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독서 메모 ] 86권-90권






금주의 독서 메모 086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2.09.18.

[ 책 이름 : 내가 너와 함께 있다 ]

- 지은이 : 박찬
- 지은이 프로필 : 1984년 전남대학교 졸업, 영어학원 운영,
저서로는 ‘한신부님 이야기’, ‘날개가 상한 새도 다시 날 수 있다’,
역서로는 ‘길’, ‘대장간’이 있다.
- 펴낸데 : 바오로딸, 출판일 : 2002.4.30, 143p
- 내용 : 인생의 순례길에서 얻은 깨달음과 영적 체험들 모음

[ 표지의 글에서 ]

- 그제야 그는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한사코 그녀의 더러운 유리창을 비난해
왔지만 사실은 자신의 더러운 창을 통해 줄곧 그 창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앞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싶어질 때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먼저 물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의
더러운 창을 통해 남을 보고 있지는 않은가?”


[ 추천사 및 지은이의 말 ]

-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가 인생의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러한 혜안에 비춰
보면서 얻게 된 깨달음과 영적 체험들이다. 인생 산보라고 할까? 그는 자신을 스치는
일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주님의 섭리 안에서 깨닫고자 노력한 주님의 가르침들을
하나하나 모았다가 이제 그 체험의 보석들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글들이
특히 역경과 시련에 처해 있는 형제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리라고 믿는다.
(남평 정정표 신부)

- 제게 있어 평범한 신앙인의 삶은 곧 하느님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입니다.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곧잘 ‘아, 하느님이 여기 이런 모습으로 계시는구나!’하는 걸
느낌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서 방황하던 저는 어느새 갈증이 해소되어 다시 하느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곤 합니다. (박찬)


[ 본문 ] - 주제별 일련번호는 편의상 독서 메모자가 붙임.

< 01. 보약 > p9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도박에 빠진 남편, 아내, 어느 신부님, 보약

- 도박에 빠진 남편을 둔 아내가 있었다. 남편은 매일같이 밖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를 참다 못한 그 자매는 어느 신부님을 찾아가 면담을 했다. 남편에게 보약을 해
먹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너무 의외다. 미워 죽겠는데 보약이라니... 도박장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보온병을 열고 한 모금 마시던 남편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노름에 빠져 가족은 나 몰라라 하고 허구한 날 바깥에서 세월을 보낸 원수
같은 사람을 이처럼 대접하다니 ... 남편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면서, 그길로
집에 돌아와 아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용서를 청했다.

- “지혜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보여주는 형상이며, 지혜를 이겨낼 수 있는 악이란 있을
수 없다. (지혜 7,30 참조)

< 02. 너도 떠나겠느냐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어떤 형제, 옛사람, 생명의 가치

- 어떤 형제가 나이 50이 다 되어 세례를 받았는데 신자생활 2년째 접어든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한다. 주님을 따르자니 세속이 그립고, 세속을 따르자니 양심이 보채니
이를 어쩔꼬 한다. 주님은 제동을 거시는데 참 명인이시다. 세속 가치를 향해 마음이
달음질치려고 할 때면 꼭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도 떠나겠느냐?
”(요한 6,67 참조) 나는 서서히 변화되고 있었다. 먼저 가치관이 바뀌었다. 물질과 쾌락
중심주의에서 하느님 중심주의로 가치관이 바뀌니 관심거리도 바뀌었다. 육적인 것보다는
영적인 것에 마음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 하느님의 현존. 사랑. 위로. 평화. 용서... 이런 영원한 생명의 가치는 꿀맛보다 더
달콤했으며, 정신과 영혼을 맑게 해주었다. 지금에 와서 지상생활의 참된 목적이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데 있음을 고백한다. 영원한 생명이란 예수님을 알고 아버지를 아는
것이다.(요한 17,3 참조) 하느님 아버지를 안다는 것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는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 03. 옹달샘 가는 길에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산길, 상수리나무 숲, 옹달샘

- 내가 산을 찾는 이유는 육신의 건강보다는 성찰 쪽에 무게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산은 내게 또 하나의 시나이산인 셈이다. (상수리 나무 숲에서) 내 마음속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세상 걱정과 재물과 현세의 쾌락”(루카8,14)이겠지.
언젠가는 아침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 무가치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 적이 얼마나
많아던가. (옹달샘에서) 생텍쥐페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막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생을 준비하는 정화의 장소인 이 세상이 그래도
아름다운 이유는 죄를 뉘우치고 새 삶을 살려는 사람들 덕분일게다. 샘물은 달고 시원
하다.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

< 04. 오두막집의 성화(聖畵)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산책, 주거 아파트 뒷산 중턱의 오두막집
주인 팔순 할머니(세상을 뜬 할머니), 방 맞은편 벽의 수호천사 성화

- 구겨진 성냥갑 같은 집일망정 할머니 생전엔 집안 구석구석 봄볕처럼 포근하고
옹달샘처럼 정갈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그런 기운이 어디서 나왔던 걸까? 산을 엉금엉금
오르내리며 땔감, 도토리, 알밤을 구하고, 언덕 아래 묵정밭을 갈아 채소나 콩을 소출할
수 있었던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평범한 삶 속에 숨어 계시는 하느님의 비호 덕분이
아닐까? 가파른 산과 밭을 오르내리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을 텐떼 그런
불행을 당하지 않고 지극히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셨으니 분명 하느님의 손길이 그분을
마지막까지 지켜주셨음에 틀림없다.

< 05. 어떤 화두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개신교 신자, 결혼, 가톨릭 신자인 아내,
묵주기도, 어느 여자 아이의 첫영성체 기념사진, 성체

- 어느 가정에 초대를 받아 갔다가 우연히 피아노 위에 놓인 사진을 보게 되었다.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첫영성체 기념사진(후에 알게 됨)이었다.
그런데 그 사진 하단에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 6,54) 라는 성구가 깊이 파고들었다.

- 그 사진의 주인공을 불러다가 그 성구와 그 아이의 상관관계를 밝혀 보고 싶어 이것
저것 물어 보았다. 아이의 입에서 느닷없이 ‘성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그게 뭐냐고
했더니“살아 계신 예수님 몸이예요”라고 말하면서 방긋 웃었다. 예수님의 몸 ...?
예수님의 몸을 먹는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날 이후 새로운 화두로 다가온
‘성체’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 날 며칠 만에 깨달음이 왔다. 과연 성체는 예수님의
몸이 분명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양육된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던 것처럼
영원한 죽음을 당하지 않고 부활의 희망을 가지게 되리라. 결국 나는 제 발로 성당에
찾아가 6개월의 교리과정을 거쳐 가톨릭 신자가 됨으로써 성체를 모시게 되었다.

< 06. 내가 너와 함께 있다 > p26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편도선 종양 진단, 서울대병원, 편도 적출수술,
본당 주임신부(외국인 신부)

-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이 막상 이 지경(양쪽 편도선 종양 진단)이 되고 보니
신경이 무척 예민해져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다가 서울대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다.
한 달 후 병원 측에선 일단 수술부터 하자고 했다. 편도 적출수술을 하고 나서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를 하자는 것이었다. 수술날짜가 잡히자 나는 ‘바라보기’에 들어갔다.
그것은 어떤 사건을 나의 시각이 아닌 지극히 객관적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조직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만약 암
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암 판정에서부터 투병기간,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상상해 보았다.

- 수술 당일 아침 병실 창문을 통해 창덕궁 숲을 내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깊은 내적
침묵과 평화 속에서 가을 햇살을 받아 바람결에 빛나는 아름다운 이파리들을 바라보았다.
이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섭리의 눈길이 느껴지는 순간, 조용히 문이
열리고 신부님이 들어오셨다. ... 수술실 입구에서 나를 향해 커다랗게 십자성호를 그어
주시는 본당 주임이신 신부님의 눈과 마주쳤다. 아주 따스한 눈길 너머 깊고 푸른 눈
속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

< 07. 어느 목사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신흥종교 지도자 모임의 명함 주고받기,
시골 초등학교, 옷차림이 초라한 중년 남자의 기부, 목사들의 비행들

-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좋아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싫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간디의 이 말은 행실로써 그리스도를 보여주지
못한 사람들을 꼬집고 있다. ... 옷차림이 초라한 중년 남자가 교장실을 찾아 그는
뜻밖에도 학비를 내지 못하거나 끼니를 잇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3백만원.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액수였다. 그의 신분은 목사였다.
성한 몸도 아닌데다 궁핍하게 살아도 남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고 마음을 써준 그 가난한
목사는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이자,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이다.

< 08. 군대에서 그분을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결혼 후 군 입대, 춘천시내 부대 배치,
고참에게 구타당한 병사, 부대 내 성당

- 나는 군대가 늦었다. 내 또래의 청년들이 제대할 무렵에 입영을 했다. 그때 나는 일찍
결혼해 아내와 딸 하나를 둔 가장이었다. 논산에서 신병 교육을 마치고 밤 기차를 타고
춘천에 도착하여 보충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인제와 원통지역은 군대생활하기가 몹시
힘든 지역이라고 했다. 그 지역 말고는 춘천시내에 부대가 하나 있는데, 그곳은 군단
사령부여서 웬만한 배경이 아니면 힘들다고 했다. 며칠 후 그 고급부대에서 신병을
차출하기 위해 사병이 나왔다. 40명의 병적카드를 유심히 뒤적이더니 나를 호명했다.
... 그날 밤 나를 데려왔던 병사는 외딴 벙커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 고참들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나이가 어리고 팔팔한 신참을 데려 오랬더니 뭐 저따위를 데려왔느냐는
것이었다. 나중에 부대 내 성당에서 성체를 모시는 그를 보았을 때, 난 알게 되었다.
그 병사 안에 내 처지를 불쌍히 여기시는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주님께선 당신께
내 마음을 내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 09. 원 요한 신부님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골수암 환자였던 원요한 신부

- 신앙인들이 좌절과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세상 끝날 까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신 주님을 믿기 때문이다. 골수암 환자들은 모르핀 없이는 고통을 이겨
내지 못한다고 한다. 말기에 접어들수록 뼛속 깊이 암이 퍼져 전신에 고통을 가하기
때문에 아예 하반신을 마취시키기도 한다. 원 요한 신부님(골롬반회 선교사로 레지오
마리애를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하신 분)은 골수암 환자였다. ... 원 신부님의 말씀이다.
“주님이 날 얼마나 사랑해 주셨고, 또 지금도 사랑하고 계신지 몰라. 주님께선 이 마지막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자고 하셔.” 고통에 짓눌리면서도 언제나 ‘대니 보이(아, 목동아)’
를 흥얼거리곤 하던 신부님은 어느 날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고는 아무도
몰래 고향 아일랜드로 가서 숨을 거두셨다. 우리는 언제쯤 가서야 구원을 위해 건네주신
십자가를 원 신부님처럼 웃으며 기꺼이 지고 갈 수 있을 까!

< 10. 6년 만에 풀린 혀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말더듬이 신세, 치유의 은총

- 나는 구약성서 탈출기(4, 10)에서 모세가 말더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약속을 내게 주신 약속인양 나는 굳게 믿었다. “네가 말할 때
내가 너를 도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 그 말씀을 붙들고 밤낮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 인내하고 또 인내하면서 기도드렸더니 6년 만에 과연 열매를
맺었다. 하느님께서 내 굳은 혀를 완전히 풀어주신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 세월은 나의
믿음을 키워준 시간들이었다. 믿음과 함께 중요한 것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는
것이다.

< 11. 기도의 부메랑 > p44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음악대학을 졸업한 아내, 피아노 학원, 빚,
단칸방 생활, 어느 단층 상가 옥상의 야전 텐트 속에서 사는 가족, 서로 보금자리 마련

- 추운 겨울을 옥상의 야전 텐트 속에서 지내는 가족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걸음을
멈추고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화살기도를 바쳤다. “자비하신 주님, 저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허락하소서!” 3개월이 지나면서 텐트 속에서 살던 그들은 보금자리가 생겼고,
우리는 청약 아파트가 당첨되고 나서 묘하게도 학원 수강생이 더욱 늘어나 일시에 빚도
갚고 중도금까지 꼬박꼬박 챙길 수 있었다.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더니 나에게
집이 생기다니! 남을 위한 기도가 곧 나를 위한 기도란 말인가.

< 12. 그때 그 아가씨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구두닦이 생활, 영역 침범, 군청 공무원, 아가씨

- 구두닦이를 하던 때이다. (자주 찾아오던) 그 아가씨가 건네준 갱지에 수확문제를
풀고 있으면 왠지 문제가 술술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만 그 아가씨가 좋아졌다.
가끔 꿈속에서도 웃으며 나타났다. 교회를 다닌다는 말을 듣고 나도 하느님을 믿으면
그 아가씨처럼 착한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가 모습을 감추고 말았는데
시집을 갔다는 것이다. 남편 되는 사람은 참 복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13. 관(棺)에서 나온 술꾼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술꾼(냉담을 푼 형제), 만취, 영안실 냉동관,
입관시 되살아난 술꾼

- 눈 내리는 저녁 술꾼은 만취가 되어 길바닥에 쓰러져 곧 잠이 들었고, 이튿날 새벽
그는 몸이 싸늘하게 식은 채 청부들에게 발견되어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영안실측
에선 옷을 모두 모두 벗기고 지하 냉동고에 집어넣었다. ... 입관을 위해 냉동관을
끄집어냈는데 죽었던 사내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때 다행히 냉동관은 정전으로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는 이미 캄캄한 관 속에 갇힌 뒤였다.
그제야 그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빛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관을 끄집어 낸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형제는 술을 완전히 끊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도 순종하지 않았던 요나는 큰 물고기 뱃속에 갇혔다가 사흘
만에 나오면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제가 곤궁 속에서 주님을 불렀더니 주님께서
저에게 응답해 주셨습니다. 저승의 배 속에서 제가 부르짖었더니 당신께서 저의 소리를
들어 주셨습니다.”(요나 2, 3)

< 14. 김구수 형제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태평양을 건너온 강사(미국 성령쇄신봉사자)

- 간암 말기 선고를 받고도 복음을 전하려는 그의 열정은 참 대단했다. 강의 주제는
‘기뻐하라’는 것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터질지라도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이날은 이날은 주가 정하신 주의 날일세. 기뻐하고 기뻐
하며 즐거워하세 즐거워하세”(가톨릭 복음성가 627). 그가 간암선고를 받았을 때
자신의 병도 하느님이 허락하신 일이고, 또 그 병을 통해 최상의 선으로 자기를 이끄신
다는 것을 알고는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세 번 반복했을 때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희열이 솟구쳐 고통을 덮어버리더라고 했다. ... 이튿날 그는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날아갔다. 1주일 후 그의 부음을 접했다. 강의도중 쓰러져 마지막까지 기쁘게 웃으면서
선종했다고 한다. “기뻐하십시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 지금도 그분의
목소리가 가슴에 메아리친다.

< 15. 아주머니는 천사요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어느 자매, 여성 편력이 심한 남편, 신부님,
치매 증세

- 여성 편력이 심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어느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매는 날마다 하느님께
항의했다. 이를 안 신부님들이 그 불쌍한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라고 할 때마다 “그 사람은
지옥에 가야 마땅하므로 기도해 줄 수 없다”며 13년을 버텼다. 어느날 남편이 타향에서
병들어 운신을 못하니 데려가라는 천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 치매증세를 보인 남편은
밤낮으로 오기를 부렸다.

- 어느날 갑자기 “신앙은 때로는 활동이나 봉사가 아니라 고통을 견디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엄청난 힘과 위로가 실린 말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날을 고비로
남편의 살기등등했던 눈빛과 행동이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와 같아진 남편을
보면서 그 자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교만과 아집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그 자매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남편에게 먼저 용서를 청했다. “내게 섭섭한 것이
많을 터이니 다 풀고 가시오. 저 세상에서는 사이좋게 지냅시다.” 이 말에 남편은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남편이 죽어가면서 아내더러 “아주머니는 천사요...”
라고 말을 했다. 자신의 오기를 불평 없이 참아준 아내의 모습에서 천사를 보았던 것이다.

< 16. 마당을 쓸다가 > p63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어느 형제의 체험담 (과부집 청소 봉사, 기도)

- 하느님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게
하고, 영혼을 정화시켜 주고, 마음을 하느님께로 높이 들어 올려 준다.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 10,39)

< 17. 어느 자매의 제대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어느 자매, 공공근로사업장, 유자차

- 생계가 어려웠지만 기도는 그의 무기였다. 기도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으나(물론 예외가 있을 순 있지만) 기도함으로써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불평 없이 고통의 잔을 바라보고, 불평 없이 그걸 들어올리고, 마침내 불평
없이 그걸 마시게 되는 것이다.

- 자매는 유자차를 끓여 보온병에 담아 공사장에 갔다. 휴식시간에 유자차를 돌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따사로운 봄볕에 두꺼운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듯이 따스한 말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그는 몹시 감격했다. 그곳은 그녀
자신의 제대였다.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피조물을 새롭게 해석하고
돌보는 일을 평신도가 맡고 있다고 볼 때, 공공사업장이라는 제단에 자신의 노동과
선행을 거룩한 제물로 바친 것이다.

< 18. 나를 단련시키는 도구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다루기 힘든) 중1 여학생, 학원

- 나는 난공불락의 예리고성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고 있다. 그 아이의 마음에
돌멩이를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하루에 일곱 번씩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은 (청하는 사람의 기도에 대하여) 환경을 먼저 마련해 주시고, 그 다음에 상당
기간 그 환경에서 철저하게 단련시킴으로써 서서히 변화시키는 분이시다. 관대함은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덕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고통스럽게 부딪치면서
길러지는 그런 것이었다.

< 19. 남자의 눈물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50대 초반의 형제, 부인과 딸, 기도회, 눈물

- 나의 마음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고 또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없다. “걱정 마. 하느님께서는 착한 사람
망하도록 결코 그대로 두시지 않는다.” 내가 몹시 힘들어할 때 누군가 그렇게 말해
주었을 때는 갑자기 하늘이 열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빛살과 같은 희망과 용기를 느꼈다.
그런데 오묘한 것은 남이 건넨 그 말이 실제로 나를 이끌어 갔다는 점이다.

< 20. 그날 밤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벽에 걸린 십자고상, 촛불, 관상

- 어느 날 밤 자정 무렵에 거실에서 촛불을 켜고 벽에 걸린 십자고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는 고요했으며, 나의 마음은 마치 어둠 속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촛불과도 같았다.
그날 밤 나는 지성 등 인간적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또한 언어 등 매개 수단도
사용하지 않고 다만 십자고상만 바라보고 수동적 자세를 취할 뿐이었는데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 이런 관상은 그날 밤 이후로 체험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인간의 능력과 매개
수단을 사용하는 능동적이고 수득적(修得的) 관상은 가능했다. 나의 노력으로 하느님께
이르기 위해선 우선 눈을 감고 온몸의 긴장을 푼 다음 호흡에 맞춰 3음절 이하 말마디,
곧 ‘하느님’, ‘평화’, ‘예수님’, ‘자비’ 같은 짧은 단어를 의식이 가물가물 할 때까지
반복해서 왼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세속적 분심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하느님께만
정신이 집중된다. 이때 단어 외는 것을 중단하고 20분 정도 거룩한 평화에 잠기게
된다. 이 상태에선 묵상적 추리도 필요하지 않고, 어떤 청원이나 갈망도 없다. 그런데도
모든 것이 충족된 느낌인데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관상에서 깨어나면 정신은 또록
또록 맑고 영혼이 치유 받은 것을 느낀다.

< 21. 꽃 한 송이의 법문(法文) > p80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지리산 노고단(원추리 채취),
백아산(나무껍질 채취), 신부님과 스님의 담소, 순백의 난꽃 두 송이

- 육신의 보신에만 골몰하고 영적 보양은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적인
사람은 피조물을 해석하는 눈이 육적인 사람의 그것과는 다르다. 법정 스님은 말한다.
“우리처럼 단출하게 사는 사람들은 음식물로만 가지고 배를 채우지 않는다. 자연이
내려준 한 송이 꽃이나 맑은 물, 따뜻하고 투명한 햇살과 산들거리는 바람결 속에
스며 있는 우주의 살아 있는 기운을 평온한 마음으로 감사히 받아들이면, 그게 살이
되고 피가 되어 건강을 이룬다.” 불가에서는 삼라만상이 모두 법문을 하고 있다고
해서 피조물을 무척 사랑하고 아낀다.

- 어느 신부님이 절을 찾아가 차와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다. 스님은 벽장 안에서 작은
그릇을 꺼내 놓았는데 물 위에 순백의 난꽃 두 송이가 떠 있었다. 전날 많은 사람들이
절을 다녀간 뒤 길 위에 떨어진 꽃을 주어 방으로 가져왔다며 말을 이었다. “나무나
풀들이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겨울을 이겨내는지를 생각하면, 땅에
떨어진 꽃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떨어진 꽃이지만 그릇에서나마 생명이
다할 때까지 피어 있기를 바라면서 담아 놓았지요. ... ”

< 22. 나의 첫 수필집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본당 기도회 때 들려주었던 글들 모음

- 모세가 불붙은 떨기에서 하느님을 체험했던 것처럼 내 인생을 5년 단위로 끊어
그 기간 중 가장 의미 있는 불떨기를 하나씩 찾아내는 것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새롭게
재현해 내는 것이었다. 과거 숱한 체험 속에 과연 의미 있는 다양한 불떨기들이 있었다.
불떨기를 포착하고 보니 어느새 글의 윤곽이 잡히고 주제가 부각되면서 무딘 펜이
자연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출판하기까지 우여곡절 끝에 ‘날개가 상한 새도
다시 날 수 있다’는 제목의 나의 첫 수필집을 내놓게 되었다.

< 23. 겸손한 사람들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성령세미나, 어느 자매와 남편

- 적잖은 사람들이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이들은 믿지 않는 식구들
(특히 남편) 때문에, 어떤 이들은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로 생활이 궁핍하기
때문에, 또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 안락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등등. 그러나 하느님을 사랑하고픈 강한 원의를 품고 있는 사람은 얼마 안 가서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게 된다.
- 나는 단순하고 겸손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통회기도를 바치자고
하면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하느님을 찬미하자고 하면 기쁨이 넘쳐나는
얼굴로 아이들처럼 율동을 곧잘 벌이곤 한다. 그런 모습에서 하느님의 영이 휘돌고
있음을 본다.

< 24. 일상 하는 일의 성화(聖化)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호세 마리아 에스크리바 신부, 작은 외침,
피디어스 조각가, 음악가 헨델

- 호세 마리아 신부는 누구나 일상 하는 일을 하느님을 위한 사랑으로 해냄으로써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외쳤다. 이 작은 외침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전폭적 지지를
받음으로써 매우 설득력 있는 장엄한 웅변이 되었다. 그분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룩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일을 거룩하게 하는데 있다. 일을 성화시키는 것, 자신의
일을 통해 자신이 성화되는 것,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성화시키는 것, 그것은 각자
생애의 길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호세마리아 신부는 2002.2.17 시성됨. 교황 요한바오로 2세)

-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 조각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누가 본다고 공을 들이고
있습니까?” 그러자 피디어스(고대 그리스 최고의 조각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메시아’의 작곡으로 유명한 헨델은 오르간 연주자로도 탁월했다.
연주회가 끝났을 때 한 음악가가 격찬을 하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르간을 연주할 때
마음과 목숨과 생각과 힘을 다해(마태 22,37참조)연주합니다.”

< 25. 어느 화상(畵商)의 부활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무탄트’ 실화소설, 서양 여의사,
호주 원주민, 어느 화상의 회개

- 서양 여의사가 호주 원주민에게 생일파티에 대해 말하자 원주민이 이렇게 말했다.
“나이를 먹는 게 무슨 특별한 일인가요? 나이를 먹는 데는 어떤 노력도 들지 않아요.
나이는 그냥 저절로 드는 겁니다. 우리는 나아지는 것을 축하합니다. 지난해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인간이 내적으로 성숙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새롭게 체험함으로써 자기 안의 옛사람은 죽고 새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 어느 화상은 방랑벽이 심했다. 아내와 자식은 대책도 없이 궁벽한 시골에 처박아
놓고는 혈혈단신 부평초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고서화나 골동품 따위에 손을
대고 있었으나 벌이가 시원찮았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술로 마셔버리거나 도박으로
날려버리곤 했다. 어느 날 그가 오랜만에 찾아와서는 무신론자인 자기가 예수님을
체험했노라고 했다. 오랜 방랑생활 끝에 병을 얻어 어느 기도원에서 뜻밖에도 예수님의
치유를 체험한 뒤 곧 바로 옛 생활을 접고 새롭게 출발했다는 것이다. 몇 년 뒤 그는
내 고향에서 개척교회 목사를 돕고 있다고 했다. ... 그가 나에게 무릎을 꿇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린 진실어린 목소리로 “주님 ...”하면서 간절하게 기도를
바치고 있을 때 나는 기쁨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 이런 경우를 두고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할 것이다.”(루카 15,10)라고 하셨을까?
나는 진심으로 그의 부활을 축하해 주었다.

< 26. 믿음 > p98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김경옥씨의 체험담

- “아버지는 간경화였다. 병세가 악화되어 수술을 시도했으나 의사들은 간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중도에 수술을 포기했고, 보름 후 임종을 지켜보게 되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 곁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나서 성서를 펼쳤는데 ‘예수의 옷에 손을 댄
여자’ 이야기가 나왔고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라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는 갑자기 물을 찾았다. 다음 날도 아버지 곁에서 묵주기도를 바쳤다. 기도를
마쳤을 때 간에 꽂아둔 호수에서 분비물이 쏟아져 나왔다 1주일 동안 매일 똑같은
현상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일어났다. 아버지는 1주일 만에 완전히 치유되었다.”

- 지금도 믿음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하느님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 예수께서는
2천 년 전 놀라운 모범과 추억을 남겨 놓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분이 아니시다.
그분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은 분이시며, 교회의 성사 안에 살아 계시면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신다.

< 27. 비추심을 받은 강론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한 수도회 신부의 강론

- 강론 주제는 ‘요셉 라브르 성인의 삶’으로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비춰주는 강론
이었다. 성인은 어느 날 스스로 걸인이 되어 맨발로 유럽 성지순례길에 오른다. 마지막
종착지는 로마였다. 순례중 추위와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생하는 다른 걸인들을 돌보는
한편, 틈만 나면 성당으로 달려가 오랜 시간 성체를 흠숭한다. 그런데 한 성당에서 성체
조배를 드리는 있는 성인의 모습이 같은 시간에 여러 성당에서 동시에 목격된다. 사람
들은 이 비상한 신비 현상을 통해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뜻을 알아듣고는 교회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 예언적 강론을 해준 분은 식도협착증으로 17년째 고통을 받고 있는 신부님
이셨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역이 뒤따른다. 어느날
신부님은 동료 신부님의 수연(壽宴)에 참석하셨다가 음식을 뒤로하고 돌아와 미사를
집전했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또 있을까? 그런 신부님이
영적으로 깨어 있기 위해 성인전을 자주 읽는다고 했을 때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십자가를 끌어안은 채 아무런 불평도 없이 자기를 낮추는 사제를 통해 쏟아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주체할 수가 없다.

< 28. 어느 동포의 십일조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LA 공항 대합실, 귀국중인 신부,
낯선 사람(동전 자루와 편지 전달)

- 미국내 한인교회를 둘러본 어느 신부님이 귀국차 출국수속을 밟고 있는데 웬 낯선
사람이 다가와 자루 하나를 건네고는 사라졌다. 자루 안에는 동전이 가득 들어 있었고,
인생 고백서 같은 편지도 들어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교편생활을 했던 사람인데 어느날
사표를 던지고 가족을 데리고 파리로 건너갔다. 거기서 그는 허영에 들뜬 생활을 하다가
그만 알거지가 되었다. 친지들의 눈이 부끄러워 귀국하지도 못하고 천신만고 끝에
밀항선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변두리 싸구려 술집 입구에서 1달러씩을 받고 흑인
들의 발을 씻어주는 일을 시작했다. 눈물과 한숨 속에 10년이 그렇게 흘러갔다.

- 빵을 얻기 위해선 “이마에 땀을 흘려야 하고” 때로는 눈물도 흘려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보수도 없이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은
얼마나 숭고한가! 이제껏 남을 위해 봉사를 해본 일이 없는 그는 몹시 부끄러움을 느꼈다.
다음날부터 그는 자기 수입에서 십일조를 떼기 시작했다. 1달러를 벌면 10센트를 떼어
따로 모았다. 자기보다 더 천대받으며 살아가는 모국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던 것이다.
드디어 자루에 돈이 가득 차던 날 아침, 한국인 신부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나서 공항으로 갔던 것이다.

< 29. 아름다운 문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말기암 환자 안토니오 형제의 죽음 준비

- 죽음의 묵상은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한 감사로운 마음을 솟구치게 하고, 생의 낭비를
막게 하고, 그리고 모든 쓸데없는 것으로부터 가장 본질적인 것을 추려내게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는 것이며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언제
죽을지 안다면 좀 더 지혜롭게 살려고 애쓸 것이다. 안토니오 형제는 죽음을 잘 준비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그동안 모은 재산을 교회와 가난한 형제들에게 나누어주고, 겸손
되이 용서를 청하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다. 매일 성체를 모시고 온 신부님을 ‘사랑합니다’
라고 환영하며, 문병객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 마침내 그가 세상을 떠날 시간이 왔다.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하나의 문이 열리고
다른 또 하나의 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닫히는 문에 아쉬움과 미련을 떨치지
못해 새로운 문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죽음을 잘 준비했던 그에게는 열리는 문이 지복
직관의 세계로 통하는 아름다운 문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편안합니다.
안토니오는 주님의 종입니다. 하느님이 저와 함께 계시니 저는 행복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아름다운 문 너머로 영원히 사라졌다.

< 30. 스님의 눈은 아름다웠다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한적한 시골 고찰, 일주문 돌위에 새겨진
큰 발자국, 스님

-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나는 어느 한적한 시골 고찰을 찾아
간다. 절을 자주 찾는 것은 인적이 뜸해 깊은 침묵과 텅 빈 충만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수행자를 통해 인간의 마음 가운데 가장 거룩하고 본질적 요소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텍쥐페리’가 말했지만, 나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이 사막처럼 느껴질 때 나는 그곳
주지 스님을 숨겨진 샘처럼 떠올리게 된다.

- 처음 이 절에 와서 연꽃 봉오리 모양의 일주문에 들어섰을 때, 보름달처럼 둥근 돌
위에 새긴 커다란 발바닥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절에서는 보지 못했던 석물
(石物)이었다. 이 위에 올라서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라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그 발바닥 위해 나의 발을 포개어 보았다. 그때였다. 왠 여자가 마구
악을 쓰며 뛰어 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아차!’ 했지만 냉큼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스님이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스님의 호통을
기다렸다. 그런데 의외로 잠잠한 것이 이상해서 슬그머니 머리를 들었다. 스님의 눈과
마주친 순간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말없이 바라보는 눈길이 너무 온유하고 따뜻
했기 때문이다.

- 나중에 스님을 찾아가 정중하게 예를 올리고 자초지종을 들으이 그 돌발바닥은 거룩
하신 부처님 발바닥이었다. 이 사건은 내게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사랑과 자비가 넘쳐흐르지만, 정작 사랑과 자비가 갓들인 눈길을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
에서 스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내가 스님과 인연을 맺게된 동기였다.
이후에 스님을 찾아가 차 한 잔 앞에 놓고 한참 앉아 있노라면 스님 특유의 사랑과 연민,
온유와 겸손의 파장이 전율처럼 나를 휘감는다. 그러면 어느덧 어지러운 생각들이 말끔히
씻겨지고 내면의 뜰이 소생하는 것이다.

< 31. 토마씨 부부의 호의 > p114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광주의 한 본당, 기도회, 토마씨 부부

- 자매님은 식사를 준비하면서 시종일관 기도회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사과로 치면 나는 벌레 먹은 사과인데 사랑이 많은
그분의 손에 예쁘게 깍여 은쟁반에 담긴 것만 같았다. 기도회 때마다 은혜의 수혜자들이
나왔는데, 그건 순전히 그분의 중재 기도와 희생 덕택이란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
하느님을 체험하게 해주는 대상은 실로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람을 통해 오시는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면 어찌 그리도 감격스러운지!

< 32. 진실만이 치유한다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미얀마의 우화(코브라 독), 다�m의 죄 통회,
고해성사

- 어느 신부님의 지적이다. “고해자가 죄를 짓고도 뻔뻔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신의
죄만을 일사천리로 나열하는 식의 고해나 자신의 죄는 어물쩡하게 고해하고 남의 죄만
장황하게 고자질하는 식의 고해성사는 정말로 짜증스럽다. 그러나 고해자가 진정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할 때, 내 마음도 동화되어 고해소
에서 고해자와 함께 통회의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고해자의 영혼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가 없다. 아니 고해자에게 아름다움을 넘어서 존경과 경의를 표하게
되며 은총이 소나기처럼 고해자에게 쏟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 33. 얼른 화해하여라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본당 일로 미워했던 신부님과 화해

- 용서라는 것이 없다면 이 세상은 금세 지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보복은 보복을
낳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서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상대방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있는 한 용서는 불가능하다. 상대방 밑으로 들어갈 때라야 가능하다. 그러자면 우월감
이나 체면 따위를 과감히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용서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해주고
사람들을 사라하게 해주는 천상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한 인간에게서 하느님이 보일
때는 남을 용서해 줄 때이다.

- 본당 일로 신부님과 토라진 후로 신부님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얼굴도 싫었고 말씨도
싫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싫었다. 마음이 지옥이었다. 미사 중에는 내내 분심만
들었다. 그리 가깝게 계시던 하느님의 영영 떠나가신 것처럼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는 사제관을 찾아가 대뜸 “신부님이 무지무지 미워요!”
했다. 놀란 신부님이 얘기를 들어보자며 하자 씩씩거리며 미워하게 된 일들을 모두 다
말했다. 말없이 듣고 있던 신부님이 “날 용서해 줄 수 있겠나?” 하셨다. 순간 나는
무엇에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신부님의 얼굴이 그렇게
성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 34. 태안사에서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곡성 동리산 태안사, 호수 작은 섬의 3층 석탑,
석등 파괴, 어느 목사, 어느 스님

- 나무들이 겨울 채비를 위해 밖으로는 잎들을 말끔히 털어내고, 안으로는 물을 비워
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저들의 지혜를 따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럽기만
했다. 나무들이 들려준 법어이다. ‘제 목숨을 살리려거든 버리고 비우라’ ... 바르게
사는 것을 무엇보다는 중시하는 불교는 인간의 착한 심성과 연민, 관용의 정신을 키워
주는 참 좋은 종교가 아닐 수 없다. ... 어느 스님의 지적처럼, 자기 길만을 완고히
내세우는 종교나 종파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이런(이교인들의 석등 파괴, 어느 목사의
일방적 가톨릭 비판 등) 눈먼 길잡이들이 선한 인간들을 갈가리 갈라놓고 있기에 종교간
독선과 배타와 질시와 반목이 끊일 새가 없는 것이다.

<35. 예수님, 도와주세요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모이세 형제의 아들 베드로와 동생 요한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죄 중에
있을 때 하느님과 얼른 화해하지 않고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게 시련이 오는 것은 나를 순수하게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배려라는 걸 알면서도
하느님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며 오기를 부리다가 벼랑 끝에 몰려서야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발버둥 쳤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의 못된 점들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써 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느님과 나의 양심은 결코 속일 수 없었다. ... 본당 기도회
때마다 엄마 곁에 얌전하게 앉아 있다가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
가서 티슈를 가져와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훌쩍거리던 베드로. 새 세기에는 나도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던 베드로를 본받아 성모님의 눈물을 닦아주는 착한 아들이
되어야 겠다. “예수님, 도와주세요.”

< 36. 위로의 말 한마디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분식집, 중년 사내, 여자 손님, 가게 주인

- 분식집에서 뜨끈한 어묵 국물을 마시고 있는데, 한 중년 사내가 몹시 슬픈 얼굴로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쉬더니 자동차 사고 얘기를 넌지시 꺼냈다. 며칠 전 새벽에 고등
학생들이 운전한 차가 바로 이 가게 앞에서 전봇대를 들이박고 전복되는 바람에 남학생
둘, 여학생 둘 네 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고로 딸을
잃었다는 사내는 자기 속내를 말하기 시작했다. 목소리에는 벌써 눈물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 참 못 견디게 가슴 아픈 것은 ... , 죽은 아이들을 자꾸 나쁜 쪽으로
매도한다는 겁니다.” 그러자 분식을 사러 들어와 있었던 중년의 여선생의 말이었다.
“제가 가슴 아픈 것은 그 아이들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그렇게 갔다는
것입니다.” 나는 여선생이 참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쪽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우리가 어느 특정한 악이나 죄 또는 불완전함에서 선을
보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내심이 없는 사람들은 곧잘 자기의 잣대로 선과
악을 갈라놓고 판단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판단을 유보하고 인내심을 갖고 선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그 사내는 여선생의 태도에서 한층 위로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37. 욕쟁이 신부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동네 성당의 욕쟁이 신부

- 우리 동네에 욕쟁이 신부님이 계시다. 한 신학생에게는 “아따, 그놈. 공짜 좋아하게
생겼구나!”. 수녀님에게는 “넌 옷만 수도자구나. 마음도 수도자라야 해”. 나에게는
“아따, 고놈. 새끼를 일찍도 깠구나!”. 어떤 자매님에게는 “서방, 일찍도 잡아먹었구먼!”
하더란다. 기회만 생기면 남의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에 삶의 보람과 의미를 두고 계신
것 같아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어느 날 주교님이 방문하신 자리에 나를 보자고 하여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주교님께 인사를 드리자 신부님이 “야, 미카엘아, 너한테는 내
실수 안했제?” 하시는 것이었다. 실수를 왜 안하셨어요? 하면서 주교님도 들으시라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가며 죄다 일러바쳤다. 정말 속이 시원했다. 그랬더니 “내가 언제
그랬냐”하셨다.

- 며칠 생각해 보니 신부님의 막말엔 악의가 하나도 없었다. 불가에서 고승들은 으레
욕을 퍼부으면서 제자들에게 깨우침을 주곤 한다는데, 신부님도 그런 식이었다.
신부님의 막말은 호두알처럼 단단한 교만을 단번에 깨버리고, 위선과 표리부동을 고발
하는 화두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감추고 싶어 하지만, 신부님은 그
약점을 숨긴 채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스럽게 살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다. “허허, 고놈 절로 터진 입이라 말은 잘하는 구나”. “너희들 밥 처먹는 것이 꼭
제비새끼들 같아” “미카엘아, 내가 너 좋아하면 어쩔래.”

<38. 창 >
* 이야기의 소재들과 키워드(주요 내용) : 교도소 부활 미사, 서예작품,
이웃 여자 집 창문, 남자 집의 얼룩진 창문

- 교도소내에서 부활 미사가 끝나자 수감 중인 한 형제가 교도관을 통해 봉투를
내밀었다. 집에 돌아와 읽어보니 그가 정성들여 쓴 서예작품이었다. ‘맑은 마음’이라고
쓴 빨간 두인(頭印)과 ‘들길’이라는 그의 아호(雅號)가 참 맑고 호젓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것은 내 것이고 추한 것은 남의 것이랍니다. 삶이 기쁜 것은 나 때문이고
삶이 슬픈 것은 남 때문이랍니다. 이 핑계 저 핑계, 참으로 핑계 많은 세상 인생은
어차피 더불어 사는 것 선함도 악함도 함께 지닌 것 흰 것은 내 것이요 검은 것은 남의
것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랍니다. 세상이 괴로워 보이는 것도
사랑이 슬픈 것도 삶이 힘든 것도 다 내 탓이랍니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랍니다”

- 어느 영문 수필의 내용이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웃에 사는 여자가 매일 오후
창가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독서를 하면서 앉아 있는 것을 보곤 했다. 그런데 그 여자 집
창문이 몹시 더럽다는 것을 알았다. 얼룩진 창을 통해 본 모든 것이 뿌옇게 보였다.
어느 화창한 날 아침 그 남자는 봄 대청소를 했다. 이 일을 마치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았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건너편 창가에 앉아 있는 여자가 선명
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의 창은 깨끗하다. 그제야 그는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한사코 그녀의 더러운 유리창을 비난해 왔지만 사실은 자신의 더러운 창을 통해
줄곧 그 창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앞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싶어질 때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먼저 물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의 더러운 창을 통해 남을 보고 있지는 않은가?”




# 087 독서 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087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2.10.03.

[ 책 이름 : 내 나이 마흔 ]

- 지은이 : 안젤름 그�p
- 지은이 프로필 : 1945년 출생, 독일 뮌스터 슈바르짜흐 베네딕도 수도원 수사신부,
신학박사,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영성 지도자중의 하나로 폭넓게 활동,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 등 많은 영적서적 저술
- 옮긴이 : 이성우 (신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전임 연구위원)
- 펴낸데 : 성서와함께, 출판일 : 2005.7.9, 95p
- 내용 : 중년의 위기 . 은총으로 새로나기

[ 표지의 글에서 ]

- 우리는 이 소책자를 통해 종교적인 길이 구원의 길이라는 것과 중년기 위기에 몹시
쓰라리게 불거저 나오는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 종교적인 길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자신을
인도하시도록 맡겨드리며, 그 길을 가는 것이다.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의 길은 우리가 인간적으로도 성숙하고 건강해지는 길이다.


[ 머리말 ]

- 중년의 위기는 직업의 포기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실존적 위기로서, 40대 사제들과
수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전환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지금까지의 삶을 혼돈에 빠뜨리는 문제이다. 직업 변경, 익숙한 환경을 떠남, 이혼, 신경
쇠약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정신질환 등은 극복되지 못한 중년기 위기의 징후이다. 우리
수도 공동체는 신학 세미나에서 형제들의 수도회 탈퇴를 중년의 위기와 극복 가능성에
대하여 숙고하는 계기를 삼았는데, 다음 두 가지의 발제 자료를 합동 토론회와 그룹별
개별 체험 나누기의 토대로 삼았다. 발제자인 ‘피델리스 루퍼트’ 수사 신부는 중년기의
위기를 영적인 성장의 기회로 묘사하는 독일의 신비가 ‘요한네스 타울러(1300-1361)’의
생각을 소개하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필자는 타울러를 통한 종교적 조명을 보완하기
위하여 ‘융(1875-1961)’이 중년 문제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보았는지 소개하였다.

- 우리는 이 소책자를 통해 종교적인 길이 구원의 길이라는 것과 중년의 위기에 몹시
쓰라리게 불거져 나오는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 그것은 심리학적인 통찰을 중시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자신을 인도하시도록 맡겨드리며, 그 길을 가는 것이다.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의 길’은 우리가 인간적으로도 성숙하고 건강해지는 길이다.
그 길에서는 인간적인 자기실현과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열어드리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스도의 길에서 핵심은 인간의 자기실현과 자기 영광이 아니라 모든 것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한 가지 방법은
“예수의 생명이 우리의 죽을 육신에서 드러나도록”(2코린 4,11) 죽고 부활하여 새로운
생명을 입게 될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Ⅰ. 중년기 극복의 길 ] - 타울러의 견해

- 타울러는 그의 <강론집>에서 40세에 대하여 자주 말한다. 40세는 인생에서 전환점
이다. 인간의 모든 영적 노력은 40세 이후에야 비로소 결실을 맺고, 그런 다음에야
인간은 영혼의 진정한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 ‘타울러’는 한 강론에서 부활과 승천사이의
40일과 그 후 성령강림까지의 10일을 인간이 경험하는 영적 발전의 상징으로 보았다.
타울러에 의하면 중년기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하느님에 의해 비워지고
벗겨지게 하여 그분께서 우리에게 은총의 새 옷을 입혀 주시는 것이다. 따라서 중년의
위기는 사람이 폐쇄된 존재로 자기 자신 안에 머무를 것이냐 아니면 자신을 하느님과
그분의 은총을 향해 개방할 것이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우리는 타울러가
그의 강론집에서 묘사한 중년의 위기와 그 극복에 대한 내용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정리
하고자 한다.


1. 중년의 위기

- “모든 거룩한 생각들과 부드러운 상징들, 기쁨과 환호 등 그 동안 하느님께로부터
그에게 선사된 것 모두가 이제는 사소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그런 은총으로부터
완전히 추방되어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고 거기에 머물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는
이런 상태가 마땅치 않습니다. 욕심나는 것도 없습니다. 그는 양극 사이에서 커다란
고통과 압박을 겪습니다.” 타울러는 이 위기를 하느님 은총의 작품으로 본다. 하느님
자신이 인간을 위기로, 궁지로 몰아넣으신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진리로,
영혼의 심연(深淵)으로 인도하고 싶은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영혼의 심연을 발견하기
위해서 인간의 집을 뒤집어 난장판을 만드신다는 이미지를 사용한다. (루카 15,8-10,
‘되찾은 은전의 비유’참조) 지금까지 자리 잡고 있던 집의 질서를 뒤집는 것은 인간에게
자신의 밑바탕을 보게 하고, 그래서 자신의 어떤 행위(노력)보다 영적 성장에 더 효과
적인 자극제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기로 인도하실 때, 인간은 이 위기에
대하여 자주 잘못 반응한다. 타울러는 위기에 대하여 잘못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하여 묘사한다.


2. 도피
- 인간은 위기 앞에서 세 가지 방식으로 도피할 수 있다. 첫째 방식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마음의 불안을 직시하지 않고, 매우
성급하게 외부세계와 다른 사람들, 구조와 제도를 고치려고 함으로써 그 불안을 밖으로
떠넘긴다. 둘째 방식은 외적인 영적 훈련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 인간은 자기
내면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주변 환경에 떠넘기지 않고 자기 자신에 머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외적인 형식에 집착한다. 그는 자기 자신과의 내적인 분쟁을 회피하고
외적인 일에 매달린다. 셋째 방식은 삶의 형식을 끊임없이 바꿈으로써 내적 불안을
밖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내적 불안이 충돌질하기 때문에, 사람은 이런 영적 훈련에
기댔다가 곧바로 외적 훈련으로 향한다.

- 도피 반응은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중년기 위기의 긍정적인 역할을 아는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자기 방식대로 반응하는데,
흔히 아무런 생각 없이 반응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성생활에는 단계가 있고,
각 단계마다 성격과 역할이 있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중년기는 하느님께 가는 도정
에서 결정적인 단계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자기실현의 여정에서 고통스러운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 단계를 보려하지 않고, 이 단계에 대해 ‘도피’라는 방어기제
(두렵거나 불쾌한 일 또는 욕구 불만의 상태에 부딪쳤을 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어학사전)로 반응한다. 이 나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활동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렇게 쉴 새 없이 활동하는 것은 대부분 내적 위기
로부터 무의식적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3. 고착

- 중년의 위기에 대하여 반응하는 또 다른 형태는 멈추어 서는 것, 다음 발전단계를
향해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요청을 따르지 않고 뒤에 남는 것,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에
집착하는 것이다.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그것은 ‘원칙 고수’로 드러난다. 즉 자신의 내적
두려움을 은폐하기 위해서 기본원칙들을 내세우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적 원칙들과
신심행위들에 집착함으로써 내적 위기를 넘기려 하고, 이 위기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을
덮어두려고 한다. 타울러는 외적 원칙과 형식들에 소심하게 집착하는 것을 반대한다.
사람들이 그토록 완고하고 소심하게 고수하려는 원칙들을 ‘우상’이라고 칭한다. 그들은
참된 하느님과의 만남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들의 우상을 고수한다.

- 이런 태도는 바리사이들의 전형적인 모습니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믿음 안에서
진정한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그분에 의해 끊임없이 변모되는 모험을 감행하지 못하는
수많은‘훌륭한 그리스도인들’에게서도 발견된다. 타울러는 “그들은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들의 근본 밑바탕에는 갈증도, 샘솟는 물도 없고, 그들은 발전하려고 노력
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감각을 통해 외부에서 유입된 방식에 따라 그들의 일을 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들 스스로 만든 저수통을 고수합니다. 하느님은 그들 구미에 맞지
않습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물은 마시지 않고 그냥 내버려둡니다. ... 이런 저수통 안에
쏟아 부어진 것들, 즉 감각적인 규정들은 그 안에서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고 결국에는
말라서 없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는 것은 근본적으로 격식, 고집, 완고함, 냉혹한
심판, 말과 예의뿐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자신의 신앙행위 속에 강제로 가두려고
한다. 이런 태도의 근저에는 살아 계신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하느님께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구축해 놓은 틀과 자기정당성을 무너뜨릴까 봐 두려워서, 그리고 자신이
참된 하느님 앞에 벌거숭이로 서게 될까 봐 두려워서, 사람들은 흠없는 생활을 통해
보호막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 40세 내지 50세가 되기전까지 계속되는 외적 수련은
내적으로 성숙하고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데 필요한 발판이다.


4. 자기 인식

- 중년기 위기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인식하라고 요청하는데, 이 자기인식은 동시에
그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를 휘젓고, 지금까지의
사고틀과 삶의 틀을 거꾸로 뒤집어 놓을 때는, 우리 자신을 인식할 기회가 제공된다.
자기인식의 길은 내면으로의 전환이요, 자기 영혼의 심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인식은 우선 자기 내면에 숨겨져 있는 어두움과 사악함, 치졸함과 오류를
적나라하게 발견하는 것이라서 고통스럽고,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자기인식을 회피한다.

- 그들은 완고하다. 그들은 모든 사건들을 자기 확인을 위해서만 이용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약점은 예리하게 찾아내지만 자신의 약점은 보지 못한다. 나는 나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기 때문에 나에게서 그 약점을 볼 수 없고, 나 자신의 상태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과 비판 그리고 심판에서 표출된다.
... 우리는 대부분 자기 인식을 거북하게 느낀다. 자기인식은 모든 가면을 벗겨내고,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철저한 자기인식을 회피
하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중년기 위기 때 몸소 개입하시어
인간을 자기인식으로 이끄신다. 타울러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은,
성령께서 그 사람 안에 작용하시는 징표라고 보았다. 성령의 영향 하에서 인간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내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그 사람 안에 있는 불순한
것을 드러내신다.

- 타울러는 중년기 혼란에서 성령의 작용을 본다. 우리의 근본까지, 우리 자신의 진리
까지 치닫기 위해서, 성령께서 우리 자신을 뒤흔드시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안심하고
우리가 쌓아온 자기도취와 독선의 탑이 무너지도록 해야 하고, 하느님께서 그런 역경
에서 우리에게 하는 일에 온전히 내맡겨야 한다. 자기인식은 성령에 의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도 자기인식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것과 하지
않고 나두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생각과 바람 그리고 자기 본성의 특별한 약점을 어떻게
세심하게 관찰하고 검사해야 하는지 묘사한다. 자기관찰은 훈련되어야 한다. 타울러가
여기서 권고하는 방법은 ‘상(像)을 만드는 것’인데, 이것은 오늘날 심리학이 자기인식
기술로 활용하는 ‘이미지화 작업’이다. 즉 자신의 환상과 심층 그리고 무의식에서 떠
오르는 이미지들을 나두고 그것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종종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근본 뿌리와 근간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 우리가 외적인 것들, 즉 우리의 성공과 역할, 직무나 직업, 소유물, 신심형태, 훌륭한
그리스도인이라는 평판 따위에 집착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검사해야 한다. 우리의
우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우상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즉시 우리는
그 우상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오직 하느님의 뜻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가 집착하고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기인식을 체험한
까레또 수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마흔 살쯤에 그런 체험을 합니다. 40세는
인생에서 중요한 전례적인 시기이고 성서적인 시기이며, 한낮에 찾아오는 사탄의 시기,
두 번째 맞이하는 청춘의 시기, 인간에게는 결정을 내리는 시기입니다. 40세는 지금까지
양다리 걸치기 식으로 우유부단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결단을 요구하기 위해서 하느님
께서 선택하신 시기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지 발견하게 되니, 곧 불쌍한 것, 약하고
여린 존재, 교만과 악함의 혼합물, 꾸준하지 못하고 게으르며 비논리적인 존재라는 것
입니다. 인간의 비천함은 끝이 없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 비천함을 남김없이 맛보게
하십니다. ...”


5. 초연함

- 중년기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은 ‘초연함’이다. 초연함은 어떤
상황에서 동요되지 않는 침착함과 고요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놓을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을 하느님의 뜻에 내맡기기 위해서 자신의 뜻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 자기포기는
역동적인 측면이 있고,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잘 되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 악한 것과 고집과 자만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발전을 방해한다면
선한 것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선(善)한 것도 더 선한 것의 적이 될 수 있고, 하느님께
가는 길에서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울러는 그것을 “하늘의 신랑이 입혀주는
더욱더 화려한 옷을 입기 위하여” 자신의 낡은 옷을 벗어 세탁하는 신부의 상징으로 표현
한다. 타울러가 이해하는 낡은 옷은 단지 죄로 더렵혀진 옷뿐만 아니라 '단순히 오래
되었다는 이유로 벗기에는 아직도 깨끗한 옷'도 포함된다. 따라서 그는 더 훌륭한 선행에
의해 대체되어야 하는 선행과 더 높은 덕목에 의해 대체되어야 하는 낮은 덕목을 말하는
것이다.

- 하느님께서 이 위기를 통해 그에게 영적인 삶에서 현 단계에 알맞은 다른 방식을
찾으라고 말씀하시려는 것이라면, 묵은 방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그는 더
높은 단계의 기도를 할 능력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기도할 때 자기 자신조차 피곤하게
하는 장시간의 독백을 계속하는 동안에, 하느님 앞에서 고요해지는 것을 배워야 하는
지도 모른다. 늘 새로운 영적 경험과 종교적 느낌을 체험하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 대신에
하느님 앞에서 아주 단순해지고, 영적 체험과 종교적 느낌에 대하여 많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하느님 현존 안에서 살아야 한다. 하느님께 고요함, 만족, 안전, 영적 희열과
같은 은총의 선물을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지 않고 그분께 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 고통을 받아들이는 마음도 초연함에 속한다. 초연함이란 시간을 갖고 그 휴식을
즐기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반대로 자신의 조용한 휴식도 버리고, 하느님
께서 자신을 역경으로 몰아붙이시는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평화는 오직 역경 속에서 체험하는 평화롭지 않은 담금질에서 태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역경 및 그와 연관된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 인간은 역경
앞에서 밖으로 뛰쳐나가서는 안 되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타울러는 반복해서 말한다.
인간은 자기 힘으로는 역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몸소 그를
역경을 통하여 새로운 영적 성숙으로 인도하시도록 기다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은 하느님께서 좋은 의도 없이 그를 역경에 봉착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해야만 한다.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신뢰를 갖고, 인간은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에 손에 맡기기 위해서 고삐를 손에서 놓을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중년의 위기에서 관건은 내적 인도자를 교체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내가 아니라 하느님
께서 나를 인도하셔야 한다. 위기에서 하느님은 이미 활동하고 계시고, 나는 그분께서
나에게 하시는 사업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 아무런 방해도 하지 말아야 한다.

- 타울러는 성령께서 한 사람을 내적으로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고자 하실 때 사용
하는 역경을 매우 명료한 이미지들로 묘사한다. 그는 마태오 복음(10,16)에 전해지는
뱀의 슬기로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늙은 뱀은 묵은 껍질이 완전히 벗겨지고
새로운 껍질이 자랄 수 있도록 매우 협소한 돌 틈새를 통과함으로써 자신을 갈고
닦습니다. 인간도 자신의 묵은 껍질을 바로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성숙해지려면,
자기 영혼의 심연에 도달하려면, 사람은 협소한 돌 틈새를 지나가야 한다. 사람은
협소한 돌 틈새를 지나가면서 묵은 껍질을 잃게 되고, 긁히고 찢기는 상처를 입는다
해도 언젠가 한 번은 그 좁은 틈새를 통과할 용기를 내야만 할 것이다. 내적인 인간이
매일매일 새로워지려면, 외적인 인간은 갈고 닦여야 한다.

- 타울러는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데 자기 힘으로 개입하는 것을 경고한다. 우리는 역경
속에서, 또 역경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작용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신의 충동에 따라 지금까지의 실천방식을 포기해서는 안 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촉구하실 때 그렇게 해야 한다. ... 젊은이들에게는 자기 힘을 시험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반해, 성숙한 나이에는 하느님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사람은 차츰차츰 자신을 하느님 뜻에 맡기고 그분의 계획에 의탁해야 한다.
그것은 자기 마음의 헌신을 요구한다.


6. 하느님의 탄생

- 하느님께서는 중년 위기의 역경 속에서 자기 영혼의 심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무기력과 약점을 인식하며 하느님의 성령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도록 인간을 자극한다.
자기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면, 하느님
께서 영혼의 심연에서 탄생하실 수 있다. 그리고 타울러에 의하면, 인간 안에서 이루어
지는 하느님의 탄생이 곧 영적인 길의 목표이다. 사람은 내적인 압박을 밖을 향한 관심과
분주함, 신심 행위들에 대한 집착과 외적 변화를 통해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그 모든 것은 피조물, 즉 자신이 만든 것들이다. 그것들은 우리 안에서 하느님이
탄생하시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을 감내하고, 그분께서 우리
에게 작용하시도록 맡기고, 자신을 그분께 내어드림으로써, 오직 하느님께서 그 내적인
압박을 거두시도록 해야 한다. 하느님만이 우리를 압박에서 해방시켜 주실 수 있다.
인간 안에서 하느님이 탄생하시는 조건은 내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 타울러가 말하는 독일 신비주의의 전형적인 개념인 ‘하느님의 탄생’은 인간이 하느님을
위해 마음을 열게 되고, 하느님을 만나며, 하느님에 의해 내적으로 완전히 변화되고,
온전히 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하느님은 더 이상
계명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감시자가 아니고, 사람들이 추종하는 이상향도 아니다.
그때 하느님은 한 사람에게 내재화되신다. 사람은 그분을 체험하고 생생한 하느님의
체험으로 산다. 하느님으로 사는 삶은 더 이상 하느님의 계명을 준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삶은 하느님에게 사로잡힌 마음, 성숙하고 지혜로운
마음, 너그럽고 사랑이 가득한 마음에서 자라난다.

- 중년기 위기에는 목표가 있다. 그 위기는 참된 인간임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에서 결정적인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이다. 타울러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처럼 역경과 하느님 탄생의 연관성을 안다면, 우리는 중년기 위기의 초기 징후에
대하여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역경 속에서 위기를 받아들이고, 그 역경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시는지 귀 기울여야 할 영적인 과제를
보게 된다. 우리는 수많은 방어기제들을 이용하여 우리 자신을 이 위기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고, 그 위기로부터 도피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안심하고 하느님께서 우리
에게 작용하시도록 맡길 수 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작용하시는 것과 우리
마음을 항상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그분의 영을 위해 우리의 완고함을 깨시는 것에 감사
하게 될 것이다.


[Ⅱ. 중년기의 문제들 ] - 융의 견해


- 융(1875-1961)은 타울러와는 다른 전제에서 중년기 문제에 접근한다. 그는 심리
학자이기에,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결론을 신학자들에게 유보한다. 융은 자연과학자로서
종교적인 의미부여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만
고찰한다. 융은 심리학에서 출발하여 타울러와 비슷한 결과에 도달한다. 이것은 올바르게
이해된 종교적인 길은 심리학적으로도 옳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이트(1856-1939)가
인생 전반기의 심리학자라면, 융은 인생 후반기의 심리학자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신경증적(심리적 인격변화) 문제를 전적으로 ‘충동(본능적인 욕구)’의 문제로
본다. 그에 반해 융은 상담을 통해서 35세 이상 된 사람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종교
적인 성질의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한다.


1. 개성화의 과정

- 융은 심리학적인 개인, 즉 따로 떨어진, 분리될 수 없는 단일체, 온전한 인격을 만드는
과정을 개성화(진정한 내가 되는 길)라 부른다. 이 과정은 크게 두 시기, 즉 인생 전반기의
외향적 시기와 후반기의 내향적 시기로 나뉘어진다. 융은 의식적인 인격의 핵심, 행위와
판단의 중심을 ‘자아’라고 부른다. 인생의 전반기에서 인간은 자신을 의식적인 자아와
동일시할 정도로 자기주장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기에는 자신의 무의식으로
눈을 돌려 그곳에 있는 가치관과 특성을 의식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아는 ‘자기’로부터
새로운 활력을 얻기 위하여 자신의 근원인 ‘자기’에게 되돌아가야한다. ‘자기’개발이
개성화 과정의 목표이다. 융은 ‘자기’를 “인간의 정신적인 온전함”으로 정의한다. 인간은
‘자아’에서 ‘자기’를 향해 발전해야 한다. (‘자아와 자기’ 검색자료 memo. : 융은 우리가
의식하는 부분을 자아라 하였고, 이 자아는 자기의 부분으로 보았다. 성서적으로 보면
사람은 누구나 다 하느님의 형상인데 하느님의 형상을 ‘자기(自己)’라 지칭하고 우리
사람은 ‘자아(自我)’라 지칭한다. 자아는 부분이며 자기는 전체이다. 그래서 부분은 늘
전체를 그리워한다)


2. 중년기의 문제

- 대략 35세와 45세 사이의 중년기는 ‘자아’의 발달이 ‘자기’의 성숙을 향해 변화되어야
하는 전환점이다. 인생은 태양의 운행에 비유(일출, 정오, 일몰)될 수 있다. 인생의
전환을 인정한다는 것은 중년기부터 외적 실재 대신에 내적 실재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이 밖에서 찾았고 찾아야 했던 것을 오후를 맞은 인간은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인간이 중년기에 당면하는 문제들은 인생의 후반기에 요구되고 새롭게
접해야 하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과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1) ‘외적 인격’의 상대화
- 의식적인 가치관의 붕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흔히 외적 인격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기 직무, 일(사업), 직위를 자기 자신과 완전히 동일시하는
반응을 보인다. 중년기를 맞은 사람은 세상의 기대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외적 인격
뒤로 숨기는 대신에, 내면의 음성에 더욱 귀 기울이고, 자신의 내적 인격을 발전시켜야
한다.

2) ‘그림자’의 수용(대립 문제)
- 융은 인간의 삶 전체를 대립(모순)으로 본다. 의식은 무의식과 대립해 있고, 빛은
그림자와 아니무스(animus/여성의 남성적 측면)는 아니마(anima/남자의 여성적 측면)와
대립해 있다. 대립 구조는 인간에게 본질적이다. 인간은 오직 모순적인 반대 극을 단절
하지 않고 자신 안으로 포용할 때에야 온전해지고, 자기를 향해 발전할 수 있다. 인생의
전반기에는 확고한 자아의 형성과 더불어 의식적인 것이 강조되었다. 이성은 자신이
추종했던 이상(理想)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무의식 속에는 그 모든 이상들과 대립되는
모순적인 가치들, 인간이 의식적으로 취하는 행동방식에 반대되는 가치들이 있다.
중년기에는 이런 대립적인 양극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과 ‘그림자’(반대/대립되는
가치들)를 받아들여 그것과 마주할 것을 요청한다.

- 중년기에는 이런 대립적인 양극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과 ‘그림자’를 받아들여
그것과 마주할 것을 요청한다. 여기서 중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으로 잘못된 두 가지
대처방식이 있다. 한 가지 방식은 의식적인 가치관의 반대 극을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래된 가치에 집착하고, 원칙고수주의자가 되며, 과거 예찬론자가 된다.
그들은 정신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대신에 규정대로 사는 것에 매달린다. 대립문제에
대한 또 한 가지의 반응방식은 지금까지의 모든 가치들을 바닥에 내던지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지금까지의 신념 안에서 오류를, 진리 안에서 거짓을, 지금까지의 사랑
안에서 증오를 발견하자마자, 이전의 모든 이상들을 옆으로 제쳐두고, 과거의 자아와
반대로 살려고 시도한다. “직업 변경, 이혼, 종교 변경, 모든 종류의 배신은 반대극으로
넘어가는 징후이다.”

- “모든 인간적인 것은 상대적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내적 대립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반기에는 온통 의식적인 이상향들뿐이라서 그 이상향들을 의문시
하는 무의식적인 환상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인생의 후반기에는 “반대 극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반대되는 가치들을 인정하면서 이전의 가치들을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3)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통합
- 삶의 전환기에 남자와 여자가 갑자기 이성(異性)의 측면을 보이는 데서도 대립문제는
드러난다. 융은 남자의 여성적 측면, 특성, 원칙을 아니마(anima)라고 부르고, 여성의
남성적 측면, 특성, 원칙을 아니무스(animus)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은 자신 안에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인생의 전반기에 인간은 주로 한쪽 측면만을 발전시키고 다른
측면은 무의식으로 밀쳐낸다. 남자가 자신의 남성성만을 강조하면 아니마가 무의식으로
밀려나고, 그런 다음에는 기분과 격정적인 감정을 통해서 표출된다. 여자에게서는 억제된
아니무스가 완고한 생각들로 표출된다. 이런 생각들은 무의식적인 전제에 근거하고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들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신성불가침의 원칙들, 그 자체로
존재하는 생각들이다.

- 인간이 무의식과 유익한 방법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보호막이 필요하다. 그리고 융에
의하면 종교가 그 보호막을 제공한다. 종교는 감정적인 것과 아니마의 창조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종교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생명을 선사하는 어머니와도 같고,
인간이 마실 수 있고, 인간을 생기 있고 창의적인 존재로 유지해 주는 풍요로운 원천과도
같다. 종교는 남자에게 그가 어머니에게서 찾은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그를 어머니
와의 유아적인 유착으로부터 떼어내기도 한다. 융에 의하면, 인간이 자기 어머니와 유착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경우, 그는 자기감정에 맡겨진 것이고 정신건강상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유착은 종종 무의식적이고, 그 유착은 그에게 어머니와의
역할을 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아니마를 투사하는데서 드러난다. 남자는 바로 예측
불가능한 무의식이 튀어나오는 중년기에 보호막과 안정감을 갈구한다.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것이 두렵기 때문에 그는 여자에게서 보호막을 찾게 된다. 종교는 자기 자신
안에서 아니마의 풍요로움을 경험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임과 동시에 그에게 그 자신의
생동감을 위해서 꼭 필요한 아니마의 모든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힘들을 경험하게 된다.
아니마의 힘들이 없으면 인간은 생동감과 유연성, 그리고 인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 남자가 자신의 아니마를 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듯이, 여자는 자신의 아니무스를
대하는방법을 배워야 한다. 여자는 아니무스를 자신의 무의식에 접근하는 출입문으로,
그리고 자신의 무의식을 좀 더 잘 알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확신과 신성불가침적인 원칙처럼 견고해 보이는 자신의 의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런 의견이 기인한 유래를 깊이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철저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여겼던 자신의 의견이 무의식적인 전제에 근거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니무스는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 무의식 안에는 '자기화'(自己化/자아의 아니무스내지 아니무스와의
통합)를 위해서 필요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힘들이 잠재되어 있다. 종교가 여자의
아니무스 통합을 위해서는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절제와 윤리적인 요청이 중요하다.
아니무스가 아니마를 형성해야 하고, 강하게 요구하는 '아버지의 정신'이 아니마를
배태(胚胎/내면적으로 가짐)해야 한다. 그렇게 종교는 아니마에게 여자의 삶이 발전
하고 성장할 수 있는 형상과 형식을 부여할 수 있다.

-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통합을 위한 도움에는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안정감을 요구
하고 형성할 수도 있는 공동체이다. 공동체와 담을 쌓는 사람은 삶의 흐름에서 자신을
단절시키는 것이다. 융은 공동체와 담을 쌓는 원인은 자신의 감정과 열등감을 숨기는
데 있다고 본다. 그래서 외로움과 소외는 결국 결여된 사교성의 문제가 아니라 부족한
겸손의 문제이다. 동료들에게 자신을 개방하기에는 너무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소외시킨다. 충분히 겸손한 사람은 결코 외롭게 혼자 있지 않는다. 공동체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통합하고, 정신적인 균형에 도달하는데 효과적인 도움을 준다.

4) 죽음의 수용과 하느님과의 만남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기 개발
- 중년기를 맞이한 인간이 접하는 근본문제는 결국 죽음을 대하는 태도이다. 중년기에
인간은 자신의 죽음과 친해져야 한다. 융에 의하면, “중년기부터는 삶과 함께 죽고자
하는 사람만이 생기 있게 지낼 수 있다.” 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삶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맥락에서 본다. ... 삶에는 목표가 있다. 젊었을 때 삶의 목표는 세상에 적응하고
무엇인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중년기에 삶의 목표는 변한다. 그것은 정상에 있지 않고
계곡에, 오름이 시작된 그곳에 있다. 그래서 중년기에는 이 목표를 향해서 움직여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살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삶의 법칙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살 수 있고, 생기 있게 지낼 수
있으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늘날 중년기에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후반기에 당면할 문제들에 대하여 준비되어
있지 않다. 청소년을 위한 학교는 있지만, 인생 후반기의 40대에 대한 학교는 없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종교들이 그들의 학교였다. 종교들은 사람들에게 인생 후반기의
신비를 맞이할 준비를 시켜 주었다. 융 역시 중년기를 맞이한 현대인을 위해서 죽음을
예시하는 종교외에 다른 학교를 제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학교는 세상에서의 자기
주장을 넘어, 인간이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되는 영역으로 인간을 인도하기 때문이다.

- 융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 안에서 신성(神性)을 경험해야만 자신의 ‘자기’를 개발할
수 있다. 융에 의하면,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이라는 생각, “더 이상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은 자기 자신을
발견한 사람의 체험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중년기에 있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것은,
자신을 하느님께 맡기기 위해서 자신의 편협한 자아를 놓는 것이다. 하느님께 자신을
맡겨드리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온전함에 이르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정신적인
‘건강’(온전함, 전체성)을 찾지 못한다. 따라서 인생의 후반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근본문제는 종교 차원의 문제이다.

- 자신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하느님과 만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와 방법
으로, 융은 영적인 작가들의 도구와 방법을 제안한다. 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얻기
위해서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희생, 자아 중에서 무엇인가를 봉헌하는 희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융이 중년기를 맞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내면으로의 전환’은 명상과
절제에서 완성된다. 고독과 의도적인 단식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열기 위한
명상을 도와주는 방법으로서 옛날부터 잘 알려져 있다. 이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것,
자기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인간에게 혁신과 정신적인 거듭남을 뜻한다.

-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는 보물은 무의식 안에 숨겨져 있고, 종교의 상징들과 도구들
만이 이 보물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에게 준다. 인간은 무의식의 힘으로 강화
되어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밤을, 자기와의 만남이라는 지옥행을 통과해야 한다.
융은 중년기 위기를 통과하고 이 위기를 통해 하느님에 의해 변모된 사람들의 체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 도달하였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불쾌한 주변상황 및
사건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것은 사람들이 옛날에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그는 하느님과 화해하였다, 그는 하느님 뜻에 순종함으로써 자신을
뜻을 봉헌하였다.’” 중년기를 맞은 인간은 모든 정신적인 힘을 모아 자기화의 과제에
투신해야 한다고 융은 요청한다. 이 과제는 물론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오직 ‘하느님의 허락 하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 #87 독서 메모 끝.





- 금주의 독서 메모 088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2.10.23.

[ 책 이름 :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

- 지은이 : 김 안토니오
- 지은이 프로필 : 경북고, 경북대 입학/군 입대/강원대 졸업, 경희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 육군 통신/미 군의학교 유학, 육군 참모총장실 근무 등, 꾸르실료/ME/교리신학원/
마리아학교 수료
- 펴낸데 : TNP, 출판 2012.3.25. 301p
- 내용 :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회심한 삶의 체험을 서술 형식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정통교리를 설명
- 출판 허가 : 천주교 인천교구장 나 굴리에모 (2001.11.27.)

[ 표지의 글에서 ]

- 나는 주님이 내게 주신 은총의 선물인 가톨릭 신자가 되기 이전 20년간은 개신교,
그러니까 장로교파의 친가, 외가 두 할머니 권사님과 나를 끔찍이도 사랑하셨던 집사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교 1년까지는 개신교 청소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습니다. 얼마 전 가톨릭으로 회심(개종)한 미국 감리고 폴 휘트콤 목사처럼 나도
개신교 신앙에게 정말 좋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주님의 놀라우신
은총으로 영원한 생명의 빵인 주님의 성체와 참된 음료인 성혈을(요한 6, 49-58)
감히 영할 수 있는 엄청난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십니다.(히브13, 8) 그분을 통하여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서 영원히 행복할
것입니다.

[ 차 례 ] - 바로가기 클릭

1. 머리말
2. 회심의 동기와 과정
3. 문제점으로 떠오른 중요한 점들
4. 예수님께서 직접 세우신 성사
5. 성모님
6. 회심
7. 맺는말



[ 1. 머리말 ]

< 책을 내면서 >
- 천주교로 회심한 직후부터 여러 차례 그 동기와 과정을 글로 옮겨 보려 했으나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오랫동안 미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모처럼 활발히 일고 있는
교회일치 운동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여 그저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을 따름
이었으나, 한번은 펜을 들어야 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지금에서야 허락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끼면서 겸손되이 이글을 씁니다. 이 글은 개인의 진솔한 신앙체험기일 뿐이며
어느 특정종교나 교파를 비난하거나 헐뜯는 글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 개신교의
가톨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소망과, 더욱이 젊은
학창시절 그 당시 천주교를 믿던 친구들에게 우상 숭배자!, 마리아 신봉자!, 교황의
추종자 등 독설을 퍼부으며 그들을 경원시하였던 내 잘못을 지금에서나마 공개 사과
라도 해야겠다는 뜻에서 이 글을 씁니다. 또한 이 글이 행여 옛날 젊었을 때의 나와
같은 처지에서 더 확실한 진리추구를 위해 갈등하고 그 영혼을 위한 고민과 간절한
기도로 애쓰시는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수 없는 영광과 보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김 안토니오)

< 인사 올림 >
- 두 분 할머니(백 권사님 그리고 길 권사님)께, ... 제가 쓴 글에서 혹시 좋은 것을
발견하거든 주님께서 여러분의 영혼에 유익이 되도록 말씀하신 것이라 여기시어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주시고, 나쁜 것이 있으면 무식한 제가 지껄인 말로 알아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데에 있어 이 글이 조금이라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 이글을 읽으시는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주님
께서 주시는 평화가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아멘.

* 참고 : 이 글은 개신교 장로교파의 권사였던 친가. 외가의 돌아가신 두 분 할머니
에게 손자(지은이)가 드리는 글로 모두가 존대어(敬語)로 쓰여져 있으나 독서 메모상
일반어로 메모함. *

< 성서(성경) 읽기와 새벽기도 >
- 회심하여 가톨릭에 들어와 보니 주님이 직접 세우신 교회의 신자들로서 완전한 원문
성서를 잘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개신교 신자들에 비해 성서를 훨씬 덜 읽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금의 가톨릭 신자들은 처음 세례를 받았을 때보다는 성서 말씀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지만 개신교 형제들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된다.
설교로 유명하신 모 목사는 “가톨릭에서는 성서보다 교회와 사도들이 더 크다. 가톨릭
교회의 권위는 성서 위에 있다. 신부만이 성서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 일반 신자는
성서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 라고 하였다. 여기서 나는 스위스 개신교 목사
마르티가 “하느님은 인간의 언어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계신다.”는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가톨릭으로 회심하여 확인해 보니 그것은 그야말로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사실과는 아주 거리가 먼 말들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말씀이 사람이 되신”
(요한 1,14) 주님께서는 참된 생명의 양식인 ‘살과 피’를 직접 먹이심으로써 그들을
키우시기에 그들은 영적으로 굶주리지 않고 풍부한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알 수 있었다. 두 분 할머니(백, 길 권사님)가 강요하시던 새벽기도의 가르침은 영적
으로는 나에게 대를 이어 큰 은혜를 받도록 하셨으며, 육신적으로는 모범 군인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 금주 . 금연 >
- 금주와 금연은, 스스로 복음을 배우고 이를 전파한 천주교가 약 100여 년간의 갖은
박해와 시련을 받은 후 이 같은 상황과는 달리 비교적 자유스럽게 이 나라에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이 무엇인가 천주교와는 차별해야겠고, 극기(克己)하는 종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중국에서 아편을 금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고질적인 병폐인 술과 담배를
금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종교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던
차에 성서 66권(개신교)에서 술과 담배에 관한 내용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담배
라는 말은 성서에는 나오지도 않았고, 술에 관해서는 오히려 주님께서 첫 번째 기적으로
‘카나 혼인 잔치’때 물을 포도주(술)로 변하게 하신 기적(요한 2,1-11)이 성서에 기록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 술과 담배는 오히려 불교에서 먼저 계명으로 금하고 있었다. 특히 술은 원시 불교인
소승불교에서 5계로 금하였으며, 대승불교에서는 10선업도 중 제5계의 금주 대신 “악한
말을 하지 말라”로 대치되고 있다. 또한 술과 담배를 모두 금하는 것은 불교와 이슬람교의
혼합교인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에 성지를 둔 시크교로서,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처럼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신. 구약성서에는 이를 금하라는 말씀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금주도 금연도 실제로 모두 좋은 것이기는 하나 유독 한국에서만
제한된 지역적인 한 교파의 규정이 보편적 하느님 말씀 위에서 더 강력하게 지켜져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사람이 만든 계명을 마치 하느님의
계명인양”(마태 15,9)지키라고 강조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다.



[ 2. 회심의 동기와 과정 ] p26

- (대학 입시 공부로 몸이 쇠약해져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서 주님께 간절한 기도후 회복됨)
그러던 어느 날 건강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고 뒷산 언덕도 거뜬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교부들의 신앙(The faith of our father)'
이라는 책(장면 박사 譯)을 읽기 시작했다. 종교서적이었는데 쾌 두터운 책이었다.
그 책이 가톨릭 서적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만약 그 책이 가톨릭에 관한
서적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책을 처음부터 빌려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을 때 예단을 방지하기 위해 그 책의 서론을 미리 읽지 않는 버릇이 있었으며 또
어떤 책이던 간에 읽는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읽는 도중에 “사탄아
물러가라” 또는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를 외치며 그 책을 여러 번 집어
던졌다가 펴들기를 반복하면서도 네 번의 완독과 정독을 하였다. 그 후 이 책은 마귀의
시험이거나 그 속에 사탄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제 삶에 직접
개입하시는 손길로 느끼게 되면서 제 종교적 양심상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가톨릭교회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기에 가톨릭 신자가
되게 하신 하느님께 항상 감사드리면서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 예수님께서는 복음에서 당신이 바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 6)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주님께서 당신 자신에 대해 내리신 가장 완전한 정의이시다. 그분은
우리가 구원에 이르기 위해 걸어야 할 ‘길’로서 우리에게 복음을 주셨고 이를 통해 우리를
성부께로 이끌어 가시기에 나는 그 길을 따라 성교회로 회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신
교회도 길과 진리와 생명이 있으되 ‘진리’는 그 해석이 구구각색이었으며, ‘말씀’도 원래의
것에서 너무 많이 변질되었고, ‘생명’을 얻는 구원 방법은 주님의 ‘몸과 피’가 아니라
오직 오역(誤譯)된 성서 하나뿐이었으며, 은총을 얻는 방법은 너무나도 추상적인 ‘믿음’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걸어야 할 ‘길’은 제시하는 목회자마다 각각 다른 길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구원문제는 인생의 최상, 최후, 최대의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성서에서
주님은 “사람이 온 세상을 다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
26) 라고 하셨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하신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주님의
엄숙한 말씀에 순종하여 생명을 얻기 위해, 주님의 길과 진리를 그대로 가르치는 주님이
직접 세우신 가톨릭교회로의 인도를 감사하면서 겸손되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은 주님의 진리와 사랑이 저를 감싸주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해준 것이다.(요한 8, 32) “주님! 저를 가톨릭교회로 불러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멘.”



[ 3. 문제점으로 떠오른 중요한 점들 ]

< 성서를 마음대로 떼어 버려도 좋은가? > p38
- 나는 어릴 적부터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 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데 유익합니다.”(2티모 3, 16)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책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교부들의 신앙’이란 책을 읽는
도중 성서는 66권만이 아니라 정경은 73권이며 가톨릭에는 성서뿐만 아니라 성전(聖傳)
이란 것도 있으며 “성서와 성전은 하느님 말씀의 거룩한 단일 위탁물로서 이 위탁물은
교회에 맡겨져 있다”라는 것을 발견하고 많이 놀랐다. 문제는 성서가 73권이 옳은 것인지
66권이 옳은 것인지였다. 어느 날, 외국 대학의 종교학 책자에서 7권의 외경(Apocrypha)
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고맙게도 개신교의 유명한 신학자
(R.Barclaius)의 책에서 “외경(Canon)은 몇 권의 책으로 된 것으로서 그보다 더 많지도
더 적지도 않다는 것은 성서 자체로는 증명되지 않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성령의 사적
감도나 그렇지 않으면 로마 가톨릭을 신임할 수밖에 없다.”라는 그의 양심적인 결론에
공감하고 그 해답을 가톨릭에서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 성서는 구약 46권(39권+7권), 신약 27권, 도합 73권으로서 “하늘과 땅은 사라질
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마태 24, 35)라는 확답과 확신이었다. 그리고
이 구약성서는 기원전 150년경 정경으로 인정된 이래 신약시대에서도 예수님과 사도
시대를 거쳐 약 1500년간 정경으로 사용해 왔으나 소위 종교개혁 이후 일부 개신교
종파에서는 구약 39권, 신약 27권을 정경으로 하고 또 어떤 종파는 성 루카(누가)와
성 마르코(마가)는 사도가 아니라 하여 그가 쓴 것을 진짜 복음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마르틴 루터는 성 야고버서를 “허수아비의 편지”라고 불러 모욕하였으나 다행히
한국성서공의회의 성서 전서에는 루터가 없애 버린 야고버서가 들어 있음도 확인하였다.
확실한 것은 주님과 “진리의 성령”(요한 14, 17)께서는 7권의 성서를 떼어 버려도
좋다고 허락하신 바도 없으며 그렇게 떼어 버린 것이 정당하다고 뒷받침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신약과 구약의 백성을 엄격하게 구별하면서도 신약의 백성에게
흔히 잊혀지기 쉬운 다음의 말씀을 명심토록 해야 한다. 즉 “그대가 뿌리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그대를 지탱하는 것입니다.”(로마 11, 18)라는 고백입니다. 이
말씀은 주님의 원뿌리에서 갈라져 나간 개신교의 현주소라고도 감히 말할 수 있다. ...
마르틴 루터라는 소위 종교 개혁자는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면서 구약의 마카베오 상,
하권과 야고버서를 빼어 버렸다. 구약의 마카베오서는 ‘연옥 교리’가 실려 있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야고버서는 “행동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입니다.”(야고 2, 26)라는 핵심
구절로 되어 있다. ...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의 손에 의해 훼손된 이래 사랑은 이기심과
증오로, 믿음은 교만과 의심으로, 희망은 어둠과 절망으로, 정직은 기만과 사기로, 선은
사악과 완고한 마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이 시대에는 증오와 억제할 줄 모르는
이기심이 한층 더 위험한 양태로 도처로 퍼져 나가고 있다. 악령은 어디에서나 분열을
일으킨다. 가정, 사회, 교회 그 어느 곳이든지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간직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를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하며 함께 기도할 때이다.

< 성서(聖書, 성경)에 관하여 > p46
- 성서 또는 성경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과 인류에 대한 당신 의지에 관해 계시하신
바를 성령의 영감을 받은 기록자가 작성한 책들의 집합체로서 교회에서 정전(正典)
이라고 인정한 것을 말한다. 성서는 처음부터 ‘하느님’이 몇 장 몇 절을 직접 정해주신
것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대학의 ‘랑통’ 학장이 성서의 어느 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1226년 드디어 성서의 ‘장’을 구분하였고, 그 이후
이 ‘장’의 구분을 근거로 하여 1551년 파리의 인쇄업자 ‘에티엔느’가 ‘절’을 연구 발표
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성서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하느님’께서 직접 사람에게
‘장’과 ‘절’을 구분하여 그대로 사용하도록 명령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 구약 시대에는 기원전 1000년경부터 이스라엘(유다) 민족은 하느님께서 자기 민족의
구원과 해방을 위해 자기 민족사에 어떻게 활동하셨는가를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세상에 역사(役事)하신 것을 기록한 여러 권의 책들을 한데 묶어서 정경(正經)
으로 인정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렸다. 기원전 450년경까지는 모세오경만을 정경
으로 인정하였고, 그 후 기원전 150년경이 되어서야 지금의 구약성서가 정경으로 확정
되었다. 신약 시대에 들어와서도 글로 쓰여진 신약성서가 있기 훨씬 이전부터 초대 교회의
복음 선교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전파하고 있었다. 따라서 복음서는 이러한 구전적
전승(口傳的 傳承)을 수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즉 ‘교회와 복음’은 성서라는 책이 있기
이전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성서도 아예 처음부터 교회에서 생긴 책이며 교회를 위한
책이요, 교회 안에서 사용하고 해석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어떤 보고서처럼 쓰여진 것이
아니고 신앙과 불신을 가름하는 편지요, 소식이며, 한마디로 복음이었다. 그리고 이 복음이
오늘날의 신약성서로서 확정되기까지는 30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 교회는 하느님의 계시 진리를 가르칠 사명을 받은 유일한 교사이다.
*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한 커다란 창고이다.

- 예수님께서는 단 한 줄의 성서도 친히 쓰지 않으셨고 또 제자들에게 성서를 쓰라고
명하신 적도 없다. 다만 사도 요한에게 묵시록을 기록하라고 계시하신 적은 있다.
예수님께서 유다교를 없애시고 새로운 당신의 몸인 교회를 세우실 때 당신의 복음이
성서의 전파로 널리 퍼지기를 명하지 않으시고 입을 통한 설교로 만민을 교화하시려
하셨다. 또한 제자들을 여러 곳으로 파견하실 때 성서를 배포하라고 하시지 않고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 15)라고 하셨다.
주님의 12제자와 72인의 또 다른 제자는 물론 초대 교회 신자들 가운데 여덟 분만
성서를 기록하였으며, 네 복음서와 서간 등은 모두 어느 개인이나 어떤 교회에 보낸
것이다. 이는 교회 내의 어떤 폐습을 바로잡을 목적 또는 신자들의 행동규범을 세워 줄
목적으로 하는 주교의 교서(敎書) 같은 것이며 이것을 “성령의 영감을 받은 자가” 기록
하였다고 교회가 인정한 교회 책들의 집합체를 말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시다. 바로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 전해진 복음입니다.”(1베드 1, 24)

< 성전(聖傳)에 관하여 > p52
- 성전이란 성서에 기록되지 않은 하느님의 말씀이며 주님과 사도들의 가르침과 배운
바를 설교와 모범과 교훈으로 전한 것을 말한다. 가톨릭교회의 전통도 이 성전에 해당
되며 이것은 성서로도 증명된다. 성서는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하느님 말씀이며,
성전은 하느님께서 주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하느님 말씀이다. 사도들은
위탁된 하느님의 말씀을 후계자들에게 전해 주었고 후계자들은 성령의 비추심을 받아
그 말씀을 충실히 보존하고 설명하며 널리 선포하여 왔다. 이러한 성전과 성서와의
관계는 똑같은 하느님의 계시이며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
기록된 말씀이나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과 전통에 대한 유권적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권리까지 행사하는 교회의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다.

-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한동안은 정식 성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으나 ‘교회는 존재’
하였고 또 ‘복음과 성전도 존재’하였으며 그리고 이 성전을 기초로 하여 성서가 나오게
된 것이기 때문에 성전을 부정하면 곧 성서를 부정하는 모순을 낳게 되는 것이다.
어떤 목사들은 교부들도 사람인 이상 그들의 말도 사람의 말이지 성서는 아니라 하여
전혀 이를 도외시하고 오직 성서 문구에만 집착한다. 또한 “오직 성서만이!”를 외치
면서 구원의 유일한 지침서인 양 말하면서 성전 따위는 필요 없다고도 한다. 이와 같은
말은 1517년 소위 종교개혁자들이 주님께서 직접 제정하신 7가지 성사를 그들의
사제직 파문으로 인해 직접 집전할 수도 없고 가톨릭교회에서 가지고 나간 것은 오로지
성서 66권밖에 없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기도 하다. 또한 인류가 인쇄술을 발명한 것도
근세인 1440년 구텐베르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성서가 완성된 4세기경
(300년경)부터 인쇄술이 발명된 15세기까지 10여 세기(1000년) 동안에는 오늘과
같이 성서 한 권씩을 공급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성서가 없었던 초대 교회
시대가 오히려 그리스도 교회의 황금시대라는 것은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 희랍(헬라)어 성서와 제1, 제2 경전 > p60
- 이스라엘 역사는 하느님께서 직접 개입하신 구원의 역사이다. 그들의 역사중 기원전
1000년경 다윗의 아들 솔로몬 왕이 죽자 이스라엘은 두 왕국으로 분리된다. 북쪽은
이스라엘이고 남쪽은 유다인데, 정통 다윗 왕가를 계승한 나라이지만 이스라엘은 다윗
왕가를 이탈한 나라가 된다. 그 이후 이들은 야훼를 배반한 죄로 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
패망하고, 유다는 바빌로니아에게 멸망당해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이때 성전은 파괴
되었고 예배의식도 중단되었다. 예언자들은 그 까닭이 계약에 불충실한 때문이라고
지적하였으며, 자신들의 죄를 깨닫고 물려받은 유산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율법을 전문적
으로 연구하는 학자들과 주석가들이 나오게 되었다. 그들이 바로 성서에 등장하는 율법
학자, 즉 랍비들(서기관)이다. 그 이후 기원전 333년 그리스의 안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를 점령하고 세계를 통일하게 된다. 이때부터 지중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공용어로서 희랍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때부터 랍비들에 의한 성서 기록은 히브리어뿐만
아니라 희랍어로도 쓰이기 시작한다.

- 기원전 250년경 희랍어에 정통한 유다인 학자 70명이 알렉산드리아에 모여 성서를
희랍어로 번역하게 되어 완성하게 되는데, 이를 ‘70인역’이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약
340여 년간 사용해 오던 이 성서는 기원후 70년에 로마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함락, 파괴되고 유다인들이 팔레스티나에서 쫓겨난다. 기원후 90년경 그들의 율법을
간직하고 유다인이라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히브리 언어를
강조한 40권의 성경 중 원본을 찾지 못한 1권을 제외한 39권만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희랍어로 쓰여진 7권의 성서는 정경에서 제외시켰다. 이때부터 구약성서의 정경이 두
종류로 나타나게 된다.
* 팔레스티나 유다인 정경 : 제1정경(히브리 정경)
* 헬라(그리스) 문화권 유다인 정경 : 제1경전 및 제2경전이라 불리는 정경
(7권 : 바룩서, 토빗서, 유딧서, 마카베오 상.하, 집회서, 지혜서)
* 이중 마카베오 상권은 원래 히브리어로 쓰여졌으나 원본이 분실되고 번역본만 남아
있다고 하여 이것마저 제1경전에서 제외시킴

- 원래 제2경전이라는 용어는 중세기에 시에나의 식스토(1528-1569)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고 초기 교부 시대에는 제1경전, 제2경전 구분없이 ‘교회의 책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소위 종교 개혁자들은 16세기에 이르러 제2경전을 성서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그리고 루터는 또 독일어로 번역한 구약성서 끝에 제2경전을 ‘외경’으로 간주하여 부록
으로 붙여 놓았는데 지금은 이것마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가톨릭교회에는 정경 이외에
유다인들과 초대 교회 신자들에게 읽혀지고 있던 책들도 많이 있다. 이런 책들을 ‘외경’
이라고 하며 신앙생활에 유익이 된다고 믿으나 개신교에서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위경
(僞經)’, 즉 ‘거짓된 책’이라고 한다.

< 희랍(헬라)어 성서(70인역)의 중요성과 신약성서의 형성 > p64
- 초기 교회는 희랍어 번역본(70인역) 성서를 경전으로 인정하였고(382년) 이것을
공식적인 전례 성서로 받아들여 사용하여 왔다. 또한 후기 구약성서들 중 몇가지와 신약
성서 전부는 원래 희랍어로 쓰여졌으며 로마의 그리스도교 전례도 3세계까지 희랍어로
집전되었다. 또 초대 교회는 한결같이 히브리어 성서를 제1경전이라하여 똑같이 성서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1517년까지 사용해 오던 이 성서를 임의로 바꾸어
지금의 유다교와 같이 히브리어 경전만을 구약성서로 인정하고 있다. 제2경전이라는
이 한 묶음의 책들은 매우 중요하다. 제2경전의 기록 시기와 동기를 보면,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 팔레스티나는 셀류코스 왕조에 의해 정치, 문화, 종교적 박해를 받게
되는데 유다인들에게 안식일과 할례를 금지시키고 금하는 고기를 먹게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신원을 잃지 않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충실히
간직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기원전 300-500년
경 하느님의 인도하심, 즉 영감에 의해 쓰여진 하느님의 말씀이 바로 제2경전으로 교회
안에서 보존되어 내려온 중요한 교리들의 근거를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부활, 악마,
연옥 등 구약 히브리 경전 39권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계시의 발전상을 보게 된다.

- 제2경전은 이스라엘이 알렉센더 대왕을 시작으로 한 그리스 제국의 지배 아래서 유다
백성의 본 모습, 특히 팔레스티나 밖에서 살고 있는 유다인들의 본 모습을 지켜내기
위해 쓰여�병�. 하느님께 충실하고 정의로운 유다인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는 제2경전은
지혜문학의 형식으로 쓰여졌다. 특히 신앙의 전통과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재평가하도록
하여 그들의 충실성과 신뢰심을 자극하고 강화하려고 애쓰는 길잡이로서 극심한 압제하
에서의 유다 공동체의 상황 분석, 하느님의 섭리, 하느님의 뜻에 대한 충실성, 분별있는
행동과 저항 및 투쟁, 부모에 대한 사랑, 기도와 단식, 온전한 결호생활, 죽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과 순교에 대한 성찰의 기초를 보여주고 신앙의 영웅들을 찬양하고 있는
하느님의 말씀인 것이다. 이 말씀을 누가 감히 손을 대어 훼손하거나 떼어 버릴 수 있는가?
우리는 팔레스티나에 살고 있는 유다인이 아니다. ... 소위 종교개혁 이후 50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개신교는 성서가 제2경전 7권을 제외한 변경된 66권이다. 성서는
73권이며, 하느님은 유다인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만인의 하느님이시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희랍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1코린 1, 24)

* 정경의 시대적 변화
- BC 450년 : 모세5경 –> BC 150년 : 70인역(구약 46권) -> AD 90년 : 팔레스티나
지방 유다인 정경은 히브리어 성서 39권, 그리스 문화권 지방 유다인 정경은 희랍어
번역본 46권(70인역) -> AD 382년 : 70인역(46권) + 신약성서(27권) =73권으로
약 1700년간 정경 유지 -> AD 1517년 가톨릭교회는 성서 73권 유지, 개신교는 66권
으로 변경하였는데, 희랍어 제2경전을 외경(Apocryph) 또는 위경(僞經)이라함.

<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연옥(煉獄) 교리 > p71
- ‘연옥’이란 영원한 복을 누리는 천국과 악인들이 영원한 벌을 받는 지옥과의 사이에
중간 장소 또는 형태로서 작은 죄를 지은 상태로 죽은 사람이나 이미 죄 사함을 받았지만
주님의 공의를 완전히 보상하지 못하고 돌아간 영혼들이 정화되어 승천할 때까지 단련을
받게 되는 곳을 말한다. 개신교 형제들은 연옥은 성서에 없는 것이므로 믿을 수 없다고
들 한다. 그 교리가 들어 있는 구약성서 마카베오서 상, 하권을 모두 없애 버렸으니 성서
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으며, 신약에서도 여러 곳에 암시되어 있으나 이를 구구각각 자유
해석하고 있으므로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천국은 아무리 작은 죄라도 하느님의 신성이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신다. 또 조금
이라도 흠이 있는 자는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성서(묵시 21, 27)에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비록 그 죽은 사람이 예수를 믿어 생명의 책에 자기 이름이 올라 있다고 굳게 믿고 천국
행을 확신했을지는 몰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소망일뿐이지 확약된 사항은 아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공의(公儀)가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죄 투성이의
영혼일지라도 육신을 떠난 그 순간 즉시 하느님 앞에 나아가 결백한 천사들의 대열에
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또 어떤 이는 죽기 전에 죄 사함 다 받고 왔다고 항변
할지는 모르나 그 사람이 죄 사함을 다 받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그는 자기가 하느님
으로 착각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소죄를 가진 영혼이 간음자나 살인자들과 같이 지옥 불
속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아야 옳은 것은 아니다. 이 또한 하느님의 공의와 인자(仁慈)가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전한 상식 판단으로라도 일종의 중간 처소나 상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 성서 말씀대로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자기의 공적대로 갚아 주시게 되는 것이다.
즉 순결하고 착한 사람에게는 천국 영복을 주시고, 흉악한 죄인에게는 지옥의 영원한
고통을 주시며, 작은 죄만 있는 영혼에게는 연옥 잠벌을 주시는 것이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賞)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묵시 22, 14)
... 연옥(煉獄)에 있는 영혼들이 불 속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이 지상에 살아 있는 우리가
기도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이 곧 사도신경에 나오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우리의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이 연옥 교리는 구약성서 마카베오 하권에
명백히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숨은 일을 모두 드러내시는 주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죽은 자들이 범한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면서 기도를 드렸다. ... 그리고 유다는
각 사람에게서 모금을 하여 ... 그것을 속죄의 제사를 위한 비용으로 써 달라고 예루살렘
으로 보냈다. ... 그가 죽은 자들을 위해서 속죄의 제물을 바친 것은 그 죽은 자들이 죄
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2마카 12, 41-45). 유다 민족이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고 희생 봉사하던 것은 역사적 문서로도 충분히 인정되는 사실이다.

- 연옥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천국에는 아주 작은 죄라도 갚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으며 지옥의 벌은 영벌(永罰)이므로 사죄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곳은 일종의
중간 장소 존재로서 ‘거기서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까지는 풀려나올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이 연옥 존재이며 이것은 사도이래 순교한 많은 교부들의 전통적인 해석이다.
9세기에 로마 가톨릭에서 갈라져 나간 정교회의 예절 경본에도 죽은 자를 위한 기도문이
들어 있다. 연옥이 없다면 이들은 무엇 때문에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했겠는가?
이 교리 역시 유독 개신교만이 부정하고 있으며 성서나 성전이나 이성의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견’만으로 죽은 부모, 형제를 위한 한마디의 기도도 드리지 않음은 정말 이만
저만 냉혹한 것이 아니다. ... 죽음은 육신과 영혼의 분리이다. 육신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나 영혼은 생존하며 영원한 존재임을 우리는 믿는다. 하느님께서는 현세에도
무덤의 저편 세계에도 다 통치를 하신다.

- 연옥이란 말은 확실히 명시적으로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연옥에 관한
교리도 성서에 분명하게 쓰여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연옥에 관한 믿음은 오래 되었고,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성서의 분명한 가르침’에 뿌리박고 있음은 분명하다. 연옥에
대한 믿음은 또한 하느님을 뵙기 위해 성덕이 필요하고 용서 받은 죄에 대해서는 현세적
벌이 있다는 교리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연옥이란 ‘저주받아 마땅한 죄인’이 죽음 속에서
맞는 하느님과의 해후의 순간으로서 정화되는 만남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문제는 연옥조차 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파문된 죄인이 아무 뉘우침도 없이 왜 제2경전을
빼어 버렸나 하는 무서운 사실이다. ... 우리 성교회는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 드리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매 식사 후 기도 중에, 미사 중에 그리고 특별히 매년 11월을
‘위령(慰靈)의 달’로 따로 정하여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 성서 자유 해석에 관하여 > p83
- “성서는 모두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고 기록된”(로마 15, 4) 창조주 하느님의 말씀
으로서 그것은 처음부터 교회에 맡겨져 있었다. 때문에 그 말씀에 대한 피조물의 임의
해석은 절대 금물이었다. 구약 시대든 신약 시대든 신자들은 교회의 산 권위에 대한
지도를 받도록 되었으며, 또한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의 자유 해석을 하지 못하도록 되었다.
... 신약 시대에 들어와 초기로부터 1,500여 년까지는 우리 구원의 지침서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그 이후 소위 몇몇 종교 개혁가들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자기 마음
대로 해석함으로써 그 어리석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즉 교회의 무류(無謬) 판단을 무시
하고 성서 자유 해석으로 최고 지침을 삼은 그때부터 그들은 성서의 가장 중요한 점에
있어서 서로 논쟁을 일삼게 되었다. 드디어 그들은 사람들을 각기 하늘나라에 인도하려
다가 마침내 혼란을 일으키고 종교분열만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 학문에 조예가 깊은 4, 5세기의 교부인 성 아우구스티노, 성 이냐시오, 신, 구약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성 예로니모, 성 그레고리오 등은 성서 연구에 일생을 바쳤으면서도
모두 성서의 난해함을 고백하였다. 드러나 오늘날 적지 않은 교역자들이 얕은 성서 지식을
가지고 방자하게도 창세기부터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말씀을 통달한 양, 득의양양
하는 일들이 많은데 이는 실로 “천사들도 밟기 무서워하는 곳을 어리석은 자들이 뛰어든다”
라는 시구(詩句)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주님께서 직접 세우시면서 분명하게 말씀하신
성체성사의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 27)라는 말씀에 대해 종교개혁이란 명분으로
이를 자유 해석의 초점으로 논쟁화하더니 100여 종의 자기들 멋대로의 해석이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프로테스탄트는 분파에 분파를 거듭하여 마침내는 ‘일인(一人) 일교파
(一敎派)’ 상태에까지 이르고야 말 추세로서 이런 교파 분열은 성서 자유 해석주의를 주창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 예수님은 ‘진리’이시며, 참으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 32).
그러나 그 자유는 성서를 마음대로 해석하라는 자유가 아니다. 주님이 진리이신 까닭은
살아 계신 ‘말씀’인 그분이야말로 모든 ‘신적 계시의 원천이요 봉인(封印)’이시기 때문
이다. 그러기에 자연주의적, 합리적 해석이라는 것으로 그분의 신적 말씀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말씀의 초자연적 내용을 삭제하거나 회피해서도 안 된다. 이런 일들로
인해 교회 전반에 걸쳐 오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오류의 확산은 오늘 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신앙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으며 종국에 가서는 신앙의 상실,
즉 배교로 이어지도록 유혹한다. 이것은 초대 교회 사도단에 있었던 악의 유혹 즉 배반의
유혹과 같은 것이다. 또 이 같은 일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우상 곧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교회를 세움으로써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파괴하는 임무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여 받게 되는 것이다. ... 성서를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제 마음대로 설교함은
성서의 권위에 대한 치명상이다. 우리의 지력과 자유를 “그리스도께 복종시키는”(2코린
10, 5) 성서이지만 한번 그것이 자유 해석의 포로가 되는 날엔 무제한의 자유와 자유,
의견과 의견이 다투어 일어나 드디어 아전인수의 해석을 제멋대로 붙이게 된다.

- 그리스도를 믿는 한 형제로서 아직도 성서 자유 해석을 마음껏 즐기는 목회자 분들께
이렇게 호소하고 싶다. “제발 하느님의 말씀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주십시오. 복음이
목회자들의 손에 굴절되어 나오지 않도록 문자 그대로 우리를 가르쳐 주십시오. 이 암흑
시대에는 성서, 특히 예수님의 복음만이 우리를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이고 합리주의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성서 해석으로 예수님의 복음이 함부로 난도질
당하고 있으며, 이 세상은 너무나 극심한 오류로 만연되어 있기에 복음은 더욱 말씀
그대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제발 우리에게 더 이상 혼란을 주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진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작은 사람이 되어야 하며, 올바른 빛 안에서 진리를 보려면
가난해져야 하고, 진리를 온전하게 보존하려면 단순해 져야 하며, 진리를 본연의 광채
대로 다른 이들에게 전해 주려면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십일조(十一租) 정신 > p94
- 세월이 흐른 요즘 그 좋은 십일조 정신을 이어오던 개신교 일각에서는 교회의 양적
비대화와 권력화, 담임목사의 세습화를 반대하는 의견과 함께 십일조 정신마저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십일조에 관한 하느님의 말씀은 구약에만 있고
신약에는 그 언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개신교 목사들은 지나치게 십일조를 강조
한다”는 또 다른 목사의 비판이었다. 성서를 신앙의 유일한 규범으로 삼고 있는 개신교
목회자 분들의 토론과 비판에 간섭할 일은 아니나 어쩐지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하느님이 따로 계시는 듯한 뉘앙스에 마음이 쓰인다.

- 가난한 봉급생활자라도 월급날이면 어김없이 받은 월급의 ‘10분의 1’을 먼저 떼어놓고
나머지 ‘10분의 9’로 생활하는 것이 습관화된 또는 의무화된 수많은 개신교 신자들과
비교하여 불과 ‘20분의 1’ 또는 ‘30분의 1’ 정도를 바침으로써 모든 의무를 다한 것으로
여기는 가톨릭 신자들은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3, 44)는 주님의 말씀을 좀 더 깊이 묵상하고 생활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십일조
정신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가톨릭으로 회심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십일조에 대해 가톨릭
신자들과 개신교 신자들을 비교해 보라고 할 때 “대부분의 개신교 신자들은 십일조를 안
하면 죽는 줄로 알고, 대부분의 천주교 신자들은 십일조를 하면 죽는 줄로 안다”고 한다면
좀 지나친 표현일까? ... 지금의 개신교는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불과 50~60여 년 사이에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교회 헌금
바로 사용하기 운동’을 전개하는 기독시민 사회연대의 목소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 성당 건축 봉헌과 부동산, 가정 축복 체험 이야기 *

< 한국의 공동 번역 성서에 관하여 > p105
-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이후 자모이신 성교회에서는 가톨릭과 그 외
모든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위해 성서를 공동으로 번역하여 사용할 것을 권장하였으며,
이를 위해 1968년에 세계성서공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일치 사무국은 제2경전을
가톨릭과 개신교의 ‘공동번역’에 수록하도록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도 1968년
1월 ‘성서 번역 공동위원회’가 조직되고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서학자들이 모여 1969년
1월부터 번역에 착수하여 1971년 4월 공동번역 신약성서가 대한성서공회의 발행으로
간행되었고 이어 1977년 4월 예수 부활 대축일을 기해 공동번역 성서(신.구약)가
간행되었다. 참으로 뜻 깊은 일이었다. 이 번역을 위해 천주교의 ‘천주님’과 개신교의
‘하나님’을 표준말에 의거한 ‘하느님’으로 분류하였고, ‘야훼’와 ‘여호아’는 현대의 성서
신학계에서 따르고 있는 ‘야훼’라는 명칭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 외에도 개신교 관주
성서(영어, 한자, 일본어 성서를 구한말 식 맞춤법에 따라 번역한 성서)의 영어식 지명과
인명 표기로 인해 원지명과 다른 문제는 원어 표기와 사전 및 교과서의 명칭을 따르기로
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일치와 대화를 위해 획기적인 시도를
이루었다.

-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급진주의적인 개신교
학자들의 반대에 부딪쳐(하나님, 여호아 및 제2경전을 받아들이는 문제 등) 개신교
에서는 오늘날까지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한성서공회에서도 공동번역을 발간
하면서 천주교용과 개신교용으로 구분하여 개신교용에는 제2경전을 위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한국 개신교 내의 일치가 확고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교파
및 교단의 분열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각 교단간 문제도 매우 심각한 것 같다.

- 크리스찬이란 말은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따르고
그분의 덕을 본받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리스도 신자라는 이름을 지녔으면서도
그리스도를 닮은 점이 없다면 이런 큰 모순은 없다. ‘하나님과 하느님’은 오로지
한국어의 보통명사일 뿐이다. 때문에 ‘하나님과 하느님’은 수없이 많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많다. 지금은 돈과 권력이 그리고 쾌락이 곧 하느님이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실제 하나님과 하느님은 실제로 볼 수 없다. 때문에 나는 다만 보이는 ‘하나님’으로 오신
‘예수님’만을 믿는다. 그리고 그분이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 17)이라고 하신 ‘성부님’을 믿는다.
또한 하늘이 열리고 비둘기 모양으로 예수님 위에 내려오신 제3위 ‘성령님’을 믿는다
(마태 3,16 외).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세 위께서 한 분이시라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때문에 나는 크리스찬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다.

- 굳이 하나님과 하느님 중에 어느 한 분 만을 꼭 믿어야 한다면 “나는 곧 나다(I am
that is who I am)”(탈출 3, 14)라고 모세에게 말씀하신 바로 그분만을 믿겠다. 혹시
‘여호아’를‘야훼’라 하여 또 트집을 잡고 저주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분들은 개신교 신학자 김 모 교수의 글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그는 결론에서 여호아는
하느님의 일종의 가명(假名)같은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세계 신학자들은 거의 모두
하느님을 야훼로 쓰고 있으며 지금도 유다인들은 학자에 따라 야훼라고 쓰든지 또는
여호아라고 쓰든지 간에 글은 그렇게 쓰지만 거룩하신 그분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아도나이’라고도 부른다. 무식이 곧 용감이라고 유독 한국에서만 ‘하나님, 하느님’하고
싸우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영어에도 다만 God이라는 한 단어밖에는 없다. ...
공동번역에 참여하셨던 두 분 목사가 대화중 ‘문 목사’가 실제로 하였던 사담 한마디를
소개한다. “요새는 말이야 구교(Catholic)가 신교(新敎)이고 신교(Protestant)가
구교(舊敎)더라고!”
* 개신교 잡지 ‘교사의 벗’ 2000년 1월호 ‘무임목사(실업상태에 있는 목사)’
* ‘기독교 사상’ 1999.11-12호 ‘나는 왜 개신교를 떠났는가(왜곡된 교회의 모습을 보며)’

- 우리는 교파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마태 5, 13-14)이
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피어야 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 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것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 35-39)

< 우상 숭배(偶像崇拜)에 관하여 >
- 가톨릭교회에서는 초기부터, 창조주 하느님께는 최고 최상의 흠숭지례(欽崇之禮:
하느님께만 드리는 흠숭과 공경)를 드리고,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께는 천사들과 성인.
성녀들을 초월한 상경지례(上敬之禮)를 드리며, 모든 성인. 성녀들에게는 공경지례
(恭敬之禮)를 드리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성모님의 상경지례를 마리아 숭배라고 한다.
그러나 주 친히 세우신 가톨릭에서 세례 받은 신자라면 비록 그가 냉담자라 할지라도
예수님을 믿지 않고 성모 마리아만 우리의 구원자라고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가톨릭 신자들은 마리아를 한 피조물로 인정하고 마리아가 누리는 모든 특권은 오로지
하느님의 선물임을 확신하고 있다. 때문에 기도할 때는 하느님께는 “저희를 불쌍히 여겨
구원하소서”라고 하며 성모님께는 다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한다.

- 개신교 형제들은 “피조물인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드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는 ‘사도 신경’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오해일 뿐이다. ‘사도
신경’ 중에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구절을 그분들은 “모든 성도들의 교통함을
믿사오며”라고 바꾸어 번역함으로써 같은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데서 오는 결과
이다. 가톨릭교회의 성도(聖徒)라 함은 하느님의 중심으로 볼 때에 지상에 있는 성도와
이미 이 세상을 떠나 주님의 곁에 계신 성도들을 총망라한다. 하느님께서는 산 자와 죽은
자를 모두 다스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모든 성도의 교통”이라는 구절의 진정은
의미는 이러하다. 하느님의 의로운 자녀들 중에는 이미 죽어서 천국의 영예를 누리는
이들도 있고(천국 교회에서), 아직 이 세상에 생존하는 성도들도 있다(지상 교회에서).
이 두 부류의 신자(성도)들은 서로 서로 기도와 공로를 통교(通交 또는 通功)한다는
말이다. 하늘에 있는 성도들은 끊임없이 하느님께 기도한다. 지상 나그네인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다. 또한 지상 나그네들은 천국에 계신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2000년 동안 사도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신앙고백이다.

- 가톨릭 신자들은 성모 마리아뿐만 아니라 성 요셉에게도 또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녀
모니카에게도, 성 프란치스코를 비롯한 수많은 성인. 성녀와 또 수많은 이름 모를 순교자
들과 마귀를 쳐부수는 미카엘 대천사를 비롯한 모든 천사들과 자기를 일생동안 보호하도록
하느님께로부터 명받은 각자의 수호천사에게도 기도한다. 이 모두가 즉흥적으로 기도하고
싶다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성서와 성전에 근거를 두고 하는 것이다.

(1. 성상 공경 문제) “너에게는 다른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어떤 신상
(神像)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탈출 20, 3-5) 여기서 신상(彫像, 조각된 상) 제작을 무조건 엄금하라고 하시는 말씀이
아니고, 신(神)으로 숭배하려는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금하라는 계명이다. 성서의
여러 곳에선 조상 제작을 금지하였으나, 또 다른 곳에는 “순금으로 커릅(하늘의 천사)
상을 만들라”(탈출 25, 18)하셨고, 또 모세에게는 “구리 뱀(땅과 물속에 사는 양서
동물)을 만들라”(민수 21, 8)고 제작을 명하셨으니 절대 금지는 안 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모순을 행하실 수 없기 때문이다.

- 초대 교회 신자들도 성상제조와 이방인들에게 그것을 공개하기를 매우 조심했다. 이는
가톨릭교회의 성상이 이교도의 우상과 혼동될까 우려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가톨릭 내부에서는 신앙에 관한 상징적인 것을 많이 사용하였다. 초기 박해의 3세기 동안
가톨릭 신자들의 밀회와 미사의 장소인 로마 카타콤바의 유적을 보면 성령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그린 벽면과 유리병을 발견할 수 있으며, 또 거기에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의
형상과 어린양을 메신 주님의 형상을 새기기도 했으며, 그리스도의 상징인 어린양과
믿음의 표시인 닻 모양과 교회를 의미하는 큰 배를 그리기도 하였다.

(2. 성상 파괴 행위) 역사적으로는 한때 성상과 성화의 반대와 파괴 행위도 있었다. 그
최초의 반대자요, 폭행자는 8세기의 콘스탄티노플 황제 레오와 그의 아들 코프르니므스
였다. 이들은 성당의 성화를 불사르고 금, 은, 동, 철제 성상은 깨뜨려 자기 초상을 새긴
화폐를 만들고 성상 파괴 칙령 서명에 거부한 도서관 학자들은 불살라 죽이기도 했다.
... 성상 파괴의 독성 행위는 16세기의 소위 종교개혁자들도 저질렀다. 특히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더욱 심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의 수많은 프로테스탄트 예배당 중에는
당시 점거한 그 당시 가톨릭 성당 그대로의 것도 있는데,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성당이다.
성상 파괴는 극도의 독성이며 모독이다. 이 같은 만행의 절정은 1917년 볼세비키 혁명
이후 구소련에서 있었다. 수세기에 걸침 성상 파괴와 온갖 박해 속에서도 가톨릭은
그리스도의 성상과 모든 성인, 성녀들의 성상을 성당 내에 모시는 것은 옳은 일임을
확고히 선포하였다

.(3. 성상과 우상) 성상을 공경하는 것은 성상 자체의 신성(神性)이나 덕능(德能)이
있어서가 아니며 또 성상 자체에 기도를 드리려 해서가 아니다. 다만 성상이 상징하는
대상에게 존경의 뜻을 표시할 뿐이며 우리가 성상이 입 맞추거나 그 앞에서 모자를
벗거나 무릎을 꿇는 것은 그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숭배하고 성모님과 여러 성인들을
공경하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는 누구나 성상 자체에는 아무런 지성이나 도울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하늘에 계신 성인. 성녀들을 기억하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할
뿐이다. 개신교 학자 라이프니츠는 “우리는 성상을 통해 더욱 더 주 예수의 존재를 감각
하고 주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명상하게 되는 까닭에 성상 공경은 ‘예수의 이름 아래
모든 이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든가 ‘주님의 이름은 복되시도다’., ‘주님의 이름에 영광이
있기를’하는 거룩한 이름(이름도 하나의 표지임)에 대한 경의 표시와 같은 취지로 해석할
성질의 것이다. 유형의 성상에 대한 경의 표시와 무형의 내적 성성(聖性)에 대한 경의
표시는 서로 다를 바 없다”라고 하였다.

- 안중근 의사의 표시는 ‘안중근 의사’라는 말, 글, 초상화, 그리고 동상으로도 표시할
수 있다. 안중근 의사가 동이나 헝겊이 아닌 것과 같은 경우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그리스도의 상을 파괴했다면 이는 석고나 대리석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 자체에
대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 된다. ... 우리를 구속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를 훼손하거나
또는 우상숭배로 오도함은 죄 중에서도 큰 죄를 범한다고 생각된다. “가톨릭 신자들이
성인과 성녀 상 앞에서 경의를 표하는 것은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과 비슷하나, 성물을
하느님으로 알고 경배한 것이 아니므로 우상숭배라 할 수 없다.”라고 한 유명한 개신교
신학자는 그의 저서를 통해 말했다.

(4. 성상과 성화) 성화는 하느님의 성전을 성전답게 장식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솔로몬은 하느님의 성전을 커릅 천사의 성상과 그 밖의 표상물로 장식하였다. 천사 상은
금을 입히고, 성전 안팎의 바닥도 금을 입혔다. (1열왕 6, 28-29) 하느님께서 계시는
성당은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야 마땅하다. 성화는 문맹에 도움을 주는 해설 자료가 된다.
학자들이 독서로 얻은 지식을 문맹인들은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동양의 사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성상과 성화로 많은 인도인을 참된 종교로 개종시켰으며, 영국의
사도 오스틴 성인이 604년 처음 에델버트 왕 앞에서 복음을 강론할 때 은 십자가 한 개와
주 예수님의 성화 한 장을 앞에 놓고 복음을 증거하였다.

- 집안에 성화를 모시는 것은 곧 감명 깊은 무언의 신앙고백이며, 성화는 그 대상에게
우리의 심정을 집중시켜 그에 대한 애모의 정을 더욱 열절케 한다. 주님의 수난에 대한
열절한 설교라도 열매와 통회를 자아내는 데에는 말없는 한 개의 십자가를 도저히 따르지
못할 것이다. 성인의 성상은 우리를 자극하여 그의 덕행과 위엄을 본받게 한다. 실내에
걸린 위인의 초상이 청소년들에게 그를 본받게 하듯이 성인의 초상은 무언의 감명을
주어 그분을 본받도록 격려해 준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십자가를 지극히 성스러운 표지로
존경하여 왔다. 이는 구세주 예수님께서 고난을 받으신 형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자가
그 자체에 내적 영능(靈能)이 있어서 공경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만일 그렇게 믿는다면
이것은 우상숭배가 된다. 십자가를 공경함은 다만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추모 공경하는 것뿐이다.

- 우상 숭배는 성상이나 성화 공경에서 나오는 판단에서의 우상 숭배가 아니라 돈과
쾌락, 자신의 지혜, 건강, 외모, 욕정, 행복, 재산, 권력, 가족 등을 하느님보다 더 중요
하게 섬길 때 이것이 곧 현대의 우상숭배라 할 수 있다. 물론 하느님 이외에 다른 것을
흠숭하는 것, 즉 부처상이나 우상 그리고 해. 달. 별. 바위. 나무 등을 흠숭하는 행위,
잡신(삼신, 토지 신, 바다 신 등)이나 조상의 영혼을 흠숭(제사 때 위패를 붙이거나
조상의 혼령이 와서 젯밥을 먹는다는 의식 등)하는 행위, 무당을 데려다가 굿 하는 행위와
하느님이 아닌 것에 의지하여 무엇을 알려고 하는 것, 즉 점술. 수상. 관상. 사주 등을
보는 것, 풍수설, 정감록, 토정비결을 보는 것 등은 직접적으로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된다.

(5. 빗나간 우상 숭배 배격 행위) 얼마 전 우상 숭배를 배격한다는 구실로 자칭 열심한
신자가 모 대학교에 몰래 들어가 그 교정에 있는 불상에다 “주 예수를 믿으라”라고 붉은
글씨를 쓰고 달아난 적이 있다. 부처님을 믿고 공경하는 불자들은 그리스도교의 십계명
중 제4계로부터 10계까지는 오히려 소위 주일 신자보다는 더 잘 지키는 사람들이며,
다만 제1계로부터 제3계까지는 각자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주님을 알지 못하고 있는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인 것이다. 먼저 신자가 된 크리스챤이라는 사람이 그 같은
행동을 보고 누가 예수를 믿겠는가? 광주톨게이트에서 거스름돈으로 1,000원짜리 2장을
받았는데 지폐의 앞면과 뒷면에 ‘예수님 믿으면 천국, 불신자는 지옥’,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가 재산인 화폐를 특정 종교의 전파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훼손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주님을 위함에 있어서도 비록 그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이를 추구하는 방법이 옳지 못하다면 정당화될 수도 없고 또 주님이 바라는 바도
아니며 오히려 주님의 사랑의 계명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때문에 인도의 간디는 “나는
예수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일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종교를 초월하여
헌신 봉사하다가 선종한 마더 데레사 수녀 이후에야 이 같은 말이 겨우 없어졌다고 한다.

- 개신교 신자들에게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신. 구약 시대를 막론하고
하느님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셨고, 또 구약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는 불효자에 대해서는 죽여야 한다.”(신명 21, 18-21 참조)고 하셨다. 또한
신약의 예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1요한 4,20) 지나친 우상숭배의 경계심에서인지는
몰라도 열심한 신자일수록 주위의 누군가가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를 지낼 경우 하느님
께서 그 후손 3대를 멸하신다고 하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음을 가끔 듣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신앙이 동양에 전파되었을 때, 각 나라의 미풍양속에 맞춰 토착화되어
풍습과 더불어 예식을 지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상제사의 예식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알지 못하면서 온갖 비방을 일삼는 것은 아직도 샤머니즘의 우상으로 가득 차
있다는 증거이며, 또한 믿지 않는 사람이나 특히 유. 불교신자나 타종교 신자들로 하여금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일종의 악신으로 오해하도록 하는 무서운 행위이다. 개신교 일부
교파에서 행하는 ‘추모 예배’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느님은 후손 3대를 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분이시기보다는 부모를 공경하고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이들
에게는 천 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푼다”(탈출 20, 6)는 분이심을 먼저 알아야 한다.

- 개신교의 한 친구가 하는 말이 “가톨릭교회에서 우상 숭배를 하지 않고, 성모 마리아를
섬기지 않으며, 조상 제사만 시키지 않는다면 가톨릭에 나가고 싶다”고 하는 말에 이렇게
말해 주었다. 우상은 들어와 보면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고, 성모 마리아는 우리와
똑같은 피조물로서 십계명이 요구한 자네 모친에게 하듯 공경하기만 되는 것이고 다만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시기에 자네 어머니보다는 조금만 더 높이 공경하면 될 것이다.
또 조상 제사는 자네에게 강제로 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그저 평소 부모를
공경하던 마음으로 기일이나 생신 때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억해 주면 될 일로서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로써 연령(煉靈)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만큼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물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은총이
된다. 이와 같은 가르침대로 행하였더니 돌아가신 부모님은 물론 조부모님이나 다른
조상님들도 마치 이 세상에 살아 계시는 듯 내 영혼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네도
나와 같이 길을 걷는다면 그야말로 평생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 4. 예수님께서 직접 세우신 성사 ]

< 성사(聖事) > p158
- 성사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이 보이는 표징(表徵)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성사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그분의 생애에서
하신일, 특히 수난하고 죽으심 그리고 부활하심으로써 구원 사업을 성취하신 것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도록 실제로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이다.

*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라고 할 수 있다. * 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눈에 볼 수
있도록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신앙인들의 공동체 교회
안에 실제로 살아 계시며 역사 흐름에 따라 계속 체험된다. *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성령을 통해 세계 속에서 실제로 계시는 구체적 장(場)이며,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이 세계에 들어온 은총과 사랑이 역사적으로 현존되고 항상
활성화된다.

- 따라서 교회는 ”눈으로 볼 수 있는 행동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낼 때“ 비로소 ’교회‘
라고 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할 때, 그것은 한낱 인간들의 사회적 집단에 불과하다.
* 교회는 세상 끝날 까지 세계를 향해 복음을 선포해야 함은 물론 하느님의 말씀의 사자
(使者)로서 봉사 받으러 오지 않고 봉사하러 오신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구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야 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 교회는 ’복음 선포‘와
’성사‘라는 두 큰 기둥으로 지지되어 있다. 성사에는 세례. 견진. 성체. 고해. 성품. 혼인,
병자 성사 등 7가지가 있다. 여기서 개신교 목사들은 이런 성사를 집전할 권리가 없으므로
성직자가 아닌 목회자나 교역자라고 하는 것이 옳다. 중세의 종교 개혁자들은 자기 자신
들의 성직자로 불리기를 거부했고 또 실제로 주님의 몸인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한 만큼
더 이상 성직자라고 불러줄 사람도 없다.

-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세상 끝날 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고
말씀하셨을 뿐 아니라 성령을 내리시어 교회를 세우셨고(마태 28, 18), 이 교회를 통해
우리와 함께 계시며 당신의 은총과 사랑을 보여주신다. 교회는 사랑의 공간 안에서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과 그 갈망에 응답하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가시적‘으로 세상에 나타나고(그리스도), ’감각적인 방법‘으로(교회),
인류를 구원하시려 했다면 교회가 곧 ’성사‘이다. 교회는 볼 수 있으나, 은총은 볼 수 없다.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이 성사이며 동시에 성사적인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약속
하신 성령께서 교회를 통해 행하시는 활동이시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교회
안에서 보이게 드러나고 보이지 않는 은총이 보이는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곧 성사이다.
그래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이다.

- 교회의 칠성사를 구원의 표징 또는 구원의 도구라고 부른다. ’구원의 은총‘은 일곱
가지 성사를 통해 주어진다. 은총과 더불어 영혼 안에 초자연적 생명의 씨앗인 덕행도
심어진다. 가장 중요한 덕행은 곧 신덕(믿음), 망덕(희망), 애덕(사랑) 등 향주 3덕과
지덕, 용덕, 의덕, 절덕 등 사추덕(四樞德)이다. 이 덕행들은 신적 태양광선인 일곱 가지
’성령의 선물‘을 받음으로써 싹트고 자라며, 날로 더욱 성장하여 영혼을 사랑과 성덕의
빛나는 길로 이끌어 간다. ... 우리의 삶은 출생과 성장, 결혼과 영육간의 질병, 그리고
죄의 세상을 체험하고 죽어 가는 인생이다. 그래서 7성사는 인간의 삶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신적 구원행위를 드러낸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삶 안에서 나를 부르시는
하느님, 역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 지금도 교회를 통해서 구원을 이루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또 만나야 한다. 7성사는 삶의 실존적인 길을 예식화한 것이다. 7성사는
우리가 속량하고 새로운 생명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의미를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구원을 가져다준다.

< 교회의 특성 > p167
- 예수님께서 친히 세우신 가톨릭교회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직 하나’
이며, ‘거룩’하며, 모든 사람에게 ‘보편화’됐으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가 바로
그것이다.

(1. 오직 하나인 교회)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실 때 베드로의 반석 위에 복수로 세우지
않고 오직 단수로 ‘하나의 교회만’을 세우셨다.(마태 16,18) 여기서 ‘하나’이라 함은
* 믿음이 하나이고, 즉 동일한 계시 진리를 믿고,* 전례가 하나이며, 즉 세계 어디서든지
같은 전례로 예배하고,* 행정상으로도 하나인 교회, 즉 동일한 목자의 권위에 순명함을
말하는 것으로 제1대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에서부터 오늘날의 제264대 교황 바오로
2세(2022. 현재는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한결같음을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하나인 교회에 사랑의 새 계명을 주셨고 이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셨다. (요한 17, 21-23)
그러나 교회로부터 파문된 사제(1521년), 마르틴 루터라는 사람에 의해 세워진 개신
교회는 예수님의 복음을 각자 자유 해석한 각 사람들에 의해 계속 교파 분열이 일어나
오늘날 350여 개 이상의 교파로 갈아져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또 새로운
인간의 교회가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 주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 6) 고 말씀하셨다. 진리도
하나요, 생명도 하나이며, 아버지께 가는 길도 하나밖에 없는 질서의 하느님께서 세우신
교회는 여러 개로 난립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2. 거룩한 교회) ‘거룩한 교회’는 거룩함의 근원이신 하느님이 교회 안에 직접 계시고
또한 예수님께서 신자들을 거룩하게 성화(聖化)시키기 위하여 그분 친히 세우신 공동체
라는 것이다. 성교회를 창건하신 예수님의 숭고하신 윤리 교훈과 그분이 직접 세우신
성체성사와 또 다른 성사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들을 거룩하게 하고 향상시키신다.
* 세례성사로서 아담이 지은 원죄와 우리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지은 본죄를 모두
사하여 깨끗하게 하시고, * 견진성사로서 하느님의 새 은총을 얻어 일생 동안 모든
유혹을 물리칠 만한 주님의 군사가 되게 한다. * 성체성사에 의해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으로 양육된다. * 고해성사로 세례성사 이후 지은 모든 죄악을 씻어 버리며,
* 혼인성사로서 아내와 남편에게 은총을 주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식을 낳고 기르게
한다. * 성품성사로서 성사의 권한을 받으며 성직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게 한다.
* 병자성사로서 임종 때는 하느님의 은총을 얻고 세상을 영원히 이별하기 전에 용감하고
정결하게 한다.

- 즉 교회는 요람에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늘 지켜 주고 감싸주며 생명과 불사
(不死)의 영약을 준다. 예수 친히 세우신 교회는 이렇게 신자들의 성화를 역설하고 동시에
그 방법도 제공하므로, 교회 안에서는 신성한 결실로 무수한 성인. 성녀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 교회가 거룩하다고 하여 신자 모두가 거룩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톨릭
신자 중에도 나쁜 사람이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믿지 않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이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들을 추방하지 않는다. “죄인을 구하려고 오신 주님”(1티모 1,15)
이시기에 그들을 결코 내치지 않으신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를 통해 “내가 너희
앞에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을 놓아둔다”(예레21, 8)고 하셨다. 그 선택은 각자의 자유
이다. 시대의 변천과 환경의 악화로 부패와 해이의 분위기에 싸인 16세기경 일부 교회가
혁신을 필요로 했던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런 점만을 들어 가톨릭을 공격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때에도 타락한 주교, 신부나 수도자보다는 정결하고 오로지 주님의 뜻만을
따르며 사목하고, 보속하는 주교, 신부, 수도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았음을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부패와 타락은 북유럽의 일부 교회였다.

(3. 보편된 교회) ‘보편된 교회’란 말은 기원 후 110년경 베드로의 후계자인 안티오키아의
2대 주교 성 이냐시오가 자기 관할 지역 소아시아 스미르나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보편된’
즉, 영어로는 ‘가톨릭(Catholic)교회’라고 맨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이 유래된 것이다.
그리고 ‘보편성’이 참 교회의 표지라는 것은 사도신경의 한 구절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라는 말에 밝혀져 내려오고 있다. ‘보편된 가톨릭교회’는 유교, 불교, 이슬람교와 같이
비교적 지역적이 아니고 또한 유다교나 단군교같이 민족 종교도 아니며, 오로지 전 세계적
으로 보편성을 띤 교회이어서 인종과 언어의 다름을 묻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가톨릭
교회는 시간과 장소와 인격을 초월하는 하나의 참 교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톨릭교회
만이‘공교회’의 명칭을 사용해 왔음이 역사상 뚜렷한 사실로 나타난다.

- *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박해와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느 세대에도 끊이지 않고 꾸준히 하느님 나라를 확장해 왔다. * 가톨릭교회는 어떤
장소에 구애받음 없이 온 세상에 두루 다니며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 가톨릭교회는
진정 회개하는 사람이면 그가 어떤 국가에 소하든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고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온 세상 모든 사람을 가르치고 세례를 베푼다. ... 따라서 구원에
있어서 한 사람의 예외도 두지 않는 ‘교회의 보편성’은 ‘교회의 단일성’을 함께 의미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하느님의 교회가 있기에 또 다른 교회가 있을 수 없으며 사실상
필요도 없다.

(4.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주님께서는 으뜸 사도 베드로의 반석 위에 그 교회를
세우시고(마태 16, 18) 또 제자들에게 말씀하시어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 19-20)라고 말씀하신 것은 베드로가 죽으면 그 반석이 깨어지거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도들로부터 세상 종말까지 계승시키겠으며 그때까지 항상 그 계승된 교회 안에
함께 계시겠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이 교회는 반드시 사도들의 기초 위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교회가 가르치는 교리는 반드시 사도의 교리로써 기초를 삼아야 하고, 항시
일치하여야 하며, 그 가르치는 교직자들은 반드시 직접 사도 자신들로부터 사도들의
정당한 계승자로부터 서품식을 거쳐 성직에 서임되어야 한다. 사도를 멸시하거나 부인
하는 것은 그를 뽑으신 그리스도를 업신여기거나 부정하는 것이 된다.

- 가톨릭교회는 주님께서 직접 세우신 교회이다. 그리고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이다.
그 이외의 교회는 모두 사람이 세운 교회다. 16세기 이전에는 장로교도, 감리교도,
안식교도, 침례교도, 성결교도 없었다. ...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이름으로 단 두 세 사람이
모인 곳에 주님이 함께 계시겠다고(마태 18, 20) 하셨다. 개신교회는 주님의 이름을
빌려 세운 교회이다. 주님의 이름을 빌려 세운 교회는 비록 사람이 세우기는 하였으나
한 우리 안에 있지 않은 또 다른 주님의 교회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를 세운
그날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논문 소개한다.
* ‘2000년의 한국 개신교회 도약할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교사의 벗’ 2000년 1월호
- 큰 교회 목회자들의 은퇴후 후계자 공백, 대형화된 교회의 통제 곤란, 분란 등 문제 제기)

< 간략한 교회 역사와 종교 개혁 > p 188

(1. 사도들과 교부들의 시대 : 50-600년)
- ‘사도들의 교회시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때부터 마지막 사도의 지상 생활
마감까지로 구분한다. 통상 그리스도인의 제1, 2세대로 보면서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목격하였던 이들이 그 계시 진리를 위해 온몸 다 바쳐 따르고 지키던 시대(30-110년)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부들의 교회 시대’는 사도 시대 이후의 그리스도교 지도자와
신학자들의 시대로서 돌아가신 사도들로부터 직접 그 교리나 신앙을 물려받고 그 진리를
후세대에 전해 준 특징을 지닌 시대로서 이때 비로소 우리 교회가 보존하고 있는 신약의
성전(聖傳)이 시작되었고 또 성령의 감도하심을 받은 저술가 그룹, 즉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교회의 아버지’라 부르는 교부들이 거의 한결같이 목숨을 바쳐가며 주님의 진리를
용감히 전했던 시기이다.

1) 1세기 : 1세기중 일어난 대부분의 이야기는 신약성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시기는
피비린내 나는 박해로 얼룩진 시대였다. 네로 황제로부터 로마의 황제들은 로마의 신이나
자기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않는다고 계속 박해를 가하였다. 이 시기에 교회의 지도자인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성 야고버 등 많은 사도들이 순교를 당하게 된다. 초대 교황 사도
성 베드로를 이은 성 리노(2대 교황), 성 아나클레토(3대 교황), 성 클라멘스(4대 교황)
등이 대표적이며 모두들 순교하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1세기 말 그리스도교인은
약 50만 명에 이르렀다.

2) 2세기 : 2세기에도 박해는 계속되었다. 구약 경전을 읽고, 예수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나 사도들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주님의 만찬을 기념하면서 예수께서
명하신 대로 성체를 영하는 행위들을 계속 오해하였으며, 또한 로마의 신을 섬기지 않고
황제 숭배를 거부하는 집단이라고 하여 계속 박해를 가했다. 2세기의 시작과 함께
그리스도를 위해 생명을 바친 두 사람의 모범적인 주교로 폴리카르포 주교와 성 이냐시오
주교가 있다. 또한 영웅적인 여인들의 훌륭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성녀 페르페투아와 성녀 펠리치타스 및 동료 4명의 순교자가 그들이다. 2세기에
들어와서 교회의 지도층 구조가 확실한 형태를 갖추게 되고 그 형태는 오늘날의 가톨릭
교회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내려오고 있다. 이때 가톨릭교회의 신자 수는 약 200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3) 3세기 : 3세기에는 근본적으로 교회의 팽창과 더불어 그 조직과 신학적인 면에서
발전을 이룩하였다.

4) 4세기 : 그 동안의 지독한 박해 속에서도 그리스도교인의 수가 약 500만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기다리던 종교의 자유도 주어진다(313년).

5) 5세기 : 이 시기는 희랍어를 사용하는 동방제국과 라틴어를 사용하는 서방제국이
결정적으로 분열되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이 시기에 계셨다.

6) 6세기 : 교부들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부터 서방교회는 인접
부족들의 침입으로부터 살아남기에 여념이 없는 시대이다. 이때 베네딕토회 수도자들의
업적은 높이 평가된다.

(2. 중세 시대 : 600-1300년)
- 이 시기는 새로운 사람들과 부족들이 개종이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정치적인
소용돌이와 전쟁의 시기였고, 가톨릭교회로서는 각 정부와의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려는
투쟁의 시기이도 하였다. 어떤 황제는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교황의 직분이지만
교회를 통치하는 것은 황제의 직분이다”라고 했는가 하면 어떤 교황은 “황제들의 사명은
로마 가톨릭 교회를 수호하는 것이지 교회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또 진정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중대한 이단이나 왜곡 사상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 종교 개혁에 관하여 > p195
- 교회의 구성원인 백성들이 균형 감각을 잃고 천상적 성격의 목표를 뒤로 하고 현세적
성격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할 때 자연적인 현상으로라도 부패는 발생한다. 실제로 교회
역사상 문란한 사회 풍조의 여세가 북유럽 일부 교회 성직계를 침범한 사실도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왕들은 스스로 교회의 양들이라고 자처했지만, 그들은 교회보다는 그들의
영토와 권력과 부가 우선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교황들은 각국 왕들로부터 정교
협약이나 불리한 조약 체결을 강요당해야 했다. 이 조약으로 각국 왕들은 교회를 조정
하여 거대한 수입을 거두어들이는데 몰두함은 물론 성직자 임명에도 간섭함으로써 부패를
가중시키게 되었다. 한편 수입이 줄어든 교황들은 이들 세속 통치자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들이기 위해 높은 세율의 교황세를 부과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좋지 못한 선례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공사에 필요한 모금을 위해 레오 10세 교황의 평범한
대사령(大赦令) 반포는 처음에는 대사논쟁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소위 종교 개혁으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 대사는 원래 세상에서 죄는 사해졌으나 그 보속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의 잠벌을
탕감해주는 교회의 보고의 개방 또는 은전인데, 보통 선행이나 기도로 해오던 것을
갑자기 헌금을 권유하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실상 선행에 따라서는 돈이 수반되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대사령은 정당한 것인데, 이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매고
풀 수 있는 권한에 속한다. 이 대사령은 314년 이래 그 권한이 교황에게뿐 아니라 각
주교들에게도 허락되어 왔다. 당시 대사령 세 번째 항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성베드로
대성당 건축비로 응분의 헌금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하늘나라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다 같이 갈 수 있도록 열려 있으므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헌금 대신 기도와 대재
(금식)로 대사를 얻을 수 있다”라고 반포하였다. 원래 ‘대사’라는 말은 ‘Indulgence’라는
말에서 오는 ‘은혜’, ‘관대한 용서’라는 뜻일 뿐 이 3항이 바로 면죄부(또는 속죄권)란
말로 둔갑한 심각한 오역(誤譯)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사령 설교가’ 임명에 있어서 그
지역의 대주교는 하필 루터 신부와 사이가 나쁜 도미니코 수도회의 테첼 신부를 임명함
으로써 루터를 따르던 많은 추종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음은 물론 루터 신부 자신
에게도 인간적인 울분과 냉소와 반감이 일어난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루터 신부와
테첼 신부 간에 대사에 대한 논문 논쟁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 대사에 관한 논쟁은 소위 종교개혁으로까지 치닫게 되었는데, 사실 루터는 교회 내에서
교황에게 순명하면서 실시하려던 개혁이 돌연 1) 가톨릭의 권의를 비난하고 2) 교회의
모든 성사를 거부하고(세례 및 성체성사와 참회는 제외) 3) 독일의 그리스도인 왕들과
제후들에게 각기 자기 나라에 독자적인 국가 교회를 창설하도록 궐기시키게까지 된
것이다. 그 이후 소위 종교개혁은 루터가 원하는 바와는 달리 후계자들에 의해 급진적
으로 진리를 거스르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 한 수도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마르틴 루터가 자신의 죄스러운 양심을 속죄나 자기 부정의 방법으로는 찾지 못해 그
나름대로 마음의 평화와 하느님을 올바로 찾아보려고 노력했던 일과 그만의 고뇌는 긍정적
으로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그가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교회를 떠나지 않고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교회를 쇄신할 수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루터가 처음부터 교황을 반역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교회를 떠나려고 했던 것도
아닌 것은 확실한듯 하다. 개혁자로서 자처한 그가 파문당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16세
연하의 환속 수녀와 결혼하였다.

- 원래 개혁의 대상은 소위 면죄부 사건과 성직자들의 해이에 대한 것이었으나, 천만
뜻밖에도 주님이 주시고 사도로부터 1,500여 년간 이어오던 진리와 교리와 성서의 훼손
이라는 것은 영원히 씻지 못할 대죄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루터의 많은 제자들로부터도
“우리는 루터를 믿지 않고 다만 그가 발견한 복음을 믿는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는
그의 동지와 제자들의 끊임없는 분쟁을 지켜보면서 어둠에 싸인 가슴을 안고 54세의
일기로 세상을 마쳤다. 아무리 개혁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사람의 일이고, 주님이 친히
세우시고 성령께서 이끄시는 지상의 보편적이고 참된 교회는 가톨릭교회 하나밖에는
없다고 확신한다.

< 성체 성사 > p206
- 성체성사란 주님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가 모든 공생활을 마치
시고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날 당신의 몸을 인류를 위한 단 한 번의 희생 제물로 성부께
바치셨다. 앞으로 이 세상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즉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은총을 주시기 위해 보이는 그분의 몸(聖體)을 우리에게 주시는 표징으로 직접 세우신
성사이며 우리 교회의 핵심 성사이다. 주님께서 이 성체성사를 직접 세우신 말씀과
성서적 근거는 이러하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
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마태 26, 26-27 외)라는 말씀과 루카
복음서의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 19 외) 라는 말씀이다.

-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계심을 세 가지 측면에서 증명해 본다. * 첫째, 성체에
관한 주님의 약속이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요한 6,48) ...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 51).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
55) 라고 말씀하신 그대로 그 빵이 곧 예수님이시라는 것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 53)라고 반복해서 다시 말씀하신다. * 둘째,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직접 세우심에 관하여 마태오(마태 26, 26-28), 마르코(마르 14, 12-26),
루카(루카 22, 19), 요한(요한 6, 48-56) 공관 복음에 거의 일치된 문자로 기록되어
있다. * 세 번째,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사도들과 그 후계자
들에게 명령하여 이 예절을 세상 끝날 까지 계속 실행하라 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 19). 마태오
복음이 쓰여진 지 약 18년 뒤에 성체성사에 관하여 성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가 전달되어 낭독되고 이 말씀(1코린 10, 16-17/ 1코린 11, 26-27)이 신약
성서에 수록되었다.

- 성체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은 믿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신다. 이것이 진정한 믿음이며
신앙의 신비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체를 바라볼 때 하늘과 땅의 모든 사랑을 결합시킨
예수님의 인격적인 사랑을 오직 믿음으로 느낄 수가 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 그리고 성체 안에서 당신 자신을 선물로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

< 미사성제 > p 216
- 성체성사는 ‘잔치’와 ‘제사’ 그리고 ‘그리스도의 현존’이라는 세 가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잔치에 초대되면 누구나 그 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된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올리며 동시에 축복의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바로 미사이다. 미사는 크게 나누어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가 있으며, 이 두
부분은 서로 긴밀히 결합되어 하느님께 경배와 흠숭 행위를 이룬다. 왜냐하면 미사에서
주님의 몸과 마찬가지로 하느님 말씀의 식탁이 차려지며 이 식탁에서부터 가르침과
음식이 신자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 미사는 그리스도의 말씀(루카 22, 19 : 1코린 11, 24-25)에 따라 최후의 만찬을
오늘 이 자리에 현존시키는 것이며, 사제의 축복으로 빵과 포도주가 성령에 의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사는 교회가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의
극치이며, 완전한 찬미와 감사와 속죄 은혜를 구하는 제사로서, 그리스도 신자생활의
중심이다. 미사성제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 거행되는 전례이기에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비록 언어와 피부색은 달라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 의해 똑 같은 예절과 똑 같은
절차에 따라 바쳐지고 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하나의 교회는 2,000년여 동안
한결같았다. 그리스도께서는 골고타산에서 육체적으로 죽으신 데 비해 최후 만찬 때는
빵과 포도주 속에 당신 살과 피를 주심으로써 신비적인 죽음을 맞으셨다. 이 최후
만찬과 십자가상의 죽음으로서의 봉헌이 우리 신앙 안에 들어와 미사성제를 세우신
것이다. 이 미사성제의 목적은 십자가상의 제사와 동일한 것으로 흠숭, 감사, 보속,
청원의 구원 제사이다.

1) 구약의 파스카 제사와 신약의 파스카 미사
- 수난 전날 마련하신 잔칫상(최후 만찬)은 유다교 파스카 축제 전의 파스카 식사와
동일한 것이다. ‘파스카’라는 것은 과월, 즉 ‘뛰어넘어 지나가다’라는 뜻으로 구약
성서에 과월절 축제에 관한 말씀(탈출 12, 21-23 : 탈출 12, 26-27)이 있다.
구약의 백성들은 지금도 과월절이 되면 양을 잡아 피를 내고 그 고기를 구워 먹는다.
신약에서는 주님께서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루카 22, 15)라고 하신 말씀은 예수님께서 이미 인류 구원자로서의
우리 구원을 위한 애타는 목마름이었으며, 인류 구원을 위해 아버지께 바쳐지는
제물을 빵과 포도주로서 이를 축성하시어 미리 나누어 주신 것이다.

- 파스카 식사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다만 이스라엘 선조들에게 일으키신 역사적
사건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며 구원 계약이 오늘에도 이어지도록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에게 선사되고 있음을 말한다. 이와 같은 맥락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신”(필리 2, 6) 아들로서 새로운 계약의 성사를 세우신 것이다.
여기서 빵과 포도주는 인류를 구원하는 희생 제사의 몸과 피의 표지로 선택하셨다.
왜냐하면 빵과 포도주는 살아가는 도구이자 힘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식사를 통해 일치를
이루어 주기 때문이다. 이 식사가 주님과 결합되고 하나가 되기 때문에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성부의 뜻에 자신을 바치신 그분의 희생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골고타(갈바리아) 십자가 제사와 미사
- 십자가에서 바쳐진 그리스도의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 제사와 매일 사제의 손에
의해서 바쳐지는 미사성제는 그 제관과 제물이 같으므로 본질적으로 똑 같은 제사이다.
다만 십자가상 제사는 피 흘림의 제사임에 반해, 미사성제는 주님의 명에 따라(루카
22, 19) 피 흘림이 없고 빵과 포도주의 제헌이라는 것과 또한 십자가 제헌은 그리스도가
직접 제헌하셨지만 제단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임명한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의
손으로 세상 끝날 까지 봉헌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 고해 성사 > p226
- 고해성사는 세례성사로써 받은 하느님의 생명을 죄로 말미암아 잃었을 때 인간의
회심과 하느님의 용서로써 이를 다시 회복시켜 주시는 예수님께서 직접 제정하신
화해와 치유의 성사이다. 그러기에 고해성사를 화해의 성사라고도 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시기 위해 오셨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육신의 질병만
기적으로 고치시고 영혼의 질병을 돌보지 않으셨다면 이는 ‘의사’ 일 뿐이지 ‘구세주’는
아니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최대 사명은 사람의 영혼을 죄의 사슬에서 해방시키는 데
있으며, 그 이름에서부터 이 진리의 중대성이 드러나고 있다.
(예수 = 구세주 = 임마누엘 =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 예수님께서는 고해성사를 세우실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이렇게 이르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 21-23)
라고 하신 말씀은 고해성사를 직접 세우시며 하신 선포의 말씀이다. ...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
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린 5, 19-20)고 하신 말씀 중에 우리라는 말은
곧 사도 바오로와 같은 사제, 즉 오늘날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거행할 수 있는 사제
(신부, 주교)들이다.

- 고해성사를 받은 후의 느끼는 기쁨과 평화는 이 세상이 주는 기쁨과 평화가 아니다.
이 성사를 받아 보지 못하고서는 누구도 느낄 수 없는 그런 기쁨과 평화이다. 그리고
어떤 죄를 짓고 나서 바로 고해소로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요소
들이 있다. 첫째, 지은 모든 죄를 정확히 알아내고(성찰) 둘째,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며
(통회) 셋째,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굳게 결심하고(정개) 넷째, 알아낸 죄를 겸손되이
숨김없이 고백하고(고백) 다섯째, 사제가 주는 보속을 실행해야 한다. (보속=기워 갚음)
그리고 고백한 죄를 들은 사제는 이를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며,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해비밀이 누설된 적이 없다. 물론 누설을 강요
하는 권력에 맞서 용감하게 순교한 사제들은 역사적으로 많이 있었다.

- 교부들 중 성 아우구스티노는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후세에 치욕을 당하지
않게 하시려고 현세에서 죄를 고백하도록 마련하셨다. ... 누구든지 ‘나는 하느님께
직접 죄를 고백한다’든가 ‘하느님 앞에서 고백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렇다면 ‘하늘의 열쇠를 교회에 맡기신다’는 말씀은 헛소리가 된다. 우리가
무엄하게도 복음서와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대로 없애 버리겠다는 것인가?” 이렇게
고해성사는 예수 친히 세우신 성사로서 초대 교회 때부터 전래되어 온 은총의 성사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죄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고해성사와 뉘우침 그리고 보속을 통해
세례 받았던 순결함으로 우리의 영혼을 회복시킬 수 있다.

< 성품성사(聖品聖事 > p234
- 사도들은 주 예수님으로부터 권능을 받은 이들이고, 그 사도들의 후계자인 사제들은
사도들로부터 그 권능을 계승한 사람들이다. 그 권능을 전수하는 것을 성품성사라고
한다. 성품성사를 받아야 비로소 사제, 즉 신부가 되어 미사성제, 성사 집행, 신자
교도의 권능과 자격을 가지게 된다. 성품성사는 주교가 수여한다. 성품성사 수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교는 사제들 가운데서 교황으로부터 주교로 임명된 사람으로서 반드시
주교권 전승을 위한 성성식(成聖式)을 거친 주교만이 성품성사를 행할 수 있다. 성품
성사는 우리 주 예수님께서 몸소 제정하신 것으로서 교회 창립 이래의 전통적 제도이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요한 17, 18).
그리고 이들인 사도들은 또한 그 후계자들에게 신품권을 주어 세상에 보낸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 그들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들을 뽑아 사도들 앞에 세웠다.
사도들은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였다”(사도 6, 3-6) 사도들은 뽑힌 이들을 부제로
삼으셨다. 바오로 사도도 티토와 티모테오를 자기의 계승자로 세웠으며, 이들에게도
다른 적임자들을 뽑아 사제나 주교로 세우라고 분부하였다.

1) 사제의 독신 생활
- 사제들은 그 양떼들을 성사(聖事)의 비옥한 목장으로 인도하는 목자이다. 사제는
복음의 진리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낳은 영적인 자녀들에게 생명의 양식을 나누어
주는 영적 아버지이다.(1코린 4, 15). 사제는 죄를 고백하는 회개자에게 죄 사함을
선언하는 재판관이며 추악한 죄악의 질병으로 사경을 헤매는 영혼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의사이다. 또한 구원의 진리를 설교하는 사람이자 모범적인 성직자이기에 그
직무를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 가톨릭에서는 그 성직자인 사제에게 일생 독신으로
지내기를 엄명한다. 사제들은 예수님을 따르고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로서 예수님
께서도 동정을 칭찬하시고(마태 19, 11-12) 몸소 동정의 모범(독신)을 보이셨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가 되려면 먼저 자기를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따라 오라고 하셨다(마르 8, 34). 십자가의 길을 부르짖는 성직자로서 부부간의
향락과 단란한 가정생활의 감미로움을 즐겨 가면서 어떻게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다”(마태 19, 27)고 말할 수 있겠는가? ... 예수님께서 독신 생활을 강요하신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말씀과 행동으로 이를 적극 권장하셨으므로 교회에서는 점차
성문화하기에 이르렀다.

2) 사제 독신 제도의 반대 이론
- 가톨릭교회는 독신 생활을 결코 강요하지 않고 오로지 각각 자유의사에 맡길 뿐이다.
이는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은총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의 십계를 받기 전에 사흘 동안이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여자를 멀리하였다면 일생 동안 하느님의 십계를 강론하고 주님의 복음을 가르치는
성직에 있는 사제는 평생 여자를 멀리해야 할 것이다. 유명한 개신교 목사 톤다이크의
말을 인용해 본다. “바오로(바울) 사도는 비록 부부 사이일지라도 기도를 위하여 한동안
동침하지 말도록 권하였으나 지극히 거룩한 미사를 날마다 거행하는 사제들은 일생을
동정으로 지냄으로써 정결한 생활을 하는 것은 마땅하다” 라고 하였다.

* 사제와 관련한 복음의 말씀들 정리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을
하신 예수님께서는 매일 사제들을 통해 오신다. 오늘날 사제들의 말은 모든 언어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그분의 복음 말씀의 반복인 까닭이다.
-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르 16, 16)라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사제들의 사제적 활동을 통해 오신다. 그것이 우리의 구속자요, 구세주이신 그분
께로 모든 사람을 데려가는 활동인 까닭이다.
-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 19:1코린 11,24)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온 세계에서 사제들에 의해 행해지는 사제들이 제관이 되는 ‘성찬 전례
(미사)’를 통해 날마다 우리에게 오신다.
-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다”(요한 20, 23)라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사제들이 집전하는 화해의 성사(고해성사)”를 통해서 오신다.
- “나는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라고 하신 예수님
께서는 사제들이 성직자로서 집전하는 모든 성사들을 통해 오신다.
-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 16) 사제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 사제들을 위한 기도, 수도자들을 위한 기도 *



[ 5. 성모님 ] p249

1) 동정녀 마리아를 성모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그분을 공경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 예수님이 사시던 곳과 활동하시던 곳을 성지(聖地)라고 한다면,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하시고 열 달 동안 그분의 감실이었다가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를 성모(聖母)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성서에 나타난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단순하고 완전한 신앙으로
받아들여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것을 수락하셨고(루카 1, 38), 그렇게 하심으로써
신이요 인간이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낳아 주셨다(루카 2, 7). 그 수락은 지금 생각하면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루카 1,48)라고 일컬어 영광스러운 일이겠으나,
그 당시는 처녀가 아이를 낳으면 돌로 쳐죽임을 당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희생을 감수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리아의 생애는 침묵 속에 숨겨져 있지만
인간을 그리스도께 다가가게 하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셨음을 성서의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구약에 예언되신 마리아(창세 3,15: 이사 7,14)는 우리 구원의 협조자로서 활약
하셨고(루카 1,30, 38), 십자가 아래서 사도 요한을 대표한 우리의 어머니도 되시며
(요한 19, 26-27), 전 생애를 통해 볼 때 교회의 모범이신 마리아이시다. 또한
우리가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인다면 그분을 낳으신 마리아도 마땅히 공경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마땅히 일이다.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는
마르틴 루터나 칼빈 등 종교개혁자나 또는 매우 열심하고 주님으로부터 은사를 많이
받은 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애통해하고 통곡한다 한들 당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을 직접 보시는 그의 어머니 마리아만큼 애통해 할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성서에 성모님에 관한 말씀이 너무나도 많이 쓰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에서는 성탄 때에 마지못해 읽는 탄생의 성서 구절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 무시하거나 일부러 곡해하여 해석한다는 사실이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개신교(특히 한국) 신자들도 다음의 성서 말씀은 널리 읽고 묵상해야 한다.

* 가브리엘 천사의 구세주 탄생 예고(루카 1, 26-28), 하느님 성부께 순명(루카 1,38),
성령으로 잉태(루카 1, 35), 예수님을 지상 삶에 태어나게 하심(마태 1, 18-25 ;
루카 2, 1-7), 성전에서 그분을 봉헌(루카 2, 22-38), 폭군 헤로데의 칼날을 피하심
(이집트로 피신/ 마태 2, 13-15), 성모님의 침묵(루카 2, 19), 예수님은 부모에게
순종(루카 2, 51), 성모님의 확고한 믿음(카나의 기적/ 요한 2, 1-12), 골고타의
그 비통한 순간에도 가까이 계심(루카 23, 28), 우리 인류의 어머니임을 확인(요한
19, 25-27),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뒤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피를 씻기심(피에타/
루카 23, 53).

- 오직 ‘성경, 성경’만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이 같이 중요한 성서 말씀들은 애써 의식적
으로 외면하면서도 그 어머니를 헐뜯고 비방한다면 크게 후회할 것이며, 이 세상에서
참회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할 경우 저 세상에서는 크게 “울며 이를 갈 것”(마태 24,
51)이다. ... 성모님께서 지니신 모든 것은 다 자비로우신 예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또한 성모 마리아를 경애하고, 공경하며, 찬미하는 것은 곧 그의 아들 예수님께 대한
지극한 애정과 충성의 표현이며 주 예수님의 탄생과 구속의 은혜를 영원히 기념하려는데
있다.

2) 마리아는 평생 동정녀이시다.
- 예수님을 마리아의 ‘맏아들’이라고 했으니 필경 다른 자녀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다 풍속에는 처음에 태어난 아들을 그 후 다른 자녀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맏아들’
이라고 불렀다. 하느님께 봉헌하는 법이 있었으므로 외아들보다 맏아들이란 법률적
용어를 쓰게 된 것이다. 우리 주 예수님은 ‘독생 성자’, 즉 외아들이시지만 히브리서에는
“맏아드님을 저 세상에 데리고 들어가실 때”(히브 1,6)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하느님의 둘째, 셋째 아들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 구약 시대에 하느님이 택하신
백성은 ‘이스라엘’뿐이었지만 “이스라엘은 나의 맏아들이다.”(탈출 4, 22)라고 하시었다.

- 또 성서에는 ‘예수님의 형제’라는 말이 있어 마리아에게 다른 자녀들이 있다는 말은
성서를 신중히 읽지 못한데서 오는 추측과 잘못된 자유 해석에서 오는 오해이다. 성서에
‘예수님의 형제’라는 말은 마태오 12장 46절 등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형제라는 야고버, 요셉, 시몬 유다 등은 자세히 읽어보면, 마리아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다른 마리아가 낳은 자식임을 알 수 있다. 개신교에서는 성서의 기초가 되고 초기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성전(聖傳)을 내버렸으니 부득이 이를 성서로
증명할 수밖에 없겠다. 성 마태오는 십자가 밑의 여인들은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버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마태 27, 56/마르 15, 40)라고 기록
하고 있다. 성서에는 ‘형제’라는 말이 더 넓은 의미에서 쓰이고 있다. 친척을 형제라
부르기도 하고 숙질간, 당숙, 당질간, 이숙, 생질간에도 형제라고 부르기도 했다.

- 가톨릭교회에서는 동정 생활을 매우 귀중하게 평가한다. 십 수 세기를 거쳐 오면서
교회 안에는 수많은 동정 남녀들이 있어 왔고 지금도 있으며 또한 수많은 동정 부부도
있어 왔다. 예수님 탄생 전후 시대의 환경으로서는 나이 든 처녀가 동정 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으며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그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의 생활이
안전했던 것이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도 이런 동정 동거 생활이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생아 대우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요, 성모 마리아가 부정한 여자로
몰리어 율법의 제재, 즉 돌로 쳐죽임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평생 동정은 초대 교회 때부터 일치하여 인정되어 왔다. ... 가브리엘 천사 앞에서 엄숙히
동정을 밝히신 성모 마리아로서는 허원(許願)한 그의 동정을 파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며,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보존된 그 동정을 헌시짝처럼 버렸을 리도
만무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 35)라며 정결을 보전하여 주신 마리아를 속화(俗化)하는
주장은 곧 하느님과 외아들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것이요, 성령을 모독하는 무서운 일이다.

3) 복되신 동정마리아는 원죄에 물듦이 없이 태어나셨다.
- 인간의 죄에는 원래 원죄와 본죄가 있다. 원죄는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을 거슬러
지은 죄로서 그 후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원죄에 물들어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태어난 이후 짓는 죄를 본죄라 하는데, 원죄와 본죄는 우리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깨끗이
사해진다. 그런데 복되신 동정 마리아는 잉태되실 그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또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털클만치도
원죄에 물들지 않고 보전되셨다는 의미이다. 성모님은 예정되어 있기에 우리와 달리
매우 특별한 방법으로 미리 구속되셨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상경지례를 드린다. 성모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은 창조, 구원, 성화의 구세사적 과정을
통해서 보아야 한다.

-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 나는 너(뱀)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 14-15). 이 말씀에 등장하는 여인은
성모마리아요, 그 후손(아들)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뱀은 마귀(사탄)이다.
이것은 고금의 성서학자들(개신교 포함)의 일치된 해석이다. 창조주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그의 아들을 인간으로 태어나게 하심에 있어 그의 어머니 마리아를 미리 원죄에
물듦이 없이 태어나게 하셨다. 성 야고버 사도로부터 유래하는 전문(典文)에는 성모님께
대해 “지극히 거룩하시고 무구(無垢/순수하고 깨끗함)하시고, 지극히 영화로우신 평생
동정이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라는 구절이 있다. 성모의 무구는 곧 성모의 원죄에 물들지
않으심으로 이해한 말이며 이는 초대 교회 이래 확고하고 불변한 이해이다.

4) 그렇다면 성모 마리아께 기원함은 옳은 일인가?
-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모마리아를 공경할 뿐만 아니라 성모 마리아의 전구(轉求)를
요청하며 기도한다. 이것은 사도신경의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기 때문이다. 개신교
신자들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목사나 장로 또는 열심한 신자 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여
서로 도울 수 있거늘, 모태에서부터 천사들의 노래 가운데 싸여 영광스러운 승천시까지
한결같이 결백하신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부탁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며 또
기도의 힘은 우리보다 얼마나 더욱 크시겠는가? ... 비록 가톨릭 신자가 아닌 유명한
시인 애드거 알렌 포오도 하늘의 성모님께 기도드리기를 꺼리지 않았다. 성모님은 우리와
함께 기도하시기를 좋아하시며, 우리가 선과 사랑과 성덕의 길을 걷는 데 필요한 모든
은총을 청하는 전구의 어머니이시다. 평생 동정이신 어머니는 죄 중에 있는 그분의 자녀
들이 회개로 마음이 변화되어 주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은총을 얻어 주시고, 온갖 고통과
병든 그분의 자녀들을 위해서는 모든 고통의 의미를 깨달아 그것을 유순히 받아들이며
사랑으로 봉헌토록 도우신다. ‘주님의 뜻’에 대한 자녀다운 신뢰와 순종으로 스스로의
십자가를 지게 하는 은총을 얻어 주시며, 그분의 선량한 자녀들을 위해서는 선에 항구하는
선물을 얻어 주신다. 그분의 모성적 임무는 또한 지금도 세상에서 자행되는 엄청난 악에
대해 보상을 바치는 임무이다.



[ 6. 회심 ]

< 회심(回心) > p270
- 어느 날, 가톨릭으로 회심할 것을 굳게 결심하고 성모 마리아께 도움을 청하였다.
감격에 찬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 미풍을 타고 천상의 어머니 말씀이 들려오는
듯하였다. “아들아, 어서 성당을 찾아가거라. 지금 사납게 날뛰고 있는 내 원수가 얼마나
너를 속이며 유혹하고 있는지 결국 그는 너를 가로막아 내 아들 예수님과 내가 있는
곳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거짓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들이 많은
시대여서 숱한 영혼들을 멸망으로 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아라.
나의 모성적 임무는 내 성자 예수님 대전에 너를 위해 날마다 바치는 전구의 의무이며
주의 깊고. 근심 깊은 엄마로서 너로 하여금 선과 사랑과 성덕의 길을 걷는 데 필요한
모든 은총을 청하는 것이다. 어서 성당을 찾아가거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아라. 원죄 없는 너의 엄마가 이토록 너의 곁에 있지 않느냐?” 그래서 황급히
인근 성당으로 달려가 제대 앞에서 통회의 기도와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그 후 6개월의
교리교육을 거쳐 당시 본당 주임 신부(임화길 신부)로부터 안토니오라는 세례명과 함께
회심된 가톨릭 신자로 새로 태어나게 되었다.

- 성모님은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하여 주신다. 때문에 그분은 우리가 예수님께로
가는 통로이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성부께로 인도해 주신다. 때문에 예수님은
우리가 성부께로 가는 통로이다. 한편 성모님은 선한 이들과 주님께 봉헌한 이들, 사제
들과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교회가 지고 가야 할 크나큰 십자가를 예수님의 피에 결합
시키며 특히 사제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예수님과 예수님의 복음에 충실하고 거룩한
성직자가 되도록 전구해 주신다. 때문에 역사적으로 또는 지금 우리 주위에 거룩한 사제,
거룩한 주교, 거룩한 교황 분들을 눈 여겨 볼 때면 그분들이 성모님께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우리는 같은 자녀로서 느낄 수 있다.

< 이 분이 네 어머니이시다 > p274
- 오늘은, 성자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고통의 어머니’인 성모님
곁에서 지내고 싶다. ... 모자(母子)는 하나이고, 똑같은 고통의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올라가신다. 그분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핏방울들이 어머니의 눈에서 쏟아
지는 한정 없는 눈물과 하나가 된다. 그분의 머리에 들씌워진 ‘가시관’은 어머니의
심장을 찌르는 예리한 칼이 되고 상처로 뒤덮은 그분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진 어머니의
영혼을 반사하는 거울이 된다. 모자는 함께 ‘골고타’ 꼭대기에 이른다. 함께 형구에
달려 함께 못 박히신다. 함께 단말마(숨이 끊어질 때의 마지막 고통)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신다. 그분을 욕하며 모독하는 자들의 외침 소리를 함께 듣고 못 박은 자들을
함께 용서하시고, 함께 기도하시고, 함께 사랑하신다. 성부께 저버리심을 함께 느끼시고,
함께 성부를 신뢰하며, 그분께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린다. 마침내 모자는 함께 죽는다.
예수님께서는 몸으로 죽으시고, 그 어머니는 마음으로 죽으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것이 기적이지만 그것은 엄마로서 아들의 임종을 도우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님의 부활과 그분이 보내시는 성령을 맞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 “이분이 네 어머니이시다”(요한 19, 27). 이로써 어머니는 그분에게도 우리에게도
한 어머니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형제이다. 여기 십자가 아래에 어머니는 아직도 기적적
으로 살아 계신다. 우리 모두가 다시 태어나 주님 안에서 주님을 위해서 살아가도록
‘엄마’로서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구원하신 모든 사람들은 오늘
부터 모두 다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의 자녀들이다. 어머니는 세상 끝날 까지 모든 시대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이시다. 지금 어머니는 우리를 당신 아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보고
계신다. 예수께서 영광에 싸여 다시 오실 그 마지막 날 그때 비로소 어머니의 영적
‘모성’도 드디어 완성될 것이다. 모든 형제들이여! 특히 개신교 형제자매들이여! ... 주님
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부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을 고치고
함께 기도하자. 함께 공경하고 함께 사랑하자. 그렇다고 그분은 여신(女神)도 아니요,
유일 구세주도 아니며 다만 우리를 구세주께 가까이 가기만을 바라시는 구세주의 어머니
이실 뿐이다.

* 기도문 * 예수님과 어머니 마리아 *

< 성모님께서 전구해 주신 기도의 체험 > p279
- 회심(개종) 직후 성모님께 전구하여 얻은 소중한 기도의 체험이 여럿 있으나 한 가지만
소개한다. * 성모님께 전구하는 묵주기도로 기적같이 뜻밖의 도미 유학생으로 선발됨 *

- 예수님은 우리가 성부께로 가는 통로이다. 흔히들 구약의 시대를 성부의 시대라 하고
신약 시대를 예수님의 시대라고 하며, 지금 이 시대를 성령의 시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거룩하신 성령께서 활동하시는 곳에는 언제나 성령으로 잉태하신 성모님께서도 함께
하신다. 오랫동안 구약의 백성들이 기다려 온 메시아로서 성부께서는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다. 또 부활 승천하신 후 “죄와 정의와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꾸짖어
바로 잡아 주시고‘(요한 16, 8) ”모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한 말을 모두 되새기게 하여 주시기 위해“(요한 14, 26) 성령을 보내시어 ”주님을
증언하게“(요한 15, 26) 하신다. 그러나 그분의 몸인 교회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지금,
예수님은 성모님을 이 땅에 보내시어 오래전 남미 멕시코의 ’과달루페‘에서 발현케 하신
것처럼 최근에 와서는 1830년 프랑스 파리의 ’뤼뒤박‘을 시작으로, 1858년엔 프랑스
’루르드‘에서, 또 1917년에는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그리고 ’라셀레트‘와 아일랜드의
’노크‘, 벨기에의 ’바뇌‘ 등 세계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발현케 하시어 ’인류의 회개‘로
예수님께 돌아오라는 호소를 하셨다. 그러나 아직도 이를 믿지 않고 실현하지 않은 사람
들이 많아서인지 1981년부터 옛 유고의 ’메주고리에‘에서는 오늘까지 주기적으로 성모님이
발현하고 계신다.

* 기도 < 성모님 > - 성베르나르도 *
'성모님을 따르니 길 잃지 않고, 성모님께 의지하니 실망하지 않고, 성모님을 생각하니
헤매이지 않네. 성모님이 붙드시니 떨어지지 않고, 성모님이 감싸 주시니 두렵지 않네.
성모님이 이끌어 주시니 지치지 않고, 성모님이 도와주시니 목표에 이르도다.'



[ 7. 맺는 말 ]

< 맺는 말 > p294
- 교회는 가시적 구원의 실제로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화신(化身)인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현존으로서 그리스도 자신의 사명을 역사 과정 속에서 수행하여 가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구원과 은총의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또 교회는 하느님을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아버지로 이해하며 만인에게 펼쳐진 하느님의 구속적 사랑을 찬미하고
전파한다. ... 주님의 몸은 하나이시고 거룩하시다. 또한 주님이 직접 세우신 교회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지 만인을 위해 열려 있는 보편된 교회이다. 주님은 승천하시기 전
이 교회를 제자들로 하여금 이어가도록 하시었다. 신약성서에 나와 있는(마태 16, 18)
교회는 주님께서 직접 세우신 가톨릭교회이다. 세상에는 주님의 이름으로 세워진 교회도
많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이 하나요, 계시된 진리도 하나요, 우리 앞에 놓여진 축복과
멸망의 두 길 중에서 주님이 우리에게 제시하신 길도 한길이듯 그 길을 걷는 우리 모두는
한 몸의 지체들로서 한 교회를 이루어야 한다. 이는 우리의 회개와 성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또 보이는 표징으로 주님의 ‘살’인 ‘빵’과 주님의 ‘피’인 ‘포도주’를 말씀의
한 식탁에서 함께 먹고 마심으로써 더욱 가능하다.

-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묵상하며 그것을 매일의 생활에 옮겨 가고 있다. 주님의 부활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무겁고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이 선행됨을 지금에서야 겨우 체험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죽으면서 사는 부활의 기쁨을 말이다. 그것은 주님께서 거저 주신 선물
이기에 ‘부귀와 영화 같은 것은 원하는 사람에게나 주시라’라고 기도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것이 주님을 가까이 하는데 장애가 될지도 몰라서이다. 주님을 가까이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필리 3, 8). 이것은 또 사도 바오로
처럼 “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 8)임을 매 순간 확인하며 사는 길밖에 또 다른
행복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적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항상 깨어 있으면서 온갖 영적
원수와 대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내 무기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며, 또한 거룩한
묵주기도이다. 그리고 제 방패는 진리와 정의와 올바른 믿음이다.

- 이 글을 마치면서 그 아들의 부활을 기뻐하시는 천상 어머니를 한 번 더 묵상해 본다.
그분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시는 듯하다. “예수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어야 할 아들딸
들아, 온 우주의 기쁨에 참여하여라. 너희의 주님께서 부활하셨다. ‘게세마니와 골고타’의
어두운 시간은 지나갔다. 그분께서 겪으신 배반, 재판, 단죄, 골고타, 임종의 고통, 숨을
거두심과 새 무덤을 통해 이루어진 신비, 그분은 부활하시어 너희 가운데에 살아 계신다.
기쁨의 어머니인 나와 함께 한껏 기뻐하며 사랑의 일치를 이루자”. ...

* 의심의 안개 걷히고, 근심의 구름 없는 곳, 기쁘고 참된 평화가 거기만 있사옵니다.
내 주를 따라 올라가 저 높은 곳에 우뚝 서 영원한 행복 누리며 즐거운 노래 부르리.
내 주여, 내 발 붙드사 그곳에 서게 하소서.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아멘

- # 088 독서 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089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2.10.31.

[ 책 이름 : 사랑의 광채 속으로 ]

- 지은이 : 인게보르그 오베레더
- 옮긴이 : 성 글라라 익산수도원
- 펴낸데 : 도서출판 한빛, 출판 : 2014.12.25. 76p
- 내용 : 성체(聖體) 흠숭 길잡이


[ 표지의 글에서 ]

이 책은 성체 흠숭의 중요성, 그 의미를 쉽게 이야기하면서 작지만 뜻 깊은 예화로
성체신심의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체를 사랑해 가는 사이에,
누추한 우리의 몸과 영혼도 어느덧 하느님 흠숭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 추천의 말 ]

- ‘성체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천주성, 영혼, 하나된 몸과 맘의 피, 즉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체적으로, 실제적으로 담겨 계신다.’(트리엔트공의회, 덴싱, 1651). 이 책은
성체흠숭을 더 풍요롭게, 심화케 하는 길잡이입니다. (‘표지의 글’ 내용으로 생략)
그 분은 우리의 업적이 아니라 사랑을 원하십니다. 그분의 현존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 분이 우리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 분은 우리를 바라보시고, 우리는 그 분을 바라
봅니다. 그 분은 오직 그대 혼자만을 위해 여기 계시니, 그 분의 현존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 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받아주십니다. 성체 안에 계시는
그분의 신적 광채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분 앞에 단순히
머물러 앉습니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성체 앞에 앉습니다. 성체 예수님, 저는 당신을 신뢰
합니다. 어려움 속의 세상을 성체 예수님께로 인도합니다. 성체 앞에서 우리의 신앙을
쇄신합니다. 성체 예수님 그 분께 희망을 둡니다. 성체 예수님께 온 세상 모든 이가 하나
되기를 청합니다. 성체 예수님께 모든 두려움, 걱정, 근심을 다 맡깁니다. 성체 앞에서
모든 이를 용서하면, 마음 속에 가득히 평화가 옵니다. 성체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현존을
느낌니다. 성체 예수님 앞에서 침묵 중에 귀를 귀울입니다. 성체 예수님, 당신은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 아시나이다. 성체 예수님, 당신께 저의 모든 흠숭, 찬미, 영광, 감사,
사랑을 봉헙합니다. 성체 예수님 그 분 곁에 단순히 머루릅니다. 성체 예수님 앞에서
성서의 한 말씀, 한 장면씩 떠올립니다. 그 분의 말씀은 고요함 중에도 살아있고 힘이
있게 합니다. 성체 예수님 앞에서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성모마리아를 초대합니다.
- 윤 크레멘트 신부


[ 머리말 ]

- 예수님을 향한 갈망은 그대를 성체 흠숭으로 인도합니다. ... 이 책자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 앞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아주 소중
하게 여겨지는 성인들의 생각들과 현대인들의 체험을 여러 가지 내용으로 정리하여 보았
습니다. 이 책이 성체성사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더욱 깊게 하여,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체성사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 뵙는 시간은 나에게
결코 아까운 시간이 아니다!” - 저자 인게보르그 오베레더

# 참고 : 본문의 글은 존대어로 되어 있으나 일반어로 독서 메모함.

[ 본 문 ]

< 1.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

- * 그대는 변화를 위해 주님 대전(미사성제)에 나왔다. * 그대는 흠숭(欽崇)으로 변화
되어야 하고, 변화될 것이다. * 흠숭하는 동안 그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대가 흠숭하는 시간은 ‘무익한 시간’이 결코 아니다. 흠숭에서 관건은 지식을 얻는
것도 어떤 프로그램의 시행도, 일정한 기도에 동화되는 일도 아니다. 그리고 현명한
생각이나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다. 주님 곁에 머물러 있는 일, 그래서 그 분 사랑을
맛 들이는 일이 관건이다. 그대는 어떤 속박도 없이 머물러 있으면 된다. 그분 앞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냥 머물러 있자.

- * 그 분은 어떤 ‘업적’이 아니라 그대의 사랑만을 원하신다. * 그 분의 그대의 일부가
아니라 그대 존재 전체를 원하신다. * 그 분은 인격인 그대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한없이 중요하게 여기신다. * 그 분은 그대의 현존과 그대의 시간을 원하실 뿐, 그밖에는
아무것도 원하시지 않는다. * “주님, 당신께 제 시간을 드리오니, 저에게 영원을 주십시오.”
* 그 분의 현존 안에 머물러 있자. 그러면 그 분은 그대를 변화시킬 것이다.


< 2. 그 분은 여기 계십니다 >

- 아르스의 성자는 학자도 수도원 창설자도 지성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성인품에 오른 본당 신부이다. 그의 강론은 대단히 단순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강론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신자들은 본당 신부가 강론한 바를 그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끔 강론을 중단하고 강론대에서 몸을 돌려 감실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감실 안에 계시는 주님의 현존에 깊은 감동을 받아 그는 “그 분은
여기 계십니다.”외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 *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자! * ‘예수님, 당신은 여기 계십니다.’라는 말을 계속 반복
하자. 이런 반복을 통하여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믿음이 성장하는 것이다. * 그대는
예수님의 실재적 현존을 거듭 의식함으로써, 성체 앞에서 많은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그대의 성호경, 무릎 꿇음, 모든 외적 자세는 하느님의 이런 현존에
의해 이루어진다. * 그대는 귀한 손님에게 틀림없이 관심을 한껏 보여 드릴 것이다.
따라서 주님이신 예수님께 그대의 온전한 관심과 사랑은 드리는 것은 얼마나 더 마땅한
일이 되겠는가!


< 3. 그 분은 저를 바라보시고 저는 그 분을 바라봅니다 >

- 그대가 성체 앞에 머물러 있으면, 예수님의 자애로운 눈빛이 온전히 그대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시선은 한없는 사랑에 가득 차 있다. 그 분의 눈빛은 그대를
치유하신다. 그대를 고통스럽게 하고 그대를 짓누르는 모든 것을 낫게 하신다. 그 분은
그대를 결코 심판하지 않으신다. 그 분은 그대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치유하길
원하신다. * 그 분은 그대를 바라보신다. 그 분 곁에 사랑으로 머물러 있는 일, 이것이
바로 그대가 해야 하는 모든 것이다.

- * 그 분께서 그대를 사랑하시게 하자! * 사랑에 가득 찬 그 분의 눈빛이 그대에게
내리도록 하자. 그러면 그 분은 그대를 치유하실 것이며, 그대를 그 분의 모습으로
만드실 것이다. 예수님의 이런 사랑에 대한 가장 합당한 응답은 그 분의 사랑스런
눈빛에 그대 자신을 내맡기는 일이다. 만일 그대가 그 분의 눈빛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
다면, 그대는 아마 한 걸음 더 내딛고 싶어 할 것이다. 곧 그대는 그 분 사랑의 눈빛에
그대의 사랑스런 시선으로 응답할 것이다.


< 4. 예수님은 오직 그대를 위해, 그대 혼자만을 위해 여기 계신다 >

- 마더 데레사는 대단히 훌륭한 여인이었으며, 성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위대한 모습
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유한한 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한 인간(마더 데레사)이
그대(인도의 어떤 젊은 부인)에게 오롯한 관심을 보여주셨듯이 한다면, 예수님은 얼마나
더 그러하시겠는가? * 그대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그 분의
오롯한 관심과 사랑은 오직 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 그 분은, 마치 그대가 이
세상에 유일한 사람인양 오직 그대만을 위해 여기 계신다. * 그 분은 전적으로 그대를
향해 계신다.

-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은, 마치 이 세상에는 그대 외에 없다는 듯이 그대를 위해
거기에 계신다. * 예수님이 오직 그대만을 위해, 그대 혼자만을 위해 여기 계신다고
생각하자. * 이런 복된 진리를 맛들이자. * 주님께서 오직 그대만을 위해, 그대 혼자
만을 위해 여기 계신다는 확신으로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러 있자.


< 5. 예수님이 그대를 무한히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대는 한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

-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 곁에 있으면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는 법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일은 그 영혼에게 좋은 샘처럼 효과가 있다. 성체 안에 겸손하게 숨어
계시는 주 예수께서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사랑과 존경에 가득 찬 마음으로 받아
들이신다. 사랑과 겸손에 능한 사람보다도 더 기쁘게 받아주신다. 그 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신다. 주님에게서 사랑받기 위해 그대가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님께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그대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대가 가련할수록 주님께서는 그만큼 더 그대를 사랑
하신다.”고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는 증언한다. 파스칼은 “우리가 가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분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라고 표현했다.

- * 그대는 흠숭하는 시간에 주님께서 치유하시는 현존으로 그대의 영혼 안에서 활동
하시도록 하신다. 그 분께서 그대의 모든 결점과 나약함과 더불어 그대 자신을 남김없이
받아들이신다는 확신으로 그 분 곁에 머물러 있자. * “예수님, 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주시니 감사드립니다.” 그대는 겸손하게 빵의 모습으로 계시는 주님의
현존 앞에서 그대의 건전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자긍심은 삶의 많은 부분에서
그대에게 참된 자유를 줄 것이다.


< 6. 믿음의 부진과 메마름에서도 그대 영혼을 태양에 맡기십시오 >

-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관여하지 않아도, 탁월하게 느끼지
못해도 작용한다. 기도와 흠숭의 대가였던 바우도인 왕은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권유한
적이 있다. “그대의 영혼을 태양이신 하느님께 내맡기시오. 비록 그대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지라도 경당에서 보내는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걱정하지 마시오. 햇볕에
그을리기 위해서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인내가 요구되는 법입니다.” * 그대는 성체
안에 계시는 신적 태양의 광채에 그대 자신을 내맡기자. 그대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지라도 태양은 빛을 발산한다. 우리는 지구를 비추는 태양과는 달리 그대는 그을음을
입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가 지상에서 태양의 많은 긍정적 작용들을 직접 알아
차리지 못하는 것처럼, 그대가 흠숭 중에 머물러 있는 신적 태양도 마찬가지이다. 신적
태양은 그대를 변화시키고, 그대를 치유하신다.

-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의 글에서 자신에게는 단 한 가지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자기 자신을 태양에게 내맡긴다는 것이다.
‘바람과 비’는 본의 아닌 분심, 의기소침, 신앙의 위기, 의혹이나 메마름 등을 의미한다.
* 그대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올지라도 신적 태양 안에 충실히 머물러라. 데레사처럼
그대의 보잘 것 없음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구름 뒤에는 태양이 항상 빛나고
있음”을 신뢰하며 동요하지 말자. 성녀 젤뚜르다가 영적 메마름을 느낄 때에 주님께서
그녀에게 들려주신 비유의 말씀처럼 주님께서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그대의 모든 분심과 메마름과 더불어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 나는 특히 가난하고 겸손한
그대를 더 사랑한다.’


< 7. 주님 수난의 기억 >

- 성체성사 안에서 그대는 그대의 구원자이신 구세주를 뵙고 있다. 예수께서는 세상의
구원자이시다. * 그대는, 예수님의 구원행위를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행위로 받아
들였던 사도 바오로의 다음 말씀을 그대 자신의 것으로 삼아라. “그 분은 나를 사랑
하셨고 나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 그대가 예수님의 수난을 통해 누리고
있는 구원에 대해 감사와 기쁨을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 그대는 감사
하는 마음으로 그분 앞에 단순히 머물러라. 에디트 슈타인 성인은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저의 기도는 항상 단순했습니다. 그중에서 최상의 것은 감사의 기도였습니다.”

- 십자가 상본은 분명 주님과 대화를 나누는 좋은 도구이다. 그러나 “당신 수난의 기억”인
성체성사 안에서 주님은 실제로 현존해 계신다. 십자가와 십자가 상본을 공경하는 것은
신앙인에게 당연한 것이다. 물론 신앙인은 그 상본이 묘사하고 있는 분에게 공경을 드린다.
하지만 성체 안에는 주님께서 직접 현존하여 계신다. 그 분은 그대를 위해 돌아가시고,
당신의 피를 통해 그대를 구원하셨던 주님이시다. * 만일 그 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그대가
무엇이 되었을지 한번 상상해 보자. * 그런 그 분께 감사드리자. 그 분께 거듭 감사하자.


< 8. 주님 부활의 기억 >

- 성체 안에는 우리 주님의 수난의 기억만을 남겨 두신 것이 아니라, 부활하시고 영광
스럽게 되신 주님께서도 실재로 현존하신다. * 그대는 성체 안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의식하자. * 그리고 찬미의 노래로 응답하자. * 그대와 함께 부활하신
분을 찬미하기 위해 천국의 모든 이를 초대하자. * “저희는 당신을 찬미 드리나이다.
당신을 찬양하나이다. 당신께 감사드리며 당신을 현양하나이다. 오 주님, 당신을 흠숭
하나이다.” * 그대는 부활하신 분을 찬미하는데 마음을 모아라. 그러면 새로운 기쁨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찬미의 노래는 그대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대를 주님께로 이끌 것이다. 찬미의 노래로 우리는 영원토록 행하게
될 일을 미리 앞당겨 행하고 있는 것이다. 찬미의 노래는 그대에게 천국의 한 부분을
보여 주고 있다.


< 9. 예수님 저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

- 파우스티나 수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고, 20세기에 예수의
자비를 전하는 사도로 불린다. 주님은 수녀가 환시 중에 보았던 ‘자비의 예수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라고 분부하셨다. 이 그림은 영광스런 주님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른손은
축복을 위해 높이 쳐들고 계시고, 심장에서는 피와 물이 흐르고 있다. 이 그림 아래에는
“예수님, 저는 당신을 신뢰합니다.”라는 말이 씌어져 있다. 그대와 온 세상을 끊임없이
강복하시는 영광의 주님은 지금 그대 앞에 계시고, 여기 성체 안에 현존하신다. 주님은
성체 안에서 실제로 우리를 축복하고 계신다.(‘자비의 예수님’ 상본은 부록2에서 첨부하였음)

- * 그대는 그 분의 축복 아래에 머물러 있어라. * 그대와 가까이 있는 모든 사람이
그 분의 축복을 받게 하자. * 그대가 기도해 주고 싶은 모든 이를 그 분 앞에 데려 오자.
* 곤경 속에 있는 온 세상을 그 분 앞으로 인도하자. 파우스티나 수녀의 환시에서 영적인
현실로 계시된 것은, 구세주의 성심이 항상 모든 이를 위해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주님은 당신 성심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상징하고 있는 성령을 우리에게 부어주실 채비를
언제나 갖추고 계신다. * 예수님의 성혈이 그대를 정화하시고 치유하시게 하자. * 예수님의
성혈을 온 세상 위에 부어주자. 성혈은 정화하시고 보호하시고, 치유하시고 거룩하게
하실 것이다. * 그대는 예수님의 성혈의 자비와 능력을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여 받아들이는
그릇이 되라. 지금이 그대에게는 성령을 효과적으로 간청하는 놀라운 기회이다. 물 없이
삶을 영위할 수가 없는 것처럼 성령 없이는 생명을 부지할 수 없다. 성령은 생명을 주시는
분이다.

- * 그대는 성령을 청하도록 하라. “오소서 성령님! 오시어 저를 충만케 하소서! 오시어
은사를 베풀어 주소서. 오소서, 성령님!” 성모님은 메주고리예의 예언자들에게 ‘성령을
모신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성령은 하느님의 첫 선물
이시다. 그 분은 하느님의 선물이시다. 성령께서 그대와 온 세상에 임하시도록 간청하는
시간으로는 흠숭시간보다 더 적절하고 더 좋은 시간이 없다.


< 10. 저는 당신께 용서를 빕니다 >

- 교황(요한 바오로 2세)은 우리에게 성체 흠숭시간에 세상의 죄를 보속하기를 청한다.
이런 지향을 지닌 기도를 천사는 ‘파티마’의 한 어린이에게 가르쳤다. “하느님, 저는
당신을 믿고 당신을 흠숭하오며, 당신께 희망을 두며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청하오니
당신을 믿지 않고 흠숭하지 않고, 당신께 희망을 두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 그대는 여기 성체 앞에서 그대의 신앙을 쇄신하도록 하라.
* 빵의 형상 안에 보이지 않게 숨어계신 주님께서는 진실로 여기 계신다. * 그대는 오직
그 분께만 희망을 두자. 그 분은 그대 사랑의 목표이시다. 오직 그 분만이 흠숭받기에
합당하다. 그대가 주님께 봉헌한 희생의 결실들은 그대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큰 죄를 범하고 있는 세상에도 베풀어진다. 이것이 바로 속죄이다.

- 속죄하는 일은 관대한 마음을 요구한다. 하느님의 관용에 있어서 결코 지나침이 없으
시다. 만일 그대가 속죄의 지향을 두고 흠숭기도를 바친다면, 그대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성모님은 ‘루르드’에서 ‘벨라뎃다’에게 ‘병든
세상을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하셨다. 성모님은 당신에게도 같은 말씀을 들려주신다.
“병든 세상을 위해 기도하라.” * 그대는 하느님의 사랑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그대의 신앙과 희망과 사랑 그리고 흠숭을 주님께 드려라. 큰 죄악과 불의에
허덕이는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여 보속하자. 그대의 속죄는 주님께 귀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그대의 사랑은 성장할 것이다. 사랑은 행할수록 더 자라기 때문
이다. 속죄하는 일은 그대를 점점 더 사랑의 대가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사도가
되게 할 것이다. 흠숭은 “초자연적 의도로 행한 업적”이다. 이것은 속죄하고 회개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흠숭은 가장 훌륭한 속죄행위이며, 가장 귀한 사도직이다.


< 11. 당신 교회에 일치와 평화를 주소서 >

- 주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의 일치를 간절히 원하셨다. 예수께서는 당신 생애의 마지막에
이르러 대사제의 기도에서 이 갈망을 표현하셨다. “아버지,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그리스도인 사이의 일치는 많이 손상되었다. 그리스도의 몸은 피를
흘리고 있고, 비참하게도 찢겨져 있다. 가톨릭교회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교황은
2000년을 맞이하는 중요한 교서 ‘제삼천년기’에서 교회의 일치를 위한 노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일치운동에 마음을 열고 이에 기여할 것을 호소
하였다. 일치를 위한 인간적 노력도 매우 필요하지만, 일치는 무엇보다도 주님께 간구
해야 되는 것이다. 일치는 성령의 선물이다. 그대가 일치의 성사 앞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치를 위해 간구한다면, 그대는 예수님과 그분 대리자의 간절한 소원에 상응하고
있는 것이다. * “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 모든 사람이 당신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소서.”


< 12. 저는 오직 그 분하고만 이야기할 줄 알았습니다 >

- * 그대는 흠숭 시간에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주님께 털어 놓자. * 그대의 기쁨과
고통을 자유로이 그 분께 이야기 하자. * 모든 것을 그 분께 신뢰하고 모든 이를 그 분께
맡기자.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기도를 다정한 친구와의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대를
분명히 사랑하고 있는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기도이다. * 그대는 주님께서 현존해 계심을
항상 의식하자. * 그분은 그대의 모든 관심사를 들어주신다. * 그분께 그대의 걱정과
두려움을 드리자. * 그대는 질책하려는 모든 사람을 용서하자.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평화가 들어올 것이다. * 모든 것을 그 분께 신뢰하고 모든 이를 그 분께 맡기자. 아마
그대는 곧장 예수님 곁에 고요히 머물고 싶은 갈망을 가질 것이다.

-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소화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침묵은 저의 기도지향을 표현
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감실 안에 계시는 신적 손님은 모든 것을, 감사의 정으로
가득 차 있는 어린아이의 침묵마저 이해하십니다.” 이처럼 그대는 침묵으로 그대의 지향을
주님께 표현할 수 있다. 그 분은 특히 침묵으로 그대를 만나실 것이다. 그 분께서도 그대
에게 무엇인가를 말씀하실 것이다. * 안토니오 마리아 글라셋 성인은 그대에게 이렇게
권고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오직 그 분만이 그대에게 하실 수 있는 말씀을, 그 분만이 알고
계신 방법으로 들려주길 원하십니다. 이를 위해 그대는 그 분의 현존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 침묵 중에 그 분께 귀 기울이자.


< 13. 하느님,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 당신은 아시나이다 >

- 미사성제와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이다. 우리의 마음은 예수님의 마음을
점점 닮아야 한다. 보다 더 그리스도와 같아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내면은 예수님의
정신에 사로잡혀야 할 것이다. * 그대는 단순한 반복을 통해 마음의 태도와 내적 자세를
견고하게 했던 성인들에게서 배우도록 하자. 그러면 예수께서 그대의 마음을 변화시키실
것이다.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는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저는 감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으면, ‘주님,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 당신은 아시나이다. ’라는 말 외에 주님께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그 대에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곧 사랑, 겸손, 감사,
신뢰, 봉헌, 흠숭 등을 반복하라. * “저는 당신께 모든 것을 드리나이다. 제 자신을
온전히 당신께 드리나이다. 저는 당신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맡기나이다.” * “저의
주님이시며 저의 하느님이시여! 저의 하느님이시며 저의 모든 것이시여!”

- 하느님은 그대의 내면을 알고 계신다. 그 분은 그대의 사랑과 감사, 갈망과 소원,
걱정과 두려움 등을 알고 계신다. 그대의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단순한 단어들을 반복
하여 기도하자. 예를 들어 그대는 예수께 대한 사랑을 심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반복하여 기도할 수 있다. * 예수님 – 저의 평화 * 예수님 – 저의 구원자 * 예수님 –
세상의 구원자. 혹은 성체 앞에서 누군가를 위해 간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반복
하여 기도할 수 있다. * 예수님 – 마리아 * 예수님 – 사도 요한. 예수께서는 마리아나
사도 요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신다.
그리고 그대의 지향도 아신다. 그러니 그대가 기도해 주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름
으로써 그 이름을 예수님의 현존으로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처럼 그대는 예수께서 이런 반복기도를 부담스러워하시지 않고
오히려 그대를 더 깊은 곳으로 인도하시어 평화를 누리게 하신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대 앞에 감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계신다.
그대 자신이 그 분의 사랑과 광채 속에 있음을 느껴라. * 그 분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그 분 곁에 단순히 머물러 있어라. 침묵이나 단순한 반복을 통해서 예수께서는 그대의
마음을 변화시키실 것이다. 그대는 참된 평화 속에 잠길 것이고, 그대의 중심에 다다를
것이다.


< 14.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십시오 >

- * 그대는 흠숭하는 동안 성서의 한 말씀을 생생하게 떠올리도록 하라. * 예수께서는
친히 복음에서 그대에게 말씀하신다.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자. * 복음의 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대 자신이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라. * 그러면 그대는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다. 복음에서 그대에게 말씀하시며 스승이신 예수께서 여기에 현존
하시기 때문이다. 성체 앞에서 묵상하기에 특히 좋은 말씀은 성모의 노래, 즈가리아의
노래, 주님의 기도, 시편이나 사도 서간의 몇몇 말씀들이다. * 그대의 마음에 드는
말씀을 택하여 그대의 내면에 생생하게 떠올리도록 하라. 그대의 공로를 드러내기 위해
적당히 묵주기도를 다섯 단 바치는 것보다 ‘우리 아버지’라는 단어만을 조용히 묵상하는
일이 더 나을 수 있다.

- 성 프란치스코에 관해 전해져 오는 말이 있다. 그가 주님의 기도를 바치려고 할 때
하느님의 사랑에 너무 사로잡혀, 곧 하느님 아버지와 형제자매들에 대한 감사와 놀라움과
사랑에 넘쳐서 기도의 시작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 성서의 한 구절이나 한
장면에 머물러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 예수님의 사랑을 맛보자
* 그분의 말씀은 고요 중에 그리고 그 분 사랑의 광채 속에서 살아 있고 힘이 있을 것이다.


< 15. 보시오. 그대의 어머님이시오 >

- 많은 사람들은 성체를 흠숭하는 가운데 성모마리아의 현존도 강하게 느낀다고 증언
한다. 이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마리아가 태중에 모셨고 베들레헴에서 낳으셨던
분은, 여기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같은 주님의 몸이시다. 그 분의 어머니가 계시는
가운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당신의 목숨을 바치셨던 분은, 성체성사로 우리에게
당신 수난의 기억을 남겨주셨던 같은 주님이시다. 지금 성당 안에 현존해 계신 분은,
십자가에서 그대를 당신 어머니에게 맡겨주셨고 마리아를 그대에게 어머니로 세워주셨던
같은 주님이시다.

- * 그대는 성체 앞에 머물러 있을 경우 그대와 함께 기도하시도록 마리아를 초대하자.
* 그대는 묵주기도를 바침으로써 그대와 함께 예수님의 삶을 살도록 마리아를 초대하신다.
교황 바오로 6세는 묵주기도를 구속을 위한 강생의 신비에 집중된 복음이라고 말씀하셨다.
묵주기도의 신비들은 분명히 그리스도론에 수렴되고 있다. 마리아보다 예수님께 더 가까이
계신 분은 아무도 없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계속하여 세상과 그대에게 아주 친밀하게
선물하시고자 한다. 그대는 마리아의 인도를 받아 예수님께 다가가라.


< 성체 호칭 기도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중략)..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성 토마스 성체 찬미가 >
“엎디어 절하나이다. 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니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삽기에 제 마음을 오직 믿을 뿐입니다. ..(중략)..
예수님, 지금은 가려져 계시오나 이렇듯 애타게 간구하오니 언젠가 드러내실 주님 얼굴
마주 뵙고 주님 영광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아멘.


< 맺는 말 >

- 여러 길잡이 책자들이 그대의 성체 흠숭을 더 풍요롭게 하거나 더 심화 키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대는 좋은 것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곧 그대의 마음에 드는 것을
잘 보존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대가 성령께 마음을 열어 그 분의
인도를 받는 일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그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그대는 결코
홀로 혹은 아주 작은 그룹으로 성체께 흠숭을 드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대와
함께 겸손한 모습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을 찬양하고 흠숭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몇 배로 더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 부록 1. 란치아노의 성체기적 >

- 8세기에 이탈리아 란치아노(市)의 성 레곤지아노 성당에서 최초이며, 가장 위대한
성체기적이 일어났다. 이 놀라운 사건은 한 바실리오회 수사신부가 성체안의 예수님의
현존에 의심을 품자 이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으로서 일어난 것이다. 미사 중 성체 성혈
축성 후에 제병은 살아 있는 살로 변하고 포도주는 살아있는 피로 바뀌었다. 이 피는
5개의 둥근 모양으로 응고되었는데 그 크기와 모양은 서로 다르고 고르지 않았다. 살로
변한 성체는 오늘날 뚜렷이 관찰할 수 있듯이 현재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는
제병과 같은 크기의 것이다. 1713년부터 성육은 나폴리 예술가가 정묘하게 돌에 새김
으로 꾸민 예술적인 은세공품인 성광 안에 보존되어 오고 있다. 성혈은 수정으로 만든
풍요롭고 매우 오래된 성작에 보존되어 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1252년
이래로 이 성당의 관리를 맡고 있다.

- 1574년부터 다양한 교회적 조사(입증)가 행해졌다. 1970년 저명한 과학자이며,
해부학과 병리조직학과 화학과 임상현미경 등 전반에 걸친 탁월한 과학자인 오도아르도
리놀리 교수에 의해 과학적인 조사를 했다. 이때 시에나 대학의 루게로 베르텔리 교수가
그를 도와주었다. 분석은 절대적이고도 의문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엄밀성을 띠고 행해
졌으며, 일련의 현미경 사진들과 함께 기록되었다. 이러한 분석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확인하였다. * 성육은 진짜 살이다. 성혈은 진짜 피다. * 성육은 심장의 근육조직을
이루고 있다. * 성육과 성혈은 인간의 것이다. * 성육과 성혈은 같은 혈액형(AB형)을
가지고 있다.* 성혈에서, 신선한 정상피의 혈청 단백질 범위에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정상적인 비율로 단백질이 발견되었다.* 성혈에서, 염화물, 인, 마그네슘, 칼륨, 나트륨,
칼슘 등과 같은 미네랄이 발견되었다.* 12세기 동안 자연 상태로 있었고 (즉 화학적
방부제를 쓰지 않고), 대기와 생물학적 동인(動因)의 작용에 노출되어 있었던 성육과
성혈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이는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결론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청한 과학이 란치아노의 성체기적의 진실성에 대해 확실
하고도 완벽한 응답을 해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 부록2. 하느님 자비의 상(像/image) >

- 하느님 자비의 상은 파우스티나 수녀가 1931년 2월 22일에 보았던 환시에서 기인
한다. 그 환시에서 예수님은 그러한 상이 만들어지고 그 아래에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글을 넣기를 강하게 열망하셨다. 이 상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보여
주고 있으며 그 분의 손과 발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흔적이 있다. 그리고 옷에 가려진
그 분의 꿰뚫리신 심장으로부터 붉은 빛과 엷은 빛이 발산되고 있다. 그 의미에 대해
여쭈어 보았을 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엷은 빛줄기는 영혼을 의롭게 하는
물을 나타내고, 붉은 빛줄기는 영혼의 생명인 피를 의미한다. 이 두 빛줄기는 십자가
에서 창에 찔린 내 심장이 열렸을 때 내 깊은 자비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두 빛줄기는 성사들과 예수님의 찔리신 옆구리에서 탄생한 교회, 그리고 성서에서 물이
상징하는 성령의 선물을 의미한다.

- 예수님께서는 또한 “이 보호 속에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정의의
손길도 그들을 붙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셨다. 이 상은 하느님의 위대
하신 자비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 자비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안에서 완전히 드러
나며 교회 안에서 성사를 통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이 상은 은총을 얻기 위한
그릇이며 세상으로 하여금 하느님께 의탁하고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꼭 필요한
일임을 상기시키는 표지이다. 이 상의 아래 부분에 씌어진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
합니다.”라는 말은 의탁의 자세를 말해 준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상은 내
자비의 요구를 상기시킬 것이다. 아무리 강한 믿음이 있어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에 대한 공경은 자비의 행위와 함께 바치는 믿음을 가진
기도에 기초를 둔다.

- 예수님께서는 이 상을 공경함으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약속들을 말씀하셨다. 그것은
구원의 은총, 완덕에 이르는 은총, 행복한 임종의 은총, 그 밖에 필요한 모든 은총들과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 분께 의탁하며 청하는 현세의 축복들이다.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릇을 하나 주는데 그들은 그 그릇을
가지고 자비의 샘에서 은총을 길으러 올 것이다. 그 그릇은 바로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말이 씌어진 이 상이다.” ... “이 상으로 나는 영혼들에게 많은 은총을
베풀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영혼들이 이 상에 나오도록 하여라.” “나는 이 상을 공경하는
영혼들이 멸망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이 땅에서 특히 임종의 시간에 원수를
누르고 승리할 것을 약속한다. 내가 친히 그들을 내 영광으로써 지킬 것이다.”

- 예수님께서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하신 말씀들 중에서 * “자비의 불꽃이 나를 태우고
있다. 이 자비를 모든 영혼들에게 부어 주고 싶다.”* “인류가 신뢰를 가지고 내 자비에
의지할 때까지는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 “내 자비에 대하여 세상에 말하여라. 모든
인류가 나의 헤아릴 수 없는 자비를 깨닫게 하여라. 이것은 마지막 시대에 대한 징표이다.
이것이 지나면 정의의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공정한 심판관으로 오기 전에 먼저 내
자비의 문을 활짝 연다. 내 자비의 문을 통과하기를 거부하는 자는 내 정의의 문을 통과
해야 한다.”


< 하느님 자비의 상(상본) / 자비의 예수님 상 >


#089 독서 메모 끝.




- 금주의 독서 메모 090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2.11.12.

[ 책 이름 : 외침(사목 월간지) ]

- 편집 : 한창용(편집장) 등 6명
- 발행처 : 수원교구 사목연구소
- 출판처 : 하상출판사, 2022.11.01, 111p
- 내용 : 수원교구 사목 월간지(2022년 11월호/통권 제137호)

[ 표지의 글에서 ]

제가 실제로 전대사를 얻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한 것은 저의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하느님 곁으로 가고 난 뒤였습니다. 위령성월을 보내면서 죽은 이들을 위하여 전대사를
얻고, 내가 얻은 전대사를 그들을 위해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1. 여는 글 : < 위령성월과 전대사 >

- 교회는 매년 11월을 위령성월로 지내면서 우리에게 죽은 이들을 위하여 더 많이
기도하기를 권고한다. 죽은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도와 방법들
가운데 대사(大赦)가 있다. “교회 안의 대사에 관한 교리와 관습은 고해성사와 밀접
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사는 죄 때문에 받게 될 잠시적인 벌을 부분적으로 면제하느냐,
전적으로 면제하느냐에 따라 부분대사와와 전대사로 구분된다. 어느 신자든지 자기
자신을 위하여 대사를 얻을 수 있고 또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471항 참조) 우리는 전대사를 받아 자신이 앞으로 받을 잠벌을
해소하고자 저축해 두거나 연옥 영혼들을 위해 양도할 수 있다. 특히, 세상을 떠나
연옥에서 정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영혼들은 더 이상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처지가
못되기에 그들에게 양도되는 전대사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2. 신앙의 불씨가 되어 : < 십자가 아래 성모님의 마음으로 >
*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서 사라 수녀

- 수녀원에 입회하고서야 수녀는 깨닫을 수 있었다. 늘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가족을 위해 헌신하였음을. 하느님도 아버지처럼 우리를 심판하는 분이
아니라, 자비 가득한 분이심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 (자연스럽게 다가온 성소) 서 수녀는 유아세례를 받았고 의정부1동 성당의 초.중등부
주일학교에서 전례단 활동을 했다. 미사 반주를 했기에 자연스럽게 본당 수녀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이해인 수녀나 마더 데레사의 성녀의 글을 접하며 성소의 씨앗을
키웠다. ... 의정부 교구청에서 일하게 된 것이 성소를 결정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한 사람의 아내로서 가정을 이루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많은 사람의 엄마로서 살아
가는 삶도 의미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 있어 줄 사람) 다양한 수도회 중 ‘마리아의작은자매회’에
입회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저희 수도회는 갈바리(해골
이라는 뜻의 라틴어)산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바라보셨던 성모 마리아의 마음을
따르는 수도회에요. 임종하는 예수님을 지켜보셨던 그 마음으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임종하는 이를, 엄마의 마음으로 돌보고 기도하는 수도회에요. 저희 창설자 ‘메리
포터(1847~1913)’ 수녀도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심장이 안 좋고, 평생 류마티즘성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셨어요.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셨죠. 본인이 죽음의 문턱을
여러번 겪었기에 ‘죽을 것 같은 이 순간에 누군가 내 곁에서 기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체험하셨죠. 그 마음으로 1877년 30살에 우리 수도회를
창립하셨어요.”

- (자비하신 하느님을 느끼고) 수도회는 말기 암 환자와 같이 육체적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만 돌보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으로든 영적으로든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곁에 있고자 한다. 십자가에 매달린 아들 예수를 바라보았던 성모님의 마음으로
그들을 돌보고자 한다. 1963년 호주 관구에서 한국에 진출했고 강릉에 병원을 먼저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했다. 수녀회는 호스피스를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며, 환자가 인간존엄성과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고,
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총체적 돌봄이다’로 정의한다. 그녀도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겪었기에 누구보다 사도직을 통해 만나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있다. ... 오후 3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시간이면 은퇴한
수녀들은 임종하는 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를 드린다. 자비의 예수님께 기도한다. 서
수녀도 첫 서원 후 본당과 요양원에서 사도직을 했다. 아프리카 잡바브웨에서 문화
체험을 하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2년 여의 시간을 보냈다.

- (평소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죽음의 순간) “돌보아드리던 분 중에서 임종의 순간에
뵙고 보내드리는 분도 있고 못 뵙고 보내드리는 분도 있어요. 진짜 웃으면서 편안하게
가시는 분을 몇 분 보았어요. 죽음을 잘 준비하셨던 분들이죠. 마지 못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해서 죽음을 맞는 분들이죠.” ... 임종을 앞둔 분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불만을, 어떤 사람은 감사를 나타낸다. 평소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결정하는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한 번씩
신앙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평소의 모습이 죽음이라는 시간을 통해 완성되는 것 같다.
... “죽음은 분명히 삶의 끝은 아니며 하느님의 영역임을 느끼지요. 하느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작이기에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의탁하며 기도하게 되어요. 우리의 어려움과
고통을 모른 체 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믿고 있기 때문이죠”

- (하느님의 자비하심 안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때나 요양원에
있을 때나 수도자의 베일을 쓰고 수도복을 입고 다니는 저만 보아도 위로를 받는 사람
들이 있어요. 제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수도자라는 존재 자체로 하느님을 기억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죽음을 앞 둔 분이나 어르신들은 수도자가 함께 있다는 것만
으로도 힘을 받는 것 같아요. 너무 고통스러워하실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해드릴 것이
없어요. 옆에서 지켜보며 기도할 수밖에 없지요.” ...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시어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 그 지극한 사랑의 십자가 아래 계셨던 성모 마리아.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 임종의 시간에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갈바리 언덕, 엄마의 사랑을 실천하는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수녀들이다.


3. 믿음의 숲에서 만나다 : <생을 향한 용기 – 강 갈라 >

- “수원시 파장동 내 독거노인과 거동이 어려운 분들로 구성된 40여 가구에 사랑의
도시락을 나눠드리고 있어요. 도시락을 배달하기 전날, 메뉴를 선정해서 장보기를 하지요.
그리고 당일 아침에 3가지 반찬과 밥, 국을 직접 조리해서 배달을 시작합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도시락 통을 수거해서 설거지까지 마쳐야 마무리가 되지요. 이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봉사에요. 봉사를 하면서 매번 ‘이렇게 더불어 사는구나’ 하며 감동을
받아요.” ‘사랑의 도시락’은 2020년부터 교구 사회복음화국 생명학교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에 큰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생명학교는 2014년에 시작된 올바른 생명
가치관을 정립하고 생명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마련된 배움터이다. 강 갈라 자매님은
9기 생명학교를 수료한 후,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당시 어떤 활동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던 저는 그 단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생명의 소중함을 더 알고 싶었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제게는 죽다 살아난 딸이 있어요. 그 사고를 계기로 제 삶의
관점도 뒤바뀌고, 생명에 대한 새로운 눈도 뜨게 된 거죠. 그 무엇도 내 소유물인 아닌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점 말이에요.” ... 매일매일 집과 직장만을 오가던 그녀에게
정작 ‘자신’이란 존재는 없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항상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질적으로 늘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했고,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며 살았다. 생명학교에서 찾은 것은 바로 ‘자기 자신’
이었다. 나도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말이다.

- 그녀에게 믿음은 힘이자 용기이다. 오로지 신앙 안에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딸의 사고와 세속이 주는 고통, 불안과 외로움 모두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주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이 역시 주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면 이
안에서 주실 행복이 있겠지’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점차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스스로를 향한 믿음과 의지가 더해졌다.
“제가 변화되면서 이제야 어려운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봉사
활동도 의지나 용기가 없으면 이어나갈 수 없어요. 하지만 주님께서 내안에 머무르시는데
못할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저와 제 딸과 같이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요. 당장은 힘들어도 밝은 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빛이 나에게 다가 올
때가 분명히 와요. 그러니 힘들다고 숨지 말고, 어둠이 아닌 빛을 바라보세요.” 나란
존재로 살아가면서 때론 가혹한 상처에 아파하고, 나약하고 부족한 자신이 미워지게 된다.
하지만 생명이란 선물과 함께 부르심을 받았기에 우린 생의 아름다움을 가꿔나갈 수
있다. 무엇도 뛰어넘어 충만으로 나아갈 수 있다.

# 나의 목소리를 되찾을 용기 있는 6가지 습관 #
- 누구도 아닌 나는 내가 책임진다.
- 시작하기 전에 원하는 결과를 마음 속에 그려본다.
- 내가 이기고 당신이 이기면 우리 모두가 이긴다.
- 먼저 상대의 말을 듣고 말한다.
-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함께한다.
- 나 자신을 돌본다.


4. 쉬어가는 코너 1

- 우리는 함께 부름받았습니다. 우리는 모자이크를 이루는 조각들과 같습니다. 각각
그 자체로도 사랑스럽지만 모두 함께 모여 있을 때에만 하나의 그림을 이룹니다. ...
이것이 교회의 신비입니다.(2022년 제59차 성소 주일 담화중)


5. 교회 탐구 지구, 지구를 부탁해! : <제1대리구 안성지구>
* 지구는 교회 지역구(地域區)의 줄임말이다.

- 안성 지구장 신부와 지구 신부,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수원교구 제1대리구 안성지구내 성당과 성지
* 성당 : 대천동성당(지구중심성당), 안성성당, 던지실성당, 미양성당, 공도성당,
양성성당, 미리내성당, 죽산성당
* 성지 : 미리내성지, 죽산성지

*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은빛의 강물처럼 아름다운 ‘미리내’. 박해를 피해 모여든
신자들은 한국의 첫 사제를 품어 안고, 신앙의 불씨를 전국으로 퍼트렸다. 헌신적인
목자의 인도에 따라 성전과 학교를 세웠고 이웃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 *

- 정 다미아노(대천동 본당) : 1801년 신유박해(순조 재위, 정약종, 권철신, 주문모
신부 등 순교)를 계기로 형성된 미리내 주변의 교우촌 사람들의 신앙은 여러 박해를
겪으면서도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특히 용인과 안성, 평택이 있는 경기 남부,
배티성지가 있는 충청권까지 영향을 주었다. 그런 신앙공동체의 힘이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시신까지 미리내에 안장할 수 있었고, 1896년 미리내 본당이 생기고
바울, 갈전리, 선바위 등의 지역 공소들도 1900년 안성성당 설립의 기초가 되었다.
2018년부터 ‘동행’이라는 지구통합사목지를 격주로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생태공동체를 위한 미사’를 대천동성당에서 봉헌하고 있다.

- 이 안드레아(대천동 총회장겸 안성지구 총회장) : 안성 지역 내에서의 천주교의
역할이 크다. 신자 비율도 전체 인구의 약 10%정도이다. 안성 어디를 가서도 ‘성당
다니는 사람은 그래도 조금 다르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다행스럽고 기분이 참
좋다. 지금은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안법고등학교만 남아있지만 예전에는
안법초등학교와 안법중학교까지 있었다. 전인적인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가톨릭교회가
지역사회 안에서 끼친 선한 영향력은 크다고 본다. 사실 안성에서는 안법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분위기다. 안성지구가 자부심을 가지고 계속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유 마태오(안성 본당) : 결혼 직전에 세례를 받았다. 결혼 후 신기하게도 가톨릭
교회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안성공원묘지 조성이라든가 죽산 성지 진입로를
닦는 일을 했고 신자이기에 더 열심히 했다. 퇴직하면서 평소에 늘 하고 싶었던 일을
새롭게 시작했다. 미리내성지와 죽산성지를 오가는 순례길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순례길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 연합해서 계속
보완해가며 안성지구 순례길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경기도 기념물 82호인 안성
성당이 국가 사적지로 지정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성성당은 1922년, 한옥
(내부)과 바실리카 양식(외부)을 절충해 지은 아름다운 건물이다.

- 노 세실리아(대천동 본당) : 남편이 교통사고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대모님과
레지오단원들에게 기도를 청했다. 남편이 낫기만 하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분들이 권하신 대로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도 보고 남편을 위한 미사도 드리고 열심히
기도하다보니 어느새 다 좋아졌다. 그 이후로 성당에서 하는 교육이라는 교육은 모두
받았다. 정말 하느님의 섭리가 무엇인지 알 수가 있었고 대천동성당 소공동체 회장도
맡게 되었다. 제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으로 이 자리까지 있게 된 것 같다. 열심히
활동하는 안성지구의 일원이라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하느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 홍 디모테오 수녀(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 대천동성당으로 온지 2년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왕성하던 시기에 왔다. 그러나 주임 신부님과 신자들이 꼭 필요한 영역
에서는 멈추지 않고 활동하셔서 저도 의미 있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바로 ‘공생공빈
밀알 사회적 협동조합’과 ‘생태 사도직’이었다. 생명과 이웃을 생각하는 모임으로,
우리 지구의 신자들에게 꼭 맞는 ‘안성맞춤’의 활동이라 생각한다.

- 문 요셉 신부(대천동 본당 주임) : 대천동성당에서 지구 여러 신부와 함께 신앙과
경제 그리고 협동과 생명 문제에 대해 통합 사목을 실천해 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안성지구의 소식을 담은 ‘동행’이라는 통합 사목지를 발간했다. 공동의 목표와 방향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안성지역의 모 본당인 안성성당(1900.10.19 설립)과 안법고등학교
(1909.1.15 설립)를 세운 분은 바로 프랑스 선교사인 공안국(孔安國/ Gombert
Antonio, 1875~1950) 신부이다. 그분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먼저 지역민들이 처한 상황과 고통을 사랑으로 바라보았다. 일본의 지배를
받는 지역민들의 조국 해방에 대한 염원을 이해했다. 신부는 3.1만세운동으로 쫓기는
이들을 안성성당 안으로 피신시켜주고 보호해주기도 하였다. 가난한 농민들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프랑스에서 포도 묘목을 가져와 재배를 도와주기도 했다. 안성
지구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모범적 사례가 되면
좋겠다.

- 최 바오로 신부(안법고등학교장) : 우리 학교는 안성시에 위치한 113년의 역사를
가진 기숙형 비평준화 학교이다.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며 창설자 공베르 신부의
영적 자신을 이어가고 있다. 창설자 신부가 보여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은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해 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다문화에 대한 교육과 다문화
장학생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교회가 참여하고 있는 시노드의
정신을 살려 저부터 먼저 교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면담을 통해 선생님들의 고충을
듣고 나누고 있다. 우리 학교에는 장학회원과 동문회원을 비롯해 영적은인회원이 약
3,500명 정도 된다. 모두 한마음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계신다.

- 박 암브로시오 신부(안성 본당 주임) : 제가 체험한 안성지구 신자들은 아주 열정적
이고 기쁘게 신앙생활하시는 모습이다. ... 6.25때 납북되어 돌아가신 안성 본당 초대
주임인 공베르 신부와 제3대 주임 이순성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 환송이 하루빨리 이루어
졌으면 한다. 또한 안성성당이 국가문화재로 승격되는 심사가 얼마 전 부결되었는데,
다시 지구와 안성시, 수원교구가 연대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바오로(안성
성당 총회장) : 안성 본당은 오래된 역사만큼 지구의 많은 본당의 모태이기도 하다.
1959년 갈전리 본당(미양 본당)을 분가시키고, 1970년 대천동 본당(2000년 공도 본당,
2003년 양성 본당 분가), 1983년 죽산 본당, 1992년 던지실 본당을 분가시켰고 지금은
약 1,600여 명의 신자가 있다.

- 지 대건안드레아 신부(미리내 본당 주임) : 미리내 본당은 수원교구에서 두 번째로
작은 본당(첫 번째는 하우현 본당)이다. 126년이란 오랜 역사가 있지만, 현재 신자는
336명이다. 1896년 한국에서 서품 받은 최초의 사제인 강도영 마르코 신부(1863~
1929)는 미리내 본당에서만 34년 동안 사목하셨다. 본당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계몽 운동으로 ‘해성학원’을 설립하는 애국계몽운동도 했다.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에게도 양잠업을 권장해 농촌부흥을 도왔고, 여성들의 여권신장에도 노력하셨다. 1925년
7월 5일 김대건 신부가 복자품에 오르자 이를 기념하는 경당을 미리내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셨다. 1928년 8월, 김대건 신부의 시신이 안장되어 있던 무덤 자리 옆에 경당을
세우고 강복식을 가졌는데 다음 해 3월, 선종하여 경당 (현재는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
앞에 묻히셨다. 올해는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176년이 된 해이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에는 성지에서 수원교구 전체 순교자 현양대회를 한다. 그날이 미리내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과 성요셉성당 모두 약 100년 가까운 건축물
이기에 국가지정문화재 등록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 이 알렉시오(미리내 본당사 편찬위원장) : 편집은 마무리 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책을 선보이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저는 정말 재주가 없는 사람인데
하느님께서 유일하게 준 조그만 달란트인 글 쓰는 재주로 이렇게 봉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본당사를 편찬하면서 가장 슬펐던 것은 자꾸만 이 소중한 역사를 기억하는
분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라도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안성지구의 협력 사목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안성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두 사목자
(강도영 신부, 공베르 신부)의 사목 정신을 잘 이어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까지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또는 사업 정신으로, 전통을
계승해가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

- 장 다미아노(대천동) : 안성 지구는 사실 어르신들의 깊은 신앙심이 구교의 아름다움
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감동할 때가 많다. 그러나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주해 오는
분이 계속 생기고 우리 본당에서도 이제 누가 누군지 잘 모르는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된다. ... 지구 총회장님들과 각 본당의 신자들이 잘 소통하며 협력할 일이 있을 때 힘을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구심점은 지구통합 사목지 ‘동행’인 것 같고, 공동 편집위원회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이를 통해 더욱 나은 미래를 향한 지구민들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6.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앙 이야기 :

< 1. #성소 # 결혼 # 어머니 # 남편 # 딸/ 정 알피아 >
- 전라도 보성에 살고 있는 정 알피아이다. 남동생이 둘 있는 2남 1녀 중의 맏딸이다.
* 어머니는 음주가무에도 능하셨고, 무엇보다 참 건강한 분이었다. * 동적인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는 매우 가정적인 분이셨다. * 여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을 다녔다. *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을 받고 싶었다. * 한국은행에 근무할 당시 5.18을 겪게 되었고 그러
면서 세상이 더더욱 싫어져 ‘수녀원에 들어가자!’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 수녀원에
들어가 정말 열심히 살았다. 직언을 하는 성격이다 보니 시기, 질투,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허원을 앞둔 어느 날, 허원 보류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길로 수녀원을 나오게 되었다. * 앞날이 막막했다. 방황을 많이 했다. * 어느
날 지인을 따라 보광사에 갔다가 개신교회 수도원에 있다가 나오신 분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저의 남편이다. 남편은 당시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가톨릭 신자로 세례를 받았다.
남편과 결혼을 하고는 경기도 파주에서 살았다.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살았다. 행복하게 잘 살았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태어났다.

- *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 저를 남편은 싫어했다.
학교가 재미없다며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이사를 강행했다. * 그때부터
남편은 조금씩 이상해지더니 이혼을 요구했다. 그 길로 남편은 나가버렸고 얼마 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 케어를 다시 시작하던 중에 사고를 당하여 남편은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면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폐가 없으니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어느
날, 남편은 말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다. *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매일매일 고통의 연속이었다. 모든 게 다 싫었다. 그래서 딸에게 부탁했다. “엄마가
이대로라면 죽을 것 같아! 여행을 가고 싶어!”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은 조건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었던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다.
* 딸이 교환학생으로 간 미국 텍사스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하느님께
‘어떻게 해요!’라고 하면서 기도만 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딸이 미국에서 결혼을 한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하나 없는 먼 미국 땅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사랑과 은총의 시간들이었다. 딸과 떨어져
지낸지 어느덧 8년이 되어 간다.

- * 내게 있어 기도는 밥을 먹는 것과, 숨을 쉬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불쌍한 영혼
들을 위해 내가 받은 사랑을 아낌없이 실천하며 사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
한다. 신비로운 것은 나는 한국에 살고 있고 딸은 미국에 살고 있는데도 내가 잘 살면
그게 다 딸에게 간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그러 분이시다. 그래서 엄마로서 더 잘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딸에게 만능해결사인 엄마. 하느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다 해주시는데 뭐가 두렵겠는가? 내가 아닌 하느님 마음으로 사는 것이니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행동을 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다 압니다. 제게 임하신 하느님의 모습을 말입니다. 지금껏
저를 당신 품에서 평안히 살도록 해주신 하느님, 가장 나답게 살게 해주신 하느님, 넌
예뻐! 넌 열심히 잘살고 있어! 소리를 듣는 느낌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십시오! 특히
아이들에게는 간섭과 개입이 아니라 엄마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이 ‘너 어떻게
살았어?’라고 물을 때, ‘하느님 역사 안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2. #마더데레사 # 결혼성소 # 가족 : 김 아녜스 >
- * 전라도 순천에 살고 있는 김 아녜스이다. 2남 2녀 중의 맏딸이다. 어릴적, 친구를
따라 개신교회를 다닌 것이 신앙의 전부인 내가 가톨릭 신앙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공무원
으로 첫 발령을 받고 간 직장에서 마더 데레사같은 언니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언니를
보면서 ‘도대체 신앙이 무엇이길래 저렇게 사람이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그 언니는 서울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되었고, 이후 살레시오 수녀회에
입회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광주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되면서 가톨릭 관련
서적 등을 읽으며 신앙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으며, 세례도 받았다. 그리고 꿈을 하나
꾸게 되면서 * ‘수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 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있는 수녀원을 방문했다. 정말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 ‘내가
있을 곳은 바로 여기구나!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을 보내는데
그날 밤, 꿈을 하나 꾸게 되었는데 내가 결혼하는 꿈이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남편과 함께 팔짱을 끼고 결혼하는 매우 구체적이며 생생한 꿈이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맏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결혼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제주도를 간
것이었다. 놀라고 당혹스러운 마음에 신부님께 말씀드렸더니 신부님께서는 * ‘자매님은
수녀 성소가 아니라 결혼 성소인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다. 일년 뒤 남편을 만났고,
만난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 * 내게는 친 언니와도 같은 수녀님 한 분이 계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유일하게 의지가 된 분, 그래서 내게는 친언니와도 같은 분이시다. * 내 나이 이제 60을
넘어 중반에 들어섰다.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네 사명을 다하라!’는 말씀처럼 내 사명
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모든 것을 신앙과 연결시키며 이겨냈다. 20대 때는 이런저런
봉사를 많이 하였고 30대 때는 무료급식이나 환자 돌보는 일을 하였고 40대 때는 냉담
교우 방문과 선교를 했다. 그리고 60대인 지금, 시니어 일자리를 통해 구연동화(口演童話)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내게는 특별한 힘이 있다. 그것은 어떠한 어려운 일
앞에서도 항상 두려움 없이 당당하다는 자신감이다. 이는 내 힘으로 하는 것이 나이라,
저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가능했다. * 저는 항상 묵주기도를 바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버겁고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묵주기도이다.
냉담했을 때를 빼고는 묵주를 손에서 거의 놓은 적이 없다.

- * 나를 신앙으로 이끌었던 ‘마더 데레사’같았던 언니를 보면서 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안에 그 모습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다. 친정
어머니와 여동생 모두 세례를 받았다. * 친정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게 되면서 제게
많이 의지하셨던 어머니, 나를 대신해 어머니를 참 많이 챙겨주셨던 남편이다. 문득
‘자비’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랑이 담긴 자비.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 그런 것들이
내게는 결혼 성사로 이루어진 것 같다. “지금껏 수녀님 한 분에게만 고백하며 살았는데
오늘, 생애 두 번째로 고백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삶을 그리고 신앙을 반추해 볼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지금껏 저를 살게 해준 것은 신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그 안에서 치유를 얻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지금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게 허락해 주신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7. 함께 길을 찾고, 함께 길을 걷다 : < 송전 본당 >
* 본 코너는 본당의 탄생 배경을 다룬다.

- 송전성당은 미리내성당 공소였다가 용인성당 공소로 편입되었는데, 지금의 부지는
1957년 무렵 미리내 본당 신부가 사놓은 것이었다. 용인 본당 주임으로 부임하신
장덕호 갈리스도 신부는 매일 공소에 나가 미사를 봉헌하며 적극적으로 전교하였고
그 결과 송전공소 48평을 준공하고 공소 봉헌식을 올리게 된다. 이후 송전공소는 용인
본당 관내에서 제일 큰 공소로 성장하게 되었고, 67세대 208명의 교우가 신앙공동체를
이루는 큰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 7월, 용인 본당에서 분할되어 정식
설립인가 되었다.

- 태동기(1995.6.18~2001.8.30) : 초대신부로는 양영진 하상바오로 신부가 부임
하였다. 미리내 소속 수사 신부였다. 383세대 약 600여 명의 교우들과 양 신부는
조립식 강당 건물을 성전 삼아 첫 미사를 봉헌하였다. ... 양 신부와 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96년 10월, 최덕기 바오로 주교를 모시고 성당 기공식 및 사제관 축복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1999년 1월, 드디어 새 성당이 준공, 완료되었고 수녀원이 건축
되었다. 성당이 준공되고 새로운 성당으로의 발돋움을 시작하는 시점에 남사 구역 71
세대 190명이 편입되어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송전성당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이었다. 2001년 4월, 착공 5년 만에 완공되어 5월 1일에 축성이 이루어
졌으며 봉헌식을 올리게 되었다.

- 주보성인 : 성 이윤일 요한(1815~1867) : 일명 ‘제헌’으로 불리는 성인은 충청도
내포지역 홍주 출신으로 경상도 문경의 ‘여호골목’에 살면서 회장으로 활동했다. 1866년
병인박해의 여파로 경상도 지방에까지 이르자 가족을 비롯한 마을 교우 30여 명과 함께
체포된 그는, 문경 관아에서 3일간 혹형과 고문을 받은 후 1867년 1월, 대구 남문 밖
관덕정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니 그의 나이 52세였다. 성인 유해는 후손들이 경기도
용인군 묵리로 이사를 가면서 그곳으로 이장(이 요한 성인을 1904년~1976년까지 모심)
되었다. 그리고 1976년, 미리내성지 무명 순교자 묘역에 이장되었다. 이후, 대구교구
신자들이 묘역에 안치된 18위 중 한 분이 성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교회사연구소의
조사검증이 이루어졌고 대구대교구로 이장되었다.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성인을 대구
대교구 제2주보로 모실 것을 반포하였고, 1991년 관덕정순교기념관 성당 제대에 봉안
하였다.


8. ‘네 컷 가족’ : < 제11화 내가 남이니? >
* 네컷 가족에서 당신의 가족 이야기를 찾아보자.

#1(루피나 엄마, 남편, 여동생, 아이) #2 (예로니모 남편, 어머니, 막냇동생, 아내)

-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한다. 하지만 가족관계 안에서 변화를 잘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봐오고 지내온 가족은 이미 서로에게 잘 적응되어 있다. 비록 지금은
달라졌다하더라도, 내 기억 속의 모습으로 간직하려는 생각의 함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가족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와 같지만, 동시에 변하지 않으려는 속성도 지니고
있다. ...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같은 돌에 걸려 넘어진다. 인간의 삶이 변화로 몰아
칠 때 우린 자유로운 선택으로 거듭 새로워질 수 있다. 갈등을 피하기보다 갈등을 풀어갈
줄 알고, 서로 배려하지만 원치 않는 것은 거절할 줄 알며, 원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건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을 우린 ‘성장’이라 부른다. 수많은 비극
앞에서도 삶의 묘미와 기쁨과 놀라움을 되찾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은 우리 신앙의 근본적
질문이고 참신앙인이 각자 품고 있는 열망이다. 다시 태어나고픈 바람, 다시 시작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러한 열망을 품고 있는가?


9. 올바른 선택을 이끄는 힘 : < 넛지(Nudge) 신앙 >

- ‘넛지(Nudge)’ 는 ‘옆구리를 살짝 건드려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일종의 개인주의적인 개입이나 부드러운 간섭을 말하는데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터치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우리의 마음을 자연
스럽게 건드려 올바른 길을 스스로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로
이 코너의 제목을 정했다. 아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 삶을 정돈
하며 살아 왔고 덕분에 부부일치를 실천하려고 훈련했고, 비로소 ‘행복’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삶의 지향을 정확하게 가르쳐 준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 덕분에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3년 전 겨울, 스스로 안식년을 주었습니다) 강의랍시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하느님에 관한 극심한 갈증이 일어났고 하느님에 관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단을 내렸고 스스로 정해놓은 모든 강의 일정을 안식년 뒤로 미뤘다. ... 영신수련을
안내하는 예수회 센터에서 만들어놓은 강좌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다가 ‘몸 신학’이라는
단어를 읽었고 내 마음은 그곳에 꽂혔다.

- (‘몸 신학’ 개론을 공부하면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만났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께서는 1224년에 태어나신 성인이고, 영신 수련을 만든 ‘성 이냐시오’께서는 1491년에
태어나신 성인이다. 나는 1920년에 태어나신 ‘끼아라 루빅’께서 창설하신 포콜라레
운동의 회원으로 40년 동안 일치의 영성을 삶 속에서 실현하기 위해 살았다. 하느님께
초점을 맞추고 살아오신 분들의 공통점을 알아가면서 신비롭기만 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마련해 주신 ‘몸 신학’ 교리서 공부를 시작했다.

-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답게 존재해야 합니다) ‘인간답게’란 무엇인가? 인간을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인간은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배우자도
자식도 내 삶을 위한 도구로 여기다보니 아내를 ‘반쪽’이니 ‘반려자’라는 단어를 저항도
느끼지 못하고 사용했었다. 배우자는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어야 하는 도구가 아니고,
자식은 노년을 위한 노후보장 보험이 절대 아니다. 부부에게 상대방은 ‘또 다른 나’라고
배우며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 (‘persona’ 이 단어의 의미는 ‘역할’이라고 배웠습니다) 연극 무대에서 배우 숫자가
모자랄 때, 한 사람이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역할을 할 때 가면을 쓰고 했었다고 한다.
‘persona’를 대문자로 시작하면 ‘신격’으로, 소문자로 시작하면 ‘인격’으로 번역한다.
아내는 나에게 또 한 사람의 예수이고, 아들도 딸도 나에게 또 한 사람의 예수이다.
식사를 준비해주는 직업을 가진 존재가 아니고 내가 온전히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예수님이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이 순간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나에게 또 다른
예수님으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라고 생각했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무조건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고 참아야 하는 나의 노예가 아니었기에, 나도 나 자신을
고귀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 (그렇지만 그렇게, 고상하게 시작했지만) 현실을 떠올리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불쑥 떠오르는 생각은 참으로 슬펐다. 남편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내가
인격적으로 대해주든지 말든지 하지... 나를 파출부로 여기는 남편을 어떻게 인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아내가 나를 돈이나 벌어오는 기계로 여기는데 그런 아내를 어떻게
인격적으로 대해 줄 수 있단 말인가? ‘몸 신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들었던 비유가 생각
난다. ‘찢어지고 구겨진 오만 원권 지폐는 얼마짜리 돈인가? 구겨지고 찢어져도 오만
원권 지폐의 가치는 오만 원이다“ 청소기를 돌리는 아내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고, 돈
벌기 위해 직장에 가는 남편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실
때는 서로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만들어 주셨다는 것이다.

- (신이 존재하기에 인간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모두 다 신이면 신이란 호칭을 사용할
수 없다. 모두가 다 착하기만 하고 못된 사람이 없다면 착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다.
... 사람은 누구나 착하고 나쁜, 성실하고 게으른 본성을 다 갖고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착하게, 어느 순간에는 나쁘게, 어느 순간에는 열심히, 또 어느 순간에는 게으
르다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악역을 하기도 하고 선한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양면성을 다 가진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바라 볼 때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의 균형이 깨져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창조 때 창조된 그 자체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기다림과 인내로 사랑을 표현하다 보면,
인격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밝아진다는 것이다. * 글쓴이 : 손 엘디 (일명 ‘먼지 아빠’로
불리는 그는 아내와 함께 무료로 부부상담 봉사를 하고 있다. 가정복음화를 위한 13권의
책을 냈으며, 700회가 넘는 강연을 다녔다. 대표작으로는 ‘먼지가 되어’ 등이 있다.)


10. 외침 테라피_book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책은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으로, 내용은
톨스토이의 지혜로운 성찰과 명상, 새로운 구도자적 가르침이다.

- (프롤로그/서문)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로서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인
레프 톨스토이(1828~1910). 그의 인생 마지막 2년을 남겨두고 완성한 이 책은
죽음과 가까워졌던 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 (시놉시스/개요) 레프 톨스토이는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소설 쓰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명상을 통해 얻은 글들을 모음집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는 ‘살면서 가장
필요하고 유익한 내용을 담은 모음집을 만들 계획이네.’라고 체르트코프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에서 밝힌 것처럼 오늘날 이 책은 그의 삶과 사상이 풍부하게 담긴
정수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동안 이 책을 책상 위에 두고는 가족들
에게 읽어 주었다. 또한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권했으며 그 자신 또한 삶을 위한 지침으로
삼았다. 그리고 죽음을 맞기 직전까지도 침대로 가져오라고 지시해서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 (에필로그/끝맺음말) 1902년 봄, 톨스토이는 폐렴과 장티푸스로 몇 달 동안 사경을
헤맸다. 항생제가 없던 당시로서는 두 가지 모두 인간에게 치명적인 병이었다. 겨우
병을 이기고 살아난 그는 날마다 좋은 글귀를 읽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습관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이후, 명상을 통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인간의 행복과 사랑, 삶, 죽음,
진리, 영혼, 믿음, 고통, 학문, 분노, 신 등 인생의 모든 주제들을 담은 이 책은 삶의
진리를 추구한 톨스토이의 지혜로운 성찰이 담겨 있다. 곧, 우리의 삶과 영혼은 타인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타인을 위한 선행은 곧 자기 자신을 위한 선행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 (시선 #1.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열매가 자라기 시작하면 꽃잎이 떨어
지듯이 영혼이 자라기 시작하면 우리의 약한 모습도 꽃잎처럼 사라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일이다. 몸이 불편한 이, 영혼이 가난한 이,
부유하고 비뚤어진 이, 버림받은 이, 오만한 이까지 모두 사랑하여라. 진정한 스승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가르친다. ‘사랑’은 우리 영혼 속에 산다. 그러므로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은 오직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시선 #2.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매 순간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우리 자신은 잘 알지 못한다. 보이거나 들리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모든 사람안에 살아 있는 영혼이다. 산맥과 태양, 우주의 별들에 감탄
하지만 모두 하잘 것 없다. 가장 강한 존재는 영혼이다.

(시선 #3. 순수한 마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이다. 누군가에게 적대감을
느낀다면 상대방의 내면에 대해 생각해보라. 내면의 성찰을 통해 상대방의 선함을 찾아
보라. 그리고 가능한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하라. 누군가에게 화내는 일을 멈추고 자신과
그 사람의 공통된 ‘죄’를 찾아서 기억하라.

(시선 #4. 어린아이처럼) 육체적 성장이 끝나는 시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때부터 영혼이 성장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끊임없이 성장한다. 우리
영혼은 어린아이와 같이 자라나는데 이것은 한 개인의 영혼이나 모든 사람의 영혼이나
다 똑같다.

(시선 #5. 인생의 목적) 유혹과 편견과 죄는 우리를 성장하도록 만드는 거름이다. 유혹과
편견과 죄가 이 세상에 없었다면 삶의 발전도 없을 것이다. 이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다.


11. 걷고 기도하며 사랑하기 : < 죽산성지에서 어농성지까지 >

- 죽산성지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로 나뉘는 주요 길목에 위치하며, 조선시대에
도호부가 설치된 곳이었다. 오늘날 죽산 면사무소가 세워진 자리에서 순교자들이 참혹한
고문을 받다가 처형되었는데, 그 인원이 25명에 이른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몽골군이
죽주산성을 공격하려고 진을 쳤던 곳이라하여 ‘이진터’로 불렸으나, 그 후에 누군가가
이곳으로 끌려가면 그 사람을 잊으라고 해서 ‘잊은터’라 불렸다고도 한다. ... 어농성지는
조선에 입국한 최초의 중국인 선교사제 주문모(야고버)신부님을 영입(1974년)하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하신 을묘박해 3위의 순교 복자 윤유일(바오로),
최인길(마티아), 지황(사바)을 현양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주문모 신부님을 도와 함께
사목하다 신유박해로 순교하신 강완숙(골롬바)를 비롯하여 신유박해 14위의 순교 복자를
현양하는 성지이기도 하다. 2002년 8월 15일 이곳은 최덕기(바오로)주교에 의해 ‘을묘,
신유박해 순교자 현양성지’로 선포되기도 했다. 현재는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청소년,
청년들이 순교자들의 신앙과 용덕을 본받아 세상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 성지’로 개발 및 운용되고 있다.

(순례길 코스) 죽산성지 → 종배길 – 성지입구 삼거리 – 서동대로 – 하구산길 – 희망농원
– 하구산길 – 한평길 – 한평교 – 오방길 – 죽화로 – 고목길 – 방초교 – 사실로 – 두미2리
마을회관 – 사실로 623번길 – 어농교 – 사실로 785번길 – 어농2교 → 어농성지


12. 쉬어가는 코너 2 : < 성 시몬 >

- (성시몬) 애수님의 열두 제자의 한 명인 성 시몬은 열혈당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승에 따르면 성 타대오와 함께 시리아와 메소
포타미아에서 활동했고, 페르시아에서 기둥에 거꾸로 매달려 사타구니에서부터 머리까지
톱으로 육신이 두 동강이 나는 형벌을 당하여 순교했다.


13. 김동우 신부의 전례 이야기 : <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

- 위령의 날 하루 전인 11월 1일에 교회는 ‘모든 성인 대축일’을 지낸다. 하느님
나라의 모든 성인을 기리면서 우리에게는 죽음 뒤에 새로운 삶이 있음을 희망하고 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위한 기쁨을 지상에서도 나누는 날이다. 이로써 지상에 있는 우리와
천국의 모든 성인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고백하게 된다. 다음 날인 11월 2일에는 우리의
기도가 가장 필요한 이들을 위해 세 대의 미사를 봉헌하며 지낸다. 이는 초대 교회때
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기도 하다. 초대 공동체에서는 죽은 이를 공경하는 문화 안에서
관습적으로 죽은 이들을 위해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 위령의 날에
사제들은 3대의 위령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특전을 받았다. 첫째 미사는 지향대로 봉헌
하고, 둘째 미사는 모든 영혼을 위하여, 셋째 미사는 교황님의 지향에 맞춰 봉헌한다.
첫째 미사는 죽음을 뛰어넘는 희망을 주제로, 둘째 미사는 죽음 앞에서 가져야 할 겸손한
자세를 위해, 셋째 미사는 부활의 완성에 나아가는 굳은 믿음을 구하며 봉헌된다. 지난
2018년 위령의 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째 미사 복음(마태 5, 1-12)에 대한 강론
말씀이다. “오늘 위령의 날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뿌리를 상기시켜주는 기억의 날
입니다. 또한 오늘은 희망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 곧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 세 대의 미사 안에서 선포되는 ‘위령 감사송’ 기도문 >
*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
옵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
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겨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


14. 말씀과 함께 : < 예레미야서 35-52장, 애가, 바룩서 >

- 매일 성경을 읽으면, 예수님을 닮아간다. 예수님의 귀로 듣고, 예수님의 눈으로
예수님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된다. 보고 듣는게 많은 요즘,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는 오직 그분의 말씀, 성경밖에 없다. 이 코너를 통해 매일
성경을 읽으며, 그분을 조금씩 닮아가는 새로운 변화를 느껴보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셧다.”(요한 1,14)

- (코너 활용 팁)
* 성경을 읽기 전에 성령께 마음을 열어 주시도록 기도하자.
* 매주 정해진 분량의 성경을 천천히 읽고 ‘말씀과 함께 한 날’을 체크한다.
(편의상 한 달을 4주로 고정하였음)
* ‘말씀 따라가기’를 통해 이달의 성경 내용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 이달의 ‘말씀 사탕’을 따라 적어보며 잠시 말씀에 머물러 보자.
* 자유 기도로 성경읽기를 마친다.


15. 나눔의 소공동체 :
< 이달의 전례력(11월 위령성월) >, < 소공동체 모임 순서 >, < 복음 나누기 >


16. 이달의 사회교리 : < 인권(Human rights >
- 하느님이 사람들을 사랑하셔서 사람을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 지상의 만물을
사람들에게 복종하도록 하셨고, 사람에게는 이성과 예지를 주셨다. 사람만이 시선을
하늘로 향할 수 있도록 하셨고,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드셨다. 당신의 외아들을 그들에게
보내셨으며,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늘나라를 약속하셨다. ... 사람이 하느님을
본받게 된다는 말에 놀라지 말자. 그것은 가능한 일이며 또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이다.
이웃을 탄압하며 약한 자를 짓밟고, 재산을 축적하며, 아랫사람들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그런 짓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그런 짓을 하며 하느님을 본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웃의 짐을 자기가 대신 지는 사람, 자기의 처지가 다른 사람의 것보다 더 나은
경우에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베푸는 사람, 자기가 하느님으로
부터 받은 것을 이웃이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내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하느님을 본받는
이들이다. - ‘디오그네투스에게’에서

- (누구에게나 동등한 인권) 인권은 인간 각자가 지닌 인간의 본성과 함께 타고난 권리
이며,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지닌 존엄성에 근거한다. 교황 요한 23세는 1963년 회칙
‘지상의 평화’에서 인권 목록을 처음으로 마련하였고, 이후에도 교회는 권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권리들을 추가하며 인권 목록을 확장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생존,
육신 전체, 생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인 권리를 갖고 있으며, 특히 양식, 의복,
주거, 숙식 등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의사들의 치료와 그 외 정당한 사회적 봉사 등을
받을 권리가 있다.(‘지상의 평화’, 11항) 인간의 존엄성은 시대와 장소, 그 주체에 관계
없이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부여하신 것이므로 인간 존엄에 바탕을 둔 인권은 보편적
이고 침해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다. 인권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수호
되어야 한다. 인권이 아직 인정되지 않고 침해되는 상황이 있는 경우, 모든 사람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 (인권의 종류)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
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1948년 유엔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세계 인권 선언’이 “인간 기본권의 보편적 수호를 공표한 최초의 법적 문서”라고 말하셨다.
아울러 “인간 기본권은 교회에서도 1960년대 성 요한 23세 교황부터 시작해 가톨릭사회
가르침과 그 실천에 있어 핵심 중요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사회교리는 광범위한 영역의
권리들을 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인권이 무엇에 관하여 다루는지를 설명(간추린 사회교리
155항)하고 있다.


17. 독자 편지 :

< #1 내 맡기고 사는 삶에 대하여 >

-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우리 부모님은 다른 부모님들처럼 열렬히 자식들의 미래에
신경을 쓴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거나 시험성적에 대해서나 잔소리를
안 했다. ... “엄마는 우리 미래가 걱정도 안되었어요? 어쩜 그럴 수가 있었어요?”라고
하니, 엄마 아빠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맡겨두고 키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안 했다고 했다. ...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 2년을 꼬박 채운 이 시점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다시 떠 올리니, 얼마나 바람직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인가 감탄하게
된다. 하느님께 내맡기지 않으려고 해도, 내가 컨트롤할 수 없어 내맡겨야만 하는 일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 반항심이 넘치던 10대 후반에는 아빠와 언쟁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느님께서 다
주관하시는 거라면 어차피 하느님 뜻대로 될 텐데 ‘나는 왜 노력해야 하느냐’라고 따졌었다.
그때 아빠가 ‘진인사대천명’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결과를 하느님께 맡겨 놓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나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의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대해선 하늘에 맡겨둘 수 있는 태도로 살아
간다면 불필요한 부담과 스트레스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을 듯싶다. ... 마음만
먹으면 매 순간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1일 아르바이트)
배웠다. 모두들 이제껏 스스로 지려고 했던 무거운 짐은 하느님께 맡기고, 지금 이 순간
부터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상을 새롭게 도전해보면 어떨까
한다. - 글 : 도 프란체스카 (신림동성당)

< #2 처음 고백 >

- 누구에게나 내 안에 있는 잘못을 허심탄회하게 표출하기란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허점을 말하기보다 어떻게라도 합리화시키기 좋아한다. ... 그때(어릴 적)의 그 일
(어머니의 심부름 건)을 지금은 안 계신 어머니께 그리고 하느님께 고백한다. ‘세상을
떠난 부모를 위한 묵주기도 하세요’라고 신부님이 나직이 알려 주셨다. 이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어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 세상을 사노라면 삶의 거리마다 우리를 유혹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십사하며 그렇게 많은 교우가 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가정에 어른이 있어 우리를 다스리듯 하느님은 온 백성을 바른길로 인도
하시고 참사람이 되도록 참사랑을 베푸신다. 고백성사는 지친 이들에게는 안식이 되고
낙담한 사람에게는 희망의 빛이 된다. 세상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신비한 약이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니까. 하느님의 중개자이신 신부님은 모든 죄와 힘겨움을
귀담아 들으시고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주신다. 신비의 힘으로 이제야 겨우 길을 찾은
어린양은 올바른 삶의 길을 걷고 싶다. - 글 : 이 로사(매곡 본당)

#090 독서 메모 끝.

[ 독서후 메모 소회 4 ] <독서 001~090 >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소중한 시간을 잘 활용
하기 위해 2020년 10월부터 시작한 독서후 메모를 한지도 2년이 지나고 있다. 한주에
한권을 독서하고, 1년에 50권의 독서를 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2년에 걸쳐 90권을
독서했으니 예정 목표인 100권에 못 미치는 90% 정도를 독서 한 셈이다. 초기에는
메모를 본문 중에서 선택적으로 발췌하여 메모하였기에 소요 시간이 많지 않았으나
요즘은 책의 전반적인 본문 내용을 가급적 요약 형식으로 메모하다보니 독서보다는
메모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한 권의 책에서 일정 범위를 읽을 때마다 메모할 내용을
노트북으로 워딩작업(hwp)을 하면서 요약해 둔다. 한권의 책을 다 읽으면 최종적으로
검토(맞춤법 등)하면서 홈페이지 제작툴(드림웨버)로 편집하여 개인 미니 홈페이지(wonpetro.com)에 올리고 있다. 메모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바쁜 때에는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한다.

- ‘답게’ 살기 위한 취지로 시작한 것이어서 조금씩 지체되고 있으나 이를 감수하고
시간을 만들어 여러 취미 생활 중 우선순위에 두어 독서를 하면서 메모를 하고 있다.
독서후 메모를 하게 되면서 읽었던 내용을 되돌아 볼 수 있으므로 독서의 효과는 배가
되며,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 체험하면서 지혜롭고 영적인 양식들을 얻게 되어
신앙생활 등 삶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아울러 귀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글쓴이(지은이),
번역한 이(옮긴이), 발행한 이(펴낸이) 등에 대해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며 독서를
하고 있다. 독서를 하는 시간만큼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하면서 마음에 와 닿고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부 내용들을 발췌하여 메모하고 있다. 3년차 ‘금주의 독서 메모’는
091번째부터 연이어서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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