.
하느님께 조르면 주신다 그 말이야.”


[ 6. 콩 볶듯 한 잽싼 성호 ]

-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인 남미 사람들은 이마에 십자성호를 잘 긋는다. 월드컵 경기
텔레비전 중계방송에서도 남미 선수들중에 십자가를 긋고 출전하는 선수의 모습도 눈에
보이고, 코너킥 하는 중요한 순간 습관적으로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선수도 보인다. 너무
습관이 되어 그야말로 번개에 콩복듯한 잽싼 십자성호여서 천주교 신자가 아니고서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급해지면 하느님께 행운을 비는 습관적인
몸짓인 듯 하다.

- 새로 가톨릭으로 입교한 교우들의 특색은 매사에 정렬적이고 의욕적이고 십자성호를
그어도 배운 대로 아주 정확하게 긋는다고 한다. 그러나 몇 대 째 조상 때부터 이어오는
가톨릭 집안 출신 이른바 구교우 집안 사람들이나 영세한지 오래된 사람들은 대체로
뜨뜻미지근한 상태의 신앙을 유지하면서 십자성호도 습관적으로 긋는다고 한탄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사람을 분별하는 고정관념은 밝은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제는 누가 더 십자성호를 정확하게 잘 긋느냐, 누가 더 많이 아느냐, 누가 더
선배냐, 누가 더 교회 일에 열심인가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은 자유다. 그것보다는 영신적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이 얼마나 더 많이 마음속
깊이 인호처럼 박혀 있어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의 훈훈함을 표양으로 보이고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 7. 신식 교우들의 문상풍경 ]

- 예의범절이란 고리타분한 봉건시대 때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했던 낡아빠진 율법 같은
것쯤으로 매도해버리려 드는 신식 사람들이 꽤 많은 것같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우리
예법엔 편안하게 무식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고유의 생활예절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어가고 우리네 생활 속에는 원칙이나 표준이나 전통같은 것이 자꾸 사라지고 있다.
민족이나 사회나 문화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전통을 계승하려면 생활규범부터 이어
받아야 한다.

- 초상집에 갈 때 복장은 어떻게 하고 상주에겐 어떤 인사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은 젊은 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교우들에게도 얼마든지 있다. 서양식도
모르고 한국 고유의 예절도 모르고 교회예규는 더더군다나 생소한,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식 교우들을 위한 친절한 생활규범 같은 길잡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 8. 사람 마음 움직이는 대화법 ]

-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생각, 판단, 철학, 취미, 신념, 종교 등은 타당하고 옳은 것으로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남의 단점이나 파헤쳐 충고라는 이름으로 말하는 것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카네기는 말하고 있다. 진정으로 충고할 일이 있거든 칭찬
거리를 먼저 발견해 말해주는 순서를 밟으라고 가르친다.

-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선 남의 발언에 대해 존중해줄 줄 아는 기초훈련부터 되어야 한다.
공감이 가는 말에는 말이나 표정으로 맞장구를 쳐주는 표현도 생활화되어야 대인관계가
밝아진다. 다른 말을 남이 할 때는 그 당장에 반격을 가하기보다는 자제하며 남의 말을
관심 있게 다 들은 뒤 칭찬거리부터 찾아서 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 9. 예수님의 생일 잔치 ]

- 미국에 가서 처음 가서 놀란 것중의 하나는 크리스마스 밤이 그야말로 ‘고요한 밤’이란
점이었다. 교회에 다녀와서는 모두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며, 헤어졌던 가족들도 모두 모이는 날이었다. 상가도 모두
문이 닫혀 죽은 듯이 조용한 거리가 된다. 예수님의 탄생은 인류 전체의 이름으로 축하해야
할 즐거운 큰 명절임에는 틀림없지만 문제는 즐겁게 지내는 질인 것이다.

-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실감나는 시간이 잠시라도 마음속에 흐르지 않으면 의미없는
축제가 된다. 미사중에 쉴새없이 오색찬란한 깜박이전등이 깜박깜박 켜졌다 꺼졌다 하니
고요한 마음이 산란해져 눈에 거슬릴 때가 있다. 제단 가까이에는 깜박이 전등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신부님도 계신다. 고요한 밤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고, 고요한
마음부터 먼저 만든 후 찬미의 기도와 노래를 불러야겠다. 해방 전후, 가난했던 성탄의 밤,
그 춥고 고요한 밤이 그리워진다. 가난한 이들이 모여 가난하게 먹었던 성탄 밤의 떡국이
생각난다.


[ 10. 전화벨이 세 번 울 때 ] p69

- 서비스 기관의 전화예절에는 ‘전화벨’이 세 번 이상 울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서비스기관으로선 ‘낙제’라고 한다. 성당에서 주일이어서 바빠 전화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욱 전화 서비스가 잘 될 수 있도록 본당 교우들이 협조하여 긴급
전화받기(핫라인)제도 같은 것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교우들이 손님접대 일선에
나서 사무장이나 본당신부님의 접객 일손을 덜어드리면 어떨까? 서울 oo 본당에서는
전화사서함 제도를 도입하고 미사, 교리시간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이고 신선하다.

- 굶주림을 호소하는 이, 마실 것을 찾는 이, 또는 보금자리를 찾는 이의 전화나 방문일
수도 있다.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갇힌 양심수의 한 맺힌 소리가 언제 우리
곁에 찾아올지 모른다. 아니 바로 예수님이 그들의 모습으로 우리 가정에, 우리 성당에
전화로 또는 방문객으로 찾아올지 모른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 11. 아름다운 미사는 누가 만드나 ]

- 아름다운 미사를 위해서는 사제뿐 아니라 미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훈련과 노력이
있있어야 한다. 합송기도를 잘하고 있는 곳은 어김없이 전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한 목소리로 가다듬어야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수도원에서처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할 리 없다. 자신의 빛깔 있는 진한 목소리를 기도 때만은 잠시 죽이고 다른 이웃과
한 목소리가 되어 주님을 찬양하자는 것이 합송아닌가. 이는 겸손없이는 남들 속에 석일
수 없다는 교훈이며, 가톨릭의 특색 있는 기도방법이다. 주변에는 아름다운 미사를 상처
입히는 자질구레한 분심거리들이 있다. 주송자(해설자), 복사들의 자세, 성서봉독(독서자),
사제의 강론, 신자들의 기도, 신자들의 행동 등. 분심이 되는 모든 요소들이 아름다운
미사를 망치는 주범이다. 우리 모두 사제와 함께 합심하여 아름다운 미사를 만들자.
수도원에 참여한 아름다운 미사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 12. 쓴 짝과의 우정 ]

- 남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그리고
즐겁고 밝게 유지하기 위해서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욕구를 조절하며 살게 되어
있다. 법으로 규제받기도 하고 또는 사회규범(관습이나 예의범절, 에티켓)으로 조절되기도
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기분 내키는 대로, 욕심나는 대로 다 하고
살 수 없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들은 크고 작은 각 개인들의 욕망
때문에 경쟁, 충돌, 아귀다툼의 싸움터로 바뀌게 되는 수도 있다.

- 우리가 먼저 단짝뿐 아니라 쓴짝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참된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제 욕심만 차리고 제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친절하고 흥겹게 즐기고 대화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형제들
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마태 5,46-47)


[ 13. 가톨릭 문화재 관리가 시급하다 ]

- 하느님께 제사 올리는 성전만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성당을 잘 꾸미는 신부님들의
한결같은 변이다. 사람이 꾸밀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다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교회
예술에 눈뜬 신부님들의 공통된 교회 건축관이다. 언제나 새롭게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그리고 떤 특정인에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만인에게 골고루 편안하고 아름다움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가톨릭 예술
작품이 저명한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적극적인 신부님 같은 분에 의해 성전이 잘 모셔
졌다해도 보존책이 허술하거나 잘 강구되지 않으면 제 구실도 못하고 생명력을 잃기 쉽다.

- 한국 천주교회 직속이나 각 교구청에 가톨릭 문화재 관리국 같은 부서가 설치되었으면
한다. 가톨릭 문화재로 지정될 것에는 성당, 조각품, 그림, 제대, 유품, 고서화 등이 있다.
절두산 순교 기념관이나 한국순교복자 수녀원이나 천진암 같은 데서 수집한 귀한 자료에
‘가톨릭 문화제 제 o 호’ 같은 표기가 눈길을 끌게 된다면 이는 확실한 문화재에 대한
효과적 이기고도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교우집 한쪽 구석에 놓여진
녹이 묻어있는 옛날 묵주, 곰팡내 나는 공과책, 할아버지가 쓰던 문답책, 예규책 등이
일약 가톨릭 문화재로 각광을 받을지도 모른다. 가톨릭 문화재가 흩어지고 깨지고 사라
지기 전에 강력한 보호관리책이 시급하다.


[ 14. ‘새 하늘 새 땅 새 여성’의 독후 소득 ]

- 생확성서사에서 발행한 ‘새 하늘 새 땅 새 여성’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을 통하여 성서에서
부딪쳤던 갖가지 회의적인 응어리들을 거두어낼 수 있었으며, 성서는 남성들의 권위유지를
위한 가부장제의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여성에게도 새로운 의식의
눈을 뜨게 해줄 책이었다. 여성신학이란 차원에서 성서에 숨어 있는 여성에 대한 대접이
어떠했는지 알게 되었고, 알게 모르게 짓밟아온 여권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여성사제가 가톨릭에서도 탄생할지 모르겠으나 인정되지 않는 사제직이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밖의 모든 분야에서는 여성들이 스스럼없이 그리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이제
서서히 불고 있는 교회의 개혁 물결은 한국의 유능한 가톨릭 여성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맑은 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15. 한 시간에 한 번씩 미소 ] p99

- 하버드대학교의 윌리엄 제임스라는 교수는 “감정이 동작을 만들기는 하지만 반대로 동작을
앞세워 감정을 조절할 수도 있다.” 라고 했다. 미소라고 하는 동작을 앞세우다보면 감정도
화사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공동체에서 서로 어울릴 때는 쾌활한 표정을 짓고, 말도
경쾌하게 하려고 노력하면 마음도 밝게 바뀐다는 것이다. 표정을 억지로 만들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먼저 불러일으켜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려
보는 방법,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님의 사랑이 넘치는 표정을 닮도록 하는 방법, 귀여운
아기를 쳐다보는 행복에 찬 엄마의 표정을 모방하는 방법 등이다. 매일 한 시간에 한 번씩
미소 짓도록 해보라고 외친, 데일 카네기의 말은 확실히 금언이다. 하느님을 만나는 날만은
신부님도, 복사들도, 신자들도, 너도, 나도 모두 사랑이 넘치는 미소 짓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 16. 신부도 사람이다 ]

- 사람이란 정말 묘한 동물인 것 같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떤 이는 좋고 또 어떤 이는
싫다. 만나서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고 준 것 없이 보기만 해도 미운 사람이 있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 사람의 성품도 천차만별이다. 성직자도 사람인 이상 제 나름의 독특한 성품을
갖고 있다. 우락부락하고 괄괄한 신부님이 있는가 하면, 언행이 조용하고 양순한 신부님도
있다. 매사에 사색적이고 판단에 있어 심사숙고하는 신부님이 있는가 하면, 감성적으로
쉽게 판단을 내리는 신부님도 계시다. 신부님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에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답게 느끼고, 화가 날 자극을 받으면 화가 치민다. 다만 성직자로서 자중하고
참고 견디는 것이 우리와 다소 다를 수 있는 성덕이 있을 뿐이다.

- 신부님도 사람이다.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꿈과 욕망이 있고 즐거움과 슬픔도 있다. 긴장을
풀어 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와 똑같이 고민도 하고, 쉴 새 없이 생활 주변에서
혀를 날름대는 사탄의 유혹에 시달림도 받으며 살아간다. 같은 사람이면서도 신부님은 단
한번뿐인 인생 전부를 송두리째 하느님께 바친 귀하고도 거룩한 봉사자이다. 그게 어디
아무나 되는 일인가.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존경의 대상이 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애쓰고 있을 사제들을 아끼자. 인간적인 성품의 약점을
꼬집기 전에, 먼저 예수를 닮은 사제가 되도록 열심히 기도드리자.


[ 17. 왼손잡이들의 나라 ]

- 아프리카 남부의 마다가스카르 섬의 안따나스 족들은 거의 모두 왼손잡이들이다. 오른손
잡이가 있었지만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하여 어릴 때 적당히 처치해서 온통 왼손잡이 나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사회에서는 오른손잡이를 온통 병신 취급할 것임에 틀림없다. 자기의
건강을 표준삼고 그렇지 못한 쪽을 병신으로 매도하거나 ‘적당히 처치’ 해버릴 하찮은 것으로
경멸하려 드는 일들은 커다란 인권유린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꿀벌이 다른 동물보다도 존경스러운 까닭은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다른 자를 위해서
일하기 때문이다. 원숭이 세계에서도 어미를 잃고 앓고 있는 새끼 원숭이가 있으면 양자로
데려가 치료해주고 길러준단다. 우리도 장애인들을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우하며
반기는 이웃이 되어야겠다. 성당이 항상 그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랑의 프로그램도 주관하고, 그들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직장을 알선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랑에 굶주린 이웃들은 우리들의 따뜻한 정을
먹고 사는 귀한 이들이다.


[ 18. 악마의 변호인 ]

- 가톨릭에서 복자나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악마의 변호인’의 시달림을 받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 103위 성인성녀들도 예외 없이 악마의 변호인들로부터 호된 시련을
겪었음에 틀림없다. 순교한 자료와 기록만 있으면 덮어 놓고 다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재판 절차와 흡사하여 복자품이나 성인품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성인
측의 변호인이 있고, 이 주장과는 정반대로 성인이나 복자가 되기에는 흠이 있다고 성인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는 검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證聖官)이 있다. 이를 ‘악마의
변호인’이라 부른다. 이 직책은 11세기 초엽에 설정되었고 바티칸시국 시성 성성에 소속
되어 있다. 이는 교회가 자격 없는 후보자를 복자나 성인의 품에 올리는 일이 없도록 돕는
자이므로 교회의 변호인 또는 하느님의 변호인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 성인이나 복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마의 변호인이 있어야 하듯 본당에도 국회의
야당 같은, 재판소의 검사 같은 존재가 필요하며 공동체 안의 여러 목소리를 대변할 ‘본당
안의 악마의 소리’가 필요하다. 반론이나 비판세력이 있어야 교회도 발전하고 본당도 발전
한다. 자기 말을 안 들었다고 신앙의 길도 막는 거짓말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가톨릭 지도자를 위한 특별강습회나 피정에는 모름지기 악마의 변호인의 시련에 지혜롭게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과 비판과 비방의 소리도 듣고 수용할 줄 알도록 하는
훈련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회의 지도자의 귀는 교회의 변호인 말을 듣기 위해 언제나
활짝 열려 있어야 겠다.


[ 19. 사랑으로 뚫린 말길 ]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가톨릭은 말길(말문)이 열린 체제로 바뀌었다. 교황, 주교,
신부, 평신도를 수직적으로 나누기 전에 우리는 모두 다 같은 그리스도 신자임을 환기시킨
공의회 정신을 받아들인 때문이다. 교황은 높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
호칭되고 있다. 교회 안에서 우리는 서로가 종이며 시중꾼이다. 공동체의 보다 나은 발전과
공동선을 위하여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것이 공의회 이후의 경향이며, 이러한 면들은 교회의
밝은 변화라 할 수 있다.

- 말이 모두 말이 아니듯 교회 안의 모든 말들이 약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동기와
취지에 독이 묻은 말은 사람을 해치고 공동체를 해친다. 영성생활 연구소장 주 예레미야
신부님은 “한국 교회는 권위주의적이고 물질적이므로 교회가 쇠퇴할 위험이 있다.”
(사목 162호)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교회 안에 사랑으로 뚫린 ‘말길’이 활발하게 제 구실을
하는 한 이 걱정은 지나친 기우이다. 어떤 공동체이건 말길이 열리면 숨통이 뚫린다.


[ 20. 성인이 태어나게 한 일기 ] P129

-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일기에 속한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이 일어나 왜적들이 우리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무렵, 7년 동안 쓴
이 일기는 세계적인 것이다. 이 일기는 전쟁터에서 집필했고, 수량도 7년 동안의 진중일기
인데다 그 내용이 또한 다양하며, 거기에 일류문장가로서의 글과 명필, 신필에 속하는 서체가
들어 있어 최상급의 예술품에 속한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도 이에 못지않은 세상에 자랑할
만한 일기가 있다. 순교자들에 관한 상황을 면밀하게 기록한 <기해일기>이다. 특이한 것은
<안네의 일기>나 <난중일기>처럼 그 어떤 특정인의 일기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일기라는
점이다.

- 이 <기해일기>는 우리나라 순교자들이 복자가 되고 성인이 되는 조사과정에서 귀한 자료
로써 결정적인 구실을 하였다. 어찌 보면 성인을 탄생시킨 일기가 된 셈이다. 가톨릭의 성인
성녀는 엄격하고도 까다로운 갖가지 심사와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록과 자료이다. 한국에 파견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성직자들의 보고서, 편지, 메모 등이
있었기에 ‘달레’는 한국 땅에 와본 적도 없으면서 방대한 <한국 천주교회사>를 발간(1874년)
할 수 있었고, ‘로네’는 <한국순교복자전>(1925년)을 내놓을 수 있었다.

- 교회의 역사 기록을 위해 본당의 움직임, 교구가 하고 있는 일, 어떤 공동체의 회의 내용
등을 기록으로 남겨야만 그것이 본당사가 되고 교구사가 되고 그것이 모아지면 교회사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기구 편성이 있어야 하겠다. 앵베르주교가 현석문에게
<기해일기>를 쓰도록 명했듯이 제도적으로 어떤 공동체이건 그 기구 속에 반드시 문서기록
부서를 두고 기록과 문서보존을 의무화시켰으면 한다. <난중일기>나 <기해일기> 같은 탁월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작은 기록들이 우리의 소중한 보배로 더 크게 각광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교회 공동체의 정확한 기록보존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구슬을 꿰는,
보배 만들기 작업이다.


[ 21. 뜻밖에 쏟아진 은총 ]

- 나의 심장질환이 처음으로 발작된 것은 1984년이었다. 쓰러진 채로 실려온 나에게
구급실 요원들은 산소마스크부터 얼굴에 씌웠다. 간호원들은 바삐 움직이며 내 손목, 발목,
가슴에다 거미줄처럼 엉킨 심전기의 여러 갈래 줄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조금만 늦게 병원에
왔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한다. 주치의는 심근경색증으로 위급상태라 응급실에 더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도무지 위급상태가 실감나지 않았다. 물에 빠진 상태였지만
나는 기도의 지푸라기조차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위급한 지경에서도 하느님께
매달릴 생각조차 않고 멍청하니 의사의 의학적인 조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도조차 잊고
지내온 시간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보통 교우의 신앙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잘 것 없는 신심
으로 사목회장이니 신심단체의 뭐니 해가며 앞자리에서 얼쩡거리며 살아온 지난날의 전력이
끔찍한 생각이 들 정도로 부끄러웠고 창피스러웠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신앙의 도를
자연스럽게 잴 수 있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 그 후 나는 ‘이 병에서 회복이 되면 조금이라도 남에게 소용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힘쓰겠다.’는 신통한 다짐도 하게 되었다. 내 영혼이 온통 세속적인 것으로 오염되어
하느님의 자리가 없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다짐’ 같은 청량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퇴원 후 절대 안정이 필요하고 과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까지 받았으나 필라델피아
성당의 청년들을 모아놓고 ‘류대철’ 순교극을 몇 달 동안 연습시켜 가톨릭 미 동부지역
청년축제에 연극 프로를 제공하기도 했다. 밤늦게까지 연습이 계속되었지만 즐겁기만
하고 피로한 줄도 몰랐으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이는 나의 ‘다짐’을 받아들여주신
은총의 흔적이라 생각된다.

- 하느님은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충격적인 방법을 통해서 제동을 걸어주셨다. 정말
감사드렸다. ‘우선멈춤’의 교통표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이제는 좌우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인생길을 사려 깊게 살펴가며 걸어가야겠다 싶었다. 매일 아름 드리나무
들이 우거진 공원을 산책하면서 나의 빛바래고 허술한 신앙의 모습을 조용히 점검해 보았다.
나에겐 당장 고요가 필요했다. 조용하게 있고 싶었다. 아옹다옹하는 생존경쟁의 싸움터에서
피해 살고 싶었다.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가까운 뉴저지 남부 한적한 시골 땅으로 이사를
했다. ‘이젠 슬슬 갈 준비를 해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 주요 동기였는지도 모른다.

- 그 후 나는 세 번이나 입원을 한 끝에 결국 심장동맥이식이란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니 세 번의 병실 피정 끝에 마침내 수술실 피정까지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주님에게 맡기고 수술실에 들어선다는 것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술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놀랄 정도로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병자성사도 받았고, 전날 밤 쓴 유서도 서랍 속에 슬며시 밀봉한
채로 넣어 두었다. 장장 여섯 시간의 길고도 지루한 수술시간에 숱한 기도들이 나를
위해 도처에서 바쳐지고 있었다 고 한다. 평생을 두고 수술을 전후한 이 6년간의 심장병
치료의 세월이란 늘그막에 철이 들게 한, 그야말로 영신상의 명오가 열리는 기간이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도 힘겨워했던 성서와의 관계가 차츰 친숙한 관계로 변해
가는 것이었다.

- 성서 40주간도 수료했다. ... 내가 죽는 날까지 애를 써본들 얼마만큼의 보화를 이 성서
동산에서 캐낼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나는 매일 한 시간 정도 촛불을 밝히고 성서를 읽고
노트를 한다. 마음이 내키는 날에는 두어 시간 성서를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기쁨도
맛보고 있으니 이는 기적 같은 신비한 은총의 선물이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어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이사 5, 4-5)


[ 22. 방울네와 말찡이 ]

- 가톨릭 용어도 많이 바뀌었다. 첨례날을 축일로, 매괴(묵주)신공을 로사리오 기도로,
성로신공을 십자가의 길로, 본당신부를 주임신부로 부르게 되었으니 이것도 교회개혁
작업의 한 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그동안 가톨릭용어 개정을
위해 전문학자나 성직자에게 맡겨 꾸준히 심의해 왔다. 본명을 세례명 또는 영명으로
고친 것은 잘한 것 같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세례명으로 불리며 자랐다. 외인들까지도
나를 토마스라고 불렀다. 천주교 집안의 습속대로 남매들의 이름을 온통 세례명으로
불렀다. 누나는 세례명이 바울라였는데 동네사람들은 ‘방울네야’하고 불렀으며, 동생
말딩은 ‘말찡’으로 불렀다.

- 우리말로 편입된 외래어의 범람도 문제이지만 가톨릭 안에도 생소한 외국어들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면, 울뜨레야의 공지시항이다. “제o차 꾸르실료를 개최하오니
꾸르실리스타들께서는 미리 빨랑까를 준비해주시고 마냐니따에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레지오 마리애도 마찬가지다. “나는 세나뚜스에 가봐야 하니 오늘 쁘레시디움
에는 참석 못할 거예요.” 이렇게 너무 남의 나라 방식에 얽매여 있는 것 같아 답답한 점이
많다. 한국 가톨릭문화는 언제까지 이렇게 외래문화에 질질 끌려가야만 하는지. 교황
비오 12세와 요한 23세께서 교회가 결코 로마나 유럽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것임을
밝히려고 무척 노력했던 점을 상기해볼 일이다.


[ 23. 반세기 넘긴 메아리 추억 ]

- 메아리 클럽은 1951년 여름, 1.4후퇴 당시 집단으로 피난길에 올랐던 서울 가톨릭
합창단원이 대구에서 해산된 뒤 부산 피난길에서 다시 모인 단원들의 모임이다. 전란의
포연 속에서 나마 명동성당 합창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싶어 또다시 모인 것이었다.
이 모임은 당시 해군 군종장교로 계셨던 류봉구 신부님의 미사전례 전속성가대가 되었다.
... 이제 메아리는 노인들의 친목단체나 동창회 같은 차원에서 벗어나 그 뿌리를 깨우쳐
주는 일에 앞장을 서야 한다. 자료를 정리하여 넘겨주는 일도 했어야 했다. 노래로써
반세기 동안 아름다운 기도를 바쳐온 메아리들은 가끔 모여 회식이나 즐기며 추억 속에만
빠지는 친목차원에서 벗어나 가톨릭 공동체의 일치를 위한 마지막 봉사를 준비해야 한다.
전통을 자랑하는 명동성당의 가톨릭 음악문화 잔치가 펼쳐졌으면 좋겠다.


..................... 제2부


[ 24. 별난 신부들의 매력 ]

- 신부님들 중에는 별난 분들이 꽤 많다. 만년 교회력을 만들어놓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지식이 대단한 표 신부님, 쇠붙이 추 하나를 갖고 지하의 물줄기를 찾거나 광맥을 찾는
신 신부님, 털 생산용 양들을 돌보던 수의사에서 진짜 양떼들의 영혼을 돌보는 목자가
된 이시돌 목장의 서양 신부, 자가용 비행기를 손수 몰고 다니며 주일마다 장거리 출장
미사를 집전하는 미국인 한 신부님, 공과대학 출신으로 해외연수기술자로 발탁된 우수한
엔지니어였다가 뒤늦게 신부가 된 김 신부님, 유명한 동경 물리학교 출신의 장 신부님,
성령쇄신운동에 전심전력하고 계시는 왕 신부님, 남을 돕는 재미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칠십 나이의 보좌신부로 있는 이 신부님 등 별난 신부들이 계시다. 한 인간이 사제로
부르심을 받을 때 하느님께서는 무엇인가 보통사람하고는 다른 어떤 별난 특성을 사제
에게 부여하는가 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사제들에게는 사제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종순 신부 자서전 ‘당신의 종 여기에’에서)


[ 25. 애정 생활의 점검 ] p173

- 사랑이란 주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 말 속에는 희생이란 뜻이 담겨 있다.
사랑에 눈뜰 무렵,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바치고 싶어 한다. 거기에는
조건도 계산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사주고 싶고,
먹이고 싶고, 입히고 싶은 그 순수한 마음속에서 사랑이란 어떤 모습인가를 엿볼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곡해한 나머지 제 분수 넘치게 물질만 바치다가 사랑도
놓치고, 신세도 망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사랑을 화려한 선물이나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된 때문일까? 다이아 반지의 무게가
사랑의 무게로 환산되는 황금주의와 물량주의 물결이 현대의 사랑관을 흐려놓고 있다.

- 우리 주위에는 돈을 벌기 위해 뛰다보니 가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부부의 사랑
관계는 어느 상태에 놓여 있는지 거들떠볼 겨를조차 없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돈을 버는 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지 삶의 목적이 아니다. 가정의 사랑의 농도를
점검해본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성해 보는 일도 될 것이다.
생명을 희생으로 바쳐가면서까지 가르쳐준 예수님의 참사랑 뜻은 부부의 애정 관리에
있어 핵심체로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 집에 사랑은 있는가.’ (‘한국일보’ 뉴욕판)


[ 26. 악어의 눈물 ]

- ‘악어’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급 핸드백이나 고급 악어가죽 가방이다. 또한 고급스러운
옷에도 악어 상표가 붙어 있어 악어의 인상은 고급스럽고 멋지다. 그러나 서구 사람들은
악어를 위선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악어는 먹이를 구걸할 때 눈물을 글썽인다는데 실은
엉큼하게도 먹고 있으면서까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악어의 눈물은 헛눈물
이다’라는 말이 생겼고, 그런 까닭에 악어를 위선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 겉모양이 악어처럼 멋지고 번지르하고 고급스러운 사람이 들끓는 세상이다. 먹이를
위해서, 아니 배불리 먹고 있으면서도 엄살 부리며 악어의 눈물을 글썽거리는 위선자들이
많다. 이웃을 돕는 일, 교회 공동체를 위한 봉사에는 어떤 핑계나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아이(이집트 전설에 나오는 악어와 어머니 이야기 속의 아이)를 해치려 드는 악어의
흉악한 마음보가 내 속에 깃들여 있지는 않은지 한번 반성해보고 싶어지는 사순절이다.
(‘평화신문’ 뉴욕판)


[ 27. 밀고의 키스 ]

- 부활절 사흘 전날을 ‘Good Friday’라고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좋은 금요일이란
뜻이다.예수님은 죽음으로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으니 ‘좋은 날’로 삼은 슬기도
알 것만 같다. 서구 사회에서는 한술 더 떠, 이 수난의 날을 ‘Good Friday’라고 달력에
적어 놓고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바로 이날 예수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사형집행을
당했다. 결국 예수는 당시의 최고 지성인들이라 할 수 있는 최고회의 의원들에 의해 법
절차를 거친 것처럼 위장된 가운데 살해된 것이다. 로마제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은
그 똑똑한 머리들이 예수를 죽인 것이다. 우리는 이 똑똑한 사람들이 곧잘 일을 저지르는
것을 역사 속에서 많이 봐왔다. 이승만 정권 때 내가 몸담고 있던 <경향신문>이 폐간을
당한 적이 있다. 이때 언론자유의 목을 조른 사람은 민주주의의 교육을 미국에서 철저히
받은 이른바 똑똑한 사람이었다.

- 유다는 로마병사들에게 “내가 키스하는 이가 예수이니 체포하라.”고 일러 놓고 예수님께
키스를 한 사람이다. 정말 별난 키스이다. 결국 그 독이 묻은 키스의 신호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 놓은 것이다. 예수는 바로 유다라는 똑똑한 사람의 밀고로 잡혀가 죽었다.
그러나 그는 자책 끝에 받은 돈을 되돌리려 했고 마침내는 목매달아 죽었다. 우리들은
유다를 배반자의 최고 표본 인물로 생각하고 2천 년 동안 살아 왔다. 우리 주변에도 유다
보다 더 비겁한 밀고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유다 뺨칠 정도로 예수를 팔아먹는 사람도
즐비하다. 그 수법도 다양하고 지능화되었다. 유다 앞에서 누가 과연 돌을 던질 것인가?
현대의 유다들은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나라와 사회와 교회를 병들게 하고, 양심을 지키는
이들을 십자가에 매달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흘 후 온 누리에 울려 퍼질 예수
부활의 종소리가 기다려진다. (‘한국일보’ 뉴욕판)


[ 28. 어느 날 갑자기 ]

- 미국에 와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유서 쓰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남의
집에만 찾아들 듯한 불행한 일이 예외 없이 우리 집에도 찾아든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유서쓰기를 기피한다. 다정하게 살고 있는 부부도 반드시 언젠가는 과부 아니면
홀아비가 된다. 이것은 틀림없는 일인데도 이것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짧은 인생을 보람
되게 바칠 줄 아는 슬기도 가꾸어야겠고, 자기 공명을 위해 남을 헐뜯거나 짓밟는 어리
섞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윤동주 시에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생을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웃이 겪는 ‘그 어느 날 갑자기’ 속에는
많은 묵상거리가 숨어 있다. 항상 죽음 앞에 임하는 심정으로 산다면 어찌 남과의 불목
관계를 풀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어떤 천주교 성직자 묘지 어귀에 새겨져 있는 묘비의
글귀가 자꾸 되새겨지는 요즘이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 (일간 뉴욕)


[ 29. 부부 사랑 공부 ]

- 부부 사랑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부부 사랑의 열기 때문인지 2박 3일의 M.E(부부
주말모임/Marriage Encounter) 대회장은 그야말로 정열과 흥분의 도가니 바로 그것이었다.
M.E 운동의 원리는 간단하다. 부부 사랑을 불씨로 삼아 가정을, 교회를, 이웃을 그리고
온 세상을 평화롭게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1950년대에 스페인의 ‘가브리엘 칼보’라는
가톨릭 신부에 의해 비행 청소년의 선도책으로 시작되었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어두운 환경의 가정 출신이라는 데 주목한 것이다. 어두운 가정은 원만치 못한
부부 관계에서 비롯된다. 부랑 청소년을 선도하려면 먼저 그 부모의 부부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도된 사랑의 운동이었다. 이제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십만 명으로
M.E 가족들이 번져나가고 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할 때 자식에게 참 사랑을 심어줄 수 있고
가정이 평화롭다. 가정이 평화로울 때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
사랑의 원동력인 부부 사랑 없이 어떻게 사회에 봉사할 수 있고, 또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한국일보’ 뉴욕판)


[ 30. 영적인 송수신기 ] p194

- 사람마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통로는 다 다르다. 매일, 아니 순간순간 숨 쉬는 동안에도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가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기 위해서 신심단체에 참여하기도 하고,
피정도 하고, 공동체 일원이 되어 봉사도 하고, 남을 위해 희생을 바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하느님의 은혜가 나한테로 수신되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감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신기는 각자 신심도에 따라서도 다르고, 그 사람의 교육적 배경이나 문화적
수준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개인에 따라서 자기에게 쉬지 않고 송신되고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바로 수신할 수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특은을 받은 이로부터 이삭을
줍는 경우도 있다.

-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기계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때때로 기도했다고 해서 영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어떤 방법으로라도
감사하고, 또 이웃에게 사랑을 되돌리고 나눌 줄 아는 구체적인 자기 나름대로의 방안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신심단체나 각종 피정(묵상회)에 참여하여 하느님의 신비로운 은혜의
소리를 듣도록 노력해야 겠다. 죽는 그 순간까지 해야 될 노력이긴 하지만, 신앙에는
경쟁도, 비방도, 자랑도, 교만도 있을 수 없다. 믿음 속에 사랑을 배우고 익히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 31. 부도난 기도 ]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모처럼의 축원의 말을 흔해 빠진 인사치레로 덮어놓고
매도할 것까지는 없다. 그 속에 기도의 마음이 묻어 있을 수도 있고, 복 받는 새해가
되라고 격려하는 정성이 스며 있을 수도 있다. 푸짐한 복 속에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드니 흐믓하다. 표현 자체야 빈말처럼 들리기 쉬운 “복 많이 받으세요.”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 기도하는 마음을 섞으면 정성이 깃들게 되고 정말로 승화되기 마련이다. 나는
성탄카드나 연하장을 보낼 때는 상대방이 처해 있는 상황을 잠시 머릿속에 그리면서
그 사람에게 할 인사말을 짤막하게 쓴 다음 하느님의 은총이나 복이 충만히 내리기를
빈다고 써넣는다. 바로 그때, 그런 글을 쓰는 순간에 상대방에게 복이 충만하기를 빌어
주는 화살기도를 하는 것이다.

- 우리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란 인사말을 예사롭게 한다. 새해 인사 카드에뿐만
아니라 병자방문 때 또는 고통을 겪는 이를 위로할 때도 이런 말을 흔히 한다. 나도 기도
하겠다는 약속을 그리스도인들이 힘들이지 않고 인사치레할 수 있는 말 정도로 생각하고
함부로 난발했던 것이다. 마치 잔고도 없이 수표를 남발한 것처럼 기도를 남발한 것이다.
그 ‘부도난 기도’의 엄청난 보속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든 새해에 복을 나누고
서로 빌어주려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에 나도 화살기도로나마 동참하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다. (미주 ‘가톨릭다이제스트’)


[ 32. 서비스의 홍수 ]

- 한국에서 번역된 <예수의 광고술>이란 책의 본 이름은 ‘The Man Nobody Knows/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다. 목사 아들인 저자 브루스 바튼은 한 때 미국의 광고계를 주름
잡았던 광고전문가이며, 작가, 언론인, 정치가였다. 이 책 이름도 저자나 번역자가 한결
같이 광고심리를 십분 활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현대 광고술의 원리는 2천 년 전에 이미
실증’되었다. 그러니 경영인들을 위한 읽을거리는 물론, 봉사를 내세우기 좋아하는
일반인들이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크게 공헌할 만한 대목이 꽤나 있었다. 요즘 세상은
온통 서비스 생활을 하겠다는 사람으로 들끓고 있다. 대통령도, 장사꾼도, 성직자도,
경찰관도, 은행장 등 모두 서비스를 다짐하고 나선 사람들이다. 봉사하며 살겠다는 사람
들이 우리 주변에 자꾸 늘어나고 있으니 차츰 살맛나는 세상이 되려나보다.

- “누가 오 리를 같이 걸어가자고 청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주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서비스의 진수를 말해준다. 서비스 정신은 적어도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바튼 씨는 말한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두 배로 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아마도 최고 지위까지 승진할 것이다.” 서비스의 마음은 남에게 베풀
면서도 나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 33. 마르린 먼로의 행복 ]

- 육체파 여배우 마를린 먼로의 시체 옆에는 수면제 빈병만이 뎅그렁 놓여 있었다.
화려한 생활을 계속해왔으리라 믿었던 그녀가 한 장의 유서도 없이 전 나체로 침대 위에
누워서 한 손으로 전화기를 쥔 채 세상을 떠난 뒤, 그녀의 여배우 생활이 결코 화려하거나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는 여러 일화가 생겼다. 36년간의 생애로 파란 많은 인생을 마감한
먼로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여 2억 달러라는 큰돈을 벌고도 그녀는 죽기 전 여러 차례
우울과 고독 속에서 신경쇠약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세상에 공개되었던 그녀의 메모가
더욱 더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그것은 관능적인 요녀의 한 가슴 속에도 옳은 인생의
길을 찾지 못한데서 오는 한숨과 절망과 초조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명성
이란 것이 나에게는 일시적이며 부분적인 행복의 요소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지만 명성을
끼니 먹듯 누리는 것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단 말이예요.” 먼로는 지극히 관능적인
인생정리를 했지만, 진리에 속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명예를 탐내는 자에겐 좋은
교훈임에 틀림없다.

- 젊은이에게는 정열의 비상구가 없으면 견디기 힘든 생리가 있다. 넘쳐흐르는 정열은
적당히 내뿜어야 한다. 문제는 어디다 어떻게 뿜느냐이다. 종교적인 뒷받침이 없이 정열을
발산한다는 것은 젊음의 낭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마를린 먼로가 바로 이 결론을
실험해 본 인물 같기만 하다. 그녀는 젊은 정열을 관능적인 미로써 세상 사람을 매혹시키는
데 바쳤지만, 시원하기는커녕 점점 자신의 젊은 목숨을 졸라매 들어가는 정신상태에 빠져
고민하게 된 것이다. 현대라고 하는 화려한 세균은 나의 영혼을 보균상태에 놓이게 했다.
이럴 때 마다 나는 굳건한 영혼의 건강을 위해 내 마음의 진정제이며 샘물을 찾게 된다.
우리의 진정한 행복은 오직 주 안에서만이 찾게 되지 않을까? (군종지 ‘PAX’)


[ 34. 애늙은이의 젊은 꿈 ]

- 본디 고희라는 말은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에서 따온 말이다. ‘인생칠십고래히라
(人生七十古來稀라).’ 30세나 40세까지 사는 것이 고작이고 70세까지 살기란 그리 쉽지
않았을 시절, 일흔 살까지 살았다면 그야말로 아주 보기 드문 희귀한 존재로 대접했을
것이니, 그래서 인생 70은 고래로 드물고 귀하다고 해서 고희라 한 것이다. 이제 한국인의
75세로 늘어났다. 77세의 희수(稀壽)되신 분이나, 88세의 미수(米壽) 되신 분, 99세의
백수(白壽)되신 분들이 진짜노인 어른이 된 세상이니 그 어르신네들이 볼 때 나는 새파란
청년으로 여길 것이 뻔하다. 이제 늙은이도 세 갈래로 구분을 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회갑에서 70세까지는 애늙은이라 부르고, 70에서 80세까지는 중늙은이, 90세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참늙은이 노인장대접을 하도록 함이 좋을 것이다. 아이만 낳았다고 어머니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길렀느냐에 따라 어머니로서의 자격이 인정되는 것처럼 어떻게 늙어왔는가에 따라 노인
대접을 받을 여부가 결정 될 것이다. 나이만 먹었다고 덮어놓고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이 있다. 조그마한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낚시를
하러 나간 노인은 뜻하지 않게 조그마한 낚시에 17피트 길이의 엄청나게 큰 참치를 잡았다.
이 커다란 참치를 낚아채는 데는 꼬박 나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생결단의 싸움을
해야 했다. 상어 떼와 같은 모든 장애물들을 간신히 다 물리친 노인은 엄청난 수확을 기뻐
하면서 전승장군처럼 항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항구에 끌고 온, 엄청난 노획물인줄 알았던
그 거대한 참치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뼈의 표본같이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70의 인생항구에 당도한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난 나는 그 노인을 결코 허망
되어 보고 싶지는 않다. 작가인 헤밍웨이도 그 노인의 신명을 다한 며칠간의 사투에 무게와
가치를 부여했다. 그렇다. 이제 나도 바로 그 노인처럼 불굴의 생기로 살아가야겠다.
“피곤한 심장의 고동이 멈출 때까지는 그 무엇이든 늦지 않다.”고 말한 롱펠로의 말이 귀에
솔깃해진다.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제임스 와트는 80세까지 기계설계를 맡았다고 한다.
여든이 넘어선 여러 노인들 앞에서 나는 아직 청년이다. 이제 무엇인가 새로 시작할 일거리를
찾아나서야 겠다.


- 글 마침






금주의 독서 메모 067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요약)/ 2022.01.30.

[ 책 이름 : 막시밀리안 콜베 ]

- 지은이 : 마리아 비노프스카, 옮긴이 : 김동소, 펴낸데 : 성바오로출판사/ 218p
- 막시밀리안 콜베 프로필 : 1894.1. 폴란드 출생, 1907.9. 라부프 소신학교 입학,
1914.11. 로마에서 종신 서원, 1918.4. 사제 서품, 1922.1. '원죄없으신 성모의기사'
창간, 1941. 2. 나치스 경찰에 체포됨, 1941.8.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선종,
1971.10. 시복, 1982.10. 시성
- 내용 :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님의 일대기 (활동과 사상)

[ 표지의 글에서 ]

막시밀리안 신부는 대답했다. “나는 늙었고 아무 짝에도 못 쓸 사람입니다. 살아 있어도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겁니다.” “누구 대신에 죽겠다는 거냐?” “저 사람, 부인과 아이들을
가진 저 사람 대신입니다.” 신부는 슬피 울고 있던 프란치스코 가조프니체크 중사를
가리켰다. 프리치의 호기심은 한 번 더 그의 잔인성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는 알고 싶었다.
“너는 누구냐?” 짤막하면서도 엄숙한 대답이 나왔다. “천주교 사제요.”

[ 머리말 ]

사랑은 결코 멸시당하거나 조롱받을 수 없다. 또한 인간이 사랑만큼 갈구해온 것도 없다.
참된 사랑이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무 사욕 없이 남에게 자신을 주는 것이다.
절망 속에 빠져, 인간과 신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잊어버린 어떤 친구의 도전을 받았을 때
나는 막시밀리안 콜배 신부를 생각했다. 이 신부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 대신에 아사(餓死)
감방에 들어가 죽은 사람이다. “살육이 자행되는 강제 수용소 안에도 성인이 있단 말이냐?
진정한 성인, 자신보다도 이웃을 더 사랑한 성인이 만약 있다면 내게 보여 달라!” 강제
수용소에서 나온 그 친구는 이렇게 나에게 도전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 도전에 응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 강제 수용소의 친구 피에르가 나의 이 반격에 완전히 굴복했다고
나는 감히 선언할 수 있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그 친구를 완전히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두 개의 관 ] p9

- “자, 레문도야, 엄마에게 뭐든지 털어 놓고 얘길 해요. 순종하지 않으면 안돼요.
”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엄마, 엄마가 ‘레문도,
너는 도대체 뭐가 되려니.’ 하셨을 때 저는 말할 수 없이 슬펐어요. 그래서 성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나는 뭐가 되겠나요?’ 하고 물어 봤던 거예요. 그 후 성당에 가서도
그렇게 물었어요. 그런데 성모님이 관을 두 개 들고 제게 나타나셨어요. 하나는 흰색의
관이고 또 다른 것은 붉은 색의 관이었어요. 성모님은 나를 다정스럽게 바라보시면서
‘어느 관을 갖고 싶니?’ 하시는 거였어요. 흰 색의 관은 순결을 나타내고 붉은 색의 관은
순교를 나타낸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둘 다 주세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성모님은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사라지셨어요.” 그때 그의 나이는 열 세 살이었다. 그의 마음은
항상 완전히 성모 마리아에게 사로 잡혀 있었다. (‘레문도’는 수도원 유기서원전의 본명.
그의 전 생애는 이 비밀에 의해 인도되고 조명되었지만 어머니의 엄명 때문에 그녀에게
한 번 말한 후로는 절대적인 침묵을 지켰다)


[ 섭리의 약제사 ] p14

- 성모 발현의 날부터 레문도는 신의 섭리의 신비적인 이끄심에 조용하면서도 영웅적으로
순종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의 전 생애의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서 성모 발현의 특별한 은총
으로 인해 얻어진 것 같았다. 성모마리아로부터 특별히 총애 받는 사람들은 순종의 영웅이
되는 법인데 그들은 평생을, 최후의 희생을 바칠 때까지도 구원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 성모
마리아의 ‘피앗(하느님 뜻에 순종하다)’을 흉내 내는 것이다. 이것이 선택된 사람의 표적이다.

- 레문도는 어머니의 심부름차 약국에 갔다. 약제사는 소년의 똑똑한 태도가 마음에 들어
계속해 물었다. “라틴어도 좋지만, 너 학교에 다니고 있니? 그러자 소년은 숨김없이 이야기
했다. ”아녜요. 형님이 상업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형님은 신부님이 되겠대요. 나는 집에서
부모님을 돌보아야 해요. 부모님은 돈이 없어서 둘씩이나 공부를 시킬 수 없으시데요.
약제사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소년의 태도가 마음에 끌려 이렇게 말했다. “너를 그대로
버려두기 아깝구나. 우리 집에 와서 나한테 공부를 배워라. 그리고 금년 말에 형과 함께
시험을 치르도록 해라.” 친절한 코토프스키 씨는 한 마디로 레문도 콜베의 장래를 결정해
버렸던 것이다. 그 후로 형인 프란치스코와 레몬드는 라푸프의 소신학교에서 공부를 계속
하였다.


[ 성소의 위기 ] p19

- 레문도가 열여섯 살이 되어서였다. 수도원에 들어갈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가 왔었다.
레문도는 주저했다. 그는 순진하게도 군인이라는 직업과, 그의 마음의 여왕인 성모 마리아
에게 온몸을 바친 기사라는 직업이 완전히 일치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관구장
에게 가서 “저는 이곳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성소(聖召)를 느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기로
결심했으나 또다시 섭리의 간섭이 행해졌다. 이 때 어머니가 몹시 감동적인 중대한 소식을
알리려 와 있었다. 셋째아들 요셉이 두 형처럼 수도 생활을 선택했고, 그래서 부모들도
수도원에 들어가 오랜 숙원을 이루기로 결심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버지는 크라쿠프의 프란
치스코회 수도원에 들어가고 어머니는 베네딕토회 수녀원에 들어가기 위해 라푸프에 왔다.
이로써 가족 전부가 하느님께 바쳐지게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바로
마음을 바꾸어 수련원 입원을 청했다. 레문도는 그의 성소를 결정한 이 기념할 사건을 평생
잊지 않았다. 수련원은 ‘낡은 사람’을 서서히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가는 곳이다. 레문도는
죽고 막시밀리안이 태어났다. 레몬드가 어떤 사정으로 이 막시밀리안이라는 수도명을 얻었
는가는 알 수 없다. 1911년 그는 유기 서원(有期誓願)을 했다. 1912년 가을, 장상들은
그가 특별한 재능의 은혜를 받고 있는 것을 보고 로마의 그레고리안 대학에 입학시키기로
결정했다.

[ 로마의 메시지 ] p26

- “어머니, 저는 어머니의 건강이나 행복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
보다도 더 훌륭한 것을 바라고, 하느님도 어머님을 위해 그 이상 희망하실 수 없을 만큼
좋은 것을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만사에
있어 어머님 속에서 행해지는 것, 어머님이 만사에 있어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머님을 위해 제가 바라고 있는 최고의 소원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어머님을 위해
이것 이상의 것을 바라실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목표로 한 영성 생활의
계획이고 그가 철석같은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고 있던 계획이었다.

- 1914년은 그에게는 은총의 해였다. 11월 1일 ‘모든 성인의 축일’에 그는 종신 서원을
했다. 이것은 선량하게 태어난 영혼에게 이미 결정되었던 일이었고 힘찬 상승으로의 초대
였다. 명석한 정신을 타고 났고, 논리를 깊이 사랑하며, 만사에 있어 논리적 결론을 구하고
있던 이 젊은 수도자는 전문가로서 완덕의 길에 투신하고 있음을 자각했다. 강력한 은총이
이것을 도왔다. 이 무렵부터 그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럴 무렵 전쟁이 발발했다.
진실로 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전쟁까지도 유익한 것이 된다. 제1차 대전은
그를 성숙시켰고 제2차 대전은 그에게 영광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놀라운 생애는 결국 두
개의 대전 사이에서 이룩된 셈이다.


[ 성인학의 학습 ] p33

- 막시밀리안 수사는 ‘사랑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라고 요약한 성인학(聖人學)의
첫걸음을, 온갖 고통을 받으면서 빨리 체득했다. 그런데 전 세계를 구원하려는 웅장한
계획을 세우자마자 시련이 총력을 기울여 습격해 왔다. 먼저 각혈, 다음에 심한 출혈이
그것이었다. 로마는 결핵 환자에게 치명적인 곳이다. 그러나 그는 여름휴가 때를 제외
하고는 로마에 머물렀다. 발병한 것은 1917년 여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얼마 안 있어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긴 생애를 필요로 하는 정복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회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프리메이슨(반 교회적 비밀
결사대)이 더욱 대담해져서 난폭해지고 루치펠이 대천사 미카엘을 짓밟는 모습을 검은
바탕에 그린 깃발을 바티칸의 창 앞에까지 내세웠을 때, 그리하여 그들의 교황을 비난하는
선전문을 배포했을 때, 이 프리메이슨과 루치펠의 다른 앞잡이를 함께 맞아 싸울 것을
목표로 하는 회를 창립하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 성모 마리아께서 하시는 일에는 항상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순종에 의해 구속사업을
결정하신 성모님은 모든 선택된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피앗’, 미련 없는 순명, 영웅적인
복종을 요구하셨다. 우리는 ‘순종하지 않는다(Non serviam)’라는 두 말로 요약되는
죄를 범한 악마를 쳐 이기는 데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전면적인 ‘피앗’이 있을 뿐
이다.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는 그 정의로 보아 순종의 영웅이 아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순종의 순교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에 대해 콜베 신부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순종할 수 없는 사람은 성모를 위해 봉사할 자격이 없다. 왜냐
하면 성모 마리아 가장 영광스런 직위는 ‘주님의 여종’이었고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 수도원장 신부의 허가를 받아 1917년 10월 17일 최초의 회원 7명(수사 중심)이
처음으로 회합(M.I/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회)을 가졌다. 이 집회는 저녁 무렵 수도원
내의 어떤 독방에서 방문을 닫아 둔채 아무도 몰래 열렸다. 그들 앞에는 원죄 없으신
성모의 작은 상이 안치되고 그 양쪽에 두 개의 촛불을 켜두었다. 기록과 함께 M.I의 작은
규칙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최초의 회합 후 1년이 되었지만 M.I는 발전하지 못하다가
총장의 축복의 말씀이 문서로 전달되면서 새로운 회원들이 끊임없이 불어났다. 초기의
M.I 활동은 기도하는 일과 기적의 메달을 분배하는 일이었다.


[ 정복의 계획과 무한한 사랑 ] p54

- 신부는 끊임없는 두통으로 괴로워하고 건강을 해치고 있으면서도 그는 모든 시험에
합격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성적을 얻어 최우수로 통과했다. 1915년에는 21세의
젊은 나이로 철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이어 같은 열의를 가지고 신학박사 학위를 준비
해서 4년 뒤 같은 성공을 거두었다. 장상들이 그의 병을 대단치 않게 여겼던 것도 이러한
우수한 성적이 그 이유의 하나였다. 병자가 이렇게 거리낌 없이 모든 시험을 치러낼 수
있을까? 그의 교사와 동료들은 모두 그의 비범한 재능, 특히 과학의 천재성을 칭찬하고
있다. 그는 모든 학과에 우수했지만 특히 수확에 뛰어났다.

- 교황 비오 11세가 영화를 사도직 활동의 수단이요 가톨릭 액션의 도구로 공인했을
때이다. 그는 원죄 없으신 성모의 순결한 보호 아래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가르칠 잡지의
간행을 꿈꾸고 있었다. 젊은 수도자들은 감동하여 귀를 기울였지만 그 후에는 이 웅대한
꿈을 잊고 일상의 사소한 의무에만 충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시밀리안 수사에게는
그것이 꿈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작전 계획이었다. 그는 위대한 꿈의 사나이
로서 전 세계의 정복을 원했고, 그 소명으로 인해 ‘항상 보다 많이, 보다 좋게’를 목표로
삼았다.

- 전쟁이 끝날 때가 가까웠다. 때는 1918년 4월이었다. 그달 28일 로마의 봄이 한창일
무렵 막시밀리안 수사는 사제로 서품되고 이튿날 프라테의 성 안드레아 성당의 ‘기적의
제단’에서 첫 미사를 바쳤다. 이곳은 1842년 성모 마리아께서 유대인 라티스본에게
발현하여 그토록 사납던 이리를 유순한 어린 양으로 바꿔 주신 곳이다. 전쟁이 끝나고
1년이 지났을 때 폴란드의 장상들은 그에게 귀국을 명령했다. 그곳에서 2개의 학위를
얻은 그는 고국으로 출발했다. 막시밀리안 신부가 로마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가장 아름
다운 학위는 성인학의 학위였다.


[ 조롱받는 예언자 ] p66

- 그는 1919년 9월 폴란드로 돌아왔다. 그는 결핵 때문에 몹시 쇠약해져 있어 의사들도
3개월 이상은 살기 어렵다고 했을 정도이다. 4년간에 걸친 전쟁을 치른 폴란드는 겨우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국력이 온통 고갈돼 버렸고 경제 상태는 혼란의 극에 달했다.
국고는 텅 비웠고 개인의 헌납이 최상의 기금으로 돼 있는 형편이었다.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나라를 멸망시킬 듯했다. 게다가 동방에서는 새로운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붉은
군대가 유렵을 석권하려 하고 있었다. 폴란드가 20년 동안 혼자 힘으로 모스코바의 제국
주의적 야망을 막아왔던 사실을 알 것이다. 귀국하자마자 원죄 없으신 성모의 사업에 모든
수도원과 수도자의 열정을 불붙여 보려고 했으나 그들은 외면할 뿐이었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면도날’이니 ‘몽상가’니 하는 별명만 얻었다. 그는 또 ‘마멀레이드(오렌지 잼이란
뜻)’란 아주 근사한 별명을 얻었는데 이 별명은 퍽 오래 계속되었다. 신부가 보이면 마멀
레이드가 오는구나 하며 수군거렸다. 인내심이 많은 신부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심각한 병고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괴로운 경험도 쓸데없는 일은 아니었다.
뒷날 그는 병자들에 대해서 한없는 자애와 유순함을 보인 것이다.

- 1919년 말 막시밀리안 신부는 병이 재발되어 중태에 빠졌다. 봄브리 수사가 진술한
바에 따르면 누구 한 사람 위문하는 이가 없었다. 전염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부의
청빈스런 독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옷장 한 개와 낡은 침대, 그 침대에는
짚이불이 한 장 있었지만 무척 낡았고 곳곳에 구멍이 나 있어 말구유처럼 지푸라기가
비어져 나왔다. 침대 발치 옷장 위에는 원죄 없으신 성모상이 모셔져 있었다. 방 한쪽
구석에는 낡은 테이블이 하나 있었고 그 테이블 위에는 그 무렵에 시복된 두 사람의 성녀,
곧 아기 예수의 데레사와 젬마 갈가니의 초상이 놓여 있었다.” 신부의 병세는 매우 악화
되어 부득이 쟈코파네의 사나토리움(요양소)에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신부는 거기서
1920년 한해를 머물러야 했다. 이 기간은 고통에 의한 사도직 활동의 때인 동시에 직접
적인 사도직의 때이기도 했다.


[ 약속의 꽃핌 ] p77

- 막시밀리안 신부가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회를 창립할 당시 의도하고 있었던 것은
작은 신심회가 아니었다. 신부는 목표가 큰 사람이고 영혼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
으며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전체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만족할 줄
몰랐다. 신부는 ‘영혼들을 구한다’라는 말은 결코 쓰지 않았고 ‘모든 영혼을 구한다’ 라고만
했으며 ‘이 지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영혼 및 세상 끝까지 이 지상에 존재할 영혼’이라고
부언했다. 산테오도로의 ‘독방’에서의 약속을 행한 이는 일곱 명이었으나 막시밀리안
신부만이 자신의 말과 서약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 막시밀리안의 주된 생각, 바라고 있었던 것은 원죄 없으신 성모님에 의해 세상 종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존재할 모든 영혼을 그리스도의 것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목적을
추구하는 자는 수단을 고른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철저히 논리적이었고 극히 현실적인
신학자였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모든 은총의 어머니’로서 구세주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주신 분이요, 하느님 은총의 분배자며, 그 자비의 공적인 대표자이시므로 그 따사로운
이끄심에 무조건 몸을 맡기고 그의 유순한 도구가 되지 않으면 신비로운 일을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신부는 M.I의 계획 안에 성모의 기사가 이용해야 하는 4개의
방법을 들었다. 표양, 기도, 고통 및 노동이 그것이다. 신부는 직접적인 활동보다는 오히려
고통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항상 되풀이해 말했다. 원죄 없으신 성모의
사업은 내적 생명의 개화, 넘쳐흐르는 생명수,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 병원에서의 사도적 활동은 퍽 오래 계속되었다. 병세는 호전되었지만 완쾌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장상은 크라쿠프로 돌아 가 일을 다시 할 것을 허락했다. 이리하여 오랫
동안 기다리고 있던 새로운 시기가 시작되었다. 신부는 원죄 없으신 성모께 대한 사랑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모인 약간의 기부금과 가난한 회원의 헌금으로
창간호의 비용을 댈 수 있어 1922년 정월에 발간했다. 이 무렵은 극심한 출판 위기로
인해 지반이 아주 튼튼한 잡지까지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었다. 따라서 이 잡지도 겸손하고
청빈하게, 선전도 않고 인부도 없이 발행했다. 그리고 “자금난 때문에 독자들에게 본지의
정기 간행을 약속드릴 수 없습니다. - 편집실로부터 -”라는 양해의 글을 게재하였다.
다만 표제만은 커다랗게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라고 붙였다. 가난한 신부에게 협력자가
아무도 없으므로 창간호는 거의 혼자 원고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신부는 문학적 재능은
가지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갖고 있었다. 즉 평범하고 청순한 문체, 정확한 요점을
드러내는 말, 활활 타오르는 거룩한 불꽃이 그것이다.

- 제2호가 인쇄에 붙여졌으나 자금 부족으로 중단할 상황에 처해 있었으나 놀랍게도 원죄
없으신 성모께서 원조를 해주었다. 그 이후 푸른 표지의 작은 잡지는 기적적인 발전을
해나갔다. 막시밀리안 신부의 생애에는 두 가지의 기적이 있었다. 첫째는 건강인데 그분은
허파를 4분의 1만 지니고 있었다. 다음은 그의 사업이다. 그분은 맨주먹으로 출발하여
양식과 예측을 무시하고 거대한 사업을 이룩했다. 그 누구도, 신부 자신도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신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원죄 없으신 성모
께서만 알고 계시면 신부는 족했던 것이다.

- 낡은 인쇄기가 있었으나 쓸 수가 없는 것이어서 인쇄소를 여러 차례 바꾸어 가면서 발행
하자 재정난에 처하게 되었다. 인쇄기를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 무렵 이 곳의
부흥한 모습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건너 온 신부가 있었다. “얼마 안 되지만 이걸로 시작해
보십시오.”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1 백 달러의 수표를 끊어 내밀었다. 그 무렵으로서는
큰돈이었다. 이렇게 하여 막시밀리안 신부는 ‘천주의 자비회’ 수녀로부터 한 대의 낡은
인쇄기를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생활 속에서 안일을 꽤하던 늙은 신부들과 장상들은
신부를 폴란드의 동쪽 끝인 ‘그로드노’로 이동시켰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편지 속에서
몇 번이나 “오오 크라쿠프여, 오오 크라쿠프여. ”하고 참혹히 부르짖으며 이별을 서러워
했다. 완덕을 목표로 하던 많은 영혼들이 차차 평범한 생활로 떨어지는 것을 본 때문이었다.
신부가 그토록 괴로워했던 것은 이번 일이 하느님의 기쁨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르노드로 가다 ] p92

- 성인들은 우리들의 얕은 식견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기적을 일으킨다. 그들의
계산은 아주 간단하다.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을 행하고, 아낌없이 행동하여
힘이 다했을 때는 “주여, 이번은 주님의 차례입니다. 저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무한한 사랑이신 하느님을 설복시키는 방법이었다. 성인들의
책략을 알고 있던 막시밀리안 신부는 자신이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건강마저 나쁘
면서, 세계 정복이라는 당치도 않은 사업에 나선다. 병중의 어느 날, 신부는 자기 안경과
회중시계를 원죄 없으신 성모상의 발밑에 놓아 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그러나
신부는 미소 지으며 “나의 안경은 나의 눈이며 나의 생각이며 나의 노력입니다. 시계는
나에게 남아 있는 생명입니다. 이것은 모두 성모 마리아의 것입니다. 나는 몸을 완전히
성모님께 바쳤으므로 이제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성모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처분
하실 게 아닙니까?”라고 설명했다.

- 신부가 이동됐을 무렵 그로드노의 수도원은 극도의 쇠태에 달해 있었다. 다행히 신부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가 있었지만, 이곳에 귀양 와 있는 늙은 수사들로부터는 지지나 이해를
받을 수 없었다. 수도원은 아주 넓어 이 잡지 일을 위해서도 세칸의 방을 쉽게 제공 받을 수
있었다. 1백 달러로 사들인 인쇄기는 수동식의 구형이었다. 그 무렵 잡지의 발행 부수는
5천부 였지만 이것을 인쇄하기 위해 5만회 이상을 회전시켜야 했다. 5천부의 잡지는 즉각
팔렸지만 자금 부족 현상은 계속 변하지 않았고 수입은 빈약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노력의 문제로 발행부수를 늘리는 일이었다.

- 불황으로 인해 대잡지가 망해가던 시대에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만은 매월 발행
부수를 늘리고 있었다. 불쌍한 것은 수사들이었다.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도 주문에 응할
수가 없었다. 열심한 독자는 묵은 잡지라도 좋으니 보내달라고 청했고, 그것도 품절이면
보관용이라도 빌려 주면 복사 후에 돌려보내겠다고 간청하는 형편이었다. 대화 형식으로
된 신부의 호교 소론은 이런 글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는 박력
있는 방법으로 교의를 가르치고 가톨릭 교리를 기억하게 했으며, 폴란드 인 마음에 성모
마리아에 대한 아주 친밀한 신심을 깊게 하고, ‘기사회’의 목적이고 존재 이유인 ‘원죄
없으신 성모께 대한 전면적 봉헌’을 준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 1925년 성년(聖年)을 맞아 성모의 수사들은 새로운 노력을 하기로 결심했다. 원죄
없으신 성모를 찬미하는 60페이지 정도의 특별한 달력을, 그것도 1만 2천부씩이나 인쇄
하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3개월간 모든 휴식을 폐지하고 수면까지도 희생하였다.
완성된 달력은 결점이 많았고 정가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달력은 대성공을 거두어
전혀 예기치 못했던 수익을 가져왔다. 이 성년은 막시밀리안 신부의 사업에 한 전환점을
이룬 해였다. 니에포칼라누프의 기록에는 ‘장미의 비’라고 씌어 있었다. 1925년에는 수사의
수도, 잡지의 발행 부수도 배로 늘어났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병이 재발하여 중태에 빠지게
되었다. 신부는 즉각 자코파네로 가서 1년 반동안 거기에 머물렀다.


[ 위대한 화가와 화필 ] p112

- 자코파네에서의 두 번 째 체류는 막시밀리안 신부의 생애에서 가장 괴로운 시련이었다.
신부는 자신이 폐물이 되고 무용한 존재가 되어 일선에서 돌려보내진 것처럼 생각했다.
의사들도 별 희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부가 생명의 밧줄로, 등대로,
유일한 희망으로 삼았던 것은 항상 악을 이기시고 항상 광명 속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가
그 희망이었다. 빈사의 신부가 다시 일어난 것은 확실히 인간의 의료의 덕택이 아니다.
“성모님은 어떤 자리에도 설 수 없는 나를 잡으시어 신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 주셨습니다.
조잡스러운 붓을 가지고 명화를 그리는 대화가를 상상해 보십시오. 성모님이 바로 이 화가
이고 붓은 나 자신입니다.” ... 이러는 동안에도 그로드노의 잡지는 많은 예상을 뒤엎고
발전을 계속하여 발행부수가 1924년 1만 2천부, 1925년 3만부, 1926년 4만 5천부로
뛰어 올랐다. 그로드노의 낡은 수도원은 부산하였고, 신부들은 불평했으나 심하게 다투는
일은 없었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없지만 그 아우(알퐁소)가 있었다.

- 막시밀리안 신부는 퇴원은 했지만 완쾌된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는 ‘불의 시련’에
의해 전투적이 되어 승리의 수단을 결정적으로 손 안에 장악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는
완전히 ‘사용할 수 있는 자’가 되었다. 성모님은 이제 이를 사용하여 큰 일을 이루실 수
있는 것이다. (바르샤바 근처의 새로운 부지를 ‘드루츠키 루베츠키’ 공작으로부터 무상
으로 받음) 수사들과 주민들은 신성동맹을 맺어 땀과 노동을 함께 하였기에 그 후 주민
들은 이 성모의 마을을 ‘우리들의’ 니에포칼라누프라고 부르게 되었다. 성모의 군단은
1927년 2월 21일 성모 자헌 축일에 모두 그로드노를 떠났다. 그들은 다음 날 니에포칼라
누프에 도착하여 즉시 인쇄소를 차릴 판잣집의 건축을 거들었다.


[ 니에포칼라누프 방문 ] p123

- ‘원죄 없으신 성모의 마을(니에포칼라누프)’에 정착한 날부터 즐거운 표정과 대담한
마음은 그들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이날부터 그들은 순수히 영웅적인 생활의 험난한
정상으로 기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창립자가 즐겨 쓴 ‘전 세계’였다. 따라서
전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잡지의 발행부수는 1927년 5 만부에서 점차 증가하여
1939년에는 1백만 부에 달했다. 당시에는 한 종류의 월간 잡지뿐이었으나 그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잡지 ‘원죄 없으신 성모의 소년 기사’가 나왔다.
또 폴란드 인이 아닌 외국인을 위해서 막시밀리안 신부는 ‘세계적인 출판 대리점이 필요
하다’는 생각을 하고 모든 인종, 모든 언어에 속하는 성직자들을 결합할 잡지 ‘원죄 없으신
성모 기사’를 라틴어로 발간했다. 성모의 기사들은 1935년 5월 ‘작은 신문’의 창간호를
발행하고 즉시 대중을 포섭했다. 잘 짜인 편집에 저렴한 구독료, 원죄 없으신 성모의
빛깔인 청색과 백색을 넣은 이 신문은 도처에 널리 퍼졌고, 무보수의 독지 판매원에 의해
곳곳에서 팔렸다. ... ( 현장 방문기 생략)


[ 벚꽃 피는 나라에서 ] p134

- 예전에 ‘작은 형제들’이 전 세계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두 사람씩 떠났던 시대가
있었다. 오늘날 그들은 ‘우리 자매인 기계’를 사용하여 무수한 인쇄물을 사방에 퍼뜨리는
것이다. 각 시대에는 각각 독특한 방법이 있는데 막시밀리안 신부는 모든 새 아이디어를
다 받아들여 즉시 이를 축성한다. 그는 “인간의 최고의 재능은 하느님과 원죄 없으신
성모께 대한 봉사와 영광을 위해 동원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원죄 없으신
성모에 의해 전 세계의 모든 영혼을 그리스도의 것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그의 염원
이었다. 폴란드는 그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라 다만 그의 도약대였을 뿐이다.

- 신부는 필요한 허가를 받아 네 명의 수사를 데리고 1930년 머나먼 일본을 향해 출발
했다. 도중 프랑스를 가로질러 루르드와 리지외를 방문했다. 루르드의 동굴을 참배한
신부는 편지에서 “여기서 원죄 없으신 성모의 발현을 볼 것 같다.”고 썼으며, 리지외에서는
“우리들은 리지외에서 성녀 데레사의 장기판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회개할 줄 모르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것, 그분의 소유물
입니다. 성모님은 우리들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고 계십니다. 우리들은 성모의 기사입니다.
그분의 지령이 있으면 어디든지 갈 것이고 그분이 명하신 것은 무엇이나 다 할 각오
입니다.” ... 베트남과 상하이를 거쳐 벚꽃이 피던 1930년 4월 24일 일본 나가사키에
상륙했다.

- 막실리안 신부는 나가사키의 하야사카 주교로부터 신학교 강의 의뢰를 수락하는 조건
으로 잡지의 발행을 허락받았다. 상륙한 지 한 달 만에 신부는 니에포칼라누프로 다음과
같은 전문을 보냈다. “오늘 창간호를 보낸다. 인쇄소도 설치했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
만세! 막시밀리안” 이에 ‘작은 형제들’은 놀랐다. 아무리 믿으려 해도 그런 성공은 꿈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불가능’이란 말을 자기 어휘에서 원칙적으로 말살해 버린
이 이상한 인물은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썼던 것일까? 그는 먼저 두 가지의 위대한 ‘수단’,
즉 기도와 고행을 사용했다. 이 경우 고행은 특히 극단적이고 완전한 청빈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이 청빈에 의해서 이들에 대한 불신을 씻고 단숨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일본 사람은 고귀한 사업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는 사람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신부는 늘 그랬듯이 웅대한 구상을 하고 모든 선의의 사람들의 협력을 청하면서
그 밖의 일은 원죄 없으신 성모께 맡겼다. 잡지의 제호는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
(無原罪の聖母の騎士)>라 정했다.

- 당시로서는 출판 부수가 1만 부에 지나지 않았다. 무보수 판매원들은 전국을 순회하여
미래의 독자를 포섭했으며 잡지를 무료로 배부하고 그 대신에 명단을 받아 두었다.
사생활에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은 광고를 우송할 때에도 반드시 수취인의 허락을
미리 받아야 만 한다. 극도의 궁핍 중에 있으면서도 아주 쾌활하고 사리사욕을 절대적으로
피했던 폴란드의 수사들은 그들이 접촉한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내게 하여 그들을 감동시키고
매혹시켰다. 보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내용은 알찬 작은 잡지가 뒷받침을 해주었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자석을 갖고 계신다. 일본의 이교도들은 성모를 존경했고 성모에
대한 사랑을 배웠다. 막시밀리안 신부가 일본에 도착한지 겨우 수개월 뒤 라부프에서 개최
되는 관구 총회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신부는 번민하면서도 늘 그랬듯이 순명하고
출발 했다. 신부가 없으면 이 대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 총회에서는 일본 니에포칼라누프의 장래 문제도 논의되었다. 부담이 너무 많은 이런
모험을 시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냐는 것이었다. 신부는 일본 선교의 운명을 위해 성모님께
매달렸다. “어머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차례입니다.”
과연 신부의 주장은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져 엄청난 권한을 부여받고 일본으로 돌아 왔다.
일본에 돌아 온 신부는 그의 부재중에 입은 피해를 보고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은 파국 일보직전이었고 1개월 전부터 잡지의 발행은 정지되어 언제 복간될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도착은 모든 것을 구원했고 사업은 새로운 비약을 맞게 되었다.
관구 총회는 니에포칼라누프 일본 지부를 창립하는 일과 일본인 수사 양성을 위해 수련원을
개설할 것을 허락했다.

- 사명을 마치고 돌아온 신부는 ‘성모의 마을’에서 교회를 짓고 다시 잡지를 발전시켰다.
너무 많은 일을 한 탓으로 신부는 건강을 심하게 해쳤다. 그래서 1936년 폴란드로 돌아와
관구 총회에서 니에포칼라누프의 원장에 선출되었다. 누가 무어라 해도 신부에게 큰 타격
이었다. 신부의 마음은 그 ‘친애하는 이교도’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신부는 언젠가
이 나라에서, 갈망하던 순교의 관을 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부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영웅적 순명을 지킬 때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장상의 입을 통해 이야기 하신다. “막시밀리안 신부여, 안심하라! 더 아름다운 싸움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죽음을 앞두고 ] p155

- 폴란드로 돌아온 후 신부의 강론과 저술에는 새로운 특색이 발견된다. 재난이 다가온다는
예감과 자신의 최후가 왔다는 예감이다. 남아 있는 시간, 이 귀중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부는 초인적인 노력을 했다. 전쟁전 3년 동안 신부의 모든 사업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었다. 그러나 신부가 이만큼 영성의 중대함을 강조한
시기는 없었다. 신부는 ‘사랑하는 작은 자녀들’에게 덧없는 물질적 성공에 대해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물질적 성공이란 넘쳐흐르는 내적 생명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신부가 거둔 성공의 비결이었다.

- 신부는 성인이 되는 수학공식을 분필로 흑판에 썼다. v=V “이것이 나의 공식입니다.
소문자 v는 나의 의지입니다. 대문자 V는 하느님의 의지입니다. 이 두 개가 + 자형으로
교차하면 십자가가 생깁니다. 십자가를 없애려 한다면 여러분들의 의지를 하느님의 의지에
일치시키십시오. 하느님의 의지란 여러분이 거룩해지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지요. 여러분
들이 순종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강론 중에 신부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우리들은
아주 아름다운 표양으로써 어떻게 하면 성모님을 위해 자신을 한없이 희생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생은 짧은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 안 되는 남은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완덕의 기준은 무슨 일을 하든지 성모님이 우리 위치에서
해주시리라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것, 그리고 성모님이 하느님을 사랑하신 그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릎을 꿇지 않고서는 배울 수 없는 것입니다.”

- 막시밀리안 신부는 최후가 가까웠음을 깨닫고 ‘작은 자녀들’에게 유언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 “여러분, 원죄 없으신 성모님을 사랑하십시오. 성모님은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성모님을 신뢰하십시오. 완전히, 아무 제한없이 성모님께 몸을 맡기십시오.
성모님을 이해할 수 있는 은혜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에게만 이 은혜를 주시는 것입니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
이십니다. 성모님은 진실로, 현실적으로 하느님의 어머님이십니다. 다만 성령께서 원하시는
사람에게만 그 정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여러분, 나는 내 자신이 아주 행복하고
나의 영혼이 기쁨에 넘쳐 흐르고 있다고 했는데 그 까닭은 나에게 천국이 확실히 약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아, 여러분, 원죄 없으신 성모님을 사랑하십시오.” ...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어느 날 영적 생활의 3단계, 즉 ‘사도직 활동의 준비, 사도직 활동, 고난’에
대해 말하면서 신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제 셋째 단계에 들어서는게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어디서, 어떻게 될른지는 성모님께서만 아십니다.”


[ 신부의 출전 ] p170

- 1939년 9월, 폴란드에서 전격전이 벌어졌다. 신부와 니에포칼라누프의 수사들이 나치스
헌병에게 체포(9월 19일)되어 암티츠 수용소와 오스체슬로 수용소 등에 억류(9.29~12.8)
되었다가 석방되어 원죄 없으신 잉태 축일(12월 8일)에 니에포칼라누프로 모두 돌아왔다.
독일군 점령하에서 사랑하던 잡지를 발행하는 일을 하려 했다. 교섭에 교섭을 거듭한 끝에
그는 마침내 잡지 발행에 필요한 허가를 얻는 데 성공했다. 1940년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축일에 잡지가 나왔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 잡지에 막시밀리안 신부 최후의 글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선이 하느님의 사랑과 그 사랑에서 솟아나는 모든 사물 안에
존재한다면 악이란 본질적으로 사랑의 부정일 뿐이다.” 이것이 신부의 참된 투쟁이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이제 그 가장 중요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위한, 사랑의 싸움을!


[ 십자가의 길 ] p181

- 막시밀리안 신부는 그의 최후의 글 속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진리를 뜯어 고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고
발견하고 진리에 봉사하는 일이다’ 신부는 오래 전부터 이번 전쟁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을 알고 있었다. 신부가 많은 증인들 앞에서 몇 번이나 예언했던 ‘피의 시련’이
다가온 것이다. 나치스가 쓰던 완만한 살육 방법에는 특히 한 가지 기준이 있었는데 그것은
엘리트들, 지도자들을 처치하는 것이었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확실히 지도급의 인물이었
으므로 그들의 미움을 살만했다. 1941년 2월 17일 게슈타포에 의해 네 신부와 함께 체포
되어 바르샤바의 ‘파비악’ 형무소에 투옥되었다. 독일인들은 소련 침입에 앞서 ‘후방 숙청’을
단행했던 것이다. 매일 수천 명의 폴란드 인이 총살되었다. 사형수의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였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103호 감방에 수용되었는데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신부는 혹독한 고문으로 죽어가는 동료들의 고백을 듣고 성사를
베풀었으며 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인자한 어머니가 자녀를 대하듯’ 그들을
치료해 주었다.

- 5월에 신부는 ‘오셴침’으로 예정된 이송자 명단에 들게 되었다. 오셴침은 ‘죽음의 수용소’로
불렸는데 바로 이름 그대로였다. 독일인들이 ‘아우슈비츠’라고 불렀던 이 오셴침에서는 5백만
명 이상의 수형자들이 혹독한 고문을 받고 죽었던 것이다. 화장터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토했으며 매년 그 살육의 방법도 발전했다. 이 음침한 구내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나
입구에서부터 모든 인간적 희망과 작별해야 했다. 평소에는 상상조차 못할 비참한 타락과
몰락이 이곳에 있었다. 이런 현실을 보고도 성선설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용광로
속에서 영혼은 발가벗겨진다. ... 굶주림! 오장육부를 찢어내고 잠마저 앗아가는 이 혹독
하고 끊임없는 굶주림! 밤이나 낮이나 몸을 떨게 하는 추위! 신입 죄수에 대한 그치지 않는
사형(私刑), 교묘한 타락 교사! 이보다 심한 인간 모독 행위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도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계획된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희생자를 죽이기 전에
실컷 짓밟아 주어야 했던 것이다.

- 심하게 학대받는 계층은 유대인 다음으로 사제들이 지목된다. 사제들은 보통 ‘돼지 새끼
같은 신부’로 불렸다. 그들은 항상 채찍질이 동반되는 가장 힘든 중노동을 맡았다. 그들은
모욕 받고 걸레쪽같이 되어 짐승 취급을 당하면서 스스로 원하지도, 때로는 의식하지도
못하는 중에 그리스도를 증명했으니 그들을 알아 볼 수 없게 퉁퉁 부은 처참한 얼굴은
그리스도의 얼굴을 생각하게 했던 것이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원하고 있었다. 그는 의식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지옥 속에서는 보기 드문 훌륭한 자유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신부는
크로트(별명 흡혈귀)를 조장으로 하는 가장 잔혹한 바비체 조에 소속되었다. 채찍질 등의
십자가의 길은 2주간이나 계속되었다. 신부는 중상으로 2주간 병실에 머무른 후 불구자
감방으로 옮겨졌다. 이 지옥 속에서도 신부는 항상 똑같은 기분으로 즐거워했고 쾌활했으며
낙담하는 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두려워하는 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여러분, 버텨
나갑시다. 여러분은 살아서 돌아가야 합니다. 성모님께 모두 맡기십시오. 성모님은 반드시
여러분을 도와 구해 주실 것입니다.” 때때로 신부는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뼈만 남아
빈사 상태에 빠져 있는 청중들 앞에서 참된 영적 담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신부와 함께
있다가 살아 돌아 온 사람들의 증언) 신부는 이 불구자 감방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신부는 다시 제14호 감방으로 옮겨졌는데 이곳에는 최후의 시련이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성모님과 함께 ] p193

- 1941년 7월말이었다. 막시밀리안 신부가 있던 제14호 감방에서 한 사람이 없어졌다.
새로운 탈출자가 생겼다. 억류인들은 포로 한 사람이 도망치면 같은 감방에 있던 20명을
아사 형에 처한다는 수용소장 프리치의 경고를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죽음과 같은 공포가
이 불행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교묘하고 잔혹한 고문에 시달려 차라리 죽음으로써 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했던 그들이었다. 죽는 건 좋다. 그러나 어떤 죽음보다 가장
잔혹한 이런 죽음만은 도저히 받을 수 없다. 창자를 말라붙게 하고, 핏줄을 불붙게 하며
날뛰게 하는 이 말 못할 고통 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나날을 괴로워하며 지내야 한다는
공포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 공포의 장소에는 밤이면 이따금 맹수의 부르짖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사형(餓死刑)’에 처해진 사람들에게는 인간다운 점이란 찾아 볼 수 없어
간수들마저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굶주림의 고통 때문만이 아니라 목마름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간디도 단식 투쟁을 하면서 물만은 마셨다. 물만 마실 수 있다면 굶어
죽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은 바로 목마름의 고통인 것이다.

- 막시밀리안 신부는 자기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어린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무섭니? 겁내지 마라, 꼬마야. 죽음이란 그토록 무서운 건 아니란다.” 다음 날
아침 점호 때 수용소장은 도망간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14호 감방만 제외하고 모두 해산
하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뜨거운 햇볕아래 서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났고 그들에게는 마실
것을 주지 않았다. 이따금씩 쓰러지는 사람이 생겼고 기절해서 감각이 없어진 사람들을
난폭하게 끌어내어 사람들 위에 내던져 포게 두었다. 환자였던 막시밀리안 신부는 기절
하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십자가 밑의 성모 마리아처럼 그는 계속 서 있었다. 이제 그
말을 증명할 때가 되었다. 견딜 수 없는 7월의 태양 아래서 그의 결심은 서서히 무르익었다.
신부는 모든 것을 바쳤다. 자기의 것이 아닌 이 생명을 바칠 때가 마침내 온 것일까?
영혼의 깊은 침묵 속에서. 한낮의 사랑의 평화 속에서 그는 무슨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오후 3시경 나치스 경찰은 반시간의 휴식을 주고 수프를 먹는 것을 허락했다. 이것은
그들의 마지막 식사였다. 그리고 그들은 차렷 자세로 서서 선고를 기다렸다.

- 야간 점호 시간이 되었다. 자기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다른 감방 죄수들도 정렬했다.
프리치 소장은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보고를 받았다. 그러더니 14호 감방수들 앞에서 돌연
멈추었다. “도망친 몸이 안 잡혔다. 너희중 10명이 저 아사 감방에서 죽어야 한다. 이 다음
번에는 20명을 보낼 테다.” 그는 첫째 줄로 가더니 한 사람씩 얼굴을 들여다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입을 벌려 혀를 내밀어라. 이빨을 보여” 희생자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동물처럼 괴상한 모습을 한 채 소장을 쳐다봤다. 소장은 그들의 이빨을 자세히
관찰했다.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는 원칙적으로 건강이 좋은 사란이 벌을 덜 받는다.
그러나 프리치는 이 망령과 같은 사람들 사이를 죽음의 사자처럼 돌아다니는 일이 그에게는
즐거웠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 그의 보좌관이 즉시
그 번호를 수형자 명부에 기입했다. 오셴침에서 인간은 한 개의 번호에 불과했다. 프리치는
계속해서 재미있다는 듯이 지적한다. “너, 너, 그리고 너!” 10명이 되었고, 이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아, 불쌍한 마누라와 아이들을 이제 다시 못 보게
되었구나!”

- 신발을 벗고 사형수들은 맨발로 형장으로 갔다. 나막신을 벗어던지는 소리 속에 한
사형수의 흐느끼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바로 부인과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한 그 사람이었다.
눈 뜨고는 못 볼 이 참혹한 광경에 많은 사람들이 몸서리를 쳤다. 옆에는 저 무시무시한
13호 감방이 있다. 검은 벽의 사형 집행실, 사형대, 그리고 ‘아사 감방’. 갑자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한 사람의 포로가 놀라고 있는 동료들을 헤치며 열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막시밀리안 콜베신부였다. 프리치 소장은 권총을 쥐더니 한 걸음 물러
서며 외쳤다. “정지! 무슨 일이야? 이 폴란드의 돼지 새끼야!” 신부는 소장 앞에 섰다.
아주 침착했다. 신부는 바로 옆의 사람에게만 겨우 들릴 것 같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
사형수 중의 한 사람 대신 내가 죽겠소.” 프리치는 망연히 신부를 바라봤다. 꿈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뜻밖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는 지금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위압
적인 맑은 시선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서 있는 것이다. 소장은 얼빠진 사람처럼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 막시밀리안 신부는 훌륭한 심리학자였다. 형리가 단숨에 패배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웅적인 태도를 보였다가는 일을 그르칠지
모른다.

- 나치스의 불문율인 ‘병든 자와 약한 자들은 처치해 버려야 한다.’는 조항을 내세우는 게
더 좋겠다며 막시밀리안 신부는 대답했다. “나는 늙었고 아무 짝에도 못 쓸 사람입니다.
살아 있어도 아무것도 못 하게 될 겁니다.” “누구 대신에 죽겠다는 거냐?” “저 사람, 부인과
이 아이들을 가진 저 사람 대신입니다.” 신부는 슬피 울고 있던 프란치스코 가조프니체크
중사를 가리켰다. 프리치의 호기심은 한 번 더 그의 잔인성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는 알고
싶었다. “너는 누구냐?” 짤막하면서도 엄숙한 대답이 나왔다. “천주교 사제요.” 신부는
수도자라고, 프린치스코 회원이라고, M.I회원이라고도 하지 않고 사제라고만 했다. 그는
사제로서 죽을 것이고, 사제이기 때문에 죽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제는 인간이 이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존엄한 특권을 보유한 사람이요, 주님의 성체와 성혈과 사죄권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기다렸다. 오랫동안 침묵이 계속된 뒤에 마침내 프리치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함께 가라.” 불타던 태양이 지평선에 걸리자 하늘은 거대한
성체 현시처럼 빛났다. 목격자들은 이만큼 아름다운 석양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 수천 명의 희생자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죽어간 ‘죽음의 감방’ 지하에는 저 무서운
‘아사 감방’들이 있다. 음습하고 캄캄한 이 감방들은 대개 빛이 들어갈 창문마저 없다. 새로
도착한 사형수들에게 옷을 벗으라는 명령이 내렸다. 공포로 인해 정신을 잃은 그들은 자동
인형처럼 순종했다. 이 순간 막시밀리안 신부만은 그리스도께서 벌거벗은 몸으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한 의식과 열렬한 사랑을 지닌 채 그 명령에
따랐다. 지독한 모욕! 형리들은 그들에게 죽음 중에서 가장 잔인한 죽음을 내리기 전에
그들을 납작하게 짓밟아 버리려는 것이다. 핏자국이 여기 저기 묻은, 줄이 죽죽 그어진
초라한 누더기 옷을 입힘으로써 사형수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의 존엄성마저 그들은
빼앗아 가려는 것이다. 그들이 개머리판으로 때리면서 햇빛도 공기도 잘 통하지 않고 이부
자리 하나 없는 이 감방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 저 가련한 무리들, 빈사 상태의 그들에게는
목자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죽을 뿐 아니라 그들의 임종을 조와 주기 위한 사제가 그들과
함께 있었던 것이다. 울음소리로 가득 찬 컴컴한 심연 위에 육중한 문이 내려졌다. 이 순간
부터 사형수들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얻지 못한다.

- 지옥의 축소판인 ‘아사 감방’은 사형수들의 아우성으로 떠나갈 듯 했으나 이번 사형수들은
아우성치지도 저주하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까지도 울부짖고 외치는
소리뿐이던 그 옆 감방도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 노래에 화답했다. 이 고통스럽던 장소가
열심한 성당으로 변해 이 감방 저 감방이 기도와 노래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놀란 형리들은
서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일은 처음 보는데!” ... (감방안에서의 상황들) ... 1941년
가을부터 수용소의 생활 조건은 다소 완화되었다. 며칠이 지났다. 성모승천 전날이었다.
막시밀리안 신부의 감방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은 4명뿐이었고 충분히 의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신부뿐이었다. 그는 이제 서 있지도 무릎을 꿇고 있지도 않고 앉아 있었다. 그는
그이 양들과 하나하나 헤어졌다. 의식을 잃은 채 땅위에 누워있는 최후의 세 사람도 하느님
앞에 불려 갈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착한 목자는 그의 임무를 마쳤던 것이다. 이제는 쉴 수
있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경찰들이 그를 처치하러 왔을 때 신부는 한쪽 구석 땅 위에 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주사기를 보자 신부는 스스로 앙상한 팔을 내밀고 뻗쳐 죽음의 주사를
받았다.

- 잠시 후 보르고비에르크는 그 지하 감방의 ‘청소’를 명령받았다. 막시밀리안 신부는 여느
때처럼 머리를 약간 옆으로 숙이고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큰 눈을 뜬 채 탈혼 상태인 것처럼
한 곳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얼굴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신부의 시체는 깨끗하고 빛을 발하는
듯했다” 하였으며 그 때의 인상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신부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타오르는 화장장의 가마솥 속에서 소각되었다. ‘막시밀리안 콜배의
새로운 탄생일은 1941년 성모 승천 전날’ 성실하신 동정녀이신 성모님은, 성모님의 최고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전 교회가 준비하고 있을 때 막시밀리안 신부에게 찾아 오셨다. 어느
날이던가 신부에게 보여 주셨던 저 희고, 붉은 두 개의 관을 손에 쥔 채 성모님께서 이 즐거운
축일 전날에 그에게 찾아오셨을 것이라 믿는다. 신부는 살아 있을 때 즐겨 이런 말을 되풀이
했다. “이 지상에서 우리들은 한쪽 손으로밖에 일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손으로는
우리가 타락하지 않도록 우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끄러질 염려도 타락할 위험도 없습니다. 천국에서 우리는 두 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부록 ] p209

- 현재(1971년) 니에포칼라누프에는 15명의 사제와 180명의 수사, 120명의 신학생들이
있다. 수련원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자격시험을 치러야 한다. 수사들은 노동, 제조, 전문
기술직(시계 제조) 등에 종사시키고 있는데 출판물 전교 활동이 금지 당하자 그들은 어떤
종류의 사도직도 다 해내게 되었다. ‘막시밀리안 신부의 현존과 보호를 느낄 수 있는’
니에포칼라누프는 영성 생활의 중요한 터전이 되었다. 피정, 순례, 반성의 날 등 행사가
계속해서 행해진다. 비진스키 추기경은 니에포칼라누프를 ‘폴란드의 나자렛’이라고 불렀다.
막시밀리안 신부가 쓰던 방은 정성껏 보존되어 있는데 이곳은 은총의 장소, 특히 회개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 막시밀리안 신부의 사업은 일본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사목에 종사하는 12개의
수도원, 6개 본당, 일본인 55명, 수사를 포함하면 전부 103명의 수도자가 있다. 일본어
잡지 ‘성모의 기사’는 발행 부수가 75만 부에 달한다. 아주 정성들여 만들어 인기가 있는
이 잡지는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가톨릭 잡지이다. 일본인들로 구성된 수녀원도 있는데
수녀의 수는 1백 명쯤 된다. 막시밀리안 신부의 뜻을 받드는 이탈리아의 꼰벤투알 성 프란
치스코회 선교사들은 1958년 한국에도 니에포칼라누프를 설치하고자 진출하여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부산시 부산진구 대연동, 서울 용산구 한남동 등지에 수도원과 성당을 세워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부산 대연동과 경남 동래군 일광면에 보육원 및 음성 나환자
수용소를 세워 경영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본당과 수도원 자리는 원래 ‘원죄
없으신 성모의 마을(니에포칼라누프)’을 설치할 계획으로 구입한 것으로, 현재 이곳에서
잡지 ‘성모의 기사’가 발간되고 있다. 그리고 막시밀리안 신부는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를 출발하여 시베리아를 거쳐 만주를 지나 한국의 부산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잠시 들렸다가 시모노세키를 거쳐 나가사키로 간 적이 있었다. “한국은 내가 전혀
모르는 나라였다. 그 경치를 구경하고 또 구경하여도 싫증이 나지 않는 아름다운 나라였다.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서는 그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를 다스릴 것이며, 거룩한 당신
아들 나라를 만들것인가!”


[ 옮기고 나서 ]

-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의 일생 – 그활동과 사상은 이에 접하는 사람은 누구나 감동시키고
남음이 있다. 신부님의 정력적인 활동은 활동가들에게, 신비적 신앙은 관상가들에게 각각
큰 용기와 기쁨을 준다는 점에서 신부님은 만인의 존경을 받을 만한 분이 아닐 수 없다.
신부님의 이런 삶과 죽음은 폴란드 태생의 저술가로 저 가공할 아우스비츠를 체험한 마리아
비노프스카 여사에 의해 더욱 생생하고 아름답게 부각되는 것이다. 비노프스카의 프랑스말
원본이 출판되자마자 이 전기는 다투어 각국어로 번역되고 또 중판되었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신부님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우리와 같은 세기를 살다 간 신부님의 모습을 하루 바삐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 졸필을 감히 들었다.



- 글 마침

금주의 독서 메모 068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요약)/ 2022.02.06.

[ 그래서 행복한, 神의 작은 피리 ]

- 지은이 : 이현주, 펴낸데 : 생활성서/ 268p
- 지은이 프로필 : 1944. 충주 출생, 충주고등학교 졸업,
서울 감리신학대학에서 목사 안수, 1964. 조선일보에 동화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
저서로는 '예수와 만난 사람들',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 등, 번역서로는
'예수', '민중의 복음' 등 다수
- 내용 : 이현주 삶의 발자취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 후속편)

[ 표지의 글에서 ]

어느날 나는 신의 피리가 되고 싶다고 아주 간절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 뒤로 나는
신의 피리가 되었다. 소리를 내기 위하여 아무나 하는 일이 없으면서, 제 소리를 따로
내지 않으면서, 바로 그 내면의 침묵으로 말미암아 뜻밖에 소리를 내어 슬픈 이에게는
슬픔을 더해 주고 기쁜이에게는 기쁨을 더해 주는, 그래서 행복한, 신의 작은 피리가
되었다. 인간의 슬픔과 기쁨이 한 구멍에서 나오는 줄 알기에 무슨 바랄 것이 없는.

[ 책머리에 ]

- 아버님은 저에게 “말을 앞세우지 말라.” 라는 유언을 남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저의 삶을 그대로 예고하신 것처럼 생각됩니다. 늘 보면 말을 앞세웠고 저의 인생은 그
앞세운 말을 쫓아가느라고 힘겨웠으니까요. 하느님 아버지께서 제 말에다가 저의 몸을
수레처럼 비끄러매어 주신 것 같아 참으로 고맙습니다. 앞서가는 제 말(언어)이 고삐 풀린
말(馬)처럼 저의 삶과 아무 상관없이 돌아다니며 세상 한 구석을 어지럽히거나 한다면
얼마나 민망스럽고 송구스러운 일이겠습니까? 이제는 제 말이 제 귀에 전보다 많이 가깝게
들리는 듯하니,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생활성서에 2년 간 연재했던 저의‘앞서가는 말’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른바 글쟁이> 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단 한 번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출세해 본 적 없으면서 돌이켜 보면 무던히도 썼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고
무모한 짓이다. 그래서 인류의 스승들이 글을 쓰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예수도 글을
써 남기신 바 없고 부처도 그랬고 소크라테스나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분들도 가르침을
베풀 때 ‘말’이라는 수레(乘)를 타기는 하셨지만 그것을 ‘글’ 속에다 가두어 두는 일을 몸소
하지는 않으셨다. 글은 말에서 나오고 말은 침묵에서 나온다. 침묵이야말로 진리 또는
진실이 마음 놓고 머무는 곳이다. 말이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면 침묵은 존재의 바탕(뿌리)
이다.

1. 나에 대하여는 아마 세상에서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막상
나에 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별로 말할 게 없다. 나는 나를 가장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거의 모른다고 해야겠다. ... 성은 이(李)요 이름은 현주(賢周)인데, 벗이
지어 준 ‘이오(二吾)’라는 호에, 원주인 무위당 선생이 지어주신 ‘관옥(觀玉)’이라는 호(號)
를 가지고 있으니, 합해서 세 가지 이름으로 행세하고 있는 셈이다. 부친이 지어준 이름
(본명)은 어질 현(賢)에 두루 주(周)로 되어 있다. 새겨 보면 두루두루 어질다 또는 그 어짊이
두루 미친다는 뜻으로 현주(賢周)라는 이름은 두루 어질게 살아가라는 뜻이다. ‘이오’는 두이
(二)에 나오(吾)로 두 개(몸과 얼)의 ‘나’라는 뜻이다. ‘관옥’은 볼관(觀)에 옥옥(玉)으로
하느님을 본다는 뜻이 된다.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 가지 이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나의 ‘몸 나’가 ‘얼 나’에 합일되어 만물에서 하느님을 뵙고, 그로써 하느님을 드러내어
마침내 나의 어짊이 온 세상에 두루 미치게 되기를 바란다.

2. 현상(現象)과 진상(眞相)은 별개가 아니면서 마냥 다른 것이 나무의 뿌리와 가지 같다.
뿌리와 가지는 한 몸이지만 뿌리는 뿌리요 가지는 가지다. 현상은 가지처럼 밖으로 드러나
사람 눈에 잘 보이고 진상은 뿌리처럼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모든 나무에게 있어서
먼저요 중요한 것이 뿌리이듯이 우리가 어떤 사건을 볼 때에도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현상이 아니라 진상이다. 왜냐하면 현상에서 진상이 나오는 게 아니라 진상에서
현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상은 아버지
이신 하느님께 죽도록 순종하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십자가 사건을 통해 이루신 일은 ‘죽음’
이 아니라 아버지께 대한 ‘순명’이었다. 우리는 마땅히 십자가의 ‘현상’을 통하여 이 ‘진상’을
보아야 한다. ... 그런 것을 옛 스승들은 ‘깨달음’ 또는 ‘거듭남’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3. 음성군 조촌 감리교회에서 목사직을 사임한지 만 13년이 되던 해, 한국감리교회 법에
따라 철원지방 반석교회 서리목사로 부임했다. 1년 후 감리교회 정회원 목사로 회복한 뒤
곧장 사임했다. 부임후 만 1년간 교회담당자로 일한 셈이다. ... 본인의 스승이신 변OO
목사 출교 사건이후 스스로 제명 청원하여 어느 교파에도 속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행동이
한국감리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갈 따름이다. 한때,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설치
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모두가 부질없는 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 짐작하게
되었다. ‘개혁’을 외치며 그것을 깃발에 새겨 들고 앞장선 자들에 의하여 참으로 교회가
새로워진 경우가 과연 있었던가? ... 그분의 피리가 되고 싶다. 피리는 자신의 몸을 통하여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참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처음 만들어진
상태로, 미동도 없이, 그렇게 가만히 있을 따름이다. 피리가 만일 살아 있어서 제 소리를
제가 내겠다고 고집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연주가라도 그 피리를 불 수 없을 것이다.

4. 아내의 이름이 정OO인데 나보다 4년 늦게 세상에 온 셈이다. 아내를 만난 것이 내가
하늘로부터 받은 가장 좋은 선물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요즘 와서 새삼 느낀다. ...
서로 자라난 환경이 다르고 습관이 다르고 거기다 성격까지 다르니 매사에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힘겹게 한 것은 아내가 나에게, 또는
세상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터무니없는 열등감이었다. 한 사람이 품는 열등감 또는 우월감은,
누구에게나, 어떤 경우든 간에,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아내는 나를 만나면서부터
이른바 작가 남편의 치기(稚氣)어린 문학적 과장법 따위에 기가 눌렸던 것이다. 누가 누구에
대하여 스스로 우월감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아직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 뿐이다. 반드시 그는 자신의 우월감 때문에 넘어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둠 속에
있기에 자기가 무엇에 걸려 넘어졌는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에 대하여 열등감을 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월감은 열등감의 다른 얼굴이고 열등감은 우월감의 다른 얼굴이다. 똑같이
천하에 고약한 물건이다. 키에르케고르는 모든 비극이 비교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열등감.우월감은 그것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이든 간에 아무튼 ‘터무니없는’
것이요 어리석음의 열매인 것이다.

- 아내는 충주에 있는 장애인 재활원에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면서 행동거지가 차츰 당당해
지더니 어느 날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하느님께 기도드렸어, 내 인생이 하도 답답하기에
가만 생각해 보니 답답한 건 내가 아니라 40년 넘게 ‘나’라는 교도소에 갇혀 질식 상태에
있는 하느님 바로 그분이시겠다 싶더군. 그래서 이제 그만 좀 나오시라고, 나한테서 나오
셔서 숨 좀 쉬시라고, 그렇게 기도드렸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바야흐로 모든 문제가 풀렸
다는 느낌과 함께 설명 못 할 기쁨이 샘처럼 솟구치는 것이었다. ... 아주 최근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내 속에 그런 터무니없는 못돼 먹은 버룻(상대에게 ‘아니야’ 등 부정적 말이나
생각 들)이 대단히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사실을 깨닫고는 자신에 대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아내가 나에게 품었던 열등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완강하고
교활한 우월감이 내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니! 결국, 아내가 나보다 먼저 정신을 차렸고 그
덕분에 나도 간교하게 숨어 있던 정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비로소 나는 내조자 아닌 동반자로
내 곁에 나란히 서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아내를 보며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5. 수년전부터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천주교회에서 대중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서울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개신교 목사 신분으로 천주교 수도자와 신자들에게
이른바 ‘강론’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순천에 있는 어느 성당에서 강론을 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한 대답이다. “저를 보고 ‘기독교 목사’라고 하셨는데요, 굳이 분간해서 말씀하시려면
‘개신교 목사’라고 하는 게 옳습니다. 기독교(基督敎)란 그리스도교를 한문으로 발음한
것이니까 신부님이나 여러분도 모두 기독교인입니다. 따라서 기독교는 천주교와 대(對)를
이루는 말이 될 수 없지요. 물론 제가 ‘기독교 목사’가 아니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말은 불교 신자들 앞에서 쓸 수 있는 말이지 천주교 교우들 앞에서는 ‘개신교 목사’라고
해야 옳다는 말씀입니다.”
-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 지향하여 나아갈 곳은 저 끝없이 펼쳐진 ‘지평
(地平)’이 아니라 들어가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중심(中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한다. 이는 매 순간 주님 안에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 자신을 떠나고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 나의 유일한 수업은 자신에게 들어가 거기 계신 분 안에 잠기는 것이다.”
(삼위일체의 복녀 엘리사벳). 내가 순간마다 ‘나’를 떠나지 않고서는 내 안에 계신 그분 안에
잠길 수 없다. 죽지 않고서는 살 길이 없는 것이다.

6. 강화도 온수리 교회(성공회)에서 사흘 간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충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 나에게는 “내가 길(道)이다.” 하고 몸소 말씀하신 스승이 계시니 만일 어떤
이유로든 내가 그분과 떨어진다면 그것은 곧 나의 죽음을 뜻한다. 나무에서 잘려져 나간
가지가 어찌 살기를 바라는가? 그런데 참으로 고마운 일은, 내가 그분을 등지고 떠난다면
모르려니와 그분이 먼저 나를 떠나시는 일은 결단코 없다는 사실이다. ... 나는 아직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른다. 예수님이 누구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아무리 어리석고
못나서 잘못을 밥 먹듯이 저질러도 당신 바라보기를 그만두지 않는 한 그분은 무량(無量)한
사랑으로 나를 안아 주신다는 사실을. 문제는 그분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다. ‘나’로 착각
하고 있는 이 덧없는 물건에 스스로 갇혀 있는 나에게 있다. 그러니까 해답도 ‘나’한테서
찾아야 한다.

7. 오랜만에 내 가슴 염통 소리를 들어 본다. 잘 들리지 않지만 귀를 기울여 본다. “주님,
무릎 꿇고 가만 제 염통 소리를 듣습니다. 어찌나 숨어서 소리 없이 일하는지 숨 끊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만 그래도 애써 가만 들어 보면 두근두근 둥둥둥,
소리가 납니다. ... 저렇게 숨어서 소리도 없이 빛도 없이 이름도 명예도 없이 일편단심
저 맡은 일만 하는 제 염통은 주님, 제 몸의 부분이 아닙니다. 제 몸이 저 염통의 부분입
니다. 제가 살아서 염통이 사는 게 아닙니다. 저 염통이 살아서 제가 삽니다. 제가 죽어서
염통이 죽는 게 아닙니다. 저 염통이 죽어서 제가 죽습니다. 주님, 무릎 꿇고 가만 당신
염통 두근거리는 소리를 제가 듣습니다.”

- 내 인생에 목적이 있다면 세월과 함께 낡아지는 겉사람으로, 나날이 새로워져서 영원히
한결같은 속사람을 만나 그와 하나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어도 죽지 않는 생명을 얻는
것이다. 우리의 속사람은, 자신의 노력에 상관없이 낡아지는 겉사람처럼, 자신의 노력에
상관없이 날마다 새로워진다. 속사람이 날마다 새로워지는 데 대하여 우리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상관없이 태양은 언제나 제 밝기로 밝다.

8. 달포쯤 전의 일이다. 서울 어느 교회에서 열리는 연합 집회에 특강을 부탁받았다. ...
찬송이 끝나고 다른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방유룡 신부의 ‘점성생활(點性
生活)’이 생각났다. 순간순간을 거룩한 것으로 여겨 무엇을 하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렇다. 목사 성토(인사치레 후 교회 담임 목사로부터의 외면,
무시에 대해)는 나중 일이고 지금은 찬송가 부르는 시간이니 열심히 찬송을 하자.’ 마음
먹고 뜻을 새기며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데, 홀연 어느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목사님을
제가 처음 만났을 때, 목사님은 저를 세 시간 동안 한 본도 쳐다보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면 나야말로 제 눈 속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꺼내 주느니
마느니 하는 격이었다.

9. 나는 마하트마 간디를 존경한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말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나는 모든 성인(聖人)을 존경한다. 그들은 자기가 말한
대로 그렇게 살았다. 말 따로 행동 따로가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 심판받지 않으
려거든 심판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참으로 옳으신 말씀이다. 그런데 심판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는 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본인 자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남’이 내 소유가 아니듯이 ‘나’ 또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심판한다면 그것은 주인 아닌 자가 주인 노릇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맑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뿐이다. 실제로
자신에게 너그롭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도 너그럽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언행일치로 살아간 성인(聖人)들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하며 감탄한다. 그러면서 말과
행실이 어긋나는 자신에 대하여는 낙심하거나 실망하는 대신 다만 찐한 시선으로 바라
볼 뿐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깨어 있는 시선을 통하여 나를 구원하시려는 그분의
성한 동아줄이 하늘로부터 내게로 드리워져 내리리라는 사실을.

10. 다음은 지난해 여름 어느 날, 나와 내 돋보기안경 사이에 오간 대화의 내용이다.
내가 먼저 묻기를 “네가 누구냐?” “몰라서 묻느냐?” “미안하다. 그래 너는 어디서
왔느냐?” “흙에서 왔다.” “그러니까 너와 나는 본질상 같은 뿌리에서 나온 몸이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고 너는 안경이지” “누가 아니라더냐?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만 보았을 때 그렇고 속으로 들어가 보면 네 몸과 내 몸이 다를 바 없다는 그런
애기다.”... 무심코 생존! 그것이 곧 자유요 사랑이요 하늘 길(天道)이다. “산굽이 돌아
흐르는 물은 흐르려고 해서 흐르는 것이 아니요/ 마을 위에 떠 있는 조각구름/ 떠 있으
려고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저 물과 구름같이 산다면야/ 소(鐵)나무에 꽃 피어
온 누리 가득 봄이련만.”

-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일을 하되 마음을 먹지 않고
한다는 뜻이다. 아래로 흐르겠다는 마음을 품고서 아래로 흐르는 물은 없다. 물이니까
그냥 아래로 흐른다. 겨자나무가 새를 제 품에 깃들이겠다는 의지 없이 그 품에 새를
깃들이는 것이 무위다. 하느님은 천지만물을 무위로 다스리는 분이시다. 그러나 무위
지도(無爲之道) 아니고서 어찌 그분을 제대로 도와 드릴 수 있겠는가? 자기를 부인하여
스스로 십자가에 죽지 않고서 예수의 뒤를 따를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아무것도 아닐
때 비로소 나는 모든 것이 된다.

11. 나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이제부터 작은 것도 바라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12. 꿈을 꾸었다 ... ‘앤소니 드 멜로’ 신부는. ‘깨어남’을 다른 말로 실상(reality)에
눈뜨는 것으로 설명한다. 있는 것 같지만 허상(虛像)에서 눈을 돌려, 없는 듯이 있는
실상(實像)을 보는 것이다. 나는 성바오로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그와 같은 각성
(覺醒)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의 삶을 지탱시켜 온 모든 것들(아브라함
혈통, 모세 율법, 바리사이 전통 따위)이 물거품 같은 허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나라’야 말로 이 세상에 있는
유일한 실상임을 보았다.

13. “당신은 왜 사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서슴없이 “예, 나는 이러저러 해서
삽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일단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 사람은 자기를
성찰(省察)할 수 있는 까닭에 사람이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 볼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이라는 것이다. 바나나를 어떻게 먹는
지는 원숭이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왜 먹고 있는지는 사람만이 스스로 물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그 답을 찾아내든 찾아내지
못하든 간에, 그 사람은 연어나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존재인 것이다.

- 시므온은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스라엘을 구해 줄 메시아를 기다렸다는
뜻이다. 누가 그에게 왜 사느냐고 물었다면 그는 서슴지 않고 “나는 지금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여기서 ‘기다린다’ 는 그냥 기다리고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멀리 앞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시므온에게 인생의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도 ’기다림‘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다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잡을 수 있게 한 것은, 죽기 전에
그를 보게 되리라는 성령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었다. ... 어느 날, 내가 사는 까닭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우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배워야 할 ‘사랑’이 다른 말로 하면 ‘자유’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
만이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내 눈에 자유의 화신이시다. 아무도, 아무
것도, 그분을 묶어 주지 못했다. 그분은 살아 움직이는 자유, 바로 그것이었다. 시므온처럼
나에게도 주어진 약속이 있다. 자유의 화신 예수께서 주신 약속이다. “네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는 참으로 내 제자다. 그러면 너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14. 정초에 벗들과 어울려 예산 땅 봉수산에 오를 기회가 있었다. ... 혼자서 가는 길.
그것은 우리 스승 예수께서 가신 길이었다. 얼마나 많은 함정과 올무와 덫이 그분 발 앞에
장치되어 있었던가? 그러나 그분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에 젖지 않는 연꽃처럼,
그 모든 함정과 올무와 덫들 사이로 당신 발걸음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옮기셨다. 세상의
그 무엇도 당신의 성스러운 자유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마침내 죽음까지도... 그분이 그렇게
당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이 천상천하에 홀로 존귀한 ‘단독자(單獨子)’ 였기 때문
이다. 복음서 어디에서도 그분이 당신의 행선지를 누구와 의논하여 결정하는 것을 볼 수 없다.
... 홀로 서기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참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중요한 역설이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사물과 타인을 참되게 만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내가 세상 끝날 까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약속을 주실 수 있었다.

15. 존경하는 선배 목사 한 분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 그날 선배 목사는 내게, 당신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교수였던 분이 쓴 책이라면서 한 권을 선물했다. <고통(Suffering)>
이라는 제목이었다. ... <고통>의 저자인 에머슨 교수 말에 따르면, 인간의 고통은 그를
‘영혼의 온전함‘으로 이끌어 가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사람이 고통을 통하여 온전한 사람
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 고통은 아무 의미도 지닐 수 없고, 의미 없는 고통은 그냥
악마가 주는 아픔일 뿐이다. 고통을 통하여 영혼의 온전함으로 나아간 자만이 고통 받는
이웃에게 달리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치유
자가 되는 것이다.

16. ’나‘와 ’남‘의 다름 또는 같음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 "나 - "하고 나를 부르다가
입을 다물어 버리면 ”남“이 된다. 내가 나를 열면 ’나‘요 나를 닫으면 '남'이다. 어떤 존재가
나에게 ’나‘가 되느냐 ’남‘이 되느냐는 그 존재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얘기다. ... 입을 다무는 것은 문(門)을 닫는 것이다. 문을 닫으면 이웃과 단절된다. 내가
나를 닫아 버리면 ‘나’는 ‘남’이 되어 모든 이웃으로부터 분리된다. 반대로 내가 나를 열면
모든 것이 ‘나’로 되어 마침내 하나를 이룬다. 내가 나를 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다.

- ‘나’를 열어 놓고 사는 사람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취사선택 없이 다 받아들인다.
터무니없는 비난도 받아들이고 터무니없는 박수갈채도 받아들인다. 거기에는 아무런 의도가
들어 있지 않다. 열려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아무것도 잡지 않는다. 잡지도
않지만, 등 밀어 보내지도 않는다. 장자(莊子)는 그런 사람의 마음을 거울과 같다고 했다.
마중을 나가지도 않고 배웅을 나가지도 않는다. 오는 것은 받아들이되 간수해 두지 않는다.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맞아들이는 어린이는 ‘열려 있는 사람’의 모델이다. ...
회심(回心)이란 ‘남’에서 ‘나’로 돌아감이다. 아버지에게 ‘남’이 되었던 아들이 아버지의 ‘나’
로 돌아가는 것이다.(루카 15,11-24) 회심은 구원의 전제가 아니라 내용이다. 얼마나 오랫
동안 나는 ‘남’을 ‘나’로 착각하여 다만 그것을 지키는 일에 매달려 왔던가? 열려 있는 사람
으로 살고 싶다. 본디 나로 돌아가고 싶다. 모든 것을 받아들임 없이 받아들이고 간직함 없이
간직하며 떠나보냄이 없이 떠나보내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17. 아내는 나에게 불만 섞인 요구를 한다. 좀 ‘인간적으로’ 살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나로서는 나만큼 평범한 인간도 드물다 싶은데 아내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총으로 사람을 쏘고 들리지 않는 고함으로 사람을 기죽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
다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얼치기
사기꾼들이 세상을 어질러 놓고 있는가?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속물(俗物) 시늉만큼은
낼 수 없다. 그것은 신성모독이다. 그러할 진데, 아내여, 당신이 바라는 속물로 살아 갈
그 날을 나 또한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참고 기다려 달라.

18. 나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이제부터는 작은 것도 바라지 않게 되기를 바랄뿐이다.
정말이다. 빈말이 아니다. 따라서 이 말을 거두어들일 수 없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나는 크게 바라는 것이 있다. 언제부턴가 생각할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소원이 있다.
바라는 것이 없다면 사람 산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사람이라면 마땅히 간절한
소망 하나 가슴에 품고 살 일이다. ... 예리고의 소경 바르티메오는 간절한 소원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눈을 뜨고 싶다는 소원이 온 몸에 배어 있었다. 그랬
기에, 예수께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하고 물으실 때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하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참으로, 소망이 없다면 인생도 없는 것이다. “왜 사느냐?”도 중요한 질문이지만 “무엇을
바라고 사느냐?”도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이다. 무엇을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그것이 과연
이루어지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서 이미 값진 것이요 의미 있는 것이다. ... 나로
하여금 책 하나로 사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존 웨슬리’의 말투를 빌려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나로 하여금 소원 하나로 사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나는 하느님을
뵙고 싶다. 그것이 나의 소원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라고(마태 5,8)하셨는데, 나는 내 마음이 허공처럼 맑고 투명해져서 이윽고
하느님을 뵙게 되기를 바란다.

19. 내게는 가까운 친구가 하나 있다. ... 종교 안에서 맺어진 두 친구는 ‘무한자(無限子)’
를 같이 신뢰한다. 두 사람이 독특하고 한결같은 무엇을 함께 신뢰하기에 그들의 우정 또한
독특하고 한결 같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분열도 생기지 않는다. 그들은 ‘무한자’를 신뢰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족한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를 지배하려 들 필요가 없다. 반대로,
상대적이며 유한한 것을 바탕 삶은 우정은 변덕스럽고 한결같이 못해서 자주 충돌을 일으
키고 질투하고 성내고 미워한다. (무한자 = 하느님)

- 사람들은 흔히 “좋은 친구를 골라서 사귀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된 친구는
갖추어야 할 자질이 있으면 누구하고도 사귈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친구들 사이에서 좋은
친구를 골라내어 그들하고만 사귄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다. 게다가
과연 누가 좋은 친구인지 그것을 가려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남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이 좋은 친구를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변덕스럽게 친구들을 고르려고 하는 대신, 먼저 종교적 신앙을 구하든지 참된 친구의
자질을 스스로 키우고자 노력할 일이다. 범사에 자유로운 사람은 타인이나 바깥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다. 언제나 여래(如來)의 위대한 도(道)에 머물며 모든 상황에서 다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제1 원리를 삼는다.

20. 며칠 전 어느 예배당 신축 기념 예배에 참석했다가 참 딱한 일을 보았다. 혼자서 자기
흥에 도취되어, 무더운 날씨에 길고 따분한 ‘설교’를 늘어놓던 딱한 노인이 생각난다. ...
나이를 먹을수록 말은 사라지고 눈길만 그윽해 지는 그런 모습의 늙은이가 되고 싶다.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서 얼굴도 어린아이처럼 깨끗한 늙은이, 웃음 하나로 온 세상을
품어 주는 말없는 늙은이, 글도 쓰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면서 맑은 샘물처럼 한 줄기
‘말없는 가르침’을 세상 흙탕물에 흘려 넣는 그런 늙은이가 되고 싶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른바 노년이라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과거를 등지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근원으로 돌아
가는 것이다. 아는 것이 날마다 늘어나 쌓이는 것이면서 아울러 날마다 덜고 또 덜어 내어
마침내 아무 하는 바가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게 늙어 가는 이의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이 요즘 세상이다. 유식한 늙은이는 많은데 스스로 무식한 늙은이는 드물다. 고집
불통 늙은이는 샜는데 젖먹이 아기처럼 자기를 비워 모든 것에 평화(和)를 주는 늙은이는
드물다. 모르는 것이 없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노자는, 마침내 아직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바탕으로 돌아간 사람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어린이’가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사람’이다. 충분히 늙어서 이윽고 근원에 돌아간
사람이다.

21. 심심풀이 삼아 도형(원속의 점)하나 그려 본다. ... 우주란 말 그대로 집이란 뜻이다.
그런데 우주의 외연(外延)이 있는가? 우주의 안과 밖을 경계 짓는 울타리가 있느냐는
말이다. 그런 것은 우리의 관념 속에 있을지는 모르나 사실은 없다. 여기까지가 우주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여기’가 없다. 우주는 ‘바깥’이 없다. 그런 뜻에서 우주는 무한대이다.
원 가운데 있는 점(點)은 중심이다. 하나뿐이라 중심도 하나뿐이다. 둘이 있을 수 없다.
중심은 반드시 하나뿐인데 그 중심의 위치는 어디에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존재물은 저마다 제 속에 우주의 중심을 담고 있다. 나는 우주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테야르 신부의 ’오메가 포인트‘가 바로 거기 아닐는지 모르겠다.

- 예수님은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가 내 안에 계시다”라는 말씀으로 표현하셨다.
내가 믿는 예수님은 우주의 중심(하느님)이신 아버지께로부터 오시어 그분께로 돌아가
완벽한 하나를 이루신 진짜 ‘사람의 아들’이다. 그분이 오늘도 말씀하신다. “내가 이루었으니
너도 이룰 수 있다. 내가 길이다. 나만 따라오너라. 그러면 내가 너를 우주의 중심에 세워
마침내 우주와 더불어 하나 되게 하리라.” 나는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라는
그분의 약속을 믿는다. 그분은 빈말을 하시는 분이 결코 아니다.

22.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눈 먼 사람이 ‘어둠’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과연 알까? ...
빛을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어둠을 알 수 없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눈 먼 사람들도 ‘빛’에
대하여, 빛의 작용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스스로 빛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과연 그것만으로 빛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어둠을 격어 보지 못한 사람은
밝음을 제대로 알 수 없다. ... 나는 세상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누가 강제로 이곳에
보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내가 빛이다.”라고 선언할 수 있었던 선생님을 마침내
만난 사실이다. 그것도, 내가 그를 찾아가서 만난 게 아니라 그분이 나를 찾아오시어 만나게
되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자이다.

- 아담의 ‘추락’은 우리로 하여금 참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알고 살아가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로봇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게 한 사건이었다. 그것은
에덴동산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심으신 하느님의 뜻이었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마라. 그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 2,16-17) 그 결과 사람은, 하느님
께서 미리 알려 주신대로, 죽음을 경험한다. 그래서 마침내 사람은 하느님의 명을 쫓아 살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고 좋은지를 깨달아 알게 된다. 눈을 떠서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며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23. 맹자는 말하기를 ‘시(詩)를 설(說)하는 자는 글로써 말을 해치지 말고 말로써 뜻(意)을
해치지 말고 다만 뜻(志)으로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선인들이 남긴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글보다는 말, 말보다는 뜻을 읽고자 애써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독서법이다. 어떤 글을 읽을 때 그것이 누구의 글인지를 아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필자에 대한 지식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여 글의 ’뜻(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수도 있다. 특히 이른바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가를 수 있는 글을 읽을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 백 년 전 일본에 살았던 한 종교 사상가의 글(일기, 1898.10.24.)이다. “우리의 참된
자아란 다른 게 아니다. 몸과 마음을 모두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에 맡기고, 그리고 자신을
현재 상황에 있는 그대로 가만히 두는 것이다. 일단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면 생과 사가
더 이상 상관이 없게 된다. 생사가 상관없게 되면 그보다 덜 중요한 다른 일들을 근심할
필요가 없다. 유배를 당하는 것도 견딜 만하고 감옥에 갇히는 것도 참을 만하다. 모함 받고
거절당하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있다하여 그 속에 우리를 괴롭힐 만한 무엇이 과연 있는가?
아니다. 없다. 우리가 그런 일을 당하여 근심하고 걱정한다 해도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이 주시는 것들을 그냥 즐겨야 하는 것이다.” 등 ...
이 글들은 일본 진종불교의 ‘키요자와 만시’ 스님이 쓴 글인데 본문의 ‘무한하신 분’을
‘하느님’으로 단어만 바꾸어 썼다. 이글을 스님이 쓴 것으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었으리라.
옮겨 적기 전에 일본의 한 스님이 쓴 글임을 밝혔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인간의 생각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 선입견이 없는 마음, 그것이 곧 하느님을 볼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이다.

24. 누군가 말했다 종교는 느낌이라고! 한국 사람은 머리보다 가슴을 중심으로 삼고 살아
가는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가슴(感性)보다 머리(理性) 위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날카롭게 대립했다가도 서로 합의한 방식에 의해서 어느 한쪽 의견이 채택됐을 경우에는
이의 없이 모두들 거기에 따른다. 그런데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합의는 합의고 기분은 기분인데 가슴은 합의보다 기분에 가깝다. 기분이 안
좋으니 결국 협조가 안 되는 것이다. 논리가 아무리 완벽해도 심보가 뒤틀리면 어긋나게
되어 있다
- 언제 어디서나 ‘지금’이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라고 우리는 배웠다.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알고 있는
것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인식과 느낌은 질이 다른 것이다. 사람의
삶에 좀 더 정직하고 강렬한 작용을 하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느낌이다. 나는 종교가 인식
이라기보다 느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언어로 하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깊고 솔직한
‘느낌’에 대하여 그동안 소홀했다는 반성도 한다. 자주 ‘느낌’의 선물을 통하여 내 삶의
순수를 되찾아 지킬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것이다.

25. 사람이 소중한 보물을 간직하고 산다는 것은 일단 행복한 일이겠다. 그러나 그 보물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수도 있다. 나에게도 보물이 있다. 나는 그
약속에 남은 생애를 맡기려 한다. 내게 있는 세 가지 보물 같은 약속이란 스승이자 구원자
이신 예수님의 약속이다. 첫째, 그분이 나에게 “세상 끝날 까지 너와 함께 있겠다.”라고
약속하셨다. 나는 이 약속에 근거하여, 내가 어디에 있든지 거기 예수님이 현존하신다는
사실을 믿는다. 둘째, 그분은 나에게, 나와 함께 계실 뿐 아니라, “내가 너를 몸소 가르치
겠다.”라고 약속하셨다. 작든 크든 내 모든 경험 속에 그분은 당신의 ‘메시지(가르침)’를
담아 주신다. 내가 귀를 기울이면 언제든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알기 쉽고 친절하게 일러
주신다. 셋째, 예수님은 나에게 “내가 너를 새로운 존재로 만들겠다.”라고 약속하셨다.
내가 만일 바오로 성인처럼 낡은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게 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분이
하신 일이다. 이상 세 가지 ‘약속’을 생각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분이 내게 일방으로
주신 선물이기에, 반드시 그대로 이루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6. 처음에는 마을을 둘러싸고 곳곳에 군부대가 있는 줄 알았다. 과수원에서 까치들을
쫓아 버리기 위하여 자동으로 가스를 폭발시키는 소리였다. ... (일본의 한 여학생 ‘기미코’
양의 텃밭 농장 일기 소개) ... 생명은 “열려 있음”이다. 천지 사방을 향해 열려 있음이다.
어린아이는 열려 있는 문과 같다. 그래서 하느님이 주시는 모든 것을, 하느님 나라의 모든
것을, 취사선택 없이 받아들인다. 받아들이되 받아들이는 행위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 사람
만이, 온 몸이 열려 있는 문(門)인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예수님은 가르치
셨다. 하느님 나라는 생명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27. 어느 날 나는 신(神)의 피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주 간절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 뒤로 나는 신의 피리가 되었다. 소리를 내기 위하여 아무 하는 일이 없으면서 제 소리를
따로 내지 않으면서 바로 그 내면의 침묵으로 뜻밖에 소리를 내어 슬픈 이에게는 슬픔을
더해 주고 기쁜 이에게는 기쁨을 더해 주는 그래서 행복한, 신의 작은 피리가 되었다.

28. 하루는 집회(集會)를 마친 뒤, 마련된 사석에서 한 젊은이가 내게 물어 왔다.... “샘물
(생명의 말들?)을 계속 퍼 쓰기만 하면 바닥이 나지 않습니까?” “그렇겠지요. 나는 내가
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그럼 뭡니까?”. “파이프일세! 파이프가 샘 마를 것을 걱정
하겠나?” 샘에 연결된 파이프(管). 그것이 없으면 샘물이 사람 몸에 들어올 수 없다.
파이프와 샘은 한 몸이다. 파이프가 자신을 가리켜 ”나는 샘이다.“하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파이프는 어디까지나 파이프다. 샘이 아니다. 그러니 샘물 마를 것을 걱정
한다면 그것은 파이프로서 주제넘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과 나의 관계가 그러하다.
둘도 아니지만 하나도 아니다. 포도나무와 포도나무 가지. 이 관계가 나를 꼼짝 못 하게
사로잡으면서 홀가분하게 풀어 준다. ... 성인(聖人)은 만사에 머뭇거리기를 겨울 냇물
건너듯이 한다고 했다. 참으로 한발 한발 삼가 조심하여 깨어 있지 않으면 언제 어느 순간
겸손의 옷을 입은 교만, 진실의 얼굴을 한 거짓에 떨어질는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내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깨어 있을 수 없음을 알겠다. 그래서
틈틈이, 부분인 내가 나의 전체인 그분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29. 피정(避靜)을 마치고 밤늦게 숙소로 돌아오다가 돌을 밟아 오지게 넘어졌다. ... 무슨
일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그렇게 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때 세심하게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원인을 살핀다는 게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는 일로
바뀌는 수가 있다. 그건 삼가 조심할 일이다. 일단 지나간 일에 관하여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따름이다. ‘네 탓’이라고
하든 ‘내 탓’이라고 하든 탓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 가리옷 사람 유다는 스승을 배신하고 나서 그 모든 탓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래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성인 베드로는 스승을 세 번을 부인했지만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지려고 하는 대신에 밖에 나가 슬피 울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 그것을 바꾸거나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엎질
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있다. ‘해석’이 그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바꾸거나 없앨 수 없지만 그것을 해석
할 수는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과거는 우리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가벼운 날개’가 되기도 한다.

30. 지난해에는 ‘이(李) 아무개’라는 필명으로 불교에 관련된 책을 두 권 번역했다. 하나는
마이다의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이고 다른 하나는 키오자와의 ‘겨울부채’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에는 스승을 만난 제자들의 행복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들
가운데 사무라이(武士) 출신 우치무라 간죠가 섞여 있었고, 그가 모신 스승은 예수 그리스도
였다. 그 대목을 읽는 순간 내 몸에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일었다. 우치무라의 행복이 곧장
나에게 옮겨지는 것 같았다. 예수를 만나 그분의 일생의 스승으로 모신 숱한 성인들의 가난
하고 풍요로운 행복, 내가 흠모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가슴에 샘처럼 솟구치던 기쁨과 평화
등. 아아, 나 또한 그들처럼 나 하나를 위해 세상에 오신 ‘선생님’을 모시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여태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모르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 게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참된 깨달음이다. 그래서 그것을
‘기억해 낸다’는 말로 표현한 사람이 있다. 적절한 설명이다. “내가 마침내 이것을 깨달았다.”
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모르던 것을 새삼 알게 됐다는 뜻이 아니라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을 알게 됐다는 뜻이어야 한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었으되 얻는 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31. 요즘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유익하고 평안하다 ...... 잘못을 저질렀거나
실패를 했을 때 너무 오래 뒤돌아보지 말라. 실수는 당신을 가르치는 삶의 방편이다. 가끔
크게 실책을 범하는 것과 인생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실패가 성숙한 당신을 만든다. 이왕에 저지른
실책들은 털어 버려라. 가끔 실패하지 않고서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알겠는가? 물러서지
마라. 역전의 기회가 오고 있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 이 거친
세상에서 실수, 과오, 패배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만일 그것들이 우리를 겁보로
만들게끔 내버려 둔다면, 그래서 한번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기를 망설인다면, 우리는
자신을 후회뿐인 인생의 주인공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패! 실패란 무엇인가? 하나의
소중한 가르침, 좀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한 걸음, 바로 그것이다.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인간은 결코 시도하는 일이 없는 인간이다.

32. 그래, 오늘은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 나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믿는다.
프란치스코를 믿고 간디와 데레사도 믿는다. 석가모니도 믿고 성모님도 물론 믿는다. 내가
여기 이런 모양으로 있는 것처럼 그분들 또한 저기 저런 모양으로 계신다. 내가 있으니까
그분들도 안 계실 수 없다. 나는 내가 망망한 바다의 물거품 또는 물결이라고 생각한다.
물거품은 꺼져도 바다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 목숨이 끊어져도 나는 죽지 않는다. 내 몸에
아담의 피가 조금도 변질되지 않은 채 흐르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아담의 다른
얼굴이고 아담은 나의 다른 얼굴이다. 존재하는 것이 모든 것이 나의 다른 얼굴이다. 가만히
호흡에 집중하고 앉아 있자면, 모든 것이 나와 한 몸임을 느낄 수 있다. 어디로부터 오는지
모를 흡기(吸氣)가 중심으로 모이고 다시 어디로 가는지 모를 호기(呼氣)가 퍼져 나간다.
‘나’라고 한계 지을 만한 아무것도 없고 오직 호흡만 있을 따름이다.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 호흡은 그냥 호흡이다. 깊은 호흡 속에서 모든 것이 손잡고 한 정점을 향한다. 거기
예수님의 십자가가 서있다.

- 생명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라면 죽음을 주시는 분 또한 하느님이시다. ‘사람 목숨이
하늘에 있다(人命在天).’라는 말이 그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일을 축하하고 기일을 애도
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반쪽만 받고 나머지
반쪽은 거절하는 것과 같다. 생사가 본디 하나인데, 이것은 받아들이고 저것은 물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죽음을 거절하는 것은 삶을 거절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무서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죽음을 겁내고 있는 것은 죽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인식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주에는 사라지는 것이 없다.

-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러 가시면서, 내가 영광을 받을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십자가를
지고 나서 영광을 받으신다는 말씀이 아니다. 생명이 끝나고 나서 죽음이 오는 게 아니다.
생명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생명이 있다. 그렇다면, 나 오늘 이렇게 살아 있음을
고맙다고 여길진대, 때 이르러 내 속에 감추어져 있던 죽음이 모습을 드러낼 것에 대하여
미리 고맙게 여긴들 그것이 무엇이 억지가 되겠는가? 날마다 살아 있는 이것이 은총이기에
날마다 죽어 가는 이것 또한 은총이다. 죽음의 순간, 그것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맛볼
환희일 것이다.



- 글 메모 마침




금주의 독서 메모 069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요약)/ 2022.02.13.


[ 책 이름 : 당신을 바꿀 100가지 이야기 ]

- 지은이 : 피에르 르페브르, 옮긴이 : 강우식, 펴낸데 : 바로로딸/ 269p
- 내용 :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100가지 작은 이야기들 모음

[ 표지의 글에서 ]

나이 먹어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강줄기를 이동하는 게 쉬울지도 모른다. 무언가 새로
하는 것보다 이미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지혜로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난 당신에게 말한다. 과감히 바꿔보라고. 강줄기 이동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는 당신
일상을 확 틀어보라고 ... 그렇고 그렇게 끝날지도 모르던 날들이 갑자기 생기가 넘치고
모험과 환희로 가슴 뛰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멋진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 머리말 ]

이탈리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경험이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그런데 애석한 것은
사람은 경험해본 후에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경험해 본 후에야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다행이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우리 마음속에서 다시 체험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작은
이야기로 꾸며 보았다.

[ 차 례 ]

1. 인간이란 무엇인가? p7

- 정의, 현명함, 용기, 절제

2.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 p111
- 열여덟 살 때, 사도신경, 우리 아버지, 천주 십계, 성사,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

※ 메모 참고 : < >안은 이야기 주제 * 이야기의 등장인물, 사건, 장소 등/ 요점(키워드)


[ 1부. 인간이란 무엇인가? ] p7


[ 정의 ] “그건 공평치 못해” ...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사람은 부당한 것을 싫어한다.
모두들 정당한 것을 원한다. 그러나 정의란 정당한 자기 몫을 차지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란 다른 사람에게 그의 정당한 몫을 주는 것이다.

1. 정의란 무엇인가? 다른 이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

< 진실은 돈으로 살 수 없다 > * 중병에서 회복된 페르시아 황제 코스로스, 고문관,
가짜 보석/ ... “폐하께서 저희에게 주신 그 보석들을 판 상인은 교수형에 처해야 마땅합니다.
그 보석들은 모두 가짜였습니다.” 황제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너희들 말이 가짜인
것처럼 그 보석들도 가짜였다.”

2. 상대방이 정의롭고 믿을 만한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진실성의 여부를 보면 알 수 있다.

< 풍성 터트리기 > * 개업한 젊은 변호사/ 변호사는 수화기를 들고 정말로 통화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네, 국장님이십니까? ....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안녕히
계십시오,” 변호사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찾아온 첫 손님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전화를 가설하러 왔는데요.”

< 금메달을 향하여 > *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프랑스 펜싱선수 고댕과 이탈리아 선수와의
결승 경기, 심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이탈리아 선수가 득점했다고 판정했으나 관중
들의 이의제기로 심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주심이 선언했다. “득점 없음!” 관중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프랑스 선수가 마스크를 벗고 심판관들 앞에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제가 스쳤습니다. 이탈리아 선수의 득점입니다.!” 심판들은 프랑스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지만, 그는 오점이 있는 금메달보다 진실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3. 정의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정에서부터.

< 어느 외무장관의 집안 정치 > * 결혼하지 않고 사는 프랑스의 외무장관 로베르토 슈만,
기자/ “지하도를 지나가다가 실수로 어떤 부인의 발을 밟았습니다. 그녀는 사과할 틈도
주지 않고 이렇게 소리치더군요. ‘어휴, 이 멍청한 인간! 그 못 생긴 발 좀 조심할 수
없어요.?’ 그러고는 나를 쳐다보더니 금세 얼굴을 붉히며 볼멘소리로 ‘아이구,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제 남편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4.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 부모 밑에서 사랑받고 견실하게 교육받는 것.

< 말썽꾸러기 > * 산파, 푸줏간(정육점) 주인 스미스와 부인, 아들 팀/“나중에 철들면 다
고쳐질 거예요. 아기는 맘껏 자유롭게 크도록 놔두어야지요.” ...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갑작스런 변화는 오히려 소년의 마음속에 내재해 있던 포악성과 복수심만 불어 일으키는
결과가 되었다. 그의 마음은 증오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몇 개월 후, 소년은 실제로
그의 아버지를 칼로 찔렀다. 이 사건은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건은 바로 그 부모가 자초한 비극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제야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과 ‘철들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 아랫사람들에게 정의롭게 대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혜 없이 각자에게 정당한 몫을 준다.

< 권력의 오용 > * 담임선생님 맥스위, 빨강머리 소년 패디/ 패디 소년은 선생님 부재중
소란 피우는 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적어 놓는 일이었다. “내 이름 지어주면 사탕하나 줄게.”
“안 돼, 적어도 세 개는 내놓아야지.” ... 다른 아이들도 사과, 초콜릿, 구슬 등을 내놓았다.
칠판에는 서너 명의 이름만 남았다. 가난한 학생들은 패디를 매수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체벌을 받았고 쓰라린 눈물이 그들 눈에서 흘러내렸다.

6. 윗사람에게 정의롭게 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동선을 향한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라.

< 교활한 사과 > * 벡크만, 슐츠, 명예 손상, 판사/ 배우 벡크만은 신문기자 슈츠에게
명예를 손상시킨 죄로 벌금과 함께 그 기자의 집을 방문해서 증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명령했다. ... 벡크만은 반쯤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물었다.
“슐츠 씨 여기 사십니까?” 그러자 기자는 약간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닌데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떠나버렸다.

7.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어떤 것들인가? 배고픔, 교육의 기회박탈, 인종차별

< 성공한 흑인 > *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 햄튼학교 (입학위해 800km 거리 여행)
/ ... “기숙사비와 수업료를 마련하기 위해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난로에 불을 지폈고,
저녁시간부터 밤늦게까지 모든 교실을 청소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나는 결국 해냈습니다.”

8. 폭력, 테러,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소유와 권력에 대한 무한한 탐욕, 그리고 그 결과로 억압받는 자들의 분노.

<폭력의 악순환 > * 학창시절의 니키 쿠르즈, 패싸움, 칼/ “너는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누군가가 너를 보호해주어야 돼, 알아듣겠어? 매일 25센트씩 내면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해줄게.” ...(니키가 폭력배를 제압함) “도망가자. 저 녀석은 미쳤어.”
... “녀석들, 이제부터 이 니키를 건드리지 못하겠지.” 니키 쿠르즈는 그 칼을 그대로
주머니에만 넣어두지 않았다.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그는 나중에 뉴욕에서 가장 위험한
갱두목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나중에 데이비드 윌커슨이 그를 그리스도께 인도하기
까지는.

9. 자녀교육의 우선권은 국가에 있는가? 아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부모에게 속해 있다.

< 시험대에 오른 독재권력 > * 경찰관, 공무원, 인민재판소, 양육권 박탈, 트로핌 부인,
7명의 아이들, 복음말씀을 설교한 죄로 구속되어 있는 아버지, 아이들 찾는 할머니
/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얼마나 많은 러시아 어린이들이 부모로부터 강제로 격리되어야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0. 종교의 자유란 무엇인가? 종교적인 문제에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

< 금서 > * 프로테스탄트 신자 이반, 러시아 포로수용소, 작은 공책/ 이반은 그 순간을
이용하여 발밑에 있는 작은 공책(성서구절이 가득 적힌 작은 공책)을 반대편으로 밀어
찼다. 그 공책은 이미 수색이 끝난 반대편에 정렬해 있는 사람의 발밑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말씀은 포로수용소로 들어가 많은 이들
에게 빛이 되었다.


[ 현명함 ]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정의롭게 행동하는 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의로운 사람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정의를 실천한다. 이것이 바로 정의로
신중하게 고려해서 올바른 방법을 찾아 실천한다. 이것이 바로 현명함이다.

11. 현명함의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을 잘 고려해서 선택한다.

< 그는 말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 * 이빨이 몽땅 빠지는 꿈을 꾼 터키 황제, 현자들의
꿈 해몽, 재무 담당관 / 한 현자는 “불길한 꿈입니다. 이빨이 하나하나 빠졌다는 것은
조신(朝臣)들이 하나하나 죽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태형 50대) 다른 현자는 “길조
입니다. 폐하께서 모든 조신들보다 오래 사신다는 뜻입니다.” (금화 50냥) 재무 담당관이
현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꿈 해몽은 처음에 왔던 현자의 꿈 해몽과 그 내용이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금화 50개를 받은 현자가 말했다. “사람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지요. 중요한 것은 그 말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12. 정의로움과 현명함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정의로움은 실천할 행위를 말해주고, 현명함은 방법을 말해준다.

< 뉴욕이 벌을 받아야 한다 > * 판사 과르디아, 한 노인 / 세 번씩이나 연임한 뉴욕시장
과르디아가 판사로 일하던 시절이다. 무척 추운 겨울날 한 노인이 빵집에서 빵을 훔친
죄로 잡혀 왔다. 그 노인은 가족이 굶어죽어 가고 있다고 호소를 했다. “그래도 나는
당신에게 벌을 주어야만 하오. 법에는 예외가 없소. 그러니 벌금으로 10달러를 내시오.”
그러더니 그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당신이 낼 벌금 10달러가 여기 있소.
받으시오. 그리고 ...” 그는 목소리를 높여 계속 말했다. “이 법정에 참석한 모든 사람
에게 50센트씩 벌금을 부과하겠소. 그 이유는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빵을 훔쳐야만 하는
사람이 있는 이 마을의 주민들이기 때문이오. 경사, 당장 벌금을 거두어 저 노인에게
주시오.” 경찰은 모자를 돌려 벌금을 거두었고 노인은 47달러 50센트를 받아 넣고
법정을 나섰다.

13. 충고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현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누구도, 특히 초보자는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휘파람 소리가 나는 폐 > *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의 의사였던 A.J. 크로닌
(‘천국의 열쇠’ 저자), 선배 카메론 박사, 주방 아가씨 자넷, 던컨씨 댁/ “아기가 아파요.”
“심합니까?” “아주 심합니다. 어린 것이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어요. 폐에서 휘파람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난다니까요. 간호사가 말하길 폐렴 같다고 하더군요.” ...
(치료법을 모르겠던 의사 크로닌은 선배인 카메론 박사를 모시고 함께 왔다) 그는
한 손에 머리핀을 들고 아기의 요람 안으로 허리를 굽혔다. 재빠르고 부드럽게 그는
아기의 콧구멍 속으로 머리핀을 집어넣어 그것을 빼내었다. 휘파람 소리가 나던 숨소리는
당장에 그쳤다. “하느님 맙소사.” 내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 여기
휘파람소리가 나는 폐가 있소이다.” 카메론 박사는 손바닥에 그 작은 빽빽이(작은 단추
크기만 한 장남감 호루라기)를 올려놓았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의사는 자기밖에 없노라고 중얼거렸다.

14. 현명하다는 것이 선견지명으로 불리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래의 의로움을 미리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 엄마, 왜 ...?“ > * 일곱 살 난 넬리, 직장에 다니는 엄마/
“엄마, 왜 나하고 안 놀아줘?” ... “왜 시간이 없어요?”... “왜 일해야 해요?” ...
“왜 돈을 벌어야 되요.”- “네게 먹을 것을 마련해 주어야 하니까” “아 ...! 하지만 나는
지금 배고프지 않은 걸, 엄마!”

15. 현명한 사람이 사기꾼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상상력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로, 이는 협상의 기초이다.

< 사랑의 승리 > * 작가 피터 액스워디/ 그의 처녀작은 ’사랑의 승리‘ 였다. 독자들의
반응이 전혀없어 책들은 서점의 선반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광고를 몇 개의 유명신문에 게재했다.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서 일주일
내에 인쇄된 책이 모두 팔렸다. “백만장자, 나이 30세, 건강함, 스포츠와 음악을 사랑함,
‘사랑의 승리’에 나오는 여주인공과 같은 여성을 아내로 맞고 싶습니다.”

16.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젊은이의 의견을 듣는 것이 왜 현명한가?
그들은 용감하게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해내기 때문이다.

< 방법이 없다 > * 1953년 코펜하겐, 젊은 소방대원 에릭, 긴급환자 신고, 위치소재 불명,
20대의 소방 차량 출동, 엘렌 손달/ 새벽 3시에 소방단의 신고센터에 전화벨이 울렸다.
야간 근무 중이던 젊은 소방대원 에릭이 수화기를 들었다. “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 (위치, 집번지, 이름, 전화번호, 주변
환경도 알 수 없어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 ... 갑자기 그에게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서장은 처음에 그 무모한 생각에 반대했다. 에릭은 애걸했다. 서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허락했다. “좋아, 해보자! 나도 그곳으로 가겠다.” 15분후 스무 대의 소형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예상되는 그 도시의 가장 오래된 된 구역으로 출동하여 각 차량마다 특정한
구역을 순찰하도록 배당했다. 에릭은 수화기를 통해 그녀의 숨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 차량별로 사이렌 소리를 순차적으로 끄고 키면서 특정한 지역에 있는 것을 찾아는 냈으나
그 거리에는 수백 개의 집들이 있었고 각 집에는 불이 켜진 상태에서 모두들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 확성기를 이용하라고 서장이 명령했다. “시민 여러분, 우리는
생명이 위독한 한 여인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불을 모두 꺼 주십시오” 불이 모두 꺼졌고,
단 한 집의 창문에서만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무사히 구출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엘렌
손달이었다. 잘 견뎌내서 의식을 되찾았고 보름 후에는 기억도 다시 돌아왔다.

17. 올바른 일을 하는 데 경험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험으로써 행동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비밀을 지킬 수 있는가? > *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잭슨 장군, 기자/ “장군 님, 적에
대한 공격을 언제 감행할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장군이 기자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여보게, 비밀을 지킬 수 있겠나?” “물론이죠, 장군님...” 그러자 장군이 말했다.
“나도 지킬 수 있다네” 그러고는 그는 귀빈실을 나섰다.

18. 경솔함의 증후는 무엇인가?
주의력 부족, 부주의한 결정, 우유부단한 행동 등이다.

< 안됐군요 > * 빌헬마이너 슈레더, 기차여행, 부인과 신사/ 유명한 배우이자 가수인
슈레더가 기차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손님들이 그녀에 대하여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떤
부인이 말하기를, 슈레더의 목소리는 이제 한물 갔고 연예인으로서의 그녀의 생활은
끝났다는 등 비평의 말을 했다. 그녀 옆에 앉아 있던 한 신사가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그 가수에게 직접 말씀하시지 그래요. 그녀가 바로 당신 앞에 않아 있군요.” ... “얼토당토
않은 저의 말을 용서하세요. 제가 한 말들은 석간신문에 실린 바보 같은 연예기자들의
말이예요. 그 기자, 정말 나쁜 사람이예요.”슈레더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분에게 직접
말씀하시지 그래요. 그분이 바로 당신 옆에 앉아 있군요.”

19. 현명함은 사후 반성으로 드러나는가, 결정과정에서 드러나는가?
중요한 것은 심사숙고한 결정을 단호하게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 은신처 > * 네델란드 하를렘 도시, 유대인 탄압 시절, 코리텐붐(나), 아버지와 여동생
베시, 유대인 건축가 스미스, 은신처 설치, 6명의 유대인, 게슈타포 / “은신처는 높은 데
있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아래층에서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유대인들이 은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스미스씨의 의견이었다. 그는 층계 끝에 있는
방을 보더니 기쁘게 소리쳤다. “바로 이방이 좋겠네요. 이쪽에 가짜벽(이중벽)을 세웁시다.”
... (비밀방 설치 및 게슈타포 수색) ... “집 전체를 다 수색했으나 없습니다. 이 집에
비밀방이 있다면 아마 귀신이 만들었을 겁니다.” 경찰서장은 말했다. “분명히 이 집에
비밀방이 있어, 유대인들이 분명 숨어 있다구, 좋아, 놈들이 죽어서 미라가 되어 나올 때
까지 이 집을 감시하겠다.” 아버지와 베시, 나는 한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경찰의
수색이 있은지 나흘째 되던 날 밤에 비밀방을 미리 알고 있었고 우리 편에서 일하던 ‘롤프’
라는 당일 보초 경찰관의 비밀스런 도움으로 비밀방에 숨어 있던 유대인 6명은 모두 탈출
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0. 현명함의 극치란 어떤 것인가? 인생의 목적을 잊지 않는 것이다.

< 성공 ... 그 다음엔? > * 스페인의 위대한 작가 로페 데 베가, 의사/ 베가는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는 천여 편이 넘는 희곡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평생동안
수많은 칭송을 받아왔다. 그는 단지 성공을 위해서만 살았다. 그의 죽음을 지켜보던
의사가 말했다. “당신은 행복하게 죽을 수 있습니다. 세상사람들은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이제야 나는 모든 것을
알겠소. 하느님 앞에서는 선한 영혼을 가진 자만이 위대하오. 지금이라도 내가 선한 일
한 가지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전생애를 통해 받았던 나의 온갖 칭송과 기꺼이 맞바꾸겠소.”


[ 용기 ] 좋은 칼이란 예리한 칼이다. 좋은 사람이란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항상 의롭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어째서 올바른 길, 곧은 길을 벗어나게
되는가? 그것은 유혹과 강압 때문이다. 유혹은 우리를 꾐에 넘어가게 하고, 강압은 우리를
바른 길에서 이탈시킨다. 우리는 극기로 유혹에 맞설 수 있다. 우리는 용기로 강압에 맞설
수 있다.

21. 용기란 무엇인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한 것.

< 눈먼 비행사 > * 견습 비행사 로버트 월딩, 교관 조셉 가너/ 텍사스 상공 1만 2천 미터
에서 견습 비행사가 배행중에 갑자기 오른쪽 제트엔진이 화염에 쌓여 추락하게 되었고,
탈출버튼도 동작되지 않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열려진 조정석 안의 온도는 영하 40도였고,
얼음같이 차가운 강풍에 눈꺼풀은 굳어버렸으며 눈동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다. 눈먼
상태가 된 것이다. ... 지면 가까이에서 관재탑과 다행히 연락이 닿았다. “다시 한 번 선회
하라. 침착하게! 안개등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알려 주겠다.” 안개등은 켜졌고, 그는
드디어 활주로에 들어섰다. 그런데 착륙하기 직전에 비행기는 다시 한 번 심하게 요동을
했다. ‘젊은이, 선택하게, 다시 속도를 올려 선회를 계속하든가, 아니면 바퀴를 집어넣고
동체로 착륙하든가...“그 비행기는 엄청난 불꽃을 내며 착륙했다. 비행기는 완전히 화염에
싸였고 구조대는 즉시 두 사람을 꺼냈다. 가너 교관은 병원에서 바로 의식을 되찾았으나
견습 비행사 로버트 월딩은 시력을 되찾기까지 사흘이 걸렸고, 평생 약시로 고생해야만
했다.

22. 용기있는 행동은 어떤 것인가? 꿋꿋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노력하는 것.

< 지옥 탈출 > * 니키 쿠루즈, 마약중독자 써니/ 쿠루즈는 60년대 초에 뉴욕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한 절망상태에서 그 집을 찾아온 써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 둘째날 저녁이 되자 그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안되겠어요.
나는 해낼 수가 없어요.” “아니야, 써니! 우린 함께 해낼 수 있어, 하느님께서 힘을 주실
거야.” “하느님 힘 따위는 필요없어요. 단지 히로뽕 주사가 필요할 뿐이에요. 제발, 나좀
풀어줘요.” “써니! 절대로 놓아줄 수 없어. 너는 하느님께 아주 소중한 존재야. 네가 회복될
때까지 절대로 놓아줄 수 없어.” 그는 써니를 보살펴 주기 위해 24시간 동안 한 잠도 자지
못해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이순간이 고비인데, 난 너무 지쳐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단 2분만이라도 눈을 감았으면...” 깨어보니 써니의 침대가 비어 있었다. 눈내리는
창가에 서있는 써니가 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은 처음이예요”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느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예요. 오늘 밤 그분이 저를 지옥에서 구해주셨어요.
저는 이제 자유로워요.” 아름다운 겨울밤을 바라보며 내가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23. 용감한 사람에게는 왜 영웅적인 행위보다 인내가 더 필요한가?
살다 보면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야 하는 경우보다 다름 사람들과 함께 위기를 견뎌내야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 성빈첸시오의 물을 마셔라 > * 어떤 부인, 신경질적인 남편, 성빈첸시오 패러/ “남편이
집에 들어오거든 부인은 그 물(수도원의 우물)을 한 모금 입에 넣으시오. 단, 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오. 그렇게 하면 반드시 놀라운 일이 생길 겁니다.” 그 부인은 성인이 지시한대로
실천했다. 남편은 저녁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으레 악담과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부인은
즉시 그 기적의 물을 입 안에 머금고 새어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랬더니 아닌
게 아니라 남편이 곧 조용해지는 것이 아닌가! 부인은 그 비밀요법을 여러 번 사용해 보았고,
그때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아울어 남편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성인을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성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전에는 당신의 말대답이 남편을 짜증나게
했지만, 이제는 당신의 침묵이 남편을 부드럽게 만든 것이오.” 스페인에는 “성빈첸시오의
물을 마셔라.”라는 격언이 전해지고 있다.

24. 관대함이란 무엇인가? 좋은 목적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주는 것.

< 영(0) 하나 붙이기 > * 알렉산더 화르네세 추기경(후에 교황바오로 3세), 비서, 가난한
아기 엄마/ 하루는 가난한 아기 엄마가 은화 다섯 냥이 꼭 필요하다면서 도움을 청했다.
추기경은 지불 청구서에 5에 0을 하나 더 붙여 그의 비서를 시켜 그 부인에게 은화 50냥을
보냈다. 아기 엄마는 잘못됐음을 알고 찾아 갔다. “존경하올 추기경님. 지불청구서에 0
하나를 더 붙이는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추기경은 펜을
꺼내더니 지불청구서에 0을 하나 더 붙였다. 이를 본 착한 부인은 놀랐다. ’은화 500냥!‘.

25. 억지란 무엇인가? 불가능 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짓 용기

< 달팽이의 공격 >* 달팽이, 철로, 기차/ 철도변 둑에 살고 있던 달팽이는 매일 시끄럽게
지나다니는 기차소리에 일을 제대로 못 하겠다고 불평을 해댔다. 손 좀 봐야겠다고 달팽이는
철로 중앙에 버티고 서서 자신의 더듬이를 위협적으로 한껏 뽑아내고는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를 노려보았다. “탈선시키고 말겠다!”. 그러나 기차는 휙 지나쳐버렸다. 달팽이는
불쾌한 듯 말했다. “아니, 멈추지 않잖아! 도망가 버렸군. 겁쟁이 같으니라구!”

26. 두려움 없는 자가 용감한 자인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침착성과 분별력을 잃지 않는
자가 용감한 자이다.

< ‘셋 하면 쏜다!“ > * 빌 블랙우드, 허드슨에 있는 친구의 별장, 유령이 나온다는 방/
빌이 유령의 방이란 곳에서 막 잠에 빠지려는 순간, 그는 침대 끝에서 까만 다섯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것은 열 개로 늘어났다. 빌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장난 그만치게나!” 빌이 말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쏘겠다!”
“두번 말하지 않겠다.” 빌이 경고했다. “셋을 센 후 쏘겠다.” “하나, 둘, 셋!” 그는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자기 발가락을 보고 착각) 그 이후로 빌은 절름발이가 되었다.

27. 교만함이 어리석은 이유는 무엇인가? 교만한 자는 자신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 피차일반 > * 버나드 쇼, 상류층 젊은이/ 쇼는 우쭐대는 상류층 젊은이를 아래로 훑어
보며 이렇게 질문했다. “젊은이, 자네 부친이 신사였다는 게 사실인가? ”물론이죠.“
”그렇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구먼, 어째서 자네는 신사가 되지 못했나?“

28. 배짱 때문에 생명을 거는 일은 용감한 일인가?
선한 목적을 위해 생명을 걸 때 그것이 용감한 일이다.

< 무모한 도전 > * 댄스파티, 릴리안 램지(인기 많은 여자), 파트너(청년), 철도게임 제안/
오하이오의 몇몇 학생들이 새로운 놀이를 개발했다. 남녀가 철로 위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급행열차가 달려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기차가 다가올 때까지 오래 앉아 버티는
사람이 그 놀이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었다. ... 릴리안은 파트너에게 철도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후에 그 청년은 회고했다. ”릴리안은 나에게 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열차에 치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여자였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는 무모함에 대한 대가로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
졌으며 심하게 얼굴을 다쳤다. 그 얼굴의 상처는 평생동안 흉터를 지니고 살아야 했다.

29. 고상한 목적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 천(1000)에 하나(1) > * 베트남 주둔 프랑스 부대 수송부대 화물차량, 운전병 쉬에르머
상사, 블론듀 병사/ 쉬에르머 상사가 운전하던 4번째 운송 화물<폭팍물과 탄약류>차량이
적군의 피격으로 화염에 싸여 좁은 산등성 길이 막히게 되자 홀로 길옆 낭떠러지로 몰아
떨어져 길을 트이게 했다. ... 너무나도 엄청난 폭발이었기 때문에 쉬에르머 상사는 흔적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용기 있는 그의 결정이 수천 명의 아군 병사를 구한 것이다.

30. 용서의 극치란 무엇인가?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

< 그는 자신의 양심을 따랐다 > * 붉은 군대의 병사 이반 모이세유/ 그 젊은이는 익사가
아닌 심한 구타와 고문으로 죽임 당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저는 그리스도를 위한 전투에 그분의 명령을 받고 나갑
니다. 저는 그리스도를 믿는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들에게 보여줄 작정입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젊은 병사는 순교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 절제 ]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네 가지 덕목(정의, 현명함, 용기, 절제)을 비행기에
비교한다면, 정의로움은 엔진, 즉 추진력에 해당되고 신중함(현명함)은 조종사에 해당된다.
그리고 용기와 절제는 비행기를 띄우는 양쪽 날개에 해당된다. 날개가 없으면 비행기는
추락하게 된다. 용기와 절제로 균형을 잡지 않으면, 결국 비행에서 실패하게 된다.

31. 절제의 덕을 높이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도한 욕망을 제어하여 중용을 유지하게 하기 때문이다.

< 사고 > * 디스코장, 스틸 브리지트, 19살 제라르드와 여자친구 개비/ 디스코장에서
브리지트가 귀가하려고 차로 바래다줄 동행자를 찾는 중에 술 취한 제라르드가 그녀의
친구 개비와 함께 바래다주겠다고 나섰다. 그리 먼 길은 아니었다. 열아홉 살인 제라루드는
두 여자 친구들에게 운전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시속 90마일
(약 150km/h)달리다가 노면이 젖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
제라루드는 부상을 입었지만 개비는 5개월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17살의 브리지트는
병원으로 후송중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32. 자제력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쾌락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 한스와 헬가 > * 사업가의 외아들 한스, 라디오 기술자 딸 로즈마리(첫째 애인), 춤을
추다 사귀게 된 헬가(둘째 애인), 삼각관계/ 데이빗 윌커슨의 말이다. “성(性)은 매우
소중한 것이어서 하느님께서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 넣어 두셨다. 혼외 성관계는 옳지
않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은 가족, 가정, 그리고 국가를 보호한다. 또한 어떠한 감정적
사랑도 이를 바꿀 수는 없다. 에펠탑에서 뛰어내린다고 중력의 법칙이 바뀌지 않듯이.”

33. 절제와 식사 습관.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 물 다이어트에 관하여 > * 배론 로스차일드, 네이프 신부/ 백만장자인 로스차일드가
‘물다이어트 박사’로 알려진 네이프 신부에게 상의하러 찾아갔다. “신부님, 저는 항상
속이 좋지 않습니다. ... 식사 후에는 너무나 지쳐버립니다.” 네이프 신부가 말을 가로
막았다. “오늘 점심식사로 무엇을 드셨습니까? ” “아, 별것 안 먹었습니다. 먼저 바올리
(이탈리아식 복합 요리)를 먹고, 그 다음에는 파인애플을 얹은 비엔나식 스테이크, 포도주
소스를 곁들인 사슴소기 따위를 먹었지요. 그런데 신부님, 저는 왜 늘 속이 거북한 걸까요?”
“당신은 위장이 하나 더 필요한 겁니다.”

34. 왜 나쁜 습관은 처음부터 피해야 하는가?
산사태는 한번 시작되면 막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 딱 한 번은 괜찮아 > * 알코올 중독자, 뤼시앵 뒤발 신부/ 프랑스에는 600만 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고 한다. 그중의 한 사람이었던 뒤발 신부는 자신의 체험담을 이렇게
서술했다. “술은 육체적 욕구 이상의 것으로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다. 나의 드라잉 아우트
(알코올중독자의 치유과정)의 두 달 동안,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조카의 결혼식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 ‘한 잔, 딱 한 잔만! 딱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야. 암, 하객들과
어울려야 하고말고.’ ... 그 다음날 오후에는 붉은 포도주 두 잔을, 저녁에는 네 잔을 마셨다.
그러고는 그 전과 같이 상태가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절망, 자기혐오, 그리고 수치스러움,
나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이제 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은 멀어졌다. 그
종말은 죽음뿐이었다.” 뒤발은 모든 인간적인 희망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술로부터 자유로워졌다.

35. 우리는 왜 자신에게는 다른 사람과 다른 척도를 허용하는가?
자애심이 우선하여 스스로에게 핑계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 네 탓이오 > * 농부의 아내, 쌀 상인/ 농부인 그녀는 자신의 버터를 쌀과 바꾸기 위하여
장터에 갔다. 거래는 순조로웠다. 그녀는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매우 화가 나서 쌀을 판
상인을 찾아 갔다. “여보세요. 쌀이 1kg이라고 하더니 50g이나 모자라잖아요.” “그럴리가
있나요? 나는 당신이 1kg이라고 해서 가져온 버터와 같은 양의 쌀을 저울로 달아서 드렸을
뿐인데요.”

36. 양신 성찰할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당사자가 없을 때 그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

< 세 가지 채 > * 어떤 사람, 소크라테스/ 어떤 사람이 매우 언짢은 얼굴로 소크라테스를
찾아 갔다. ... “그렇소, 당신의 이야기가 세 가지 채에 걸러지는지 어디 한번 봅시다.”
첫 번째 채는 진실한 채, 두 번째 채는 선한 채, 세 번째 채는 필요한 채였다. “그렇다면
내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내용이 진실한 것도 아니고, 선한 것도 아니고, 필요한 것도 아니
라면 잊어버리시오. 그런 것 때문에 마음 고생할 필요가 없소.”

37. 깨끗한 환경이 사람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독약은 몸을 해치고, 포르노는 영혼을 더럽히기 때문이다.

< 푸딩 > * 한 때 뉴욕의 갱 두목이었던 니키 꾸르즈, 딸
메리 앤, 어머니/ 니키 쿠루즈가 딸과 엄마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한마디 거들었다.
“푸딩(음식)이 엉망이 되면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단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지저분한
영화(외설적인 것)를 보고 마음을 더럽힌다면, 엄마는 너를 푸딩 버리듯이 내다버릴 수도
없잖니.”

38. 국가 지도자들에게 청렴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유혹의 손길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 호랑이 > * 프랑스 국무총리 조르주 클레망, 기자/ 기자의 질문과 클레망 총리의 답변
이다. “어째서 보통 사람은 당신을 싫어합니까?” “내가 진실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
“그럼, 어째서 사회 지도급 인사들과 정치인들도 당신을 싫어합니까?” “내가 부정부패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 ”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올바른 정치인은 당신뿐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모두가 올바른 정치인입니다. 단, 유혹을 받지 않는 한 말입니다.”

39. 자신을 가끔은 변변치 않게 여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한 인물은 못되기 때문이다.

<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 * 유며 감각이 있는 의학박사 텔시우스, 어떤 환자/ 한 환자가
걱정스럽게 이렇게 질문했다. “의사 선생님, 오늘날에도 가사상태에서 실수로 매장되는
경우가 있습니까?” 텔시우스 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오늘날 의사들의 손에
맡겨진 환자들은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요.”

40. 자존심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실을 바로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 죽음을 앞선 자존심 > * 의사였던 A.J.크로닌, 심한 전염병(성홍열), 목장 주인 쇼헤드,
젊은 아내 잔느, 목장의 우유, 일꾼 데이비드/ 내(의사 크로닌)가 전염병을 치료한 모든
환자들에게서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쇼헤드 목장에서 우유를 사 마신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름답고 깨끗해 보이는 쇼헤드 목장을 방문하여 부인 잔느와 쇼헤드를 만나
성홍열 전염병과 관련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 외양간에서
데이비드라는 일꾼이 삼발이 의자에 앉아 우유를 짜고 있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다. 데이비드의
목에는 반점이 있었고, 목이 칼칼하다고 했다. 열심히 젖을 주무르며 우유를 짜내는 손에서
피부가 벗겨진 사이로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우유는 분명히 전염성 균으로 오염되고
있었다. 성홍열의 원인은 바로 데이비드의 손에 있었던 것이다. ... 쇼헤드 씨가 우리 우유는
괜찮다며 자신 있게 부인 잔느에게 우유를 마시도록 건네주던 모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며칠 뒤 우리 집의 가정부가 들어오면서 우울하게 말했다. “이제 끝났어요. 그녀가
죽었답니다.”


[ 2부.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 p111


[ 열여덟 살 때 ] 오후에 나(군복무중 휴가차 나왔던 군인)는 혼자 산보하러 나갔다가
다리 위의 난간에 걸터앉아 아름다운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어떤 늙은 나그네가 다가
오더니 쉬려는 듯 난간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내가 머물고 있던 우리 데레사 이모 집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저 작은 집 보이죠?”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고장에서 가장 마음씨 좋은 여인이 저기 살고 있죠. 그녀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우리 같은 나그네들을 위해 힘닿는 대로 도와주지요.” 그 순간, 모든
것이 확실해 졌다. 이모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가장 좋은 사람이었고, 헌신적인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러한 사랑의 힘을 가진 신앙은 진실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신앙의 길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 사도신경 ]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시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41. 하느님의 신비에 대해 성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성부, 성자, 성령은 한 분이시다.

< 하느님은 왜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 * 미국의 젊은 기술자 맥스 엘레부시, 아들
크레이그의 사망, 아내 그레이스, 가해자 조지 월리암스/ 1958년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맥스의 다섯 살 난 아이 크레이그가 학교 앞 건널목에서 건너는 중에 과속 차량에 의해
교통사고로 숨졌다. 경찰은 그자를 테네시주에서 체포했는데 나이는 열 다섯의 조지였다.
... 나는 기도했다. ...“오, 하느님. 제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바로
그때,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내 인생은 뒤 바뀌었다. 순간의 내적인 빛에 의해 이 세상에서의
삶은 단 한 가지 목적인‘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이 세상 일이 단순히 운명 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며 내세의
영원한 행복에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 알고보니 조지는 명석
했지만 결손가정의 버림받은 외로운 소년이었다. 내가 아들이 필요하듯이, 그도 아버지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성탄 선물을 보냈고, 아내가 그의 어머니에게도 성탄절
음식을 한 상자 보냈다. 며칠 후, 우리는 그의 석방을 위해 탄원했고, 그 청은 곧 받아들여
졌다. 이제 조지에게는 우리집이 제2의 가정이 된 셈이었다.

42. 예수님은 누구인가?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다.
< 우리 중의 한 사람 > * 나폴리의 연로한 추기경, 젊은 사제 마리오 보렐리, 소매치기
소년들 / 1950년 한 젊은 사제가 추기경 앞에 앉아서 자신의 사제 생활을 그만두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그는 나폴리 거리에 있는 소매치기 소년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그곳은 20만명의 실직자가 우글대는 곳이었다. 마리오 신부는 그들을 돕고 싶었다. 추기경은
고심했다. 열흘 뒤에 그 청이 받아들여졌다. ... 마리오 신부는 부랑자처럼 같이 생활하다
차츰 소매치기 소년들의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그는 곧 소매치기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리고 버려진 창고에서 그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 우리는 하느님이 왜 사람이 되셨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은 우리를 구하기 위해 우리중의 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셨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시다.

43. 예수님은 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는가? 우리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이다.

< 목숨을 다해 사랑하자 > * 1941년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소장 프리쉬,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 “이 사람 대신 내가 죽겠소.” “당신은 누구요.” “가톨릭 교회 사제요.”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프리쉬는 결정했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좋다. 이들과 합류해라.”
콜베 신부는 47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는 사랑으로 세상을 정복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그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라는 말씀
대로 살았다.

44. 예수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는가?
그분은 부활하셨으며, 우리도 그분과 함께 부활할 것이다.

< 다리가 넷 달린 신학자 > * 환자, 의사, 환자가 주인인 개의 입실/ 환자가 의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죽음이 너무 두렵습니다. 죽음 이후에 날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도 모르겠소.” “당신도 모른단 말이오.” 의사는 아무 말없이 병실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려 했다. 그때 왠 개가 뛰어들어오더니 주인인 환자에게 달려들어 반갑다는 시늉을
했다. 복도로 나가려던 의사가 돌아서서 말했다. “당신 개를 보셨죠? 그 개는 병실에
한 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지만 복도에 있던 개는 이 문을 열면 저쪽에 자기 주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반갑게 뛰어들어온 것이오. 우리도 죽음 이후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하나도 없소. 하지만 내게는 주님게서 그쪽에
계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오. 따라서 언젠가 그 문이 열리면 나는 기쁘게 뛰어
들어갈 것이오.”

45. 왜 우리는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해야 하는가?
그분은 예수의 어머니인 동시에 하느님의 어머니시기 때문이다.

<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 * 제2차 세계대전 때 U보트에 탔던 한 승무원의 일기/
U보트 운항중 적군에 의해 수중 폭탄이 투하되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만약 수중폭탄이
명중한다면 U보트와 함께 그들의 운명은 마지막 된다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잠수중에
한 사람이 묵주를 꺼내 기도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승무원에게 묵주 한단씩 떼어 주면서
같이 기도하였다. 얼마동안이나마 우리는 전투 중이라는 사실을 잊었고,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U보트는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었다.

46.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공동체이다.

< 예수님을 믿어라 > * 리처드 움브란드, 그의 아내, 아홉 살 난 미카엘/ 움브란드의 저서
‘주님을 위해 옥살이하다’에서 그는 1928년 자신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옥살이를 강요
당하게 과정을 밝히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선포한 죄로 체포되었다.
얼마 후 그의 아내도 체포당해 아홉 살 난 아들 미카엘만이 남게 되었다. 이 아들은 너무도
비참한 생활을 하다보니 신앙을 잃게 되었다. 2년이 지나 그는 감옥에 갇혀 있는 어머니를
면회할 수 있었다. 그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미카엘, 예수님을 믿어라.” 이 말에 경찰은
당장 그녀를 거칠게 끌고 나갔다. 그는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잊지 않았다. 그는 다시
신앙의 길을 찾았다.

47. 가시적인 교회의 머리는 누구인가?
사도 베드로의 계승자이며 로마의 대주교인 교황이다.

< 교황과 수녀 원장 > * 포테스 수녀, 원장 수녀, 교황 요한 23세/ 교황 요한 23세께서
로마의 성신병원에 입원중인 한 사제를 예고없이 문병오셨다. 포테스 수녀는 문을 열어
드린 후 원장 수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제껏 이 병원에 이렇게 귀한 분이 문병온
적은 처음이었다. ... “제가 성신수녀원의 원장 수녀입니다.” 교황은 다정한 미소로 응답
하였다.“저는 그렇게 높은 사람은 못 됩니다. 저는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48.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선한 사람은 천당에 간다.

< 두 번 교수형을 당하다 > * 로저 워렌, 두 번의 교수형/ 16세기 때 랭커스터 출신의
직조공 로저 워렌은 가톨릭 사제들을 숨겨주고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교수형을 당하게 되었다.
교수형을 집행중에 밧줄이 끊어져 워렌은 땅에 떨어졌고, 몇 분 후에 그는 의식을 회복했다.
교수형을 집행하던 책임자는 지금이라도 신앙을 부정하면 풀어주겠다고 워렌에게 협상을
해왔다. 워렌이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야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죽을 마음의 준비가
확고해졌소. 당신은 당신의 할 일이나 하시오.” ... 이렇게 해서 로저 워렌은 순교했다.

49. 회개하기를 거부하는 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지옥의 영원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 돌아오지 못할 길 > * 먹이를 찾던 물고기 두 마리, 낚싯바늘, 지렁이/ 한 마리는 낚싯
바늘에 꿰어 있는 지렁이를 먹지 않았으나, 충고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마리는 지렁이를
먹어버림으로써 사람들의 먹이가 되어 되돌아 오지 못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인간이 지옥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옥에 갔다 와서 지옥에 대해 증언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셨다. 우리는 이 사실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주님의 말씀대로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50. 최후의 심판 때 주님의 오른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보아준 사람이다.

< 왕과 농부 > * 스페인 왕국시대 리처드 왕, 사냥, 농부/ 리처드 왕이 어느 날 혼자
사냥을 나갔다. 그런데 깊은 숲속에서 폭풍우를 만났다. 해가 진 후라 길을 찾을 수가
없었고 추위에 떨며 허기진 몸으로 숲속을 밤새도록 헤맸다. 새벽이 돼서야 흠뻑 젖은
몸으로 외딴 농가에 도착했다. ... (집주인이었던 농부는 인정사정없이 이를 쫓아 버렸다.)
... 왕은 다행히 산길에서 만난 사람의 안내를 받아 왕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며칠 후,
왕은 그 농부를 왕궁으로 불러들였다. ... 왕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나를 아는가?”
농부는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우리도 마지막
심판 때는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다.“그대는 나를 아는가? 내가 굶주렸을 때 ... 내가
병들었을 때에 ...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에 ...” 우리는 그리스도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희는 나에게서 떠나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거라!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 우리 아버지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51. 예수님은 우리에게 왜 그토록 짧은 기도문을 주셨는가?
기도 중에 얼마나 쉽게 잡념에 잘 빠지는지 아시기 때문이다.

< 말도 안장도 못 받게 되었네 > * 성프란시스 드 세일스 주교, 한 농부/ 어느 날 세일스
주교가 말을 타고 어떤 마을을 지나가고 있는 중에 한 농부를 만났다. ... “주교님, 저는
아무런 잡념 없이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답니다.” “내가 무언가 상을 내리고 싶소. 당신이
주의 기도를 아무 잡념 없이 외운다면 내 말을 상으로 주겠소” 농부는 좋아서 즉시 주의
기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아버지의 뜻이 ... 잠깐, 말을 받게
되면 그 안장도 함께 받게 되나요?” 주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런, 저런! 말도 안장도
다 못 받게 되었구먼.”

52.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를 창조하셔서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셨기 때문이다.

<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 * 프랑스 왕 루이 15세, 건방진 딸, 잃어버린 팔찌, 시중 부인/
공주는 잃어버린 팔찌를 찾다가 지쳐서 시중드는 부인을 책망했다. 공주는 몹시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대는 내가 왕의 딸인 줄 모르시오?” 시중들던 부인이 점잖게 대답했다.
“저에게 큰 잘못을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하느님의 자녀이지요.”

53. 우리는 왜 ‘하늘에 계신’이라고 기도하는가?
우리는 모든 것을 하느님 손에 맡기기 때문이다.

< 우리의 기도를 듣는 분은 정말 계신가? > * 프랑스의 한 탄광 붕괴, 갇힌 광부들,
구조대/ 프랑스의 한 탄광 갱 속에서 작업하던 6명의 광부들이 갱이 함몰하면서 갇혀
있었다. 그들은 탈진된 상태에서 구조되어 엠블런스로 이송되었다. 병원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무려 12일 동안이나 갱속에 갇혀 있었으며, 구조대도 별 희망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을 진찰한 의사가 말했다. “그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니, 정말 놀라운 뿐입니다!” 페렐이 말했다. “그럴만한 이유(모두가
주님의 기도를 수없이 반복)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되찾았습니다.
믿음이 우리를 구원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절망해서 죽었거나, 아니면
다들 미쳐버렸겠지요.”

54.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하느님의 영원한 능력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 저절로 ? > * 한 미국인 생물학자 교수, 친구인 천문학자/ 나는 “이 많은 별들을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라고 천문학자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만들긴 누가 만들어? 저절로
생긴 거지” 이 친구는 무신론자로 하느님을 믿지 않았었다. 며칠 후 나는 응접실에 태양계의
모형을 만들어 놓고 친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친구가 말했다. “대단한 작품이야.
모형이지만 각 행성이 태양 주위를 제대로 돌고 있구먼. 정말 정교하게 만들었군. 이건 누가
만들었지.” 나는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만들긴 누가 만들어? 저절로 생긴 거지.”

55. ‘그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많은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교황의 승용차 > * 바오로 6세 교황, 데레사 수녀, 흰색 승용차, 한 과부/ 교황 바오로
6세 께서는 1964년에 인도를 방문했다. 미국의 한 재단에서는 교황에게 흰색 승용차를
기증했다. 인도 방문 일정이 끝나갈 때, 교황은 그 승용차를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인 마더
데레사에게 선물했다. ‘무한한 사랑의 업적’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 했다. (복권 판매 –
1등 상품 흰색 승용차 – 한 과부 1등 당첨 – 판매 수익 데레사 수녀에게 기증) 인도 정부는
데레사 수녀가 캘커타 외곽의 넓은 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마침내 교황의
승용차를 팔아서 번 돈으로 마더 데레사는 나환자들을 위한 집을 그곳에 지을 수 있었다.

56. '아버지의 뜻이 ...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계명과 섭리를 통하여 우리에게 최선의 것을 이루려 하시기 때문이다.

< 바흐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 >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유명한 안과 의사/ 바흐는
늙어서 맹인이 되었다. 예약된 유명한 안과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길고 긴 나흘이
지나서 의사가 붕대를 풀었을 때 침대에 둘러서 있던 바흐의 자식들이 물었다. “아버님
보이세요?” 바흐가 대답했다. “주님의 뜻대로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수술은
실패했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57.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는 것은 하느님의 탓인가?
아니다. 그들의 먹을 것을 빼앗는 이기적 사람들 탓이다.

< 허풍선이 > * 40세 된 한 베를린 시민의 이야기/ 이 세상에는 이기적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국가들도 있어서, 부유한 국가가 가난한 국가에 도움을 주지 않는 나라가
있다. 우리 모두 반성할 때이다. ‘나도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들 중 하나는 아닐까?’

58. ‘우리에게 ... 용서하시고’라고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비로운 자만이 하느님의 자비를 얻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도 그분이 나를 용서해 주었소.” > * 심하게 부상당한 적군, 성당의 주임신부,
고해성사/ 스페인의 시민전쟁이 전국에 걸쳐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던 때, 죽어가는
적군 부상자에게 신부는 고해성사를 주었다. 군인들이 부상병을 운반하기 위해 다가가자,
그는 고통으로 헐떡이며 말했다. “저 분이 나를 용서해주었소! 죄를 사해주었단 말이오.”
그는 꺼져가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서른두 명의 사제를 살해했소.
그들을 칼로, 총으로, 몽둥이로 죽였소. ... 나의 죄고백을 들어준 그 신부, 내가 그분의
부친과 형제들을 죽인자요. 그런데도 그분은 나를 용서해 주었단 말이오.”

59.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란 무슨 뜻인가?
하느님을 의지함으로써 우리의 나약함을 지켜달라는 뜻이다.

< 불태워진 돈 > * 아프리카의 아비잔 마을, 프랑스 출신의 마틴 신부/ 빈곤생활 아이들을
돌보는 마틴 신부는 예기치 않은 은인으로부터 1500프랑을 받았다. 아이들은 더러운 돈을
갖고 싶은 유혹을 자신들이 물리친 데 대한 보상(소매치기 대가로 받은 돈 100프랑을 태워
버림)이라고 이 사건을 해석했다. 마틴 신부는 나이가 찬 아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알선해
주었다. 그들 중 한 소년이 첫 월급을 고스란히 마틴 신부에게 가져와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것은 깨끗한 돈이죠?”

60. 우리를 악에서 구하실 분은 누구인가?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 독일판 혁명가 > * 1945년 러시아의 성탄 전야의 이야기/ 독일군 포로수용소에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탄광에서 중노동으로 탈진한 그들은 벙커에 길게 쓰러져 있었다. 소장과
경비병들이 두터운 외투와 털모자를 쓰고 포로들에게 다가 왔다. “여러분은 노동자들과의
연대감 표현으로 ‘혁명가’를 합창하라.” 통역자는 혁명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그러자 포로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합창했다. 일절이 끝나자 통역자는 여전히
‘혁명가’의 마지막 소절을 반복하고 있었다. “구세주 나셨도다. 구세주 나셨도다. ...”
소장이 통역자에게 질문하자, 그가 대답했다. “방금 부른 노래는 ‘독일판 혁명가’ 였습니다.”


[ 천주 십계 ]
1.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2.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라.
3.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4.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5.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
6. 간음하지 말아라. 7. 도둑질을 하지 말아라. 8. 거짓 증언을 하지 말아라.
9.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아라. 10.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아라.

61. 하느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십계명을 이정표로 주셨는가?
당신 자녀들을 충만한 삶으로 이끌기 위해서이다.

< 청색등 > * 1959년 북대서양 상공, 보잉 707, 왈 린치 기장, 샘 피터스 부기장,
승객 116명, 태풍/ ... ‘이젠 끝장이다.’ 보인 707기는 태풍 속에서 낙엽처럼 돌며 추락
하고 있었다. ... 기장 등 네 사람은 혼신의 힘을 다해 추락 직전에 보잉 707기를 수평으로
돌려 놓았다. 그 사고는 4분도 안 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가? 기장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부기장이 지도를 살펴보느나고 계기판에
나타난 청색등을 즉시 포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청색등은 항공기의 자동 비행 시스템 작동이
멈췄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경고등을 주셨다. 그것은 바로 십계명
이다. 그분은 우리 모두의 인간의 마음속에 십계명의 윤곽을 새겨두셨다. 그것은 우리가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줄 것이다.

62. 십계명중 처음 세 가지 계명은 무엇인가?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라.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 스탈린을 위한 박수 > * 알렉산더 솔제니친, , 정치집회, 박수/ 모스크바 근교의 작은
마을에 정치집회가 열렸다. 연설장에는 그 마을의 중요한 인물, 인민들, 사복 경찰관들이
있었다. 연설자들의 연설은 모두 스탈린을 숭상하는 내용이었다. 박수를 치는데 먼저
그치는 사람은 체포 대상이다. 어느 용감한 사람(제지소 감독관)이 박수를 멈추고 제자리에
앉았다. 그 다음 주에 그는 비행죄로 체포되어 10년형을 언도 받았다. 판사가 그에게
말했다. “다음부터 스탈린을 위해 박수칠 때는 제일 먼저 그만두지 않도록 유의하시오.”
공산주의들만이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우상이 있다. 자동차, 영화, 옷,
돈 등이 있고, 비밀스러운 것들로는 쾌락, 권력, 명예 등이 있다.

63.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말로만 고백하지 말라는 뜻이다.

< 하젤바우어 씨 > * 하젤바우어, 고해성사/ 하젤바우어 씨가 몹시 위독해 사제가
그 곁에 지켜 앉아 있었다. 먼저 고해성사가 있었다. ... “그렇다면 당신은 그들을 모두
용서했습니까?”“네, 한스 요르그만 빼고요. 그는 나를 심하게 배신했지요.” “하젤바우어 씨,
용서에 예외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단 죽고 나면 용서할 수도 없게 됩니다.
” 하젤바우어 씨는 심사숙고했다. “네, 그렇죠. 내가 죽는다면 그를 용서하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회복하게 되면 그 용서는 무효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말씀드릴 때는
입으로만 고백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속이거나 조롱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64. 주일을 거룩하게 지낸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하느님께 예배드리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을 말한다.

< 두 장의 유언장 > * 프랑크푸르트의 한 거부, 두 개의 유언장, 장례/ 수억대의 재산을
가진 거부가 죽게 되었다. 그에겐 친척이 없어, 그의 재산을 누가 상속받게 될지 궁금했다.
그 거부는 두 장의 유언장을 썼다. 첫 번째 유언장에는 ‘내일 새벽 4시에 묻어 주시오.’
이 유언대로 장례가 치러졌고 다섯 명이 참석했다. 두 번째 유언장이 개봉되었다. ‘나의
전 재산을 내 장레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그 다섯 명의 친구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 우리는 매 주일마다 예수님의 마지막
유언과 증언을 들으려고 함께 모이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유언하셨다. “나를 기억
하여 이를 행하여라.” 우리는 미사중에 수억 원의 돈보다 값진 것을 받는다. 미사를 통해
우리는 영원한 기쁨으로 나아가는 빛과 용기를 받는다.

65. 그 다음 네 가지 계명은 어떤 것인가?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을 하지 말아라.

<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해주다 > * 빌리 우드, 어머니, 계산서/ 귀염둥이 빌리는 엄마
에게 청구 계산서를 보여줬다. 설거지 3회 등등 합계 4.4파운드. 그러자 어머니가 청구
계산서의 뒷면에 썼다. 8년간 식사 제공 등등 합계 0 파운드. ... “왜냐하면 엄마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한단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지만
네가 번돈 4.4파운드는 주겠다.” 빌리가 말했다. “아니예요 엄마, 한 푼도 원하지 않아요.
엄마가 받으실 액수가 제가 받을 액수의 백 배도 넘으니까요.”

66. 낙태는 살인인가? 그렇다. 그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죽이는 행위이다.

< 어느 엄마의 강요된 행복 > * 튀빙겐의 어느 산부인과 의사, 젊은 여성 상담/ “그러니까
자기 자식을 죽이겠다는 말이군요. 당신은 살인자예요.”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그로부터 7개월 후에 전화가 걸려 왔다. 바로 그녀였다.
“제 아기의 출산을 맡아주시겠습니까?” 나는 혼자 빙그레 웃었다. 그녀는 ‘강요된 아기
엄마가 된 것’에 대해 감사의 말을 했다. 그 후 그녀는 아이 셋을 더 낳았다.

67. 간음이란 무엇인가? 남의 아내나 남편을 빼았는 것이다.

< 당신도 우리 엄마가 아니야 > * 프랑스 여인 나네트라의 이야기, 아빠의 외도, 이혼,
새엄마(계모)/ ... 어떤 여자가 아버지 곁에서 서 있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애들아,
이리 오너라. 새엄마에게 인사드려라.” 새엄마가 말했다. “너희 부모님은 이혼하셨단다.
이제 새엄마가 생긴 거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한 번은 계모가 이유 없이 나를
한 대 때리며 소리질렀다. “넌 내 아이가 아니야!” 나도 소리질렀다. “당신도 우리 엄마가
아니야.”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 어느 날 새엄마를 밀쳐 내다가
의식을 잃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 이로 인해 가출하게 되었고, 집에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서 그 소녀는 열 네 살에 창녀가 되었다.

68. 도둑들만 남의 것을 훔치는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강도이다.

< 독점 하는자, 굶주리는 자 > * 프랑스 언론인 프랑스레스프리, 방글라데시 다카 시/
한 소년이 쓰레기 더미에서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까마귀들이 모여들어 그가
죽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먹을 것을 좀 주려고 하였으나 몸을 돌렸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먹어야겠다는 욕구조차 없는 상태였다. 나는 마더 데레사
수녀회가 운영하는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집’으로 그를 데려 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다음날 그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다카 시의 이 소년은 왜 죽어야 했는가? 이 도시에서는
왜 매일 최소한 2백명 씩 굶어죽어 가야만 하는가? 왜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기아선상
에서 고통받아야 하는가? 우리는 각자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69. 마지막 세 가지 계명은 무엇인가? 거짓 증언을 하지 말아라.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아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아라.

<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 * 1943년 히틀러, 군수품 공장 일꾼들 수배, 네델란드
청년 피터 밴 보이르덴, 여동생 카키/ 독일군이 집으로 수색해 들어 오자 청년 피터는 바로
탁자밑 비밀공간에 숨었다. (수색에 대비해서 부엌 바닥밑에 비밀공간을 마련하여 작은
카펫을 덮고 그 위에 테이블보가 바닥까지 길게 늘어지는 탁자를 놓아 두었었다) “집안에
장정이 없소?” 카키는 뭐라고 대답할까? 진실을 말해야 할까? 그런데 그것은 체포를 뜻하는
것이었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거야... 나는 기도했다. 주여,
그녀에게 지혜를 주소서. “집 안에 젊은이가 없단 말이요? 어서 대답하시오!” 군인이 다그
쳤다. 어머니의 한마디가 생각났다. “정직한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란다. 정직하면 주님께서
네 편이라는 확신이 들거다.” 그녀는 “네, 있습니다. 탁자 밑에 있어요” 군인은 재빨리
테이블보를 들추어 보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카키가 깔깔대며 웃어대자, 군인은
어린 소녀의 놀림감이 된 듯 창피해서 수색을 끝내고 돌아갔다.

70.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아라’는 무슨 뜻인가? 마음속에 나쁜 생각을 품지 말라는 뜻이다.

< 마음에 품은 생각은 행위의 아버지이다 > * 1902년 이탈리아, 고레티 가족과 세르넬리
가족/ 세르넬리 가족의 큰아들 알렉산드로가 고레띠 가족이었던 마리아를 유인하여 탐하려
다가 거부당하자 화를 내고 칼로 협박까지 하더니 끝내는 자제력을 읽고 그녀를 칼로 찔러
댔다. 마리아는 며칠 후 병원에서 심한 고통 중에 숨을 거두었다. 그녀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살인자를 용서했다. ... 불순한 생각이 들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요한 보스코는
이렇게 말했다. “낮 동안에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즉시 노동을 하라.” 아울러 그는 두 가지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기도하라.” “가장 좋은 길은 주의를
다른 데로 끌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즉, 숨을 고를 때마다 국가명을 하나씩 부르는 것이다. “주여, 영국인들을 도우소서.
프랑스인들을 ... 등등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느끼는 유혹이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들에게는
축복의 기도가 된다.


[ 성사 ] 하느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당신 사랑의 징표를 남겨주셨다. 칠성사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칠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하도록 배려되었다. 세례성사는 태어남이며, 견진성사는
성숙을 뜻한다. 성체성사는 음식이며, 고해성사는 바로잡는 것이다. 병자성사는 치유이며,
신품성사는 하느님 백성의 가르침이요, 혼인성사는 성장을 뜻한다.

71. 세례성사란 무엇인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성사이다.

< 헬렌 켈러 > * 헬렌 켈러, 설리반 선생님/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시력과
청각을 잃었다. 그래서 그녀는 귀머거리, 벙어리, 그리고 맹인이 되었다. 그녀를 도와 줄
설리반 선생은 일곱 번째 생일을 맞기전 3개월 전에 오셨다. ... 선생님은 내 손을 잡아
시원한 물 (우물물)을 한쪽 손바닥에 쏟아주며 다른 손바닥에 ‘물’이라고 천천히 써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선생님을 따라 손가락으로 ‘물’이라고 썼다. 그 순간, 언어라는 세계의
비밀스런 문이 활짝 열렸다.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었다. 이 살아 있는 ‘물’이 내 삶을
눈뜨게 해주었으며, 침묵의 벽을 뛰어넘어 내 삶에 빛과 희망과 기쁨을 주었다. 세례
성사도 우리의 영혼을 새롭고 영원한 삶으로 눈뜨게 하며, 우리를 원죄의 감옥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72. 견진성사가 어떻게 그리스도인을 더욱 견실하게 하는가?
주교의 안수로써 견진자는 성령의 힘으로 가득 차게 된다.

< 견진성사로 더욱 확고해진다 > * 리투아니아의 신자인 어느 여학생, 담임선생님/
러시아의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신앙을 말살하려 했다. ... 선생님이 경고
했다. “당장에 교회에 나가는 것을 중단하여라.” 어느 날 학생들에게 설문지가 배포되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교회에 나가는가?’ ‘누가 교회에 가라고 권유했는가?’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 학교에서는 학생들
에게 정기적으로 종교를 비난하는 수필을 써서 제출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선생님은
내내 나의 신앙을 시험하고 나의 영혼을 고문했다. ...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신앙 안에서 성숙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박해를 받거나 조롱을 받을 때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견진성사를 통해 어린 그리스도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힘을 얻게 된다.

73. 미사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희생되신 예수께 제사를 바친다.

< 기꺼이 죽다 > *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저항군, 비텐버그, 코너, SS대(나치 친위대)/
SS군은 유대인 저항군의 지도자인 비텐버그를 잡기 위해 현상금을 걸었고, 결국은 체포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탈출하여 유대인 저항군에 합류하였다. SS군 장교가 유대인
거주지역을 차단하고 삼엄한 경비를 세웠다. 그리고 저항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비텐
버그를 내놓지 않으면, 거주지역의 유대인들은 모두 가스실로 보내겠다.” 유대인들은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비텐버그는 그들을 안심시켰다. ... 그는 코너라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의 권총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는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유대인들
사이로 당당히 걸어 나갔다. 그는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그분의 자유의사로 죽음을 택하셨다. 우리 모두를 구원하시기 위한 예수님의 희생은 일회적인
것이지만,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미사 때마다 우리 죄를 속량하기 위해 바로 그 희생이
성부께 바쳐진다.

74. 미사 때 우리는 예수님을 어떤 자세로 모셔야 하는가?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기는 굳은 믿음으로.

< 믿음에 대한 보상 > * 나폴레옹 황제, 부관, 여관 주인, 웨이터/ 언젠가 나폴레옹 황제가
부관과 단둘이서 여관에 묵은 적이 있었다. 황제나 부관은 여관비를 지불할 돈(14프랑)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부관이 말했다. “우리가 돈을 놔두고 나왔군요. 그러나 한 시간 안에
돈을 가져와 지불할 테니 염려 마시오.” 늙은 여관 주인은 펄쩍 뛰면서 돈을 당장 지불하지
않으면 헌병을 부르겠다는 것이었다. 실랑이를 지켜보던 웨이터는 이해가 되고 정직한 분
같다고 하면서 두 신사의 딱한 사정을 안타까워하며 대신 요금을 지불했다. 얼마 후, 부관이
여관으로 돌아와 3만 프랑을 내놓으며 여관을 사 버리고, 황제의 명으로 웨이터에게 보상
으로 여관을 넘겨주었다. ... 두 사람 모두 황제를 손님으로 맞아들였고 그의 시중을 들었
는데, 두 사람은 큰 차이가 있었다. 웨이터는 손님들을 믿었고, 여관 주인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도 그들처럼 그리스도를 손님으로 맞아들인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리스도께 모든
것을 기대하고 맡겨 은총을 받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은총을 받지 못한다.

75. 우리는 어떻게 죄를 씻을 수 있는가? 통회하고 고백함으로써.

< 도둑맞은 다이아몬드 > * 스페인의 아라곤 왕, 신하들, 보석상, 다이아몬드/ 어느 날,
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보석상을 찾아 갔다. 그가 주인과 값을 흥정하고 있는 동안, 신하들은
보석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석상을 나섰을 때, 보석상 주인이 황당한 얼굴로 뒤쫓아
나오면서 아주 비싼 다이아몬드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왕은 신하 모두에게 보석가게로
들어가라고 하고는 주인에게 소금을 가득 채운 항아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각자
소금 항아리에 주먹을 넣었다가 꺼내도록 했다. 그렇게 한 후에 항아리의 소금을 탁자 위에
쏟아냈더니 과연 소금 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다. 왕은 관대한 사람이었으므로 다이아몬드를
훔친 사람이 창피를 당하지 않고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께서도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주셨다. 즉,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항상 그분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76. 우리는 왜 죄를 뉘우쳐야 하는가? 죄를 지음으로써 하느님을 거슬렸기 때문이다.

< 강도 살인 > * 1910년 포르투칼 성당, 리베리아 신부, 고해성사, 강도 살인자, 누명, 석방/
도피 중이던 한 사나이가 고해소에서 말했다. “저는 강도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 그런
일을 저질렀는데, 누군가가 범행을 목격하고 경찰을 부를 겁니다.” ... “하느님을 거스른 죄는
통회하지 않는단 말이요?” 신부가 경고했다. “전혀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사죄경을 외워줄
수 없소.” “상관없소. 중요한 것은 고해의 비밀은 지켜야 하는 것이니 당신은 내 범죄행위를
고발할 수 없다는 것이오. 권총과 훔친 지갑을 여기에 두고 갈 테니 잘 보관하고 계시오.” ...
잠시 후 경찰견을 대동한 무장 경찰이 수색하여 권총과 돈을 찾아냈다. “이것들이 왜 여기
있습니까?”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신부는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리베리아 신부는 강도 살인죄로 중노동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 6년 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중상으로 군병원에 입원한 한 병사가 사제를 청했다. 고백성사를 받은 후에
그는 세 명의 장교를 증인으로 내세워 리베리아 신부가 자신의 범행에 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베리아 신부는 6년의 중노동과 복역생활 끝에 자신의 무죄가 증명되어 석방
되었다.

77. 병자에게 성유(기름)을 바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병자는 성유를 바름으로써 회복할 힘을 얻는다.

< “저는 모든 것을 철회합니다.” > * 페르헤겐, 비밀 결사단원, 알프스 산, 화주(火酒) 한잔,
병원 입원, 사망 / ‘임종 때 사제를 부르지 않는다’ 이것이 비밀 결사단의 새로운 규율이었다.
이 규율은 세 명의 결사단원이 임종을 지켜봄으로써 사제가 방문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었다.
... 벨기에 비밀 결사단원의 총수는 알프스 산을 넘어 몽세니에 도착하여 여관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술(火酒)을 주문하였다. 단숨에 마시다가 기관지 부위가 녹을 정도로
심하게 상하여 죽음에 이르렀다. 그는 급히 명의(名醫)를 찾아 갔으나 회복할 희망이 없었다.
이튿날 세 명의 비밀 결사단원이 그의 방을 지키면서 사제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그는
마지막 성사인 병자성사를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장례식이 있던 날, 페르헤겐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죽어갔는지 벽에 손톱으로 긁어 쓴 글씨가 이를 말해준다. “저는
모든 것을 철회하고 통회합니다. 페르헤겐.”

78. 사제의 임무는 무엇인가? 하느님의 말씀과 칠성사를 통해 모범을 보임으로써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 도나우 운하 공사장에서 > * 1950년 러시아, 거대한 운하 건설, 포로 크리스티아 신부/
러시아에서는 루마니아를 통과하는 거대한 운하를 건설하고 있었다. 그것은 도나우 강과
흑해를 잇는 수로였다. 공산주의자들은 이 건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운하 건설을 위해 20만 명의 포로들에게 노역을 시켰다. ... 크리스티아 신부는 포로중의
한 사람이었다. “하느님을 믿는다구?” 상관이 물었다. 크리스티아 신부가 대답했다. “ ...
믿음 앞에서 감옥은 아무런 힘이 없소. 나는 하느님을 믿고 있소.” 상관은 할 말을 잃은 듯
했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교황을 믿으시오?” “성베드로 이후로 교황은 계속 있었고,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계속 있을 겁니다. 그렇소, 나는 교황을 지지하오.” 신부는
독방 감옥에서 일주일간 비좁은 감옥에 감금되어 잠을 잘 수가 없었고, 그는 수없이 채찍을
맞았다. 그래도 그는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부를 어디론가 끌고 갔고 그 이후로
크리스티아 신부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9. 혼인성사에서 신랑과 신부의 동의는 어떤 효과가 있는가?
신랑과 신부는 영원히 하나가 된다.

<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 * 바사 공작, 카타리나 자켈로 부인, 에릭 왕/ 폴란드의
바사 공작이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자, 그의 부인 카타리나는 에릭 왕에게 자신도
남편의 형기를 함께 복역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 카타리나는 자신의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빼내어 왕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반지에 쓰여져 있는 글을
보십시오. 라틴어로 두 마디가 새겨져 있습니다. ‘Mors sola’,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우리는 한 몸입니다.” 카타리나는 17년 동안 감옥생활의 어려움을 남편과 함께 극복해냈다.
에릭 왕이 죽자, 그녀는 남편과 함께 석방되어 자유를 되찾았다.

80. 진실한 사랑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가?
상대방이 진실한 행동을 추구하는지를 보고 알 수 있다.

< 백만 불짜리야! > * 은퇴한 노판사, 젊은이 폴, 여섯 개의 동그라미/ 은퇴한 노판사가
저녁 산보를 즐기는 중에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젊은이 폴과 마주쳤다. “곧 결혼한다면서?
축하하네. 약혼자는 어떤 사람인가?” 폴이 줄줄이 대답했다. “좋은 여자예요”, “그림처럼
예쁘지요.”, “그리고 매우 총명하지요.” “올 가을에는 좋은 직장도 얻게 됩니다.”, “제
약혼자는 마음이 아주 착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항상 도와주려고 노력하지요.”
판사는 수첩에 여섯 개의 동그라미를 모두 그려 놓았고, 동그라미 앞에 1이라는 숫자를
기록해 놓고는 젊은이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악수를 청했다. “축하하네, 폴! 자네 신부는
백만 불짜리야! 그녀라면 자네의 인생을 걸 만하네.”


[ 하느님 사랑 ] 인간의 법은 사람들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를 지향한다. 신의 계율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보다 깊이있게 지향한다. 그런데 영원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과
그분의 피조물인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사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고, 당신의 성령을 보내주셨기 때문이다.

81. 구원 메시지를 믿지 않고서도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는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할 만하다고 믿을 때만 사랑할 수 있다.

< 에디슨 > * 마운트 클레멘 역, 코너스 역장, 견습 직원(에디슨), 누나, 불자동차,
모르스 부호/ 기적소리를 내는 불자동차의 스팀 엔진을 이용해 메시지를 모르스 부호
(다리-고장-정지)로 전달(에디슨 –>누나)하여 급정거 시킴으로써 기차의 대참사를 막아
냈다는 이야기. 만일 기차안의 노신사가 메시지를 믿지 않았더라면, 승객들은 모두
불행을 당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분의 구원의 메시지를 믿지 않느다면, 우리 자신도 우리의 잘못으로 불행을 당하게 된다.

82. 하느님의 구원 메시지란 무엇인가?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의 응답을 기다리신다는 것.

< 니키 쿠루즈 베를린에 가다 > * 뉴욕의 마우마우 갱단의 두목 니키 쿠르즈, 시골 교회
목사 데이빗 윌커슨의 설교/ 니키 쿠르즈는 데이빗 목사의 예수님 수난사에 대한 설교를
듣고 충격(큰 감명)을 받았다. “... 어떻게 예수께서 그토록 나를 사랑하실 수 있을까?
그토록 고통받을 각오가 서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예수님, 저를 사랑하십니까? 저를 있는
그대로 정말 사랑하십니까? 오, 예수님, 정말 저를 사랑하신다면, 저도 당신을 사랑하겠
습니다. 내 일생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속에서는
지옥 같은 증오와 잔인함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해방된 것입니다! 공중의
새처럼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83.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 누가 피해자인가?> * 로지, 윌리엄(세 아이 유부남), 동거, 출산 (세 아이), 쥬디 입양,/
“쥬디(입양한 셋째 딸)가 나(엄마 로지)를 용서함으로써 저는 하느님께서 저를 용서하셨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84. 어떤 책보다도 십자가의 가르침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위대한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 러시아의 전설 > * 두명의 범죄자, 운둔자의 도움, 회개, 십자가 성지순례, 십자가 변형/
은둔자는 두 사람이 회개에 대한 보상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성지순례를 할 것을 권고
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사흘 동안 사막을 헤매이다 깊은 골이 패인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다. 두 개의 십자가를 엮어 건너려 했으나 무거운 십자가를 가볍게 이미 변형
시켜 놓았기에 십자가로는 다리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건너지 못하자 그 자리에서
굶어 죽었다. 우리도 가끔 우리의 십자가를 줄이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를 가볍게 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마지막까지 당신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셨다.

85.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사람들을 증오할 수 있는가?
우리가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의 자녀들도 사랑하게 된다.

< 아군이냐, 적군이냐? > *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해안가 외딴집, 연합군 미군과
독일군 부상병 /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시 미군 부상병과 독일군 부상병를 모두
받아 들인 가족의 이야기. 부상당한 미군과 독일군은 서로 친구가 되었다.

86.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선행 외에 또 어떤 선행이 있는가?
무지한 자를 가르치는 일, 우울한 자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일,
불행한 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일 등이 있다.

< 치유를 위한 농담 한 마디 > * 아일랜드인의 최후의 심판, 그리스도의 두꺼운 책, 사람별
심판/ 아일랜드인이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고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그의 앞에는 사람
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은 각자 인생의 마지막 셈을 하고 있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두꺼운 책을 펼쳐 보이시며 첫 번째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책에 이렇게 기록이 되어 있구나.
내가 굶주렸을 때 내게 먹을 것을 주었다.” 두 번째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목말랐을 때
내게 마실 것을 주었다.” 세 번째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갇혀 있을 때 나를 찾아 주었다.”
너희는 천국행이다. 마침내 그의 순서가 되었다. “너는 별로 한 것 없구나. 하지만 내가
우울했을 때 내게 우스운 이야기를 해 주었고 내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내게 농담 한 마디를
해 주었다. 너는 내게 활기를 주었으니 천국행이다.” 이는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기분좋게 활기를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87. 왜 하느님은 당신 자녀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도록 하셨을까?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어머니도 참! > * 30세 된 이탈리아인이 전하는 이야기/ 어머니의 편지는 매달 나와
여동생 앞으로 동시에 보내는 것이었는데, 내게는 1과 3페이지를, 여동생에게는 2와 4
페이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를 모두 읽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야 했다. 동생과 나는 매달
반쪽의 편지를 받고 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88. ‘여러분은 세상의 빛입니다.’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우리들의 선한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선하심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 정교회 신자 블라디마르 > * 블라디마르 린덴버그(의사), 포로수용소 감독관(프레비)/
린덴버그는 1930년대에 본에서 의사생활을 하다가 히틀러의 반대세력이라는 죄로 4년간의
강제노동을 하게 되었다. ... 포로수용소의 감독관은 낯익은 얼굴이라면서 질문중에 알아
보게 되었다. “바로 당신이 내 아내를 살린 사람이야! ...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요.” “당신이 범죄자라고 부르는 이곳 사람들은 모두 교사, 교수, 화학자, 학생,
사제, 정치인이오. 범죄자라 부르려면 맘껏 부르시오. 우리는 결코 범죄자는 아니니까?”
그는 매우 혼돈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은 것 같았고, 우리에게 다시는 시비를 걸지 않았다.

89. 진실한 사랑은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감정이 전부인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확고한 지향이 있어야 한다.

< 연애 편지 > * 한 젊은이의 연애편지 쓰기/ 하느님을 향한 사랑은 그럴듯하고 화려한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90.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단은 어떤 것인가?
이기적인 사랑이냐, 이타적인 사랑이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 아프리카 민담 > * 하느님의 휴식, 빨간 작은 새/ 하느님이 창조사업을 마치신 후 휴식
중에 풀잎에 앉아 있는데 빨간 작은 새가 불만을 털어 놓았다. ... “네가 원한다면 너를
고양이로 만들어 주마” ... “네가 원한다면 개로 바꾸어주겠다.” ... “너는 늘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것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 좋다. 네 말대로 사자가 되어라.” ... “인간이 되어
전투사가 되고 싶습니다.” ... “그럼 족장이 되거라.” 족장이 말했다. “나도 위대한 사람이
아닌가? 나에게는 왜 희생제물을 바치지 않는가?” 하느님은 화가 나셨다. 그래서 족장의
마을을 천둥, 번개, 폭풍우로 제사장들과 부인들을 쓸어버리고 그 화려한 권좌에서 몰아
내버렸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족장은 보이지 않고 작고 빨간 새가 풀잎위에 앉아
울고 있었다.


[ 이웃 사랑 ] 쿠오 바디스(Quo Vadis?)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사랑이 유일한 목표라는 것을 당신은 진정 알고
있는가? 모든 것이 사랑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아주 작은 일도
사랑으로 했을 때는 위대한 것이지만, 아주 큰일도 사랑 없이 했을 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참된 사랑과 거짓 사랑을 어떻게 구별하고 참된 사랑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91. 세 가지 종류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기적인 사랑, 쾌락적인 생활, 이타적인 사랑

< 막차를 놓친 신부 (이기적인 사랑) > * 요한 보스코 신부, 알바라 도시, 역 인근 성당
사제관 신부/ 요한 보스코는 이탈리아의 성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성인이다. 그는
토리노에 대규모 고아원과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학교를 세웠다. ... 보스코 신부가
알바라 도시를 방문했다가 토리노를 돌아가는 막차를 놓쳐 인근 성당 사제관을 찾았다.
... “토리노에서 오셨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요한 보스코 신부를 아십니까?”
“네, 조금 압니다.” “저는 그 사람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에게 한 가지 부탁(어린아이
하나를 고아원에 입원)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가 들어 주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지요. 분명히 받아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그런데 당신은 누구지요.” “제가 요한 보스코입니다.”
“당신이 요한 보스코로군요! 저런, 처음부터 말씀하시지 않구!”(이후 최초의 식사 메뉴와
침실 장소가 양호하게 달라짐). 작별인사를 하면서 보스코 신부는 신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가진 것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 조금 가졌을 때는 조금 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진 것이 많을 때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내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내놓아야지, 이기적인 이유에서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 고양이가 쥐를 사랑하듯이(쾌락적인 사랑) > * 젊은 유부남 롤프, 롤프의 아내, 롤프의
둘째 부인(애인) 수잔 (삼각관계)/ ... 쾌락을 위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수잔은
롤프의 가정을 깨뜨려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려했고, 롤프는 수잔의 순진함을 이용
하여 결국 그녀의 삶을 망치고 말았다. 이기적인 사랑이나 욕망은 단지 사랑처럼 보일
뿐이다. 이는 상대방 안에서 자기만족만을 추구할 뿐이다. 이런 사랑은 고양이가 쥐를 사랑
하는 것과 같다. 고양이에게는 쥐가 단지 놀고 즐기는 대상일 뿐이다.

< 일등 상(이타적인 사랑) > * 라디오 퀴즈/ 상품을 내건 라디오 퀴즈의 질문이다.
“여자가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어떤 말일까요?” 여러 명 후보 중에
한 젊은 여자가 일등상을 탔다. 새벽 3시에 갓난아이가 울 때, 남편이 “그냥 자요. 내가
볼 테니까.” 라고 하는 말이 여자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었다.

92. 이타적인 사랑이 이웃에 대한 진정한 사랑인가?
그렇다. 그것은 자기 자신보다 이웃의 이익을 추구한다.

< 위험천만한 운전 > * 유명한 자동차 경주자인 한스 스튜크, 젊은 부인, 산악도로 운전/
나(한스)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자동차경기에 참가하려 가는 중이었다. ... 산악도로가
폐쇄되어 통행이 며칠 간 금지되자 200km를 우회하여 갈 수밖에 없었다. 가는 도중에
한 젊은 부인이 한스에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베를린에서 아기를 위해 구해 온 혈청을
여섯 시간 이내로 트리노에 있는 의사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행기 편은 없고
일반 자동차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생베르나르 산맥을 넘는 412km의 거리를
평균 속력으로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기에는 1시간 정도 부족했다. 부인의 안타까운
청탁에 어쨌든 우리는 출발했다. ... 속력을 높여 생베르나르 산맥을 향해 질주했다. 산을
타고 올라가는 중에 얼음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그곳에 사는 수사들이
내려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리며 경고했다. “불가능하더라도 난 해내야만 해!” 그때
부터가 정말 내 일생일대의 위험천만한 운전이었다. .... 여러 난관 끝에 무사히 계곡을
내려왔고 다시 질주해서 토리노에 도착했다. 데드라인 5분 전에 그 부인의 집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남편과 의사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는 결국 생명을 구했다.

93. 이웃의 안녕을 위한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평안, 가치인정, 그리고 영원한 구원에로 이끌어주는 것 등이다.

<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평안)> * 뉴욕에서 고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고아들을 위한
보육원에서 여섯 명의 영아들을 한 방에 모여 놓고 실험을 하였다. 영양문제나 사고의 위험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해주었지만 사랑은 쏟아주지 않았다. 사랑이 결핍되었을 때,
인간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라는 실험이었다. 3개월이 지나자 아기들은 결국 병들어 먹지도
않으려 했고, 항상 우울해하며, 무엇에든 두려움을 보였다. 이렇듯 인간은 사랑으로 충만한
환경 속에서의 평안을 필요로 한다.

< 맞았어요, 아주 잘했어요!(가치 인정) * 라틴어 공부, 선생님/ 라틴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나를 너무 엄하게 대하셨다. 나의 노력은 알아주지 않고, 언제나 나의 실수만을
문제 삼아 절망 속에서 포기하려는 마음까지 먹었다. 다른 선생님께 라틴어를 배우게 되었
는데 한 번은 운 좋게 제대로 해석을 하여 즉시 나에게 용기를 주셨다. “맞았어요. 아주
잘했어요!” 라고. 그 이후로 나는 라틴어를 계속 공부할 용기를 얻었다.

< 명확한 방향(영원한 구원) > * 무자식의 부유한 사업가, 조카 자니트, 유언/ 부유한
노사업가는 자식이 없어 매년 여름 방학이면 조카 자니트를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했다.
이 조카는 전혀 노력형이 아니고 하루 사는 것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삼촌은 부자라서 돌아가시면 분명히 내게 충분한 재산을 남겨 주실 거라고 하면서 은근히
그런 생각을 비치자, 노사업가는 “자니트, 네가 인생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만큼 내
유언장에 남겨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삼촌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자니 트는 자신이 받을 유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부푼 가슴을 안고 공증인과 함께
그 문제에 관한 유서의 내용을 보았다. “사랑하는 조카에게. 포켓용 교리 문답책을 살 수
있도록 1파운드 50센트를 남긴다. 이로써 네가 인생을 모래위에 짓지 않고 확고한 기초
위에 짓기 바란다.” 늙은 삼촌은 조카가 많은 돈을 물려받게 되면, 더 게을러지기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인생을 바로 살기 위해서는 교리문답에 명확하게 그
핵심이 쓰여 있는 삶의 방향이 필요하다고 삼촌은 판단했던 것이다.

94. 왜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가?
나의 이웃은 또 하나의 인간이며,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 나병환자를 포옹해도 괜찮은가? > * 나환자들의 친구이며 후원자인 라울 훌레루, 그의
아내, 수용소, 감독관, 나환자 스텔라 / ... 1975년 라울의 금혼식 때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내 아내입니다. 나는 한 번도 그녀 없이 여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나환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와 함께 갔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아이의 어머니들이 미소를 지었고, 아내들이 웃는 모습을 본 남편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 오게 되었습니다.”

95. 어떻게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할 수 있을 까?
내가 바라는 대로 내 이웃에게 대해줌으로써 할 수 있다.

< 항상 결혼해 있는 게 아니예요?> * 아들, 엄마/ 아들이 엄마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결혼할 때 서로에게 무어라고 말하죠?”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잘 대해줄 것을
약속한단다.”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럼, 엄마는 항상 결혼해 있는
게 아니네요?”

96.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약점보다는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깃털 뽑힌 닭 > 필립보 네리(성인), 어떤 부인/ 필립보 네리는 항상 이웃의 실수나
약점에 대해 떠들고 다니는 어떤 부인의 나쁜 버릇을 고쳐준 일이 있었다. ... 그분은
그 부인에게 시장에서 닭 한 마리를 사오게 하면서 오는 길에 그 닭의 깃털을 모두 뽑아
버리라고 했다. 닭을 사 가지고 오자 그녀를 칭찬하며 한 가지 더 부탁했다. 가서 뽑아
버린 깃털을 모두 주워다 주라고 했다. 바람이 부는 날이어서 사방으로 날아가 버려
깃털을 주어 가져 오기는 불가능하였다. 성인은 잠시 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남을 험담한 것도 다시 되돌려놓을 수 없습니다.”

97. ‘이웃을 판단하지 마라.’는 무슨 뜻인가?
하느님만이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잇다는 뜻이다.

< “당신은 사기꾼이야!” > * 북아프리카 사막지대, 병사병, 군의관/ 1956년 여름,
프랑스는 당시 식민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사막지대의 찌는 듯한 날씨는 정말
견디기 힘들어 병사들은 열사병에 걸리기 일쑤였다. 나도 병에 걸려 한동안 의식을
잃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우리 분대는 나를 남겨 두고 작전에 투입되었다.
200km의 먼 거리에서 파견된 군의관이 도착했다. 그때 나는 몸이 좀 안정되었던
상태였다. 군의관이 굉장히 화를 냈다. “당신은 사기꾼이야! 고향에 가고 싶어서
꾀병을 부리다니...” 진실을 말해보려 했으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우리는 쉽사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98.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친절할 수 있을까?
나는 자주 이렇게 기도한다. ‘주여, 저 사람을 도우소서.’

< 처칠과 애스터 여사 > * 처칠, 애스터/ 영국의 최초의 여성의원은 애스터였다.
그녀는 말이 거칠고 입심도 좋았지만, 윈스턴 처칠만큼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한번은
그녀가 처칠에게 악담을 했다. “처칠 씨, 내가 만일 당신의 아내였더라면, 당신 커피에
독을 탓을 거예요!” 윈스턴 처칠이 되받았다. “애스터 여사, 내가 만일 당신의 남편이었
더라면, 그 커피를 즉시 마셔버렸을 거요!”

99. 부와 군사력이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
하느님만이 우리를 보호해 주신다. 단, 우리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과 나눌 때만 그렇다.

< 작가 펄벅 > * 펄벅, 임신중인 불쌍한 여인(루), 공산당원들의 수색, 피신/ 펄벅은
프로테스탄트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중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면서 중국인들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 ... 어느 겨울날 아침에 누더기를 걸치고 매우 지쳐 보인 임신중인 불쌍한 한 여인이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펄벅은 여러 여건상 어려움이 있었으나 심사숙고한 뒤에 집 뒤에
있는 노동자 숙소에 싸구려 방을 세내어 그녀가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매일 식사를
마련해서 그녀에게 갖다 주었고 그녀는 몸이 회복되면서 곧 건강한 아이도 순산했다. ...
반년이 지나던 어느 날 무장한 공산당원들이 나타나 마을을 장악하고 외국인들을 찾아
죽이고 있었다. 잡히면 우리 가족들의 목숨은 끝날 판이었다. ... 갑자기 루 부인이 들어와
그녀의 허름한 헛간으로 숨겨 주었다. 술 취한 군인들이 우리 집에 들어와 온통 뒤집어
놓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급히 다른 곳으로 몰려갔다. 우리는 발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틀 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우리는 해안가에 정박해 있던 미국 배를 타고
피신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도움을 주었던 루 부인이 우리의 생명을 구해주었던 것이다.

100. 이웃 사랑의 가장 위대한 본보기는 어떤 것인가?
예수님처럼 이웃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것이다.

< 자리 바꾸기 > * 정교회 사제인 알렉스 신부, 한 가톨릭 사제/ 1917년 러시아 혁명 때의
일이다. 가장 잔인한 혁명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살해되자 공산주의자들은 즉시
죄 없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들였다. 그러고는 그들을 모두 벽에 일렬로 세우고 명령을
내렸다. “열 번째 서 있는 사람들만 총살하라!” 아홉 번째 서 있는 사람은 연로한 정교회
사제인 알렉스 신부였다. 열 번째인 그의 옆에는 가톨릭 사제가 서 있었다. 나이 많은 사제는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 “나는 늙어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자리를 바꾸세. 하느님의
이름으로 내가 자네 자리에 서겠네.” 잠시 후 그 노사제는 총살되었다.


- 독서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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