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독서 메모

[ 금주의 독서 메모 ] 106권-110권

금주의 독서 메모 #106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3.04. 09.

[ 책 이름 : 지혜의 발자취 ]

- 지은이 : 앤드루 마리아
- 엮은이 : 박웅희
- 펴낸데 : 성바오로, 출판 : 1996.03.13, 109p
- 내 용 : 지혜에 관한 일화(逸話)/예화 모음 2(73편)

[ 표지의 글 ]

- 두 수사가 수도원장으로부터 들에 나가 밀을 거두어들이라는 분부를 받았다. 날이
저물었을 때 보니 쉬지 않고 일한 첫째 수사보다 쉬어 가며 일을 한 둘째 수사가 더
많은 밀을 베어 놓았다. 첫째 수사는 그 결과에 놀라서 동료에게 물었다. “나는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틈틈이 쉬어가며 일한 형제가 밀을 더 많이 베었군요. 그 비결을
좀 말해 주세요. 어떻게 한겁니까?” “저는 틈틈이 쉴 때마다 제 낫을 갈았지요.”

[ 머리말 ]

- 우리 마음속에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대답을 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과 그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열의가 있다. 하지만 이 눈코 뜰 새 없는
현대 세계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고서 그 대답들을 파고들 여유를 잊어버렸다. 우리는
자기 활동이라는 거미줄에 걸려 진리라는 청량한 시내에 목을 축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예화들은 여유란 것이 하나의 사치가 되어 버린듯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가장 단순한 생각이 때로는 가장 숭고한 것들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
이다. 이 이야기들은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서 뽑아 낸 발자취들에 불과하다. 즉
진리의 시내에서 길어 올린 물방울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예화들이 독자들의
열망을 완전히 만족시키리라 감히 주장하지는 않으나 독자의 영적 목마름을 한순간
이라도 달랠 수 있다면 이 책을 쓰는 목적은 달성되는 셈이다.

[ 차 례 ] - 벌레와 독수리 등 73편

# 차례의 일련번호는 검색 편의상 독서 메모자가 부여함.

< 01. 벌레와 독수리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큰 독수리, 벌레

- 커다란 독수리 한마리가 큰 나무 가지에 앉아 쉬고 있는 중에 땅에서 기어 다니는
한 벌레를 보고는 거만하게 웃으며 벌레를 놀렸다. “너희들은 말이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야 고작 기는 것 말고 더 있어?” 독수리는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위풍당당하게 펴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구쳐 오를 때, 어디선가
쏜 화살이 독수리의 배에 박혔다. 독수리는 상처를 입고 땅에 떨어져 죽어 가고 있을
때 벌레가 기어와서 속삭였다. “난다는 것은 특권이지만, 때론 기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네.”

< 02. 틀니 >
* 이야기 소재 (인물, 장소, 사건 등) : 노(老)수녀와 수련 수녀들, 영성에 관한 설교

- 설교 도중에 노수녀의 틀니가 빠져 마루에 떨어졌다. 노수녀는 천천히 틀니를 주어
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설교를 계속했다. “하느님은 이 틀니와 같으세요.
그분만이 우리의 이 없는 영혼에 아름다움을 부여하실 수 있으니까요.”

< 03. 신앙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신자인 테오필로스, 회의론자인 파비우스,
사자 한 마리, 낭떠러지, 하늘의 소리, 악마의 소리

- 두 사람이 숲 속을 거닐다가 사자 한 마리가 덮치는 바람에 힘껏 내 달리다가
낭떠러지를 만났다. 그들은 사자와 함께 낭떠러지 사이에 갇혀 어찌할 바를 몰라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의 응답으로 하늘에서 한 목소리가 울려 왔다. “낭떠러지로
뛰어 내려라!” 또 다른 목소리가 나무 꼭대기에서 울렸다. “손을 내밀어라. 나무
위로 끌어 올려 주겠다.” 그것은 악마의 소리였다. 그러자 파비우스는 그 손을 잡았고,
테오필로스는 낭떠러지로 뛰어 내렸다. 손을 잡고 위에 오른 파비우스는 낭떠러지에
던져져 죽고, 테오필로스는 공중을 걸어서 낭떠러지 저편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악마의
안전성을 믿기보다는 하느님 손 안에서 죽기를 무릅쓰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 04. 측은지심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제노 수사, 성체조배, 질레스 수사

- 성체조배를 차례대로 하는 중에 제노 수사가 조배실로 들어서자 질레스 수사가
골아 떨어져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몹시 화가 난 제노 수사가 성체를 향해 큰 소리로
기도했다. “주님, 감히 주님 면전에서 자고 있는 이 게으른 형제를 용서하소서.”
성체에서 주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해라. 네가 나까지 깨웠어! 나도 자고
있었는데 말이야!”

< 05. 탐욕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어떤 부자, 해변, 천사, 바다 건너 천국,
뗏목, 익사

- 어떤 부자가 인생이라는 해변에 서 있었다. 건너편은 천국이었다. 한 천사가 나타나
바다를 건너 천국으로 갈려면 허름한 뗏목을 저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는 뗏목을
보자 자기 재산을 싣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천사가 주의를 주었다. “이 뗏목은
몹시 낡았소. 짐을 너무 많이 싫으면 가라앉아 건너편에도 못 건너가오.” 하지만 부자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계속해서 금궤, 돈 자루, 보석 자루 등을 뗏목에 가득 실었다
. 뗏목을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가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큰 파도가 뗏목을 덮쳐 가라
앉고 부자는 익사하고 말았다. … 탐욕은 영혼에 짐을 너무 많이 지운다.

< 06. 신성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스승인 팜보, 제자인 플리니, 해변

-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모든 인간이 다 신성해져야 합니까?” 스승이 말했다.
“저 파도를 보아라. 아무리 먼 곳에 있는 것도 결국 해변에 이르러서야 잦아들지 않느냐?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발견해야 한다. 인생의 거룩한 해안을
말이다.”

< 07. 남은 십자가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주님, 사람들, 십자가들 선택,
작은 십자가, 큰 십자가

- 주님께서 사람들을 데리고 산더미처럼 쌓인 십자가들 앞으로 다가가셨다. 십자가들은
저마다 크기와 무게가 달랐다. 주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자기가 옮기고 싶은
십자가를 선택하여라.”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가 자마다 작고 가벼운 십자가를 갖고
떠났다. 남은 것은 가장 크게 보인 십자가뿐이었다. 갑작스레 일진광풍이 불어와서
그 십자가를 공중에 날려 보냈다. 그 가장 큰 십자가는 실은 가장 가벼웠던 것이다.
마치 깃털처럼.

< 08. 가장 좋은 연장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토후(土侯) 압둘 카스미르,
목수 2인(콰티르, 알리 카판), 대저택 건축, 심사

- 토후 카시미르는 가장 뛰어난 목수 둘에게 각자 대저택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누가
더 훌륭한 목수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콰티르라는 목수는 가장 훌륭한 연장을 가졌
기에 더 좋은 저택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알리카판이라는 목수는 묵묵히 일만 했다.
토후는 지어진 두 건물을 평가하고 알리카판을 최고의 목수로 선언했다. 토후가 목수
에게 말했다. “콰티르는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연장들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그대가 더 좋은 집을 지었음은 무슨 까닭인고?” 알리 카판이 대답했다. “전하, 그가
가장 좋은 연장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헌신적인 일꾼들을 데리고 있습니다. 훌륭한 일꾼들이 가장 좋은 연장이지요.”

< 09.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한 신비가, 주님, 거부 및 승인

- 한 신비가가 주님의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주님은
문을 열지 않고 닫힌 문 안쪽에서 말씀하셨다. “뭐라도 가지고 왔느냐?” 신비가가
대답했다. “네 제겐, 저의 덕행이 한 자루 있습니다.” “아주 기쁜 일이구나. 하지만
아직 문을 열어 줄 수 없네.” 그 자리를 떠났다가 돌아온 신비가가 한낮에는 “저의 좋은
행실과 거룩한 공적이 한 자루 있습니다.”, 저녁 무렵에 돌아와서는 “저의 명상과
간절한 기도가 한 숟가락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으나 역시 문을 열어 주지 않으셨다.
신비가는 한 번 더 떠났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돌아왔다. “주님, 제발 들여보내 주십시오.
주님, 제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드디어 주님은 “들어오너라!”
소리치며 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 10. 겁쟁이가 이긴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어떤 섬에 사는 수사, 난파 사고 당한 한 여인

- 어떤 섬에서 혼자 사는 한 수사가 해변에 웬 여인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난파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수사는 식용품과 물을 모아다가 오두막에 쌓아 두고
여인에게 가가 말했다. 오두막에 있는 것은 모두 당신 것이라며 삼 개월은 버틸 수
있다고 하면서 연안 선박이 한 달에 한 번 이 섬에 오니까 떠나고 싶으면 그 배를 기다리면
된다고 하였다. 여인은 의아한 듯이 물었다. “하지만 수사님은 어디로 가시죠?” “저는
수도자이니 정결해야 합니다. 당신과 함께 이 섬에 머물 수 없으니 다른 섬을 찾아봐야죠.”
“하지만 당신이 진정 정결하시다면 여자를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부딪쳐 보시면 당신의
덕성을 증명할 수 있으실 텐데요.” 수사가 뗏목에 몸을 실었을 때까지도 그녀는 계속
말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가 대답했다 “정결에 관한 한 문제가 다릅니다. 유혹에서 달아
나는 겁쟁이가 승리자랍니다.” 이 말을 남기고 수사는 뗏목을 저어 멀리 사라져 버렸다.

< 11. 신중과 열렬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신중과 열렬이라는 사람, 폭포가 된 큰 강

- 신중과 열렬이 숲 속을 거닐다 가던 길이 폭포가 되어 흐르는 큰 강에 이르자 멈추어
섰다. 두 사람은 강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합의를 보지 못해 다투기 시작했다. 열렬은
물속에 뛰어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며 어려울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신중은 열렬
더러 침착하라고 당부하며 강을 건널 다리가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다리를 찾아보고
그래도 없으면 그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큰 강에 뛰어들기로 했다. 하지만 열렬은 두말
없이 강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 시작했으나 강을 거의 건너갈 무렵에 급류에 휩쓸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신중은 강둑을 따라 먼 거리를 걸은 끝에 다리를 발견하여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 12. 죄의 부정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사탄, 악마 1, 2, 3, 4호

- 사탄은 지옥회의를 소집해서는 악마들에게 연간보고를 하도록 했다. 그가 악마들
에게 일렀다. “너희 공적을 알고 싶다. 공이 가장 큰 악마에겐 상을 내리겠다.” 악마
1호가 일어나 말했다. “사탄 마왕님, 저는 수많은 인간들을 육욕의 죄에 빠뜨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녀석들 타락하고 말았지요.” 이어서 악마 2호는 “… 인간들을 오만의
죄에 빠뜨렸습니다.” 악마 3호는 “… 인간들을 탐욕의 죄에 빠뜨렸습니다.” 마지막
으로 악마 4호가 일어나 말했다. “저는 수많은 사람들을 죄 같은 것은 아예 없다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사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참 잘했다. 악마들에겐 그것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업적이니라.”

< 13. 하느님의 정의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신학자, 오백 권짜리 대작, 천사

- 매우 학식이 높은 신학자가 마침내 자신의 필생의 업적인 대작을 완성했다. ‘하느님에
대한 완전한 정의’라는 제목으로 집필한 오백 권짜리 대작이었다. 그는 하느님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이 그 책 안에 수록되어 있다고 했다. 한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
하느님께서 읽고 싶다고 하면서 책 한질을 얻어 떠났는데 일 분도 채 안되어 천사가
다시 나타나 책을 되돌려 주었다. 이에 신학자가 “하느님께서 제 책을 다 읽으셨습니까?”
라고 묻자 천사가 “물론이요. 하느님께서는 그대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
하실 것이오. 하느님에 대해 그대가 쓴 것은 모두가 다 거짓이라 하셨소. 그 말을 남기고
천사는 떠나갔다. 그 누구도 하느님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진 못하는 법이다.

< 14. 불화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태양과 비, 무지개

- 태양과 비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 그들은 둘 다 같은 시간에 하늘에 있고 싶었다.
누구도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으므로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서 햇빛 또한 쨍쨍 내리
쬐었다. 그 덕분에 하늘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렸다. 햇빛과 프리즘 역할을 한
수정 빗방울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때로는 불화가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든다.

< 15. 배은망덕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주님, 나환자촌, 환자들 치유

- 주님께서 나환자촌에 가서 당신의 치유력으로 나환자들을 낫게 하셨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몇 달을 함께 지내신 후, 당신 자신이 나병에 걸리고 말았다. 곧 주님의
몸이 온통 문드러져 헐었다. 주님이 낫게 해준 사람들은 주님의 이 비천한 모습을
보고는, 주님을 마을 밖으로 끌어내다가 쫓아 버렸다. “꺼져라. 이 문둥아! 멀리
사라지라고! 네 고질로 우릴 더럽히지 말란 말이다!” 나병환자가 된 주님은 마을을
떠나셨다. 주님은 탄식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 16. 몽상가와 일꾼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왕, 몽상가, 일꾼, 궁전 짓기

- 왕이 몽상가에게 명했다. “날 위해 가장 아름다운 궁전을 지어다오.” 몽상가는 궁전
설계도를 아름답게 그리느라 며칠 밤낮을 보냈다. 수개월 후 왕이 궁전을 지을 부지에
갔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그는 그동안 조감도와 설계도만 지은 것이었다. 왕은
그를 쫓아 버리고 일꾼을 불렀다. “날 위해 궁전을 지어다오.” 일꾼은 궁전 부지로
가서 열심히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왕은 일 주일 후 일을 마쳤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에
갔다. 왕은 꼴사나운 건물을 보고는 낙담하여 일꾼을 해고해 버렸다. 일꾼은 쫓겨 가다가
길에서 몽상가를 만나 자기들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 했다. 그때, 몽상가가
제안을 했다. “우린 따로 일해서는 쓸모가 없네. 우리 함께 그 궁전을 짓기로 하세. 내가
궁전을 설계하고 자넨 짓는 거야.” 두 사람은 그 부지로 다시 돌아가 궁전을 짓기 시작
했다. 작업이 끝났을 때 그들은 왕을 모셔 왔다. 그것은 왕으로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누가 이것을 지었느냐?” “저희 둘이섭니다.” 왕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너희 둘이서 늘 함께 일해야 하겠구나. 노동 없는 꿈이 아무 쓸모가
없듯이 꿈 없는 노동도 아무 가치가 없느니라.”

< 17. 원죄 없으신 잉태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어떤 사내, 꿈, 천사, 외아들이 살 집

- 어떤 사내가 동정녀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라는 교의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는
간절히 기도했으므로 깨우침을 받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
는데 천사가 나타나 집들이 많은 마을로 데려가 “그대의 외아들이 살 만한 집을 골라
보라.”고 했다. 사내는 신중하게 살폈으나 그가 본 집들은 죄다 낡고 허름한 것뿐이었다.
사내가 말하기를 “제 아들에게 어울리는 집을 못 찾겠는데 그 아이를 위해 구상하고
있는 집을 한 채 지으면 안 되겠습니까?” 하자, 천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구상하고
있는 집을 설명만 해 보아라. 바로 지어질 것이다.” 사내는 무척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완벽한 집을 그리듯 설명하자마자 곧 그와 같은 집이 정말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천사가 “그대 자식을 위해 이런 집을 고른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 그 집들은
죄다 더럽고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데, 둘도 없는 아들이니 완벽하고 이상적인 집에서
살기를 원할 밖에요.” 천사가 말했다. “그 말이 바로 그대 의문의 답이다. 그대는 원죄
없으신 잉태를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나?”

- 천사가 말했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몸을 수태할 여인을 찾고 계셨을 때, 그분
께서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지. 모든 인간은 다 불완전하고 죄로 더럽혀져 있어서야.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지혜를 다 기울이시어 당신 아드님의 몸을 수태하는 데 부족함이
없이 완전하고 순결하며 죄에 물들지 않은 한 피조물을 만들어 내셔야 했거든. 불완전한
그대도 그대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만을 원할 진데, 하물며 하느님께서 당신의 독생성자를
위해 더 못한 걸 생각하시겠느냐? 그게 성모님의 원죄 없이 잉태한 이유다. 그리스도가
머무실 곳, 그러니까 성모님은 완전한 존재를 잉태하기에 완벽했던 게야.”

< 18. 호부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한 사내, 마음들의 도시, 호부(護符/부적), 흰 돌

- 한 사내가 마음들의 도시로 들어갔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음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무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사내는 현자를 찾아갔다. 현자는 사내에게
흰 돌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 마술 호부를 지니고 가게. 이게 있으면 어떤 마음이라도
열 수가 있거든. 제아무리 완고한 마음이라도 말이야.” 사내는 흰 돌을 받아 갖고 마음들의
도시로 다시 갔다. 놀랍게도 수많은 마음들이 문을 열고 그를 들어오라고 초대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무척이나 좋아하며 그 호부를 준 현자에게 달려갔다. “이 흰 돌 호부는 정말 신기해요.
아주 쉽게 마음을 열어요.” 현자가 말했다 “그것만 지니고 있으면 어떤 마음도 자네에게
닫혀 있을 수 없지.” 사내가 물었다. “이 마법의 돌, 이름이 뭡니까?” 현자가 힘주어 말했다.
“사랑이라네”

< 19. 겸손한 지휘관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미추아시 장군, 부하 장교 아리카미와 하나시

- 미추아시 장군은 새 연대장이 필요했다. 그는 부하장교 둘을 불러 그중 하나에게 물었다.
“아리카미, 귀관은 훌륭한 연대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넷, 장군님, 저는 이제까지
백전백승이었습니다. 저는 평생 패배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미추아시가 다른 장교에게
물었다. “하나시, 귀관은 훌륭한 연대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장군님, 저는 백 번을
싸웠습니다만 승리라곤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늘 대패(大敗)였습니다.” 미추아시
장군은 하나시를 연대장으로 진급시켰다. 이를 지켜보던 아리카마가 항의하자 미추아시
장군은 대답했다.“아리카미, 난 승리에 겨워 자만에 빠진 지휘관보다는 패배를 맛본 뒤
겸손해진 지휘관을 거느리고 싶네.”

< 20. 희생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예수, 사도요한, 십자가

- ‘예수께서 사랑하신’ 사도 요한은 십자가 아래 있었다. 그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쳐다보고는 동정과 사랑의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랑이 너무나 컸던 까닭에 그는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곳의 못을 뽑고 주님을 조심스레 땅에 뉘었다. 요한은 주님의 입술이
바싹 마른 걸 보고 물 한 컵 가져오려고 잠시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주님은 또다시 십자가에 달려 계셨다. 그는 다시 못을 뽑고 주님을 땅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요한은 주님을 덮어 드릴 담요를 가져오려고 잠시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주님은 또다시 십자가에 달려 계셨다. 그분을 쳐다보며 요한이
물었다. “주님, 어찌해서 제가 돌아올 때마다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십니까?”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아들아, 비워둘 수 없는 게 십자가의 법칙이다. 이것이 내가 계속 여기
십자가에 달려 있는 이유다.” 두 분은 말없이 서로 바라보며 가슴으로 말했다. 요한은
드디어 주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주님을 십자가에 끌어내리고, 주님 대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때 이래 주님은 당신 십자가에 되돌아가지 못하였다.

< 21. 보지 못한 응답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가난한 거지, 성당, 기도, 주님, 은화 한 자루

- 찢어지게 가난한 한 거지가 아침에 성당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서 눈을 감고 기도했다.
“주님, 제발 바라건대 빵을 살 만큼만 돈을 좀 주세요. 몹시 배가 고픕니다.” 정오가
되도록, 밤이 지나도록 그는 여전히 똑같은 기도만 되풀이 하고 하고 있었다. “주님,
제발 먹을 걸 사게 돈 좀 주세요. 몹시 배가 고픕니다.” 마침내, 감실로부터 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내 이미 오늘 아침에 너의 기도를 들어 주었다.” “하지만 주님, 전 아직
돈이 없는걸요.” “아침부터 눈을 떠 보지 않았으니 어찌 그걸 알겠느냐?” 마침내 거지는
눈을 떴다. 곁에 은화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부터 거기
있었건만 줄 곳 눈을 감고 있었기에 하느님의 응답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 22. 사랑은 강요되지 않는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유대인 청년, 예루살렘, 사형수, 십자가

- 한 유대인 청년이 목공소에서 연로한 아버지를 도우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참다못한
아버지가 아들을 꾸짖자 마침내 젊은이는 집을 떠났다. 예루살렘의 거리를 걷고 있다가
사형수 하나가 수많은 군중들 가운데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데 로마 병사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그 죄수가 너무 허약해서 십자가에 못 박힐 갈바리아 언덕까지 가지
못할 것을 안 로마 병사가 군중 속에서 그 죄수를 도울 사람을 찾았다. 병사는 유대인
청년을 보더니 창으로 위협하며 십자가를 지도록 했다. 그 유대인 청년은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던 바로 그 젊은이였다. 그의 이름은 키레네의 시몬이었다.

< 23. 하인 왕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바그다 왕, 하인 쿠아럼과 로스트럼,
왕의 계승자

- 바그다 왕은 침대 곁으로 신하를 불렀다. “나는 곧 죽을 거요. 한데 아직 계승자가
없구려. 내겐 왕자가 없으니 누구에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할지 모르겠소.” 그 신하가
하나의 제안을 했다. “가장 뛰어난 하인 둘 가운데서 고르소서.” 왕은 가장 뛰어난
하인 둘을 침실로 불렀다. 그는 속마음을 떠 보기 위해 그중 한 하인에게 물었다.
“쿠아럼, 네가 만일 왕이 된다면 어떤 왕이 되겠는고?” 쿠아럼이 대답했다. “마마,
소인은 법대로 통치하고 백성들을 엄하게 다스리겠습니다.” 왕은 다른 하인에게도
물었다. 로스트럼이 대답했다. “마마, 소인은 변함없이 지금 제 모습 그대로일 것입
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왕과 하인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은 왕위일 뿐입니다.
진정한 왕은 섬기는 사람이니까요.” 로스트럼은 바그다 왕의 계승자가 되었다.

< 24. 하느님 앞에 있음이 곧 기도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두 수사의 기도, 원장

- 한 수사가 성당에 들렀다가 두 수사가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젊은 수사는
수많은 말을 동원하여 큰 소리로 기도했지만, 나이가 많은 수사는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기도했다. 수사는 원장에게 가서 두 수사가 기도하는 모습을 말하면서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았다. 원장이 대답했다. “젊은 수사는 기도란 말을 많이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말을 동원해 기도하지요. 나이가 좀 더 많은 수사는 하느님
앞에 있는 것 자체가 이미 기도라고 생각하기에 침묵 속에 기도하는 것입니다.”

< 25. 종이 십자가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주님, 게으름뱅이 실라스, 무거운 십자가,
악마, 종이 십자가, 종이 황금 저택

-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나누어 주셨는데 게으름뱅이 실라스에게는 굉장히
무거운 십자가를 주셨다. “십자가는 무거울수록 좋으니라. 결국 네가 받을 보상이
더 클 테니까!” 이 말씀을 남기고 주님은 사라지셨다. 실라스는 투덜거리며 십자가를
졌으나 몇 걸음 가지 않아 그 십자가를 땅에 팽개치고 말았다. 그는 그 무거운 십자가를
바라보며 훨씬 가벼운 것을 갖길 원했다. 악마가 나타나 그에게 제안했다. “난 종이로
십자가 모조품을 만들 수 있지, 겉보기는 똑같아도 무겁지 않아. 네 주인도 구별하지
못할 거야.” 실라스는 그 제안을 듣고 기뻐하며 무거운 십자가와 똑같은 종이 십자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굉장히 무거운 듯이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서
마침내, 그는 주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곳에 이르렀다. 주님은 실라스가 무거운 십자가에
값하는 상을 청하자 그를 데리고 언덕을 향해 걸었다. 주님께서 언덕 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황금 저택을 가리키며 그것을 상으로 주었다. 실라스는 그곳으로 뛰어가 막
문을 열려는데 강풍이 불어 왔다. 놀랍고 황당하게도 그 황금 저택은 날아가 버렸다.
그 집도 종이로 만들었던 것이다. 종이 십자가엔 종이 상품이 어울린다.

< 26. 열쇠 한 짝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천국의 문, 천사, 부부용 천국문 열쇠

- 영혼들이 천국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기혼자들, 수도자들, 사제들, 미혼자들
등 신분에 따라 나뉘었다. 천국의 정문에는 각 신분에 따라 문이 따로 있었다. 결혼한
부부들은 모두 제1문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이혼한 사람에게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혼한 사람이 자기 열쇠로 천국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따지자 수위 천사가 말했다.
“부부용 천국문은 열쇠가 둘 있어야 열 수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그 문 열쇠 한 짝을
그녀(아내)가 갖고 있어요. 그 열세가 있어야만 문을 열고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

< 27. 죄인과 성자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한 젊은 수사, 장상

- 한 젊은 수사가 장상에게 물었다. “죄인과 성자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장상이
대답했다. “죄인은 ‘주님, 저는 죄인이 아니옵니다. 저는 이미 성자입니다.’하고 기도
하는 사람이고, 성자는 ‘주님, 저는 큰 죄인이긴 하지만 성자가 되기를 원합니다.’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네.”

< 28. 부자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큰 부자 여인, 신부
- 큰 부자 여인이 신부에게 불평했다. “복음서에는 그리스도께서 부자가 천국에 들어
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 나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셨다는데 무슨 까닭인지요?
부자는 다만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죄의식을 느껴야 합니까?” 신부가 대답했다. “부나
재산 때문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 재산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길
거부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는 어쩔 수 없어요. 죄의식을 느껴야지요.”

< 29. 휴식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두 수사, 원장, 밀 수확

- 두 수사가 수도원장으로부터 들에 나가 밀을 거두어들이라는 분부를 받았다. 날이
저물었을 때 보니 쉬지 않고 일한 첫째 수사보다 쉬어 가며 일을 한 둘째 수사가 더
많은 밀을 베어 놓았다. 첫째 수사는 그 결과에 놀라서 동료에게 물었다. “나는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틈틈이 쉬어가며 일한 형제가 밀을 더 많이 베었군요. 그 비결을
좀 말해 주세요. 어떻게 한겁니까?” “저는 틈틈이 쉴 때마다 제 낫을 갈았지요.”

< 30. 산과 자갈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높은 산, 자갈들

- 굉장히 높은 산이 자랑을 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크다.” 자갈들이 이 소리를
듣고 산을 꾸짖었다. “자만하지 말라고, 우리 작은 자갈들이 없다면 넌 크다고 자랑할
건더기가 없어.” 그러자 산이 자갈들을 비웃었다. “내가 커지는데 너희들이 뭐 보태준
것 있어? 난 내 스스로 큰 거라고!” 그러자 그 산의 자갈들과 흙 알갱이들이 산을
떠나기로 결의했다. 그들은 비탈을 굴러 내리기 시작했고, 흙은 매일 조금씩 침식되었
으며 바위들은 산자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일 년이 지나자 산에게 남은 것은 동산뿐
이었고, 3년 후에는 그마저 깎여 구릉으로 변했다. 마침내 10년 후에는 평원이 되어
버렸다. … 제아무리 큰 것들도 가장 작은 요소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 31. 유산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변호사, 부자, 부자의 일곱 자제, 유산

- 한 변호사가 부자의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 부자는 일곱 자제를 두었는데 유산중
가장 큰 몫을 자신을 가장 깊이 사랑하는 자식에게 남기고 싶었다. 부자가 변호사에게
말했다. “그 아이들을 모두 불러서 내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 주시오. 가장 큰 소리로
우는 애가 가장 깊이 나를 사랑하는 아이일 것이오.” 하지만 여섯 자녀가 몰래 엿듣고
있다가 그 계획을 알게 되었으나 막내만이 거기 없었다. 아버지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자녀들은 울고불고 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크게 울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이 광경을 본 아버지는 자식들이 자기 계획을
알고 있지 않나 의심이 갔다. 이러고 있는데 막내가 병실에 들어 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아버지가 임종이 가까웠다는 말을 들은 막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드디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군요! 우린 이제 상속을 받게 되었구나!” 아버지는 이
소리를 듣고 웃으며 유산 중 가장 큰 몫을 막내에게 주기로 했다. 변호사가 놀라서
이에 관해서 묻자 그는 막내를 불러 그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말했다. “얘는 최소한
정직하기나 하지요.”

< 32. 모두가 다 왕이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충신 레오나드, 왕의 내방, 폭풍,
비에 흠뻑 젖은 사내, 보석 한 자루

- 충신 레오나드는 왕의 내방을 대비해 누추한 집이나마 정성을 다해 정돈한 후
진수성찬을 준비해 놓고 왕을 기다렸다. 날은 자꾸 저물어 가는데 왕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 문을 여니 비에 흠뻑 젖은 사내 하나가 진흙투성이
옷을 입고 서 있었다.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는 사내를 따뜻이 맞아들여 왕에게 줄
음식을 대접하고 왕실 손님을 위해 마련해 둔 따뜻한 침대에서 자도록 했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이 낯선 사람은 떠났고, 늦은 오전에 또 다른 노크 소리에 문을 여니 왕이
보석 한 자루를 들고 서 있었다. 왕이 말했다. “내 감사의 표현이니 받으시오!” 레오나르가
이걸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왕이 말했다. “내가 어제 여기 오던 중에 폭풍
속에 갇혔더랫소. 나는 말에서 떨어져 그대 집까지 걸어왔던 거요. 내가 바로 어제 그대가
먹여 주고 재워 준 사람이오. 그대는 모든 사람을 왕처럼 대하니 당신은 왕이 될 자격이
있소. 자, 간청하니 이제부터 왕가의 일원이 되어 주오.”

< 33. 세 어머니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갈바리아 언덕, 세 개의 십자가, 세 어머니

- 갈바리아 언덕의 세 개의 십자가 발치에 세 어머니가 서 있었다.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는 십자가 가까이 서 있었고, 다른 두 어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스도
왼쪽 십자가에 못 박혔던 도둑의 어머니가 마리아께 외쳤다. “당신의 아들이 정말로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자신과 내 아들을 구하라고 말해 주시오.” 오른쪽 십자가에 못
박힌 다른 도둑의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그녀를 힐책했다. “당신은 하느님이 두렵지
않소? 우리네 아들들이야 나쁜 짓을 했으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의
아들은 죄가 없어요.” 라고 말하고 나서 그리스도의 어머니께 간청했다. “당신 아들에게
말해 주세요. 그의 왕국에 다다르면 제 아들을 기억해 달라고요.” 그리스도의 어머니는
그녀를 돌아보고 말했다. “오늘 당신의 아들은 제 아들과 함께 천국에 갈 것입니다.”

< 34. 기다림 >
- 한 죄수가 10년 동안 왕에게 사면을 호소했다. 자기 호소가 아무런 주의도 끌지
못했음을 알고 그는 낙담하여 담요로 끈을 만들어 목을 맸다. 잠시 후 죄수는 죽었고,
경비원이 그의 감방에 들어가 매달려 죽어 있는 죄수를 보고는 땅을 치며 탄식했다.
그 경비원은 죄수에게 그가 사면되어 풀려나게 되었음을 알리려고 왕이 파견했던 것이다.

< 35. 용서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마법사 문다카, 죽었던 중년 부인, 용서

- 마법사 문다카가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묘지로 가서 한 무덤을 고른 후 주문을
외웠다. 무덤 앞의 돌이 굴러 문이 열리자 한 중년 부인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저는 다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못 다 이룬 소원을
성취하고 싶을 뿐이예요. 그러고는 여기 다시 돌아와 죽을 겁니다.” 세 시간 후, 그
부인은 무덤으로 되돌아와 문다카에게 다시 죽은 자들 가운데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마법사 무엇을 했냐고 묻자 부인이 대답했다. “제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제가 상처를 입혔던 사람들에겐 용서를 구했습니다. 제가 죽기 전에 못한 일들이지요.
이젠 편안히 쉴 수 있겠어요.” 부인이 무덤으로 들어가자 문다카는 그녀를 죽은 자들
가운데로 되돌려 보냈다.

< 36. 종(鍾)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큰 동종(銅鐘), 바람, 작은 은종(銀鍾)

- 주일미사가 시작되기 전 커다란 동종이 성당 종탑에서 웅장하게 울렸다. 그 힘찬
소리가 먼 곳까지 울펴퍼지는 것을 들은 동종이 자찬했다. “나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이야!” 바람이 이말을 듣고 자기 자랑에 겨운 종을 책망했다. “네가 내는
소리로 스스로를 판단하지 마라. 난 조그만 소리로도 장엄 미사의 가장 중요한 순서를
알리는 성당의 종을 하나 알거든.” … 미사가 진행되자 온 성당이 고요해졌다. 성변화
순서에서 성체거양이 진행되는 동안 복사가 높고 여린 음을 내는 조그만 은종을 울렸다.
바람이 동종에게 말했다. “저 종은 소리는 비록 작지만, 인간을 위한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시현(示顯)된다는 것과 주님의 몸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어.” … 가장 보잘
것 없는 일이 가장 거룩하고 중요할 수도 있는 법이다.

< 37. 나를 사랑한다면 >
- 고행을 하는 한 수도자가 독방에 있으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주님, 저를 사랑하신
다면 왜 제게 고통을 주십니까?” 한 목소리가 그를 힐책했다. “아들아, 네가 날 사랑
한다면 왜 고통을 달게 받지 못하느냐?”

< 38. 다리와 도끼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한 사냥꾼, 폭우, 다리, 천사, 도끼

- 한 사냥꾼이 하루는 산 속에서 폭풍을 만났다. 비가 멎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난감하게도 집으로 통하는 다리가 폭풍으로 끊겨 있었다. 하느님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어 사냥꾼은 기도했다. “주님, 다리를 주소서.” 곧 한 천사가 도끼를
들고 날아와 그에게 주었다. 사냥꾼이 이의를 제기했다. “저는 다리를 주십사고 했지,
도끼는 아니었습니다. 도끼로 무얼합니까?” “하느님은 원하시면 쉽게 다리를 만들어
주실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대 버릇을 잘못 들여 놓길 바라지 않으신다.
그대가 스스로 나무를 베어 다리를 만들도록 이 도끼를 주신 것이다.” 이 말을 남기고
천사는 떠나갔다.

< 39. 본질적인 것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한 젊은 컴퓨터 전문가, 할머니, 전원 소켓

- 한 젊은 컴퓨터 전문가에게 그의 할머니가 찾아 오셨다. 그는 컴퓨터 기술을 자랑
하고 싶어서 할머니께 전산실을 보여 드렸다. 그는 복잡한 전문용어들을 동원하여
그의 슈퍼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놀라운 일들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막 실행해
보이려는데 컴퓨터가 작동하질 않는 것이었다. 그는 알고 있는 지식으로 여러 조치를
해보았으나 컴퓨터는 요지부동이었다. 한 시간 후, 그가 마침내 손을 들었을 때 할머니가
벽에 있는 소켓을 가리켰다. 컴퓨터는 전원에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사람들은,
때로는 엉뚱한 것들에 열중한 나머지 본질적인 것들을 잊고 산다.

< 40. 비 >
- 낙관주의자 오스왈드와 비관주의자 피터가 오두막에 살았는데 한동안 비가 몹시
내렸다. 피터가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 밖을 좀 봐. 비가 내리고 있어. 마치 내
우울한 마음을 알기나 한 듯 눈물이 내리는 것 같아 ….” 낙관주의자 오스왈드는 이런
말을 듣고도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비를 좀 봐! 아, 정말 아름답구나. 정말 아름다워!
마치 다이아몬드가 떨어지는 것 같아!”

< 41. 하느님으로 오인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천국 성인궁(聖人宮), 거대한 문, 빛,
한 여인

- 천국에 새로 도착한 한 무리의 영혼들이 성인궁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하느님을 직접 뵈올 생각에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이윽고 거대한 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밝고 신비로운 빛이 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영혼들은 이 영광의 빛을
보고는 자기들이 하느님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구나 싶어 엎드려 경배했다. “경배
하나이다. 하느님! 경배하나이다. 하느님!” 놀랍게도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배를 멈추고 일어나세요. 납니다.” 영혼들이 일어나자 그들은 동정녀 마리아를
보았다. … 일찍이 한 성자가 말하기를 영혼이 천국에서 마리아의 영광을 보면 하느님
으로 오인하게 된다고 했다.

< 42. 성실성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눈먼 할머니, 페인트공,
흰색과 녹색 페인트

- 한 눈먼 할머니가 자기 집을 흰색으로 칠해 달라고 부탁했다. 페인트공은 흰색
페인트가 떨어지고 없었으므로 할머니의 방에는 흰색 대신 녹색을 쓰기로 했다.
작업이 끝났을 때 할머니가 페인트공에게 자기 방을 흰색으로 칠했는지 물었다.
페인트공은 그렇게 했노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눈먼 할머니는 페인트공의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다짐했다. 페인트공은 방을 흰색으로 칠했다고 주장했지만 눈먼
할머니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왜 저를 못 믿으시죠, 할머니! 할머닌 앞을 못
보시니 방 색깔을 볼 수 없잖아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여보게, 자네 목소리를
들으면 자네가 성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네.”

< 43. 회의주의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무신론자, 하느님, 높은 산

- 무신론자가 하느님과 대결하기 위해 아주 높은 산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당도한
무신론자는 서서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시비조로 하느님께 말했다. “당신이
실제로 존재하신다면 모습을 드러내시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또다시 소리
쳤다. “당신을 볼 수 있게 해 주시오. 하느님! 나타나 봐요!” 그러자 하느님께서
무신론자에게 나타나셨다. 그는 하느님을 뵙고 산을 내려왔다. 그동안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제가 그에게 말했다. “하느님을 뵈었으니 이제는 신자가 되시겠소?”
“왜, 그래야 되지요. 내가 본 것이 하느님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소?” … 완고한
회의론자는 하느님을 뵈어도 믿지 못하리라.

< 44. 진정한 나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신비가, 하느님의 문 열쇠

- 한 신비가가 하느님의 문 앞에 섰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문은 잠겨 있었고 그는
열쇠가 없었다. 신비가는 열쇠를 찾으러 온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그는
약이 올라 하느님의 문 앞으로 되돌아와 울자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아라.” 그가 마음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열쇠가 거기 있었다. 그 열쇠로
열어 보았다. 하느님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신비가는 하느님을 뵈올 수 있었다.
그 열쇠의 이름은 ‘진정한 나’였다.

< 45. 완전한 믿음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주님, 제자, 믿음, 악마의 유혹, 사랑

- 주님께서 한 제자를 이끄시며 말씀하셨다. “아들아, 이 길로 가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내게 믿음을 가져라. 날 믿으라. 완전한 믿음은 완전한 사랑의 씨앗
이니라.” 제자는 그 어두운 길을 계속 걸어갔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으므로 주님이 자기를 두고 떠나 버리신 것 같았다. 악마가 제자에게 다가가
그를 유혹했다. “날 따르기만 하면 광명을 주겠다.” 제자가 받아쳤다. “어둠 속에서
하느님을 따를지언정 광명 속에서 너를 쫓진 않겠다.” 그 말에 악마는 떠났고 제자는
어두운 길을 계속 걸어갔다. … 완전한 믿음은 완전한 사랑의 씨앗이다.

< 46. 네 자신의 날개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참새, 숲 속의 요정, 여러 새들의 날개들

- 참새 한 마리가 숲 속의 요정에게 불평을 해댔다. “제발, 내 날개를 좀 바꿔줘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요.” 마음씨 좋은 요정은 청을 받아들여 참새에게 새로
독수리 날개를 달아 주었다. 공중에서 시험비행을 해본 참새는 다시 요정을 찾아와서
이 날개는 너무 강해 어지럽다면서 다른 날개로 바꾸어 달라고 하자, 이번에는 매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하지만 시험비행을 해보고는 다시 돌아와 내게 너무 빠르다며
여전히 불만이었다. 요정은 참새더러 황새, 펠리컨, 갈매기, 콘도르의 날개를, 심지어는
딱다구리 날개까지 달아 보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날개를 달아 보고도 참새는 만족
하지 못했다. 마침내 요정은 참새에게 다른 날개를 달아 주었다. 참새는 이 날개로
날아 보고는 기뻐하며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참새가 요정에게 가서 물었다. “이건
무슨 날개지요? 언제 한번 달아본 것 같은데.” “참새 날개, 바로 너의 날개야.”

< 47. 짐승 대 짐승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못 생긴 여인, 가면 제작자, 미남 청년

- 얼굴이 정말 못 생긴 여인이 아주 능란한 가면 제작자에게 갔다. 그녀는 자기의
못 생긴 얼굴을 감춰 줄 아주 특수한 가면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드디어 가면
제작자는 그런 가면을 만들었는데, 정말 너무나 감쪽같이 아름다워서 진짜 얼굴처럼
보였다. 시간이 흘러 한 미남 청년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양심을 가책을 느낀
그녀는 청년에게 진실을 고백하기로 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가면을 벗었으나 청년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 “얼굴 못 생긴 것하곤 상관 없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인은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때 청년도 자기 가면을 벗고 역시
못생겼음을 자백했다. “자, 제가 이렇게 못생겼는데도 저를 사랑하시겠습니까?”
여인은 그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지르면서 뒷걸음치며 소리쳤다. “당신은 너무나 못
생겨서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어요!”

< 48. 아무것도 찾지 않았다 >
- 한 신비가가 여러 곳을 헤매고 다니며 나무들을 쳐다보고, 바위 밑을 살피며, 동굴
에도 들어가 보고, 온갖 산에 다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사람들이 신비가의
행동이 이상스러워 물어 보았다. “무얼 찾아 다니죠?” “아무것도….” “왜 아무것도
찾지 않죠?” “모든 것을 찾고 싶어서.”

< 49. 성작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큰 황금잔, 나무잔, 부유한 로마인,
가난한 어부

- 한 유대인 가게의 진열장에 굽이 높은 유리잔 등 잔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그 한쪽에는 큰 황금잔과 그 곁에 나무잔이 하나 놓여 있었다. 큰 황금잔이 나무잔을
보고 비웃었다. “넌 얼마나 하찮은지 모르지, 너 같은 잔으로는 거지라도 술을 마시지
않을거야!” 그때 손님 둘이 들어와 한 손님은 부유한 로마인으로 황금잔을 샀고,
한 사람은 가난한 어부로 나무잔을 샀다. 나무잔은 커다란 이층 방에 옮겨져 식탁
위에 놓였다. 그는 턱수염을 기른 남자의 따뜻한 손길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는 포도주를 따르고는 “이것은 나의 피다. 나를 기념하여 이것을 마셔라.”
이 말에 나무잔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금
그리스도의 보혈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 다음 날, 황금잔은 빌라도의 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그는 흑인 노예의 손길을 느끼며
빌라도 앞에 놓여졌고, 총독의 두 손이 그의 위에 놓이더니 물이 부어졌다. 빌라도의
손 씻을 물이 그 큰 잔에 부어진 것이다. 빌라도는 예수 그리스도께 십자가형을 언도한
뒤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이 자의 죄로부터 손을 씻었다!” 이 말을 들은 큰
황금잔은 몹시 기뻐 소리쳤다. “이건 특전이다. 내가 이분의 손 씻은 물을 담고 있다니!”
큰 황금잔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 물에는 불의와 비겁과 오만의 얼룩들이 녹아 있었다.
그것은 영원히 기억될 범죄의 물이 되었던 것이다. …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누구인가에
달려 있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냐에 달려 있다.

< 50. 제물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이교도 팜푸스, 그리스도인 키루스,
희생제물

- 어떤 마을에, 이교도 사원과 가톨릭 교회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매일같이
이교도 팜푸스와 그리스도인 키루스는 각각 예배소로 가는 길을 나란히 걸어갔다.
팜푸스는 늘 자기 자신을 위해 제단에서 태울 희생제물을 들고 있었으나 키루스는
교회에 갈 때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의아스러워 어느날 키루스에게 물었다.
“이보시오. 선생. 당신은 왜 예배하러 가면서 당신 신께 바칠 제물을 가져가지 않는
거요? 왜 관습을 따르지 않느냐 말이오?” “가져가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제물을 그분께 바치지요.” “그럼 당신이 당신 신께 바치는
게 뭐요?” “제 자신입니다.”

< 51. 어둠 속에서 보기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소년과 아버지, 동굴 지나가기

- 한 소년과 그 소년의 아버지가 깊은 숲 속을 거닐고 있었다. 반대쪽으로 가려면
어둡고 긴 동굴을 지나야 했다. 소년이 길을 밝혀줄 촛불도 햇불도 없다고 하면서
동굴 입구에서 망설였다. 아버지가 침착하게 아들에게 말했다. “일단 안에 들어가거든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도록 몇 분간 두 눈을 감고 있거라. 다시 눈을 떳을 때는 틀림
없이 동굴 속 길을 볼 수 있을거다.” 소년은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했다. 얼마간 눈을
감고나자, 동굴 내부가 보였다. 그곳은 아주 어두었지만 소년과 아버지는 반대편까지
무사히 통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얘야, 만일 어둠을 밝힐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어둠 속에서 보려거든 어둠을 이용하여라. 신앙은 바로 그러한 어둠과 같다.”

< 52. 흠잡는 사람 >
- 하루는, 집 안 정돈에 유난히 까다로운 한 노부인이 집 안에 널리 무수한 진흙
발자국들을 보게 되었다. 격분한 그녀는, 모든 하인들을 소집해서 그 진흙 발자국들이
누구의 소행이냐고 나무랐고, 그 진흙 발자국들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한 사람씩
심문을 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신이 더럽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의 신을 내려다보고는,
오히려 자기 신이 더럽고 진흙투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 흠잡기 좋아하는
사람이 오히려 가장 흠이 많은 사람인 경우가 종종있다.

< 53. 자기 연민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어떤 남자, 손님인 고난,
다른 손님인 사랑, 악마가 보낸 손님인 자기 연민

- 사랑은 고난의 가장 좋은 동반자다. 자기 연민(self-pity)은 사랑의 가장 큰 적이다.

< 54. 축복은 변장을 하도 온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먼 왕국의 군주, 총애하는 신하,
거지 변장, 온 고을 방문

- 어느 먼 왕국에서, 군주가 그의 총애하는 신하에게 말했다. “오늘은 재물을 아낌
없이 나누어 주고 싶구나. 내가 가난한 거지로 변장을 해서, 처음으로 나를 자기 집에
맞아 주는 사람에게 황금 오백 냥을 내리겠노라.” 왕은 거지로 변장하여 온 고을을
돌아 다녔으나 아무도 그를 맞아들이지 주지 않았고, 자선금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 왕은 아주 울적해져서 집무실로 돌아왔다. 총애하는 신하가 물었다.
“어찌 그리 수심이 가득하신지요, 폐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심히 슬프오. 첫째,
내 나라 백성들은 사람을 재산으로 평가하지 인격으로 평가하질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은 행복이 가장 예기치 못한 곳에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찾지 못하는 것 같소.”

< 55. 친절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긴 순례행렬, 황소 한 마리,
어른들, 어린 소년

- 사륜마차들을 타고 여행하는 긴 순례행렬이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좁은 길을 가로
막고 있어 멈춰 섰다. 황소는 길 한가운데서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순례자들이
조바심이 났다. 우선 그들은 밧줄로 황소를 치고, 다음으로 돌을 던지며, 나중에는
예리한 칼로 그 동물을 찌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황소는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마지막
으로 한 어린 소년이 마차에서 뛰어내리더니 길가로 가 건초 한 다발을 모아서는 황소
에게로 달려가 건초를 손에 들고 먹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꼴(먹이)을 주면서 조금씩
뒷걸음질을 했다. 황소가 따라가자 길이 열렸다. 소년은 어른들에게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을 보여 준 것이다. 황소를 움직이게 한 건 친절이지 모진 처사가 아니었다.

< 56. 혀 >
- 수다쟁이 여자 가나가 모세 아빠스에게 조언을 구하러 갔다. 그녀는 노(老)수도자
에게 자신은 그 수다스러움 때문에 늘 싸운다고 말했다. 모세 아빠스는 촛불을 하나
켜고는 가나에게 물었다. “초의 불꽃을 당신은 어떻게 이용하지요?” “그대로 내버려
두지요.” 모세 아빠스가 바로 그 점을 지적했다. “혀도 마찬가집니다. 당신의 혀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 57. 축복과 불행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농부 펠릭스, 아내, 기도, 비

- 농부 펠릭스가 심한 가뭄으로 작물이 죽어가고 있어 많은 비가 오게 해주십사하고
기도했다. 어느 날 아내가 “비가 오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하고 기도
하는 걸 들은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비가 오질 않게 해 주신걸 감사하다니 …”하며
그녀를 몹시 꾸짖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강가에다 이제 막 집을 지어 논 상태였다.
“만일 비가 왔다면, 강이 곧 넘쳐서 그 사람들 집을 휩쓸어 버렸을 거예요. 때로는
한 사람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의 축복이지요. 그 때문에 하느님께 비가 오지 않게
해주신 걸 감사드린 거예요.”

< 58. 축복과 불행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두 천사, 가브리엘 대천사, 축하행사,
성인 시성, 중죄인 고해

- 두 천사가 서로 말을 주고받는 중에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대한 축하행사가 곧
벌어질 것이라고 알리는 소리를 들었다. 첫 번째는 교황이 이제 막 한 성인을 시성한
것에 대한 축하행사였다. 잠시 후, 그들은 성삼위께서 황금빛 찬란한 영광과 아름다움에
싸여 나타나시는 걸 보았다. 성모님은 성부와 성자, 성령 가까이 서 계셨다.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이 그분들과 함께 있었다. 그때 하느님께서 큰 목소리로 좀 더 정성
스럽고 좀 더 즐거운 축하를 하라고 명하셨다. 두 번째 축하행사는 첫 번째 보다 훨씬
더 성대하게 축하행사가 치러졌다. 첫 번째 천사가 두 번째 천사에게 물었다. “천국이
왜 이렇게 기쁨에 들떠 있는 겁니까?” “지상에서 한 중죄인이 이제 막 고해를
마쳤답니다.”

< 59. 십자가와 부활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십자가의 성바오로, 설교, 주교, 고난, 부활

- 십자가의 바오로는 우리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관해 뜨겁게 설교하는 열성적인
선교사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당황
하고 상심한 십자가의 바오로는 주교에게 가서 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주교가 말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강론은 아주
유익한 일이지만, 신부님은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요. 신부님은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해 설교하지만, 그분의 부활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활의
희망이 없이 십자가를 강론하는 건 사람들을 두렵게 할 따름이지요.”

< 60. 지름길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하느님의 버스 운전, 승객, 지름길

- 버스 운전을 하는 하느님에게 승객들이 천국에 지름길로 가기를 원하자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점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싱겁고 다른 곳들은 보지도
못했다며 불평을 하자, 하느님께서 그들을 일깨워 주셨다. “천국에 이르는 여행은
길고도 험할지는 모르지만, 그 길은 아주 아름답단다. 지름길은 여행의 재미와 흥미를
그만큼 앗아가 버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61. 가장 분주한 중재자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천국에 온 한 영혼, 베드로 성인,
중재 궁전, 중재의 방들, 가장 분주한 중재의 방

- 천국에 새로 온 한 영혼이 베드로 성인의 인도를 받아 자신의 영원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들은 여러 개의 방들로 이루어진 한 황금궁전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중재의 궁전이었다. 여기엔 성인들의 중재를 요청하는 지상 사람들의 청원을 접수
하는 방들이 여럿 있었다. 한 성인에 한 개의 방이 배정되었는데, 좌절하고 실망한
이들의 수호성녀 카시아의 리타의 방은 무척이나 분주했다. 그 외에도 성주드,
성클레어, 성요셉 그리고 다른 많은 성인 성녀들의 방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어느 방보다 크고 분주한 방이 자리 잡고 있는 그 궁전의 가장 먼 모퉁이에
이르렀다. 그 방은 지상에서 올라온 헤아릴 수 없는 청원들을 나르는 많은 천사들로
가득했다. 베드로 성인이 말했다. “이 방 임자는 지상 사람들의 영원한 희망입니다
. 그들은 일 년 내내 그분의 중재를 청합니다. … 이 방의 임자는 성모님이오.”

< 62. 일 미루기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필리무스, “나중에”, 천사

- 어느 날, 무슨 일이든 뒤로 미루는 버릇이 있는 필리무스라는 사람이 어느 마을
지나고 있었다. 적선을 청하는 불쌍한 거지를 본 그는 거지를 돕고 싶어서 말했다.
“그럽시다. 내 나중에 도와주겠소.” 그는 교회 옆을 지나다가 자신이 아직 기도를
드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나중에 기도하지.”
그는 여행을 계속하다가 한 할머니가 아픈 아들을 병원에다 좀 데려다 주라고 도움을
청하자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요.” 라고 말했다. 할머니와 헤어진 뒤,
그는 사고를 당해 즉사하여 그의 영혼은 불바다로 끌려갔다. 그는 타들어 가는 불
속에서 한 천사에게 애원했다. “제발 물 한 방울만 주세요.” “그러마, 내 나중에 물을
주겠다.”고 말하고는 그를 그대로 두고 가 버렸다. 다른 천사가 눈에 띄자, “이 불에서
절 좀 꺼내 주세요.” “그러마, 내 나중에 꺼내 주겠다.”고 하며 이 천사도 떠나 버렸다.
그 밖에도 다른 여러 천사들에게 호소했지만 필리무스는 똑같은 대답만 들었다.
“그러지, 나중에 ….” 그제야 그는, 미루는 이들에게는 하느님께서도 미루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 63. 수사와 조약돌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수사, 조약돌

- 수사가 조약돌에게 말했다. “이러니 내 너와 같지 않으냐, 작디작아서 키 큰 사람
들이 하찮게 여기니. 내가 던져 버린 쓸모없는 돌처럼 인생의 길가에 알아주는 이
없이 놓였으니.” 조약돌이 수사에게 응답했다. “친애하는 수사님, 저와는 참으로
똑같습니다. 이름도 없는, 익명의 인생이니. 자랑할 만한 광채(光彩)도, 보여 줄만 한
광휘(光輝)도 없어 다른 이들 눈에 우린 참으로 미천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몸집에 있지 않아 귀한 상(賞)이 당신 것입니다. 그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
가치 있는 결코 퇴색되지 않을 하느님의 형상이.”

< 64. 오만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무카사키 왕자, 대저택 연회 초대, 말똥

- 땅을 내려다보지 않을 정도로 오만한 무카사키라는 오만한 왕자는 걸을 땐 턱을
쳐들어 얼굴을 마치 입상처럼 비스듬히 위로 하고 다녔다. 이 왕자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사람은 결코 밑을 보지 않고 하늘만 쳐다보지.” 어느 날, 그 왕자는
근처 대저택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 초대되었다. 그는 멋진 의상과 보석들을 철저히
과시하기 위해 그의 성에서 연회장까지 마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다. 그는
하늘을 향한 화살처럼 고개를 높이 쳐든 채 걸었다. 마침내 그 대저택에 도착하자
크고 화려한 문들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 열렸다. 그러자 이미 와 있던 다른 손님들이
왕자를 보고서 웃어대기 시작했다. 당황한 왕자가 오만한 태도로 화를 내며 말했다.
“왜들 웃어요? 말해요! 날 보고 웃는 거요?”하자 한 손님이 말했다. “발아래를 보십
시오. 그러면 이유를 아실 테니.” 왕자는 난생 처음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신이 온통 말똥투성이었던 것이다. 오는 길에 말똥을 밟았
는데 한 번도 내려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 65. 살아 있는 성자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살아 있는 성자, 사제, 주교

- 마을에 살아 있는 성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교가 한 사제에게 성자를 찾으라고
했다. 사제는 마을로 가서 며칠 동안 가장 특이한 시민을 찾아보았으나 불행이도
그는 살아 있는 성자다 싶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주교에게 실패했음을 보고
하자 주교는 그에게 다시 마을로 돌아가서 찾는 일을 계속하라고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역시 성자를 찾을 수가 없자 다시 주교에게 보고했다. 주교가 다시 마을로
돌아갈 것을 권하자 사제는 이렇게 말했다. “주교님, 저더러 찾으라시는 그 성자는
진짜 성자인 것 같습니다.” 무슨 근거로 말하는지를 묻자 “그분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
입니다. 성인들이 정말로 특별한 분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너무나
평범해 보여서 눈에 띄질 않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 살아 있는 성자는 다른 사람
들과 구별할 수 없지요. 진정한 거룩함은 익명이니까요.”

< 66. 죄인 >
- 한 남자가 팜보 아빠스에게 가서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스님, 저 같은 죄인이
구원을 받으려면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여보게, 자네는 이제 막 첫 번째
중요한 단계를 밟았네.” “무엇이었는데요, 아빠스님?”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한 것이네.”

< 67. 호기심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호기심 많은 카누베, 공연장, 재주꾼 원숭이
- 어느날, 호기심 많은 카누베가 카니발에서 어슬렁거리다 보니 공연장에 많은 군중이
몰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떤 재주꾼이 그렇게 재주가 좋은지, 그리고 무슨
재주를 부리도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리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군중들의 두터운 벽을 헤집고 나가 보려 했지만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목청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비켜나시오! 난 저 재주꾼의 아버지요!” 군중들은
이 소리를 듣고, 호기심 많은 카누베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가
다시 소리쳤다. “비키시오! 나는 저 재주꾼의 아버지요!” 마침내 맨 앞자리에 다다른
카누베는 그 재주꾼이 바로 많은 공을 가지고 묘기를 부리는 원숭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68 충성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이교도 칼리프, 그리스도인들 마을 점령

- 칼리프가 그리스도인들의 마을을 정복하여, 모든 마을 주민들이 참수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 사내가 죽을 차례가 되었다. 그러자 그는 이교도인 칼리프에게
가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목숨을 살려 주신다면 제 신앙을 포기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칼리프님께 충성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러자 “너는 더 참혹스럽게 죽어
마땅하다. 산 채로 껍질을 벗겨서 죽을 때까지 햇볕 아래 두리라.” 사내는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칼리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교도는 성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넌 거짓말쟁이다! 네 하느님을 배반할 수 있다면, 나도 능히 배반할 것이다.
이 비열한 놈!”

< 69 충성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주님, 리아마스, 절반의 십자가,
절반의 집

- 게으름뱅이 리아마스가 지고 갈 것으로, 주님께서는 아주 무거운 십자가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그것을 지고 가다가 길 위에 내려놓고 몹시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톱을
가져다가 십자가를 절반으로 잘라 버렸다. 결국, 그는 절반만의 십자가를 진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는 주님께 다가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왔으니 상을 주십사하고
청했다. 주님께서는 그를 아름다운 대주택들이 많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 저택을
주셨다. 리아마스는 기뻐하며 대저택 안으로 들어갔으나 그 집은 절반만 짓다가 만
집이었다. 이에 주님께 이의를 제기하자 주님께서는 “그렇다. 절반의 십자가로는
절반의 보상을 받을 자격밖엔 없다.”

< 70. 두 개의 포도주 잔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왕 식사, 하인 둘, 포도주, 황금잔, 나무잔

- 왕이 식사를 하면서 하인을 불러 포도주를 가져오라 일렀다. 첫 번째 하인은
황금잔에 포도주를 담아 올렸으나 “포도주 맛 한번 형편없구나.” 하며 투덜거리면서
다른 하인을 불러 더 좋은 포도주를 가져오게 했다. 두 번째 하인은 포도주가 가득 든
나무잔을 들고 들어 왔다. 왕이 맛을 보더니 “이 포도주가 낫구나.”라고 말했다. 하인
둘만 있을 때 첫 번째 하인이 두 번째 하인에게 물었다. “폐하께선 황금잔에 올린
포도주보다 나무잔에 올린 것을 더 좋아하시니 어찌 된 일인가?” “이런, 중요한 건
잔이 아니라 포도주야!” …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하는 사람이냐가 아니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야 이다.

< 71. 끓는 솥들 >
* 이야기 소재 (인물, 사물, 장소, 사건 등) : 마카리우스, 모세 아빠스, 두 개의 솥

- 마카리우스가 모세 아빠스에게 가서 물었다. “아빠스님, 어떤 형제들은 다른 사람
보다 더 큰 사랑의 능력을 가진 것 같은데, 왜 그렇습니까?” 노(老)수도자가 마카리우스
에게 명하기를 솥을 둘 가져오라 하면서 하나에는 물을 채우고, 하나에는 물을 조금만
넣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솥 두 개를 불에 얹어 놓으라고 했다. 잠시 후 두 번째
솥의 물이 끓기 시작했다. 모세 아빠스가 말했다. “두 번째 솥의 물은 첫 번째 솥보다
먼저 끓을 것이다. 그 이유는 거기에는 물이 아주 조금 들어 있기 때문이지. 사람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잡다한 관심사로 가득 차 있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72. 기쁨의 집 >
- 어느 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기쁨의 집’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집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나, 문들이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그 집에 들어가려 했으나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 그들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신비가를
찾아 갔다. 신비가는 사람들과 함께 ‘기쁨의 집’으로 갔다.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어 그걸로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놀라며 그 집의 문을 연 열쇠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사용한 열쇠는 ‘사랑’입니다.”

< 73. 지도자는 하나 >
- 다섯 명의 소년이 작은 배를 타고 항해 놀이를 하기로 했다. 배가 벌써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을 때, 그들 중 하나가 선장을 하기로 합의했다. 선장으로
뽑힌 소년은 배의 이물에 앉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선장이 되고 싶어 했으므로, 모두가 이물에 앉았다. 작은 배는 그들의 무게를 못
이겨 앞으로 기울어졌다. 곧 배는 뒤집히고 말았다. 지도자가 너무 많으면 배가
가라앉을 수 있다.

# 106 독서 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107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3.04.15.

[ 책 이름 : 별 이야기(Star’s Story) ]

- 지은이 : 임상호
- 지은이 프로필 : 사)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시 부문 신인문학상, 문화예술 작가상,
광명시장상(문화예술), 경기도 문학상 등 수상, 대통령기 독서경진대회 심사위원 등
(2010년 기준)
- 펴낸데 : 도서마당, 출판일 : 2010.03.19, 136p
- 내 용 : 성담 임상호 시집 (총 100편)

[ 출간의 변 ]

삶의 여정 속에서 … 굽이굽이 물 흐르듯 순명하며 살아 온 제 삶의 여정에서 남겨진
몇마디를 진솔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별 이야기’는 제 아호 성담(星譚)입니다. 별을
동경하듯 순수함으로 세상이라는 터전에 생각나는 대로 또 느낀 대로 한획 한획을
두서없이 그어 부끄러운 마음으로 일백 편을 엮어 사랑하는 분들께 선보입니다. 등단
이후 틈나는대로 하나 둘 구슬 꿰듯 모은 어줍지 않은 저의 졸작들을 감히 <여정>
<섭리> <연정> <사모> 등 4부로 구성하여 나름대로 모았습니다. 출간 하겠다는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조바심만으로 펴내는 글들이라 모두가 다듬어지지 않은 날을
세운 원석과 같아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 2010.3.19. 성담 임상호

[ 차례 ]

제1부 : 여정(旅程) 28편 제2부 : 섭리(攝理) 25편
제3부 : 연정(戀情) 25편 제4부 : 사모(思母) 22편

# 총 100편중 30여 편만 메모함.

[ 제1부 : 여정(旅程) ] - 발길이 닿는 대로 정처 없이 흐르는 삶

< 내 생은 노을과 달라 >

생의 하루가 갑니다. 저 편 힘없이 지는 해처럼
마중 없는 고개 너머로 나의 하루도 집니다.

이슬 먹은 녹색 잎 보며 푸른 하늘 향해
높이 나르는 새와 같던 젊은 날의 꿈

하얗게 지새운 나날 반백의 숫자만큼
아쉬움은 가슴 속 깊이 가득 차오르는데.

타오르는 용암같이 끓는 마음 식히지 못해
남은 생도 영원 향해 달음질치는 오늘입니다.

< 내 생보다 못한 너 >

무지개 일곱 빛깔 곱다고 자랑하나
빨강은 들에 핀 장미보다 탐스럽지 못하고
주황은 호박(琥珀)보다 못하네.

노랑이야 맵시 좋은 내님 저고리 따를 수 없고
초록은 들풀만도 못하네.

파랑이 하늘빛에 견줄 수 없고
남색은 넘실거리는 바다에 비할 바 아니지.

보라 또한 내 꿈 빛깔보다 못하니
도도하게 하늘에 떠 있어도
거친 땅 밟고 있는 내 생보다 못하다네.

< 여정 >

바람이 날 찾아와 귀엣말을 나누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은 두둥실 구름 되어 떠난다.

푸른 하늘 벗 되어 강어귀에 이르면
맑은 물에 목추기고 녹색의 숲 빈터에 작은 몸을 누인다.

밤하늘 은빛 물결 일렁이며 다가오면
주마등처럼 돌고 도는 반백의 숨 가쁜 삶 고이접어 잠재운다.

< 천국의 계단 >

그대 향해 발을 옮겨요. 오늘 걷는 이 길이
그대에게 이르는 진실의 길이라면.

그대 향해 마음 드려요. 지금 드리는 이 마음이
그대 가까이 갈 수 있는 진정 사랑이라면.

그대 진정 원하시신다면 마지막 제게 남은 순백의
영혼마저 송두리째 엮어 오롯이 드리오리다.

< 속절없이 흐르는 생 >

젊음은 꽃이 되어 백날을 피고 지며 곱디고운 추억으로
지샐 줄만 알았는데 이순 삶 뒤돌아보니 세월만 잡았구나.

저 하늘 흰 구름도 멀리 멀리 사라지고 강물도 흘러 흘러
시야에서 멀어지고 바람마저 머물지 못해 내 곁을 스치누나.

흐르는 건 마찬가지 인생도 굽이굽이
백년이 찰라 같이 모퉁이를 돌아간다.

모두가 사라진 날 서러움 한 모금 삼켜 허공에 토해내니
그리운 님 환영되어 빈 가슴에 남았구나.

< 빈 잔에 남은 여정 >

희뿌연 연기처럼 세상은 혼탁해도
투명한 작은 잔에 인생을 담았다오.

술 취해 쉰 목소리 열변을 토해 봐도
흐르는 세월만은 잡을 수 없었다오.

나그네 인생여정 바람 되어 떠나가도
남겨진 그 정만은 잊을 수 있겠는가.

< 시인의 하루 >

한 마리 고고한 학을 동경하며 꿈속을 헤매는 시인의 하루는
산당화 보다 붉은 선혈 토해내며 응어리진 전생의 한 되새기는
모진 세월의 연속이다.

씨줄 날줄 거침없이 토해내는 거미와 같이 가슴 깊이 고인 샘물
두레박에 넘치도록 담아내어 공허하고 메마른 세상 적셔보려는
황당한 글을 쓰고 있다.

주먹만 한 머리 쥐어짜는 고통도 숨 막히게 조리는 가슴 두드리며
거룩한 잉태의 희열 맛보기 위해 태양아래 벌거벗고 갈증 해소하려는
시인은 오늘도 고달프다.

< 산다는 것은 >

산다는 것은 매일의 태양이 뜨듯
희망이 샘솟고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산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기다리듯
나 역시 그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산다는 것은 그리움 절절히 묻어나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산다는 것은 애환(哀歡)이 함께 어우러져
다시금 소망의 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 끝없는 여정 >

백년 인생길이 그 얼마나 멀고멀기에
해탈의 문 두드린 지 이순이 되었어도
생의 이치 깨닫지 못해 상념에 젖어든다.

번민에 쌓인 나그네 천근 같이 무거운 발길
산사를 향하는데 비탈길 작은 들풀은
흐드러지게 피어 부질없는 향을 주네.

발갛게 피어오르는 저녁노을이 서러워
이슬 맺히는데 바람에 댕댕거리는
풍경소리마저 어이 그리도 서러운가.

< 무지렁이 삶 >

부는 바람 따라 흐르는 구름 따라
발길 닿는 데로 올곧게 살아온 시간.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길 여러 차례
지친 몸 스스로 추스르며 훗날을 기약했네.

강물에 쓸려 모난 돌 둥글게 변하듯
씁쓸했던 지난 세월마저 스승이 되었지.

마음의 산에 올라 한 생을 짚어 보니
가진 것 별달리 없어도 더없이 행복하네.

* 무지렁이 : 일이나 이치에 어둡고 어리석은 사람

< 뒤돌아보면 모두 행복 >

안개 자욱한 밤길 걷다 나지막한 호숫가 벤치에 앉아
어렴풋이 기억들의 중심에 서면 언제나 마음이 포근하다.

하현달 고즈넉이 밝혀주는 호젓한 길 따라가다 보면
마지못해 매달리던 붉은 낙엽이 허공 맴돌다 마중한다.

들려오는 작은 음률 따라 상념에 젖어보면 이어지는
삶의 편린들이 말도 없이 다가와 뇌리에 가득하다.

언제인가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행복에 겨운 날들이 펼쳐지는 이 밤
끝없는 사랑으로 승화되어 더없이 소중하다.

* 하현달 : 보름에서 초하루 중간에 뜨는 달* 상념 : 마음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

[ 제2부 섭리(攝理) ] - 인간사 모두가 부질없는 것들인데

< 회상 >

마음의 고향 그 한 켠에 어느 누가 머물고 있을까.
푸른 잎새 위 햇살 고이 머문 수정 닮은 이슬이 있을 거야

초가지붕 위의 박꽃이 어머니 옥양목 앞치마처럼
하얀 미소 지며 피어나겠지.

마냥 철부지인 또래들과 벌거벗고 물장구치며
송사리 잡던 추억 있는 곳.

고향은 언제나 내 어미 젖가슴같이 메말랐어도
잊을 수 없는 그리움 있네.

< 흐르는 물 >

천년만년의 세월 그리도 덧없이 흐르고도 아직 미련이 남았는가.
성냄도 티냄도 없이 그저 주어진 그길 따라 묵묵히 떠나시는가.
볼썽사나운 세상 온갖 더러움 정화하려 그리 반복 하시는가
모난 돌 씻고 다듬어 하얀 자갈이 되었는데도 아직 모자라시는가.

< 유리집 속의 너 >

주홍, 빨강 고운 빛깔
긴치마 펄럭이며 누굴 그리 쫓아가니.

동글동글 유지 집에
초록가지 펄럭이는 기생한테 놀러가니.

하얀 모래 위 색색 구슬
지천으로 놓였는데 네 맘 아직 못 정했니?

네 몸보다 넓은 꼬리
힘에 겨워 쉬어가니 사랑 찾는 금붕어야.

< 구름 >

속세가 답답하여 높은 곳에 올랐더니
바람이 친구하자 진종일 졸라댄다.

하늘 둥둥 노닐다 그마저 싫증나면
이산 저산 옮겨가며 풍류나 즐겨보자

바람같이 떠돈 인생 세상 일이 지겨우니
메마른 땅 적셔 주는 소나기나 되어줄까.

< 낙엽 >

찬 바람 부니 날캉거리는 가녀린 가지
그리 안쓰러워 내려오느냐.

이백 일간의 사랑 식어져 후일 기약 못해
뒤돌아봄 없이 헤어지느냐

높새바람처럼 팔랑거리며 새처럼 날고 있는
네 재주 보이려 이별 고하느냐.

초록잎 시절 저만치 내려두고 다가올 동토위에
차곡차곡 몸 뉘여 이불 되는 너.

* 날캉거리다 : 매우 물러서 조금씩 자꾸 늘어지다.
* 높새바람 : 고온 건조한 북동풍

< 하루 >

여명이 동녘에 번지면 검푸른 바다 닮은 창공은
찰나처럼 붉게 물들고 누리에 햇살 머물면
갓 피어난 모란이 곱다.

조잘대던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진력날 무렵
잠에서 깨어난 강아지 제 몸보다 긴 그림자 물고
실랑이를 벌인다.

한낮을 태우던 태양은 솟은 언덕에 노을을 수놓고
어둠 밀리는 골목 가로등 한 줌 빛을 발한다.

달빛 사이에 뭇별들이 은하를 이루는 저편 숲속
님 부르는 뻐꾸기 우는 소리 적막 뚫고 꿈결에 실려 온다.

< 예찬 >

눈을 돌려보면 세상사 온갖 것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마음을 바꾸면 인간사 온갖 것들이 곱게 다가온다.
발에 채는 돌 하나 밟히는 풀 한 포기에도
눈길 주고 마음 열면 보석보다 찬란하고 이슬보다 싱그럽다.

< 그리운 내음 >

아리랑이 아물거리듯 잊혀진 줄 알았던 기억 저편에는
구수한 내음 같은 것이 있다.

푸릇푸릇 새순이 돋듯 대여섯 또래들의 천진난만한
때 묻지 않은 그리움이 자란다.

냇가의 버들가지며 장다리꽃 흐드러진 밭이랑이며
지붕 위 하얀 박꽃이 그립구나.

반백의 삶 속에서 그 향 내음은 예전처럼 여전한데
망각의 숲은 나를 잊어가네.

< 설화(雪花) >

겨울 닮아 백색 동경하던 내 마음에 휘황한 봄날 꽃보다
더 귀한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난다.

홀로선 앙상한 검은 가지 위에 함박눈 밤새 내려 설빔인양
고은 옷 갈아입고 날 반긴다.

초롱 빛나는 당신의 눈처럼 영롱한 꽃잎에 투영된 사랑이
못내 그리운 오늘 햇살이 곱다.

* 설빔 : 설을 맞이하여 새로 옷차림

< 소망 >

인생의 정점에서 굴곡의 지난 삶
새삼 돌이켜보니 바람처럼 세월만 흘렀네.

다람쥐 쳇바퀴처럼 변함없는 일상의 생에
내일은 어떤 꿈이 꽃처럼 피어나려나.

등잔에 심지 돋워 한 줌 바램 소망해보네.
나머지 시간도 오늘만 같아달라고 …

[ 제3부. 연정(戀情) ] - 채워지지 않는 영원한 갈증을 찾아서

< 너의 곁에서 >

나 언제나 네 곁을 지키는 장승처럼
그렇게 서 있으리라.

외로움에 떨고 삶에 지쳐 울고 싶을 때에는
다정한 메아리 되리라.

마음이 답답한 날에는 네 마음을 날려주는
바람 되어 주리라.

하루가 끝나 허전할 때에는 빛깔고운
노을 되어 주리라.

어두운 짙은 밤 홀로 길을 걸을 때에는
별 같은 친구 되어 주리라.

< 새벽이슬 >

당신의 그 손길이 그리워 이 새벽 눈물이 납니다.
어제의 입맞춤이 아직도 남았는지 알았었는데

이별 아쉬움 못내 그리워 여명이 움트는 이 시간
당신의 포근한 품에 안겨 잠들었으면 좋겠네요.

열정의 포옹으로 인하여 희열의 땀 솟는다 하는데
어찌하여 내 몸은 싸늘히 식어야만 눈물이 날까요.

당신 소중한 추억 남긴 밤 못내 아쉬워 소리 내어 우는
나는 새벽이슬인가 봅니다.

< 요부 같은 너 >

햇살고이 머문 아침 이슬 먹은 초록 치마
곧게 뻗은 가지 위 붉은 연지 곱게 바른 정열의 꽃 칸나여.

농염하게 걸터앉아 곁눈질도 모자라서
짙은 향기 모락모락 나의 맘 유혹하는 요부 같은 칸나여.

세상사 모든 것 내려 보는 상전처럼 도도하게 웃음 지며
붉은 입술 내밀더니 나의 혼 앗아가네.

< 봄이 피어난다 >

흰 목련 탐스럽게 피어나고 노란 개나리 뒤 이어 피어나고
붉은 동백도 절로 피어난다.

저 하늘의 구름도 피어나고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나고
온갖 것들 여기저기 앞 다투어 누리에 곱게 피어난다.

고운 빛깔 대지에 물들일 때 지고지순 첫 사랑이 피어나고
내 마음도 덩달아 피어난다.

* 지고지순(至高至純) :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한 것

< 들판에서 >

바람은 천리만리 떠나자 유혹하는데
풀잎은 절레절레 고개를 젓네.

구름도 한 세월 강물도 한 세월 덧없이 흐르는데

초록에 길들인 꽃은 한사코 님과 함께 한다네.

< 야화 >

누구를 위해 피어났을까 고요 속에 잠들게 하고
한없는 고독 해소시키려 깊은 밤 피어난 야화.

별빛 그리워 피어났을까 어둠으로 물들게 하고
못 다한 사랑 피어오르려 수줍어 밤에 핀 야화.

홀로 한 사랑의 언어 소리 드높여 부르고 싶어
아무도 모르는 이 밤 살며시 마음 연 야화.

< 사랑의 시작 >

우리 고운 사랑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발갛게 상기되어 고개 숙여 눈길 주던 첫 만남이었을까

하얀 백합꽃 피어 고은 향 번지듯 마음 추수리지 못해
열꽃 피어오르던 그 날의 설레임이 우리 사랑이었을까

마주 잡은 작은 손 부르르 떨리며 잡은
그 찰나의 순간이 뭍별 잠든 뒤에도
번민케 하는 지금이 바로 시작인가 보다.

< 마음에 별 하나 >

내 곤히 잠든 밤 너는 별 하나 홀연히 빛났으면 좋겠어.
그 별빛 내게 내리면 황량한 이 밤 너무도 황홀할 테지.
별 세던 어릴 적 순수함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네.
여정 함께 할 별 닮은 고운 님 있어 마냥 좋은 밤이라네.

< 가시나무 새처럼 >

둥지를 떠나 가시나무 찾아 피 흘리며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숨 거둔다는 전설 속 가시나무 새처럼 죽음의 노래 부르겠소.

폐부를 도려내는 아픔이 이 순간 닥칠지라도
참사랑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램 없으오리다.

정해진 삶 속에서 아픔의 순간 지나가면
사랑의 희열 맛보며 때로는 한 줌 바람도 되고
노래도 되는 것을 …

[ 제4부 사모(思母) ] - 목메이게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 여인 >

어느 별이 그보다 더 찬란하더냐.
고운 빛처럼 태어나 별처럼 영원한 이여.

어느 향이 그보다 더 짙다더냐.
고운 향 간직하여 백년을 누릴 여인이여.

어느 꽃이 그보다 더 아름답더냐.
붉음보다 정열적이며 백색보다 순결하다.

당신은 저별보다 향기로움보다 꽃보다
그 무엇보다 내 마음에 깊이 남아있을 어머니.

< 분꽃 >

분홍 분꽃이 피어나는 날이면
내 곁 떠난 당신이 못내 그립습니다.

그 고운 볼에 새하얀 분꽃 가루 곱게 바른 얼굴
내 마음 속 깊이 새겨진 당신.

긴긴 해 저물어 노을 곱게 물들면
먼 길 떠난 당신 돌아온 듯 반기리오.

< 연심 >

마음의 작은 뜨락 노을 곱게 내리면
상상 속이 당신 모습 한 송이 꽃이 된다.

한 줌 햇살에도 누리가 밝아 오듯
그리움 물감 되어 내 맘에 젖어 든다.

천리 머나먼 길 우리 비록 헤어졌어도
따스하던 님의 손길 섬강처럼 다가선다.

< 민들레 홀씨 >

푸른 잎 노란 꽃 흐르는 세월 속에 보내고
보고픈 맘 홀로 남았소.

보고파도 보지 못해 낮과 밤 하얗게 지새운 사연
그리움만 올올이 맺혔소.

찰나같이 짧은 생 이승에서 못다 피운 사랑
바람 편에 보내리다.

< 가을의 여운 >

노을 사라진 밤하늘에
님 닮은 둥근 달 휘영청 떠올라 빈 마음 비추이는데

기러기 줄지어 날아간
하늘가에 님 그림자 간 곳 없고 그리움만 남아 있네.

애써 보고픔 지우려 해도
선명히 각인되는 찬란한 공간엔 고운님 떠 있구나.

# 107 독서 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108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3.04.22.

[ 책 이름 : 한권으로 읽는 세계 종교 산책 ]

- 지은이 : 박경민
- 지은이 프로필 : 1952년 용띠생, 1976년 해방신학 번역,
1978~1995년 KBS 근무, 글로벌 국제문제연구소 소장(1998년 기준),
주요 저서로는 ‘이문화 커뮤니케이션 : 지구촌을 품안에’
역서로는 ‘디지털 오디오’ 등이 있음.
- 펴낸데 : 아세아문화사, 출판일 : 1998.09.10, 387p
- 내 용 : 전 세계 종교의 맛보기와 현대의 종교 문제, 국제 문제 등을 기술

[ 표지의 글 ]

21세기의 세계는 종교적 혼란 시대. 나아가서 종교적 전국 시대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 냉전이 종식되고 종교적 대립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 현대 국제
정세에서 종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로
종교라는 늪은 우리 인류에게 수많은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21세기도
종교적 혼돈이라는 불확실성의 연장선에 놓일 것인가? 우리가 종교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차례 ] ->바로가기 클릭(청색)

머리말

제1장 : 종교의 본질
제2장 : 세계종교 맛보기 – 불교,
제3장 : 세계종교 맛보기 – 그리스도교(크리스트교),
제4장 : 세계종교 맛보기 – 이슬람교
제5장 : 세계종교 맛보기 – 기타 종교의 비교
제6장 : 종교와 전쟁, 분쟁, 탄압의 현장
제7장 : 현대 종교 문제
제8장 : 국제 문제와 종교
뒤풀이, 종교관련 낱말 풀이

# 독서 메모는 387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으로 이중에서
제1장 종교의 본질과 세계종교 맛보기 제2, 3, 4장(세계 3대 종교)만 독서 메모함.

[ 머리말 ]

- 어느 세기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20세기는 가히 지나간 몇 세기를 뛰어넘는
갖가지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였다. 눈부신 과학문명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하여 우리
인류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었고, 특히 현대 의학의 발달은 질병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었다. 그런 반면, 물질문명은 인간의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았고, 이로
말미암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돈을 야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종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종교란 무엇인가?
얼른 손에 잡히는 국어사전을 펴 보니 ‘초월적인 절대자를 믿고 숭배하는 일의 총체적
체계’라고 쓰여져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기 위해 어떤 절대적인 힘에
의지하려는 종교적인 심성은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을 종교적인 동물이라 불러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도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종교는 우리 마음을 순화시키고, 정신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어떻게 보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종교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종교적인 필요성에서 문화가 발전되었으며, 종교적인 갈망에서 학문이 태동하였다.
자신이 종교를 가지고 있든 혹은 무종교가 종교이든 간에, 종교가 인류에게 끼친 순기능적
역할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아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거리가 좁아진 현대의 세계에서 종교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하루라도 조용히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로, 종교라는 늪은 우리 인류에게 수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 중략 … 21세기의 여명기인데도 빛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계는
아직 미로 속에 있다.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 제1장 : 종교의 본질 ]

< 종교의 기원 >
*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정신 활동으로 극복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종교탄생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 활동)
- 태초에 인류가 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 인간은 주위의 환경에 적응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불과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탄생시키고,
인간다운, 다른 동물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문화를 창조하였다. 그 중 특이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이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뒤 언제부터 종교심을
갖게 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인간만이 종교를 갖고 있으며, 인간이 종교를 필요로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후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축도 물론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눈앞의 위기 상황에 대한 공포의 표현이며
인간이 품고 있는 불안한 감정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인간은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물리적 수단이 아닌 정신 활동으로 극복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종교탄생의 시발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믿사옵니다=안심’이라는 원시적 원리)
- 태초의 인간은 수많은 자연 재해, 씨족과 씨족과의 전쟁, 그리고 사나운 맹수들로
부터 자신을 지켜 내기 위해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였다. 이러한 초기 공동체 생활이
원시적 종교의 탄생배경이었다. 고대의 인간은 빛과 암흑, 태양과 달과 별, 폭발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번개와 벼락과 화산활동 등 자연현상을 비롯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초월한 모든 것이 두려움과 숭배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지적능력을 초월한
거대한 힘에 대한 경외심이 높아짐에 따라 ‘위대한 힘이 자신을 지켜 준다’는 믿음과
‘그 힘에 감화되려는’ 마음이 생겼으며, 인간의 힘을 초월한 존재와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등장하였다. 이들이 샤먼(Shaman, 무당이나 주술사가)이다.

- 원시 시대의 인간은 샤먼을 통해서 자신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초자연적 절대자의
의지를 깨달을 수 있고, 자신의 소망을 샤먼에 의해서 전달함으로써 불안감이 가벼워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그러한 종교적 장소에서 여러 가지 인간적 소원을 기원
하는 제사가 생겨났다. 불교에서는 ‘깨달아라, 그러면 구제된다’고 가르치며, 크리스트교
에서는 ‘믿어라, 믿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즉 믿음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안심이라는 정신적 평화를 주는 것이다. 이는 원시종교나 오늘날의 종교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 형태로 본 종교 >
* 종교는 세계종교, 민족종교, 미개종교라는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아무리
미개하고 원시적인 종교라 해도 신앙심이라는 본질에는 별 차이가 없다.

(종교 체계의 세 가지 형태)
- 종교를 분류할 때 흔히 세계종교, 민족종교, 미개종교로 나눈다. 세계종교란
크리스트교, 불교, 이슬람교와 같이 세계의 넓은 지역에서 공유되는 신앙을 말한다.
석가, 그리스도, 마호메트와 같이 종교적 창시자가 분명하고, 경전을 갖추고 있는 것이
커다란 특징이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유교와 조로아스터교(배화교)도 세계종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보편성이 부족해 제외되었다. 민족종교는 하나의
민족을 중심으로 믿는 종교이다. 전형적인 민족종교는 인도의 힌두교, 이스라엘의
유대교, 일본의 신도, 우리나라의 단군신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개종교는 원시종교
라고도 하며, 교조(敎祖)와 경전과 교단이라는 존재 없이 민족보다도 단위가 작은 부족과
씨족의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린 원시적 신앙 형태로 주물숭배, 자연숭배, 애니미즘,
샤머니즘 등이 있다.

< 세계의 3대 종교 >
* 이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지만 크게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불교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계 3대 종교, 세계 4대 종교?)
- 일반적으로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불교를 세계 3대 종교라 한다. 여기서 신도의
수로 따진다면 불교는 3대 종교에 끼지 못한다. 신도 수의 통계를 보면 크리스트교도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3%, 이슬람교도는 약 17%, 불교도는 약 6%로 되어 있다. 불교에
비해서 힌두교는 세계 인구의 13%를 넘는 7억 수천만 명으로, 불교의 곱절이나 된다.
따라서 신도 수로만 따진다면 세계 3대 종교는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힌두교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며, 아무래도 불교를 포함시키자면 ‘4대 종교’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세계 종교가 될 수 있는 조건)
- 힌두교는 신도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종교라는 울타리에 들지 못한다. 그 이유는
거대하지만 인도 반도에서만 신봉되는 종교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민족종교지 세계
종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가 세계에 널리 확산되어 있지는 않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일부에서 믿고 있는 정도이다. 세계사에 끼친 영향도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에 비하면 극히 한정 된 지역 안에서일 뿐이다. 최근 들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불교도가 늘어 가는 추세이기는 하다. 다만 불교에는 ‘민족과 지역을 넘어 남녀,
계층도 초월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춘 종교’ 라는 보편성이 있다. 즉 세계
종교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느냐가 아니라, 민족과 국가의
벽을 넘어서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느냐고 그 기준이 된다.

< 신(神) 이란 >

(애매한 일신교의 경계)
- 크리스트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는 일신교라고 한다. 일신교란 이름 그대로 천지
만물을 창조한 신을 ‘유일절대신’으로 숭배하는 종교이다. 그런데 크리스트교에서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이 하나를 이루는 삼위일체인 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신에게 대항하는 세력으로서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순수한 일신교라고 하기에는 의문이 생긴다. 유대교도 야훼 외의 신을 숭배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민족이 어떤 신을 숭배하든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이슬람교는 유일 절대신
알라 외의 신은 일절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순수한 일신교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어떤
면에서 이슬람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과격하게 보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교는 일신교, 무신교라는 견해)
- 불교에는 여러 보살과 관음이 등장하니 얼핏 보면 다신교처럼 느껴지지만 일신교라는
견해도 있다. 본래 불교가 예불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만물 속에 존재한다고 하는
‘불성(佛性 : 중생이 부처가 될 성질)’뿐이다. 그리고 ‘불(佛)’이란 누구든지 갖고 있는
불성으로 붓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사람을 가리킨다. 불성 그 자체는 영원
불변의 ‘유일’한 것이며 ‘불성이 곧 신(the Divinity)’이라는 측면에서 불교를 일신교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 크리스트교의 유일신은 인격적인 타인으로서 어떤 종류의 절대자가 인간 위에 군림
하고 있지만, 불교에는 그러한 개념의 신이 없다. 불교의 중심이 되는 것은 ‘불성’이라고
하는 인격을 초월한 보편적인 것이며, 원래 자신 안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타인이 아닌
‘자아’가 된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불성을 우주의 본질이라 간주 하고 있고, 이와 같이
신과 우주 만물을 동일시하는 사고를 범신론(汎神論)이라 부르기도 한다.

< 사탄아 물러가라, 훠이 훠이 >
* 원래 신의 고용인이었던 악마가 크리스트교에서는 신에게 대립하는 막강한 세력이
되었다. 그 사상은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적 영향을 받은 듯하다.

(악마의 기원은 조로아스터교에) 크리스트교에서는 신에게 대항하는 세력으로서 악마가
존재한다. ‘신과 대립하는 악마’의 기원은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에 잇을 것이다.
조로아스터교 이전의 종교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에게서 볼 수 있듯, 신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선한 면과 악한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악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로아스터교에서 비로소 빛과 암흑, 선과 악이라고 하는 이원론이 대두되었고,
다른 종교에서도 이러한 이원론의 영향을 받아 신에 대항하는 악마의 존재가 생겨난다.

(패트롤카를 탄 악마들)
- ‘사탄(악마)’이라는 말은 유대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어휘다. 원래 사탄이란
‘순찰하는자’라는 의미로, 신으로부터 명령을 받아 순찰을 도는 경찰과 같은 존재이다.
악행 하는 사람이 없나 하고 은밀하게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타락한 천사를
사탄이라 하였는데, 소위 천사장(天使長)인 루시퍼가 신에게 대항하여 사탄이 되었다고
한다.

(크리스트교의 악마는 구원의 훼방꾼, 반항하는 무리)
- 신약성서에서는 악마가 유혹자가 된다. 신의 사용인에서 유혹자로 바뀌었다는 것은,
명령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순찰꾼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갖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한다. 즉 신으로부터 독립하여 거의 대등하게 된 것이다. 또한 예수 이후에 나오는
악마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에게 적대하는 세력’이 된다. 천사가 좋은 일을 하는 신의
사용인인 것처럼, 악마도 악역을 하는 신의 사용인이다. 또한 이슬람교의 악마 샤이탄도
악의 사용인이지 신과 대립하는 존재는 아니다.

(불교에 악마는 없나)
- 처음에 불교에는 악마가 없었다. 원래 석가는 누가 선하고 악한지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석가의 수도와 포교 과정에서 비난을 하거나 방해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나중에 불교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악마라는 존재가 악의 대리인인 것처럼 간주
되기도 하였다.

< 사후세계는 정말 있는가(천국론) >

(크리스트교의 천국은 ‘파라다이스’)
- 크리스트교에서는 처음부터 천국과 지옥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기원전 1세기경의
유대교에서도 이미 천국과 지옥이라는 말이 나왔다. 크리스트교의 천국은 파라다이스
인데 어원은 ‘파르데스=과수원’이다. 아담과 하와(이브)가 있었던 ‘에덴동산’도 과수원
이었다. 천국은 ‘지옥이라는 어둠의 골짜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사는 곳’이며, 신과
천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신의 궁전이다. 크리스트교에서는 이러한 천국 입장권을
죄를 지은 사람은 받을 수 없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만
특권적으로 주어진다. 성경에 따르면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천지만물을 창조한
전지전능한 신에게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천년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 이슬람교의 낙원(쟌나)은 유유히 흐르는 강가에 이슬람교도를 위한 천막이 세워
졌으며, 시원한 그늘에서 아무런 불안을 느끼지 않고 편안히 휴식을 취하면서, 지상
에서 베푼 선행 횟수만큼 천녀(天女)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무한적 극락세계)
- 불교의 사후세계는 ‘극락’과 ‘지옥’으로 나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념은
2세기 이후의 인도에서 형성된 것인데, 소위 정토사상(淨土思想)이다. 여기에는
크리스트교의 ‘종말론’과 ‘최후의 심판’등이 영향을 주었다고도 한다. 불교의 극락은
정토 또는 불토라고도 하며 이승으로부터 멀어진 세계이다. 아미타(阿彌陀)가 있는,
감각적인 ‘빛과 영원한 생명으로 가득찬 세계’가 극락이며,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을 외우는 불자는 죽은 다음에 그곳에서 환생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 사후세계는 정말 있는가(지옥론) >
* 지옥의 뿌리는 고대에 행해졌던 화형과 고문에 있었다.

(지옥의 원형은 구약성서에 있다)
- 구약성서에서 예루살렘의 게힌놈(힌놈의 계곡)에서 몰록이라고 하는 이교의 신에게
산 제물로 어린아이를 바쳐서 번제(불살라 제물을 바치는 것)를 올리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이 지옥의 원형이다. 아비규환의 세계, 그 잔혹함이 지옥을 연상시켰을 것이다.
이슬람의 지옥은 ‘자한남’이라 하며, 원형은 역시 유대교의 게힌놈이다. 여기서는
“신을 배반하거나 악행을 하면 자한남의 불로 다 태어져 버린다.”라고 묘사되어 있으나
특별히 상세한 지옥묘사는 없다.

(지옥에 떨어지면 나올 수 없다)
- 지옥의 형벌론을 발전시킨 것은 불교(아미타불 신앙에 의한 정토교)와 크리스트교이다.
화염지옥 외에 지옥의 고통에 대해서 각가지 묘사법을 동원해서 설명하였다. 필시 고대의
고문 방법이 고통의 전형적인 모델로 제시되었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와 자업
자득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지옥은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아비규환의 팔대열(熱)지옥과 팔대한(寒)지옥이다. 즉 ‘뜨거움’과 ‘추위’로
이미지화하였다. 불교에서의 지옥은 악행을 경계하기 위해서 후대에 주장된 세계이다.
그러므로 지옥에서 죽은 자를 심판하는 흔히 염라대왕이라 일컬어지는 염마대왕(閻魔大王)
은 두려움의 존재이지만, 죽은 자의 나라를 지키는 책임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힌두교에서는 지상이 바로 지옥)
- 힌두교의 사생관은 악행(업業=카르마)을 하면 짐승으로 환생을 하며, 선행을 하면
유복한 귀인으로 환생한다고 하는 ‘윤회전생’의 세계이다. 즉 지상의 현실 생활에서
지옥과 극락을 반복한다. 이러한 사생관은 엄격한 카스트 제도로 차별받고 있는 사람
들의 불만을 ‘좋은 일을 하면 윗 계급으로 환생한다’는 희망으로 바꾸어 줌으로써,
하부 계급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는 ‘최후의 심판’으로 결정된다)
-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에서는 궁극적 구원으로서 ‘최후의 심판’이 중시되고 있으며,
이는 ‘이승(현세)의 종말’로 이루어진다. 이슬람교회에서의 ‘최후의 심판’은 죽은 사람도
다시 회생하여 살아 있는 사람과 함께 심판받는 자리에 끌려나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때 두 천사가 그 사람의 선행과 악행을 천칭으로 달아서 선행으로 기울면 천국으로
보내고 악행 쪽으로 기울면 지옥행이다. 크리스트교에서는 죽은 자의 영혼이 심판에
회부된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 천국에 갈 자격이 주어지지만, 크리스트교도라고 해서
반드시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이름뿐인 신도는 도중에 구원의 대열에서 낙오되며,
크리스트교에 대적하는 모든 것이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진다. 최후의 심판 때에는 모든
죽은 자가 부활하여 구원의 기준을 통과한 크리스트교도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며
하늘나라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게 된다.

(불교에서는 사후 49일째에 갈 곳이 정해진다)
- 불교에서는 극락과 지옥이 있는데, 그 사이에는 여섯 개의 등급이 있다. 맨 위에는
천도(天道)가 있는데, 극락과는 달리 방황도 있고 수명도 있는 세계이다. 두 번째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간도(人間道)가 있고, 세 번째에는 아수라도(阿修羅道)인데,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뜻하듯 싸움이 그치지 않는 세계를 의미한다. 네 번째인 축생도
(畜生道)는 먹느냐 먹히느냐하는 짐승의 세계이며, 다섯 번째 아귀도(餓鬼道)는 혹독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세계이고, 제일 밑바닥에 지옥도(地獄道)가 있다. 어디로 가느냐는
죽은 지 49일째에 결정되는데, 이때 윤회로부터 해방되면 극락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장례식이 끝난 후 49일째에 고인의 성불을 기원하여 법요를 베푼다. 우리나라의
크리스트교 신도중에는 고인의 49일째에 천국에서의 영생을 기도하는 사람도 잇는데,
이는 오랜 불교적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신앙은 크리스트교이지만 불교적,
유교적 전통이 접목된 생활을 따르기도 하는 것이다.

(신은 어디에 있나)
- 인간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종교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종교의 중심을 이루는
신을 과연 어디에서 찾으며, 신과 영혼의 존재는 같은 장소에 있을까? 일반적으로
분명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신은 하늘에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천국이란 말 그대로
하늘 높은 곳에 신이 있으며 행복한 영혼은 신과 같이 있다. 그러나 영계(靈界)는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상과 지하에 존재한다. 그 영계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곳이 천국이요, 떠오르지 않고 가라앉는 사람이 있는 곳이 유계(幽界) 또는
지옥이다.

< 신화와 종교의 관계 >
* 종교에는 반드시 성립된 장소와 민족의 신화가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존재는
인간 소망의 상징이며 이상이다.

(우주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영원한 의문)
- 왜 이 세계(우주)가 존재하는 것일까? 왜 인간이 존재하는 것일까? 왜 죽음이 있을까?
신화의 주요 테마는 이상의 세 가지에 대해서 그 답을 내려야 하지만 이것은 영원한
인간의 수수께끼이다. 신들은 이러한 인간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만, 도대체
속 시원히 가르쳐 주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나름대로 구구절절 추측을 하였고, 그 추측을
고대 사람들이 설화 형식을 빌어 엮은 것이 바로 신화이다.

(우주의 시초와 불로불사에 대한 동경)
-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여러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00억 년
전에 대폭발(빅뱅)로 시작되었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고대인들은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위력을, 인간의 인지능력을 초월한 힘(대자연의 현상)을 신격화한 신화를
창조하였고, 신에 의해서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신들의 명령과
결합에 의해서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기도 한다. 이러한 ‘천지창조’ 이야기는 세계 각
민족의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인간과 똑같이 감정을 갖고
있으며, 태어나고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생명의 주기는 인간과는 그 차원이 달라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적 길이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신들의 장수(長壽)도 알고 보면
인간이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죽고 싶지 않다’는 소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신화는 지역을 접하고 있는 민족 사이에 섞여서 여러 종교의 성전
(聖典)에도 나타나게 되었다.

< 종교는 정치도 움직인다 >

(정치적, 사회적 안정과 불안도 종교 하기 나름)
-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고, 종교가 정치를 이용하는 예는 많이 있었다. 고대 사회가
제정일치(祭政一致)였던 것은 그 사회 구성원을 통합시키고 사회를 안정시키려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종교적 권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방황하기도 하고, 합리적 사고를 상실하였을
때에는 무한하고 위대한 힘에 의지하려고 한다. 오늘날에 유능한 경영자도 중요한
문제를 종교인이나 역술인 혹은 점성가의 신탁에 의해서 결정한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을 이용해서 정치적 권력을 손아귀에 거머쥔
종교인의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정치를 요리하는 종교인도 등장 )
- 고려 말 권력을 한손에 쥔 신돈, 러시아의 혼란을 야기시킨 리스푸틴 등 정치와
종교의 결탁은 수없이 많았다. 이란은 팔레비를 축출하고 회교 지도자인 호메이니의
지휘로 혁명을 일으켰고, 일본은 태평양 전쟁 중에 신국사상(神國思想)으로 모든
국민을 전쟁 도구화할 수 있었다. 어떤 시대에도 정치와 종교가 결탁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 제2장. 세계종교 맛보기 – 불교 ]

< 천상천하 유아독존 >
* 탄생하면서부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했던 석가모니는 세 개나 되는 궁전에서
살던 왕자였다.

(석가모니의 이름)
- ‘석가’는 석가족(釋迦族)의 출신의 성자를 의미한다. 또한 부처를 의미하는 ‘세존(世尊)’
을 붙여서 ‘석가모니세존=세존’이라 존칭되기도 한다. 본이름인 ‘싯다르타 고타마’의
성에다 ‘불(佛)’을 의미하는 ‘붓다(buddha)’를 붙여서 ‘고타마 붓다’라고도 칭한다.

(석가 시대의 인도는 ‘선진국’이었다)
- 석가의 활동기간은 확실하지 않으나 기원전 6~5세기라고 하는 학자도 있고, 5~4세기
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기원전 5세기 전후라면 중국에서는 공자,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가 활약하여 세계는 이미 철학의 융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석가가 태어난
인도도 문명 선진국이었고, 철학사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오늘날의 인도철학 역시
당시의 브라만교에서 완성되고 있었다.

(호화생활에서 탐닉했던 왕자)
- 석가는 인도 북부(지금의 네팔)에 성곽을 쌓은 석가족의 왕자신분으로 태어났다.
카필라국왕인 정반왕은 석가를 태자로 삼고 그의 이름을 ‘싯다르타’라고 지었는데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궁전만 해도 겨울, 여름, 비(雨)궁전이라는 세 개의
궁전이 있었다. 16세에 결혼하여 아이도 낳았다. 왕자 시절의 석가는 극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였으며,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와 쾌락을 즐기며 살았다. 전설에
따르면 갓난 석가가 탄생과 동시에 일어나서 사방으로 일곱 보를 걸으면서 “천상천하
(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삼계계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堂安之)”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말을 풀이하면 “하늘 위와 아래에 나 홀로 높고, 온 천하가 다 괴로우니 내가
그를 편안케 하리로다.”라는 뜻이다.

< 불교의 가르침 >
* 사치 삼매경에 빠졌으나 석가는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은 사고팔고(四苦八苦)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방황과 집착을 끊고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계기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
- 석가를 ‘불타’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진리를 깨달은 사람=해탈자’를 뜻한다. 석가가
가장 중요시 한 것은 바로 깨달음으로써 불타가 되는 것이다. 석가는 ‘늙는다는 것은
추하다’고 느끼고, 필연적인 늙음을 두려워하였다.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고뇌
하고, 추하게 늙고, 결국에는 죽고 마는 인생은 과연 무엇이고, 인생은 사고팔고의
연속이 아닌가라고 생각한 것이다. 싯다르타 태자(석가)는 그의 아들 ‘라훌라’와 아내를
뒤로하고 ‘무상보제(無上菩提)’를 ‘성도정각(成道正覺)’할 때까지, 다시 말해 최고의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결코 돌아오지 않겠다면서 집을 나섰다. 29세의 젊은 구도자가
중생구제를 위해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난 것이다.

(석가의 깨달음)
- 출가 후 6년간, 석가는 단식 외에 브라만교의 승려들이 권하는 고행 프로그램을
계속적으로 수행해 보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실망한 그는 보리수
아래에서 좌선을 하고 명상에 깊이 빠져들어 드디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35세의 불타가 찾아 낸 결론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즉 ‘산은 산으로 보고, 물은 물로 보면 된다’는 것과 삼법인(三法印)이라는 세 가지
근본 교의였다. 삼법인이란 첫째,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으로 꽃은 지고 사람은
죽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제법무아인(諸法無我人)으로 존재함은 원래 무아(無我)라는
것이다. 셋째는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으로 번뇌를 버리면 조용한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이러한 단순 명료한 ‘진리’를 알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석가는 이렇게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진리를 깨닫기 위한 방법으로서 ‘팔정도
(八正道)’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오계(五戒)’와 ‘팔계(八戒)’를 설파하였다. 이의
요점은 ‘올바른 일을 행하며 부질없는 일에 힘을 낭비하지 말고 명상하라’는 것이다.

< 석가가 포교를 시작한 이유 >
* 열반의 경지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을까? 처음에 석가도 마음의 갈피를
못 잡았지만, 브라만교의 신 범천(梵天)의 게시에 의해서 사명을 깨닫고 포교를
시작하였다.

(진실을 구하는 사람에겐 진실의 소리를 들려주라)
- 석가는 스스로 도달한 경지를 중생들에게 설파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을 때, 브라만교의 최고 신인 범천이 나타나서 “이 세상에도 진실을 구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도 진실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어느 사이에 세속에 물들어
버리기 때문에, 설법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계시했다고 한다. 후대의 불교계에서는
석가의 포교를 크게는 ‘자비심’, 즉 ‘보살행’의 하나였다고 본다.

(꼭 출가를 해야만 했나)
- 석가는 우선 자신의 해탈 체험과 실천의 도를 옛 수행 동료 다섯 사람에게 설법
하였다. 그들은 감화되어 석가의 제자가 되었고, 이로써 교단이 성립되었다. 드디어
붓다(불=佛)와 그의 가르침(달마=法) 그리고 교단(승려=僧)이라는 세 가지가 삼보
(三寶)로서 공경을 받게 되었고 기본적인 ‘신앙 형태’를 형성하였다. 석가 밑으로
브라만교와 힌두교의 승려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석가는 80세에 입적하기까지 설법을
계속했는데, 석가 사후 잠시 동안 불교는 오로지 출가한 수도승만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였다.

< 보살이나 관음도 모두 부처님? >
* 실존한 부처는 ‘석가여래(釋迦如來)’뿐이다. 보살은 여래가 될 것을 잠시 보류하고
현세의 중생을 보살피고 있는 ‘부처’이다.

(실존한 부처는 석가모니뿐)
- 역사적으로 실존한 부처는 석가(석가여래)뿐이다. ‘여래(如來)’란 불타와 세존의
동의어이며 부처의 존칭이다. 사찰에는 아미타불이나 약사여래라 일컬어지는 ‘본존(本尊)’
이 놓여 있는데, 이들은 실재한 인물이 아니라 후대에 설법 중에 나타난 부처이다. 또한
‘보살’이란 위로 부처를 따르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깨달음을 얻은 자를 일컫는
말이다. 본래 부처가 될 수 있으나 이를 보류하고 현세의 중생을 보살피는 존재를 뜻한다.
석가여래의 뜻에 따라서 기능별로 인간을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기능별’ 이란
인간을 고통에서 구하는 것은 관음보살, 지혜와 총명함을 주는 것은 문수보살이라는
식으로 그 역할이 정해져 있다.

(보살에 의한 구제)
- 보살이 중생을 보살피는 행동을 ‘이타업(利他業)’ 또는 ‘보살행(菩薩行)’이라 하는데,
이는 대승불교가 성립된 이후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보살행이 바로 오늘날 불교가
세계종교가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세계종교인 크리스트교와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인데, 인간이 바라는 것을 현세에서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방황 그리고 죄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소망을 들어줄 정도의
마음을 크리스트교에서는 아가페적인 ‘신의 사랑’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바다보다 깊은
자비’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
* 절간에 틀어박혀 개인적인 해탈을 추구하는 소승불교와는 달리, 대승불교는 만인에게
구제의 손길을 뻗치는 보살행을 실천함으로써 널리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불교 교단의 분열에 따라 탄생한 양대 세력)
-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불교는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되면서 융성해졌다. 하지만 교단이
커지면서 잇달아 분열이 일어나, 소승(小乘)과 대승(大乘)이라는 양대 세력으로 나뉘는
커다란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석가 시대의 불교를 원시불교라고 하는데, 석가의 입적 후
100년이 지났을 때 불교 교단은 보수파(上座部/상좌부)와 개혁파(대중부/大衆部)로
분열하였다. 그 후 기원전 3세기에 상좌부가 다시 11개, 대중부가 9개의 파로 나뉘어
도합 20부파의 불교가 성립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대중부 계통에서 출가하지 않는 재속
신도(在俗信徒)를 중심으로 하는 대승불교가 성립되었다. 한편 상좌부 계통에서는 계율을
중시하는 사찰 중심, 승원 중심의 불교가 발달하였다.

- 상좌부불교는 수행(修行)과 금욕을 통한 자기만의 완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대승불교
측으로부터 ‘소승’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오늘날에는 세계불교도회의(1950년)의 결의에
따라 소승불교라 하지 않고 상좌부불교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후 상좌부불교(소승불교)는
동남아시아를 근거지로 하여 남방불교를 형성하였고, 대승불교는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북방불교를 이루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파되었다. 삼국시대에는 우리가 일본에
불교의 문화를 전파하였다. 또한 티베트와 몽고에서는 대승불교가 특수한 변화를 거쳐서
‘라마교’라고 하는 신비적 색채가 강한 종파가 확립되었다.

(대승불교에서는 출가하지 않아도 성불할 수 있다)
- 불교는 ‘부처의 가르침’이며 ‘불타에 의해서 설법되는 가르침’이므로, 석가의 인격과
덕을 숭상하고 신봉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동시에 석가와 똑같은 해탈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불타가 되기 위한 종교이기도 하다. 당초에는 개인의 욕망을
끊은 소수 엘리트만이 불타가 될 수 있다는 ‘상좌부불교’의 출가주의가 주류였다.
상좌부가 절간에 칩거하면서 석가세존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반면, 대승불교는 “대중은
아무리 수행 노력을 하더라도 현세에서는 부처가 될 수 없으므로, 오로지 석가를 비롯
하여 많은 불타의 자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승불교는 보살의 구제라는
실천 덕목을 중시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티베트 불교 : 라마교)
- 티베트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서북부와 동북부 일대, 내몽고와 외몽고에 퍼져 있는
밀교계의 불교를 말하며, 일명 ‘라마교’라고 한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 지방 전통의
주술적인 본교와 인도로부터 전래된 밀교(密敎)가 결합된 종교 형태이다. ‘라마(Lama)’란
스승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불교의 삼보(佛法僧)에다 법을 전하는 스승을 추가하여 사보
(四寶)로 삼아, 이에 귀의함으로써 구제를 받는다는 교의를 확립하였다. ‘세상의 진상을
직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추론에 의해서만 파악된다’는 공(空)의 교리가 티베트 불교의
진수이다. 이 티베트 불교는 8세기 후반, 라사를 중심으로 하는 당시 왕조의 지배자
티손데치엥에 의해서 국교화되고 그 기초가 확고히 다져졌다. 15세기에 티베트 불교는
커다란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주술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계율의 준수를 주장하는
라사의 간덴사원을 본거지로 하는 홍모파(紅帽派)가 생겨났다. 승려의 대처(帶妻/아내를
둠)를 인정하지 않고, 교주(라마)는 불교의 윤회전생에 기초하여 결정되었다. 나중에
티베트 불교의 다수파가 황모파는 다시 라사의 포타라 사원(궁전)파와 시가체의 타미르포
사원파로 분열되었다.

(밀교)
- 또 하나의 특색 있는 불교 일파로는 밀교(密敎)가 있는데, 인도의 대승불교가 서기
2~3세기 무렵에 절정을 이룬 후 대중화 과정에서 인도의 토착신앙인 힌두교와의 접촉과
융합에 의해서 새로운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이 밀교이다. 밀교는 주술적인 기도와 정령
숭배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전통적인 부처관과 보살 외에도 힌두교의 신들을 흡수하였다.
이렇게 여러 신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주의 본체인 대일여래(大日如來)와 합일을
이루려는 수행법(요가)을 중요시하고 있다. 현교(顯敎)가 문자와 언어로 교의를 명백히
하는 한편, 밀교는 심오한 비밀을 가르친다는 교의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현교란 밀교
측이 자파 외의 종파를 일컫는 말이다. 인도의 밀교는 7~8세기가 전성기였다.

< 삼장법사와 중국 불교 >
* 중국으로 불교가 전해진 계기는 기마민족에 있다. 또한 포교에 크게 공헌한 사람은
‘서유기’로 유명한 삼장법사였다.

(기마민족의 침입에 의해 중국으로 전파)
-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것은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이 융성해지기 시작한 서기 1세기
무렵으로, 석가의 입적으로부터 500년 후의 일이다. 이 정도로 시간이 걸린 것은,
인도에서 석가가 포교를 하던 당시 중국에서는 공자의 유교가 우세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민족종교라고도 할 수 있는 도교 역시 대중에게 이미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중국에는 외래 사상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4세기 들어와서는
1000여 년에 걸친 유교의 세력도 약해지고, 마침 그 무렵 북방으로부터 침입해 온
기마민족들이 불교를 수용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도 불교가 급속도로
뿌리내릴 수 있는 기본 토양이 형성되었다.

(현장에 의해서 전통 불교가 전해졌다)
- 당나라의 삼장법사 현장이 신통력을 가진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의 호위를 받으면서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불경을 갖고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서유기’다. 서유기는
중국의 4대 기서(奇書) 가운데 하나인데, 원전은 현장의 ‘대당서역기’이다. 4대 기서란
중국에서 만들어진 4편의 걸작 소설을 말하는데, ‘수호지’ ‘삼국지연의’ ‘서유기’ ‘금병매’
를 가리킨다. 현장은 629년에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출발하여, 천축(인도)으로부터
650점에 달하는 불경을 가지고 돌아왔다.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의 삼장이란 경(經),
율(律=계율), 론(論=철학)을 일컫는 말로 불전의 총칭이다. 현장의 공적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왔다는 점, 그리고 그 경전을 번역하는 데 생애를 바쳐 몰두했다는 점이다.

(원조인 인도에서 정작 불교가 쇠퇴한 이유)
- 불교의 원조격인 인도에서 서기 700년에 접어들자 불교는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10세기경부터는 거의 소멸되어 그 자취마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불교가
인도에서 사라지게 된 최대의 이유는 당시 성황을 이루던 힌두교의 비슈누교, 시바교,
밀교의 신앙 형태와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불교 특유의 색깔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인도인의 종교는 불교지만 신앙은 브라만교, 애니미즘, 샤머니즘 등이 침투된
형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단은 자포자기 하였고, 승도들도 의욕을 상실한 나머지
타락하기 시작했다. 현장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는 이미 인도의 불교가 미신과 종교
이기주의와 육신적 쾌락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 면벽좌선 9년의 달마 >
* 선(禪)이 추구하는 ‘깨달음’은 말로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오로지 외길로 9년간
좌선을 계속한 달마의 불굴의 정신은 ‘칠전팔기’의 유래가 되기도 하였다.

(28대 붓다/불타 달마대사)
- 좌선(坐禪)은 요가로 대표되는 고대 인도의 정신수양 방법이다. 결국 불교에서도
좌선이 수양법으로 채택되어, 보제달마에 의해서 중국에 전해졌다. 달마는 삼장법사
보다 조금 앞선 시대의 인물이며, 남인도에 있던 어느 작은 나라의 왕자였다는 설이
있는데, 그의 경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중국 선종(禪宗=교종)의 시조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달마대사는 석가의 후계자 가엽으로부터 28대가 되는 붓다
(佛陀=부처)라고 한다.

(선은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 ‘깨달음’이란 말로 전하거나 그것을 연구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선종에서는 좌선이라는 수행을 통해서 ‘깨달았다’고 판단하는 사람에게 스승으로부터
‘인가(印可)’가 주어진다. 인가에 의해서 제자는 오도(悟道=불도를 깨달음)가 완성
되었음이 증명되어, 비로소 스승의 가르침을 계승하게 된다. 달마는 서기 520년에
이국땅인 중국에 와서, 무술로 유명한 소림사에서 면벽좌선 9년(面壁九年)을 수행
하였다. 벽을 향해 9년간을 계속 좌선함으로써 좌선의 진수를 보여 준 것이다. 면벽
좌선은 벽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마음으로 명상에 깊이 빠져든다는 의미도 있다.
이러한 불굴의 정신으로 좌선수행을 한 달마를 가리켜 ‘칠전팔기(七顚八起)’라 하게
되었다.

< 불교의 우주관 >
* 석가여래는 우주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수미산, 윤회
사상 등 고대 인도의 세계관이 수용되고 침투되었다.

(애시당초 불교에는 우주관이 없었다)
- 석가는 실생활과 관계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구태여
불교의 우주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면, 고대 인도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수미산(須彌山)’
을 들 수 있다. 세계의 중심에 수미산이라는 산이 솟아 있고, 정상에는 제석천(帝釋天=
불법을 지키는 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중간에는 사천왕이, 화산 기슭이 완만하게 경사진
들판에는 8부중(八部衆)이 지배하여 불법에 귀의하는 사람을 수호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8부중이란 불법을 지키는 천(天), 용(龍) 등 여덟 신장(神將)을 말한다.

(수미산의 이미지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였나)
- 수미산의 주변은 7개의 바퀴 모양의 칠륜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과 산 사이에 있는
7개의 대해(大海) 가운데 가장 바깥쪽에 있는 바다에는 4개의 대륙이 있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 있는 곳은 남대주인 염부제(閻浮提)로 일컬어지며, 염부제는 현세(이승)을 말한다.
물론 지옥은 그 밑에 있다. 수미산은 당시의 세계관으로 미루어 볼 때 에베레스트로
추측할 수 있다. 천계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얼른 그 산을 생각했을 것이다. 수미산은
산스크리트어(범어)로 수메르이다. 인도에 침입한 아리아인의 조상이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예배하였던 수메르(Sumer)의 산악지방을 이미지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 우리나라와 불교 >
*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는 민족사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불교는 중국과 서역의
문화가 접목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왔으며,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
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하였다.

(불교의 전파)
-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삼국이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시기였다. 고구려에는
372년(소수림왕 2년)에 중국 전진(前秦)에서 순도가 불상과 불경을 전하였고, 백제
에는 384년(침류왕 1년)에 동진(東晋)에서 마라난타가 전하였다. 신라에는 이보다
늦게 눌지왕(417~458) 때에 고구려의 묵호자가 지금의 선산지방에 전교한 후, 소지왕(479~500) 때 다시 고구려에서 아도가 불교를 전하였으나, 527년(법흥왕 14년)에
이차돈의 순교가 있고서야 비로소 공인되었다. 고구려와 백제는 중국의 전진과 동진의
국가적 사절을 통해서 불교가 전래되었고, 왕실의 보호와 장려를 받으면서 수용될 수
있었으나 신라는 민간 차원에서 전래된 데다 기존의 강한 민간 신앙과 보수 귀족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100여 년간의 박해를 받은 후 순교의 피를 흘리고 나서야 불교가 받아
들여졌다.

- 삼국의 불교 수용은 공통적으로 왕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불교 수용에 삼국의
왕실이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종래의 원시종교 또는 시조신을 대신하여 불교가 고대
국가의 통치 이념에 부합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를 수용한 왕실은 이를 진흥시키는
데 힘써 많은 사찰을 건립하는 등 국가종교로 발전시켰고, 이러한 불교의 장려는 호국
신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 예로 삼국시대의 호국사상을 대표하는 ‘인왕경(仁王經)’이
널리 읽혔고, 백제의 무왕은 왕흥사를, 신라의 진흥왕은 황룡사를 짓고 대규모 9층 석탑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신라시대 화랑의 행동 지침인 원광법사의 세속오계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임전무퇴를 강조한 점, 고려시대에 몽고의 침입을 받고 불력인 팔만대장경으로
외침을 막으려 했던 점, 그리고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조선시대에도 일본의 침략에 맞서
승병을 일으켜 구국의 대열에 동참한 것 역시 이러한 호국적 성격에 기초한 것이다.

(고려시대의 불교)
-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불교가 왕성했던 시기는 고려시대이다. 유교가 고려의 정치
이념이었다면, 불교는 정신적 지도 이념이었다. 고려의 불교도 왕실과 귀족의 보호를
받았으며, 불교가 국가와 개인의 생활에 행복과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믿었다. 이에
따라 불교가 현세구복적이며 호국적인 성격을 띠었다. 현종 때의 대장경 간행은 외적의
침략을 불력의 힘으로 물리치려는 국가 호위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평소에는 호국경전인
인왕경(仁王經)을 독송하는 인왕도장이 설치되어 국태민안을 기원하였다. 태조 왕건은
훈요십조의 제1조에 숭불정책에 대한 사항을 명시하였으며, 개경에 법왕사, 왕륜사,
흥국사 등 10개의 사찰을 지었다. 문종 때는 흥왕사라는 대사찰을 건립하였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불교행사로는 연등회와 팔관회가 가장 성대한 것이었다. 또한 국교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과거 제도에서 승과(僧科)를 시행, 승려에게도 국가경영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조선 시대의 불교)
- 고려 말에 주자학을 받아들여 새로이 급부상한 신진 세력들은 반대 세력인 귀족들의
보호와 결탁관계에 있던 불교를 배격하였고, 유교를 정치 이념화하였다. 이러한 배경
에서 조선이 국가의 통치 이념을 유교적 윤리규범에서 추구함으로써, 불교는 자연히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태조 때에는 도첩제(度牒制)를 시행하여 승려수를 줄이고,
면세의 혜택을 폐지하였다. 세종 때에는 각 종파(宗派)를 두 개의 종으로 병합하고
사원이 갖고 있던 막대한 토지와 노비를 몰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억불정책에도 불구
하고 사원과 승려의 존재는 소멸되지 않았고 불교의 종교로서의 기능은 계속되었다.
태조나 세종, 세조 등 왕들의 불교 숭상은 왕실불교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므로
천재지변을 당해서는 승려를 동원하여 여러 의식을 거행하였다. 조선의 불교는 왕실과의
연결로 존속되었으나, 숭유억불의 국가 정책은 결국 불교를 쇠퇴하게 하였다. 성종
때에는 도첩제마저 폐지하여 일체의 출가를 금지시키고, 중종 때에는 승과를 폐지하여
이후 국가와의 공적 관계는 단절되었다.

- 조선의 불교가 쇠퇴의 길로 걷고 있었는데, 일본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의 침략으로 7년간 가히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 불교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 때 조선 각지에는 애국심에 불타는 의병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조선
말기에 불교는 조정의 억불정책에서 벗어나 1899년부터 포교의 자유를 얻었으나 일제
통감부의 간섭과 특히 일본 불교의 침투에 대항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이때 만해
(한용훈)는 민족 불교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한편 ‘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미신적 요소의 배격과 불교 쇄신을 주장했다. 이로부터 불교는 산에서
내려오는 민중의 불교로서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등 사회봉사 사업과 적극적 포교로
교세를 확장하면서 민족의식 고취와 불교의 근대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 제3장. 세계종교 맛보기 – 크리스트교 ]

< 크리스트교의 가르침 >
* 아담과 하와가 낙원에서 추방된 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원죄라는 멍에를 지게 된다.
그러나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믿으면 누구든지 구원된다.

(인간은 신의 사랑으로 산다)
- 크리스트교에서는 신의 구원사를 구약과 신약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약(約)이란
신이 모세의 중재를 통해서 이스라엘과 맺은 계약(옛 계약, 구약)과 예수 안에서 성취
하는 계약(새로운 계약, 신약)을 말한다. 낙원에서 추방당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구세주를 약속했고, 그 구세주가 바로 예수이다. 인간은 비록 신의 사랑을 저버리고
배반하였지만, 사랑의 근원인 신은 인간을 저버리지 않고 오히려 구세주(메시아)를
보냄으로써 신과 인간의 관계를 낙원 추방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유일절대신의 사랑
으로 모든 인류가 구원된다는 교리를 제시하고 있다.

- 원래 유대인인 예수 그리스도가 시작한 크리스트교는 그 뿌리를 유대교에 두고 있다.
때문에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성서와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기록인 ‘신약성서’를
크리스트교의 경전으로 삼고 있다. 유대교에서는 엄격한 율법이 정해져 있으며, 더욱이
구원론은 극히 배타적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유대인만 구원을 받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크리스트교는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신은 민족과 계급으로 차별하지 않는다.
이방인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신을 믿는 사람은 모두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이는 당시에 예수의 가르침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종교의 배타성)
- 크리스트교는 30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개종한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는 리키니우스와 함께 밀라노 칙령으로 크리스트교를
공인(313년)하였고,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이르러서는 국교화(392년)되었다. 결국
세계의 정복자로 군림하던 로마는 문화적으로는 그리스에, 종교적으로는 그토록
박해했던 크리스트교에 의해서 정복을 당하고 말았다. ‘마지막 황제’인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서기 476년에 폐위됨으로써 서로마 제국은 멸망하였다. 동시에
서유럽의 정신적 지주로서 군림한 가톨릭(보편교회)은 교황권의 강화로 중세 유럽을
지배하였다. 동로마 제국이 망하고 성지가 이슬람권에 들어가지 크리스트교의 성지
순례단이 박해를 당했다. 이에 약탈당한 성지를 회복하자는 십자군 운동도 맨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인간적인 한계를 드러내어, 나중에는 이슬람교를 박해하고 약탈하기
시작했다. 유일신을 믿는 종교(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의 공통점은 자신이
믿는 신이 절대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 예수는 왜 십자가에 달려 있는가 >
* 크리스트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매달렸다고 한다.

(신의 아들에 대한 유대교의 반발)
-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의 마구간에서 동정녀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났는데, 동정녀의 잉태는 ‘성령’에 의함이라 한다. 그리고 예수의 탄생은
서력기원의 시작이자, 구약 시대의 종말을 뜻하였다. 예수는 당시 유대 지방을 통치
하던 헤로데의 학살을 피해 이집트로 피난하였고, 유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안전을
확인한 가족(요셉, 마리아, 예수)은 다시 팔레스티나 갈릴리 지방 나자렛에서 30여
년을 지낸 후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은 메시아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으며, 예수도 그에게서 세례를 받는다. 그 후
예수는 40일간 단식수행을 한 뒤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본격적으로 복음 전파
활동에 나섰다.

-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다음에 올 메시아의 전령”이라 하였고, 예수는 “내가 그
메시아이며 신의 아들”이라 하였다. 메시아란 구세주라는 뜻의 히브리말이며, 그리스도는
구세주라는 뜻의 그리스 말이다. 예수는 죽은 사람도 부활시키는 등 많은 기적을 행하면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전하고, ‘원수를 사랑하라’ 등 당시 보복주의적 유대교를
뿌리째 흔드는 설교를 하였다. 예수의 인기에 유대교는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예수에
대해서 크게 반발하게 되었다.

(유대 군중이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외쳤다)
- 로마 제국의 통치하에 잇던 유대인들은 예수를 통해서 이스라엘을 재건하려 했다.
하지만 예수와 유대인들은 갈 길이 달랐다.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줄,
투쟁의 선봉 역할을 할 예수를 원했고, 예수의 목표는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하늘
나라 건설이었다. 유대인의 열렬한 지지에 질투와 위기의식을 느낀 유대교의 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은 신성 모독과 군중 선동으로 예수를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이를 알고
있던 예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함께하였다. 제자의 배반으로 체포된 예수는
당시의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에 의해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예수는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의 제물로서, 또한 신과 인간의 관계를 화해시키는 중개자로서
십자가형을 당한 것이다.

- 로마 총독 빌라도 자신은 예수를 사형에 처할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유대인들이 “십자가형에 처하라. 그렇지 않으면 로마제국과 황제에게 불충하는 것이다.”
라고 외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주었다고 신약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예수는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났고, 베드로를 수제자로 한 사도들에게 복음
전파의 사명을 주었으며, 올리브 산에서 승천하셨다. 이상이 신약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간추린 예수의 생애이다. 이 가운데에서 예수의 수난과 부활은 그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신앙이며, 나중에 크리스트교가 세계종교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
모든 크리스천들은 오늘도 “우리는 주의 죽으심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라고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 예수는 왜 십자가에 매달렸나 >
* 예수는 로마에 반역을 꾀했기 때문에 십자가에서 처형된 과격한 운동가였는가?

(유대왕 헤로데에게는 실권이 없었다)
- 예수가 태어난 당시의 유대는 로마의 속령이었고, 유대의 이웃나라인 이도마이아
출신의 헤로데가 로마에 의해서 유대 왕이 되었다. 즉 헤로데는 로마의 고용인이며,
실권은 로마에 있었다. 헤로데는 유대인의 인기를 사려고 예루살렘 성전의 확장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으나, 자신의 일족까지 죽여 버리는 폭악무도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수가 탄생하여 자신의 왕위를 위태롭게 할 것을 두려워하여, 베들레헴의 어린아이들을
학살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잔인한 폭군이었다. 헤로데는 유대인의 미움을 사고, 민중
사이에서는 차츰 그를 대신할 영웅 탄생(메시아)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었다.

(예수는 지명 수배된 정치범이었다?)
- 예수가 자라난 북부의 갈릴리 지방은 다혈질의 급진적 과격파가 많았고, 반로마
주의자의 집합소였다. 예수는 형을 당하기 일 년 전에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상인들을 내친 과격한 면모를 보였다. 이때 군중들은 로마 압제에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영웅에 대한 열망이 절정에 달했다. 마태복음에서는 정의를 실현하려고 온
스승으로서 예수상을 제시하고 있으며, 크리스트교 신자 공동체는 정의를 실천ㄴ하라고
가르치는 예수의 현존을 발견하기 위해서 자신의 내부에 눈길을 돌리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예수의 이러한 행동은 로마와 유대 왕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쫓기는
몸이 되었다. ‘자신에 대한 군중들의 오해 때문에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고, 닥쳐 올 수난을 감지하며 고뇌의 기도를 올리는’ 신약성서의
기술 내용은 지명 수배된 정치범에 대한 수색망이 좁혀지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로마로부터 유대로 넘어간 처형의 책임)
- 십자가의 예수에게는 ‘유대인의 왕 나자렛 예수(INRI)’라는 패를 달아 놓고 머리에는
가시관을 씌웠는데, 유대의 왕을 자칭하고 로마에 반란을 꾀한 괘씸한 자라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로마인의 입장에서 볼 때, 예수는 유대인의 민족 운동가였다는 말이다.
크리스트교가 로마 제국에 전파되고 나중에 로마의 국교가 되자 예수에 대한 피의
책임이 로마에 있다는 것이 난처해서, 유대인을 싫어하던 로마인들이 그 책임을 유대인
에게 전가했다는 설인데, 성서에는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외치던 군중이 “예수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후손이 지겠다.”고 빌라도에게 외치는 부분이 나온다. 결국
예수의 재판에 관여했던 로마 총독 빌라도는 사마리아인들의 제소로 티베리우스 황제에
의해서 로마로 소환되었다.

< 크리스트교의 탄생 배경 >
* 예수의 죽음이 유대교의 메시아사상과 연결되고 사도 바오로의 포교에 의해서
크리스트교는 세계종교로 퍼져 나갔다.

(예수는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
- 헤로데의 폭정과 로마의 무단 통치에 신음하던 유대인들은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야 할 유대교도 전통과 율법과 형식에 치우쳐서 정신적인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메시아가 나타나서 행복한 시대를 연다’는
유대인의 사상과 초대 크리스트교의 복음 사상이 연결되어 갔다. 메시아사상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의 왕국을 세운 다윗의 업적에 대한 향수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과 그의 죽음과 부활이 선포되면서 크리스트교는 팔레스티나와 사마리아
그리고 그 주변국으로 퍼져 나가고 로마에까지 확산되어 세계종교가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그리스도’는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표현한 것이다.

(세계종교로 가능하게 한 공헌자는 사도 바오로)
- 예수는 탁월한 이론가이자 지도자였으며, 강렬한 종교적 감화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제자들은 수제자 베드로를 중심으로 포교를 위한 교단을 형성하였다. 예수의
처형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지만, 그들은 예루살렘에 모여 조그만 공동체를 만들어
예수의 가르침과 죽음 그리고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인 부활에 대하여 설교하였다.
유대교가 유대 민족에게만 국한되는 배타적 성향임에 반해 예수가 가르친 것은 민족과
계급을 구별하지 않는 만인의 구원과 사랑이었기 때문에, 유대인 외의 신도를 확보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정복자로서 군림하고 있었던 로마인들에게도 파고들어 갈 수
있었다. 그 후 사도 바오로가 터키와 소아시아 지방, 그리스 등지로 전도 여행을 떠나
이방인 신도 수를 늘려 가면서 크리스트교가 세계종교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로마 제국의 국교에서 사실상의 세계종교로)
- 바오로 외에도 제자들의 전도에 의해서 세계적인 문화 도시에 교회가 세워지기 시작
했으며, 1세기 말에는 로마 제국의 주요 도시에도 교회가 세워졌다. 특히 지중해 연안에
퍼진 크리스트교는 로마 제국의 황제 숭배를 거부하여 혹독한 박해를 받고 수많은
순교자를 냈지만, 오히려 신도들의 믿음 공동체는 더욱 강하게 묶여졌고, 그로 인해
점차 교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갔다. 드디어 313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밀라노
칙령을 통해서 크리스트교를 공인하였다. 이는 박해가 시작된 이래 300년만의 일이다.
서기 379년에 즉위한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삼고, 다른 종교는
금지함과 동시에 전 교회를 황제의 통치 하에 두었다. 초기에는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커다란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발전
하였다. 이후 교회는 유럽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으며, 정치와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파고
들어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로마 제국과 동반 분열한 크리스트교 >
* 테오도시우스 황제 이후에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됨으로써 결국 크리스트교도
로마 가톨릭과 동방교회로 분열, 로마 가톨릭은 유럽 최대의 세력으로 등장하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
- 로마 제국이 크리스트교를 국교화하고 얼마 되지 않은 395년에 테오도시우스 1세가
사망했다. 이후 로마 제국은 서로마(라틴) 제국과 동로마(비잔틴) 제국으로 갈라져,
서로마 제국은 476년에 게르만 민족의 침략으로 멸망하였고, 동로마 제국은 1453년
까지 남아 있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에서 서방교회와 동방교회는 서로 다른 사고
방식으로 발전하는데, 교리나 전례와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동방교회는 콘스탄티
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하여 동로마 제국내의 교회를 관할하게 되었고,
서로마 제국 내의교회는 로마 교회와 일치를 이루고 있었다. 10세기까지 동서의 교회가
교의(敎義)의 정통성과 성상(聖像)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논쟁을 계속했다. 476년 서방
교회(가톨릭)는 제국이 멸망하면서 프랑크 왕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동방
교회에 비해 비교적 세속군주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서유럽을 정신적으로 통합
하게 되었다. 반면에 동방교회는 계속 동로마 황제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동로마
제국은 오스만 튀르크 제국에 의해서 멸망당한 1453년까지 지속되었다. 한편 교황
레오 9세는 두 교회의 관계 개선을 위해 홈베르트 추기경을 대표로 하는 사절을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동방교회에 파견(1054년)하였으나 협상은 무산되었으며 상호간의
파문서 문제로 완전히 동서 교회가 분열되었다.

(교황권의 신장과 유럽 최대의 통일 세력)
- 로마 가톨릭 교회는 일찍이 서유럽 전체를 통일할 만큼 압도적인 세력을 갖고 있었다.
‘가톨릭’이란 말은 보편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보편적
공교회’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회의 상징으로서 교황이 전 가톨릭교회를 대표한다.
교황의 권위는 무류설(無謬說)로 대표된다. 이는 교회가 신앙이나 보편적 윤리에 관한
문제에 사도적 권위를 갖고 말할 때 그르침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절대적 권위는 통일
적인 가톨릭교회를 지탱시켜 주는 바탕이다. 성지 예루살렘이 이슬람교도에게 점령당하자,
동로마(비잔틴 제국)의 황제 알렉시우스 1세가 교황 우르바누스 2세에게 원조를 호소
했다. 이에 따라 사도로서의 사명감이 강한 가톨릭교회는 1095년에 클레르몽 종교회의를
개최, 십자군 운동을 일으켜 이듬해에 성지 수복을 위한 십자군을 파견하였다.

(동방전교회는 러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한편 동방정교회는 그리스 정교회, 루마니아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등으로 존재
하였는데, 그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교회가 러시아 정교회이다. 러시아는 10세기
경에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삼고, 동방교회의 일파로서 러시아 정교회를 확립하였다.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교의 세력권인 오스만 튀르크 제국에 흡수되고 동로마
제국은 멸망(1453년)하였다. 이로서 러시아 정교회는 비잔틴 교회로부터 완전 독립
하였다. 동방정교회는 공산주의의 종교 탄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전역과 구소련의
위성국가, 그리스, 터키 등 넓은 지역에 걸쳐서 퍼져 나갔다. 더욱이 현재는 소련의
붕괴와 공산주의 몰락으로 신앙의 자유까지 얻은 상태이다. 또한 아르메니아 교회,
곱트 교회도 동방교회의 범주에 속한다.

< 가톨릭의 종교 독과점 붕괴 >
* 수도회 소속 루터 신부는 가톨릭의 기존 교리를 부정하며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하였다.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내건 95개 항의 논제)
- 독일의 마르틴 루터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신부로 서품(1507년)을 받았다.
루터는, 인간은 오직 믿음을 통해서 신과 올바른 관계를 갖게 된다는 로마서(1,16)의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준다’에 결론을 두어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총’이라는 의화론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의 상황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성서가 민중 사이에 많이 보급되어 있었고, 십자군 운동의 실패와
교황권의 추락, 르네상스 운동, 지리상의 발견 등 유럽 사회 전체가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을 위한 사면부(Indulgentia,
면죄부)가 그의 의화론에 대립되자,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95개 조항에 이르는 대자보를
내걸고 가톨릭교회를 공격하였다. 이는 일종의 성당 건축 기금에 대한 헌금 증서이다.

- 수차례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파문 위협의 칙서를 교회 법률서적과 함께 불태움으로써
교회와의 단절을 선언하자, 이에 가톨릭교회는 루터를 파문(1521.1)하였다. 루터 이전
에도 가톨릭교회 자체에서 많은 개혁운동이 있었으나, 그와는 달리 루터는 교회에 반항
하였다. 그래서 신교파를 프로테스탄트(반항하는 자)라 부르게 되었다. 루터의 종교개혁
운동은 구텐베르크의 활자인쇄 보급과 성서출판(1454년), 그리고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가톨릭교회의 종교적 독과점이 붕괴되고
크리스트교의 근대화가 시작되었다.

(1,000일의 앤)
- 16세기 종교개혁 운동 중에 특색 있는 것은 로마 교회로부터 독립한 영국 국교회
(성공회)의 성립이다. 영국 종교개혁은 교리적 차이에서가 아니라 헨리 8세의 이혼
문제, 그리고 그 배후에서 작용하고 있는 역사적 시대 조류와 정치적 국민감정의 작용
에서 발단이 되었다. 그 특징은 프로테스탄트적 교리의 일부를 수용하고 가톨릭의
전통적 전례 의식을 가미한 신구 양교의 절충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적 요소가
많음에도 영국이 종교개혁을 단행하게 된 데에는, 표면적으로는 헨리 8세의 이혼문제가
발단이 되었으나 당시 절대주의 왕정과 국민국가 건설에 따른 시대적 역사 조류와 정치,
경제적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영국 교회를 성공회(聖公會)라 부르기도 하는데, ‘하나
이며 거룩하고 공번된 사도적인 교회’라고 한 표현을 빌려 성(聖)과 공(公) 두 글자를
합하여 ‘성공회’라고 한 것이다.

- 헨리 8세는 ‘칠성사의 옹호론’을 저술함으로써 교황 레오 10세로부터 ‘신앙의 옹호자’
라는 칭호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이탈하게 된 것은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도 컸지만, 그의 넘치는 정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왕비를 교체하려 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헨리 8세는 젊고 아름다운 시녀인 앤 블린과 결혼할 목적으로
왕비인 캐서린과의 이혼을 제기하였다. 결혼 18년간 후계 왕자가 없음이 이혼 사유였다.
그러나 당시 교회법상 이혼이 불가능하였다. 이에 헨리 8세는 당시 교황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되었음을 이용, 의회를 통해 캐서린과의 이혼 성립을 승인케 하였다. 이후
영국의 종교개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비운의 왕비 앤 블린은 아들을 낳지
못한 죄에다 헨리 8세가 조작한 간통제로 1,000일간의 영화도 물거품이 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그녀가 낳은 딸은 나중에 엘리자베스 1세가 되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는 등 영국이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다.

- 헨리 8세 이후 유럽 대륙에서의 신교도 박해로 신앙의 자유를 잃은 많은 프로테스탄트
교도들이 영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마터, 녹스 등의 저명한 신학자가
초빙되어 개혁 사업에 참가하게 되었다. 헨리 8세의 첫째 왕비인 캐서린의 딸 메리가
즉위하자 가톨릭으로 복귀되었다. 1554년에는 신교 박해를 위한 법률이 부활되었고,
1555년에는 헨리 8세 치하의 교황 반대 법률도 철폐되었다. 그 후 엘리자베스 1세는
국민국가 통일의 입장에서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의 타협을 시도하였는데, 그 결과
출현한 것이 영국의 독자적인 감독교회 제도의 확립이었다. 이때 모든 성직은 여왕에게
종속되었고, 의원, 관리 등 모든 성직자도 수장령(首長令=로마 교황청과의 관계를 단절
하고, 교회를 관리하는 모든 권한이 국왕에게 있다는 법령)에 따른다는 서약을 해야만
했다. 이때 서약 거부자도 많았는데 가톨릭은 가혹한 박해를 받게 되었다. 영국의 종교
개혁 배경에는 시대적 역사 조류와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로마 교황의 강력한 권위 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교황 권위 악화와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국민감정이 배후에서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개신교)의 차이)
-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공인된 것은 1555년 이후부터이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가톨릭은
의식 전례를 중요시하는 반면에 프로테스탄트는 의식이 무척 간단하다. 가톨릭은 7성사
론을 주장하는 반면, 프로테스탄트는 세례와 성찬만을 인정하고 있다. 또 가톨릭은 신앙적
대상으로 삼는 삼위일체인 신과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을 공경함으로써 중개자로 삼고
있는 반면, 프로테스탄트는 신과 인간에 있어서 유일한 중보자는 예수 그리스도임을 주장
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배척하고 있다. 의식의 중심도 가톨릭은 ‘성찬’에 비중을 두는
미사라면, 프로테스탄트는 ‘말씀’ 위주의 예배라 볼 수 있다. 개신교에 속하는 성공회는
의식과 전례, 교회 제도가 가톨릭과 거의 비슷하며, 동방전교회 역시 내적, 외적인 면이
같다. 성서의 권수에서도 차이가 있다. 가톨릭은 프로테스탄트 측에서 외경이라 취급하는
8권의 성서를 구약성경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가톨릭은 구약이 46권, 신약이 27권인
반면, 개신교는 구약 39권, 신약 27권이다. 따라서 양 교회는 교리상의 차이를 보인다.

- 프로테스탄트는 ‘오직 성서만으로’라는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을 따르지만 가톨릭교회는
성서와 함께 공의회의 결정이나 교황의 교령에도 동등한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가 사도신경을 신앙 고백으로 사용하는 반면, 동방교회는 니케야 신조를
사용하고 있다. 서방교회(가톨릭+개신교)에서는 12월 25일이 성탄절이지만, 동방교회
에서는 1월 6일이다. 이는 라틴교회(가톨릭)와 비잔틴교회(동방교회)의 교회 달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야 하지만 프로
테스탄트의 목사는 결혼을 한다. 루터도 교황청과 인연을 끊은 다음 제일 먼저 한 것이
수녀 카타리나 폰 보라와의 결혼이다. 루터 이후에 칼뱅과 츠빙글리가 종교개혁 운동에
앞장섰는데, 츠빙글리도 전직 가톨릭 신부였다. 독신제는 초기에는 사제들에게 권고 사항
이었으나 나중에는 사제로서 서품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법으로 의무화하였다. “예수의
독신 생활은 그의 가르침의 진수를 축약하고 있는 상직적인 표현이다”라는 논리이다.
지금의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프로테스탄트 교회와 신도들을 ‘갈려
나간 형제’라 부르며 화해의 노력을 하고 있고, 동방교회에 대한 1054년의 파문을 철회
하고 재일치를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로마 가톨릭의 교황)
- 가톨릭교회의 특징은 교황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있는 교회가 일치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가톨릭은 보편교회이며. 수제자 베드로의 후계자라고 하는 로마 교회의 주교가
교황으로서 세계 교회를 지도한다. 교황의 최고 자문으로 선거권과 피선선거권을 갖고
있는 추기경, 그리고 각 관할 교구를 관장하는 주교단, 주교의 업무를 돕는 사제단으로
교계 제도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수도원 제도가 있는데, 바실리우스가 집단적인 수도
생활 단체를 창시한 것과 베네딕투스가 이탈리아의 몬테카시노에 수도원을 세운 것을
수도원 역사의 효시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도원을 통해서 많은 교황이 배출되었다.

- 교황제에 대해 가톨릭측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도가 시몬이라는 개인
한 사람을 교회의 반석(盤石, 베드로)으로 삼고 교회의 열쇠를 맡겼으며(마태 16,18~19),
그를 양무리 전체의 목자로 세우셨고(마태 18,18 ; 28,16~20), 베드로에게 맡겨진
매고 푸는 권한은(마태 16,19) 사도단(주교단)에도 수여된 것이 확실하다(마태 18,18 ; 28,16~20). 사도단은 여러 사람으로 구성되었기에 하느님 백성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뜻하고, 한 으뜸 밑에 조직되었기에 그리스도의 단일성을 표시한다.” 즉 예수의 수제자인
베드로가 세운 로마 교회와 로마 교회를 맡고 있는 역대 베드로의 후계자가 교회의 수장과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인으로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테스탄트의 입장은
개인인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가 전체 교회의 교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잘못이며, 또한
이에 근거한 가톨릭의 교황 제도는 성경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 프로테스탄트의 특색 있는 교단 >
* 개신교는 그 특성상 분파가 많다. 그 가운데 광신적인 집단은 대체로 메시아 대망론
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모르몬교) 모르몬교는 ‘말일 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라는
명칭을 갖고 있으며, 미국에서 조셉 스미스에 의해서 시작된 교파이다. 토요일에 쉬고
일요일에 일하는 것이 특징인데 예수의 재림을 대망하고 있다. 창시자는 신의 계시를
받고 미국의 산중에서 콜럼버스 이전 원주민의 역사와 신앙과 예언이 새겨진 황금판을
발견하였는데, 그것을 해독하여 경전(모르몬경)으로 삼았다. 거기에는 그리스도가
아메리카 대륙에도 나타나서 가르침을 베풀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고 한다. 그는 또
구약과 신약 성서를 독자적으로 재편집하였다. 광신적인 그는 한때 일부다처제를 인정
하여 경건한 청교도의 반발을 사게 되고, 결국은 살해되고 만다. 신도들은 박해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데, 서부 개척시대에 오늘날의 유타 주 솔트레이트 시를 건설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르몬교는 한때 광신적인 신앙 형태를 반성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박하고 경건하며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금하고, 채식주의를 장려하여
두유(豆乳) 등 자연 식품을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퀘이커파 교회)
- ‘퀘이커’는 영국의 조지 폭스가 시작한 ‘벗들 모임’의 별칭이다. 기도할 때에 황홀한
나머지 몸을 떠는(Quake) 경향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직접
계시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당시 교회의 의식화와 신학화에 반대하였다. 소위
청교도로서 맨 처음 미국에 건너간 사람은 그들이었다. 절대평화주의자이며, 반전.
평화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명 기독우회(基督友會)로도 알려져 있다. 퀘이커식
가구와 콘플레이크도 그들이 만든 것이다.

(메서디스트파 교회)
- 18세기에 영국 국교회의 성직자였던 존 웨슬리는 회심의 체험을 중시하고, 오직
신앙에 의해서만 인간이 구원됨을 가르쳤다. 그는 신앙생활과 종교적 체험에 이르는
방법을 제창하여 절제와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생활을 강조하였다. 이는 영국 국교회의
종교개혁에서 시작되었는데, 차츰 영국 국교회 측으로부터 소외당했다. 웨슬리의
사후에 독립된 일파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감리교회라 부르는
메서디스트파 교회이다.

(성령강림파 교회)
- 그리스 말로 ‘펜데코스테’는 오순절을 의미하는데, 신약시대 크리스트교에서는
성령강림을 뜻한다. 이 교파는 북유럽과 미국에 많으며, ‘메시아는 지금도 재림한다’는
메시아 대망론적 색채가 아주 강한 교파이다. 메시아가 재림하는 것은 이 세상의 끝인
최후의 심판 때이다. 그러므로 언제라도 메시아의 재림을 대비하여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수대)
- ‘펜데코스테’의 변형으로 파생된 것이 수혈 거부와 징집 거부로 유명한 ‘여호와의
증인’이다. 여호와의 증인의 공식 명칭은 ‘워치 타워 성서책자 협회’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여호와의 증인 또는 파수대의 단어인 ‘워치 타워’라고 불린다. 여호와의
증인이란 명칭은 1931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그 출원은 이사야서 43장 10절의
‘너희가 바로 나의 증인이다’라는 구절이다. … 여호와의 증인은 요한계시록에 너무
집착하는 ‘근본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기성 교단으로부터
역시 많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의 크리스트교의 삼위일체론을
부정하면서 그것이 고대 이방 종교의 삼신사상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역비난한다.
둘째, 사회적으로 종종 물의를 일으킨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입대를 거부하고
생명의 문제가 생겨도 수혈을 거부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도 거부한다. 특히 징집의
거부로 일생 동안 기피자의 낙인이 찍혀 취업에도 지장이 있으며 도망을 다니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셋째,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한다.

(그 외의 교회들과 이단 판단 기준)
- 루터를 창시자로 받드는 ‘루터교’는 북유럽 제국과 독일에서 교세를 떨치고 있다.
기타 개인의 자주적인 신앙심을 존중하기 위해서 유아 세례를 받지 않고 신앙 고백을
하고서야 전신을 물속에 담그는(침례) ‘침례파 교회’, 칼뱅의 종교개혁 전통을 계승하는
‘개혁파 교회’ 등이 있다. 가톨릭은 단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개신교계 크리스트교는
수많은 분파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주장하는 바가 달라 이따금 이단 시비가 일어 나기도
하는데, 기성 교단의 이단 판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사도신경으로 신앙 고백을 하는
지의 여부 2.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을 부정 또는 축소하는지의 여부 3. 성경을 신의
권위로 받아들이는지의 여부 4. 기성 교인을 대상으로 전도를 하는지의 여부 5. 불건전한
신비주의와 신비 체험을 강조하는지의 여부 6. 신격화된 교주가 있는지의 여부 7. 성경을
독단적으로 해석하거나 오류를 왜곡하는지의 여부 8. 비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생활을
하는지의 여부 9. 배타적이거나 자신들만이 구원을 받는 참교회라고 주장하는지의 여부 …
특히 우리나라에는 기존의 개신교단으로부터도 이단시되고 있는 프로테스탄트 계열의
신흥종교가 많이 있으며, 종교논쟁이 뜨겁다.

< 우리나라의 크리스트교 전래 >
* 우리나라의 가톨릭 전파는 본격적인 서양 종교와의 접촉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 근대로 넘어오는 길목에서 우리의 기존 사상과 크리스트교 사상과의 충돌은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전파 경로)
- 종교개혁과 지리상의 발견에 따라 봉건시대의 탈피와 절대주의 왕정시대를 맞이한
유럽은 동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특히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동방 선교 정책에
따라 가톨릭은 중남미 지역과 중국, 일본으로 선교의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이미 임진왜란
(1592년) 때 천주교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일본군과 함께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에 입국한 바가 있었으나, 조선과의 접촉은 그다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교사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조선은 중국(청)을 통해서 뜻있는 학자들이 그들
스스로 여러 가지 서적을 들여와 연구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책을 풀어 쓰고, 이것을 돌려
가며 읽고 가르쳤다. 또 목숨을 걸고 외국인 성직자를 초빙하여 교리를 전파하기에
이른다. 박해시대를 거치고 조선 개화기 때 개신교가 전파되었다. 그들은 교육과 의료사업
등을 통해서 서양 문물을 조선에 전하였으며, 민중의식의 고취와 서구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첫 만남)
- 중국의 변방인 만주 지방의 여진족이 청(?)나라를 세우고 명(明)을 대신하여 중원의
지배자가 되었다. 당시 조선의 상황은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실각한 이후 친명반청의
외교노선을 택했으므로 큰 피해를 입었다. 1636년 인조 때에 청나라에서 군신(君臣)
관계를 일방적으로 제의하자 이를 거부함으로써 청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왔다.
이것이 병자호란이다. 침공에 조선은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항복하였고, 군신관계를 맺게
되었으며 소현세자와 봉림대군(효종)을 볼모로 청나라에 보냈다. 청이 명나라를 멸망
시키고 북경으로 도읍을 정하면서 그들도 그곳으로 데려갔다.

- 이때 중국에서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으며 지식층, 특히 조정에서
천주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신도 수가 늘어 가고 있었다. 당시 소현세자는
처음으로 천주교를 접했는데, 이때 접촉한 성직자가 아담 샬 신부였다. 소현세자는
천문학과 역학, 천주교와 사양 문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다. 1645년 청의
황제가 소현세자를 돌려보내면서 내시와 궁녀들을 수행하게 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였다. 또 아담 샬 신부는 천문학과 수학에 관한 책, 지구의(地球儀) 그리고
천주교에 관한 여러 가지 책과 서양의 물품들을 선물로 주었다. 소현세자가 귀국 후
2개월 만에 병사하자 조정에서는 청국에서 가져온 오랑캐의 물건 때문이라면서 이를
모두 불살라 버렸다.

(남인 학자들과 천주교)
- 청나라와 군신 관계를 맺은 이후부터 조선은 계절마다 청국에 사신과 조공을 보냈다.
조선 사신들의 일행이 북경에 도착하면 의례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것은
유명한 천주교 성당이었다. 또한 그들이 선물로 받아 온 ‘성교정도(聖敎正道)’, 천주실의
(天主實義) 같은 책이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 연구와 토론이 시작되었다. 연구 활동의
중심인물은 이벽, 권철신, 정약용, 이승훈, 이가환, 정약전, 정약종 등 남인 학자들이었다.
이들이 주로 모여서 연구. 토론하던 곳은 경기도 광주의 천진암(天眞庵)과 여주의 주어사
(走漁寺)였다. 당시의 천주교는 천주학, 천학, 서학, 성악이라고 해서 하나의 학문으로
연구되어 오다가 실천철학으로 받아들여졌고, 나중에는 종교로까지 발전되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의 풍습과 맞지 않는 것이 많아서 여러 가지 의문을 갖고 있어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북경에 있는 성직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표로 이승훈을 뽑았다.

- 1783년(정조 7년)에 이승훈은 청나라로 떠나 그해 12월에 북경에 도착하여 40여 일
동안 머무르면서 남당에서 필담(筆談)으로 천주교 교리를 배웠다. 다음해 초 이승훈은
예수회 소속의 그라몽 신부에게서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첫 세례를 받았다. 이에 앞서
‘홍길동전’의 작가로 알려진 근대화 여명기의 손꼽히는 정객이자 소설가인 허균(許筠)은
광해군 10년에 반란죄로 사형을 당하 때까지 25년 동안 여러 요직을 거쳤으며 두 번에
걸쳐 북경을 다녀왔다. 1614년 북경에 갔을 때 당시 북경에는 ‘수호지’(허균의 홍길동전은
이 책의 영향을 받은 것임)라는 소설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예수회 소속의
마태오 리치 신부가 저술한 ‘천주실의’ 등의 저서가 당시의 중국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허균은 이 책들을 수집하여 돌아 왔으며, 두 번째 북경에 갔을 때는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전통 사상과의 충돌)
- 신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고 가르치는 천주교는 날로 신도 수가 늘기 시작했다.
당시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한 사상이었다. 마침내
1785년,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는 죄명으로 유림들의 고발을 받은 형조판서
김화진은 포졸을 동원해 김범우의 집을 급습, 모인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그러나 잡혀
온 사람들은 모두 당대의 학자들이며 벼슬을 지낸 사대부 출신의 명사들이었음으로
적당히 훈방 조치하고, 가징 신분이 낮았던 김범우만을 잡아 가둔 뒤 배교를 강요하였다.
결국 김범우는 그 기간 중의 상처로 인하여 순교하였다. 그 후 1785년(을사)년의
박해를 시작으로 신해박해,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를 거치면서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으며, 대원군의 병인박해는 그 절정을 이루었다.

(외국인 성직자의 밀입국)
- 1793년에 북경의 구베아 주교는 그 동안의 박해로 연락이 끊겼던 조선 교회의
비밀문서를 접수하고 중국인 주문모 신부를 보내기로 했다. 물론 불법 밀입국이다.
그러나 주문모 신부는 순조 때 사학(邪學) 금지령으로 순교한다. 여러 조선 관계자들이
로마에 보낸 편지가 전달(1827년)되어 프랑스의 외방 선교회가 조선 교회 선교
활동을 맡게 되면서 프랑스 성직자들이 입국하였다. 앵베르 주교와 모방 신부, 그리고
샤스탱 신부가 그들이었다. 이 세 명의 프랑스 성직자들도 물론 박해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김대건 신부 등의 마카오 유학)
-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은 파리 외방 선교회의 주선으로 최양업
(두 번째 신부) 등과 함께 마카오에 유학(1837년, 헌종 3년)하였다. 1839년 마카오에
민란이 일어나자 최양업과 필리핀으로 피난하였고, 그해 11월에 돌아오는 여행길에서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듬해에 중국에서 아편 전쟁이 일어나자 다시 필리핀
으로 피난하였고, 프랑스는 청나라로부터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두 척의 군함을 극동에
파견한다. 이때 김대건은 메스테르 신부와, 최양업은 브뤼기엘 신부와 함께 상해에 체류
하며 신부 수업을 계속하였다. 김대건은 유학 8년 만에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음으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된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10월 일행과 함께 충청도 강경을
통해 입국하여 국내에서 활동하였으나, 이듬해 6월 서해의 해로를 탐색하던 중 순위도
에서 체포되었고, 이를 계기로 병오박해가 일어났다. 김대건 신부는 그해 9월 서울의
새남터에서 26세의 젊은 나이에 군문효수형으로 처형되었다.

(천주교의 배척)
- 천주교 박해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 외국인 성직자들이 서울에 들어옴으로써
교회 세력이 차츰 살아나고 활기를 찾는 기미가 보이자, 새로운 박해가 시작되었다.
1860년에는 청나라가 프랑스 등 여러 나라와 천진조약을 맺어 종교의 자유를 허락
하였고, 2년 앞선 1858년에는 일본이 미국, 프랑스 등과 통상조약을 맺어 극동의
나라들이 문호를 개방하였으나, 우리나라는 문호를 굳게 닫아 쇄국의 꿈속에서 깨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종이 즉위하자 섭정을 하게 된 대원군은 통상을 요구하는
러시아를 몰아내기 위해서 천주교를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러시아 함대가 떠나 버리자
마음이 돌변하여 천주교를 박해했다. 대원군으로 인한 병인 대박해는 전례 없는 국내
신도와 프랑스 성직자의 희생으로 병인양요를 일으키게 했으며, 그로 인해 자연히
더욱 혹독한 천주교 탄압이 이어졌다.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천주교 박해문제로 서양의
열강들이 군함을 동원해서 기를 꺾어 보려 했으나 그 결과는 날이 갈수록 긴장을 고조
시키는 결과를 낳아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었다. 조선은 잇단 외국 함선의 침입으로
크게 당황했으나 그럴수록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가중되고 희생자는 늘어날 뿐이었다.
서양 오랑캐와 그 사상을 몰아내야 한다는 ‘척화비(斥和碑)’까지 세워졌다.

(조선의 문호 개방)
- 1880년 접어들면서 통상 요구의 파고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본이 1876년에
이미 조선과 국교를 열고 있었으며, 6월에 예조참의 김홍집이 수신사(修信使)로 일본에
다녀와서부터 조야에서는 새로운 파동이 일어났다. 문제의 발단은 일본 주재 청국
공사관의 참사관 황준헌이 저술한 ‘조선책략’이라는 책을 받아 온 데서 비롯되었다.
그 책을 왕에게 바치고 그 내용을 논의한 끝에 조정에서는 대부분 그 내용이 옳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다수의 유림들이 상소를 올려 반대하였다. 이 일로 유림들이 처벌을
받았으나 반대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고종은 개화주의 정책을 펼친다. 미국이 청의
도움을 받아 제물포에서 한미 수호통상조약에 조인(1882년)하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과도 통상조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미국의 뒤를 이어 수호조약을
맺으려 했으나 천주교와 관련된 사항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4년 후에나 조약이
조인(1886년)되었다. 한불 조약의 결과로 천주교는 비로소 선교의 자유를 문서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개신교의 전래)
- 우리나라에 개신교가 들어온 것은 100여 년이 넘는 박해를 받아 온 천주교가 프랑스
와의 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되면서부터이다. 이후 개신교의 자유와 전교활동이 보장되었다.
이에 평안도, 황해도 지방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개신교가 들어와 널리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 새로 전래된 개신교는 선교 사업의 일환으로 교육 사업과 의료 사업 등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하였다. 미국 선교사 알렌은 조선 정부의 도움으로 광혜원을 설립
하여 처음으로 서양 의술을 베풀었고, 특히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의 활동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들에 의한 학교 건립은 우리나라 근대교육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였다.
선교 과정에서 개신교는 한글 보급과 미신타파, 서구 문명의 소개라는 문화적 공헌과
함께, 서구의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애국심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도 하였다.

[ 제4장. 세계종교 맛보기 – 이슬람교 ]

< 이슬람교를 창시한 마호메트 >
* 아라비아의 대상(隊商)이었던 마호메트는 전지전능한 알라의 계시를 받아 이슬람교의
창시자가 되었으며 아라비아인 최초로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하였다.

(15세나 연상인 미망인과 결혼)
- 마호메트는 571년경 아라비아 반도 메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조부모
에게서 자라났으며,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소년 시절을 보냈다. 아라비아 사람들은 장사
수완이 좋았는데, 마호메트도 12세부터 상업으로 출세하려 하였다. 성실했던 그는 결국
호상(豪商)의 미망인 하디자로부터 대상(隊商)무역의 책임을 맡게 되었으며 마침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나이 25세에 15세나 연상인 하디자와 결혼하여 안정된
가정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전지전능한 알라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
- 마호메트는 40세가 되는 서기 610년에 천사의 계시에 의해서 ‘전지전능한 알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는 ‘신의 끝없는 은총에 감사드리기 위해예배를 드려야 하며,
고통을 당하는 동포에게는 구제의 손길을 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에는
부와 권력이 대상인(隊商人)에게 편중된 것이었기 때문에, 마호메트의 ‘신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상은 일종의 계급투쟁이기도 하였다. 유일한 신 앞에서 아녀자와 빈민,
노인, 장애인, 노예까지도 모두 평등하다는 가르침은 많은 신도를 얻을 수 있게 하였다.

(메카에서 쫓겨난 해가 이슬람력의 기원)
- 마호메트의 일신교는 아라비아인의 조상대대로 이어져 온 종교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
결국 메카에서 추방당하였다. 그러나 그에게 호의적이었던 메카 북부의 메디나 사람들은
그를 기꺼이 맞이하였다. 서기 622년 7월 16일의 이 사건을 ‘헤지라’라고 하며, 이것이
이슬람력의 기원이 되었다.

(싸우는 캐러밴 마호메트,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하다)
- 메디나에서 마호메트는 통행세를 물지 않고 통과하려던 적의 대상(隊商)을 습격하여
전술가로서의 재능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추방된 지 8년 후에 마호메트는 메카로
무혈입성을 하였고, 우상들을 끌어내려 파괴하였다. 마호메트는 전 아라비아 반도에
그 세력을 확장시켰으며, 631년에는 아랍인에 의한 최초의 반도 통일이라는 대과업을
이루었다.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것을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

< 이슬람 ‘최후의 예언자’ 마호메트 >
* 마호메트는 모세와 예수도 모두 자신 이전의 예언자였다고 주장하여 유대교와
크리스트교의 신을 유일절대의 신 ‘알라’에게 통합시켰다.

(스스로를 최후의 예언자라 칭했던 마호메트)
- 마호메트는 군사적 재능을 발휘한 종교인이었으며 동시에 탁월한 종교의 창시자
이기도 하였다. 그는 “나 알라의 사도 최후의 예언자는 말한다. 알라 외에 신은 없다.
알라는 전능하신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알라를 따르는 사람은 천국으로 가고, 등을
돌리는 자는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한편 사막에서의 전투를
지휘했다.‘나는 알라의 사도’는 ‘신의 말을 위임받은 자’이며 예언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마호메트가 ‘나야말로 최후의 예언자’라 고 선언한 점은 굉장한 발상이다. 코란에는
27명의 예언자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위대한 예언자로서 ‘아담’과 ‘노아’,
유대교의 ‘아브라함’과 ‘모세’, 크리스트교의 ‘예수’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즉 타종교의
모세나 예수도 마호메트 자신 앞에 온 예언자였음을 주장하면서, 자기가 마지막으로
신의 가장 확실한 메시지를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존재임을 확신시켰다. 그러므로
마호메트의 가르침과 행동은 영원히 절대적이며 올바르다는 것이다.

(이슬람교의 알라가 유일한 절대신이라 주장)
- 마호메트의 설교에는 크리스트교와 유대교의 이야기가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마호메트에게 알라의 존재를 계시한 천사의 이름이 가브리엘이라고 하였는데, 이 천사는
유대교에도 등장하며, 특히 크리스트교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동정녀 잉태를 알렸다.
즉 이슬람교는 유대교와 크리스트교의 색채가 깊이 배어 있었던, 당시의 신흥종교였다.

< 코란에는 무엇이 담겨 있나 >
* 코란의 주된 테마는 ‘알라를 위해서 선행을 할 것, 그러면 최후의 심판에서 반드시
구원을 받으리라’ 하는 것이었다.

(코란은 ‘알라’의 말씀)
- 이슬람교의 경전은 코란이다. 여기에 마호메트가 이야기한 ‘알라의 말씀’을 기록
하였다. 코란(원뜻은 ‘읽을거리’)에는 유일한 창조주 알라, 신의 천지창조, 아담과 하와의
탄생, 아브라함의 신앙심, 유대교의 이야기, 그리스도의 역할, 최후의 심판 등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유대교와 크리스트교의 동일 선상에 있는 교의(敎義)라
할 수 있다. 흔히 알라가 호전적이라거나 코란이 이슬람교도들에게 전쟁을 부추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오해이며 코란에는 호전적인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선행을 하면 최후의 심판에서 구원된다)
- 코란에는 ‘알라를 위해서 선행을 하면 천국에 갈 것이며, 악행을 하면 지옥에 떨어져
화염에 휩싸이고 썩은 고름을 마셔야만 한다’는 부분이 반복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밖에 이슬람의 율법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 대부분은 당시에 행해지고
있던 사회 관습을 신의 계시라는 형태로 단계적으로 추인해 간 것이다. (‘지하드’는
원래 성전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지금의 지하드(聖戰)라는 말은 원래 ‘신을 위해서
전력으로 노력한다’는 의미이며 특별히 전쟁을 가리키는 뜻은 아니었다. 성전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유럽의 십자군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부터이다.
‘지하드’나 ‘칼이냐 코란이냐’ 등 코란이라고 하면 전투적인 느낌이 들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엄격한 복수주의적 형벌이 떠오르는데, 이것은 크리스트교도의
반이슬람적 해석에 의한 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은 세계 최고(最古)의
법전이라고 하는 함무라비 법전에 쓰여져 있으며, 구약성서에도 있다. 이 말은 이슬람
교도가 독창적으로 제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눈’의 손해에 상응할 정도로 금전적
배상을 하라는 것이 사건 해결의 한 방법일 뿐이었다.

< 이슬람교가 급속히 확산된 이유 >
* 실크로드로 통상을 하려면 통과 대상국에 세금을 내야 했다. 직접 지배하려고 싸우다
보니 어느새 해방자가 되어 있었다.

(포교보다 상권 확대가 커다란 목적이었다)
- 마호메트는 대상(隊商)이었다. 당시의 대상들은 상거래를 함에 있어서 적들과 세력을
다투기 위해서 무장을 하고 있었으며, 전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군사 기술도 당연히
연마되었다. 마호메트와 그의 후계자들도 상권을 지키고 더욱 확대시킬 필요성에서
스스로 전투 능력을 닦게 되었던 것이다. 이슬람교가 포교를 위해서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을 들고 정복 사업에 나섰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에는 포교보다
경제적 이익 확대, 즉 상권의 확대가 가장 커다란 관심사였다. 왜냐하면 마호메트 시대의
아라비아 반도는 척박한 불모의 땅이었고, 북부를 지나는 풍요로운 실크로드 권은
크리스트교의 동로마 제국과 조로아스터교의 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랍 상인들이 거래를 하려면 각 나라에 높은 세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러나 자기들이
직접 무력으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지배하면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통행세라는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상권을 확대를 위해서 싸웠고, 이는 이슬람
군대가 외국의 통치 하에서 고통을 당하던 원주민을 해방시키는 결과가 되었으며,
정복자로서 그 땅에 군림하고 있던 크리스트교도를 배척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것이 십자군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칼이냐, 코란이냐’는 크리스트교도의 반감)
- 마호메트가 죽은 이후부터 8세기 전반에 걸쳐서, 이슬람 제국(사라센 제국)은 광대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그것은 마호메트와 그의 후계자들의 군사력 배경이 가장 큰 요인
이었지만, 이슬람 군이 정복자로서가 아니라 ‘해방자’로서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도
단기간에 대정복을 이룬 요인이다. 그 후 사라센 제국의 확대도 포교보다는 상권상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는 점령지의 주민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로 개종하면 세제상의 우대
조치를 적용하는 혜택을 주어졌다. 이슬람교라고 하면 ‘칼이냐, 코란이냐’의 이미지가
강한데, 역사적으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이나 포르투칼과 같은 정복 사업은 하지
않았다. 통상의 주도권을 빼앗긴 크리스트교도의 반감이 그러한 편견을 갖게 했을 것이다.

< 예루살렘은 세 종교의 성지 >
* 예루살렘에는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의 성지가 있다. 더욱이 유대인과
아라비아인은 같은 조상에서 나왔다고 한다.

(예루살렘은 세 종교의 공통적 성지)
- 이슬람교의 성지는 메카와 메디나 그리고 마호메트가 승천했다고 하는 예루살렘이다.
메카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향료의 길’의 요로이며, 아주 옛날부터 중시되고
있었다. 이슬람의 전설에 의하면 여기에 있는 카바 신전은 아랍인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그의 장남 이스마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신전의 검은 돌 제단에서 그들의 신에게
희생의 제물을 바쳤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또 하나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유대교에서도
아브라함이 신(야훼)에게 적자(嫡子)인 이사악을 바친 곳이라 전해지며,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진 중요한 성지이다. 물론 크리스트교에서도 예수가 수난을 당하고, 부활
하여 승천한 중요한 성지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예루살렘에는 유대교의
‘통곡의 벽’과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처형된 장소에 세워진 성당, 그리스도의 부활 성당
등 기념 성당과 사원과 고적들이 많이 있다.

(아랍인과 유대인의 조상이 같다?)
-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의 오늘날 반목은 그 역사적 뿌리가 깊다. 마호메트의 본거지가
되었던 메디나는 처음에 유대인과 아랍인이 공동으로 건설한 도시였다. 마호메트는
유대인으로부터 신도를 얻으려고 새로운 가르침을 설파했지만 오히려 유대인의 반발을
초래하게 되었고, 그는 이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또한 아랍인과 유대인은 같은 언어
계통(샘 어족)의 민족이며, 양쪽의 조상이 모두 기원전 2000년경의 아브라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렇듯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나 관습상 유사점이 많지만, 일단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격렬한 대립 양상을 보이게 된다.

< 이슬람교의 계율과 특징 >
* 이슬람교에는 알라신이게 귀의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예배’와 ‘단식’ 그리고
성지 메카 ‘순례’ 등의 계율이 있다.

(오행을 지키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
- 이슬람교에는 가르침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계율(五行)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슬람교도가 될 수 없으며 천국에도 갈 수 없다. 1. 우선 ‘신앙
고백’이 가장 중요시되는데, 이슬람교에 입교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2. 하루에
다섯 번의 ‘예배’가 의무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배는 예배당이 없더라도 커다란
천을 깔고 그 위에서 행해진다. 3. 이슬람력으로 제9월이 되면, 1개월간의 ‘단식’을
해야 한다. 단 일출에서 일몰까지 단식을 견뎌 내면 밤에는 걸판지게 차려 먹어도
된다. 4. 연간 수입이 어느 정도 초과했을 경우에는 일정한 비율로 재화를 헌납하는
‘희사(喜捨)’가 의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5. 최대의 의무로서 성지 메카 ‘순례’가
있다. 이 순례야말로 알라에 귀의하는 것을 나타내므로, 일생에 한 번은 메카를 순례
하는 것이 이슬람교도의 꿈이다.

(이슬람교에는 성상이 없다)
- 이슬람교는 ‘우상’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잇기 때문에, 사원에도 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하나도 없다. 마호메트의 초상을 그리는 것조차도 금지되어 있으며 고작
있는 것은 기하학적 모양과 당초 무늬의 아라베스크뿐이다. 아라베스크란 ‘아라비아풍’
이라는 의미이다. (여성은 검은 베일을 쓰지 않으면 돌아다닐 수 없다) 이슬람의
부녀자들이 베일을 쓰는 것은, 불교에서도 ‘사음(邪淫)’을 금하는 계율이 있듯이,
남성이 음심을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이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보면 남자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베일 속에 감추어진 것을 알고 싶은 것도
인간의 본능인데 그 점은 간과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중동에는 벨리댄스라는
춤이 있는데, 이것은 원래 이교도인 여자 노예가 추는 춤이며, 정숙한 이슬람 여성은
이 춤을 추지 않는다. 즉 이교도는 아무래도 천국에 갈 수 없으므로 배꼽을 드러내고
춤을 추어도 괜찮다는 이유에서이다.

< 이슬람교의 종파 >
* 마호메트의 사후 후계자들의 계승 분쟁이 벌어졌다. 이슬람교는 시아파와 수니파로
크게 나누어졌고, 상호간에 정통성에 대한 공방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후계자들이 줄줄이 암살된 사이파)
-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한 가지 빠트린 부분이 있는데, 바로 후계자에 대한
언급이었다. 자유경선이든 후계자 지명이든 했어야 혼란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호메트의 사후에 먼저 후계자(칼리프) 선출에서 분규가 일어났다. 협상을 통해 2대,
3대가 선출되었고, 4대 칼리프로 알리가 취임했으나 갑자기 암살을 당했다. 그리고
또 그의 아들까지도 암살당했다. 마호메트 사후부터 4대 알리까지를 ‘정통 칼리프
시대’라 하는데 알리의 암살을 계기로 이슬람교 내부에서 크게 두 개의 파벌이 성립
되었다. 하나는 ‘알리파’를 의미하는 시아파이고, 또 하나는 이슬람의 법 그 자체를
의미하는 수니파이다. 수니파에서는 시아파를 이단파라고 한다. 시아파에서는 마호메트가
죽은 후, 제4대 알리와 그의 자손을 이맘(지도자)으로 받들고, 그의 절대성을 강조한다.
이맘의 절대성은 어떤 죄를 범하더라도 알라의 용서를 구할 수 있다는데 있다. 또한
마호메트를 초월하는 이맘의 가르침과 언행을 코란에 우선하여 시행하기도 한다.

(절대적 우위의 수니파)
- 시아파와 수니파가 권력 쟁탈전을 치르고 나서 패배한 시아파는 페르시아, 즉 지금의
이란 쪽으로 도주하였다. 이란, 이라크, 터키에 시아파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수니파는 이집트에서 서쪽으로 세력을 넓혀 갔다. 성지 메카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류는 ‘와하브파’라 하는데, 크게는 수니파에 들어간다. 근래에 들어와서 사우디 당국이
시아파 회교도가 많은 이란의 순례자를 제한하여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양 종파의
이러한 대립적 양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이슬람권에서는 90% 가까이 수니파
이고, 나머지 10%가 시아파 및 수피파 등 기타 종파이다. 수피란 이슬람의 신비주의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수피파의 주장은, 종교적 진리는 정통 신학의 형식적인 지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격적인 종교 체험에 의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슬람교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마호메트를 최후의 예언자로 여기고, 코란을 생활의 최고 규범으로서 존중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제5장. 세계종교 맛보기 – 기타 종교(민족 종교 등)의 비교

# 주제만 메모, 내용 메모는 생략함

< 힌두교 >
* 힌두교는 선한 행동을 함으로써 더 이상의 윤회를 단절시켜 환생하지 않고,
더 이상의 죽음이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힌두교의 성립과정
- 힌두교의 윤회사상은 ‘윤회’하지 않는 세계를 목표로 한다
- 섹스 엑스터시도 ‘신’에게 가는 길

< 유대교 >
* 흔히 유대인을 선민사상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평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들이 상업적
수완이 좋고 머리가 좋은 것에 대한 질투심에서 나온 말이다. 또 그들이 지나치게 율법에
충실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기도 하다.
- 구약성서는 모세가 야훼로부터 받았다
- 유대교는 민족의 비극적 상황에서 성립되었다,
- 선민사상이라는 오해를 낳은 율법과 근거

< 조로아스터교 >
* 선과 악의 이원론, 풍장(風葬), 종말사상 등 조로아스터교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꽃피었던 종교이다.
- 페르시아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
-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스펙터클
- 성화에는 신과 천사가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시크교 >
* 이슬람교의 유일신 사상과 힌두교의 윤회 사상 등의 요소를 겸비한 것이 ‘시크교’인데,
그들의 교주가 학살을 당함으로써 반이슬람 색채가 강화되었다.
- 시크교는 힌두교의 급진과격주의자
- 5대와 9대 교주의 학살에 의해서 반이슬람 색채가 강화

< 자이나교 >
* 어떻게든 ‘해탈’에 이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미물이라도
죽이지 않으며 옷도 입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단식한 채 숨을 거두는 것이 그들의
이상(理想)이다.
- 번뇌 극복이 자이나교도의 목표
- 철저한 ‘불살생’과 ‘무소유’의 생활신조

< 유교 >
* 중국인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유교는 군자의 경세학이었으며,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일본까지 건너가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정신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다.
- 유교는 학문인가, 아니면 종교인가?
- 수신제가하면 치국평천하
- ‘논어’는 어까지나 원칙이었다고 하는데, 공자의 속마음은?
- 우리나라와 유학, 삼국시대, 통일신라, 발해, 유교 정치사상의 대두, 고려시대,
조선시대, 주자학의 발달, 성리학의 발달, 실학의 대두

< 도교 >
* 한방은 처음에는 ‘불로장수’의 명약을 만드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여러 미신과
속신도 도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 민중도교와 교단도교
- 노자는 실존 인물인가?
- 불로불사의 ‘선인’이 되는 방법을 연구

# 이하 내용 메모 생략

[ 제6장. 종교와 전쟁, 분쟁, 탄압의 현장 ]
[ 제7장. 현대 종교 문제 ]
[ 제8장. 국제 문제와 종교 ]

뒤풀이, 종교관련 낱말 풀이

#108 독서 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109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3.05.16.

[ 책 이름 :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

- 지은이 : 앤드류마리아
- 옮긴이 : 성찬성
- 펴낸데 : 성바오로, 출판일 : 1995.05.28, 119p
- 내 용 : 소박한 비유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우화 모음 55편(Ⅰ)

[ 표지의 글 ]

우리는 모두 진리를 찾는 탐구자다. 곧잘 삶의 의미에 의문을 던지는 우리의 정신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고, 우리에겐 그 상처를 치유해 줄 향유가 필요하다.
이 책은 소박한 비유를 통해 한도 끝도 없는 삶의 의미를 측량해 보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비록 허구이기는 하지만 저마다 한 조각의 진리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는
향유 같은 존재가 될 것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머리말 ]

삶을 이해하자면, 때로는 전체가 아닌 조각조각 나누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모아 본 우화들은 소박한 비유를 통해 한도 끝도 없는 삶의 의미를 측량해 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들 이야기는 하느님을 겨냥하여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한 수도자가
가톨릭 교의와 그리스도 신앙이라는 해묵은 음영 아래서 기록한 것들로 이해하면
된다. 이 소박한 작품이 비록 그리스도인의 삶이 지니고 있는 완전한 의미에 해답을
약속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삶 속에서 풀리지 않는 우리 의문의 생채기를 더없이
미세한 것까지도 치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01. 고통 받는 신 >
* 이야기 소재 : 이교도 인디라, 구루 마키르, 만신전(萬神殿)

- 이교도인 인디라가 구루(힌두교의 스승) 마키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가
어떤 신을 섬기고 어떤 종교를 믿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 구루 마키르는 인디라를
데리고 온갖 신들을 모셔 둔 ‘만신전’으로 들어 갔다. … 인간들의 고통을 제거해
준다는‘바그다’ 신, 인간들에게 고통을 면하는 여러 방법을 알려 주는 ‘요파’ 여신을
거쳐 실물 크기의 십자고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스도인들이 신으로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였다. 인디라는 측은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은 그는 구루에게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다. 그리스도인들의 신을 택한 것에 대해 의아해한 구루의 말에 인디라는
대답했다.

- “고통을 없애주겠노라고 하신 신은 어리석은 신입니다. 고통이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고통을 완전히 없애 준다는 약속은 그야말로 환상일 뿐입니다.
고통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신은 인간을 겁쟁이로 만들 따름입니다. 고통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사람이 고통을 피하는 순간, 고통은 열배로 커져 덤벼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의 신은 친히 고통을 당하신 분인지라 인간에게 고통을
이해하게 만들고, 그래서 고통을 이겨내게 해 줄 겁니다. 고통의 신비가 일단 이해되면,
비록 현세라 해도 기쁨과 평화가 넘칠 수 있습니다.” 구루 마키르가 말했다. “자네 말이
진리네, 우리 함께 가세. 나도 그리스도인이 될 생각이네.”

< 02. 모든 것이 헛되다 >
* 이야기 소재 : 튤립, 잡초, 소떼

- 들판에 아름다운 튤립 한 송이가 피어 있고, 바로 곁에서 못생긴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튤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볼품없는 잡초를 비웃고 놀려대곤 했다.
하지만 잡초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저 이렇게 대꾸할 뿐이었다. “자네가 아름답다
거나 추하다는 것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 반드시 올 테니 두고
보게나.” 이윽고 잡초가 생각하던 그런 날이 찾아 왔다. 부근에서 소떼가 풀을 뜯다가
발이 닿는 곳의 풀은 모조리 먹어치우며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잡초와 튤립도 암소에게 먹혀 버렸다. … 둘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추하게 변모되어 암소의 뱃가죽 속을 이리저리 돌아 내려갔다. 하루는 잡초와
튤립이 암소 꼬리 밑에 난 구멍으로 밀려 나간다 싶더니 햇살이 서서히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튤립은 자신이 어떤 신세가 되었는지 깨닫고서 흐느껴 울었다. 하지만
잡초는 미소 지으며 기분 좋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우린 결국 똑같아질
거라고 말했잖아.”

< 03. 수도원장의 입맞춤 >
* 이야기 소재 : 어떤 수도자, 수도원장, 수도자들, 원장의 누이동생

- 어떤 수도자가 우연히 마을을 지나다가 자기 수도원 원장이 젊은 여인의 볼에다
입 맞추는 광경을 목격했다. 눈으로 본 장면 때문에 충격을 받은 그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는 수도원으로 돌아와 모든 수도자들을 불러 놓고 목격한 장면을 이야기
하자, 그들은 원장이 죄인이라고 결론짓고 준엄한 벌을 내리기로 했다. 원장이 돌아
오자 수도자들은 계획대로 실천에 옮겼다. 기둥에 매달고 혹독한 채찍질을 가한 후
토굴에 던져 넣고 빵도 물도 주지 않았다. 수도자들은 원장이 입맞춤해 준 여인도
징벌하기로 하고 붙잡아 그들 앞에 끌려오자 그녀에게 무섭게 다그쳤다. … 여인은
아무렇지 않게 응수 했다. “여러분의 원장은 내 오라버니니까요. 나는 그분의 누이
동생이라고요.”

< 04. 십자가를 진 사람들 >
* 이야기 소재 : 주님, 두 제자, 같은 무게의 십자가

- 주님이 두 제자를 데리고 어떤 길로 들어섰다. 거기서 주님은 각자에게 무게가
똑 같은 십자가 하나씩을 내주시면서, 이 길이 끝나는 그곳까지 십자가를 지고
오라고 지시한 다음 자취를 감추셨다. 첫 번째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메고 가는
데 반해, 두 번째 제자는 지독히 힘들어 하면서 뒤쳐져 따라 왔다. 십자가를 걸머진
지 하루 만에 첫 번째 제자는 길 끝에 당도하여 십자가를 스승에게 넘겼으나, 두 번째
제자는 이튿날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하면서 십자가를 내동댕이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한테는 다른 제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십자가를 내주시
다니요!” 주님이 말씀하셨다. “십자가는 둘 다 똑같은 무게였느니라.” 하시며 그에게
타이르셨다. “십자가를 탓하지 말아라. 그 까닭은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줄곧
불평을 늘어놓은 너한테 있느니라. 네가 불평할 때 마다 십자가의 무게는 늘어났던
거야. 앞에 온 제자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 동안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 사랑이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 준 거야. 그래서 힘들지 않고 옮길 수 있었던 거지.”

< 05. 거듭나기 >
* 이야기 소재 : 레아, 엄마, 큰언니, 고모 마틸다, 거듭난 자(아기), 장난감

- 레아는 엄마와 큰언니가 식탁에서 하는 말을 엿들었다. 마틸다 고모가 가톨릭 신앙을
버리고 거듭난 자(개종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한숨을 지으며 슬픈 일이라고
하면서 찾아가서 이야기 해 보는 것이 좋겠다며 세 사람은 마틸다 고모 집에 갈 채비를
갖추었다. 집을 나서는데 레아가 장난감과 인형을 잔뜩 걸머지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가 레아에게 묻자 “마틸다 고모하고 놀려고요.” 어머니가 타일렀다. “레아야,
마틸다 고모는 나이가 많으셔서 장난감이나 인형을 가지고 놀 수 없단다.” “하지만 엄마,
고모가 다시 아기가 되었다고 했잖아요. 방금 고모가 거듭났다는 말을 들었단 말예요.”

< 06. 하느님은 죽었다 >
* 이야기 소재 : 사탄, 암흑의 예언자, 사탄의 명령

- 사탄이 그가 거느리고 있는 예언자들 가운데 하나를 불러서 지시했다. “네가 저
마을로 내려가 하느님이 죽었다고 믿도록 마을 사람들을 설득시켜 주면 좋겠다.”
암흑의 예언자는 명령대로 마을로 내려가 하루 종일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가 보니 사람들은 온종일 싸움질하고, 죽이고, 사기
치는 등, 죄짓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는 사탄에게 돌아왔다.
그가 이토록 빨리 돌아 온 것을 본 사탄은 놀라서 물었다. “그래 하느님이 죽었다고
믿도록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시켰느냐?” 암흑의 예언자가 대답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말로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하느님이 없는
것이나 똑같이들 살고 있으니까요. 그들의 생활 자체가 하느님은 죽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뭘.”

< 07. 어머니는 거절하지 못한다 >
* 이야기 소재 : 사제, 개신교 신자, 폴티엘 성, 황태자, 황후

- 어느 날, 사제 실비아누스와 개신교 신자인 헨리와 나란히 폴티엘 성을 향해 걷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암미후드 황태자에게 기부금을 얻어 낼 심산이었다. 사제는
성당을 지으려 하고 있었고, 개신교도는 학교를 세우려 하고 있었다. 도중에 개신교
신자 헨리가 사제 실비아누스에게 시비를 걸었다. “당신네 가톨릭 신자들은 정말
멍청이들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마리아를 그토록 깍듯이 섬기는 거요? 그리스도로
충분한 것 아니오?” 실비아누스는 입을 다문 채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 개신교도
헨리가 먼저 황태자를 만났으나 낙담하여 몹시 슬픈 표정으로 방을 나왔다. 공작이
한 푼도 내놓지 않아서 빈손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나와서 보니 놀랍게도 사제
실비아누스는 돈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제가 말했다.
“황태자가 우리한테 한 푼도 내놓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난 옆방에
앉아 계시는 그분의 어머니 황태후를 찾아뵈었다오. 내가 필요한 것을 말씀드리니
황후께서는 두말없이 주십디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아들은 거절해도 어머니는
거절하지 못하는 법이오. 이제는 가톨릭신자들이 마리아를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를
아셨으리라 믿소.”

< 08. 죽는 것이 낫다 >
* 이야기 소재 : 마술사, 수르 마을, 죽은 사람

- 마술사 문다카는 파단 수르 마을에 가서 자신은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노라고
큰소리쳤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자 마술사는 그들을 데리고 최근에 죽은 사람이
묻힌 무덤으로 갔다. 마술사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주문을 외우자 죽어서 사흘 동안
무덤에 누워 있던 사내가 일어나 무덤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나를 살려낸 자가 누구야!
누가 나를 살려 놓았는지 말하란 말이야!”라고 화를 내며 다그치자 문다카가 “내가
했소!”라고 하자 살아낸 사내는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어 그를 시퍼렇게 멍들도록
두들겨 팼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살려 주었으니 좋아해야 할 것 아닌가!”
하며 묻자, 살아난 사내가 소리 질렀다. “멍청한 얼뜨기 같으니라고! 이제 살아났으니
난 또다시 날마다 열여덟 시간씩 일해야 하고, 여덟 명의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고,
바가지 긁는 마누라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할 판이란 말이야! 날 다시 죽여 놓으라고.”
살아난 사내는 마술사를 떠밀어 내동이치고서 무덤으로 되돌아갔다. 사람들은 무덤
돌을 제자리에 굴려다 놓았고, 문다카는 살아난 사내를 다시 죽여 놓을 수밖에 없었다.

< 09. 정반대의 응답 >
* 이야기 소재 : 은수자, 기적, 하느님

- 은수자 커쉬는 위대한 성덕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래서 기적을 행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람들의 부탁으로 비를 빌었으나 하늘에서
내린 것은 불이었다. 또 어떤 여인의 청을 받아 병든 아들을 낫게 해 달라고 빌었으나
오히려 죽고 말았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부탁하기에 돌을 빵으로 변화시켜달라고
빌었으나 전갈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온 마을이 은수자 커쉬에게 분노를
터뜨렸고, 그를 죄인으로 취급하면서 내쫓아 버렸다. 광야로 나간 커쉬는 고적한 동굴
에서 한숨을 내쉬며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어찌하여 하느님께서 일을 이렇게
만드셨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 그 덕에 저는 이제 무뢰한이요. 죄인이 되어
모든 사람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자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들아,
나는 네가 오래 전에 기도한 청을 들어 주었을 따름이니라.” 그 기도가 무엇이냐고
묻자“항상 겸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였느니라.”

< 10. 한가한 부서 >
* 이야기 소재 : 하늘나라, 성베드로, 영혼, 천사들의 작업실

하늘나라에 도착한 영혼이 성베드로의 영접을 받았다. 성인은 영혼에게 하늘나라를
두루 구경시켰다. 천사들로 가득 붐비는 거대한 작업실에 들어섰다. 첫 부서는 접수처로
하느님께 기도하는 온갖 청원을 접수하는 곳이었다. 두 번째 부서는 포장 및 발송처로
사람들에게 보내 줄 은총과 축복이 이곳에서 포장되어 지상의 청원 당사자에게 발송되는
곳이었다. 이 부서는 엄청나게 많은 천사들이 일하고 있었다. 끝으로 작업실 가장 후미진
구석에 마지막 부서가 있었는데, 이곳은 놀랍게도 천사 한 명이 아무 할 일 없이 빈둥
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확인처였다. 영혼이 “어째서 이곳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습니까?”
라고 묻자 베드로가 대답했다. “서글픈 일이야. 지상 사람들은 부탁한 축복을 받고 나서
확인서를 보내는 일이 거의 없거든” 그러자 “하느님의 축복을 어떻게 확인하는 건데요?”
라고 묻자 성베드로가 대답했다. “간단하다네, 그저 ‘주님, 감사합니다.’하면 되는 거지.”

< 11. 손으로 물잡기 >
* 이야기 소재 : 수도원장, 수도자, 물잡기, 성덕

- 수도원장 히페리시우스가 자신의 성덕을 자랑하고 다니는 질리스 수도자를 불러들여
“당신은 당신의 성덕이 높다는 데 대해 정말 자신 있습니까?”라고 묻자, 자신이 있다고
질리스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원장은 그를 데리고 강가로 갔다. 원장이 질리스
에게 두 손으로 물을 잡아 보라고 지시했고, 질리스는 지시대로 따랐다. 몇 번을 되풀이
하여 물을 잡아 보던 질리스 수사가 원장을 향해 “원장님, 손으로 물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손에 쥐었다 하면 그 순간 물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갑니다.” 그러자
원장은 질리스 수사를 타일렀다. “아들이여, 성덕이란 바로 그와 똑같은 것입니다.
당신이 성덕을 손에 넣었다고 믿는 그 순간 성덕은 당신에게서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 12. 진주 >
* 이야기 소재 : 아만 마을, 어부인 유포와 요파, 나무 궤짝, 진주, 현자 아키암

- 아만이란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가난했지만 아주 마음 편안히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어부인 유포와 요파 두 사람이 이상한 물건을 그물로
건져 올렸는데 크고 묵직한 나무궤짝이었다. 두 사람은 물가로 가져가서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는 아름다운 진주가 가득 들어 있었다. 두 어부는 이 진주를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현자 아키암에게로 가져갔다. “진주가 엄청나게 많아서 집집마다 나눠 주면 아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큰 부자가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자, 아키만은 “진주를 바다에
도로 갖다 버리게나.” 하였다. 그러자 요파가 “어르신, 가난한 사람들이 이 진주를
가지면 부자가 되어 행복해질 텐데, 달갑지 않으신가 보지요?”라고 묻자 아키암이 대답
했다. “부자가 된다는 것과 행복해진다는 서로 상극이라네. 아만 사람들은 비록 가난할
망정 소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는 까닭에 행복하다네. 만일 아만 마을이
부유해지면 삶은 소유하는 것 때문에 사랑받고 사람들은 소유한 것으로 사랑받게 되는
거지. 이렇게 되면 우리 마을이 최고의 부자가 될지는 몰라도 더없이 불행해질 거야.”
두 어부는 현자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진주를 바다로 가져다 버렸고, 아만 마을은
그대로 행복하고 평화로울 수 있었다.

< 13. 인간의 사랑 >
* 이야기 소재 : 마술사, 부활한 사내, 아내 재혼

- 마술사 문다카는 다시 한 번 죽은 사람을 살리려고 무덤을 찾아갔다. 그리고 어떤
무덤 하나를 선정하고 주문을 외웠더니 젊은 사내 하나가 살아나서 밖으로 나와
마술사에게로 달려왔다. “저를 이승으로 불러내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하자,
마술사가 그에게 물었다. “다시 살아난 지금 그대는 무슨 일을 할 셈이오?” “제 아내
에게 돌아갈 작정입니다. 제 아내는 저를 무척 사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침상에 누워
죽어가고 있을 때 나 외에는 어떤 사내도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언약했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사내는 아내를 만나러 마을로 내려갔다. 몇 시간도 안 되어 부활한
그 사내는 무덤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문다카 앞에 당도하자 그는 “제발 저를 다시
죽여주십시오.”라고 하자 사유를 묻으니 “가 보니 아내는 이미 다른 사내와 재혼하여
그에게 흠뻑 빠져 있더군요.” 문다카는 그를 무덤으로 들여보내고 사내가 다시 죽음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 14. 은거하는 이유 >
* 이야기 소재 : 엘 베델, 수도원장, 촛불

- 엘 베델은 수도자가 되고 싶어 수도원장 에피파무스를 만나게 되었다. 베델은
수도자가 되기 전에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한 가지가 있다며 원장에게 물었다.
“수도자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은거 생활을 하는 겁니까? 속세에서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은 가능한 데 말입니다.” 수도원장은 아무런 말도 없이 촛대를
가져다가 초에 불을 붙였다. 그런 후 베델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했고, 바깥바람은
몹시 불고 있었다. 방을 나서기 전에 수도원장은 촛불을 베델에게 넘기면서 말했다.
“밖에 나가거든 촛불을 꺼뜨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베델은 방을 나오자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쳐 촛불을 꺼뜨리고 말았다. 베델은 다시 불을 붙여 보았지만 불은
금새 꺼져버렸다. 베델은 수도원장에게 말했다. “원장님, 촛불이 제대로 타오르게
하려면 아무래도 방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바깥에서는 바람 때문에 불이
도무지 견뎌나질 못합니다.” 그러자 원장이 베델에게 말했다. “지금 그 말이 그대의
의문에 대한 해답이오. 바깥에서는 바람 때문에 촛불이 잘 타지 못하는 것과 마찬
가지로 속세의 바람이 수시로 불어 닥치는 바깥세상에서는 피어오르는 하느님의
사랑을 간직하기 불가능하다오. 이 사랑이 불타오르게 만들자면 은수 생활로 보호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거외다.”

< 15. 추상적인 약속과 구체적인 계획 >
* 이야기 소재 : 아가씨, 두 사내, 결혼 구혼

- 아름다운 아가씨가 두 사내에게서 구애를 받았다. 첫 번째 남자가 당당히 나서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아가씨, 만일 나와 결혼만 해준다면 난 당신을 에덴동산으로
데려가서 황금 사과를 부양하겠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의 발밑을 별들로 장식하고,
달을 따다 베개로 깔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두 번째 남자가 포부를 말했다. “아가씨,
나와 결혼해 준다면 열심히 일해서 그대와 우리 자식들을 부양하겠소.” 아가씨는
두 번째 구혼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첫 번째 구혼자가 항의조로 말했으나
그녀는 스스럼없이 말했다. “내가 바라는 건 불가능한 약속이 아니에요. 내게 필요한
것은 실천 가능한 계획이라고요.”

< 16. 십자가 더미 >
* 이야기 소재 : 한 사내의 영혼, 천사, 거대한 십자가 더미

- 한 사내가 죽어서 영혼이 연옥으로 끌려갔다. 천사가 이끄는 대로 들판에 나가보니
거대한 십자가 더미가 하나 나타났다. 천사가 “내가 그대를 천당으로 데려가려면,
먼저 그대가 이 십자가들을 저 멀리 보이는 언덕까지 모조리 옮겨 놓아야만 하오.”
하자 사내는 낙담하여 고개를 흔들었다. 십자가는 엄청나게 많았고, 거리도 까마득히
멀었으며, 게다가 십자가는 한 번에 하나씩밖에 옮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사내가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지상에 있으면서 그런대로 훌륭한 삶을 살았고 질
십자가도 다 졌는데, 여기에 와서 이 많은 십자가를 또 져야 한다니요?” 그러자 천사가
말했다 “사실, 그대가 훌륭한 삶을 살았고 져야 할 십자가를 다 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거요. 하지만, 이 십자가들은 그대가 지상에 있을 때 불만을 토로한
바로 그 십자가들이오. 그대가 불만 속에 걸머진 십자가는 이곳 연옥으로 넘어와
그대가 죽은 후에 다시 한 번 걸머지도록 되어 있는 거라오.”

< 17. 부자비한 족장 >
* 이야기 소재 : 더러운 거지, 족장 압둘 탈림, 술탄 왕

- 더러운 거지 하나가 족장 압둘 탈림의 대저택에 와서 문을 두드리며 빵 한 조각을
구걸하려 하였으나 압둘은 욕설을 퍼붓고는 요란스럽게 문을 닫아 버렸고, 또 다시
찾아오자 그는 거지에게 달려들어 코피가 쏟아지도록 두들겨 패고는 길거리로 내동댕이
쳤다. 저녁이 되자 누군가 또 다시 족장 대저택을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문간에
서 있는 분은 다름 아닌 병사를 거느리고 온 술탄 왕이었다. 족장은 허리를 굽혀 신하의
예를 드리며 환영했다. 그가 술탄의 표정을 살피려 얼굴을 들어 올려다보니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족장이 걱정이 되어 지혈 치료를 하고자 청했으나 술탄은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그럴 필요가 없다! 아침나절에 내 얼굴을 후려 친 놈이 있었고, 코피는 그때
부터 줄곧 쏟아지고 있느니라.” 하자 족장은 “감히 어떤 놈이 무엄하게 뺨을 때려 코피를
쏟게 만들었단 말이옵니까?” 술탄이 대답했다. “그래, 정말로 그런 놈이 있었느니라.
압둘은 말해 보라. 그런 놈은 어떻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폐하, 마땅히 죽여야
하옵지요!” 술탄은 위엄 있게 선언했다. “압둘 탈림은 들으라! 네 말대로 너에게 사형을
언도하노라. 내 얼굴을 때린 놈은 바로 너였느니라.” … 술탄은 신하들의 참된 인간성을
알아볼 요량으로 거지로 변장하고, 이 고을 저 고을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마음을 시험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비심이 없는 자는 자비를 얻어 누릴 자격도 없는 법이다.

< 18. 신앙만으로 >
* 이야기 소재 : 신심 깊은 과부, 어린 아들, 사고

- 살아 있는 성녀라고까지 알려진 신심 깊은 과부가 하루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리를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들이 다리에서 떨어져 깊은 물속으로 곤두박질하고만 것이다.
그러자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아이를 구하려고 힘을 다했으나
과부는 그들을 말리며 말했다. “그대로들 계세요. 나의 신앙만으로 아이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는 다리 위에 무릎을 꿇더니 돈독한 신앙으로 열심히 기도를 바쳤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아이는 숨 막혀 죽고 말았고, 과부는 서럽게 흐느껴야 했다.
노력이 따르지 않는 신앙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법이다.

< 19. 비극이 축복으로 >
* 이야기 소재 : 큰불, 현자로 알려진 수도자, 갈대바구니, 숯

- 어떤 마을에 큰 불이 나서 모든 가옥을 태워 버릴 기세로 번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기적을 행하는 현자로 알려진 수도자가 사는 움막으로 달려가 그에게 기적으로 불길을
잡아 주도록 애원했다. 수도자는 말없이 움막으로 들어가더니, 평소에 엮어 두었던 갈대
바구니 여러 개를 들고 나와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후에 말했다. “지금쯤 마을이
몽땅 타 없어졌을 거요.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숯을 긁어모으시오.” 군중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당신 지금 우리를 놀리는 거요.” 수도자가 말했다. “비극이란 거꾸로 뒤집힌
하느님의 축복인거요. 이미 겨울이 목전에 닥쳐왔으니, 인근의 수많은 마을은 숯이 절실히
필요할 거요. 그들에게 숯을 팔아서 돈을 넉넉히 벌어들이시오. 그 돈이면 훨씬 크고 멋진
집을 지을 수 잇을 거외다.” 그들은 돌아와 저마다 숯을 주워 모았고, 그것을 인근 마을로
가져다 팔았다. 그리하여 번 돈으로 한결 크고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었다.

< 20. 네 십자가부터 먼저 >
* 이야기 소재 : 마카리우스, 꿈, 주님, 십자가

- 사랑받는 자 마카리우스가 꿈을 꾸었는데, 그 꿈속에서 주님이 더없이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이었다. 이를 본 마카리우스는 주님께로 달려가서 십자가를 대신 져 드리
겠노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님은 그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실 따름이었다. 몇 차례 애원하자 이윽고 주님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시고는 마카리우스가 당신을 처음 목격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다정하게 말씀
하셨다. “아들아, 이것은 내(나의) 십자가란다. 네가 조금 전에 내려놓은 네(너의) 십자가는
저기 있지 않느냐? 내 십자가를 져 주려고 하기 전에 네 십자가부터 져 나르려무나.”
마카리우스는 뒤로 돌아 주님이 가리키신 지점으로 달려가 보았다. 거기에는 그의 십자가가
나둥그러져 있었다. 그는 얼른 십자가를 지고 주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와 보니 놀랍게도 주님의 어깨에 걸려 있던 십자가가 온데간데없다. 그는 “주님, 주님의
십자가는 어디로 간 겁니까? 라고 주님께 묻자, ”아들아, 네가 사랑으로 네 십자가를 질
때는 내 십자가를 지는 것이나 진배없단다.“

< 21. 순결 선교 >
* 이야기 소재 : 정결자 요한, 설교, 창부 아나스타시아

- 정결자 요한은 군중을 향해 외쳤다. “그대들의 몸은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니라.
그러니 깨끗이 간직할지어다. 그대들의 몸을 정결하게 가꾸고 순결하게 지키어라.
육욕의 죄를 범하거든 부끄러워 얼굴을 붉여야 당연 한 일. 그럴 때 그대들은 짐승이나
다름없어지는 까닭이라. 아무쪼록 순결을 소중히 여길지어다!” 사람들은 요한의 설교에
깊은 감명을 받아 순결을 지키기로 굳게 다짐했다. 그런 다음 정결자 요한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자기 침대에 누워 있는 창부 아나스타시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내 사랑, 어딜 갔다 오는 거예요?”라고 묻자, 요한은 “순결을
설교하고 오는 길이지….

< 22. 하늘나라의 유일한 변호인 >
* 이야기 소재 : 이사악, 파우스투스, 천사, 심판정, 변호인 마리아

- 가톨릭 신자인 이사악은 항해중인 배 안에서 우연히 근본주의자 파우스투스를
만났다. 두 사람은 만나자 이내 하느님의 어머니를 놓고 입씨름을 벌렸다. 이사악이
갈라서기 직전에 파우스투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던졌다. “자네가 이승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마리아의 이름을 속삭일 줄 모른다면 심판 날에 그분한테 도우심을
청하는 일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나 알아 두게.” 파우스투스도 지지 않고 떠들었다.
“내게는 그런 사람 없어도 그만이네. 그리스도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밤이 되자 갑자기
심한 폭풍이 불어 닥쳐 배가 가라앉으면서 둘 다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러자 곧
바로 천사가 나타나 둘을 심판정으로 끌고 갔다. 심판석에는 판관이 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 심판대에 먼저 끌려 나간 사람은 가톨릭 신자 이사악이었다. 이윽고 이사악이 저지른
무수한 죄가 낭독되었고, 뒤 이어 연옥에서 일천 년을 보내야 한다는 평결이 나왔다.
그런데 형이 선고되기 직전에 마리아가 심판정으로 들어와 이사악 곁에서 변호했다.
“아들아, 아무쪼록 이사악의 형량을 감해 주기 바란다. 세상에 있을 때에 나를 변호한
사람이니 연옥 형을 십 년으로 낮추도록 하여라.” 판관은 동의하고 형량을 십년으로
낮추어 선고했다. 그러자 마리아는 심판정을 나가 모습을 감추었다. 근본주의자
파우스투스는 대경실색했다. 이윽고 그의 차례가 되어 정밀 심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판관은 그에게 연옥에서 일만 년을 보내도록 평결했다. 그가 변론해 줄 변호인을 배정해
줄 것을 요청하자 이 심판정에는 변호인이 한 분밖에 없다고 하며 그분은 내 어머니
시라고 했다. 원하면 그분을 부르라고 했다. 근본주의자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마리아의 이름을 몇 차례 불러 보았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노력해도 이름이 발음되지
않았다. 그러자 이사악이 해 주던 말이 생각났다. “자네가 이승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마리아의 이름을 속삭일 줄 모른다면 …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두게.” 결국 형은 그대로
선고되어, 파우스투스는 연옥에서 일만 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 23. 두 종류의 기도 >
* 이야기 소재 : 배 난파, 사내 둘, 섬, 청원 기도

- 바다에 폭풍이 일어 배 한 척이 난파하면서 배에 타고 있던 사내 둘만이 살아서 작은
섬까지 어렵사리 헤엄쳐갈 수 있었다. 두 사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다가 이윽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데 합의했다. 두 사내는 섬을 둘로 갈라 양쪽
끝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들은 먼저 먹을 것을 청했고, 다음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아내를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곧 이어서 자식과 집과 의복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이쪽에 있는 사내는 모두 얻었으나, 다른 쪽에 있는 사내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쪽
사내는 끝으로 자신과 가족이 섬을 벗어날 수 있도록 배 한 척을 보내 달라고 기도하자,
배 한척이 해변에 밀려와 있었다.

- 이쪽 사내는 저쪽 사내를 그대로 남겨 두고 떠나기로 할 즈음에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는 어찌하여 네 동료를 남겨 두고 떠나려 하느냐?” 사내가 대답했다.
“내가 받은 축복들은 내가 빌어서 받은 것이니 나 혼자 누려야 할 몫입니다. 저 사내는
기도해도 응답 한 번 받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어떤 축복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아니
겠습니까?” 목소리가 사내를 꾸짖었다. “헛소리 말아라, 내가 응답한 기도는 바로 저
사람의 기도니라. 그의 기도가 없었던들 너는 아무런 축복도 얻어 누리지 못했을 것
이니라.” 사내는 지지 않고 응수했다. “저 친구가 무슨 기도를 했기에 내가 받은 이 모든
축복이 그의 덕이란 말입니까?” “저 사람은 너의 모든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느니라.”

< 24. 늑장 부린 제자 >
* 이야기 소재 : 왕, 제자 열 사람, 요밥

- 왕이 찾아오자 온 마을은 기쁨으로 들떴다. 마을 사람들이 왕의 주위로 몰려들자
왕이 말씀하셨다. “내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제자 열 사람을 선발하기 위함이다. 내게
합당한 제자가 되려면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떨쳐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제자가 되어 나를 섬기는 사람은 그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내 성으로 불러들여 제왕처럼 살게 해 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열광하였고,
많은 이들이 제자가 되겠노라고 자원하고 나섰다. 왕은 열 명을 선발하여 떠날 항구로
향했다. 그런데 선발된 이들 가운데 요밥이라는 사람이 왕에게 다가와 말했다. “전하,
잠시 마을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애인에게 작별 인사하는 것을 깜박 잊었습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왕의 대답을 들을 틈도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는 마을로 가서
연인에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항구로 되돌아 왔으나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나 바다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 25. 노래하는 개구리 >
* 이야기 소재 : 개구리, 새, 요정

- 개구리 한 마리가 자신의 둔탁한 목소리 때문에 몹시 속상해 있었다.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아름답게 노래 부를 수 있는 새들이 샘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어느 날,
개구리가 요정을 만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아름다운 새소리로 바꾸어 달라고 간청했다.
요정은 그 요청을 받아들여 종달새 목소리로 바꾸어 주었다. 흥분한 개구리는 새로
얻은 목소리를 자랑하고 싶어 부지런히 마을로 돌아왔다. 이윽고 개구리에 둘러싸인 채
그는 아름다운 새소리로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젖혔다. 노래가 끝나자 개구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둔탁한 목소리로 개골 거렸다. “개구리 목소리가 저렇게 흉측할
수도 있담!”

< 26. 자기 집부터 먼저 >
* 이야기 소재 : 카시우스, 수도원, 꿈, 집들, 주님

- 열혈당원 카시우스는 인간들의 죄를 보속할 생각으로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오로지 이 목적만을 위해서 수도자로서 할 수 있는 갖가지 속죄와 희생을 열심히 바쳐
나갔다. 그는 곧잘 기도하곤 했다. “주님, 저는 세상의 죄를 보속하는 일이라면 제 생명
이라도 바치겠나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집들이 하나같이
무너져 내려앉은 어떤 마을에 가 있었다. 그는 집들을 하나씩 정성껏 복원하기 시작
하고, 그가 모든 집들을 다 고쳐 놓고 나자 주님이 다가와 말씀하셨다. “카시우스야,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겠구나.” 주님과 나란히 집으로 향하여 가다가 카시우스의 집이
너무나도 누추한 것을 보신 주님은 발걸음을 멈추고 “네 집은 너무나도 초라하구나”
하자, “하오나 주님, 다른 집들을 고치느라 미처 제 집은 손 볼 틈이 없었나이다.”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내 거처를 장만하기에 앞서
내가 네 마음속에 거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주님은 그런 다음 홀연히
자취를 감추셨다.

< 27. 인간의 연약성 >
* 이야기 소재 : 두 이교도, 사제, 오른뺨, 왼뺨

- 성질이 급한 이교도가 그리스도인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사제를 놀려 주자고 다른
이교도를 꼬드겼다. 상대방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투로 대꾸했다. “허나 우리가 사제를
놀렸다가 반격을 받으면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 말텐 데.”라고 하자, “그렇지 않아,
그리스도인들은 온순한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누가 오른뺨을 때리면 왼 뼘까지 돌려
대라고 가르친단 말야. 내 장담하지만 그들이 반격해 오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이렇게 해서 그들은 마을 성당으로 가서 사제가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사제가
나오자 그에게로 다가갔다. 일을 사주한 이교도가 먼저 사제의 얼굴에다 침을 뱉고
이어서 사제의 오른뺨을 철썩 올려붙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제는 벌컥 화를 내더니,
두 사람 모두를 시퍼렇게 멍들도록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 성질이 급한
이교도도가 사제를 쳐다보며 빈정거렸다. “왜 우리를 치는 거야? 다른 쪽 뺨을 대야
옳은 일 아냐?” 사제가 무서운 얼굴로 소리쳤다. “바보 같은 놈! 그리스도교 성덕에는
인간의 연약성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 28. 하느님이 가장 잘 아신다 >
* 이야기 소재 : 과부, 자식들, 기도, 주님 목소리, 대저택, 돈과 재물

- 가난한 과부가 자식들을 키우느라 네 가지 서로 다른 직업에 매달려 날마다 열여덟
시간을 고생하며 일해야 했다. 어느 날 밤, 여인은 모진 시련 때문에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주님께 부르짖으며 기도드렸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딸아, 그 동안
기도한 것이 무엇이었더냐?” “제발 가난을 면하게 해 주시어요. 그래야 저의 자식들이
고통에서 해방될 테니까요.” 그러자 온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네가 지금 당하고
있는 고통이 너에게는 가장 유익한 것이니라. 내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무나.” 그러나
여인은 수긍하지 않았다. “주님, 저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는 제가 알고 있습
니다.” “그래 좋다, 내 딸아. 너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저를
부자로 만들어 주세요. 저에게 돈과 재물을 내려주시라구요.” 목소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튿날 눈을 떠 보니 집이 대저택으로 변해 있었고, 그녀 앞에는 수
많은 금궤가 놓여 있었다. 주님이 그녀를 어마어마한 부자로 만들어 준 것이다.

- 이제 엄청난 부자가 된 여인과 자식들은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 전처럼 어머니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식구들이 서로 얼굴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모두가 항상 밖으로만 나돌면서 인생을 즐기는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자식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들 둘은 폭행죄로 감옥에 갇혔고, 하나 있는
외동딸은 유부남과 눈이 맞아 도피 행각에 들어 간 것이다. 여인은 가슴앓이로 몸져
누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 자신이 죽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녀 곁에는
하인들만 지켜보고 있을 뿐 자기의 자녀는 아무도 없었다. 여인은 침대에 누운 채로
주님께 또 다시 기도드렸다. “주님, 몇 해 전에 저를 부자로 만들어 달라고 청했을 때
제 청을 들어 주시지 않았으면 오직 좋아겠습니까?”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제야 아는
구나, 내가 모든 기도를 다 들어 주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었느니라. 딸아,
믿어라. 너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바로 나란다.”

< 29. 시기적절한 죽음 >
* 이야기 소재 : 칼리후, 아브넬 살림 거리, 설교, 거친 말 한 마리

-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으려 할 시각에 칼리후 예언자가 아브넬 살림 거리를
걸어 다니며 죽음에 관해 설교하고 있었다. “회개하시오! 삶을 새롭게 정리하시오!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오. 죽음은 도둑처럼 찾아들고, 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하는
시간에 들이닥칠 것이오! 하느님께서 언제 오시더라도 영접할 채비를 갖추시오!”
칼리후는 이 말을 마치고 길거리를 가로질러 갔다. 바로 그때 거친 말 한 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칼리후를 들이받고 발굽으로 짓밟았다. 이 사고로 예언자는 그 자리
에서 즉사했다. 이 돌발적인 죽음은 그가 최후로 남긴 가장 훌륭한 설교가 되었다.

< 30. 그리스도 없는 그리스도인 >
* 이야기 소재 : 아가씨 산세리트, 책들, 사제, 예수 그리스도

- 젊은 이교도 아가씨 산세리트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열망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사제에게 자신의 소망을 피력하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사제 면담에 앞서 그리스도교 성인들을 다룬 책과 그들의
저서를 닥치는 대로 읽어 두기로 하고 밤낮으로 열심히 읽었다. 이제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믿는 그녀는 자신있게 사제를 찾아가 자신의 소망을 정중히 피력했다.
사제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를 묻자, 그녀는 열심히 대답했다.
“저는 성데레사의 성스러운 단순, 성프란치스코의 복음적 가난 등 여타 무수한 성인
들의 삶을 두루 섭렵하고 있으며, ‘무지의 구름’과 십자가의 성요한이 쓴 ‘영혼의
어둔 밤’ 등도 줄줄 외우고 있다고 했다.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자, 산세리트는 의아해하며 반문했다.
”신부님,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지요.“

< 31. 그리스도를 본받기 >
* 이야기 소재 : 마술사, 성서, 기적 3가지, 사제

- 이교도 마술사 하나가 우연히 성서를 입수했다. 그리고 예수의 기적 이야기들을
열심히 읽었다. 거기서 감명을 받은 마술사는 그리스도를 본받고 세례도 받으리라
마음먹었다. 교회를 찾아 나선 마술사는 도중에 죽은 사람을 살리고, 빵을 많아지게
만들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행하였다. 그는 그리스도를 그대로 본받았다는 데 깊은
행복감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난 그리스도께서 하신 대로 했어, 이젠 그리스도
인이 될 수 있을 거야.” 마술사는 마침내 교회에 도착하여 사제를 만나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자, 사제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라고 묻자, “물론입니다. 나는 그리스도께서 하신 대로 기적을 행했습니다.” 사제가
다시 물었다. “아들이여, 당신은 원수를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고,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 자신을 부정할 자신이 있습니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요, 바보나 그런
짓을 할 거외다.” “허나 아들이여,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뜻이라오.”
사제의 답변을 들은 마술사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도저히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 32. 주님이 당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 오시면 >
* 이야기 소재 : 은수자 히에라르쿠스, 유혹, 주님, 가시관

- 은수자 히에라르쿠스는 밤새도록 끔찍한 유혹에 시달리다 못해 주님께 기도드렸다.
“주님, 제발 저를 도와주소서.” 하자, 내면에서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지
말아라. 나는 이미 네 안에 들어와 있다. 지금 나는 네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있느니라.” 은수자가 미심쩍다는 듯이 물었다. “하오나 만일 주님께서 제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계신다면, 제 가슴이 여전히 아려오는 까닭은 대체 무엇입니까?” “아들아,
네가 잊고 있구나, 내 머리에는 기시관이 씌워져 있느니라.”

< 33. 마지막으로 한 번 더 >
* 이야기 소재 : 아카미, 부자 노인 알 아킴, 농사꾼 다말, 웅장한 문 두 개, 은화

- 아카미는 지독히 가난해서 자식들에게 먹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궁리 끝에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부자 노인 알 아킴을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가는 도중에 그녀는
가난한 농사꾼 다말을 만났다. 그 역시 알 아킴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길이었다.
다말이 아카미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우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해요. 그분은
매우 연로하고, 하인도 없지요. 게다가 그분의 방은 대저택 맨 꼭대기에 있어요. 그래서
사람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마다 꼭대기에서 내려와 문을 열어 주기까지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오. 귀도 안 좋아서 인기척을 알아차리게 하자면 쉬지 않고 문을 두드
려야 하지요.” 이런 충고를 들으며 나란히 길을 걸어갔고, 이윽고 두 사람은 거대한
저택 앞에 도착했다.

- 그들 앞에는 웅장한 문이 두 개가 있었다. 아카미는 이쪽 문을 두드리고 다말은
저쪽 문을 계속 두드렸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카미는 조바심을 치며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못 참겠어. 앞으로 백 번을 두드린 다음 그래도 열리지 않으면 돌아가야지.”
아카미는 자신이 말한 대로 백 번을 두드렸지만 문은 여전히 닫힌 채로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돌아서 버렸다. 발길을 돌려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다말이
은화를 가득 담은 자루 하나를 메고 따라오고 있었다. 아카미는 목청을 높이며 다급
하게 물었다. “대체 어찌된 일이요? 내가 백 번을 더 두드려도 문이 열리지 않던데,
당신쪽 문은 어떻게 열렸나요?” 다말이 대답했다. “당신이 돌아서기에 나도 돌아설까
하다가 다시 한 번 일백 번을 두드려 보기로 마음먹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서 딱 한
차례를 두드리고 나자 알 아킴이 도착하여 문을 열어 주더군요. 그래서 어려운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이 돈을 주셨지요. 딱 한 번 더 두드린 덕분에 말이죠.”

< 34. 나무 두 그루 이야기 >
* 이야기 소재 : 못생긴 나무, 아름다운 나무, 악마, 벌목꾼, 십자가, 유다

- 지독히 못생긴 나무가 자기 앞에 서 있는 아름다운 나무를 아주 아니꼽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 나무를 제거해 버릴 수 있을까 궁리한 끝에 악마에게 청을
넣었다. 악마는 못생긴 나무에게 말했다. “내가 그 나무를 죽여주지. 하지만 그 전에
내가 그대를 필요로 할 때 한 번쯤 그대를 이용해도 좋다고 약속해 주어야겠네.”
못생긴 나무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 후 어느 날, 로마 병사들이 벌목꾼을 데리고 숲 속
으로 들어 왔다. 그들이 찾은 것은 용도에 적당한 나무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어떤
인물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하는데, 십자가로 쓸 나무가 필요했던 것이다. 못생긴 나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악마를 불렀다. “그대가 죽이고 싶은 나무에 입을 맞추게나. 그러면
내가 나무 베는 사람들을 조종해서 그 나무를 택하겠네.” …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나무는 나자렛 사람 예수를 못 박는 십자가의 용도로 베어지게 되었다.

- 그 후 어느 날 밤, 악마가 자고 있는 못생긴 나무를 흔들어 깨우더니 말했다. “ 내가
한 사람을 절망에 빠지도록 부추겨서, 그가 지금 목매달 나무를 찾고 있는 중이라네.
절망에 빠진 사내를 그대에게 인도할 테니, 그 자가 자네 가지에다 밧줄을 걸치고
목매달게 해 주게나.” 조금 후 유대인 하나가 못생긴 나무 앞에 와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먼저 자기 목에다 밧줄을 감고 나무로 기어오르더니, 다른 쪽 밧줄 끝을 가지에다
묶었다. 그런 다음 절망에 찬 외마디를 내뱉고 나무에서 뛰어내려 목매달아 죽었다.
못생긴 나무가 악마에게 물었다. “이 사내의 이름이 무엇인가요?” 악마가 대답했다.
“유다라네, 유다 이스가리웃 말이야.” 악마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에 매달린
사내의 양 손에서 은화 서른 닢이 땅바닥으로 쏟아졌다.

< 35. 완덕의 산 >
* 이야기 소재 : 한 현자, 카프구, 완덕의 산

- 한 현자가 카프구에게 완덕의 산을 오르라고 했다. 카프구는 그 말을 좇아 완덕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덕의 산은 너무나 높아서 산을 오르는 동안 그는
그만 늙어 버렸다. 등산을 시작할 당시에는 생기 넘치는 소년이었던 그가, 이제는
노인이 되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산꼭대기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카프구가
큰 소리로 스승을 부르기 무섭게 현자는 완전히 늙어 버린 그 앞에 나타났다. 카프구가
그에게 불평을 털어 놓았다. “제가 완덕의 산을 오르기 위해 출발할 때만 해도 생기
넘치던 제가 이제는 늙은이로 변했는데도 정상은 보이지 않으니 대관절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그러자 현자가 말했다. “카프구여, 미안하구려. 말해 주어야 했었는데 ….
완덕의 산에는 꼭대기가 없다네. 바로 올라가는 일 자체가 노고에 대한 보답이라네.”

< 36. 수도자와 새 >
* 이야기 소재 : 수도자, 새

- 수도자가 새에게 말했다. “새들아, 너희가 부럽구나. 너희는 시련이 닥치면 저
푸르고 자유로운 창공으로 솟아올라 마음껏 날 수가 있으리니. 너희는 낟알을 기르지도
곳간에 쌓지도 않지만 비 피할 은신처까지도 하느님이 마련해 주시며 주님께서 너희를
축복해 주셨으니.” 새가 수도자에게 화답했다. “수도자여, 나를 부러워하지 마오.
그대들 인간은 구원할 영혼이 있고 무덤 너머에서도 누릴 생명이 있느니. 우리는 덧없는
장식물일 뿐 그리스도의 죽음과 구속에 한몫 끼지도 못하는 신세라오. 수도자여, 나는
그대가 부럽기만 하다오.

< 37. 지금까지 살았던 가장 위대한 인물 >
* 이야기 소재 : 술탄 살릭 왕, 아들들, 노현자 알리만, 대법관, 위대한 인물

- 술탄 살릭이 아샤드 왕국을 다스리던 때였다. 그 술탄에게는 수많은 아들들이
있었는데, 그는 아들 모두가 위대한 인물이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술탄은 알리만이라는
노현자를 스승으로 모셔왔다. 알라만은 왕이 모르게 은밀히 그리스도를 믿고 있던
사람이었다. … 알라만은 왕의 아들들을 가르치는 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왕은 대법관한테서 곤혹스런 소문을 들었다. 알리만이 그의 아들들을 가르친 그날부터
모두가 아주 이상 야릇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대법관이 왕에게 이야기하기를,
왕의 아들 하나가 길거리에서 원수한테 뺨을 맞았는데, 다른 쪽 뺨도 때리라고 돌려
댔다고 하고, 다른 아들은 곧잘 문둥병자들의 마을을 찾아가 온종일 문둥이들을 보살
피곤 하였으며, 다른 아들 하나는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를 살리고자 자신의 생명을
대신 내걸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자 술탄은 불같이 화가 났다.

- 술탄은 알리만을 불러 엄중하게 따져 물었다. ”내 아들들이 위대한 인물처럼 행동
하기는커녕 바보짓이나 하고 다닌다니 도대체 어찌된 노릇인가?“ 알람이 대답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았던 뭇 인간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인물의 삶을 가르쳤나이다.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소인이 가르친 것은 바로 그분의 삶이었습니다.“ 술탄은 어리둥절
하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물었엇다. 그러자 알리만은 그리스도의 삷과 가르침,
즉 어린 시절부터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그가 했던 행적들을 소상하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술탄은 너무나 감동받아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그러더니 알리만에게
말했다. ”알리만이여, 예수의 삶을 내 아들들만 아니라 온 나라에 두루 가르치도록
하시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온 가장 위대한 인물의 생애를 샅샅이 알고 싶구려.“

< 38. 소란스런 놀이 친구 >
* 이야기 소재 : 헤르메스, 강론, 아이의 울음, 주님

- 설교자 헤르마스는 교회에 모인 수많은 군중 앞에서 준비한 강론을 시작할 때였다.
한 아이가 시끄럽게 울어대자, 어머니가 얼른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다시 잠잠해졌는가
싶을 때 또 다른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이내 교회 안에 있던 어린 아이들 모두가
따라 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온 교회가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온통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참다못한 헤르메스는 어린 아이들은 모두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쳤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놀도록 하고는 다시 들어 왔다. 이윽고 달변
으로 복음 해설에 들어간 헤르메스는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시끄럽게 웃어 대는
바람에 이야기를 중단해야만 했다. 그는 아이들하고 노닥거리는 자가 누구든지간에
혼쭐을 내 주겠다고 하며 나갔으나 그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다름아닌
주님이 그가 내쫓은 아이들과 함께 놀고 계셨기 때문이다.

< 39.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그리스도인 >
* 이야기 소재 : 인디라, 마키르, 마을 사람들

- 이교도 인디라와 구루 마키르는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교회를 찾아가던 중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마을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고 사기
행각을 벌이는 등 죄짓기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인디라가 “도대체, 무슨 사람들이
이렇습니까?”라고 구루에게 묻자 대답했다. “바로 그리스도인들이라네.” 이 말을
들은 인디라는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서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구루가
왜 그러는지를 묻자 인디라가 대답했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그리스도는
믿겠지만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말한 인디라는 계속 멀어져
갔다. 그리스도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서글퍼진 것이다.

< 40. 하느님의 영상 >
* 이야기 소재 : 한 수도자, 수도자들, 수도원장

- 한 수도자가 자기 방에서 달려나오며 소리쳤다. “난 하느님을 보았다! 하느님을
보았어!” 그러자 다른 수도자들이 달려 나와 하느님의 모습을 그려 보여 달라고
간청했다. 그 수도자는 장황한 설명과 묘사로 하느님을 자세히 그려 나갔다. 하느님의
폭과 길이, 높낮이, 빛깔 등이 정확하게 구술되었다. 이윽고 수도자가 하느님 묘사를
끝내자, 듣고 있던 수도원장이 말했다. “자네가 보았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면, 내 장담하거니와 그것은 절대로 하느님이 아닐세, 하느님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니라네.”

< 41.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 >
* 이야기 소재 : 구경꾼 두 사람, 부자 사내, 거지들

- 구경꾼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사하게 차려입은 사내 하나가 금시계를 차고
값비싼 반지 한 쌍을 낀채 성당을 나왔다. 그러자 초라하기 짝이 없는 가난한 거지들이
우르르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이 부자는 그들을 냉대하며 귀찮고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내쫓았다. 그러는 사이에 검은 리무진이 성당으로 오더니 사내 앞에 멈추었고, 그는
얼른 차에 몸을 싫었다. 구경꾼 하나가 옆 사람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굽니까?”
다른 구경꾼이 대답햇다. “방금 아름답고 감동적인 설교를 햇던 사람입니다.” “무슨
설교였는데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설교했지요.”

< 42. 더 훌륭한 그리스도인 >
* 이야기 소재 : 여인들, 성당 제대, 한 죄인, 본당 신부

- 나이 많은 여인들이 기도하러 성당에 모였다가 제대 앞에 무릎끓은 한 사람을 발견
했다. 자세히 눈여겨보니 소문 난 죄인이 기도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죄인을 알아 본
여인들은 묵주 기도를 바치는 틈틈이 죄인의 흉을 보기에 바빴다. 이 광경을 목격한
본당 신부 엘리아스가 남을 흉보고 있는 여인들을 질책했다. “때로는 죄인이 더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고상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 43. 완전한 평화를 가져다 주는 비둘기 >
* 이야기 소재 : 악마, 토파 시내, 평화의 비둘기, 분파 발생

- 악마가 평화의 예언자로 가장하고 토파 시내를 찾아들어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당
으로 가서 자신을 평화의 예언자로 소개했다. 그리고 가짜 예언자는 공언했다. “나
평화의 예언자가 여기에 온 것은 여러분에게 완전한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요.” 그리고는 자루에서 비둘기 한 마리를 꺼내어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서 “누구든지 이 비둘기를 잡는 사람은 완전한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오.” 말하고
평화의 비둘기 놓아 주니 회당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앞을
다투어 비둘기를 잡으려고 달려갔다. 한 달이 지나도 잡지 못하자, 비둘기를 잡는 방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여러 개의 파로 갈라졌다. 한 해가 지나자 각 분파는 제작기
군대를 보유하게 되었고, 다섯 해가 지나자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하면서 도시 전체는
쑥대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완전한 평화의 비둘기를 잡지는 못했다.

< 44. 자만에 빠진 신비가 >
* 이야기 소재 : 아가톤, 숲 속, 사자 한 마리

- 신비가 아가톤이 어느 날 숲 속을 걷고 있었는데, 몸집이 거대한 사자 한 마리가
그를 덥쳤 다. 하지만 아가톤은 겁내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마주 서서 달려드는 야수를
향해 십자 성호를 그었다. 그러자 달려들던 거구의 사지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순한
양처럼 그의 발치에 다소곳이 주저않았다. 아가톤이 자랑스레 외쳤다. “나는 성자다!
나는 성인이다! 내 기도는 위력이 막강하다!” 거대한 사자가 이 소리를 듣더니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들어 아가톤을 먹어치워 버렸다.

< 45.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소중한 책 >
* 이야기 소재 : 한 그리스도인, 수도원장 시소에스, 책 탐독, 성서

- 영성의 완성을 추구하는 신심 깊은 그리스도인이 수도원장 시소에스를 찾아와
심란한 속마음을 토로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수많은 책을 탐독했습니다. 성토마스의 ‘신학대전’, 성안셀모의 ‘본체론’,
성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론’도 읽고, 성이냐시오의 ‘영성 수련’도 읽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지만 어디에서도 충분한 답을 얻지 못했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수도원장 시소에스가 그에게 물었다. “성서를 자세히 읽으려고 노력해 보았소?”
그가 어리둥절해하며 반문했다. “성서라니요? 신부님, 그게 무슨 책입니까?”

< 46. 가톨릭인의 위안 >
* 이야기 소재 : 여인 농부, 문병, 개신교 신자, 근본주의자, 가톨릭 사제

- 농사짓고 사는 여인이 심한 중병을 앓게 되자 여러 사람이 문병을 왔다. 맨 먼저
개신교 신자가, 이어서 근본주의자가, 마지막으로 가톨릭 사제가 다녀갔다. 사람들이
다녀간 후에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세 사람이 다녀갔는데, 그중 가장 위안을 준
사람은 누구던가?” “가톨릭 사제입니다.” 라고 했다. “어째서 그렇다는 건가?” 하고
묻자 “개신교 신자는 중요한 것은 내 신앙뿐이라고 말합디다. 내 고통이야 어떻든
간에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신앙뿐이라는 거였어요. 소란스런 근본
주의자는 나더러 그저 주님을 찬양하라는 말만 하고 맙디다. 그리고 가톨릭 사제는
고통까지도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이라 합디다. 그리스도 친히 고난을 겪으셨으니까
사람이 고통을 당하면 그리스도의 고통을 본받는 기회를 얻게 되는 거라지 뭡니까?
그리고 이런 눈으로 보면 고통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일종의 특전이라는 겁니다.”
아내의 말을 들은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 47. 표양으로 >
* 이야기 소재 : 주교 에우세비오, 아벨 쉬팀, 귀머거리 주민, 최고의 설교가 니스테로스,
학자 에바그리루스, 수도자 테오필로

- 주교 에우세비오가 관장하던 고을들은 모두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는데, 오직 한
고을만 여전히 개종하지 않고 있었다. 이 고을은 아벨 쉬팀이라는 곳으로, 주민 모두가
귀머거리들이었다. 에우세비오는 유선 ‘황금의 입’을 가진 최고의 설교가 니스테로스를
아벨 쉬팀으로 파견하여 귀머거리 주민들을 개종시키도록 조치했다. 그러 사흘 만에
들어와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가 고상하고 아름다운 말씀을 들려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학자 에바그리우스를 파견하였으나 역시 사흘 만에
돌아와 똑같은 불평을 했다. “나의 철학이나 신학 지식은 아무 쓸모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에우세비오는 이번에는 테이발트 사막에서 수도하는 테오필로를 보냈다. 한 달이
지나자 고을 전체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는 소문이 돌자, 주교가 어떻게 개종시켰는가
하고 테오필로에게 묻자 대답했다. “고을 사람들은 귀머거리라서 달변이나 지혜로는
가르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표양으로 가르친 것입니다.”

< 48. 돌 산 >
* 이야기 소재 : 돌산, 로마병사들과 유대인 무리, 사형수의 십자가, 해골산

- 예루살렘 성벽 바깥에 돌산 하나가 있었다. 이 돌산은 날마다 속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사람들이 내 위에다 화려한 성전이나 웅장한 로마식 건물을 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던 어느 날, 군중이 자기를 향해 새까맣게 몰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눈에 들어온 것은 일단의 로마 병사들과 시끄럽기 짝이
없는 유대인 무리와 처형당할 세 죄수였다. 돌산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나를 이용한다는
것이 고작해야 사형수의 십자가나 세우는 거였구만.” 곧 이어 돌산은 뜨뜻한 피가 흘러
내려 자신의 지표를 적시는 것을 느꼈다. “이 범죄자의 피는 정말 지겹군. 사람들이
나를 좀 더 좋은데다 이용하면 오죽 좋을까.” 돌산은 세 시간 내내 불평을 쏟아 내고
있었다. 자기 위에 세워져 마지못해 떠받치고 있는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죄수의 명패,
‘예수 유대인들의 왕’을 돌산으로서는 읽을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 돌산의 이름은
해골산이었다.

< 49. 자선이 죄가 되는 때 >
* 이야기 소재 : 참회자, 신부, 고해, 죽 한 대접, 독

- 참회자 한 사람이 고해를 하러 갔다. “신부님, 내가 범한 죄를 사해 주십시오.”
사제가 물었다. “무슨 죄를 지었나요?” “내가 지독히 미워하는 이웃 사람에게 죽 한
대접을 주었습니다.” 고해를 듣던 신부는 깜짝 놀라 참회자를 위로했다. “이웃에게
죽을 대접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요.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자선을 베풀어
준 것이니 그대의 행위는 덕이 되는 거라오. 마음 푹 놓고 안심하시오.” 그러자 참회자가
응수했다. “그런데 그 죽에 독을 탓거든요 ….”

< 50. 하느님의 초상화 >
* 이야기 소재 : 교황, 하느님의 초상화 그리기, 심사, 주세페 화가, 텅 비어있는 화판

- 교황은 하느님의 초상화를 갖고 싶어 로마의 화가들 전원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하느님의 초상을 가장 완벽하게 화폭에 담아내는 사람에게 교황으로서 보상을 내리
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화가들은 바티칸 궁전 내부 작업실에 모여 저마다 하느님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늙디 늙은 주세페라는 화가만은 달랐다. 노상 화판
앞에서 하느님을 어떻게 그릴까 궁리만 하다가 조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다. 이윽고
기간이 지나 교황이 그림을 심사하게 되었다. 교황은 화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그림을
걸어 두고 대기하고 있는 커다란 화랑에 들어와 천천히 그림을 감상해 나갔다. 교황은
어느 초상화에도 만족감을 표시하지 않아 모든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구석으로 물러가 휴식을 취하던 교황은 코를 골고 있는 주세페 노화가를 발견하고
곁으로 걸어가 보니 앞에 놓인 화판이 텅 비어 있었다. 교황이 감탄하여 소리쳤다.
“바로 이거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하느님의 초상화다!” … 잠시 후 추기경 몇이서
이 화판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다고 하자, 교황이 대답했다. “바로 그거요! 묘사
불가능,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모습이란 말이오.”

< 51. 기도와 끓는 물 >
* 이야기 소재 : 보시무스, 기도, 아르세니우스, 끓는 물

- 수도자 보시무스는 수도원장 아르세니우스에게 와서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더 이상 기도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대답했다. “제가 젊었을 때만
해도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더없이 포근해지곤 했습니다. 마음속에 어떤 불같은 것이
타올라 깊은 위로를 맛보곤 한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추어
기도를 드려도 무미건조하고 황량할 뿐입니다.” 수도원장은 아무 말 없이 물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 얹어놓고 끓기 시작하자 얼마간의 물을 잔에 따르면서 “이 끓는 물을 들이켜
보시오.” 라고 하자, 이 끓는 물을 어떻게 마시냐고 수도자는 반문했다. “기도도 그와
같아요. 초심자의 기도란 항상 위안이라는 열기가 배어 있어 뜨거운 물과 같습니다. 당신이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없듯이 하느님 역시 초심자들의 기도는 제대로 들이키시지 못합니다.
초심자들은 하느님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위안 때문에 기도를 드리니까요.” … “끓는 물은
식혀야 하듯이, 기도 역시 건조기를 거치면서 식도록 나두어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같은
상태에서 기도를 계속하기만 한다면 당시의 기도는 하느님께 더없는 기쁨이 되리라 믿습
니다.” 펄펄 끓던 물이 충분이 식자 수도원장은 수도자에게 주었고, 수도자 보시무스는
그 잔을 마시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 물러 나왔다.

< 52. 하느님의 빛깔 >
* 이야기 소재 : 이름난 화가, 수도원장 팜보, 도전

- 이름난 한 화가가 수도원장 팜보에게 도전해 왔다. “원장님, 만일 하느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한테 그려 보일 수 있다면 나도 하느님을 믿고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하겠소.”
수도원장은 쾌히 응락했다. “다만 그 전에 당신이 내 물음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하오.”
화가는 좋다고 했다. 그래서 수도원장이 화가에게 질문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
한 노인이 당신에게 다가와 ‘선생님, 선생님이면 내게 초록색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줄 수 있으시겠지요?’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변하시겠어요?” 화가가 대답했다.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에게 초록색을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런 요구
에는 답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나 역시 당신 요구에 답하지 않겠소.” 이렇게 말한
수도원장은 화가 곁을 떠나갔다.

< 53. 인생이라는 집 >
* 이야기 소재 : 사람들 한 무리, 신비가, 인생의 집, 인생의 주인

- 사람들 한 무리가 신비가에게 말했다. “우린 ‘인생’이라 부르는 크고 아름다운 집을
발견했지요. 그래서 ‘인생의 집’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
갔어요. 그런데 그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인생은 텅 비어 있었다구요. 그러니까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겁니다.” 신비가는 ‘인생의 집’이 정말로 텅 비어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곳을 찾아갔다. 집 안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우선 문을 두드리니
누군가가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다. 그가 오랜 시간 집에 머물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이 ‘인생의 집’이 텅 비어 있었는지를
확인차 물었다. 신비가가 대답했다. “‘인생의 집’은 여러분이 말한 대로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집 안에는 황금의자들과 은탁자가 놓여 있고, 벽에는 온통 보석들이
박혀 있는 지극히 아름다운 방들이 있었으며, ‘인생의 주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
까지 나누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 말을 부인하자 신비가가 사람들을 책망하며
말했다.

- “여러분들이 들어갔을 때 ‘인생의 집’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은 문을 두드리지 않고
들이 닥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마치 ‘인생’이 당신들 것이나 되는 것처럼 헛된
호기심만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인생의 주인’께서는 여러분이 경외심도 없고 ‘인생’을
소중히 여길 줄도 모르는 것을 보시고 아름다운 것들을 모조리 치우신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집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문부터 두드렸다면, 내가 보았던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고 ‘인생의 주인’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인생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가르쳐 달라고 하자 신비가가 엄숙하게 말했다.
“ ‘인생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이 집이 여러분 것이 아니라 주인 것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는 것이며, ‘인생의 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집 주인을 찾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바깥에서 억지로 열려고 하지 않고 주인이 안에서 문을 열어 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당신의 집을 당신의 법률과 계명으로
다스리시는 ‘인생의 주인’에게 순종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주인’을 향해
당신이 비단 집만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까지도 소유하시는 분이시기에 그분을 사랑하노
라고 기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생은 결코 텅 비어 있지 않은 것이다.

< 54. 마지막 말씀 Ⅰ >
* 이야기 소재 : 해골산, 예수님, 모친, 예루살렘 여인들, 로마병사, 한나의 울음

- 해골산 위에 걸친 하늘은 지독하게 어두웠다. 예수님은 방금 십자가에 달린 채로
숨을 거두셨고, 그의 모친은 십자가 발치에 붙박힌 듯 서 있었다. 수난 기간 내내
구슬프게 울어대던 예루살렘 여인들도, 그리스도가 이미 운명하시어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잠잠해져 있었다. 바로 그때 로마 병사 하나가 창을
들고 예수님의 십자가로 다가와 순식간에 예수님의 옆구리에다 창날을 쑤셔 박았다.
그러자 커다란 상처가 생기면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 예루살렘 여인 중 하나인
한나가 그 광경을 보고 또다시 비통한 울음을 터뜨리자, 옆에 있던 다른 여인들이
그런 한나를 달랬다. “이젠 울지 않아도 돼요. 숨을 거두시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신다고요.” 그러자 한나가 대답했다. “이번에는 예수님을 생각해서 우는 게 아니
어요. 내가 지금 우는 것은 그분의 모친께서 겪으신 마음고생을 생각해서 우는
거라구요.”

< 55. 마지막 말씀 Ⅱ >
* 이야기 소재 : 시소에스, 수도자들, 하느님, 시련, 마지막 말씀

- 수도원장 시소에스가 숨을 거둘 때가 되자 수도자들이 침상 주변에 모여들어
마지막 말씀을 해 주도록 청했다. 그러자 수도원장이 수도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젊은 수도자 시절에는 속으로 ‘성인이 되어야지.’하고 다짐하곤 했었오. 그러다가
엄청난 열정이 불꽃처럼 나를 사로잡던 시절이 찾아 왔고, 그 때는 ‘난 이미 성인이야.’
하고 우쭐거리곤 했었오. 허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나를 깨우치시느라 시련을 내리셨소.
그러자 이번엔 ‘난 성인이 되기 힘들겠어.’ 하며 투덜대곤 했었소. 그럼에도 시련은
떠나갈 줄 모르고 오히려 혹독해지기만 했고, 그리하여 마침내 절망한 나는 ‘결코
성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소. 그런데 늙은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
지금에는 아주 평온해져서 이렇게 기도할 수 있게 되었소. ”주님, 성인 못되오나
성인이 되려고 노력은 해 왔나이다.‘ 하고 말이오.“ 수도원장 시소에스는 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 109 독서 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110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3.05.27.

[ 책 이름 : 聖書의 世界 시리즈 14권 중 13권(성지순례-한국편) ]

- 주간 : 박석기, 편집책임 : 이동성, 기획 : 이강모
- 편집자 : 정창수 등 12명
- 펴낸데 : 동아출판사, 출판일 : 1989.09.10, 190p
- 내 용 : 한국 천주교 교구별 소재 성지순례지 화보 및 요약 설명

[ 聖書의 世界(THE WORLD OF THE BIBLE) 시리즈 14권 ]

1. 위대한 창조 2. 영광의 출발 3. 고난의 극복 4. 구원의 희망 5. 땅에는 평화
6. 복음의 선포 7. 구원의 완성 8. 영원한 승리 9. 성지순례(이스라엘, 이집트)
10. 성지순례(바티칸, 이탈리아) 11. 성지순례(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12. 성지순례(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벨기에) 13. 성지순례(한국)
14. 성인 전기

[ 표지의 글 ]

THE WORLD OF THE BIBLE

< 메모자 일러 두기 >

# 화보는 메모리의 과다용량으로 생략하고 성지 요약 설명의 내용을 중심으로 메모함.
# 1989년 9월 기준 자료로 현 메모시점에서는 일부 내용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
# 2014년 5월 기준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지 목록만을 각 교구별로 가나다순으로 추가 메모함.
<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4년 5월 제2판 발행 > 책자 참고함..

[ 차 례 ] 바로가기 -> 교구별 클릭

Ⅰ. 서울관구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수원교구, 대전교구, 춘천교구, 원주교구, 의정부교구)
Ⅱ. 대구관구 (대구대교구, 안동교구, 청주교구, 부산교구, 마산교구)
Ⅲ. 광주관구 (광주대교구, 전주교구, 제주교구)

<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2014.5 CBCK 발간 책자 교구 지도 인용 >

[Ⅰ. 서울 관구(管區) ]

- 서울관구는 1962년 3월 10일 한국천주교가 포교지의 교구에서 정식 교계제도로
설정되면서 서울, 대구 대목구와 광주지목구가 대교구로 승격되면서, 춘천교구, 원주교구,
인천교구, 수원교구, 대전교구, 평양교구, 함흥교구, 덕원면속구가 서울관구에 속하게
되었다. 대주교 관할 아래 있는 교회 행정지역의 구분으로서, 하나의 대교구와 하나
이상의 교구에 의하여 성립되는 관구의 관구장(管區長, Provincial)은 대주교로 임명
되지만, 교구의 주교보다 월등한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관할 교구에 대한 관구장의
권한은 교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관구의 설립과 임명은 모두 교황청에 그 권한이 유보
되어 있다.

1) 서울대교구(大敎區)

- 서울대교구의 역사는 한국천주교회의 창설과 함께 시작되었다. 1779년 천진암
강학회가 천주교 신앙운동을 발전하고,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
옴으로써 본격적인 전교가 시작되자, 천주교 창립 주역들은 집회장소를 천진암에서
명례방(現 명동) 김범우의 집으로 옮겼다. 이 집회가 1785년 형조의 관리에게 발각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천주교는 사학(邪學)으로 탄압받게 되었다. 이때 이승훈 등
양반들은 화를 모면햇으나, 중인이던 역관 김범우가 순교함으로써 서울은 한국천주교
박해의 진원지가 되었다.

- 그 후 이승훈, 권일신 등은 가성직제도를 만들어 활발하게 전교활동을 펼쳤다. 바로
이 제도에 따라 유항검과 이존창은 그들의 고향인 전라도와 충청도로 내려가 복음의
씨앗을 뿌림으로써 천주교가 널리 지방에까지 전파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처럼,
서울은 이 땅에 신앙의 불길을 일으킨 불씨의 역할를 하였다. 또한 1794년에는 중국인
신부 주문모를 맞아들여 전교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는데, 이때 많은 사람들이 주신부로
부터 세례를 받았다. 한편 조정에서는 천주교 박해를 점차 가중시켰다. 1801년 신유
박해를 필두로 1866년 병인박해까지 교회 창립의 주역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성직자와
신자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결과, 마침내 1887년에는 이 땅에 종교의 자유가
허용됨으로써 온 땅에 그리스도의 빛이 찬란하게 빛나게 되었다.

< 절두산 >
- 절두산은 한강변에 우뚝 솟은 작은 암벽 봉우리로 잠두봉, 용두봉, 들머리라고 불리
다가 절두산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866년의 병인박해 후의 일이다. 그 당시 프랑스
군대를 물리친 대원군은 양이(洋夷)로 더렵혀진 땅을 서학의 무리의 피로 씻어야 한다며,
많은 교우들의 목을 이곳에서 잘라 강물에 던지게 하였다. 대지 1천 4백 평의 순교자
기념관 광장에는 순교자들의 동상과 기념비가 군대군대 세워져 있다. 1984년, 한국
천주교 선교 200주년 기념행사 때 오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맨 먼저 찾은 곳이기도
하다.

* 절두산 순교성지 기념관 - 지하 1층에는 한국 성인 28위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동상 - 1846년 9월 6일,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하신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신부는 16세때 최양업 및 최방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한 조선의
첫 번째 유학생이며,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로 존경받고 있다.

< 새남터 >
- 노들이라고도 하는 한강변의 새남터는 조선 초기부터 군대의 연무장으로 사용되었고,
때로는 국사범의 처형장으로도 사용되었다. 1456년 단종 복위를 꾀하던 사육신도 이곳
에서 처형되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에는 중국인 주문모 신부, 1839년의 기해박해
때애는 김대건 신부 등, 1866년 병인박해 때에는 베르뇌 주교 등 많은 성직자들이 순교한
성지중의 성지다.

* 새남터 성지 기념성당 - 한국 교회는 1950년에 이곳을 성지로 지정하고, 가톨릭
순교성지라는 기념탑을 세웠다. 현재의 기념 성당은 1987년 9월 12일에 축성된 것으로
순 한국식 기와집 양식이며, 기념관, 전시관을 갖춘 3층 건물이다.
* 내부의 제대와 벽화 – 벽화의 오른쪽은 성 모자를 중심으로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1명이, 왼쪽에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국의 103위 성인을 묘사하고 있다.

< 명동 대성당 >
- 한국 천주교의 상징이자 심장이며 서울대교구의 주교자 대성당으로서, 천진암에서
시작된 강학파(講學派)가 명레방(지금의 명동) 소재 김범우의 집에서 종교집회를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백 주교는 김가밀로의 명의로 이 터를 구입하여 종현서당을 설립하고
예비 신학생을 양성하는 한편 성당 건립을 추진하였다. 1892년 코스트 신부의 설계
감독하에 대성당 정초식을 거행하였으며, 청일전쟁으로 중단되었다가 1898년 5월 29일
무염시태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하여 축성식을 가졌다.

* 명동 대성당 - 건평 445평, 종탑높이 45m, 폭 28m의 고딕식 건물이다. 지하 묘소
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1981년 사적 제258호로
지정되었다.
* 성모 무염시태(원죄없이 잉태하신 마리아)상 – 명동 대성당의 수호성인이시다.

< 서소문 밖 네거리 >
- 한국의 103위 성인 가운데 44명이 성인 성녀가 치명한 순교지로 특히 평신도
지도자들이 순교하였다. 원래 서소문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있었으므로 포졸들이 신자들을
우차에 태우고 이 문을 지나서면서부터 울퉁불퉁한 길을 내리달려 우차 안에서 죄인들을
피투성이로 만든 후, 아래 쪽의 네거리에서 처형했다고 한다. 정확한 순교지점은 불확실
하나 서소문 공원 근처로 추정하여, 1984년에 이곳에 순교자현양탑이 세워졌다.

* 순교자현양탑 – 1984년 한국 순교자 103위의 시성을 기념하여 한국 순교자 현양
위원회에서 건립했다.
* 악현성당(현재 중림동 성당) -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벽돌집으로 1892년 9월에
완공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 당고개 >
- 서울특별시 용산구청과 옛 청과물 시장의 중간에 위치한 고개의 하나로서 서소문
네거리와 새남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성인을 탄생시킨 성지다. 이곳에서는 1840년에
순교한 권진이 등 9명이 성인품에 올랐으나, 그 밖에도 많은 신자들이 순교하였다.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이성례도 여기에서 참수되었는데, 그의 어린 자녀들이 시신을
찾으려 했으나, 너무나 많은 시신이 굴러 떨어져 찾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 제대 – 이 제대에는 순교자의 믿음과 얼을 본받자는 내용과 순교성인 9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 푸른 군대본부에서 세운 파티마의 성모상 –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는 세계
평화와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하였다.

< 삼성산 >
-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57의 1에 위치하는데,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앵베르 범주교, 모방 나신부, 샤스탕 정신부가 묻혓던 묘지터다. 박순집의
부친 박바오로는 세 성직자의 유해를 거두기 위해 며칠 동안 망을 보다가 시신을 찾는데
성공, 큰 궤짝에 넣어 필사의 노력 끝에 노고산으로 운반하여 가매장하엿다가 4년 뒤인
1843년, 자신의 선산이던 삼성산에 안장하고, 이 사실을 아들 박베드로에게 알려
주었으며, 자신은 1868년 3월, 63세로 절두산에서 순교하였다. 1901년, 세 분의
유해는 명동 대성당으로 옮겨졌으므로, 현재는 세분 성인의 묘지였음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 세 성직자의 묘지 기념비 - ‘님들의 피로서 증거한 복음과 함께 님들의 자취도
이땅에 영원하오리’라는 시인 구상(具常)의 헌시가 적혀 있다. 뒷면에는 앵배르 주교
본명 라우렌시오 한국 이름 범세형, 모방 신부 본명 베드로 한국 이름 나백다록,
샤스탕 신부 본명 야고버 한국 이름 정아각백 등 세분의 간단한 이력이 새겨져 있다.
* 노고산은 - 세 성직자 유해가 삼성산에 안장되기 전까지 가매장되어 있었던 곳으로,
현재 서강대학교가 그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 용인 성직자 묘소 >
- 현재 용산성당 구내에 있다. 이곳에는 조선교회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었던
브뤼기에르 소주교의 묘와 제8대 교구장이며 초대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뮈델 민주교의
묘가 있다. 1831년에 조선교구가 설립됨에 따라 초대 주교로 임명된 소주교는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조선을 향한 4년간의 긴 여행 끝에 뇌일혈로 쓰러져 운명함으로써
조선 입국이 좌절되었다.

* 브뤼기에르 소주교의 묘비 - ‘조선의 초대교구장, 1835년, 44세를 일기로 만주에서
서거함’이라고 적혀 있다.조선에의 입국은 좌절되었지만, 주교 임명 자체가 지니는
의미는 막중한 것이다.
* 용산 성직자 묘소

< 서울대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10개소)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성당, 광희문, 당고개 순교성지, 명동 주교좌 성당,
삼성산, 새남터 순교성지, 서소문 순교성지, 옛 용산신학교 성당, 왜고개, 절두산 순교성지

2) 인천교구(仁川敎區)

- 인천교구는 천주교 전래과정에서 볼 때 서울 전교의 영향을 직접 받은 곳으로, 인천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일부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교회 행정구역이다. 서울대교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 오던 인천지역은 1958년 서울교구의 감목대리구로 승인되었고,
1961년 6월 6일에 서울교구로부터 완전 독립되었다.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에서 이 지역
포교를 맡으면서 그해 9월에 미국에서 초대 주교로 성성식(成聖式)을 마치고 나온 맥노튼
(羅吉模) 주교는 이듬해 7월 주교좌 성당인 답동성당에서 착좌식을 가졌다.

- 1962년 3월 10일 한국 가톨릭 교계제도 설정에 따라 정식교구로 승격된 인천교구는
인천직할시, 부천시, 강화군, 옹진군 및 시흥군 중 소래읍을 포함하여 관할하고 있다.
조선교구가 설정된 후 파리 외방전교회는 인천에도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전교활동을
시작하였는데, 한국인 59명, 일본인 25명의 신자를 확보하여 출범하였다. 1889년에
답동성당이 설립되자 빌헬름 신부가 부임하여 지금의 성당 자리에 부지를 마련하여
정초식을 가졌고, 1893년에 고딕 성당을 완공하였다. 1955년 송림동성당이 분리되어
가기 전까지는 인천시내 유일한 성당이었다.

- 인천교구의 사적지중 빼놓을 수 없는 강화도는 당시 수도방어의 요충지로서 외세와
잦은 충돌의 현장이었기 때문에 박해 또한 극심하였다. 1866년 프랑스 성직자 아홉 명이
처형된 사실을 추궁하고자 프랑스는 함대 7척에 병사 600여 명을 파견하였다. 강화도
근해에 정박한 함대는 포함과 연락선을 강화도 갑곶에 파견, 마침내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전등사에서 패한 프랑스군은 강화읍을 불지르고 후퇴하였고, 강화지방에는
새로운 박해가 시작되었다. 1866년 성연순과 원윤철이 통진에서 치명했고, 1868년에는
박상손, 우윤집, 최순복, 최인서(요한), 조서방, 박서방, 최영준, 장치선 등이 치명하였다
. 1870년에는 권바오로가 통진에서 순교하였다. 한국인 최초로 영세를 받은 이승훈
(베드로)의 산소가 있는 만수동 반주골도 인천교구내에 있는 사적지이다.

< 황사영 >
- 백서사건의 주인공인 황사영의 묘는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부곡리에 있다. 배론 토굴
에서 주문모 신부의 순교 소식을 듣자, 조선교회의 박해 실정과 교회 구제방법을 제시
하는 백서를 썼으나, 사전에 발각되어 1801년에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능지처참형으로
순교하였다. 그의 묘소는 최근에야 확인되어 성역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데, 1980년
발굴 당시 그의 묘에서는 석제 십자가와 비단 띠가 들어 있는 항아리가 출토되었다.

* 황사영 탄생지 – 경기도 강화군 월곶리 대금동에서 부친 황석범과 모친 이씨 사이의
유복자로 태어났다. 그는 16세 때 진사에 등과했고, 이승훈에게서 교리를 배워 영세
입교하였다.
* 황사영의 묘비 – 1980년 월 1일 17대손 황용호 교수 참관 아래 발굴된 후 새로
봉분을 만들고 묘비를 세웠다.

< 갑곶돈대 >
- 경기도 강화군 선원면 갑곶에 있는 강화도의 관문으로, 1846년 프랑스 함대 6척이
나타나서 기해박해 때 순교한 프랑스 성직자 3명의 학살 책임을 물음으로써 소위
병인양요(1866)의 발단이 된 곳이다. 대원군은 양이(洋夷)로 더렵혀진 곳은 사학군
(邪學群)의 피로 씻어야 한다며 천주교인들을 무참히 살해했는데, 이곳에도 많은 신자
들이 순교하였다.

* 갑곶돈대 - 대원군의 명으로 바다 건너 백사장에서 많은 신자들이 처형되었다.
이곳에는 51문의 대포가 있었는데, 1866년 음력 9월 18일, 프랑스 함대 7척이 6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이곳을 통하여 상륙했으나, 전등사 싸움에서 패하자 물러갔다.

< 답동 성당 >
- 1955년에 송림동성당이 분리되기 전까지는 인천 지역의 유일한 성당이었다.
천주교의 전래과정에서 보면, 인천은 서울 전교의 영향을 직접 받은 곳이지만 기록은
미미한 형편이다. 그러나 1839년 기해박해 때의 순교자 가운데 인천 사람들이 있음을
볼 때, 이미 그 이전부터 신자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답동성당 – 건물은 빌헬름 홍신부에 의해서 1889년에 건립되고, 1897년에 단층
성당을 신축하여 오늘에 이른다.
* 고려 궁터에 있는 조선시대의 동헌 – 병인양요 이후 강화도에서도 박해가 시작되어
여러 신자들이 고문을 당하고 순교하였다.

< 인천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4개소) 갑곶, 강화 진무영 성지, 반주골(이승훈 묘),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

3) 수원교구(水原敎區)

- 수원교구는 이 땅에서 성지가 많기로 으뜸가는 교구다. 성령의 역사하심에 따라
1779년 이벽, 이승훈, 정약전, 정약용, 권철신 등 젊은 학자들이 강학회를 열어 조선에
천주교를 자생하게 한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 천진암을 비롯하여, 김대건 신부가 일곱
살 때 고향 솔뫼를 떠나 박해를 피한 곳인 용인의 골배마실이 이 교구에 있고, 그가
여기서 모방신부에게 신학생으로 발탁되어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고, 1845년 조선의
초대 신부가 되어 돌아와 처음으로 공소를 돌본 곳이 골배마실에서 산등 하나 넘는
은이 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 김대건 신부가 1846년 새남터에서 순교하자 이원선시오라는 분이 죽음을 무릅쓰고
시신을 안장한 미리내가 있고, 김신부에게 부제품을 주신 고 페레올 주교의 무덤,
김신부의 어머니 고울술라의 무덤이 있어, 성지라면 미리내라고 할 만큼 이 땅의 성지
중의 성지로 꼽힌다. 이밖에도 국법을 어기고 아들을 해외로 유학보냈다는 이유로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최경환(최양업 신부의 부친)의 묘가 안양 근교에 있고,
남한산성, 죽산, 양근, 남양 등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를 증언하는 곳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교구다.

- 교구 설립의 역사는 짧지만, 이미 1821년에 모방 나신부가 양지, 은이 공소에서
신자들을 돌보았고, 1845년에는 현재 수원시에 소재하는 북수동성당, 1911년에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용문성당 등의 순서로 성지 전역에 성당이 들어섰으며, 마침내
1963년 11월 21일에 수원교구가 설정되어 오늘에 이른다. 수원교구의 주요 성지는,
‘주교요지’를 저술했던 조선교회 창립의 주역인 정약종의 묘소가 있었던 사사리를 비롯
하여, 24명이 순교한 죽산, 남한산성, 구산, 그리고 교우촌인 손골마을, 최경환의 묘가
있는 담배골, 1885년 블랑 백주교가 세웠던 부흥골 신학교터,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인
천진암, 김대건 신부 유해가 안장되어 있는 미리내 성지 등이다.

< 천진암 >
-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우산리에 있다. 1779년 겨울 권철신, 정약전, 정약용, 이승훈,
이총억, 권상학 등이 강학회를 조직하여 학문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이벽이
여기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면모를 지니게 된다. 이때 회원들은 이벽을 통하여 천주교의
교리를 깨닫게 되었으며, 강학회는 심신 단련의 종교적 수련회로 발전하면서 한국천주
교회의 초석이 되었다.

* 한국천주교 창시 200주년 기념비 - (1984년 6월 24일 제막) 1779년 정조 3년 겨울,
맹자봉 기슭 천진암에서는 당대의 젊은 학자들인 권철신 등이 강학회를 통하여 이들은
유, 불, 선과 경서에 담긴 진리를 연구 검토하던 중 천주교의 교리를 깨닫고, 이를 실천
하기 위해 생활규칙까지 만듦으로써 신앙이 싹텄다.
* 빙천(氷泉) - 선비들이 과거공부를 하기 위해 머물며 새벽마다 이곳에 와서 세수하고
새 아침을 맞아 몸과 마음을 바로 잡았던 곳이다.
* 정하상의 묘 – 한국 천주교회 초기 평신도 지도자였던 정하상은 정약종의 둘째 아들로서
주문모 신부로부터 세례받았고, 박해로 피폐된 교회재건 및 성직자 영입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기해박해 때 체포된 상황 속에서 ‘상재상서’라는 한국 최초의 호교론을 썼고, 그해
9월 22일에 서소문 밖에서 순교하였다.
* 강학회 회원 묘 – 당시 강학회에 참석했던 분들 가운데 이벽,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정약종의 묘다. 묘소로 오르는 계단은 천진암 주변에 산재한 주춧돌과 자연석으로 꾸민
44계단으로 되어 있다.

< 주어사 >
- 녹암 권철신이 살던 대감마을에서 가까운 앵자봉 동쪽 기슭에 있었다. 이곳은 1779년
정약전, 권상학, 김원성, 이총억 등 남인의 소장학자들이 모여 권철신의 주도하에 강학을
열던 사찰이다. 다산의 기록에 의하면, 서울 살던 이벽이 강학회 소식을 듣고 눈을 헤치며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이 주어사라 한다. 100여 평 남짓한 주어사는 가을 이후에는 물이
귀하기 때문에 산 넘어 있는 천진암이 겨우내 사용되었다. 이 주어사 강학은 이벽이 참여
하면서 천주교 교리 연구도 병행되었다. 이런 연유로 주어사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지가
된 것이다.

* 앵자봉과 주어 마을 * 주어사터

< 마재 > -> 현 의정부교구 관리
- 경기도 양주군 와부면 능내리에 있는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형제의 고향 마을이다.
이들 형제들은 진주 목사를 지낸 정재원의 자녀들로 학문에 뛰어났던 인물들이다.
1779년 주어사 강학회 이후, 1784년 이벽이 이곳을 찾아와 얼마간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마재에는 다산 정약용의 묘소가 있으며, 1974년 정약용을 기념하는
‘여유당 기념석’과 복원된 그들의 생가 및 다산의 초상화 등이 있다.

* 정약용의 묘 – 마재 마을은 본을 나주로 하는 정씨 가문이 한 동리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 가문은 고려왕조 때 9대를 내리 무관을 지냈으며, 조선조에 이르러서는
9대 내리 문관을 지낸 명문대가였다. 정씨 가문이 마재로 온 때가 바로 문관으로 9대를
맞을 때였다.
* 여유당(與猶堂) 비석 – 여유당은 따르며 주저한다는 뜻을 지닌 정약용의 호의 하나이다.

< 미리내 >
- 한국천주교회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묻혀 있던 성지다. 1846년 9월
16일 새남터에서 순교하여 백사장에 매장되었던 김신부의 시신을 이민식 원선시오가
군졸 몰래 파내어 자신의 선산에 안장했고, 7년 후 김신부에게 사제 서품을 주었던
페레올 고주교, 김신부의 모친 고울술라가 아들의 시신을 이곳까지 모셔와 안장했으며,
묘소를 돌보다 93세에로 선종한 김인식의 묘가 있다. 김신부의 유해는 1901년 시복
조사를 위해 용산 신학교에 모셨다가 현재는 서울의 가톨릭대학 성당에 모셨으므로
이곳에는 빈 무덤이 남아 있으며, 1972년부터 대대적인 성역화사업이 시작되면서
성지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었다.

* 고울술나의 묘
*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아래턱 뼈)
* 김대건 신부의 묘 – 당시 국사범으로 형을 받을 경우 그 시신을 사흘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연고자가 장사지내게 하였는데, 김신부의 경우 장례를 치르지 못하도록 군졸로
파수하게 하였다. 이때 이민식이 죽음을 무릅쓰고 군졸이 저녁을 먹으러 간 틈을 타서
머리는 수건에 싸서 들고, 몸뚱이는 등에 걸머진 채 150리 산길을 밤으로만 걸어 3일
만에 미리내로 옮겼다. 이러한 고비를 거쳐 김신부의 유해가 이곳에 안장되었다가,
1901년 용산신학교로 이장, 1951년 혜화동 대신학교 성당으로 이장되었다.

< 골배마실과 은이마을 >
- 경기도 용인군 내사면 남곡리는 있는 골배마실은 김대건이 일곱 살 때(1827) 조부
김택현과 함께 정해난을 피해 온 곳이다. 김대건은 마카오로 떠나기전인 15세까지
여기서 자랐다. 은이마을은 그가 사제가 된 후 돌아와서 공소를 차리고 사목활동을
한 곳이며, 주교의 명에 따라 최양업과 메스트르 이신부의 입국을 위해 해주 앞바다로
떠난 곳도 바로 이곳이다.

* 은이마을 – 골배마실 이웃 동네로서 김신부의 첫 사목지자 모방 나신부가 활동했던
교우촌이다.
* 김신부의 동상 – 김대건이 조부와 부모를 따라 군란을 피해 소년기를 보냈던 골배마실
옛터에 마련된 김신부의 동상과 제대이다. 훗날 신부가 되어 돌아온 김대건은 이곳에서
어머니 고울술라를 10년 만에 해후하였다. 지금은 용인 컨트리클럽 내에 있다.

< 손골과 사사리 >
- 손골은 1839년 기해박해 이후 서울 등지에 살던 신자들이 박해의 손길을 피하여
모여듦으로써 이루어진 교우촌이다. 1865년 5월 27일 입국한 도리 김신부가 이 마을
에서 사목활동을 하다가 이선이의 밀고로 체포되어, 1866년 3월 7일 28세를 일기로
순교하였다. 교우촌인 사사리는 나주 정씨의 집성마을로 한국 천주교 창립의 주역의
한 사람인 정약종의 묘가 1981년 10월까지 있었다.

* 정약종의 묘 – 1760년 경기도 양근 마재에서 출생했고, 이벽으로부터 복음을 듣고
권일신을 통하여 세례를 받은 그는, ‘주교요지’를 지어 조선 교우들의 교리서로 활용케
했으며, 1801년 2월 11일 아들 철상과 함께 참수되어, 이곳 사사리에 안장되었다가
지금은 천진암에 모셔졌다.
* 도리 김신부 순교기념비 – 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가 체포되었던 자리에
세운 기념비이다.

< 단내(丹川) >
- 이천군 호법면 단천리에 있다. 김대건 신부가 은이 마을에서 사목활동을 할 때 그는
30리 길인 이곳 단내마을까지 사목하였다. 또한 이곳은 1866년 12월 27일 남한산성
에서 순교한 정은 바오로와 그의 재종손 정베드로의 고향이기도 하다. 순교자 정바오로는
병인년 11월 13일에 광주 포교에 체포되어 남한산성에서 25일간 고문을 당하였으나,
끝내 배교하지 않아 백지사(白紙死)로 순교하였다. 정바오로와 베드로 시신을 찾으려던
가족들은 어둔 밤이라 바오로의 등창 앓던 자국을 더듬어 시신을 확인하고 수습하여,
이곳에 안장하였다.

* 윤유일 묘소 – 윤바오로는 1794년 주문모 신부를 입국 인도한 죄목으로 1795년 6월
28일 체포되어 순교했는데, 그의 시신은 한강에 던져졌으므로 시신이 없는 가묘를 고향
뒷산에 만든 것이다.
* 윤우일과 그 조상이 마시던 우물
* 순교자 정은의 묘소 – 1866년 12월 27일 62세의 나이로 순교한 정바오로의 묘소로
단내 오방이골에 있다.

< 구산 >
- 중국인 유방제 신부와 프랑스인 모방 나신부가 사목활동을 했던 유서 깊은 교우촌이다.
당시 유신부나 나신부는 김성우 집에 머물며 조선말과 풍속을 배웠는데, 이 때문에
김성우는 1841년 4월 14일 국사범으로 끌려가 순교하였다. 이 마을의 다른 교우들은
남한산성으로 끌려가 순교했는데, 순교자의 묘는 김성우의 묘를 비롯하여 7기나 된다.

* 성지에 우뚝 솟은 천상의 모후 성모상
* 김성우(안토니오)의 순교현양비
* 하우현 성당 – 이곳은 조선의 초대교회 때부터 형성된 교우촌으로 신아의 요람지였고,
신유, 병오박해 때부터 순교자가 나왔다. 1893년에 교우들이 초가 10칸을 지어 공소로
축성했는데, 뮈텔 주교가 집전하였다. 그때 기증받은 종이 보존되어 있다. 지금은 볼리외
서신부상이 있으며, 이 성당의 오래된 사제관이 지금도 남아 있다.

< 남한산성 >
- 1839년 기해박해와 1866년 병인박해 때만 광주, 양주, 용인, 이천 등지의 교우
350여 명이 참수, 교수 또는 백지사형을 받고 장렬히 순교한 곳이다. 인근 고을에서
오랏줄에 묶여 끌려온 교우들이 동문을 통과하면 시체가 되어 동문 옆 수구문으로 버려
졌기 때문에 동문 밖 계곡에는 시신이 산더미를 이루었고, 흐르는 물이 핏물이 되어
흘려내렸다 한다. 이곳에서 최초로 순교한 분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되어 이듬해
1월에 처형된 한덕운이고, 순교자 김성우의 고향인 구산에 살던 교우들, 그리고 단내의
정바오로 등 많은 무명의 교우들이다.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듯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남한산성은 천주교인들에게는 한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 시신을 버렸던 수구문
* 처형지로 끌려갈 때 동과했던 동문

< 죽산 >
- 경기도 안성군 이죽면 죽산리에 있다. 이곳에서 1866년 병인박해 때 용인, 안성,
진천, 목천, 양지 등에서 잡혀온 신자들이 무수히 목숨을 잃었는데, 치명일기에 기록된
순교자만도 24명이며, 무명 순교자도 상당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해가 시작된
1866년부터 1932년까지 교우가 한 세대도 없었다는 것은 당시의 박해가 얼마나 잔혹
했는가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 1983년에 건립된 죽산 순교자 기념성당
* 죽산순교자현양비 - 붙잡혀 온 신자들은 고갯마루로 끌려가서 처형되었는데, 당시
그곳으로 끌려가기만 하면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가면 그는 잊은 사람’ 이란 뜻으로
‘잊은터’로 불린다. 이들의 순교 사실을 현양하기 위하여 세워진 비다.

< 남양(南陽) >
- 남양 순교지는 지금의 수원시 및 화성군 일부를 포함한 지역의 옛 이름인 남양부의
중심 고을이자 군사 요충지였다. 따라서 남양부 내에서 잡힌 신자들은 주로 이곳에서
처형되었는데, 김필립보, 박마리아, 정필립보, 김토마 등 4명의 순교자 묘지가 있다.

* 최경환의 묘 – 수리산 골짜기의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그의 묘는 3대째 지켜온 신앙을
보존하려는 놀라운 믿음을 상기시키며, 최경환 일가의 숱한 애환을 일깨워준다.
* 남양 순교지 – 성지 전체를 로마식 야외극장 형태로 조성, 200명 정도가 야영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었다. 왼쪽에는 은혜의 성모상이, 오른쪽에는 십자가위의 그리스도상이
세워져 있다.

< 수원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14개소) 구산, 남양, 남한산성 순교성지, 단내, 미리내, 손골, 수리산, 수원, 양근,
어농, 요당리, 은이.골배마실, 죽산 순교성지, 천진암

4) 대전교구 (大田敎區)

- 대전교구는 1784년 충청도 아산 땅 내포에서 살던 이존창이, 서울 양근에 사는
권일신을 찾아가 교리를 배우고 루이 공사가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후 여사울을
중심으로 전교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대전교구의 관할지역인 충청남도는 한국
초기 교회사에서 순교 유적지로 가장 빛나는 고장이다. 이존창은 내포의 사도로 불릴
정도로 전교에 힘썼으며 이로 인하여 충청남도 지역은 어느 지역보다도 신자가 많았다.
박해 때마다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하였으며, 오늘날 한국교회를 지켜 내려온 신자의
대다수가, 그가 개종시킨 신자들의 후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교에 남긴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천주교 박해 80여 년간 1,000여 교우가 순교한 처형지인 해미, 다블뤼 안주교,
오메르트로 오신부, 위앵 민신부 등이 순교한 갈매못, 교유들을 죽여 시신을 성 밖으로
버렸던 홍성 읍성, 황새바위 등등 순교 사적지가 곳곳에 있다. 1882년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교세는 급속히 늘어나, 1895년 합덕 양촌에 공세리
성당을 위시하여 속속 성당이 설립되었다. 한국인 주교가 서울 교구장에 임명됨에 따라
1948년 충청도를 독립된 포교지로 분할, 독립시켰다. 이너 1958년 6월 23일 대목구가
됨으로써 비로소 교구가 되었다. 1962년 3월 10일 한국교회에 교계제도가 설정됨에
따라 정식 교구로 승격되어 대전 대흥동성당에서 전에 서울교구장을 역임한 바 있던
라리보(원형근) 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되었다.

- 대전교구는 한국인 최초의 신부 김대건이 태어난 당진군 우강면의 한가롭던 솔뫼
마을이 속해 있는 교구다. 김신부의 탄생으로 이곳은 한국의 베들레헴이 되었으니
대전교구는 성지중의 성지인 셈이다. 또한 병인박해 때 순교자들의 유물이 발견된 우촌
구합덕이 있고, 최양업 신부의 탄생지이며 12명의 순교자 줄무덤이 있는 다락골, 충청
지방의 선교 유람지 여사울을 비롯, 김진후 등 2,000여 명이 순교한 해미와 220여 명이
순교한 공주 황새바위는 순례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 해미 >
- 충남 서산군 해미면 조평리에 있으며, 한국 읍성의 표본이 남아 있는 한국교회의
순교사적지이다. 박해 당시에는 내포지방의 유일한 진영이 설치되었던 곳이므로 인근
지방에서 무수한 교우들이 이곳으로 끌려와서 문초를 받았다. 18세기 말엽부터 신앙이
전파된 해미 지방은 1866년의 병인박해, 1868년의 무진박해에 이르기까지 약 2천여
명이 순교하였다. 신앙의 자유를 획득한 이후, 1935년 4월 2일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범베드로 신부가 생매장터를 발굴하였는데, 당시의 처참한 모습에 넋을 잃었다 한다.

* 해미 병영의 관문 진남루 – 박해 당시 교우들이 대개 이 문을 통과하여 병영 안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는데, 일단 이 문으로 들어가면 살아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 호야나무 – 비록 말이 없으나 당시의 처참하였던 순교 현장의 역사적 증인이다. 교우들이
옥을 가득 메우자, 형리들은 해미성 옥사문 앞에 서 있던 이 나무에 교우들을 묶어 놓고
돌로 치거나 활을 쏘아 죽였다. 3백년생의 이 나무는 벼락을 맞아 그 일부가 부러졌지만
아직도 철사를 감았던 자국이 완연히 남아 있다.
* 생매장 순교지 – 형리들이 너무도 많은 교우들을 일일이 죽일 수 없어 읍성 밖 개울가에
웅덩이를 파고 생매장해 버린 곳이다. 이때 배교를 겁낸 교우들은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앞을 다투어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다. 그 후 이들의 유해는 서산군 상흥리 공소
뒷산에 안장되었다.
* 해미순교자탑 – 천주교 박해 기간에 신자들이 태형, 자리개질, 생매장 등으로 순교한,
한국 최대의 순교지다. 1975년 박해당시 생매장터인 개울가 언덕에 세워졌는데, 석양을
배경으로 황금빛 노을이 순교자의 피인 양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가운데 우뚝 서서
순교자의 담대한 기상을 되새겨 보게 한다.
* 서산 무명 순교자 묘소와 순교탑

< 솔뫼 >
- 당진군 우강면 송산리에 있는 솔뫼는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다.
이존창에게 교리를 배운 김신부의 증조부 김진후는 50세에 영세 입교했고, 신해,
신유박해 때 10여 년간 옥살이하다가 옥사하였다. 1861년에는 셋째 아들 김한현이,
1839년에는 둘째 아들 김택현 아들 김제준이, 1846년에는 김제준의 아들 김대건
신부가 순교함으로써 김신부의 가문은 4대가 순교하는 영광의 가문이 되었다. 이처럼
솔뫼는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하였다.

* 김신부의 생가 터 옆에 세워진 피정의 집 – 한국 신자들의 영적 교육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 김대건 신부 시복기념비와 시성기념비
* 솔뫼 성지에 건립된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기념탑

< 여사울 >
- 내포의 사도 이존창(단원)의 고향이다. 그는 이곳의 농민 출신 학자로서 서울 양근의
권일신 형제로부터 천주교를 배워 충청지방의 사도가 되었다. 그는 1801년 신유박해
때 50세를 일기로 공주의 무령왕릉 뒤 언덕에 있는 처형지 황새바위에서 순교했는데,
김대건 신부의 할머니는 이 이존창의 조카딸이라 한다. 그러므로 여사울은 대전교구의
신앙의 요람지나 다름없다.

* 100년 전에 건립된 여사울 공소
* 선각자 이존창의 송덕비 –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 루도비코가 내포 지방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을 뿐만 아니라 그의 뛰어난 지식과 덕행은 만인의 귀감이었다.
그러므로 이존창은 내포 지방 천주교회의 기초를 닦은 순교자다.

< 다락골 >
- 다락골 또는 다랫골이라 하는 이곳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것은 1791년 신해박해 때로
최양업 신부의 할아버지 최인주가 박해를 피해 어머니를 모시고 이곳으로 피난해 오면서
부터다. 이곳의 새터에서 최경환과 최양업 신부가 탄생했다.

* 줄무덤 – 병인박해의 순교자들이 묻힌 것으로 보이는 줄무덤은 16기지만, 실제로
몇 사람이 묻혔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시 홍성과 공주에서 순교한 교우들의 시신을 운반
했다는 설이 보다 유력하다. 최신부 집안에서 이 줄무덤을 만들고 박해가 두려워 숨겨
왔으나 곧 조정이 눈치 채고 이 마을을 불살랐고 주민들도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 새터 – 기해박해 때 옥중에서 35세로 순교하신 최경환과 그의 아들 최양업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 성 최경환과 최양업 신부 부자상

< 수리치골 >
- 공주지방의 박해로 은신처를 찾고 있던 교우들이 국사봉을 중심으로 둠벙이, 용수골,
덤티, 진밭, 먹방이, 지석골, 덤골, 굴실로 찾아들어 교우촌을 이루었으며, 수리치골도
그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 마을은 신심단체인 성모신심회가 조선에서는 최초로 구성
되어 성모신심에 힘썼다는 사실에 역사적 의의가 있으며, 안주교는 이곳에서 사제회의를
열고 사목구역과 방향을 제시하였다.

* 수리치골 – 100여 호가 살았음직한 집터가 있다. 당시 교우들의 은신처 중에서는
이곳이 가장 아늑하고 넓었으므로 많은 교우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 조안노 오신부 묘 – 1861년 조선에 입국, 전교하다가 둠벙이에서 병을 얻어 선종하였다.

< 갈매못 >
- 충남 보령군 오천면 영보리에 있는데, 이곳에는 조선 교구 5대 교구장이신 다블뤼
안주교, 오메트로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장주기 등 5명이 병인박해 때 순교하였다.
당시 고종은 병중인데다 혼인날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아, 서울에서 피흘리기를 꺼렸기
때문에 이곳으로 옮겨 처형하였다.

* 순교복자비 – 병인박해 때 순교한 분을 기념하기 위해 그 순교터에 1975년 9월에
세워진 것이다.
* 갈매못 풍경 – 고깃배들이 당시의 처참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떠 있다.

< 홍성 >
- 내포의 사도 이존창에 의하여 복음이 전해진 이후 1791년부터 박해가 끊이지 않아서,
당시의 여회장 강완숙 골롬바가 이곳에서 체포되었으며, 1793년 1월에는 원베드로가
붙잡혀 냉동사로 순교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순교 장소는 주로 옥이었는데, 현 홍성읍
오관리 옥골이 그 터다. 순교한 교우는 68명이나 되었다.

* 동헌 – 홍주목사가 교우들을 심문한 곳이다. 객사 및 고목 등등 홍성의 관청 곳곳은
박해 때마다 처형지로 이용되었다. 현재 홍성 군청 뜰에 있는 고목은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교우들이 결박당한 채 대기하던 곳이다.
* 횡성 읍성 – 순교한 교우들의 시신을 이 성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고 한다.

< 황새바위 >
- 공주로 들어오는 입구 오른쪽 언덕에 있는 황새바위는 천주교를 믿는다는 죄목
하나만으로 죽은 유명, 무명 교우들의 한이 서려 있는, 한국 천주교 박해사의 대표적
순교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포의 사도 이존창 루도비코가 1801년 이곳에서 순교
했으며, 병인박해 때 용감하게 순교했던 손자선, 그리고 리델 주교를 청국까지 수행했던
최지혁 등, 기록에 남은 순교자만도 248위에 이른다. 따라서 황새바위는 우리 신앙의
요람지다.

* 자리갯돌 기념 열석 – 이곳에 처형이 있을 때마다 하얀 꽃이 피듯 구경꾼이 몰렸다고
한다. 당시 형구로 사용되었던 자리갯돌을 1열로 세워 놓은 것이다.
* 순교탑 – 칼날을 마주 세워 놓은 것 같은 탑 사이에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게 하였다.

< 공세리 성당 >
- 1894년초 부임한 드비즈 성일론 신부가 마을의 가정집을 성당으로 사용하여 사목
활동을 벌이면서 교세가 신장되기 시작하였다. 그는 1년 만에 다른 곳으로 전임되었다가
1897년에 3대 본당 신부로 오면서 새로운 발전의 터를 닦았다. 그는 자신의 설계에
따라 중국인 기술자들을 지휘, 감독하여, 1921년 화려한 성전 건축공사를 마무리하였다.
이 성당 건물은 아산 지방의 명물이 되는 바람에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 무명 순교자 묘소 – 병인박해 때 갈매리에서 수원으로 잡혀가서 순교한 11명 중
3명의 묘소로, 오랫동안 돌보는 이 없다가 순교 120년이 되는 1987년에 공세리 성당에
모셔졌다.
* 공세리성당 – 조선왕조때 아산, 서산, 한산을 비롯, 청주, 옥천 등 40여 고을의 조세를
쌓아두던 공세창고 자리에 세워졌다. 앞에 있는 팽나무는 성당보다 나이가 더 많다.

< 구합덕 >
- 1780년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여사울 출신 이존창에 의해 처음으로 복음의 씨가
뿌려졌다. 1791년 신해박해로 교세가 주춤했으나 파리 외방전교회의 퀴를리에 남신부가
부임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고, 1899년에 합덕성당이 설립되었으며, 신합덕성당이
신설됨에 따라 구합덕 성당으로 명칭 변경된, 내포벌에서 가장 오래 된 성당이다.

* 구합덕성당 – 현재의 성당은 1929년에 준공된 것이며, 옛관청으로 쓰던 고가(古家)가
보존되어 있다.

< 신리공소 >
- 구합덕 성당 소속으로, 1866년 병인박해 때 다블뤼 안주교와 여러 신부들이 피신하고
있던 중 체포된 곳이다. 안주교는 2년여 동안 사목하면서 내포지방에서만 1,700여 신자
에게 세례를 주었다고 한다.

* 신리공소와 순교복자기념비 – 이 비문에는 다섯 분의 순교자 약력이 기술되어 있고,
1969년에 건립되었다.

< 부여 지석리 >
- 손선지 베드로의 고향이다. 그는 부모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하였으며, 장성한 뒤
전교회장에 발탁되었다. 결혼하여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던 그는 1866년 가을 추수기에
순교의 뜻을 밝히고, 무사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피신토록 하였다. 그해 12월 3일, 체포된
그는 희광이가 칼로 그의 어깨를 치자 머리를 쳐들고 “장난하지 마시오”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그는 40세에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하였다.

* 면천군 동헌이 있던 자리 * 지석리 입구의 고인돌 – 손선지 성인의 집안에서 성인의
시성비라도 세워달라고 제공한 밭이다. 홍산성당은 이 지역의 성역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 대전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18개소) 갈매못 순교성지, 공세리 성당, 남방재, 다락골(청양), 배나들이, 산막골,
성거산, 솔뫼, 수리치골, 신리, 여사울, 원머리, 지석리, 진산, 합덕성당, 해미 순교성지,
홍주(홍성) 순교성지, 황새바위 순교성지

5) 춘천교구(春川敎區)

- 춘천교구는 비교적 늦게 복음의 씨가 뿌려졌음인지 직접적으로 많은 박해를 받지는
않았고, 곳곳에 은거하던 교우들이 간헐적으로 발각되어 순교한 사실이 있을 뿐이다.
춘천교구의 모체는 1895년 이곳에 정착한 엄주언(마르티노)이 착실한 전교활동을 펼친
결과로 세워진 곰실공소다. 여기서 현재 주교좌인 죽림동성당이 설립되었다. 춘천교구는
1939년 4월 25일 서울교구로부터 분할, 독립되어 지목구로 설정되었고, 아일랜드의
성골롬바노 전교회에서 이 지방의 포교 사업을 전담하였다. 이듬해 이 전교회의 퀸란
(具仁蘭)) 신부가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어 춘천교구의 기반을 다지는데 전력을 다하였다.

- 그 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점차 교회까지 탄압하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퀸란
교구장을 비롯하여 성 골롬바노회 출신 선교사들을 모두 감금하였다. 당시 서울교구의
노기남 주교가 춘천교구장을 겸임하였으며 광복 후 퀸란 교구장은 복직하였으나, 1950년
6.25 동란으로 공산군에 납치되어 갖은 고초를 겪었다. 3년 후 석방이 되어 본국으로
돌아간 그는, 다시 주한 교황사절 서리직을 맡게도 하였다. 결국 1955년 9월 20일에
춘천은 대목구로 승격되었고, 한국가톨릭 교계제도 설정에 따라 정식 교구가 되어 1962년
7월 26일 퀸란 주교의 착좌식이 춘천 죽림동성당에서 거행되었다. 현재 춘천교구의 관할
지역은 강원도의 춘천, 강릉, 속초, 동해 등 네 개의 시와 철원, 화천, 횡성, 홍천, 평창,
명주, 양양, 인제, 고성, 양구의 10개 군이다. 춘천교구의 주요 사적지는 곰실공소, 6.25때
피살된 성직자의 묘가 보존된 죽림동성당, 교우들이 처형되고 심문 당했던 강릉 동헌과
객사, 청송 심씨 문중이 살던 구라미 마을, 어단리 및 도문공소가 있다.

< 죽림동성당 >
- 약사리라 불리던 죽림동은 곰실공소를 모체로 하여 춘천성당으로 설립되었는데,
1920년 갓 서품 받은 김유룡 신부가 풍수원 보좌로 있을 때 춘천까지 사목함으로써
이 성당이 설립되었으며, 1928년 춘천읍 죽림동으로 옮겨 현재의 성당 건물을 세웠다.
당시의 신자수는 1,165명이었으나, 지금은 춘천교구 주교좌로서 3,300여 신자들이
착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 곰실공소 – 춘천교구 최초의 공소이자 현재 주교좌인 죽림동성당의 모체다. 1895년
곰실에 정착한 엄주언이 활발한 전교활동을 펴면서부터 시작되었으며, 1899년에는
원주의 드브레 유신부와 접촉하여 풍수원성당 소속이 되었다가, 이곳에서 죽림동성당이
분할 설립되었다.
* 6.25때 피살당한 성직자들의 묘소 – 춘천에는 천주교가 비교적 늦게 전파되어 박해의
피를 흘리지 않았지만, 6.25때 공산당에 의하여 성직자와 신자들을 잃은 아픔을 겪은
곳이다. 이때 순교한 성직자들은 라바드리시오, 고안당, 진야고버 신부로서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며, 당시의 교구장 구토마 주교는 1950년 납북되었으나, 4년 후 석방되어
귀환하였다.

< 어단리공소 >
- 강원도 명주군 구정면 어단리에 있다. 이곳은 속초의 도문공소와 함께 동해안의 전교
요람지로서 1887년 공소 건물이 세워진 유서 깊은 곳이다. 공소 초기에는 원산의
백신부라는 분이 배를 타고 와서 전교했다고 전해지며. 한국인으로 처음 사목하신 분은
풍수원성당의 김유룡 신부였다. 공소 연립 연대로 볼 때 이곳에 교우들이 은거하기
시작한 것은 1887년 훨씬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 어단리공소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하는데, 건물은 6.25때 파괴되었던 것을 다시 개축한 것이다. 내부의 마룻
바닥은 원래 그대로의 나무라고 한다.
* 어단리 마을 – 마을 한가운데에 십자가가 보이는 건물이 어단리공소이다.

< 도문공소 >
- 속초읍 상도문리에 세워진 유서 깊은 곳이다. 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의 교우촌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로 알려져 있지만, 주로 옹기를 굽고 사는 이 산골
마을에 공소가 생긴 것은 1880년경이다. 6.25때는 이북에서 피난온 성직자들이 잠시
은신하기도 했는데, 오씨들이 많이 사는 이 마을에서는 현재 3명의 성직자를 배출한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

* 도문리 전경 – 지금은 설악산 관광지 개발에 따라 마을 모습이 많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도문공소도 1980년에 설립된 설악동성당에 편입되었다.

< 강릉 동헌 >
- 박해가 시작될 때마다 교우들을 잡아들여 심문하고 배교를 강요하던 곳이다.
이 지방에서는 초기의 오랜 박해는 없었지만, 1868년 무진년에 구라미 마을에서
잡혀와 순교한 심스테파노가 기록상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순교자다. 그러나 병인박해
때에는 이곳에서 심문도 없이 신자들의 목을 잘랐다고 한다.

* 동헌 – 강릉은 대도호부윤의 주재지였으므로 자연히 잡혀온 교우들도 부사기 집무
하던 동헌 마당에서 심문을 받았다. 안마당에는 큰 고목이 잇는데, 박해 당시 교우들은
여기서 묶인 채 심문받았다고 한다.

< 춘천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5개소) 죽림동 주교좌성당, 강릉부 관아, 곰실 공소, 금광리 공소, 양양 성당

6) 원주교구

- 원주교구는 천주교 전래 당시의 선구자들이 서울의 박해를 견디다 못해 배론 등지로
숨어들면서부터 다른 지역보다 복음을 빨리 전해 받은 교구다. 신유박해를 피해 승지
벼슬마저 버리고 묘재로 내려와 살던 남종삼과 그의 부친 및 황사영은 배론의 토굴에서
조선교회의 재건을 위해 북경주교에게 보내는 백서를 쓰는 등 이 지역은 복음의 못자리
였다. 특히 배론은 박해의 은신처 역할뿐만 아니라 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당이 있었던
곳이다. 한국 천주교를 신앙으로써 키우고 지켜온 배론은 원주지방의 대표적 성지라 할
수 있다.

- 원주교구는 원주를 중심으로 강원도 일부, 충청도 일부를 관할하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한국교회가 점차 발전하고 있음을 알고 1965년 3월 22일에 춘천교구의 일부
지방을 떼어 원주교구를 설정하였다. 초대 교구장으로 지학순 신부를 임명하고 그해 6월
29일 주교 성성식을 갖게 하였다. 원주교구는 관할지역 자체가 대부분 산악지방이므로
조선교회 창설 이래 박해에서 살아남은 천주교인들이 화를 면하고자 피신하여 화전을
일구며 신앙을 지켜 내려온 고장이다.

- 주요 성지는 유서 깊은 배론을 비롯하여 풍수원성당, 신앙을 지키려고 남종삼이 기거
했던 묘재, 그리고 원주 일대 교우들의 처형지인 강원감영 등이 유명하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로 추앙받는 김범우 토마가 단양으로 유배되어 살다가 장독
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실이다. 또한 1801년 초기 한국교회의 주요 인물인 황사영이
박해를 피해 제천 배론의 산골짜기 토굴에 숨어, 이른바 백서(帛書)를 작성하고 체포되었
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당이 1856년 제4대 조선교구장인 베르뇌(장경일) 주교에
의해 세워진 곳도 이곳이다.

< 배론 >
- 1791년 신해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옹기를 굽고 농사를 지으며 신앙공동체를 이룬
곳으로 계곡의 모양이 배 밑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배론이라 불렀다. 1801년 신유박해
때는 황사영이 이곳의 토굴에서 백서를 쓴 것으로 유명하며, 1855년에는 배론공소
회장 장주기의 집에 한국 최초의 신학교 ‘성 요셉 신학당’을 세웠으나 병인박해 때 폐쇠
되었고, 1861년 최양업 신부가 문경에서 병사하자 유해를 이곳에 안장한 성지중의
성지다.

* 복원된 배론학당의 진복문(眞福門) - 진복은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하신 약속을
가르킨다. 사제가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약속에 참여
하는 것이기도하다. 당시 신학생들은 이런 생각으로 이 문을 드나들었을 것이다.
* 최양업 신부 회관 겸 피정의 집 – 교우들을 보살피러 갈 곳이 많고 바빴던 최신부는
문경에서 선종하여 이곳에 안장되었다. 그분을 기념하는 이 건물은 피정, 회합을 할 수
있는 심신의 훈련장이다.
* 신학당터 – 원래 장낙소의 집이었다. 당시 신학당은 3칸집으로 심신과 재질이 우수한
소년 몇 명을 두고 교리, 서양 신문학, 라틴어 등을 가르쳤는데, 시설은 너무나 미비하였다.
병인박해로 패쇠되었다.
* 무명 순교자 묘 –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온 신자들이 옹기를 굽고 담배를 재배하며
살다가 순교한 자들의 묘를 만들고 십자가를 세워, 그들의 순교정신을 기리고 있다.
* 황사영 토굴 – 1801년 2월을 전후하여 배론으로 피신한 그는 이 굴에 숨어 있으면서
당시 박해현황을 백서(帛書)에 기록하였다.

< 풍수원 >
- 이곳에 신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로
더욱 심해진 박해를 피해오면서부터였다. 그들은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우며 신앙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 후 1887년 5월부터 신앙의 자유가 주어지자, 그 이듬해에 르메르
이신부가 초대 주임신부로 파견되어 성당이 창설되었다.

* 풍수원성당 – 2대 신부로 부임한 정규하 신부는 1907년에 서양식 벽돌건물인 현재의
성당을, 1912년에는 사제관을 신축하고, 1943년 81세로 선종할 때까지 평생토록
이 본당에서 사목하였다. 정신부의 묘소는 성당 뒤편의 동산에 모셔져 있다. 정신부는
1884년 페낭 신학교에 유학했으나, 곧 귀국하여 용산신학교에서 1896년 4월에 신품을
받았다. * 성당내부

< 묘재 >
- 충주 목사 남상교와 그 아들 남종삼이 관직에서 물러나, 세속과 인연을 끊은 채 오직
신앙생활에만 전력하던 곳이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워지자 남종삼은 서울로 올라와
승지직에 머물며 왕궁 대신들의 자녀들에게 한문을 가르쳤다. 그는 1866년 3월 1일
체포되었으며, 엿새 후에 서소문 밖에서 참수되었다.

* 남종삼 유택지 – 부친 남상교 아우구스티노가 주로 살던 묘재의 집이다. 그들 부자는
배론 신학당 뒷마을인 이곳 묘재에서 농사개량법과 우량종자를 연구했으며, 배론신학당
신부들과 신학문 내용을 두고 토론하며 재냈다 한다. 그는 특히 서양과학에 능통했다
하여 서학판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 원주 감영 >
- 원주 지방 교우들이 잡혀와서 주로 심문을 받고 순교한 곳이다. 기록에 남아 있는
원주 감영의 순교자는 1815년 을해박해 때 김강이 시몬이 옥사하고, 1839년 기해박해
때 최해성, 최비르짓다 등 4명이 교수형을 받았으나, 병인박해 때에는 재판도 없이
처형했으므로 무명 순교자들도 상당히 있었으리라고 한다.

* 원주 감영의 객사 – 원래 이 터는 신라 초기 ‘비마라사’가 있었던 곳이나, 그 후 강원
감영이 설치되면서 사형터로 사용되었는데, 문루를 들어서면 선화당이 있고, 감영이
있었다. 객사는 관리들을 위한 숙소였다.

< 원주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4개소) 묘재, 배론, 용소막 성당, 풍수원 성당

7) 의정부교구 -> 추가 메모

- 의정부교구는 한국천주교회의 제16번째 교구로 2004년 6월 24일 서울대교구에서
분가 신설되었다. 그 관할 구역은 경기 북부 지역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양주시,
의정부시, 동두천시, 파주시, 연천군)이며, 초대 교구장에는 이한택(요셉) 주교가 착
좌하였다.

< 의정부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4개소) 마재, 성 남종삼 묘, 양주 관아, 황사영 묘

[ Ⅱ. 대구 관구(管區) ]

- 대구관구는 1962년 3월 10일 한국천주교가 포교지의 교구제도에서 정식 교계제도로
설정되면서 대교구로 승격된 서울, 광주와 더불어 대구대교구가 성립되었다. 동시에
정식 교구로 승격, 확정된 청주교구, 부산교구와 1966년 부산교구에서 분할된 마산교구,
1969년에 대구대교구에서 분할된 안동교구를 산하에 두게 된 교구다. 관구의 특성상
하나의 대주교구와 하나 이상의 주교구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므로 관구장은 대주교로
임명된다. 관구장인 대주교는 교회법에 특별히 명시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교구의 주교와
동등하여 월등한 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다. 또한 관구의 설립과 임명권은 교황청에 유보
되어 있다.

- 관구내 속교구들의 성립과정을 살펴보면 1831년 9월 9일에 조선대목구가 설정된 후
1911년 4월 8일에 서울대목구와 분리되면서 대구대목구는 독립하였으며, 1957년 1월
21일 부산대목구를 분리 설정하였고, 1962년 3월 10일에 대구대교구로 승격되면서
청주교구와 부산교구가 동시에 정식교구로 승격되었다. 1966년 2월 15일에는 마산
교구가, 1969년 5월 29일에는 안동교구가 정식교구로 승격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1) 대구대교구(大邱大敎區)

- 대구 지방에 천주교가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신나무골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1801년 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그 지방에 사는 사람을 한 사람씩 천주교로 귀화시키
면서 부터였다. 점차 신자 수도 늘어나 상주, 청송, 영양, 진보 등지에 교우촌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박해의 손길은 이곳까지 찾아왔다. 1815년에 청송의 포졸들이 노래산
교우촌을 덮쳐 신자들을 체포, 대구 감영에서 처형함으로써 경상도에도 순교자가 나오게
되었다. 1849년 신부가 되어 입국한 최양업 신부는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을 숨어 다니며
전교에 힘썼고, 1857년 다블뤼 안(安)주교는 경상도 지방의 전교를 담당하여 여러 곳에
교우촌이 생겨났다. 병인박해 후 지하에서나마 꾸준히 신앙을 지켜온 삼남지방은 1886년
로베르 김보록 신부가 전교를 담당하여 열심히 사목 활동을 하였으며, 1889년에는 대구
성당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 이리하여 1911년 4월 8일 조선대목구에서 경상도 지방을 대구대목구로 분리 설정,
파리외방전교회에 그 관리를 위임하고 당시 경향신문사 사장이던 드망즈(안세화) 신부를
초대 대목(代牧)으로 임명하였다. 이에 드망즈 신부는 그해 6월 11일 서울에서 주교
성성식을 갖고 대구에 부임함으로써 새교구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드망즈 주교는
1913년 대구에 주교관 건물을 비롯해서 유스티노 교구 신학교와 성바오로 수녀원 등을
차례로 설립하여 조직을 갖추었다.

< 신나무골 >
– 대구에서 40리 떨어진 대구 천주교의 요람지다. 일찍이 프랑스 신부들이 대구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으며, 박해 때마다 신자들이 모여들어 교우촌을 이루었다. 지금 이곳은
성지로 단장되어 선교요람지 기념비가 세워졌고, 처음 세워졌던 본당이 그 당시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으며 순교자 이선이 묘와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 이선이 엘리사벳의 묘소 – 이선이는 1801년 이 지역에 박해가 일어났을 때 한티로
피난하였다가 후일 그곳에서 순교하였다.
* 사제관 내부 전시실 – 마당에는 김보록 신부상과 나무 십자가가 있으며, 대구천주교
요람지 기념비도 있다.
* 사제관 정문 - ‘대구교회 첫 본당터’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 대구대교구 성직자 묘소 >
– 대구 관덕정에서 순교한 분들을 비롯하여 인근 지방의 순교자를 모신 곳이었다.
그러나 울산 장대벌에서 처형당한 허야고버, 이베드로, 김루가 등과 같이, 1922년에
이곳에 묻혔다가 1974년에 신천동 복자성당 구내로 이전, 안장되기도 하였으므로
원래 순교자들이 더러 안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대구의 성직자들의 묘소로
사용되고 있다.

< 계산동성당 >
– 대구대교구 주교좌성당으로 로베르 김보록 신부가 초대 주임신부로 활약하던
곳이다. 이미 1888년부터 경상도 전교를 맡은 김신부는 신나무골과 새방골에 숨어
지내면서 정규옥 등의 도움으로 현재의 대지를 마련하고, 그곳의 초가를 성당으로
사용하다가 한국식 목조 십자가형 성당을 신축했으나 불타버렸으므로, 성상동,
김종학 등의 도움으로 현재의 건물을 신축하였다. 계산동 성당은 1911년 대구
대교구가 설정됨으로써 주교좌성당으로 승격되어 오늘에 이른다.

* 성모당 –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 현현 동굴을 본떠 1911년 6월 11일 건립되었다.
주교관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직자 묘지와 연결되어 있다. 대구대교구 신자들은
이곳을 즐겨 찾으며 기도한다.
* 계산동성당 – 고딕 양식으로, 1902년 12월에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하여 축성되었다.

< 낙산 성당 >
- 1894년 하신부가 가실(낙산)의 김치두 베드로의 집을 얻어 성당으로 삼고 사목
함으로써 경북 신자들을 돌보던 곳이다. 성당의 주보는 성녀 안나로 정했으며, 초대
주임신부는 파이아스 하신부다. 현대의 성당 건물은 제5대 투르뇌 여동선 신부가
1923년에 착공하여 1924년에 축성식을 가진 벽돌 건물이다.

* 낙산성당 – 1928년에는 1911년부터 44년까지 주임 신부로 재직한 투르뇌 신부의
은경축 행사를 갖기도 했다.

< 한티 >
- 팔공산 줄기의 막다른 골짜기 마을이다. 박해 당시 천혜의 피난처였던 이곳에
모여든 신자들은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우며 신앙생활을 계속하였다. 1862년
당시 경상도 일원을 맡았던 안주교는 “칠곡 깊고 험한 산골 신자촌에서 40여 명에게
성사를 주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교우들이 살던 흔적은 아직도 옹기굴과 집터로
남아 있어 신앙의 요람지였음을 증거한다.

* 유해만 확인된 무명 순교자 묘 – 한티는 한테라는 경상도 방언인데 함께라는 뜻이다.
첩첩산중에 함께 살며 열심히 수계생활하던 교우들이 1868년 대구 포졸들에게 체포
되어 모두 끌려가 순교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로써 이 마을은 쑥밭이 되었다.
이들 묘 가운데 어떤 묘에는 수십 명이 한데 묻힌 묘도 있다고 한다.

< 신천동복자성당 >
- 병인 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70년에 준공된 성당이다. 이곳에는 1868년
8월 14일 울산 동천 강변 장대벌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한 허야고버, 김루가,
이베드로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무진박해 때 언양의 가날 산중에 은신하여 목기를
만들며 살던 세 분과 그 가족들이 진영 포교에게 발각되어 순교했는데, 이들의 유해는
허야고버의 아내에 의해 월성군 산내면 진목정 안산에 모셔졌던 것을, 1932년에 대구
감천리성당 묘지로 옮겼다가 1973년 10월 19일 현 위치로 모셔 순교정신을 일깨워
주고 있다.

* 성당과 기념관 – 대구교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 기념관이 있다.
* 세 분 순교자 묘 - 성당 구내에 모셔진 십자가상 밑에 순교자의 묘소를 마련했다.
묘소 양 옆에는 기념비가 있으며 오른쪽의 순교자 묘비에는 순교과정이 약술되어 있다.

< 대구대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7개소) 계산 주교좌성당, 관덕정 순교성지, 복자 성당, 성모당, 신나무골, 진목정,
한티 순교성지

2) 안동교구(安東敎區)

- 안동교구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것은 꽤 오래다. 박해를 피해 심산유곡을 찾아서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며 신앙을 지키려던 시대, 상주 잣골에서는 1827년 정해박해를
피해온 신태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원래 전주에서 전교활동을 했는데, 박해령이 내리자
피신하던 중 전주 관헌에게 잡혔다. 이 사건 때문에 박해의 손길이 경북 일원에 뻗쳐서
신자들을 잡아 가두고 무참히 살해하였다. 1922년 대구교구 소속 퇴강 성당의 공소로
출발하여, 1924년 6월 1일 서정도(베르나르도) 신부가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하여
율세동에 초가를 마련하고 성사를 집행함으로써 안동성당이 창설되었다. 1929년 안막동에
성당을 신축하여 이전하였다. 1951년, 김수환 스테파노 신부가 5대 주임신부로 재임
하면서 6.25 동란으로 상처받은 교우들을 돌보기도 하였던 곳이 초기 안동성당이다.

- 1948년 이래 충남지방을 맡아 관리해 오던 파리 외방전교회에서는 1958년 6월 2일에
대구교구에서 다스리던 경상북도 안동 지방에 감목대리구를 두고 파리 외방전교회 한국
지부장이었던 알레르(河) 신부로 감목대리의 일을 맡아보게 하였다. 1965년 대전교구장
이었던 라리보(元) 주교가 그 직을 사임한 후 대전교구장으로 한국인 주교가 임명되자
1969년 5월 29일 안동감목대리구를 대구대교구로부터 분리시켜 정식교구로 승격,
설정하였다. 그리고 나서 조선교구 설정이래 한국교회의 전교를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지대한 공헌을 남긴 파리 외방전교회로 하여금 교구를 관리하게 하였다. 그 해 7월 25일
로마에서 성성식을 가진 뒤퐁(杜峰/두봉) 주교가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 문경 새재 >
- 한양으로 가는 영남의 관문이다. 천주교를 믿던 교우들은 박해 때 산세가 험한 이 문경
세재를 넘었고, 관문을 통과할 수 없을 때에는 수구문으로 드나들었다. 박해가 잠시
잠잠하던 1850년부터 1863년 사이에는 최양업 신부가 이 지역 교우들을 돌보던 중
과로로 문경 진안리의 어느 주막에서 선종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 박해 당시 관문으로 들어갈 수 없을 때 사용된 수구문 – 성벽 아래에 있는 이 수구문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 순교자 박상근 마티아 묘 - 문경 마원리는 병인박해 당시 피신해 온 교우들이 모여
화전을 일구고, 숯과 옹기를 구우며 살던 곳이며, 한실, 여우목, 호랑리, 건아기 등지와
함께 신앙의 고장이다. 그러나 마원 토박이 박상근은 문경에서 아전으로 있던 중 1866년
12월 21일 숙모 홍마리아와 함께 잡혀 상주에서 순교했는데, 그의 유해는 문경읍 마원
3리의 문중산에서 찾아 1985년 9월 마원1리의 현 위치로 옮겼다.
* 신앙고백비 – 당시 상주에 은거하던 교우 가운데 김도미니코라는 분이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신앙고백을 깊은 산중의 비석에 새긴 것이다. 얼른 보면 이 비석이 망부석처럼
보이지만 구조가 균형 잡혀 있고, 토속성을 보여주며, 예술성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천주와 교황, 주교, 신부, 그리고 교우를 위한 기도와 그의 가계를 새겼다.

< 홍유한의 고택(古宅) >
- 홍유한은 충청도 예산 출생으로 성호 이익의 문하생이 되었는데, 이익의 제자 가운데
가장 먼저 천주교 신앙 운동을 실천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주일을 지키기 위해
매월 7, 14, 21, 28일에는 일을 쉬며 묵상으로 하루를 지낼 정도로 수계생활을 했으며,
더욱 진실한 신앙생활을 위해 1775년부터는 소백산맥 및 순흥의 구구리로 가서 속세일을
전폐하고 기도와 묵상으로 지내다가, 1785년 60세를 일기로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에
안장되었다. 학자들은 당시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수세(水洗)는 받지 못하고,
화세(火洗)를 받았을 것으로 믿고 있다. 현존 홍유한 고택의 대문은 지방문화재로 지정
되어 있다.

< 노래산 >
- 청송군 안덕면에 위치한 이곳 역시 박해를 피해 온 교우들이 노래산 정상 부근에서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는데, 부지런한 그들은 외교인들보다 비교적 여유 있게 살았다.
그 후 1814년 여름의 대홍수로 기근이 들자, 이듬해의 을해박해 때 교우들의 재산을
노린 사람들이 관헌에 고발하였고, 관헌들은 1815년 3월 26일 부활축일에 교우촌을
급습하여 33명을 잡아갔는데, 1816년 12월 26일 대구 감영에서 참수형을 받은
사람은 고성대, 고성운 형제 등 7명이었다고 한다. 노래산에는 돌무덤이 12개가 있다
하여 12덤불이라고 부른다.

< 여우목 >
- 문경에서 8km 떨어진 중평리에 있었던 교우촌으로, 홍주 출신 이윤일 요한이 이주
하여 열심히 수계생활을 하던 중 병인년 겨울에 신자 30명과 함께 체포되어 문경,
상주로 이송되었다. 끝까지 배교를 교부한 이윤일은 사학의 두목으로 지목되어 대구
감영으로 이송되었으며, 1867년 1월 21일 남문 밖 관덕정에서 참수형을 받았다.

* 여우목 마을

< 진보 머루산 >
- 1801년 신유박해로 인하여 피신해 온 교우들이 태백산맥의 깊은 산골인 이곳에
신앙공동체를 이루었다. 그 후 1814년 여름의 홍수로 흉년이 들어 야단들일 때,
산골에서 화전을 일구며 열심히 살던 교우들은 다른 사람들 보다 비교적 윤택하게
살았다. 그런데, 청송 노래산의 교우촌과 거의 같은 시기인 1815년 부활축일 며칠 후
급습한 포졸들에 의해 많은 교우들이 체포되었으며, 1816년 대구 감영에서 순교하였다.

* 머루산의 옛 교우촌 자리

< 안동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6개소) 마원(복자 박상근 묘), 신앙고백비, 여우목, 우곡, 진안리, 홍유한 고택지

3) 청주교구(淸州敎區)

- 청주교구는 1801년 신유박해를 피하여 은신처를 찾던 수많은 교우들이 배티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교우촌을 이루고 신앙생활을 하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1849년 12월 3일, 상해에서 서품된 최양업 신부가 귀국하자 장주교는 곧장 진천군
백곡면 동골공소를 중심으로 전교하라는 명을 내렸다. 최신부는 삼박골에 기거하면서
배티를 사목하는 한편, 경기, 충청, 강원, 황해도 일대를 누비며 전교하였다. 병인박해
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교세도 날로 확장되어 갔다.
1882년 이후 신교(信敎)의 자유가 어느 정도 허용되자 여러 곳에 공소가 생겨 신자수는
점점 늘어갔다. 1896년 감곡에 부이용 신부가 성당을 건립함으로써 이 지방에 정식
으로 교회가 생겨 첫 본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8.15광복 이후 북한지역에서의 선교가 어렵게 되자 서울교구장 노기남 주교는
교황청의 인가를 얻어 1953년 9월 1일 서울교구 안에 충청북도 감목대리구를 두기로
하고 광복 이전 평양교구를 맡아보던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로 하여금 이 지방을 맡아
보게 하였다. 6.25동란 때 종군신부로서 제주도 포로수용소에서 공산군 포로들을 감화
시키는데 많은 공을 세운 파디(파) 신부를 그해 6월 16일 감목대리로 임명하였다.
충청북도 감목대리구는 1958년 4월에 청주대목구로 독립하게 되고 피디 신부는 청주
교구 초대 대목으로 임명되었다. 그 후 1962년 3월 10일 정식교구로 승격되어 그 해
7월 25일 파디 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되었다.

< 배티 >
- 차령산맥 줄기를 따라 북으로는 제천, 배론, 원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안성, 용인,
서울로, 남쪽으로는 목천, 공주, 전라도로, 동쪽으로는 문경세재로 이어지는 골목이다.
그 위에 산이 깊어 천혜의 피난처가 되었으므로 백곡공소, 용진, 정삼이골, 삼박골,
은골 등이 신자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박해를 피해 들어온 교우들은 병인년까지는
비교적 평화로운 신앙생활을 했으나, 1866년 박해 때 미처 피난하지 못하고 잡혀감
으로써 많은 순교자를 냈다. 그리하여 잿님골에는 2기의 순교자 묘와, 순교자묘로 추정
되는 또 다른 7기의 묘를 비롯하여 이 주변에만 21기의 순교자 묘가 있다.

* 순교현양비 - 교통의 중심지던 배티는 동네 어귀에 꿀배나무가 많은 배나무 고개이므로
순우리말로 배티라 부른다. 이곳에는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가 최초로 사목
하던 동골마을이 있으며, 베르뇌 장주교가 3개월, 칼레 강신부가 1년 남짓 활동했다.
이곳에서 순교하신 분들은 30명에 이르나, 무명 순교자들도 많았다.

* 무명순교자 묘소 * 성모 동산

< 연풍 >
- 문경 세재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내포지방 교우들이 오래 전부터 피난 와서 교우촌을
이루었는데, 최양업 신부의 전교 행적이 서려 있는 곳이며, 순교자 황석두와 이윤일의
출생지기도 하다. 연풍은 대체적으로 형굿돌에 의한 교수형 또는 참수형이 많았는데,
배론신학당에서 신신부를 돕던 전바오로는 양인과 교제했다는 죄목으로 형굿돌에 목이
메이는 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 연풍 성지 내의 순교 지점에 세워진 대형 십자가 – 이 십자가는 교회사가 오기선
신부가 기증한 것으로 1981년 5월 13일에 세워진 한국 최대의 십자가다.
* 옛 포도청 – 1963년 수안보성당에서 연풍공소 건물로 매입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건물은 1691년에 세워진 포도청이었다 한다.
* 형굿돌 – 일명 돌 교수대라고 한다. 직경 1m, 둘레 5m인 바윗돌로 앞지름 20cm,
뒷지름 6cm인 구멍이 가운데에 뚫려 잇다. 목을 맨 밧줄을 이 구멍으로 넣고, 반대쪽에서
잡아당겨 소리 없이 죽이던 형구로 치명터 부근에서 발굴된 것이다.
* 갈매못에서 순교한 5인 성인상 – 서울로 압송되던 도중 충남 아산군 응봉면 삼거리에서
포졸들로부터 술과 떡을 대접받고 있다.

< 청주 서운동 >
- 서운동 순교지는 청주시 한복판을 흐르는 무심천가에 있는데, 조선 왕조말 청주목
관하의 중죄인 처형지였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연풍의 전교회장이던 추순옥을 비롯
하여 청주 주변에서 체포된 교우들이 현재의 도청자리인 옥터에 끌려나와 참수형을
받고 장렬하게 순교하였다. 당시의 사형 터에는 지금 개신교의 제일교회가 들어서 있는데,
이 교회 안에는 미국인 나신부가 선교했다는 선교기념비가 있다.

* 미국인 나신부 선교비 – 비의 앞면에는 ‘로간 부인 긔렴비’라 쓰여 있고, 비문은
디음과 같다. ‘미국의 신부인 조선에 건너와서 봉승한 상례명령 진충 갈력하였네.
우리 민족 구원하려 교육 구제 힘 다해 십이 년여 일 종사, 조선 별세 천당으로’
* 개신교의 제일교회

< 청주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3개소) 매괴 성모 순례지, 배티 순교성지, 연풍 순교성지

4) 부산교구(釜山敎區)

- 부산지역에 최초로 복음이 전해진 것은 1889년 입국하여 이듬해 부산으로 내려온
조조(조득하) 주교의 활발한 사목활동에 의해서였다. 사실 천주교에 대한 탄압과 박해는
교우들을 전국으로 흩음과 동시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이중의 역할을 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와 그 후의 여러 박해를 피해 경상도 지방으로 내려온 교우들이 대구, 칠곡,
성주를 거쳐 김해, 양산, 밀양, 동래, 울산 등의 깊은 산중으로 몸을 숨겼고, 1839년의
기해교난과 1846년의 병오교난으로 기호지방의 신자들이 이 지역으로 밀려오면서 부산
지방은 박해 받는 교우들의 귀착지가 되었다.

- 부산지방이 처음으로 박해를 겪은 것은 병인박해 때다. 대원군이 척사비를 세울 무렵
교우 박근기 등이 일본인 교우들과 접촉을 시도하려다 발각되면서부터 수영 장대벌과
울산 장대벌은 하루아침에 천주교 신자 처형지로 둔갑했다. 피의 역사로 점철된 부산
지방은 1954년 6월 18일 감목대리구로 설정하고 서정길 신부를 감목대리로 임명하였다.
1957년 1월 21일에는 마침내 부산대목구가 설정되고 초대 감목에 최재선 신부가 임명
되었다. 그해 5월 30일에 최감목은 주교로 성성되었고 대구교구의 경남 일원을 완전히
이양받았다. 1962년 한국 가톨릭이 포교지구에서 정식 교계제도를 설정함에 따라 정식
교구로 승격되어 그해 7월 17일 최재선 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되었다.

< 오륜대 >
- 부산의 순교자를 모신 이 지방 최대의 성지다. 1868년 남연군 묘 도굴사건으로
대원군의 증오심이 더욱 가증될 즈음, 부산에서는 소위 박근기사건이 터져 사학 무리
체포령이 내렸다. 이때 동래의 전교회장 이정식 일가 등이 동래부사에게 끌려가 군문
효수되었는데, 본래 유해는 명장동에 있는 갈멜 수녀원 뒷산에 묻혔다가 1977년
이곳에 모셨다. 오륜대에는 이들의 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들의 순교정신을 기리고
함양하기 위하여 한국 순교복자수녀원, 순교자기념관, 기념성당이 설립되었다.

* 박해시대 이 지방의 목자들 – 안주교, 리델 이신부, 그리고 최양업 신부의 초상과
업적이 새겨져 있다.
* 8명의 순교자 묘소 – 이정식, 이삼근, 박소사, 이관복, 차장득, 양재현, 이월주,
옥소사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 신자들을 처형하던 형구(오륜대순교자기념관) - 천주교신자들로 하여금 베개를
베듯 눕게 한 후 위에 매달려 있는 무거운 나무토막을 떨어뜨려 죽였다.

< 살티 >
- 1860년대 첫 공소인 간월공소에 살던 교우들이 산세가 험하고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피신하여 와서 이룩한 교우촌이다. 그러나 산이 깊은 만큼 맹수들이 들끓어
교우 중에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건도 있었다. 이곳에는 간월골 교우인 김베드로의
묘가 있다.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을 지켜온 살티 마을은 교우인 현재 14가구 전부가
교우들이며 5명의 성직자를 배출한 성소마을로 알려져 있다.

* 김베드로 묘 – 그는 1866년 병인박해 때 허야고버 등과 함께 체포되어, 허야고버 등
3인은 울산 장재벌에서 순교하고, 그는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반주검이 되어 방면
되었으나 3년 만에 죽었으니, 장하치명자라 한다.
* 살티공소의 내력을 적은 비문 – 1982년 7월 25일에 세웠다.
* 살티공소 – 천주교당이라 새겨진 비석이 있다.

< 울산 장대벌 >
- 허야고버, 김루가, 이베드로 등이 이곳에서 순교하였다. 장대에서는 주로 군문효수형이
집행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천주교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고, 증오심을
갖게 하였다.

* 울산 장대벌에 세워진 순교자 현양비 – 자연석을 이용하여 현양비를 세웠고, 그 옆에
순교자 사적을 적은 비를 따로 세웠다.

< 수영장대벌 >
- 1868년 당시 부산 동래에는 경상 좌수영이 있었고, 사형장인 장대(將臺)가 있었다.
병인박해 때 잡힌 부산의 이정식, 이관복, 박소사 등이 수영장대에서 처형되어 그 목이
장대에 높이 매달렸다.

* 피의 형장이던 수영 장대벌 – 현재 현대식 주택이 들어서 있으나, 극형지의 내력을
아는지 장깃대를 세웠던 곳만 빈터로 남아 있어 감회가 새롭다. 당시 장대를 세웠던
주춧돌은 현재 광안 천주교회 한국 순교복자성당 뜰에 있다.

< 부산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8개소) 김범우 순교자 성지, 병영장대(울산 병영), 살티 공소, 수영장대, 언양 성당,
오륜대 순교자 성지, 죽림굴(대재 공소), 형제 순교자 묘

5) 마산교구(馬山敎區)

- 마산교구는 비교적 늦게 복음의 씨가 뿌려진 곳이다. 이 지방도 박해를 피해 각지에서
숨어 들어온 교우들을 통하여 복음이 전해졌다. 다만 자주성이 강했던 이곳 주민들은,
피난온 신자들을 알아낼 때마다 조롱하면서 편히 살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아 전교
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진주 지방에서는 구다두, 정안토니오 등 6명, 통영지방
에서는 유말구, 이요한 등 5명, 그리고 진영 지방에서는 신말구, 김사집 필립보, 박노렌조
등이 순교하였다. 마산 지방의 특색은 순교자들 대부분이 선산에 가지 못했고, 그 가족
들도 타관생활을 하였음인지 순교자들의 묘소가 주된 성지다.

- 마산교구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은 주로 마산을 중심으로 한 경상남도 일부다.
1957년에 대목구로 승격된 부산교구에 속해 있던 마산 지방은 교세가 확장됨에 따라
1966년 2월 15일 부산교구 소속의 일부 지방을 떼어 받아 마산교구로 분리, 독립하였다.
이때<가톨릭시보>의 편집인이던 김수환 스테파노 신부가 초대 교구장에 임명되었고,
김수환 교구장은 그해 5월 31일에 주교 성성식을 가졌다. 그러나 1967년 3월 27일
서울대교구의 노기남 대주교의 사임에 따라 1968년 4월 27일에 마산교구장인 김수환
주교가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에 공석이 된 마산주교좌는 1968년 8월 3일에
장병화 신부가 임명되어 그해 10월 7일에 성성식을 갖고 정식으로 교구장에 취임했다.

< 신말구 >
- 밀양 명례리에서 누룩장사를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던 그는, 1866년 1월 웅천 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금의 김해군 한림동 가산동에서 체포되어 대구 감영으로 이송
되었다. 그는 감영에서 온갖 혹형을 받고 배교를 강요당했지만, 끝까지 신앙을 지켜
그해 음력 2월 27일 39세를 일기로 순교하였다.

* 신말구의 묘 – 그의 아들 신이냐시오는 포교에게 돈을 주고 부친의 시신을 찾아
명례리에 모시려 했지만, 지방 토호들의 반대에 부딪혀 고향에 묻히지 못하고 장방리
노루목에 안장되었다가, 지금의 진영 본당 묘지로 옮겼다.

< 구다두 >
- 함안 미나리골의 중인계급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병인박해 직전에 리델 이신부의
복사로서 거제도까지 가서 전교한 일이 있으며, 병인박해 때 진주 포교에게 체포되어
무수한 매를 맞고 풀려났지만, 7일 만에 선종하였다. 그의 유해는 1976년 9월 지금의
대산면 가등부락 뒷산으로 옮겨졌다.

* 구다두의 묘 – 23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한 구다두는 신씨 선영 모퉁이에 묻혀 오랫동안
고총으로 버려졌지만, 지금은 비석과 함께 제대도 마련된 곳에서 순교자로 공경 받고 있다.

< 조씨 형제 묘 >
- 오랫동안 조씨 형제라고만 구전되어 온 이들 순교자는 창녕 조씨 김해파 묘우당의
후손인 조대연의 5형제 중 셋째 석중, 넷째 석정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1868년
가락면 상덕리에서 체포되어 동래 감영으로 압송되었다가 이듬해 초 참수되어 순교하였다.

* 조씨 형제 묘 – 이분들은 문중의 반대로 선산에 묻히지 못하고 조씨 선산 앞에 있는
배씨 선산 가까이 있는 마을 뒷동산에 묻혔다.

<순교자 박노렌조 >
- 1799년 진영에서 태어나 형 대훈과 함께 1835년 6월에 체포되어 대구 감영으로
압송되었으나 형은 배교하여 풀려나고, 노렌조는 순교의 길을 택하였다. 가족들은
뇌물을 바쳐 그를 구하려고 애썼고, 근 형리에게 뇌물을 주고 빨리 순교하기를 원했다고
전해온다. 그는 1835년 8월 27일 순교하였다.

* 박노렌조의 묘 – 당시 많은 순교자들이 그러했듯이 그 역시 문중 반대로 선영에
묻히지 못하고 지금의 진영 터널 위 챗골에 묻혔는데, 1966년 4월 15일에야 순교비가
세워졌으며, 본명 역시 후일에야 불려졌다. 살아생전에는 천주학쟁라 해서 고난을
받았고, 죽어서는 순교자라 하여 문중에서 외면당했지만, 지금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 장안토니오 찬문 >
- 1822년 부친 정서곤과 모친 울산 김씨 사이에 태어난 양반집 자손이다. 그는 결혼 후
아내 윤씨의 권고로 입교하여 13년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였음은 물론 전교활동에도
매진한 결과, 교우들뿐만 아니라 외교인들까지도 그의 참된 모습을 칭송했다고 한다.
1866년 12월 20일 진주옥에서 순교하였다.

* 중촌마을 무두묘 – 즉 머리는 없고 몸통만 묻혔던 그의 묘는, 그 지방 일대에서
무두묘라고 전해오던 것을 정안토니오의 묘임을 확인하여 순교성지로서 단장하게
되었다. 그의 아내 윤씨는 남편의 순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나, 친지들의 구박
때문에 고향을 등졌다 한다.

< 윤요셉 >
- 1848년 동래 안락동에서 윤사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대원군의 박해로
가산을 몰수당한 그의 부친은 가족을 이끌고 거제도로 피신해 살았다. 윤요셉은 형
경문과 함께 전교회장직을 맡아 각지로 다니며 전교했는데, 그가 붓장사를 하면서
교리서를 붓대롱 속에 감추고 다닌 일화는 특히 유명하다.

* 윤요셉의 묘 – 1888년 김보록 신부가 와서 15명에게 영세를 준 뒤 한 달쯤
지나서 체포되었는데, 사학의 괴수로 지목되어 참혹한 형을 받고 1888년 2월 22일
옥 담장널판지 밑으로 넣은 올가미에 교살되었다. 그의 묘는 지금 옥포 족박골에 있다.

< 마산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6개소) 명례, 복자 구한선 묘, 복자 박대식 묘, 복자 신석복 묘,
복자 윤봉문 요셉 성지, 복자 정찬문 묘

[ Ⅲ. 광주관구(光州管區) ]

- 광주관구는 1962년 3월 10일 한국 천주교가 포교지의 교구제도에서 정식 교계제도로
설정되면서 서울, 대구, 광주가 대교구로 승격되었던 때에 광주대교구는 전주교구를
산하에 두는 광주관구로 성립되었다. 1831년 9월 9일 설정된 조선대목구에서 1911년
4월 8일 서울과 대구 대목구로 분리된 이래, 1937년 4월 13일에 대구대목구에서 전주
지목구, 광주지목구로 독립, 분리되었다. 1957년 1월 21일에는 이들 지목구가 광주
대목구와 전주대목구로 승격되었으며, 1971년 6월 28일에는 광주대교구에서 제주
지목구가 분리, 설정되었다. 1962년 3월 10일 광주대목구는 광주대교구로 전주대목구는
전주교구로 승격되면서 광주관구가 성립되었고, 1977년 3월 2일 제주교구가 승격되어
오늘에 이른다.

1) 광주대교구(光州大敎區)

- 광주대교구는 현재 전라남도 지방을 관할하는 교구로서 대구대목구로부터 1937년
4월 13일 분리되어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는 지목구로 설정되었고, 그 당시 이
지방에 진출하여 전교를 맡고 있던 에이레의 성 골룸바노회에 그 관리를 위임하였다.
한국교회의 창설자의 한 사람인 호남의 사도로 불리는 유황검에 의해 일찍이 많은
사람들에게 천주교가 전파되었다. 이 지역은 계속되는 박해 때마다 많은 순교자를 배출
하였다. 특히 곡성 당고개에 살던 교우 한 사람의 불미스런 언행은 조선 전국을 박해
도가니로 몰아넣은 정해박해의 진원이 되었다.

- 당초 교구장 대리를 역임한 바 있는 헨리(玄) 지목은 자신의 헌신적인 전교활동으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 더구나 관할구역인 제주도 전교에도 힘써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여 1956년 8월 21일에는 제주도의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여 감목대리구로 설정
하기에 이르렀다. 1957년 1월 21일 광주지목구가 대목구로 승격되자 헨리 신부는
그해 5월 11일 미국 보스턴에서 성성식을 갖게 되었다. 1962년 3월 10일 교계제도의
설정과 동시에 대교구로 승격되면서 헨리 주교도 대주교로 승품되었다.

< 강진 >
- 조선말 실학파의 거두인 다산 정약용이 1801년 신유박해 때 유배되어 18년간 은거
생활을 한 곳이다. 28세 때 문과에 급제하여 승지까지 지냈고, 형인 정약전, 약종과
더불어 강학회를 여는 등 연구 활동을 하며 신앙을 키웠다. 그러나 그는 진산사건이
화근이 되어 귀양살이를 했는데, 그가 기거하던 초당에서 ‘목민심서’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는 신앙과 현실사이에서 많은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유배지에서 풀려난
뒤에는 지난날을 반성했으며, 1836년 유방제 신부로부터 병자성사를 받고 선종할
때까지 수계생활에 충실했다고 한다.

*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비 - 강진은 다산의 외가가 있는 던 마을로, 그를 죄인으로서
보다 학자로 맞아들여 학문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유적비는 다산초당복지
위원회가 다산이 머물던 옛정을 기리기 위하여 1974년에 세운 것이다. 그는 1836년
2월 종부성사를 받고 75세에 선종하였다.
* 다산 초당 – 이곳은 다산이 기거하던 곳으로,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인데, 그와는
서로 각별한 사이였다.
* 정약용이 각자(刻字)한 ‘丁石’ - 강진역서의 유배생활 중 다산 초당 뒤의 암벽에 손수
새긴 글씨다.

< 곡성 당고개 >
- 전남 곡성읍 승법리에 위치해 있는데, 우연한 사건으로 큰 박해가 일어나게 된 정해
박해의 진원지다. 옹기점촌인 이곳 주민 대부분은 신자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순교자의
아들이며 주사가 심한 한백겸도 있었다. 정해년 2월, 옹기가마를 증축하여 처음으로
그릇을 꺼내는 날 잔치가 벌어지자, 술에 취한 한백겸이 주모에게 투정하여, 급기야는
욕을 퍼부으며 난타를 하였다. 당시 예비자이던 주막집 주인 전씨는 자신이 가지도
있던 종교서적을 들고 곡성 현감에게 가서 고발함으로써 박해는 여러 지방으로 번져
나갔다. 이로 인하여 전주 감영에 이송된 신자가 240명이었는데, 그들 중 대다수가
예비자였던 때문인지, 이때만큼 배교자가 많았던 박해는 일찍이 없었다 한다. 이 박해로
순교한 분들은 전국적으로 15,6명에 달한다.

* 곡성성당 – 당시의 객사 자리에 들어서 있으며, 그 앞에 옥터가 있었다. 그러나 향토
사학가들은 성당터가 옥터라고 하였다.
* 정해박해의 발상지인 주막터 – 현재의 승법리로 당시에는 이곳에 점골 마을이 있었는데,
지금은 밭으로 변하여 당고개 점골 마을 풍취는 찾을 길 없다.

< 나주 무학정 >
-이곳은 광대교구 유일의 순교 성지다. 전북 용담 출신의 강영원 바오로가 정읍에서
체포되어 여기에서 1872년 1월에 백지사형으로 순교한 것을 시작으로, 전북 무장
암터에 살던 유치성과 장성 삭병리에 살던 유문모도 1871년 옥사하였다.

* 금산초등학교 교정 – 나주 무학정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노안성당 – 광주대교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의 하나이다. 이 지역에 복음의 씨앗이
크게 꽃피게 된 경위는 병인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이주한 정낙 요한의 활동이 계기가
되어, 1904년 투르뇌 여신부가 나주읍보다도 30년 일찍 노안성당을 세웠다.

< 목포 산정동 성당 >
- 1898년 뮈델 주교의 명에 따라 데사에 조신부가 20여 평 규모로 건립했던 목포성당의
후신으로서, 1949년 광주교구장으로 취임한 안바드리시오 몬시뇰은 이 성당을 광주
교구의 요람지로 만들려고 애썼던 분이다. 목포항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성당은 광주
대교구가 되기 전까지는 주교좌성당이기도 했던 전통 있는 성당이다.

* 순교기념비 – 6.25당시 북괴군에 의해 끌려가 피살된 광주교구장이신 안바드리시오
몬시뇰, 산정동 주임신부였던 고토마 신부, 산정동 보좌신부였던 오요한 신부의 순교
기념비다. “하늘의 천사도 날개를 접고 절하리”라는 비문이 애절한 사연을 말해 준다.

< 몽탄 >
- 호남 최초의 신부인 이내수 아오스팅 신부는 1862년에 태어나 1897년에 사제로
서품되었으나, 불행하게도 결핵으로 병마와 싸우다가 사제서품 3년만인 1900년 12월
20일에 별세하였다. 이 신부의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으나 페낭에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다리목 출신으로 무안 우적동에 처음으로
부임하여 활동하던 중 병을 얻었다고 한다.

* 이신부의 묘소 –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목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주님의 품으로
가신 신부님의 유해는 당신의 첫 부임지 성당 구내에 있다. 이신부의 고향은 몽탄공소에서
산내를 거쳐 4km의 산길을 따라 가노라면 나타나는 우적동 마을이다.

< 광주대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4개소) 다산 초당, 산정동 성당, 순교자 기념 성당, 옥터(곡성 성당)

2) 전주교구(全州敎區)

- 전주지방은 1784년 호남의 첫 사도인 유항검을 통하여 복음의 씨가 뿌려진 이후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호남 전역의 중심이요 으뜸가는 성지가 있는 지역이다. 진산
사람인 윤지충이 서울에서 김범우의 전교로 세례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와 활동함으로써
전라도에서도 천주교가 급속하게 전파되어 갔다. 1791년 윤지충과 그의 사촌 권상연의
순교는 전라도를 첫 번째 순교지로 만들었다.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 거듭되는
박해로 유항검, 유종선과 이루갈다 동정 부부 등의 순교자가 배출되었다. 1886년 한불
수호조약이 체결됨에 따라 전라도는 옛날의 영광을 되찾아 교세가 나날이 늘어났다.

- 1911년 대구교구가 분할, 독립하자 전라도는 대구교구에 속하게 되었다. 그 뒤
교세가 더욱 늘어나서 1931년 즉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이 되는 해 전라남북도를
장차 자치교구로 키우려고 감목대리구로 설정하고 초대 감목대리로 김양홍 신부가
임명되었다. 1937년 3월 13일 전라남북도 감목대리구 모두가 지목구로 승격되었다.
1957년 1월 21일에는 전주 지목구가 대목구로 승격되었고, 그해 5월 21일 김현배
신부가 초대 주교로 승품되었다. 1961년 1월에는 한공렬 신부가 4대 교구장으로
임명되어 그해 3월 12일에 로마에서 성성식을 가졌다. 1962년에는 교계제도의
설정에 따라 정식교구가 되었다. 전주지방의 전교 역사는 한국교회의 역사와 거의
같은 시기로 볼 수 있다. 1891년에는 호남의 첫 성당인 전주 전동성당이 설립된 것을
필두로 배재(1893), 되재(1894), 수류(1895), 나바위(1897), 어은동(1900)
성당이 설립되는 등 전주교구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다.

< 치명자산 >
- 동정부부 이루갈다와 유요한 등 일가 6명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루갈다의 유해는
처음 유씨 소유인 완주군 이서면 호남리에 묻혔다가 1920년 전동의 라쿠르 신부에
의해 중바위에 이장되었는데, 유해는 모두 머리뿐이었다고 한다. 제5대 조선교구장
안주교는 그녀를 가리켜 “조선의 순교자중 우뚝 솟은 하나의 진주”라고 하였다.

* 치명자산이라고 불리는 중바위 – 원래 순교지는 아니지만,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된 동정부부 이루갈다와 유요한의 시신을 교우들이 수습하여 완주군 이서면 남계에
모셨다가, 1920년경 구신부가 루갈다 가족 6분의 유해를 이곳에 안장하였다. 지금은
전주 최대의 성지가 되었다.
* 이루갈다의 가족 묘소 - 이곳이 순교 터는 아니지만, 동정부부 순교자 묘소를 찾는
순례자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이 묘소에서는 수많은 기현상이 일어나는 등 많은
일화가 전해 온다. 이루갈다는 옥중편지를 남겨 빛나는 신앙을 엿보게 하였다.
* 성모상으로 보이는 자연 기암 – 치명자산 정상에 있는 이 바위는 정면에서 볼 때와
오르기 전 고갯목에서 보면 다른 형태로 보인다고 한다.

< 풍남문 >
- 1768년 영조 때 건립된 옛 전주읍의 성문으로 지금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지만,
천주교인들에게는 순교성지로서의 의의가 더욱 크다. 1791년, 소위 진산사건의
주역인 윤지충과 권상연을 참수형에 처한 뒤 일벌백계의 의미로 그들의 머리를 풍남문
누각에 높이 매달았던 한스러운 문으로 신자들은 기억한다. 풍남문은 전동성당과
지척 간에 인접해 있다.

* 풍남문 – 순교자의 머리를 누각에 매달았던 풍납문의 사연은 정조 임금의 하교가
늦어 더욱 애달프다. 당시 정조가 윤지충과 권상연의 사형 결정을 후회하고 귀양
보내라는 하교를 내렸는데, 하교가 전달되기 전에 이미 사형이 집행되었다 한다.
* 숲정이 순교지 기념비 – 이루갈다를 비롯한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하여 당시 사형장에 십자가기념비를 세웠다.

< 초록바위 >
- 현재 전주시 다가공원 내에 있는 순교성지다. 병인박해 때 서소문 밖에서 참수당한
남종삼과 홍봉주는 일가멸문의 화를 입었으니, 남종삼의 부친 남상교는 공주로 유배
되고, 부인 이소사는 창녕으로 귀양 갔으며, 아들 남명희와 홍봉주의 아들은 아직
미성년이었으므로 전주감영으로 끌려가 옥살이를 하다가 성년이 되자, 남문 밖 전주천
건너편 이곳 바위 위에서 처형되었다.

* 다가공원으로 바뀐 초록바위 – 당시에는 바위 아래로 개천이 흘러, 이 바위에서
죄인들을 물속으로 떨어지게 하여 죽일 만큼 깊었다고 한다. 한편, 홍봉주의 조부
홍낙민은 1801년, 부친 홍재영과 모친 정소사는 1839년 기해박해, 그리고 자신과
아들은 병인박해 때 순교하니, 일가 4대가 순교한 셈이다.

< 진산 형방 >
- 현재 충남 금산군 진산면 진산국교 부근에 있는데, 당시 전라도 진산군의 형방이었다.
교우 윤지충은 외사촌인 공주의 권상연과 함께 상의하여 모친상의 제사를 없애고
신주를 불태워 땅에 묻자, 이를 안 친척과 이웃들이 무군무부의 불충불효자로 고발하여
한양의 조정뿐 아니라 천주교도들에게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이 진산사건의 여파로
인하여 신유박해가 일어났다.

* 진산 형방 – 윤지충과 권상연은 각각 경기도 광주와 한산으로 피신해 있다가 결국은
진산 현감에게 자수하여 이곳에 갇혀 지냈다. 그 후 그들은 전주감영으로 이송되어,
1791년 11월 13일 윤지충 바오로는 33세, 권상연 야고버는 41세를 일기로 참수
되었다 지금은 이 건물이 경로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 천호 >
-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에 있는데, 다리실, 용추내라고도 불리는 천호마을에
조성된 성지다. 이 마을은 1830년대부터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마을
70여 가구 중 한 가구를 제외하고 모두 신자다. 험준한 산속에 위치한 이곳 신자들은
담배 재배나 숯을 구워 파는 일 외에 소작이나 고용살이로 생업을 삼고 신앙을 지켜
나갔다.

* 천호 피정의 집 – 사제들과 교우들이 찾아와 박해시대의 선배들의 신앙을 상기하며
자신의 신앙을 점검한다.
* 성 손선지를 비롯한 순교자 묘 – 이곳에는 손선지 외에도 7명의 묘와 무명 순교자 묘
5기가 있다.

< 되재 >
- 신교 자유의 여명기에 설정된 지방 전교의 중심지로 전주 대성동 및 금구 배재와
함께 호남 교회 발상의 3대 원류다. 당시는 박해가 채 가시기 전이었으므로 피난 겸
은거하기에 알맞은 되재로 교우가 많이 모여들어 교우촌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1893년 차돌박이(현재 백석)에 거쳐하면서 전교하던 비예모 우신부가 목조 기와
지붕의 한식 성당을 1895년에 완공하고 뮈텔 주교가 축성식을 거행한 성당이었으나
6.25 때 전소하였다. 지금은 교우들이 정성을 모아 그 자리에 되재공소를 세웠다.

* 되재공소 – 옛터에 교우들이 정성을 모아 세운 것이다.
* 수청리공소 – 고산성당의 전신으로 무명 순교자 묘가 있다.

< 여산 >
- 박해를 피해 피난 온 충청도 교인들에 의해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으며, 병인박해
이후 이어진 순교행렬이 호남 천주교회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병인박해 때 여산의
감옥은 잡혀온 교우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갖가지 형태로 참혹하게 순교하였는데,
동헌 앞마당에서는 백지사, 현재 여산국민학교가 있는 옥에서는 굶주림과 장살 등의
옥사, 숲정이와 장터에서는 교수나 참수, 심지어 궁터에서는 교인들을 화살의 표적
으로 삼기도 하였다고 전해 온다. 치명일기에 의하면 1868년 무진년 한 해의 순교자만
22명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고산 넓은 바위에서만도 13명이 순교하였으니, 이곳에도
신자들의 신음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 순교자 기념비 – 여산 옥에 갇혀 잇던 교우들이 얼마나 굶주렸던지 사형집행을
받으러 풀밭으로 끌려나오자 정신없이 풀을 뜯어 먹었다고도 전해온다. 숲정이를
중심으로 사발 모양으로 아늑한 여산에서는 뒷말 치명터, 여산 숲정이, 우시장, 옥터,
배다리 등이 형지로 이용되었고, 동헌에서는 고문이 자행되었다.
* 동헌 – 당시 백지사(白紙死)의 현장이다. 마당에 나무 말뚝을 박고 여기에 교우들을
앉혀 묶은 다음, 그 얼굴에 물을 뿜어 백지를 붙이고 나사 다시 물을 뿜어 질식사시켰다.
지금은 대원군이 세운 화강석 척화비가 보존되어 있다.

< 나바위 >
- 나바위는 익성군 망성면 화산리를 옛 이름으로 김대건 신부가 1845년 10월 12일
귀국하여 첫발을 내디딘 감격어린 곳이다. 바위가 드러나 있어 선착장으로 이용되었다는
말에서 유래된 바위는, 1897년 용안군 안대공소에 기거하면서 나바위 지역을 사목
하던 베르모렐 장신부가 동학란으로 폐가한 김여산의 집을 사들여 성당으로 사용하다가,
1905년 순 한국식 목조기와 건물로 성당을 지었다. 이 성당 건립에 쓰인 목재는 부여
에서 운반해 왔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외부는 다소 개조되었으나, 성당 내부는 남녀
칠세부동석의 풍속에 따라 남녀 교우를 구별하여 출입구는 물론 좌석도 칸막이로 구분해
놓았는데, 지금도 그 풍속이 잘 지켜진다고 한다. 이 성당 건물은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 황산포 – 1845년 10월 12일 밤 김대건 신부가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돌아온 곳이다.
* 김대건 순교비
* 나바위성당 – 화산성당이라고도 하며, 예수 성심을 주보로 하고 있다.

< 전주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11개소) 나바위, 되재 성당, 서천교, 숲정이,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 전동 성당,
천호, 초남이, 초록바위, 치명자산, 풍남문

3) 제주교구(濟州敎區)

- 제주교구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백서사건으로 이곳으로 귀양 온 황사영의 처 정마리아와 아들 황경헌에 의해 이 지방이
천주교와 인연을 맺었을 것이지만, 1898년 대정골 사람 양용항이 육지를 내왕하다가
베드로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이 시초로 여겨진다. 그 후 1899년 뮈텔 민주교의
명에 따라 페이네 신부와 한국인 김원영 신부가 와서 전교하면서 교우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또 귀양살이하던 이용호, 이범주, 장윤선 등도 입교함으로써 제주도의 천주교는
날로 발전해 갔다. 그러나 1901년 뜻하지 않은 민란에 의해 700여 명의 교우들이
희생된 대참사가 일어났다.

- 이 민란은 20여 일만에 진압되었으나, 사상자들의 유해는 4년 뒤에야 적절한 매장지를
찾음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 후 다시 서울에 머물던 구마샬 신부와 문제만 신부가 오고,
목포로 피신했던 40여 명의 교우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활기를 띠게 되었고, 1902년
9월 23일 내도한 임신부의 맹활약으로 제주의 천주교는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다.
제주도에는 1899년 배가오로 신부, 김원영 신부에 의해 서귀포 홍노성당이 설립되는
것을 시발점으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다가, 1971년 6월 28일 제주지목구, 1977년
4월 23일 제주교구로 승격되었으며, 그해 5월 31일 착좌식을 거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관덕정 >
- 조선시대 군인들의 연무장에 세워진 건물로, 1901년의 제주교난 때 170여 명의
교우들이 순교한 현장이다. 천주교신자들에게는 통한의 장소다.

< 제주성 >
- 민란 당시인 1901년 5월 11일 황사평에 모인 폭도들로 인해 위협을 느낀 교우들이,
제주성내를 수비하기 위하여 목사에게 무기고를 열도록 요청함으로써 신자와 폭도간의
직접 충돌이 벌어진 곳이다. 5월 12일에는 더욱 극열하게 움직여 제주성 공격을 결의
했고, 16일에는 완전히 포위했으며, 이때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져 엄청난 사상자를 냈다.

* 제주성곽 – 1418년에 축조된 성으로, 제주민란 때는 이 성벽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당시 제주 목사 김창수는 구신부와 함께 폭도들을 해산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허사였다. 20영일간이나 포위했던 폭도들은, 일본인으로부터 공급받은
총검으로 동족인 천주교신자들을 무참하게 죽였다.

< 황사평 >
- 신축교난 또는 제주교난 때 희생된 수많은 순교자들의 묘가 있다. 이 사건의 원인
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1) 봉건사회의 붕괴과정에서 지도계급에 대한 민중의 항쟁이
천주교에 과녁을 맞추었다. 2) 일본이 한국을 독식하려고 프랑스인들을 내모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3) 일부 신자들이 도민의 원성을 샀다. 4) 신목과 신당을 없애는 토착문화와의
갈등이 빚은 참사다.

* 신축년 순교자의 묘 – 20여 일간 계속된 민란 중 두 700여 명의 신들이 살해되었다.
이들의 유해들은 사라봉 밑에 버려졌다가, 1904년 말경에야 비로소 이곳 황사평
(아라동)의 매장지에 안장된 것이다.

< 별도교 >
- 민란 사상자들의 시체가 방치되었던 곳이다. 제주 민란의 급보를 받고 프랑스 함대가
도착했을 때는 사상자들의 유해가 대로변 구릉지인 별도교에 널려 있었다. 제주 목사는
함장과 협의, 피해자 사후 처리를 약속했으나, 4년이나 끌다가 비로소 황사평에 안장되었다.

* 별도교 – 제주시와 화북의 중간 지점에 있다. 수백구의 유해를 겨우 19여 기의 봉분을
만들고 황사평으로 이장하였다.

< 정마리아 난주 >
- 백서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의 아내이자 정약현의 딸이며, 다산 선생의 조카딸이다.
그녀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남편을 잃고 제주도 모슬포로 유배되어 관비로 지냈으나,
명문가의 후예다운 인품을 갖추웠기에 주민들의 칭송을 받았다. 1838년 2월 24일
66세로 대정리에서 타계하였다.

* 성마리아의 묘 – 대정고을의 유지 김석구의 선산에 안장되었다.

< 제주교구 성지순례지 / 2014년 5월 기준/ 가나다순 >
* (7개소) 관덕정, 대정(정난주 묘), 복자 김기량 순교현양비, 새미 은총의 동산, 용수,
황경한 묘, 황사평

해설(부록) : 간추린 한국 천주교회사 (독서메모 #111에서 메모)

#110 독서메모 끝.

금주의 독서 메모 #111 (본문 중에서 부분 발췌)/ 2023.06.10.

[ 책 이름 : 聖書의 世界 시리즈 14권중 13권(성지순례-한국편) ]
해설(부록) : 간추린 한국 천주교회사

- 해설 : 한국 교회사 연구소 최석우 신부
- 내용 : 간추린 한국 천주교회사(1592년~1989년)

[ 차례 ]

1. 준비시대(1592~1784) 2. 교회 설정과 교구 설정(1784~1831)
3. 박해시대(1785~1881) 4. 개화기(1881~1910) 5. 일제 시대(1910~1945)
6. 현대(1945~1989)

[ 1. 준비시대(1592~1784) ]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을 받아들이도록 준비가 되었을 때 이 세상에 당신의 아들
구세주를 보내셨다. 마찬가지로 우리 한국 땅도 하느님의 구원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근 200년이란 긴 세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과 중국은 이미
16세기 중엽이래 복음을 받아들였고, 특히 일본 교회는 16세게 말엽에 수십만의
신자를 헤아릴 정도로 그 전성기에 도달해 있었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은
바로 이 무렵의 일이었다. 이때 일본 예수회에서는 조선 남해안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
진영에 예수회 선교사 한 명을 파견하게 되었다. 이 선교사는 1년 반 가량 조선에
머무르면서 일본 장병들에게 복음도 전하고 성사도 주었다. 물론 그는 조선 사람들
에게도 복음을 전하려고도 했을 것이다. 일본으로 끌려간 민간인 포로들 중에는
천주교로 귀의한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성직자나 수도자를 지망
하거나 통역이나 전도사로서 선교사에게 헌신하였으며, 그들의 신앙을 위해 순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선교사들은 자연히 이들을 통해 조선에 복음을 전파할 희망을
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고, 마침내는 일본도 선교사들을 추방함으로써 이러한 희망은
사라지고 말았다.

- 중국 교회는 일본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었을지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다. 유명한
선교사 마태오 리치를 비롯하여 그의 후계자들은 북경을 중심으로, 특히 학자와 고관을
상대로 서양의 신학문과 함께 복음을 전하면서 이들 상류계급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었다. 북경 선교사들의 이와 같은 명성과 평판은 해마다 북경을 방문하는 조선
사신들에게도 퍼지게 되어, 북경에 온 조선 사신들은 즐겨 북경의 성당들을 찾아가
그곳의 선교사들과 서양 문물에 관해 필담을 나누게 되었다. 선교사들은 그 기회를
이용하여 그들에게 종교문제도 언급하고, 또 과학서적과 함께 종교서적을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후 북경이나 중국 땅으로부터 조선에 복음을 전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중국의 선교사들이 한문으로 저술한 종교
서적은 과학서적과 함께 조선 사신들을 통해 조선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다.

- 종교서적 중에는 이미 중국에서 널리 알려진 <천주실의(天主實義)>와 <칠극(七克)>
같은 천주교 입문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서적들은 처음에는 순학문적인 관심
에서 애독되었으나 1770년부터는 종교에도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홍유한은 처음으로 천주교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겼고, 이어 저명한 실학자
들인 권철신, 정약전, 이벽 등도 주어사(走魚寺)에서 개최한 유학에 관한 강학(講學)에서
천주교 서적을 토의하고 연구한 끝에, 거기서 참된 종교를 발견하고는 나름대로 천주교
계명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한국 땅에도 천주에 대한 신앙이 싹트기 시작했다.

[ 2. 교회 설정과 교구 설정(1784~1831) ]

- 이승훈은 권철신, 이벽 등과 같은 실학자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특히 이벽과는
친한 사이였다. 이벽은 이승훈이 아버지를 따라 1783년 동지사(冬至使) 편에 북경에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이승훈을 찾아가 꼭 북경에서 영세하고 돌아오도록 신신
당부했다. 과연 이승훈은 북경에서 영세를 한 후 많은 성서와 성물들을 갖고, 1784년
봄에 귀국했다. 귀국하자 그는 이벽과 함께 포교활동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영세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승훈은 그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또 그들과 같이 주일이나
첨례를 지키기 위해 자주 모임을 가졌다. 이리하여 조선 땅에 처음으로 천주를 찬양하는
신자 공동체, 즉 교회(성서적인 넓은 의미에서)가 탄생했다.

- 곧 복음은 권일신과 그의 제자인 이존창, 유항검 등을 통해 멀리 호서(湖西/충청도)와
호남(湖南/전라도)에까지 전해졌다. 이승훈과 유항검 등 초기교회의 지도자들은 복음의
전파를 돕고, 신자들의 신앙을 북돋으려는 단순한 생각에서 자칭 신부(神父)가 되어
영세뿐만 아니라 고해와 견진, 성체 등 다른 성사까지 집전하게 되었다. 이것이 가성직
제도(假聖職制度)로 불리게 된 유명한 사건이었다. 이승훈 등은 곧 그 부당성을 깨달았
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직 제도는 2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 이승훈을 지도자로 하는 이 새로운 집단은 1789년부터 밀사를 북경에 파견하기
시작했다. 이들 밀사는 북경의 선교사들과 북경주교를 만나 조선 교회 사정을 보고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필요한 가르침과 지시를 받고 돌아왔다. 북경주교는 이러한 사정을
성청(聖聽)에 자세히 보고했다. 이에 성청에서는 북경주교에게 조선 교회를 보호하고
지도할 책임을 맡겼다. 북경주교는 우선 조선에 선교사를 파견하기로 하고, 중국의
주문모 신부를 조선 선교사로 임명했다. 그는 국경을 넘는데 성공, 1795년 초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 신부는 정약종, 황사영, 강완숙 등 남녀 교우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힘입어 교세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도착 당시 4,000명이던 신자는
수년 만에 1만 명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1801년의 대박해는 주 신부를 위시해서 모든
평신도 지도자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진행 중인 개종 운동을 중단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간
이룩한 모든 발전까지 폐허화하고 말았다.

- 그러나 조선교회는 10년 만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재기한 교회는 성직자의 영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았다. 그래서 1811년 말 동지사를 따라간 밀사 편에 북경주교와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고, 빨리 조선 교회에 선교사를 파견해 주도록 간청하게 했다. 또
서한을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정하상, 유진길, 조신철 등을 수시로 북경에 보내, 선교사의
조속한 파견을 재촉했다. 1824년경에 교황에게 다시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그간 북경
교회는 한 명의 선교사도 파견하지 못하였다. 이에 성청에서는 더 이상 조선 교회를 북경
교회에 맡긴다면 자멸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직접 조선 교회 일에 개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선교사를 파견하기 위해 파리외방전교회와 교섭을 시작했다. 이 회는
처음에 난색을 표시했으나 동회의 회원인 브뤼기에르(蘇) 주교가 조선 선교사를 자원하고
나섬으로써 일은 급진전을 보게 되었다. 성청은 그 지원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 포교지를 조선교구로 승격시키는 동시에 그를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조선 교회는 제도적으로도 거의 완전한 교회가 되었다.

[ 3. 박해시대(1785~1881) ]

- 조선의 천주교 신자집단에 대한 정부의 탄압과 박해는 이미 신자공동체가 탄생한
다음 해, 즉 1785년부터 시작하여, 100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박해가 있었는데, 큰 박해만 하더라도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
(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 이렇게 네 차례나 있었다. 박해를
일으킨 이유는 당쟁(黨爭), 세도정치, 쇄국양이(鎖國攘夷) 사상과 같은 정치적인 원인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이유에서다. 즉 천주교인들은 천주만을 대군대부(大君
大父)로 섬기고, 따라서 국가나 국왕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같이 절대권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무부무군(無夫無君)의 사교
(邪敎)로 이단시하고, 천주교인 들을 극형으로 다스려야 했다. 그러나 많은 천주교인
들은 사람들에게보다는 차라리 하느님에게 순종하기 위해 기꺼이 순교를 택하고, 이에
항의했다.

- 신유박해나 기해박해 때의 순교자는 각기 수백 명 정도였다. 그러나 병인박해는
10년이 넘게 계속되었고, 또 그 규모도 전국적이었으므로 그간의 희생자를 정확히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1870년에 희생자 수가 8천 명에 달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비록 풍설이지만, 병인박해 때의 희생자가 그전의 다른 박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이들 수많은 순교자들
중에서 성인품에 오른 이들은 10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밖에도 유명한
순교자들이 많음을 알아야 한다. 각 박해별로 극히 주요한 순교자들만을 소개한다.
1791년의 윤지충과 권상연, 1795년의 윤우일, 지황, 최인길, 1801년의 주문모
신부, 정약종, 최창현, 강완숙, 윤점혜, 황사영, 이순이(누갈다), 1839년의 1명의
주교와 2명의 선교사, 정하상 등 70명의 성인(103위 순교성인중), 1846년의 김대건
신부와 현석문 등 9명의 성인, 1866년의 2명의 주교와 5명의 선교사, 남종삼 등
24명의 성인 등이다. 주요한 성지로는 서울은 새남터, 서소문밖네거리, 당고개, 절두산
등이고, 지방은 전주의 숲정이, 충남의 해미와 보령의 갈매못, 대구의 관덕정 등이다.

- 병인박해는 1873년에 천주교의 가장 잔인한 박해자였던 대원군이 정권에서 밀려
남으로써 한때 멈칫하는 듯했으나 천주교인들의 체포는 그 후에도 그치지 않았고,
1881년에는 심지어 척사윤음(斥邪綸音)까지 반포되었다. 그러나 이번 윤음은 종전과는
달리 박해를 가열시키는커녕 박해를 그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박해를 지속
시키기에는 이미 역사적 상황이 너무나 변해 있었다. 정부에서 윤음을 발표하면서도
천주교인의 체포를 금한 모순적인 조치를 취한 것도 아마 그런 현실을 인식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윤음 자체도 박해보다는 정부의 개화 정책을 관철시키려는 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유학자들의 반대를 무마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유학자들은 또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도 요구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만족을 주고자 척사윤음을 발표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교회는 무수한
순교자들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100여 년 만에 세속 권력에 대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 4. 개화기(1881~1910) ]

- 박해시대 말엽부터 묵인되기 시작한 종교자유는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반(半) 자유
시대’로 종교자유의 반은 인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공개적이 되었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한불조약에 힘입어 서울과 인천 등 개항지에서는 물론 내지에서도
여건만 지니면 어느 정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이리하여 한국교회는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다. 먼저 선교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본당조직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본당은 우선 서울, 인천, 원산, 부산 등 개항지에서부터 시작되어
갓등이, 풍수원 등 시골 교우촌으로 확대됨으로써 이 시기 말에 이르러서는 그 수가
50여 개에 이르렀다. 공소도 무려 1천여 개를 헤아리게 되었다. 이제 모든 교회활동
이나 선교활동은 본당과 공소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평신도들과 회장들은 본당이나
공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신자 수도 1910년에 7만을
넘게 되었는데, 그것은 병인박해로 인한 폐허 위에서 교회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음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발전이었다.

- 한편 교구의 중심인 서울과 종현(현 명동)에서도 주교관, 인쇄소, 주교좌성당, 고아원,
수녀원 등, 교구의 기본적이고도 필요한 시설이 착착 건설되었다. 또한 시골에 있던
신학교가 서울로 옮겨져, 현대적 시설을 갖춤으로써 신학교 사업도 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1896년부터는 이 신학교에서 한국인 성직자가 잇달아 배출됨으로써
본당의 증설이 가속화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남녀 수도회가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함에
따라(여자수도회인 샤르트르의 성 바오로회는 1888년, 남자수도회인 독일의 쌍트
오틸리엔의 성 베네딕토회는 1909년) 곧 수도생활이 꽃을 피우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교회의 교육사업과 고아원, 양로원, 시약소와 같은 자선사업이 활기를 띠게 되었으며,
나아가서는 간호사업과 사범교육 등 새로운 사업도 가능하게 되었다.

- 이 시기는 국운(國運)이 기울기 시작한 때였고, 그래서 실력을 양성하여 국권을
회복하자는, 이른바 애국과 계몽을 위한 운동이 활발히 진행된 시시이기도 했다. 한국
교회도 이러한 민족적 과제에 동참하고자 특히 교육과 언론활동 등을 통해 애국계몽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905년부터 일기 시작한 학교설립의 붐을 타고,
천주교회에서도 많은 학교를 세웠는데, 그중에는 안중근과 같은 평신도나 본당 청년회에
의해 순전히 애국과 계몽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들도 있었다. 또 교회는 1906년
‘경향신문’이라는 주간지를 발간했는데, 그것은 단순한 종교지가 아니라 시사주간지였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 신문을 통해 한국 국민을 계몽하려 한 것이 분명하다. 또한 ‘경향
신문’은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평신도 중에는 의병운동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특히 안중근은 깊은 신앙심과 철저한 애국심에서 일제의 침략행위에 무력
으로써 항거했다.

[ 5. 일제 시대/일제 강점기(1910~1945) ]

- 이 시기에 교회는 민족과 함께 일제의 탄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구와 본당 등 교회 조직 면에서는 현저한 발전을 보였다. 교구는 조선교구
(1911년 이래 서울교구로 개칭) 하나뿐이었는데, 이 시기에 무려 6개의 교구가 증설
되었다. 구체적으로 1911년에는 대구교구, 1920년에는 원산교구(1940년 함흥교구로
개칭되면서 덕원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만이 덕원면 속구로 독립되었다),
1927년에는 평양교구, 1928년에는 연길교구, 1937년에는 전주교구와 광주교구,
1939년에는 춘천교구가 잇달아 독립했다. 이 중에서 연길교구의 설정은 한국교회가
만주의 간도에까지 진출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전주교구의 경우는 최초의 한국인
자치교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었다. 교육 사업을 위해 서울에 나와
있던 베네딕토회원들은 원산교구와 연길교구를 맡게 되었고, 평양교구는 미국의 메리놀
회원들이, 그리고 광주교구와 춘천교구는 아일랜드의 골롬바노회 선교사들이 담당하게
되었다.

- 선교사의 증원과 한국인 성직자의 증가에 따른 뚜렷한 성과는 본당과 공소의 놀라운
증가였는데, 이로 인해 그때까지 낙후지역으로 남아있던 모든 지역에도 복음이 두루
미치게 되었다. 본당은 50여 개에서 170여 개로 늘어났고, 공소는 1천여 개에서 1천
5백여 개로 늘어났다. 또 이시기에 독일의 포교 베네딕토회, 미국의 메리놀회, 스위스의
올리베타노회 등 여자 수도회들의 진출로, 교회의 교육. 의료. 사회활동도 다양해지고
활발해졌다. 이리하여 처음에 7만여 명이던 신자가 18만 명을 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지난 시기, 즉 개화기와 비교할 때 미미한 발전이었다. (개화기 연평균 증가율 17% ->
5%) 이렇게 성장이 둔화된 데는 물론 인원과 재원의 부족이란 대내적인 사정도 무시될
수 없겠으나 가장 큰 요인은 대외적인 것, 즉 일제의 탄압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일제는 합방 직후 ‘경향신문’을 폐간시킨데 이어, 베네딕토회에서 경영하던 사범
학교의 문을 닫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1915년에는 ‘포교규칙’과 ‘사립학교개정령’을
만들어 선교활동을 통제하고, 교회 학교에서의 종교 교육을 금지시켰다. 또 공립학교
에서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가톨릭 학생들을 무조건 퇴학시켰다. 또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한국교회의 모든 외국인 교구장을 일본인으로 대치했고 (이 때
서울대교구만은 간신히 한국인 교구장을 낼 수 있었고, 그 결과 한국인 최초의 주교가
탄생했다), 서울과 대구의 신학교를 폐쇠시켰으며, 마침내는 메리놀회와 골롬바노회의
선교사들을 추방하거나 구금하고, 프랑스 선교사들은 연금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일제의 탄압 앞에서 교회기 항거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기미년 3.1만세시위
때만 하더라도 서울과 대구의 신학생들이 이 운동에 참여했고, 만세운동으로 투옥된
천주교 신자만 해도 전국에서 53명이나 되었다. 또한 1924년 강경공립보통학교에
다니던 가톨릭 학생 20여 명이 집단적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함으로써 무더기로 퇴학
처분을 당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1936년에 신사참배가 교황청에 의해 허용된 이후에도
양심상 신사참배를 거부함으로써 일자리를 잃게 된 신자들도 적지 않았다.

[ 6. 현대(1945~1989) ]

- 8.15민족의 해방은 동시에 교회에도 해방을 초래하여 완전한 종교자유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곧 북한에서는 유례없는 가혹한 종교박해가 시작되어 6.25전쟁을
전후해서 주교와 신부, 외국인 선교사와 한국인 성직자가 모두 체포되어 살해되거나
행방불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6.25전쟁 동안 남한에서도 많은 성직자와
평신도들을 학살했다. 또 외국인 성직자들은 북으로 끌려간 후 이른바 ‘죽음의 행진’
까지 시켰다. 휴전이 성립된 후 남한의 교회는 유례없는 발전을 했다. 10년 사이에
근 40만의 신자가 불어났고, 1962년 교계제도의 설정으로 한국교회는 완전한 자립
교회가 되었다. 이에 따라 모든 교구는 정식 교구가 되었고, 서울과 대구와 광주는
대교구로 승격되었으며, 서울교구의 대주교는 곡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한국교회의 쇄신과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모국어의
미사집전은 신자들의 전례생활에 있어서 일대 전환기가 되었고, 평신도들의 활동도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갈라진 형제들과의 대화를 통한 교회일치운동도 활발히 진행
되기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 신. 구약성서의 공동번역은 가장 획기적인 일이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점차 사회참여 의식이 고조된 것도 바티칸 공의회의 영향이었다.
한국교회는 경제 제일주의에서 비롯된 인간경시와 황금만능의 풍조, 그리고 각종의
사회 부조리에 직면하여 인간존엄성의 회복과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1981년과 1984년은 한국교회의 쇄신과 발전에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 즉 1981년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에 즈음하여 한국교회는 성대한 기념행사와 기념사업으로
그것을 쇄신의 기회로 삼았고, 이어 교회 창립 200주년인 1984년에 즈음해서는
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을 초청하여 함께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졌고,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뿌리이며 영광인 순교자 103위를 성인으로 선포한 장엄한 시성식을
가졌다. 1989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역시 쇄신과 발전의
또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

# 111 독서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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